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태 이상

자동차는 오랫동안 정비를 받지 않으면 주행 중에 여러 형태로 외형적인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 방향지시등 램프가 일부 고장 나면 릴레이들에 걸리는 전기 저항이 줄면서 깜빡거리는 주기가 몹시 짧아진다. 일부 버스나 트럭이 그런 상태가 된 것을 본인은 몇 번 본 적이 있다.
  • 급브레이크가 아닌데 제동 중에 하이톤의 ‘끼익~’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건 브레이크 패드가 오늘 내일 하는 상태라는 뜻이다. 저런 소리가 안 나야 정상이다.
  • 엔진 공회전 중에 ‘두두두두.. 드드드드~’ 소리가 깊고 강렬하게 들리는 것은 노킹 현상이며 이건 심각한 문제이다. 조속히 엔진 정비를 받아야 한다.
  • 엔진 작동 중에 주기적으로 하이톤의 ‘휙휙휙.. 끌끌끌..’ 소리가 들리는 것은 팬 벨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면 바퀴 말고도 엔진의 동력에 의지해서 동작하는 발전기, 에어컨 공기 압축기, 냉각 라디에이터 등의 동작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본인이 지난 10여 년 동안 내 차를 기준으로 겪었던 상태 이상과 조치 내역은 다음과 같다.

(1) 언제부턴가 시동이 되게 힘겹게 끼룩~끼룩끼룩 간신히 걸렸음. 그로부터 며칠 뒤, 아예 시동 안 걸림.
==> 배터리 교환. 3~4년 정도 썼는데, 긴급출동 기사의 말에 의하면 전압이 이미 위험 수준으로 팍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2) 핸들을 놓고 가만히 주행하고 있으면 핸들이 좌우로 덜덜 떨렸음. 차가 대놓고 삐딱하게 치우쳐서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 타이어 교환. =_=;;;
저 증상만을 해결하는 게 목적이었으면 휠 얼라인먼트 정도만 해도 충분했을 듯하다. 하지만 그 당시 차 구매 이래로 타이어를 한 번도 교환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가게 아저씨의 말대로 좀 호구짓에 응해 줬다. 어쨌든, 타이어를 다 교환했더니 문제도 해결됐다.

(3) 처음 출발하면서 기어가 차차 고단으로 올라갈 때 꿀럭꿀럭 변속 충격
==> 큰맘 먹고 변속기 오일을 최초로 교환하고 나니 증상이 싹 없어졌다.
참고로 엔진 오일을 교환해도 처음에 잠깐 동안은 이런 현상이 없어졌다. 하지만 곧 재발함.

(4) 시동이 걸린 직후에 엔진 회전수가 불안정하고 부들부들 떨림. 조금 지나면 안정화됨
==> 점화 플러그를 교체하니 문제 해결.

(5) 날씨 더울 때 차 시동 건 직후에 에어컨이 찬바람이 너무 안 나옴. 한참 주행을 많이 해야 나옴
==> 찬바람이 전혀 안 나오는 건 아니니 냉매 쪽 문제는 아니고.. 그냥 압축기의 노후 고장 문제였다. 이것도 차를 구매하고 나서 처음으로 전면 교체를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다만, 본인은 직접 몰았거나 탑승했던 자동차에서 엔진 과열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겪거나 목격한 적이 없다.

2. 배터리 방전

개인적으로는 자동차 빳데리의 방전도 화상처럼 경미한 거, 중대한 거 구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 빳데리의 출력 부족 때문에 스타터 모터가 시동 유지 속도를 만족할 만치 돌지 못하는 건 1도. (끼룩끼룩끼룩끼룩..)
  • 출력이 더 약해져서 스타터 모터가 아예 돌지 못하고 까탁까탁 더 거칠고 기분 나쁜 소리만 내는 건 2도..
  • 아예 전기가 완전히 나가서 차내의 모든 전기 공급이 끊기고 차의 이모빌라이저도 동작하지 않고, start로 돌려도 아무 반응이 없는 건 3도.

