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차원 그래픽 시연 프로그램의 개편

지난 2003년부터 2005년 사이, 본인의 대학 재학 시절에 만들어진 뒤 10년이 넘게 버전업이 없었던 '3차원 그래픽 시연 프로그램'이 정말 오랜만에 업데이트 되었다. 무엇이 바뀌었냐 하면.. '시선 고정' 모드란 게 추가됐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3D FPS 게임처럼 앞뒤 좌우 상하로 움직이는 것에만 최적화돼 있었는데, 시선 고정 모드에서는 카메라가 어디 있든지 시선이 언제나 기준점을 향해 고정되게 된다.
시선이 고정되니, 이때는 통상적인 좌우 화살표나 page up/down을 이용한 시점 변경이 동작하지 않는다. 끄덕끄덕(pitch)/설레설레(yaw) 말고 시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갸우뚱(roll)만 동작한다.

그리고 좌우 게걸음인 ZX와 상승/하강인 QA를 누르면 그냥 움직이는 게 아니라 기준점과 같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기준점 주변을 상하 좌우로 돌게 된다.
요것이 본인이 원하던 바였다. 사실, 3차원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에서는 FPS 게임 같은 움직임보다는 이렇게 시선이 고정된 '빙글빙글' 앵글 이동을 더 흔히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동작을 내 프로그램도 뒤늦게 지원하게 됐다.

F를 누르면 시선 고정 모드를 켜거나 끌 수 있다. 아래의 상태 표시줄에 기준점의 좌표가 같이 나타난다.
그리고 D를 누르면 지금 카메라가 있는 위치를 기준점으로 지정한다. 초창기에는 (0, 0, 0) 원점이 기준점이다.
기준점을 파란색 동그라미 같은 별도의 부호로 표시해 주면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일단은 그런 걸 생략했다.

예제 데이터들 중에서는 구(sphere)가 제일 볼 만할 것이다. 이 구는 그렇잖아도 원점이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구에서 적당히 떨어진 뒤 시선 고정 모드를 켜고 QA/ZX를 누르면 우리가 인공위성이라도 된 것처럼 구 주변을 빙글빙글 돌게 된다.
그에 비해 토러스(torus)는 원점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은 듯하니(구체적인 값은 기억이..) 적당히 다른 점을 기준으로 설정해야 튜브 안을 이탈하지 않고 빙글빙글 돌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2016년에는 삼각형 오심 그리는 프로그램을 오랜만에 업데이트 했는데.. 이번에는 3차원 그래픽 프로그램을 손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옛날 자료실'에 있는 프로그램들도 이런 식으로 최소한의 유지 보수는 여전히 하는 중이다.

2. 날개셋 개발 관련 미스터리

본인은 하루는 키보드 보안 ActiveX를 사용하는 어느 사이트에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 외부 모듈이 뻗는 걸 발견했다. 한글만 연달아 입력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그렇게 조합을 만들었다가 숫자나 마침표 같은 기호를 찍어서 조합을 중단하면.. 에러가 나고 브라우저 창이 다시 열리곤 했다.

마소 IME 같은 타 프로그램에서는 괜찮고 내 프로그램에서만 100% 재연 가능한 문제가 뻔히 발견되었는데.. 그렇다면 이 문제는 독 안에 든 쥐나 마찬가지이고 곧바로 원인을 추적해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믿어지지 않지만 도저히 그러지를 못했다. 디버깅에 필요한 모든 절차와 방법론을 IE와 보안 유틸리티가 원천봉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ception handler를 지정해서 뻗었을 때 덤프 파일을 만들려고 해도, 윗선에서 예외 이벤트를 가로채기라도 하는지 덤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덤프는 프로그램이 뻗은 지점이 소스 코드상으로 어디이고 그 당시 함수들의 호출 계층이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음. 원인 추적에 매우 중요!)

입력란이 떠 있는 IE 프로세스에다가 디버거를 붙이면.. 보안 유틸이 이를 감지하고 디버거를 끄라고 요구하면서 동작을 거부했다.
뻗었을 때 디버거를 붙여도 문제의 프로세스는 상황을 확인할 틈도 없이 혼자 싹 종료되어 버렸다.

결국은 무식하게 키 입력이 감지됐을 때.. 등 의심되는 모든 곳에다가 화면/파일로 로그를 찍어서 테스트를 해 봤다.
그런데 이거 뭐 내가 짠 코드는 모조리 정상 통과한 뒤에 이상한 데 엄한 데서 에러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이건 정황상 키보드 보안 유틸과 3rd-party IME와의 충돌이긴 하지만 내가 아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을 파악할 수 없어서 이번 9.61 버전에서도 부득이하게 해결되지 못했다. 언젠가 여유가 있으면 그 보안 유틸의 개발사와도 협조를 구해서 합동 수사 공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3. 스레드

어느 플랫폼에서든 프로그램을 짜다 보면, 백그라운드 스레드에서 뭔가를 열심히 수행한 뒤에 결과값을 표시하는 마무리 작업은 반드시 main UI 스레드에서 실행해야 할 때가 생긴다. 이에 대해서 본인은 예전에 글을 쓴 적이 있다.

