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람과 방향

우리말에서 '남침'이란 남쪽"을" 침범/침략한다는 뜻이다. 글쎄, SVO형 언어인 중국어의 어순을 고려한다면 '침남'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어에서는 단어가 저렇게 형성됐다.
과거에 북괴가 한 짓이 남침이며, 여기서 '남'이 target, destination이다. 어휘력 문제인지 아니면 이념과 역사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도에서 이거 뜻을 분간할 줄 모르는 사람도 있대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곤 했다.

그런데 바람의 방향을 말할 때 '남풍'은 남쪽으로 부는 바람이 아니라 남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다. '남'이 source, origin이니 '남침'과는 사정이 다르다.
비슷한 맥락으로 편서풍은 서쪽에 있는 중국에서부터 불어서 반도에 황사와 미세먼지를 가져오는 바람을 말한다.

영어에서 "I'm coming!"을 "오는 중이야"가 아니라 "가는 중이야"라고 번역하고, 부정의문문의 대답일 때는 "Yes, I did"를 "아니, 했다니까"라고 번역하는 것처럼.. 혹시 방향별 바람의 명칭도 언어에 따라서 보정해서 번역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허나, 바람의 방향은 목적지가 아닌 출처를 따지는 게 인간의 보편적인 관습상 더 중요한가 보다. 바람은 수학의 벡터 같은 존재는 아닌 듯하다.

성경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바람은 동풍이다. 서풍은 출애굽기 이집트의 재앙에서 메뚜기 떼 처리용으로 딱 한 번만 나온다. (출 10:19) 서쪽 아프리카에 있는 이집트에서 들끓는 메뚜기들을 동쪽 홍해로 쓸어 넣으려면 서풍이 불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홍해 경부 고속도로를 만든 바람은 동풍이었다고 나온다(출 14:21). 그 말인즉슨, 바닷물은 모세가 서 있는 방향에서 건너편으로 갈라진 게 아니라, 건너편에서 모세가 있는 쪽으로 역순으로 갈라졌다는 뜻이다. <십계>나 <이집트의 왕자> 같은 영화에서 묘사된 바와는 다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본인이 예전에 이집트의 왕자를 분석하면서도 언급한 바 있다.

성경에서 이런 것만 쭉 살펴보면 "하나님은 특정 방향을 선호하신다"라고.. 그럴싸해 보이지만 논란의 여지도 있는 그런 패턴 내지 팩트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복음이 자연스럽게 전파되어 온 방향이 '동 → 서'(동풍)이며, 반대로 '서 → 동'은 뭔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방향이라고 한다.

이런 것까지 생각해 보면, <사람을 보며 세상을 볼 땐> 찬송가의 결말부에 나오는 "동남풍아 불어라, 서북풍아 불어라"는 도대체 무슨 심상으로 써 넣은 가사인지 문득 굉장히 궁금해진다!
이 곡을 만든 분(최 영택. 작사· 작곡 모두)은 나이 지긋한 교회 장로로, 김천에서 자기 이름을 딴 병원을 차린 정신과 의사이다. <그를 향하여 우리의 가진 바...>의 작곡자이기도 한데, 두 곡은 어쩐지 동일 작곡자의 작품인 티가 미묘하게 나는 것 같다.

2. 천체들의 회전 방향

우주의 관점, 아니 더 정확히는 태양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천체들의 주된 회전 방향은 '반시계 방향'이다. 태양계 행성들을 위에서 아래로, 북극 방향으로 내려다봤을 때 도는 방향이 반시계라는 뜻이다. 자전과 공전 모두 말이다.

  • 어떤 행성의 공전 방향은 그 공전 대상인 모성의 자전 방향과 대체로 동일하다. 그리고 자전 방향도 자신의 공전 방향과 대개 일치한다.
  • 그런데 태양은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

이런 재귀적인 논리 전개에 따라, 지구를 포함해 태양을 도는 모든 행성들은 반시계 방향으로 공전하며, 자전 방향도 대부분 반시계 방향이다. 지구를 도는 달도 마찬가지이다.
지구는 옆에서 적도를 봤을 때 바다와 대륙들이 서에서 동으로, 즉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면서 스크롤된다. 그리고 반대로 지표면에서 태양을 보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보인다.