본인은 내 차에서 저 세 현상을 모두 겪어 봤다. ㄲㄲㄲㄲㄲ

그리고, 모든 화학 배터리들은 실제 사용 여부와 별개로 저온에 취약하다. 전기차는 -10도 이하의 혹한에서 과연 잘 켜진다는 보장이 있을까?
마치 수도관이 혹한 속에서 동파되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 평소에 수돗물을 약하게 틀어 놓듯, 배터리가 혹한 속에서 퍼지는 걸 막기 위해 평소에 전기를 써서 열선 같은 걸로 배터리를 보호해야 하지 싶다.

3. 제동 이상

(1) 브레이크 계통이 너무 열받으면 베이퍼 락(vapor lock) 또는 페이드(fade)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전자는 브레이크액이 과열된 나머지 기화해 버려서 사람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게 브레이크로 전해지지 않는 현상이다. 마치 브레이크가 기계적으로 망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페달이 쑤욱 깊게 밟히는데.. 제동이 발생하지를 않는 거다.

대형 버스나 트럭은 브레이크액이 아니라 압축 공기를 매체로 사용하기 때문에 베이퍼 락 현상으로부터 자유롭다. 그 대신 브레이크 페달을 너무 자주 밟아서 압축 공기의 소모량이 충전량을 상회하게 되면 언젠가 제동력이 고갈되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차량들은 계기판에 브레이크의 압축 공기 게이지가 반드시 존재한다. 이게 엔진 냉각수 온도계에 맞먹는 매우 크리티컬한 정보이다.

(2) 페이드 현상은 그냥 브레이크 패드 등의 제반 부품들이 달궈져서 마찰이 작아지고 제동력이 감소하는 현상이다.
이건 디스크 브레이크건 드럼 브레이크건, 액압식이건 압축 공기이건 보편적으로 발생 가능한 현상이다. 압축 공기의 고갈이나 베이퍼 락 같은 더 심각한 현상의 전조 증상으로 먼저 발생하는 편이다.

4. 주행 이상

여기서 말하는 주행 이상이라는 건 엔진이나 전동기의 기계적인 고장과는 전혀 무관한 별개의 얘기이다. 그냥 차가 주행하는 것만으로 핸들과 브레이크로 통제가 안 되어 위험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빙판에서는 차가 미끄러지기 쉽고, 블랙아이스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아주 위험하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위험 요인이 더 있다.

(1) 비행기는 활주로를 고속으로 질주할 때 양력을 받아서 하늘로 뜨라고 옆구리에 날개가 달려 있다. 그러나 자동차, 특히 스포츠카 같은 건 정반대.. 시속 200~300의 고속으로 달리더라도 양력이 절대로 생기지 말라고 뒷쪽에 '스포일러'라는 공기 흐름 제어 장치가 달려 있다. 자동차가 떠 버리면 조향력과 접지력을 상실해서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 핸들 조작 중에 차량의 뒤쪽이 접지력을 상실해서 좌우로 요동치는 것.. 일명 fish tail (피시테일) 현상도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도로의 상태와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
사태를 극복하려고 핸들을 좌우로 요리조리 꺾다 보면 진동이 상쇄되는 게 아니라 더 커지고, 결국은 차가 전복돼 버린다.
상황에 따라서는 브레이크를 밟을 게 아니라 오히려 가속을 해서 뒤쪽에다가 무게를 실어 줘야 하기도 한다.

피시테일의 철도 버전은 바로 사행동(snake)이다. 그 무거운 철도 차량이 고속 주행 중에 좌우로 구불구불 요동치면 선로나 대차가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며, 심하면 탈선 사고까지 날 수 있다.
자동차도 단독으로 달릴 때보다 캠핑카나 트레일러 같은 걸 끌고 다닐 때 피시테일 현상에 더 취약해진다.

