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관련이 없는 아이템들이긴 하지만, 그냥 한 글에다 한데 엮었다. ㄲㄲㄲㄲㄲㄲ

1. 사다리

성경의 창 28:12에 나오는 야곱의 꿈 말이다. 하늘에서 아래로 사다리가 하나 내려와서 천사들이 그걸 딛고 하늘과 땅 사이를 오르내렸다고 한다. 그걸 묘사한 성화도 역사적으로 아주 많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과거에서 현대로 갈수록 “사다리가 아니고 계단이지 않을까?”로 바뀌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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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490년경에 프랑스에서 그려졌다는 이 옛날 그림을 보자. 천사들이 손까지 기둥을 붙잡아야 할 정도로 (1) 직각에 가까운 경사의 사다리를 타고 오른다. 진짜 문자적인 사다리.. 무슨 성벽 타는 공성전을 치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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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중에는 손까지 붙잡지는 않고, 다락방 계단 같이 아주 가파른 (2) 계단 반 사다리 반이 등장한다.
더 나중에는 보다시피.. (3) 아예 희고 단단하고 경사도 훨씬 더 완만한 돌계단으로 바뀐다.
야곱이 꿈 속에서 실제로 본 장면은 (1)~(3) 중 어디에 가장 근접해 있을까?

이건.. 흔히 말하는 본문 계보에 따른 변개 이슈가 아니다. 그냥 옛날 성경과 현대 성경의 차이일 뿐이다.
왜냐하면 옛날에는 개역성경이고 킹 제임스고 뭐고 다 똑같이 사다리였기 때문이다. 20세기 중후반부터 창 28:12의 번역이 대놓고 ‘계단’이라고 바뀌기 시작했다.
ladder는 성경에서 저기 딱 한 번밖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구절의 용례를 비교해 볼 수 없다. 고펠나무가 노아의 홍수에서 딱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말에서는 사닥다리와 사다리 모두 표준어이다. 특히 개역성경이 이 구절에서 ‘사닥다리’를 썼고 개역개정에서도 같은 워딩을 유지하고 있다.
개역성경은 이것만 사닥다리이고, 에스겔서 등에서 운제(공정전용 이동형 사다리), 보루 같은 건 사다리라고 나름 구분을 해 놨다.

그나저나 저 1490년 그림은 사다리 주변에 아무 후광이 비치는 게 없어서 별로 간지도 안 나고, 결정적으로 사다리 꼭대기가 너무 낮다.. ㅡ,.ㅡ;; 그림을 너무 대충 그린 것 같다. ㅠㅠㅠㅠ
그래도 히브리어 원어로도 설마 계단과 사다리가 같은 단어는 아니겠지.. 계단이 아니니 처음에 옛날 번역도 사다리로 시작했던 게 아닐까 싶다.

야곱은 밤에 딱딱한 땅바닥에서 돌을 베고 자연 속 노숙을 했다. 나도 야곱처럼 살고 싶다~!!
이 창세기 28장의 야곱 이야기가 가사에 담겨 있는 드문 찬송가 중 하나가 바로..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다..! 1절이 아니라 2절과 그 이후의 가사이기 때문에 존재감이 좀 덜 느껴질 것이다. ^^

2. 물이 와인으로 변환된 기적

요한복음 2장에 기록된 ‘가나의 혼인 잔치’ 사건, 혹은 예수님이 물을 와인으로 변환하신 기적 말이다.
그때 기적적으로 자동 생성된 와인의 양은 얼마 정도였을까?

6절을 보면, KJV에 따르면 2~3 firkin 분량인 항아리가 6개가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firkin은 성경 전체를 통틀어 여기서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 생소한 단어인데.. 1 firkin은 10갤런에 대응한댄다. 그래서 KJV 이후의 통상적인 영어 성경들은 20~30 갤런짜리 항아리 6개라고 표현하였다.

1 firkin, 10갤런은 38리터에 달하는 용량이다. 생수 담는 그 말통의 두 배가량인데..
한글 개역성경은 거리의 단위 mile은 5리라고 토착화 단위를 붙였으면서 저기서는 4~6말이라고 토착화를 하지 않은 것 같다. 마 5:41의 mile도 성경에서 단 한 번밖에 안 나오는데 말이다.

