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Visual C++ 사용 메모

1. 디버깅 관련

수 년 전에 본인은 Windows에서 명령 프롬프트와 디버그 로그(OutputDebugString)에 유니코드가 지원되는 날이 언제쯤 올까 푸념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이건 놀랍게도 Windows 10에서 명령 프롬프트의 유니코드화(특수한 여건이 갖춰졌을 때 부분적으로 한해서)와 더불어 그럭저럭 현실이 됐다.

디버거 툴에 대해서 본인이 더 원하는 것은..

(1) IDE가 디버거를 붙여서 직접 실행해 준 디버기 말고.. 타 프로세스에 의해 실행된 디버기도 자동으로 감지해서 breakpoint 내지 로그 출력을 잡아 주기
(2) breakpoint의 작동 조건으로, "임의의 타 지점을 먼저 지나쳤거나 그게 call stack 아래에 있을 것" 정도 지정하기

정도이다.
(1)을 위해서 Attach to process 같은 기능이 이미 있긴 하다. 하지만 내 프로그램이 아주 잠깐 동안만 짤막하게 실행되고 마는 상황이라면(정상적인 종료이든, 오류로 인한 종료이든) 사용자가 느릿느릿 일일이 저 명령을 내릴 겨를이 없다.
이건 EXE의 디버깅도 DLL의 디버깅과 비슷한 양상으로 만든다. 실행 인자를 사용자가 지정해 주는 게 아니라, 이 EXE는 다른 EXE로부터 어떤 인자를 받아서 실행됐는지를 디버거로부터 안내받게 될 것이다.

(2)는 물론 코드 자체를 고쳐서 상태 변수 같은 걸 global하게 추가하는 식으로 편법으로 구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몹시 귀찮고 불편하다.
디버깅을 해야 하는 코드가 여러 부분에서 호출되고 있는데 우리는 특정 상황에서 호출된 것에만 관심이 가 있는 거..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한 지원이 더 잘 된다면 프로그래머의 생산성이 많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글쎄, 위의 두 아이템은 오래 전에 이미 언급한 적도 있을 것이다.
이것 말고.. 딱히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 전혀 없는데 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기능으로는..
디버깅을 위해 실행할 프로그램과 인자(argument)를 여러 세트 등록해 놓고.. 사용자가 예전에 등록해 놨던 세트를 곧장 불러올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도 Debug 탭의 Command 입력란의 콤보 상자를 눌러 보면.. 달랑 revsvr32, Edit, Browse 이런 몇 가지 고정적인 아이템밖에 없다. 거기에다가 사용자가 이전에 등록한 적 있는 세트들이 같이 나오면 된다. 이 얼마나 깔끔한가?
EXE라면 Command가 바뀔 일은 별로 없겠지만 인자에 대한 세트 관리 기능이 있다면 충분히 유용할 수 있다.
IDE에 이런 기능이 없으니 날개셋 같은 개인 작품에서나 회사 제품 코드에서나.. 디버깅을 위해 사용할 다양한 프로그램들 경로를.. 소스 코드 주석이나 별도의 텍스트 파일에다 따로 메모해 놓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세트 데이터는 굳이 해당 프로젝트 파일에다가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 프로젝트/솔루션에 의존할 필요 없이, 그냥 그 프로그램 자체의 history data 명목으로 관리하는 형태로 제공되어도 충분히 편리할 것 같다.

2. 코드 자동 서식 적용

요즘 Visual C++ IDE에는.. 코딩을 하면서 닫는 중괄호나 세미콜론이 입력됐을 때, 각종 변수와 연산자· 토큰 사이에 공백을 균일하게 삽입하거나 없애고 탭 들여쓰기도 일관되게 맞춰 주는 '자동 서식' 기능이 제공된다. 쉽게 말해 whitespace에 대한 formatting 말이다. 이 옵션이 기본적으로 켜져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건 Visual C++ 2013쯤부터 처음으로 도입됐다. 2012에는 아직 확실하게 없었다.
베이직은 1980년대 도스 시절 QuickBasic에서부터 있었으며 C#도 최소한 200x 버전에서는 들어간 기능이지 싶은데 C++은 이제야 도입됐다.

다른 언어들은 문장을 완전히 파싱해서 내부 representation tree로 바꾼 뒤, 그걸 텍스트로 재구성함으로써 서식도 덤으로 적용되는 것이겠지만, C++은 그럴 수는 없지 싶다. 진짜 기계적이고 lexical한 문자열 치환 수준에서만 서식이 적용되지 싶다.