요즘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언어 차원에서 별도의 블록을 분리해서 이 블록 안의 코드는 별도의 스레드에서 비동기적으로 실행되다던가, main UI 스레드에서 실행시키는 식으로 간편하게 제약을 가할 수 있다. 요런 걸 macOS의 Objective C에서도 보고 Java, C# 등에서도 봤던 것 같다.
그런 게 지원되지 않는 언어나 플랫폼에서는 해당 기능을 직접 구현하게 되는데.. Windows라면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main UI 스레드라면 그 정의상 message loop을 돌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Windows용 IME는 자기가 만들지 않은 남의 프로그램 창, 남의 스레드, 남의 message loop을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거기에다가 자신만의 메시지와 자신만의 메시지 핸들러를 슬쩍 얹기가 좀 난감하다.
그나마 옛날에 프로토콜이 IME 방식이던 시절에는 IME가 제각기 자신만의 보이지 않는 윈도우가 있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custom 메시지를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TSF로 바뀐 뒤에는 그런 윈도우가 존재하지 않는다.

IME는 키보드 포커스를 받는 남의 윈도우에다가 WM_USER+* 이상한 메시지를 함부로 보내서는 안 되고, 타이머 ID도 함부로 선점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윈도우 핸들 없이 콜백 함수를 바로 호출하는 타이머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 그렇게 하면 SetTimer를 호출하는 자신과는 다른 스레드 문맥에서 처리되는 타이머를 생성할 수가 없다.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난감한 문제이다. 결국은 타 스레드에서 main UI 스레드 문맥으로 특정 코드를 실행하기 위해 본인은 TSF 모듈도 임시로 나만의 message-only 윈도우를 main UI 스레드에서 생성하고, 이 윈도우가 특정 메시지를 받았을 때 그 코드가 실행되도록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메시지라는 게 알고 보면 스레드 간 교통 정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스레드, 특히 콘솔 프로그램이 아니라 main UI가 있는 프로그램에서 스레드를 쓰는 건 십중팔구 사용자 입장에서 프로그램의 반응성을 올려 주기 위해서 하는 게 대부분이다. 일시불로 프로그램이 잠시 멈추고 뜸을 들이는 게 싫으니 이자를 감수하고라도 찔끔찔끔 할부를 선택하는 것이다.

스레드 그 자체는 메모리를 더 잡아먹고 컨텍스트 스위칭 오버헤드 때문에 전반적으로 CPU가 할 일을 더 늘리고 성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스레드를 만들어서 컴퓨터가 더 많이 고생할수록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더 편리한 기능이 많이 구현되는 것이 사실이다.

4. 날개셋 외부 모듈과 입력 패드의 동작 차이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구현체 프로그램 중에서 편집기는 오로지 자기 혼자서만 돌아가는 프로그램이니 다른 고민의 여지가 없는데.. 외부 모듈과 입력 패드는 본격적으로 타 프로그램에다 문자를 보내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 최대한 동일한 동작을 보장해야 한다. 그게 불가능한 경우 불가능한 한계에 대해서 사용자에게 미리 고지를 해야 한다.

Windows용 IME의 입장에서 좀 별종인 환경은 전통적으로 (1) 로그인(잠금) 화면, 그리고 (2) 명령 프롬프트가 있다. 그리고 Windows 8/10부터는 (3) Metro UI도 추가됐다.
입력 패드는 원래 명령 프롬프트에서는 전혀 동작하지 못하다가 Windows 7에서부터는 동작 가능해졌다.

외부 모듈은 Metro UI에서는 조합 중인 한글을 보내는 일반적인 동작은 가능하지만 tab, enter 같은 글쇠 입력을 보내지는 못한다(날개셋문자 또는 각종 입력 도구의 버튼을 통해서).
그 외에 Metor UI에서는 프로그램이 외부의 데이터 파일을 참조하지 못해서 입력 설정이 데스크톱 환경과 동기화되어 있지 않다거나, 문자표 같은 입력 도구들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입력 도구를 X 버튼을 눌러서 닫을 수도 없다. (우클릭 메뉴를 이용해야..)

한편, 입력 패드는 외부 모듈과 달리 자신이 독립된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파일을 못 여는 한계는 없다. 단지, 반대로 Metro UI로 조합 문자 같은 입력 동작을 보낼 수 없을 뿐이지..;;
그런데 굉장히 의외로 글쇠 입력을 보낼 수는 있다. 가령, 화면 키보드에서 ㄱ, ㅏ 같은 한글 조합 글쇠는 못 보내지만 tab, enter 버튼을 누른 것은 전해진다는 뜻이다. 외부 모듈이 할 수 없는 일을 입력 패드가 예외적으로 할 수 있으니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외부 모듈에서 글쇠 입력을 못 보냈거나 입력 패드에서 자체 입력을 못 보냈을 때, 못 보냈다는 에러 메시지라도 출력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방법이 없어 보인다.

외부 모듈과 입력 패드에는 이것 말고도 흥미로운 차이점이 더 있다.
외부 모듈은 Windows 메시지를 직접 받지 못한다는 특성 때문에 alt가 섞인 단축글쇠를 전혀 인식할 수 없다. 원래 alt는 운영체제 차원에서의 단축키나 메뉴 구동용으로 쓰이지 IME 같은 데서 가로챌 여지가 없기도 하고 말이다.

그 반면, 비록 프로토콜을 제대로 지원하는 소수의 프로그램 한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편집기와 다를 바 없는 온전한 A급 동작을 보장 가능한 것도 외부 모듈이다. 입력 패드로는 완성된 한글을 낱자 단위로 지우거나 달라붙는 자유자재 동작까지 지원하지는 못한다. 서로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12/09 08:35 2018/12/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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