컴퓨터 프로그램은 실행되는 과정에서 단순히 주메모리만 읽고 쓰는 게 아니라, 디스크처럼 기록이 영구적으로 남는 보조 기억 장치에다가도 정보를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되고 보관되는 것은 단순히 사용자가 직접 만들어 내서 Save라는 명령을 내려서 저장하는 문서 데이터만이 전부가 아니다. 사용자가 지정한 프로그램 자체의 각종 옵션· 설정값도 저장되어서 나중에 이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할 때 그대로 보존되곤 한다. 세심한 프로그램이라면 직전에 프로그램 창을 띄워 놨던 크기와 위치 같은 시시콜콜한 정보도 몽땅 다 기억해 놓는다.

이런 '설정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프로그램들은 예로부터 자신만의 cfg 내지 config.dat 같은 파일을 만들어 두곤 했다. 본인이 개발한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imeconf.dat라는 파일을 운영체제의 사용자 계정별로 고정된 디렉터리에다 만들어 놓는다. (물론 날개셋 프로그램의 경우.. 입력 설정이라는 게 단순한 프로그램 setting 수준을 넘어 그 자체가 이미 사용자가 새로 창조하는 '문서 데이터'라는 성격도 지닌다만...)

Windows에서는 이런 설정 파일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절차를 정형화하기 위해서 ini(초기화 정보)라는 텍스트 파일 포맷을 도입했으며, 이걸 읽고 쓰는 [Get/Write][Private]Profile[Int/String]이라는 API 함수를 제공해 왔다. [섹션] 구분과 함께 "이름=값" 이런 게 주욱 들어가 있는 그 파일 말이다.

이들 함수는 파일을 읽고 씀에도 불구하고 뭔가 열어서 핸들값을 얻었다가 나중에 닫는 절차가 없는 게 특징이었다. 구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설계 형태가 아닐 텐데..
Private이 안 붙은 API를 사용하면 자기 ini 말고 심지어 운영체제의 설정 파일인 win.ini에다가도 정보를 기록할 수 있었다.

ini 파일은 당장 사용하기는 간편하지만 한계와 문제점이 많았다. 가장 먼저 XML 같은 다단계 계층 구조를 지원하지 않았다(과거 Windows 3.x의 프로그램 관리자의 그룹이 계층 구조가 아니었던 것처럼).
그리고 아까 언급했듯이 핸들/상태 정보가 없는 API의 설계 형태에다가 텍스트 포맷이라는 점까지 겹쳐서 데이터가 방대해질 때의 처리 성능도 썩 좋지 않았다.

응용 프로그램이 있는 디렉터리, 또는 Windows 디렉터리에 온갖 자잘한 ini 파일들이 쌓이면서 지저분해지는 점 역시 문제였다. 그리고 저장을 할 거면 사용자 설정 데이터들 전용 디렉터리라도 마련해 놔야지, 그게 프로그램 실행 파일들이 있는 곳에 버젓이 저장되는 건 오늘날의 보안 내지 권한 관점에서 봤을 때 좋지 못한 설계 형태였다.

그래서 성능, 보안, 효율 등등을 모두 잡기 위해서 마소에서는 운영체제와 응용 프로그램들의 설정 저장은 파일 형태로 노출시킬 게 아니라 이를 전담하는 별도의 거대한 중앙집권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이를 레지스트리라는 이름으로 일찍부터 도입했다.
마치 디렉터리 경로처럼 역슬래시로 구분된 계층 구조의 key를 만들고, 그 아래에 파일처럼 여러 개의 value들을 집어넣을 수 있게 했다.

물론 레지스트리는 구조적으로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컴덕이나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며, 레지스트리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macOS나 리눅스는 레지스트리 그딴 거 없이도 잘 돌아가고 더 안정적이기까지 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레지스트리가 없다고 해서 그런 OS에 레지스트리가 하는 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 OS에서도 운영체제나 응용 프로그램들이 자기 설정을 저장하는 공간이 있어야 할 텐데 도대체 어디에 저장되는 걸까?

