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터널은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고 지하주차장은 차를 세워 두는 곳이다.
터널은 산을 꼬불꼬불 힘들게 넘을 필요 없이 두 지점을 아주 편리하게 연결해 준다. 그리고 지하주차장은 비좁은 도시에서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땅을 효율적으로 쓰게 해 준다.

그러니 둘 다 유용하기는 하지만.. 지형적인 특성상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뭐, 교량도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거기는 공기라도 탁 트여서 유독가스 질식 우려는 덜하다. 사람이 길 밖을 벗어나기가 여의찮은 게 문제일 뿐..

(1) 좀 오래된 일이지만 지난 2013년 1월, 용인 기흥구에서는 어떤 20대 정신이상자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지하2층)에서 종이와 플라스틱을 태우는 불장난을 하다가 거기 차들 39대를 깡그리 태우는 초대형 깨스를 쳤었다.
당사자는 심신미약 감형을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뒷감당과 손해 배상은 누가 어떻게 했으려나 모르겠다.

(2) 2021년 8월, 기억하시는가? 천안에서는 출장 스팀 세차 차량의 LPG 가스통에서 가스가 새어 나오고 폭발하는 바람에.. 지하주차장에 세워졌던 차량 수백 대가 불타고 그 지하주차장 전체가 쑥밭이 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이거 원인은..? 세차 기사가 설마 담뱃불까지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사자의 과실 때문으로 여겨진다.

(?) 그나저나 2010년대 말에는 BMW 520d 모델에서 화재가 유난히 잦아서 주차장에서 이 차를 거부하거나 최소한 지하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얘는 지하에서 초대형 화재 한 건보다는 여기저기서 자잘한 화재를 여럿 일으켰다.

(3) 그리고 최근인 8월경엔 인천 청라의 어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도 하고 있지 않았던 벤츠 전기차가 지 혼자 배터리가 연기와 함께 폭발하면서 불이 났다. 차량 70여 대가 같이 불탔고 그냥 초토화가 됐다.
글쎄, 불이 발생한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지만, 스프링클러가 동작하지 않아서 화재가 주변으로 더 크게 번지고 피해가 너무 커졌다는 변명도 있다.

실화, 가스 폭발, 배터리 폭발.. 가지가지 나오네. 게다가 외부 요인인 것도 있고, 차에서 자체적으로 불이 난 것도 있다.
군대에서 탄약고에 불이 나면 유폭이 발생해서 정말 큰일 나는데, 지하주차장도 전부 기름이나 배터리가 탑재된 자동차들로 가득하니 넓은 의미에서는 위험한 탄약고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니 이런 곳은 건축법이나 소방법 상으로 소방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조건이 지상 평지보다 더 빡세게 붙는다. 앞으로 전기차가 늘어나면 그 조건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 다음으로 자동차를 논하자면..
요즘 천하의 독일차도 품질이 예전 같지 않아서 논란이 많다. 보다시피 기름차와 전기차에서 골고루 사고를 쳤다. 하긴, 자동차뿐만 아니라 보잉 사의 여객기도 단순 정비불량이 아닌 결함 사고가 속출해서 체면을 구겼는데 말이다.
이런 사고는 아마 인건비 아끼고 제조 원가 줄이려고 예전에 FM대로 정규직 쓰면서 하던 검사를 생략하거나 비전문 비정규직한테 얼렁뚱땅 때워서 발생한 게 아닌가 싶다. 비행기건 자동차건 업종 불문하고 말이다.

