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관심사, 어록

※ 내 관심사의 변화

1. 자동차(1990~)

그냥 별 이유나 생각 없이.. 꼬마들이 공룡이나 로봇 좋아하는 것처럼 자동차가 너무 신기해서 심취했다. 친구 집에서 이 시기의 월간 자동차생활 잡지를 독파하고 현대 자동차의 주요 연표를 암기했다. 자동차생활이 아니었으면 ‘쌍용 칼리스타’ 같은 차가 있었다는 걸 알 길이 없었겠지..
뉴 그랜저, 스쿠프 터보, 엘란트라 등등.. 이때는 수동 변속기 차량이 아직 많았으며, 변속기는 수동 5단 또는 자동 4단이 일반적이었다.

2. 컴퓨터(1992~)

‘디지털’이라는 것에 확 꽂혔다. 그냥 물리적으로 바늘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0과 1을 기계가 정확하게 분간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를 본능적으로 간파했다. 컴퓨터는 다른 기계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계이고, 오히려 다른 기계들을 제어하는 용도로 쓰이겠다는 걸 알게 됐다.

컴퓨터 모니터에다 형형색색으로 나만의 개성과 철학을 표현하는 게 좋았다. 고등학교 시절에 C/C++과 Windows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긴 했는데.. 문제는 이때부터 평범하고 정상적인 학창 생활도 내 인생에서 끝났다는 거..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정보 올림피아드 입상 실적만으로 들어갔다.

3. 한국어, 한글(1990년대 중반)

아무리 요즘 조선이라는 나라가 이미지가 너무 안 좋다지만, 그래도 초기에 왕이 백성을 위해서 굉장히 잘 만들어진 문자를 창제했다는 건 너무 위대하고 거룩하고 혁명적이고 칭송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한국어는.. 참 괴상망측하면서도 독특한 면모가 많은 언어이다. 하필 국제 공용어인 영어하고는 극과 극으로 너무 다른점이 많고 구조가 더 복잡하다.
x86이 ARM보다 전기 더 많이 잡아먹는 아키텍처이듯, 같은 의미를 전하더라도 한국어는 영어보다 두뇌 처리 요구량이 더 많은 언어라고 난 생각한다.

언어는 인간이 짐승이 아니라 신을 닮은 면모 중 하나이다! 사후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다른 모든 물질 문명은 없어질지 몰라도, 언어라는 시스템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니 이에 대한 공부는 미리 많이 해 놔서 아까울 게 없을 것이다.

4. 세벌식 자판(1998~)

세상에 라틴 알파벳이나 그 아류작 말고 기계식 타자기를 만들 수 있는 문자가 또 있긴 하겠나?
글쇠 수가 너무 적고 빠르게 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모를까, 도깨비불 현상 없고 타자기와 컴퓨터에서 완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타자가 가능하고 고속 타자에도 적합한 입력 방식이 있는데 왜 이걸 안 쓰는 걸까?
기왕 한글 같은 문자가 있고 타자기나 컴퓨터 같은 기계가 있다면 이를 연결하는 글쇠배열은 세벌식이 되는 게 타당하다. 이 바닥이 괜히 내 평생의 연구 주제가 된 게 아니다.

5. 킹 제임스 성경(2002~)

인간이 저술한 세상의 다른 모든 고전들은 원래 의미가 소실돼서 학자들이 복원한다거나 귀걸이 코걸이식 해석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좀 예외적인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살아 있고 보존을 약속하셨다. 바벨 탑 사건으로 인해 언어가 혼잡해진 한편으로, 그래도 적절한 때에 접근성 좋은 한 언어로 성경 말씀의 절대 기준도 마련해 주셨다.

다양한 번역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음미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영어 KJV의 번역 자체가 이미 중의적인 표현이 여럿 있다. God will provide himself a lamb 이런 게 풍성한 표현이지, ‘사탄의 왕좌’냐 ‘사탄의 자리’냐.. 루시퍼냐 계명성이냐 이런 것은 맞고 틀림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6. 철도(2004~)

새마을호 열차를 타면서 시종착역에서 운명적으로 들었던 BGM Looking for you!!!!
철도청 공무원 철밥통들이 어떻게 이런 미친 음악을 열차에다 집어넣은 걸까?
이걸 들으면서 난 최면에 걸린 듯이.. 철도를 내 개인의 교통수단으로 영접했다. 이게 다 Looking for you 때문이다.
새로 태어난 철덕으로서 서울 지하철 노선도 국내 철도 연표, 차량 계보, 철도 노선을 암기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주요 지리까지 다 눈에 번쩍 뜨였다.

철도뿐만 아니라 자동차, 비행기, 로켓의 동력원에도 관심이 생겼다. Looking for you는 3천 번 이상 들으면서 진작에 악보로 박제됐다. 철도님은 지금도 내 안에서 살아 역사하고 계신다.

7. 호박(2021~)

2010년대 중반부터 내 생활 패턴이 등산, 캠핑 등 자연인 스타일로 많이 바뀌었는데 그러다가 부모님 따라 농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텃밭에서 자그마한 단호박이 아니라 시골에서나 보던 커다란 맷돌호박이 열리는 걸 보고부터 눈이 뒤집힌 것 같다.