프로그램을 제거한 뒤에도 그 프로그램이 써 놓은 레지스트리 데이터가 같이 지워지지 않아서 레지스트리가 갈수록 지저분해지고 통제불능이 된다는 식의 비판이 있다. 그런데 그건 ini/cfg 파일을 쌩으로 다룰 때도 부주의하면 어차피 똑같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한쪽에서 존재하는 문제는 대부분 다른쪽에서도 형태만 바뀐 채로 고스란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본인은 이런 논리를 근거로 레지스트리 무용론 급의 회의적인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프로그램마다 설정 데이터라는 게 수십~수천 바이트, 정말 커 봤자 수만 바이트 남짓할 아주 작은 분량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자잘한 데이터를 한데 관리해 주는 DB가 운영체제 차원에서 제공되면 편하면 편하지 상황이 더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레지스트리는 딱 32비트 Windows 95/NT와 함께 등장했다. 이때부터 마소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로 하여금 구닥다리 INI 파일 함수를 쓰지 말고 ADVAPI32.DLL에 있는 Reg** 레지스트리 조작 함수를 사용할 것을 적극 권해 왔다.
다만, 이들 함수는 구닥다리 함수보다 받아들이는 인자가 많고 사용하기가 번거롭고 귀찮긴 하다. 마치 fopen과 CreateFile의 차이만큼이나 말이다.

그래서 별도의 클래스를 만들어서 쓰면 편하다. HKEY를 멤버로 가지면서 소멸자에서는 RegCloseKey를 해 주고, 각종 타입별로 인자를 다양하게 오버로딩한 Get/Set 함수를 만들고 말이다. 레지스트리 관련 API는 MFC에서도 의외로 클래스화를 전혀 하지 않았으니 이거 연구는 프로그래머들 개인 재량이다. MFC는 16비트 시절부터 있던 CWinApp 클래스의 [Get/Write]Profile* 함수를 상황에 따라 ini 대신 레지스트리 기록으로 대신하도록 동작을 확장했을 뿐이다.

사실, 16비트 Windows 시절에는 지금처럼 HKEY_* 어쩌구 하는 그런 형태의 레지스트리는 없었지만, 그 전신 비스무리한 건 있었다. Windows 3.1에서 그 이름도 유명한 OLE라는 기능 내지 개념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응용 프로그램들의 설정 같은 건 몰라도 확장자별 연결 프로그램이라든가 OLE 서버 같은 정보들은 운영체제 차원에서 관리하는 별도의 바이너리 데이터 파일에 등재되었다(Windows\reg.dat). 그리고 여기에 정보를 사용하는 Reg[Open/Create/Close]Key와 Reg[Query/Set]Value 같은 함수가 있었다.