자동 서식 기능이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편인데.. int *a, *b는 왜 int* a, * b라고 공백을 어색하게 배치하나 모르겠다. D처럼 int* a,b라고 썼을 때 b까지 포인터형이 되는 언어라면 모를까, 포인터형 별표와 변수명 사이에 공백이 들어가야 할 필요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배열 delete인 delete[]도 토큰 배치가 약간 기괴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붙여서 delete[] ptr; 이러는 걸 선호한다.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delete []a를 다 붙여서 delete[]a로 바꾸는 건 좀 의아하다. 차라리 delete[] a라고 해 주지..
비슷한 맥락으로로, 함수의 인자로 배열의 포인터를 전달하는데 TYPE(*arg)[4] 같은 것을 한데 다 붙여 버리니 이 또한 어색하고 이상하다.

이런 것들이 C++의 자동 서식은 완전한 파싱을 거쳐서 적용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지 싶다. 그러니 매크로나 템플릿 내부 같은 데서도 정확한 동작을 기대하기 어렵다.

3. 2019, 대화상자 리소스 에디터 뻗음

Visual Studio IDE는 2012~2013 즈음부터 외형이 크게 바뀌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에 특히 2015와 2017은 내 경험상 거의 분간이 안 된다. 영문판은 웬일로 FILE EDIT 등 메뉴 이름을 잠깐 몽땅 대문자로 표기하는 객기(?)를 부리기 시작했다가 후대 버전에서 객기를 접은 듯하다.
2019는 프로그램의 제목 표시줄이 없어지고 화면 첫 줄에 곧바로 메뉴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현재 열려 있는 솔루션의 이름은 메뉴의 오른쪽에 표시된다. 윕 브라우저들도 그렇고 요즘은 제목 표시줄을 없애는 게 유행이기라도 한가 보다. 게다가 쟤들은 메뉴조차 없애 버리고 Alt키를 눌렀을 때만 메뉴가 표시되게 해 놨다.

그렇게 프로그램의 외형이 야금야금 바뀌는 것이야 좋다고 치는데.. 왜 예전에는 경험한 적이 없던 버그까지 야금야금 끼어 들어가나 모르겠다.
우선 아주 불규칙하지만 분명한 빈도로.. 텍스트 에디터의 폰트가 본인이 수동으로 변경하기 전의 원래 폰트로 되돌아간다. 정확한 재연 조건은 모르겠다. Visual Studio를 열어 놓은 채로 며칠 간격으로 절전 모드에 들어갔다가 복구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되돌아가 버린다.

그리고 C++ win32 리소스 중에서 대화상자 편집기만 제대로 안 열리고 프로그램이 무한 루프에 빠지며(= CPU 소모하면서) 응답이 멎는 문제가 있다.
잘 알다시피 Visual Studio 2012부터는 msi 파일을 생성하는 배포 패키지 프로젝트가 짤려서 기본 제공되지 않는다. 별도의 extension을 설치해야만 다시 지원된다. 본인은 회사에서는 그렇게 했다.

그런데 그 extension을 설치한 뒤부터 win32 프로젝트에서 대화상자 편집기가 열리지 않고 IDE가 얼어붙어 버렸다. 그래서 대화상자 리소스를 편집하는 작업을 할 수가 없어졌다.
뒤늦게 그 extension을 disable시키거나 아예 제거해도.. 버전 16.2.3 최신 업데이트를 적용해도, 심지어 Visual Studio를 재설치(복구)해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 VS 2019는 대화상자 리소스를 영원히 편집할 수 없는 절름발이 상태가 된 것 같다.

검색을 해 보니 이 문제는 VS 2019 초창기 시절부터 종종 보고되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release candidate 수준의 옛날 일이지 최신 업데이트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발생하거나 해결됐다는 얘기는 딱히 발견하지 못했다.
이러니 Visual Studio는 최신 버전이 구버전의 용도를 완전히 흡수· 대체하지 못하고 구버전도 여전히 병행해서 사용돼야만 할 것 같다. 결국 회사에서도 2010을 따로 설치해야 했다.

4. 2010, 동작은 하지만 이상한 경고 메시지

그럼 구버전은 아무 이상이 없느냐 하면 불행히도 그것도 아니다.
Windows 10 초창기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몇 번 거치고 나니 VS 2010 devenv.exe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에러 메시지를 한번 내뱉은 뒤에 실행된다.

The file C:\WINDOWS\Microsoft.NET\Framework\v2.0.50727\Microsoft.Vsa.tlb could not be loaded. An attempt to repair this condition failed because the file could not be found.
Please reinstall this program.


이미 알려진 문제이며 .NET Framework 3.5를 설치한 뒤에 Visual Studio도 복구(재설치)하면 이런 메시지가 없어질 거라고 하는데..
프로그램 사용을 못 할 정도의 치명적인 오류는 아니니 귀찮아서 안 하고 지낸다. 어차피 VS 2010을 C# 같은 .NET 플랫폼 개발용으로 사용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5. 컴파일러의 버그

하루는 32비트 정수와 16비트 정수를 인자로 받아서 이걸 한데 뭉친 64비트 정수를 되돌리는 정말 간단한 인라인 함수를 구현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생성된 값을 저장하고 불러오게 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불러온 결과가 이전에 저장했던 결과와 일치하지 않고 프로그램이 제대로 동작하질 않았다.

