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지난 5년 동안 설 명절에 고향에 가서 이렇게 지냈다.

  • 2014년: 동방, 모량, 나원, 불국사, 건천 등 여기 일대의 간이역들을 일일이 답사했다.
  • 2016년: 오랜만에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분황사, 포석정 등을 (다시) 구경했다.
  • 2018년: 중앙선 구 선로 이설 흔적과, 옛 서경주 역 폐건물 주변을 답사했다.

참고로 2015년 설에는 동남아 여행을 갔다. 2017년에는 가족과 함께 강화도 정도만 다녀오고 막 멀리 나가지 않았다.
그 뒤 본인은 올해 설 연휴에는.. 고향에서 그야말로 산과 함께 보냈다! 2016~17년 사이에 서울· 수도권 근교의 산을 오르다가 활동이 좀 뜸해졌는데, 그 다음으로 오랜만에 고향의 산들을 답사했다.

서울-수도권에서는 북한산· 도봉산 일대만 국립공원인 반면, 이 동네는 영락없는 동네 뒷산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듣보잡 언덕도 온통 국립공원인 게 인상적이었다. 경주 둘레길.. 그런 브랜드 따위 없고, 그냥 간지 나는 '국립공원' 타이틀이 깡패다.

1. 경주 남산 (금오봉, 468m)

남산은 기슭에 삼릉과 포석정이 있고, 그 외에도 산 속 곳곳에 불상과 탑, 절터가 수십 군데 이상 놓여 있다. 막 높은 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네 뒷산 언덕 급의 만만한 산도 아니다.

등산로가 사방으로 굉장히 많이 있다. 그러니 동서 횡단 정도는 해야 하겠지만 본인은 차를 가져온 관계로 그러지 못했다. 산의 서쪽 삼불사 방면에서 올라서 바둑바위를 거쳐 금오봉 정상까지 오른 뒤, 하산은 삼릉 방면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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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오른 뒤부터는 하늘과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났다. 남산은 불상과 탑의 재료를 조달하기에 충분할 정도인 돌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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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아래 주변은 교외이다 보니 온통 논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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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길을 계속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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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사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가족과 같이 올랐고 눈과 빙판도 있어서 진행이 더뎠던 것을 감안하고도 이 정도가 걸렸다.
정상은 그냥 공터였으며, 표지석과 길 안내 표지판 말고 다른 벤치나 헬리페드 같은 인공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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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릉 방면 등산로는 삼불사 방면 등산로보다 길이 더 넓고, 주변에 문화재들도 훨씬 더 많이 있었다. 여러 불상들이 있었으며 심지어 머리가 날아가고 없는 부처 좌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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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을 마치고 삼릉숲 구간에 들어오니 여기는 온통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신라 왕릉은 후대의 조선 왕릉과 달리 무덤 주변에 무슨 기와집 건물이나 시뻘건 입구 문 같은 게 없다.

2. 큰갓산, 송화산 (옥녀봉, 276m)

다음으로 동국 대학교 경주 캠퍼스와 주변의 석장동을 ㄷ자 모양으로 감싸고 있는 '그 산'을 드디어 올랐다. 성남시 금곡동을 감싸고 있는 태봉산과 크기와 형태가 얼추 비슷하다.
동국대 부속 유치원 근처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는 등산과 하산 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차를 가져가지 않고 버스를 타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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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은 정말 바위라고는 없이 이런 흙길에다 가끔씩 주인을 알 수 없는 무덤, 그리고 가파른 계단만이 쭈욱 이어졌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면 동국대 기숙사 쪽으로 내려가면서 산이 끝나 버린다. 그러지 말고 큰갓산 방면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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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운동 기구와 평상도 나타났는데, 평상 위에다 돗자리 깔고 텐트 치고 누워서 한숨 자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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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국립공원 '화랑 지구'라는 곳에 진입했다. 아마 큰갓산은 아니고 송화산만 국립공원인 듯했다.
여기 일대는 산의 높이 자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여러 산봉우리를 올랐다가 내리기를 반복해야 해서 움직이기 힘들었다. 다만, 능선으로 피해 가는 산책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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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마을이라고 뭘 열심히 만들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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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걸은 끝에, 송화산의 정상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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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유신 장군 묘도 여기에서 굉장히 가까이 있다던데.. 본인은 여래사 방면으로 하산했다.
여기는 공교롭게도 작년에 중앙선 폐터널을 답사했던 곳과 동일한 지점이었다. 그때는 요런 등산로가 있다는 것을 발견까지는 했지만, 더 올라가면 뭐가 나오는지는 모르는 채로 돌아갔는데 그 의문을 드디어 풀게 됐다.

3. 선도산 (390m)

선도산은 송화산의 남쪽에 있는 산으로, 남동쪽 기슭에 무열왕릉을 비롯해 왕릉이 몇 개 더 있다. 다만, 무열왕릉만 뭔가 울타리가 쳐져 있으며, 나머지 왕릉은 단촐한 형태여서 등산로에서 쉽게 접근 가능하다.
왕릉 주변에는 서당 같은 한옥 건물들이 잔뜩 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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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지금까지 국사 시간에 말로만 들었던 진흥왕의 무덤이라고 한다. 바로 옆에는 진지왕의 무덤도 있다.
등산로는 처음에는 왕릉답게 소나무 숲길로 시작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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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 내부에서 길을 잘못(?) 선택했는지 어쨌는지..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인 등산로 대신, 이렇게 하늘이 뻥 뚫려 있고 자동차나 ATV 정도는 지나갈 수 있을 법한 비포장 흙길이 나와 버렸다. 본인은 이 길을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인터넷 지도로 로드뷰를 보면, 초록색 선이 그어진 정규 등산로 말고, 오른쪽에 그래도 희미하게 길 같은 흰 선이 그어진 게 보일 것이다. 그 길을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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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길도 끝까지 가니까 다행히 정상으로 도달하긴 했다. 이건 정상 부근에 있는 '경주 서악동 마애여래삼존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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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을 지나서 정상 마지막 200m 동안은 길이 좁고 가파르고 험해졌는데, 거기를 오르니 이렇게 돌무더기가 두어 개 놓여 있고.. 공터라기보다는 그냥 길목에 가까운 산 정상이 나타났다.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번에도 차 때문에 산을 반대편까지 횡단하지는 못하고 왔던 길로 그대로 내려왔다.

4. 소금강산 (176m)

소금강산은 경주시에서 동해남부선 철길 건너편의 용강동에 있는 자그마한 산이다. 기슭에 근화여중· 여고가 있고, 백률사라는 절이 있다. 높이는 낮지만 세로로 길쭉한 편이며, 동쪽으로 더 크고 높은 산맥이 있다. 그 크고 높은 산맥이 북한산에다 비유한다면 저 소금강산은 북악산뻘 되는 것 같다.

소금강산을 제대로 경함하려면 산을 남북으로 끝까지 종단해야겠지만.. 시간 관계상 그리하지 못하고 일단 백률사에서 산 정상까지 오르는 걸로 마쳤다. 워낙 낮으니 이 산은 정상에도 산불 감시 초소와 운동 기구만 있을 뿐, 다른 거창한 표지석 같은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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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경주에서 등산을 할 일이 있으면 남산의 다른 등산로와 봉우리(특히 고위봉)부터 시작해 그 이름도 유명한 토함산, 그리고 현곡과 건천 방면의 구미산까지.. 갈 데가 많다.
이상이다. 설 연휴 동안 등산만 한 건 아니고 다른 경주 관광을 한 것도 있는데.. 그건 나중에 사진과 자료가 정리되면 소개하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9/02/13 08:36 2019/02/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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