16비트 시절부터 이런 초보적인 함수가 있었는데 이를 확장하여 오늘날의 레지스트리가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사용되는 레지스트리 함수들은 대부분 뒤에 Ex가 추가돼 있다. 옛날에는 루트 키로 HKEY_CLASSES_ROOT 하나만이 존재했었다.
이 점을 생각하면 옛날에는 지금 같은 레지스트리가 있지도 않았는데 지금 왜 RegCreateKeyEx, RegQueryValueEx 등등 Ex 함수를 써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Windows의 레지스트리 개념과 관련 API를 살펴봤으니, 다음으로는 역대 버전별 레지스트리 편집기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레지스트리 편집기는 과거 도스 시절로 치면 디스크 내부 구조를 저수준에서 수정할 수 있는 노턴 유틸리티의 DiskEdit와도 비슷한 아주 저수준 유틸리티이다. 아예 없어서는 안 되지만 일상적으로 쓸 일은 없으며(없어야 하며), 초보자에 의한 섣부른 조작은 절대 권장되지 않는 위험한 프로그램이다. 이걸 조작함으로써 운영체제를 맛이 가게 만들고 컴퓨터 부팅조차 안 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조 프로그램 그룹에 정식으로 등재될 일도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레지스트리 편집기는 Windows 95 시절부터 지금까지 큰 변경 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탐색기(왼쪽에 트리, 오른쪽에 리스트 컨트롤)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Windows 9x에서는.. 레지스트리는 내부적으로 Windows\System.dat와 Windows\User.dat라는 두 파일에 저장되었다. 그리고 HKEY_DYN_DATA라는 predefined root key가 있어서 여기를 들여다보면 일부 시시각각 변하는 시스템 정보 같은 걸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Windows 9x용 레지스트리 편집기는.. 단순히 This program cannot be run in DOS mode가 아니라 유효한 도스용 코드가 stub으로 같이 들어간, 다시 말해 DOS/Windows 겸용 프로그램이었다.
레지스트리에 이상이 생겨서 Windows 부팅이 안 되더라도 레지스트리의 백업과 복구 정도는 도스에서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regedit.exe를 순수 도스에서 실행하면 놀랍게도 이런 옵션 안내를 볼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소에서 프로그램을 이런 식으로 특수하게 빌드한 예는 극히 드물다. 이는 레지스트리 편집기가 그만치 특수한 프로그램임을 의미한다.

(2) 그럼 Windows NT로 넘어가기 전에, 더 옛날 Windows 3.x를 잠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때도 레지스트리의 전신이 있었고 비스무리한 API도 있었듯이, regedit.exe라는 프로그램 자체는 있었다.
하지만 얘 역시 그룹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았으며, 이때 registry란 보다시피 그냥 확장자 별 연결 프로그램과 관련 DDE 명령.. 이런 것이 전부였다. 아까 언급했던 Windows\reg.dat의 내용을 편집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때는 Properties도 '등록정보'라고 번역하고 Registry도 '등록 정보'라고 번역했다니.. 참 므흣하다. 띄어쓰기 하나 차이밖에 없다.
Windows 95부터는 확장자 연결 설정은 그냥 탐색기의 옵션에서 별도의 탭으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98을 넘어서 2000/XP즈음부터 Property의 한국 마소 공식 번역은 '속성'으로 완전히 바뀌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 시절의 regedit.exe에는 95의 것과 같은 유의미한 도스 stub이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3) 이제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NT 계열 차례이다.
일단, 레지스트리가 저장되는 파일은 Windows\system32\config에 있는 default, software, system, components 같은 확장자 없는 파일들이다. 크기가 다들 수십 MB씩 한다.
그리고 각 사용자별 정보는 사용자 계정의 루트에 있는 ntuser.dat 파일이다.
9x와 NT 계열이 파일 포맷이 동일한지는 모르겠다. 지금의 NT 계열은 도스 부팅 기능이 없고, 운영체제가 가동 중일 때는 이들 파일들이 언제나 열리고 잠겨 있어서 일반 프로그램이 레지스트리를 파일 차원에서 들여다볼 수가 없다.

Windows NT 계열은 HKEY_PERFORMANCE_DATA라는 전용 root key가 있다. HKEY_DYN_DATA처럼 실제 레지스트리 데이터는 아니지만 레지스트리 API를 통해 시스템 정보를 얻어 오는 용도인데.. 이것도 비슷한 기능이 9x와 NT 계열의 구현이 서로 파편화된 경우가 아닌가 싶다. 로드된 프로세스/DLL 정보를 얻는 API만 해도 과거에는 두 계열이 서로 달랐으니 말이다.