곳곳에다 변수값을 화면에다 찍어 봐도 내가 짠 코드에는 좀체 문제가 없는 것 같고..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값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갑자기 생기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MAKELONG(16012, 76)의 계산 결과값이 저장할 때와 불러올 때가 서로 다르다는 게 믿어지시는가? high word 쪽의 값이 내가 지정한 값이 아니라 32766 같은 엉뚱한 값을 기준으로 계산되었다.

해당 함수를 #pragma를 줘서 최적화를 끄고, 인라이닝을 해제하는 등 별짓을 해도 계산값이 교정되지 않았다. 컴파일러가 구형인 것도 전혀 아니고, 갓 업데이트 받았던 따끈한 Visual C++ 2019 16.3.2였다.
신기한 것은.. { return X|(Y<<32); } 대신

{
    auto ret = X|(Y<<32);
    TRACE("%d %d\n", X,Y);
    return ret;
}

이렇게 함수 인자를 강제로 화면에다 찍게 하면 버그가 발생하지 않고 계산이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하지 않고 함수를 아예 #define 매크로 형태로 고쳐도 문제가 동일하게 발생하니.. 이 정도면 변수를 참조하는 코드 자체가 단단히 잘못 생성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수 년 전엔 bit rotation을 구현한 암호화 알고리즘에서도 release와 debug의 동작이 다르고 최적화 적용 여부에 따라 동작이 달라지는 현상을 발견하긴 했는데.. 이 문제는 그것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였다.
물론 비트 연산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컴파일러가 << >> | 같은 연산자를 다루는 데서 무리하게 최적화를 시도하는가 보다.

결국 이 버그는 memcpy라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물건을 동원함으로써 겨우 회피할 수 있었다. 64비트 정수에다가 일단 32비트 값을 대입한 뒤, 4바이트 오프셋에다가 16비트 정수를 강제로 복사하게 했다. 컴파일러가 memcpy는 어째 제멋대로 최적화를 안 했는지 이렇게 하니 프로그램이 깔끔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비트 엔디언 독립성은 물론 포기했다.

memcpy는 예전에 align이 맞지 않는 임의의 단위로 메모리를 읽고 써야 할 때.. x86 계열에서는 아무 문제 없다가 ARM 같은 CPU에서 멀쩡한 프로그램이 뻗을 때도 유용하고 사용한 적이 있다.. CPU 특성이나 컴파일러의 특성을 가리지 않고 제일 무식하고 확실하게 메모리를 읽고 쓰는 게 보장돼야 할 때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듯하다.
그나저나 컴파일러의 버그임이 명백한 이 현상은 도대체 왜 발생하는지, 해결할 방법이 없나 궁금하다.

이상이다.
본인은 예나 지금이나 개인용 컴터에는 VS 2003, 2010, 2019를 나란히 설치해 놓고 지낸다. 즉, 최신 버전 말고도 2003과 2010은 고정 설치라는 뜻이다.

한때는 최신 API에 대한 설명 때문에 201x의 도움말을 하드에 설치해 놓았으나, 요즘은 마소에서 로컬 도움말은 2015 이후로 업데이트도 안 하고 거의 버린 자식 취급하길래..
그건 포기하고 그냥 옛날 200x 시절의 MSDN을 고전 Windows API 및 기본 C/C++ 레퍼런스용으로 사용한다. 이걸로 충당이 안 되는 최신 정보는 인터넷 조회로 해결하고 말이다.

Visual C++ 201x 버전들에서 본인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인상적인 변화 사항은 다음과 같다.

  • 2012: 흰 스킨 도입. Windows XP 타겟 지원을 최초로 중단했다가 별도의 툴킷으로 따로 제공 시작. Syntax coloring이 더 세분화됨. 정적 분석 기능 도입. 예전 같은 서비스 팩 대신, 업데이트 n 형태로 수시로 업데이트 되기 시작
  • 2013: 약간 푸르스름하면서 흰 스킨 도입. 코드 자동 서식 적용 시작, 커뮤니티 에디션 도입.
  • 2015: C 런타임 라이브러리 구조가 개편됨
  • 2017: 설치/업데이트 체계가 전면 개편됨. 안드로이드 등 별별 환경 개발까지 다 지원하기 시작. 오프라인 도움말 앱을 사실상 지원 중단
  • 2019: 프로그램 제목 표시줄이 없어짐. 스플래시 화면이 더 간지나게 바뀜. 색깔이 채도가 약간 더 올라가고 산뜻해짐. 처음 실행했을 때나 기존 솔루션을 닫은 직후에 통상적인 시작 페이지 대신, "원하는 작업을 선택하세요" 대화상자가 표시됨.

Posted by 사무엘

2020/01/04 08:34 2020/01/0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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