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예전에 쓴 이 글에서 언급된 노트북을 개인용 컴퓨터로 아주 만족스럽게 잘 쓰고 있다. 이제 2년이 경과했지만, 예전 노트북과는 달리 이번 4대 노트북은 잔고장이 발생한 적이 전혀 없고 심지어 아직까지 운영체제를 재설치한 적도 없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두세 주 남짓 전부터는 컴퓨터에 뭔가 이상 징후가 느껴졌다.
바로 컴퓨터의 속도가 체감상으로는 평소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창의 크기를 바꾸거나 인터넷 화면을 스크롤할 때의 반응이 매우 둔해지고, 컴파일도 엄청 느려졌다.
Aero를 꺼도 화면이 버벅대는 게 변함없었기 때문에 이건 그래픽 카드 문제가 아니며, 디스크 I/O 쪽의 병목 현상 역시 아니었다. 전적으로 CPU가 느려진 것이 확실했다. 심하게 버벅댈 때는 마우스 포인터까지 버벅대며 움직였다.
더구나 AC 전원을 연결해도 속도가 여전히 느렸기 때문에 전원 절약과 관련된 CPU 감속 역시 아니었다.
본인은 평소에 컴퓨터 관리를 얼마나 결벽증에 가깝게 하고 지내는데 메모리 부족이나 악성 코드 때문도 아니고..
이 노트북은 물론 예전 노트북에서도 이런 식의 이상 증세를 경험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좀 당황했다.
이 문제는 의외로 굉장히 쉽게 해결됐다. 그것 때문일 수도 있다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전적으로 그것 때문일 줄은 몰랐다.
바로... 냉각팬에 잔뜩 낀 먼지 때문이었다. 그것만 제거해 주자 컴퓨터는 거짓말처럼 본디 속도로 되돌아왔다!
팬이 잘 안 돌아가고 열이 못 빠져나가고 있으면 컴퓨터가 안전을 위해 스스로 알아서 감속 운행(?)을 해 왔던 것이다. 굳이 절전을 위한 감속뿐만 아니라 말이다. 먼지를 제거하기 전이나 후나 밖에서 느껴지는 컴퓨터 소음 내지 팬 바람은 별 차이가 없는데, 컴퓨터의 성능이 이렇게 확 달라지다니 참 뜻밖이고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날씨가 너무 덥고 레일이 너무 뜨거우면 알아서 감속을 하는 KTX처럼?? ㅋ)
10년이 넘게 노트북을 써 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하긴, 2년이 넘도록 A/S 센터를 단 한 번도 찾지 않을 정도로 컴퓨터가 건강했기 때문에, 내부 청소를 할 일도 지금까지 없었다. 이렇게 한번 먼지를 제거해 줬으니 앞으로 또 이 노트북이 몇 년간 쌩쌩하게 돌아가 주기를 기대한다.
하긴, 다른 가전제품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멀쩡하던 에어컨이 갑자기 전혀 동작하지 않고, 아무리 온도를 낮춰도 더운 바람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올여름엔 지내는 데 당분간 애로사항이 잔뜩 꽃피겠구나! A/S 센터 연락처가 어디더라?” 이러고 있었는데 문제의 원인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곳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에어컨으로부터 나오는 더운 바람이 빠져나갈 통로가 막혀 있었던 것이다. ㅜ.ㅜ
겨울에는 보온을 위해 닫아 두지만 한여름에는 응당 개방해 놓아야 한다.
컴퓨터든 에어컨이든 열이 잘 빠져나가게 해 줘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건 자동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일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