요 2:6에서는 firkin을 물통에다 대응시켰는지, ‘두세 통’이라고 번역했고 이걸 후대의 우리말 성경들이 별 생각 없이 따른 것 같다. ‘통’을 단위로 보고, “2~3통짜리 항아리 6개”라고 번역하는 게 관행이 됐다.

말보회의 한글 킹 제임스는 의외로 이 관행을 깨고.. firkin의 원어를 밝혔다. “2~3메트레타짜리 물통 6개.” 즉, ‘통’은 원래 뜻인 용기, 그릇으로 사용했다. 국내의 우리말 성경 중에 요 2:6을 저렇게 번역한 성경은 한킹이 유일하다.
furlong을 ‘스타디온’이라고 원어를 밝혀 번역한 것과 동일한 정책을 취한 것이다. (계 21:16 등~) 흠정역은 furlong은 스타디온이지만 firkin은 원어를 밝히지 않았다.

요즘 말 많고 논란도 많은 표준역은?? 그쪽은 워낙 영어 직역만 고집했기 때문에 펄킨, 펄롱에다 파운드, 마일까지 몽땅 영어 도량형을 그대로 썼다. ㄲㄲㄲㄲㄲㄲ 제일 파격적이고 과격하다.

뭐, 한국어 토착화든 영어든 그리스 원어든.. 저 계산에 따르면, 가나의 혼인 잔치에 나오는 저 석재 물항아리 하나의 용량은 거의 100리터에 달한다.
예수님은 그 항아리 6개에 가득 담겼던 물을 몽땅 와인으로 변환하셨다.

600리터를.. 생각보다 양이 많다! 겨우 와인잔이나 유리병 몇 개 수준이 아니다!! 도대체 하객을 몇 명이나 초청해서 잔치를 얼마 동안이나 진행한 걸까? 오병이어처럼 수천 명은 아니더라도 100수십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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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서양 해적 영화에 나오는 허리 불룩한 나무 배럴이 용량이 개당 150~160리터였다고 한다. 그거 4개 분량이다.
그리고 요즘 석유 담는 용도로 쓰이는 철제 드럼통 용량이 개당 200리터에 가깝다고 한다. 그거 3개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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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의 혼인 잔치를 묘사한 옛 성화들 중에는 항아리가 너무 작게 묘사된 게 여럿 눈에 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고증을 무시한 결과물인 것 같다. =_=;;
오히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끝부분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이 어째 구겨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항아리를 생각해야 하지 싶다.

  • 가나의 혼인 잔치 기적은 인간이 구원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받는다는 영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요 2:5)
  • 그러고 보니 배럴(barrel)도 처음에는 150~160리터짜리 나무 술통이라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200리터짜리 드럼통의 단위 명칭으로 슬며시 바뀌었다. (석유 10만 배럴..) 우리말 성경 요 2:6에 나오는 '통'도 그런 의미 확장을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다. ^^

3. 동방박사

마태복음에 따르면, 먼 옛날 예수님이 탄생하던 당시에 일명 '동방박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별을 보고는 예수님이 태어난 곳을 찾아왔다고 한다.
성경에는 그 동방박사의 인원수나 이름 같은 건 전혀 안 나온다. 오히려 10수 명 이상 무리를 지어서 왔을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3명에 이름까지 거론된 건 아무래도 다른 종교적인 전통이나 설화가 첨가됐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동방박사들이 바친 예물이 세 종류이긴 했다. 그것 때문에 인원수까지 3이었을 거라는 편견이 생긴 것이지 싶다.

그리고.. 우리말 성경이 ‘박사’라고 해 놓으니 본문을 읽는 독자들은 저 사람들이 꼭.. 무슨 학위를 소지한 학자 글쟁이였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아니고.. 저기서는 지식보다는 지혜.. wise men 지혜자가 더 정확한 뉘앙스이다.
시쳇말 ‘현타’라고 할 때 떠올리는 그 ‘현자’.. 딱 그걸 생각하면 된다. 현자타임!!!
나중에 예수님이 어린 시절에 회당에서 진짜 율법 ‘박사’들과 논쟁하고 키배를 떴었다. 눅 2:46을 같이 보시길 바란다. ㅋ

Posted by 사무엘

2024/02/03 19:35 2024/02/0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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