그리고 Windows NT는 초창기 3.1 시절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레지스트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자체적인 레지스트리 편집기도 보유하고 있었다. 바로 regedt32.exe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만들어진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탐색기가 아니라 구닥다리 파일 관리자 스타일로 만들어져 있다. 왼쪽의 계층 트리와 오른쪽의 값 목록은 모두 재래식 리스트 컨트롤 기반이다. 또한, 루트별로 제각각 다른 레지스트리 창들이 MDI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날 쓰이는 공용 컨트롤 기반 regedit.exe는 바로 regedt32.exe를 베껴서 새로 만들어진 거나 마찬가지이다.

Windows 2000, 그리고 확인은 안 해 봤지만 NT4에는 regedit와 regedt32가 같이 들어있었다. 기능이 대등하긴 하지만 regedit는 오리지널 NT용 유틸리티에 있던 '레지스트리 하이브'를 통째로 불러들이는 기능이 없었다.
그러다가 regedit에 이 기능이 들어가서 regedt32를 완전히 대체하게 된 것은 Windows XP부터이다. NT의 regedt32를 보면 메뉴가 뭔가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열어 보면 별 거 아니다.

Windows NT의 레지스트리 편집기는 9x의 것과 달리 값의 이름과 데이터뿐만 아니라 REG_SZ, REG_DWORD 같은 타입도 표시해 줬다. 9x에서는 어려운 전문 용어라고 일부러 뺐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새 GUI 기반의 레지스트리 편집기는 오랫동안 REG_MULTI_SZ라고 0으로 구분된 복수 문자열을 편집하는 기능이 없어서 그냥 바이너리 에디터 창이 떴었다. 그러다가 regedt32와 기능이 통합된 Windows XP에서부터 한 줄에 하나씩 복수 문자열을 편집하는 기능이 도입되었다.

이렇듯, regedit와 관련하여 Windows 3.1, NT 3, 9x 등.. 복잡한 사연이 많은 걸 알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레지스트리의 일부 구간을 별도의 파일로 저장하거나 도로 불러오는 기능이 응당 들어있는데, reg 파일은 아이러니하게도 key 이름이 []로 둘러싸이고 값들이 a=b 이런 식으로 쓰인 게 마치 과거의 ini와 형태가 비슷하다.

한번 만들어진 뒤에 딱히 기능이 바뀔 일이 별로 없는 프로그램이다만.. Windows 2000부터는 reg 파일의 인코딩이 UTF-16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Windows 10 어느 업데이트부터는 현재의 레지스트리 주소(key 이름)이 아래의 상태 표시줄 대신에 위의 주소 표시줄에 표시되고, 사용자가 거기에 인터넷 주소 치듯이 수동으로 입력을 해서 원하는 key로 바로 찾아갈 수도 있게 UI가 편리해졌다. 나름 굉장히 바람직한 개편이다.

※ 부록: 레지스트리 편집기에 준하는 위상의 자매품

1. sysedit

과거 Windows 3.x 시절에는 sysedit라는 이름으로 config.sys, autoexec.bat, win.ini, system.ini라는 4대 시스템 설정 파일만 한데 모아서 편집할 수 있는 MDI 텍스트 에디터가 있었다. 이게 Windows 9x는 말할 것도 없고 NT 계열 제품에도 32비트 한정으로 포함돼 있었다.
Windows에 내장돼 있는 극소수의 16비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테스트 할 때도 개인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Windows 9x는 config.sys와 autoexec.bat를 거의 퇴출시켰고, NT 계열은 뒤이어 두 ini 파일까지 완전히 퇴출시킨 거나 마찬가지다.

2. msconfig

Windows 98부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꽤 유용한 유틸리티가 추가됐다.
얘는 9x용은 sysedit가 하는 일을 모두 포함하면서(해당 파일에 내용을 추가하거나 기존 내용을 간편하게 제거), 레지스트리에 등록돼 있는 시작 프로그램들의 실행 여부를 제어하고, 각종 시스템 관리 유틸리티도 실행하는 기능을 제공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프로그램은 레지스트리 편집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기 때문에 명령 프롬프트에서 실행 가능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22 08:33 2018/11/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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