(3) 흔히 빗길 운전이 위험하다고 다들 그런다.
도로에 비가 많이 내려서 물이 고이면 시야가 흐려지며, 특히 밤에는 차선이 잘 안 보여서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얼음도 아니고 그냥 물이 특별히 길의 마찰을 줄이고 길을 더 미끄럽게 만드는 게 있을까?? 비가 내린다고 딱히 스노 타이어나 체인을 장착하지는 않는데 말이다.

물이 고인 딱딱한 도로 위를 차가 쌩~ 달리면 그 물 위로 차가 얇게나마 떠 버릴 수 있다. 일명 수막 현상. 앞서 말한 공기 양력이나 빙판과는 다른 별개의 현상이다.
글쎄, 물이 살짝 고인 밥상 위에서 가끔씩 밥그릇이 정지 마찰이 없어진 채 쓰윽 움직이는 것도 수막 현상의 일종인 건지? 부력이 어떻게 작용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5. 급발진

개인적으로 자동차 급발진의 존재 가능성은 UFO의 존재 여부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
가능성이 0은 물론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UFO 신고가 99.99%는 전부 착각이나 불빛 오인 신고인 것처럼.. 자동차 급발진 주장의 신빙성도 거의 그런 급인 것 같다. 인간이 악셀과 브레이크를 저렇게 헷갈릴 수 있구나..!

전국민이 주머니에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오늘날이.. 198~90년대 가정마다 필름 카메라 한 대씩 겨우 들고 다니던 시절보다도 UFO 주장 사진이 더 없다니 매우 신기한 노릇이다. 초능력이나 외계인 같은 게 유행이 한물 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처럼 요즘은 차의 전자 장비들이 운전자의 성별도 아니고 나이를 너무 가리면서 편파적으로 맛이 가는 것 같다. 내가 현실을 알고 나니까 옛날처럼 마냥 대기업 악덕기업(?) 욕만 할 수가 없다.

나는 정말 만에 하나 차가 폭주하면서 브레이크만으로 통제가 도저히 안 된다면 시동 강제로 끄기, 옆을 긁으면서(가드레일, 담벼락 등) 강제로 세우기, 앞차 들이받기 등 파괴적인 방법을 동원할 것이고..
그것마저도 도저히 시전할 수 없으면 최후에 최후의 마지막 극단적인 수단으로 핸들을 확 돌려서 내 차를 강제로 전복시키는 것까지도 각오하고 있다.

아무도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극약 처방이지만.. 차라리 저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어떻게든 바퀴를 지면에서 떼어내는 거니까. 차가 데굴데굴 구르느라 안의 탑승자가 경상을 입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에어백과 벨트의 도움으로 대미지를 줄일 수 있는 사항이다.
최소한 어설프게 요리조리 피하다가 시속 150으로 인도로 돌진해 버린다든가, 산길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는 것보다는 전복 자폭이 더 나을 거라고 본다.

수동 변속기 시절에는 운전자가 실수로 시동 꺼뜨리는 일이 잦았는데 요즘은 차가 정반대로 시동이 안 꺼지고 브레이크도 안 밟히고 엔진이 폭주한다고 그런다. 참 격세지감이다.

요즘 고령 운전자에게 면허 반납을 장려한다고 하는데, "페달 블랙박스 의무 장착"을 조건으로 내걸고 허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실수로 사고 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거짓 급발진 호소는 못 하게 말이다.
25살 이하 젊은 애들은 보험료가 너무 비싸서 차를 못 모는데,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노인들 대상으로도 자동차 보험료가 지금보다 크게 오를 것 같다.

지난번에 서울 시청 부근에서 큰 사고를 친 그 아저씨는 정말로 통제 불가능한 급발진이었다 하더라도 대처를 너무 못 했다. 오죽했으면 나도 "에라이 너 죽고 나 죽자!!" 흥분해서 인도로 일부러 돌진한 부부싸움설을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게 아니면 도저히 설명이 안 되니까.
아무리 고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람이 9명이나 죽은 건 사고를 너무 크게 쳤다. 하물며 급발진 주장조차 거짓이었음이 밝혀졌으니.. 이건 몇 년 감방에 가는 건 감내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9/07 08:35 2024/09/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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