여느 나무나 풀하고는 달리 길쭉한 덩굴이 생기고 노란 꽃이 피고.. 명색이 채소인 게 무슨 과일처럼 동글동글 굉장히 큼직하고 묵직한 열매가 맺히고..
다른 식물이라면 내가 이 정도로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
다 시들어서 죽은 덩굴 내지 낙과한 열매는 무덤을 만들어서 묻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8. 멧돼지(2021~)

난 애완동물 같은 것에 별 관심이 없으며, 개고기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다. 길고양이한테도 전혀 눈길을 안 줬었다.
그랬는데.. 요즘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보이는 족족 못 잡아서 안달인 웬 멧돼지한테 귀여움과 연민을 느끼고 있다.

시골에서 호박 가꾸고 멧돼지 키우면서, 짬짬이 강가에서 텐트 치고 컴터 두들기며 한글 입력기 개발하고 있으면 .완전 신선놀음 그 자체일 것 같다~!

왜, 프로그래머의 최종 테크가 치킨집 사장이라고 자학개그가 한때 많이 나돌았다.
대학교 컴공과 다니는데, 코딩 과제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동네 치킨집 사장님한테 물어 보면 잘 가르쳐 준다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코딩 과제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근처의 호박밭 가꾸는 농부 아저씨, 멧돼지 키우는 농장 주인 아저씨한테 물어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옛날에 미국에서는 웬 시골 촌뜨기 아가씨조차 공구를 들고 와서 퍼진 자동차를 뚝딱 수리하는 걸 보고 일본인 사절단이 기겁했듯이.. (우린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을 절대 이길 수 없겠다)
한국에서는 이런 자연인 도인 아저씨도 C/C++ 코딩을 능숙하게 한다... 뭐 그런 느낌 말이다. ㄲㄲㄲㄲㄲ

※ 내 어록

운전

  • 과식과 과속은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 내가 동승자 없이 혼자 운전할 때도 천천히 가속하고 부드럽게 모는 것은 오로지 기름을 아끼기 위해서이다. 안전만 생각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급하고 과격하게 밟아도 된다.
  • 고성능 엔진을 개발하는 연구진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차는 운전대를 잡았으면 최대한 세게 밟아줘야 된다. 지상에서 KTX가 시속 300을 찍는 세상인데 자동차 운전자들도 분발해야 하지 않는가?
  • 탁 트인 고속도로에서는 200도 넘기지만, 시야가 불완전하고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골목에서는 20도 안 밟으며 조심스럽게 가는 게 안전운전이다.
  • 안전운전이란 사고가 안 나는 게 절대 보장되는 운전이 아니라, "사고가 나더라도 내 과실이 안 잡히는 운전"을 말한다.
  • 고객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총알 택시 기사가 존중받아야 한다.
  • 모든 운전자는 자기가 도로라는 공공재를 점유하는 중이며, "뒷차의 앞길을 막고 있는 잠재적 민폐 죄인"이라는 생각을 좀 하면서 운전을 했으면 좋겠다. 왜.. 자연 환경은 후손으로부터 빌려 쓰는 거다.. 이런 생각과 비슷하게 말이다.

캠핑

  • 집보다 더 좋은 건 텐트, 그냥 텐트보다 더 좋은 건 폭우 속 텐트,
    빗속 텐트보다 더 좋은 건 꽁꽁 얼어붙은 강물 위의 텐트이다.
  • 한겨울에 난방이란 건 물을 데우는 용도일 뿐, 공기를 데우는 용도가 절대 아니다.
  • 차의 기름은 오로지 차를 가게 하는 데만 쓰여야 한다.
  • 이런 날씨와 여건에도 불구하고 자연 속에서 텐트 치고 자지 않는 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자연에 대한 죄악이다. 꼭 환경오염만 죄악인 게 아니다.
  •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캠핑을 한다"가 아니다. "이런 날씨이니까 더욱 캠핑을 한다"이다.
  • 집은 그저 주민 등록 주소와 우편물 수령 장소 제공, 그리고 전기· 수도· 와이파이의 보급 기지일 뿐이다. 사람이 자는 곳이 아니다.

철도

  • 철도를 명절 때나 생각나는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군자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것과 같다.
  • 난 '암웨이'가 아니라 '암트랙'이 좋다.
  • 철덕 내지 철도 업계 종사자라면 자기 팔이나 다리를 어느 정도 뻗어야 표준궤 궤간 1435mm인지, 그리고 레일바이크라도 굴려서 쇠바퀴로 쇠레일을 달리면 고무바퀴로 아스팔트보다 얼마나 더 잘 나아가는지 차이를 감으로 뼛속까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 내 인상의 4대 기념일

  • 1983년 2월 23일 생일
  • 2000년 9월 4일 정보 올림피아드에서 대상 받음
  • 2002년 8월 11일 침례 받음
  • 2004년 1월 31일 새마을호 열차에서 Looking for you 듣고 철령이 강림함. 철도를 내 개인의 교통수단으로 영접함

Posted by 사무엘

2022/03/21 08:35 2022/03/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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