끝으로, 문득 드는 생각인데.. 차가 불에 홀랑 타고 나면 유리창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없어져 있다. 이건 녹아서 없어진 건지, 깨져서 없어진 건지.. 무슨 작용이 먼저 발생하는지 궁금하다. =_=;;

2.
저 청라 아파트 화재 때문에 요즘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 좋아졌다.
본인은 몇몇 로또 급의 극단적인 사고 몇 건에 혹해서 전기차포비아를 조장하거나 동조할 생각은 없다. 모든 전기차들이 일각에서 오바하고 떠드는 것처럼 그 정도로 허술한 시한폭탄 위험물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무서워서 못 탈 정도이면 비행기도 추락할까 봐 무서워서 못 탈 것이다. 뭐 그런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인은 그렇다고 해서 무슨 "내연기관 기름차도 화재 나는 건 마찬가지다, 비율상으로는 기름차가 오히려 화재가 더 잦았다"는 식의 원천봉쇄 물타기 반박에도 내 소신상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기름차가 더 잦았다고 하는 그 화재 건수 통계에는.. 그냥 엔진룸에서 연기 풀풀 나고 차량용 소화기를 투입해서 진화에 성공한 자잘한 화재들까지 다 포함돼 있지 않을까?
전기차가 그렇게 불이 붙었으면 그렇게 끌 수 있지 않았을 것이다. 화재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같이 비교해야 된다.
기름차가 불이 나면 저렇게 무슨 특수 질식포를 씌우고 물을 수만 리터를 쳐 붓고.. 그렇게 해야 되나? 아니잖아.

그러니.. 저런 전기차포비아가 아주 터무니없이 생겨난 미개한 편견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사진 찍히면 내 혼이 빠져나갈까 봐 무서워했던 그런 부류가 아니다.
업계에서 이에 대해 해명하고 보상이나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뭐,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전기차를 말살하려는 기름차 업계 정유 업계의 음모 따위는 100년 전에도 없었으며 지금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서 전기차를 무작정 옹호하는 논리는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고농축 배터리는 인간이 아직 모든 면모를 100% 다 통제하지 못하는 물질인 것 같다.
지난 2011년 7월엔 리튬이온 배터리를 싣고 가던 아시아나 항공 화물기가 화재에 휩쓸려 추락한 적이 있었다.
2016년, 갤럭시 노트 7이 배터리 불량과 폭발 문제 때문에 엄청난 흑역사로 전락했던 바 있다. 그리고 지난 6월에 화성시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끔찍한 화재도 생각해 보자.
겨우 스마트폰 배터리가 그 정도인데, 같은 리튬이온 기반이면서 용량이 훨씬 더 큰 전기차 배터리는 얼마나 더 위험하겠는가?

과거엔 인류가 백린 성냥이나 니트로글리세린 폭약 관련 사고들 때문에 고생했는데, 21세기의 인류는 배터리 때문에 비슷한 고역을 겪는 것 같다.
사고가 났을 때(= 배터리가 물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때) 무슨 비행기마냥 불이 잘 나고, 게다가 불이 금세 꺼지지도 않고 몇 시간째 활활 탄다니.. 유증기가 없다는 것만 빼면 휘발유보다 더 위험한 건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다 벤츠니 BMW의 보유국인 독일도 말이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자동차 생산국이기는 하지만, 걔들은 기본적으로 내연기관이 전문이고 원조이다. 전기 모터나 배터리 쪽에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 그런 쪽은 우리나라 현기차 같은 업체들과도 거의 같은 선상에서 처음부터 다시 경쟁해야 하지 않나 싶다.

전기차에 옹호적인 분들은 일부 극단적인 사례만 갖고 전체를 매도하지 말라고, 통계의 오류에 속지 말고 언론의 편파보도에 현혹되지 말라고 항변한다.
나는 그런 개방적인 마인드를 딴 분야에도 적용해서 고속도로 터널에서 차로 변경과 추월을 좀 허용했으면 좋겠다.

요즘은 3~4차로 이상 터널도 많고 터널 안도 길이 엄청 넓고 곧고 조명도 잘 돼 있다. 전혀 위험하지 않다. 게다가 엄청 긴 터널도 많다.
1차로에서 저속으로 답답하게 다니는 몰상식한 차들도 얼마나 많은데 구시대적이고 억압적인 규제를 좀 완화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터널 부근에서 쓸데없는 유령 정체를 예방하는 방법이나 좀 AI 기술 동원해서라도 좀 개발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4/09/02 19:35 2024/09/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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