뭐, 예외는 금성(행성들 중 혼자 유일하게 자전 방향이 반대), 천왕성(자전축이 90도대여서 데굴데굴 구르는 형태로 공전), 그리고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해왕성의 자전 방향과 반대인 역행 공전)이 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자그마한 예외 수준이다.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방향은 동에서 서(즉, 동풍의 방향)라고 여겨진다.
지구가 서에서 동으로 자전하고 있으니, 지구상의 어떤 물체를 동에서 서로 이동시키려면 신의 입장에서는 물체를 잠시 집어서 지구로부터 떼었다가 잠시 후에 제자리에 다시 놓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만 해도 인간 같은 미물이 보기에는 그 물체가 갑자기 공중에 떴다가 초고속 공간 워프를 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려면 물체를 들었다가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더 앞선 지점에다가 놓아야 한다. 뭐, 하나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 있겠냐만, 그게 좀 더 번거롭다.
성경과 과학을 굳이 어거지로 조화시켜 보자면 이런 디테일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ㅎㅎ

이렇듯, 교통에서 좌측· 우측통행만큼이나 시계· 반시계 회전 방향 문제는 무척 흥미롭다. 어째 시계는 또 그렇게 도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통용되었나 싶기도 한데..
한편으로 육상 트랙의 회전 방향은 반시계 방향이 세계 표준으로 정착해 있다.

과연 우리 태양계 밖의 다른 항성계 중에는 시계 방향이 주류인 물건이 있을까?
사실은 태양도 자기 천체들을 이끌고 우리 은하를 공전하고 있긴 한데, 거기를 도는 방향은 우리 은하의 북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반시계가 아닌 "시계 방향"이라고 한다.
다만, 이 태양의 공전은 그 스케일과 주기(수억 년에 1회!)가 정말 까마득할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에 여느 행성의 공전과 같은 급으로 취급하기는 곤란하다. 저걸 도대체 어떻게 관측하고 알아 냈는지,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는 도대체 무슨 거대한 중력원이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3. 지구와 달의 역학 구도

(1) 달처럼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동일하여 모성에서는 언제나 앞면만 보이는 위성을 동주기 자전 위성이라고 한다. 동주기 자전이라는 건 자전 방향과 공전 방향이 서로 일치한다는 것도 당연히 내포함을 알 수 있다.

지구의 위성인 달은 잘 알다시피 다른 행성들의 여느 위성과는 다른 특이한 점이 무척 많다. 유난히 큰 것, 지구에서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과 거의 같은 것 말이다. 다만, 자전과 공전 주기가 동일한 건 천체역학적으로 볼 때 긴 시간이 주어지면 다른 천체에서도 궁극적으로 도달 가능한 현상이다. 트리톤만 해도 동주기 자전 위성이며, 이것 자체는 달만의 유니크한 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2) 사실, 위성이 모성을 공전하면 위성뿐만 아니라 모성도 위성의 질량의 영향을 받아서 들썩거리게 된다. 위성과 모성 모두 둘의 질량 중심점(barycenter)을 축으로 돌게 되는데, 그 질량 중심이 어차피 모성의 내부에 있기 때문에 모성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지구와 달의 질량 중심은 지구의 중심으로부터 467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한다. 지구의 반지름 6378km보다는 짧으니 여전히 지구의 내부이긴 하다. (☞ 관련 동영상)
그 반면 명왕성과 위성 카론의 경우, 크기와 질량이 어느 한 쪽이 압도적으로 크지 못하기 때문에 그 중심이 두 행성의 외부인 우주 공간에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상대방을 마주 보면서 빙글빙글 돌게 된다.

(3) 앞서 살펴봤다시피 지구와 달의 질량 중심은 지구의 내부에 있고.. 다음으로 지구와 달 사이의 공간에서 양 행성간의 인력이 동등해지는 중간점은 거의 9:1쯤 되는 지점에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가 약 384000km인데, 그 중점은 약 345000km라는 것이다. 이건 '라그랑주 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9/02/21 19:31 2019/02/2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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