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앙선 상봉 역은 경춘선 분기를 의식해서인지 복선 선로가 따로 갈라져 나가는 쌍섬식 승강장으로 건설 중인 걸 봤다. 서울 지하철 7호선까지 포함하면 나름 3개 노선의 환승역이 되는데, 다만 상봉-망우는 현재 경의선 디엠시-수색만큼이나 너무 가까운 역이 될 것 같아 우려된다. 두 역 사이엔 딱히 커브나 구배도 없기 때문에, 한 역에서 다른 역 승강장이 보일 정도이다.
DMC는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선에 이어 앞으로 공항 철도와의 환승역이 된다는 말이 있던데 과연?
참고로 지금 DMC역은 원래 지하철 6호선의 수색 역이 개명된 것이다. 경의선 수색 역과는 수백 m 떨어져 있어서 환승역으로 연결하기엔 너무 멀고, 별개의 역으로 취급하기엔 마치 동대문-동묘앞만큼이나 가까운 처지가 된 것 같다. 화랑대나 신촌처럼, 지상 철도와 지하철의 역이 비슷하지만 살짝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예에 속한다.
2.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선과 공항 철도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좀 복잡하다.
지금 경의선은 서울 시내 구간을 지하화하고 서울 역이 아닌 용산 역으로 가도록 재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중앙선 전철과 직결 노선을 만들고 이 기회에 용산선은 폐선했다. 기존 경의선을 대신하여 서울 역까지 들어가는 것은 잘 알다시피 공항 철도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지금의 경의선 기존 지상 고가 구간은 어떻게 되는지? 가좌 역은 임시역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민자역사까지 새로 만든 신촌 역은 경의선 전철 개통 후 어떻게 되는지?
경의선과 경원선이 연결되어 문산에서 용문까지 거대한 광역전철이 구축되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통일을 염두에 두고 경부선의 종점과 경의선이 한데 만나야 한다는 점에서는 경의선의 종점이 서울에서 용산으로 바뀌는 건 아쉬운 일인 것 같다.
3.
전철의 표정 속도를 알고 싶으면 그 선로에 가뭄에 콩 나듯이 지나가는 '통과 열차'가 어느 속도로 달리는지를 보면 된다.
통과 열차를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1호선 경부· 경인선으로 치면 급행 선로이다.
성북-회기 구간에서 전동차 선로로 달리는 경춘선 무궁화호 역시 좋은 예이다.
여기뿐만 아니라 경원· 중앙선이나 안산선에도 아주 가끔 화물 열차라든가 기관차 단독 주행을 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지하철에서는 통과 열차를 보기가 물론 쉽지 않다. 아주 늦은 시간대나 출근 시간대 직후에 운 좋을 때에나 '회송'이라고 써 놓고 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를 볼 수 있을 정도.
이런 열차들은 절대로 승강장을 '쌩~' 하고 전속력으로 통과하지 않는다.
오히려 건장한 사람이 전속력으로 달리면 따라잡을 수 있을 느린 속도로 슬금슬금 통과한다. 시속 한 30km대? (사람은 전속력으로 늘 그렇게 달릴 수는 없는 게 한계일 뿐이지)
이것은 단순히 안전 때문에 천천히 달리는 게 아니다. 스크린도어가 있더라도 어차피 통과 열차는 그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없다.
그렇다. 그게 바로 전철의 표정 속도이다.
무정차 열차의 앞뒤로는 전속력으로 찔끔 달리다가 금방 섰다가.. 또 달리기를 반복하는 일상적인 전동차가 다니고 있다.
그러므로 무정차 열차 역시 앞 열차를 추돌하지도, 뒤 열차에 추돌 당하지도 않을 평균 속도로 달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늘 이용하는 전철이 빨리 달릴 때는 막힘 없이 시속 7~80km대까지 가니까 빠른 것 같지만, 정차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겨우 저런 회송 열차 같은 속도밖에 안 나오는 셈.
전철이 아무리 교통 정체가 없어 빠르다고 해도, 정차가 잦은 관계로 의외로 느리다.
물론 시내 도로의 표정 주행 속도는 더 느리지만 말이다. ^^;;
4.
식당에 가서 뜨끈뜨끈한 국 같은 음식을 시키면, 처음에는 정말 펄펄 끓어서 거품이 보글보글하고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가는 혀를 델 것 같은 뜨거운 상태로 음식이 나온다. 우리는 그걸 후후 불어서 식혀서 먹는다.
철도 전기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어거지 비유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식당에서 음식을 최대한 뜨거운 상태로 제공하는 이유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음식을 갓 조리된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류 전기는 수만 V에 달하는 굉장한 고압이다. 장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전동차가 자체적으로 이를 저전압 직류로 변압해서 사용하는 것은 뜨거운 국물을 불어서 떠먹는 것에 해당하겠다.
물론 애초부터 직류 전기를 내보내는 단거리 지하철은, 장거리 유통이 필요하지 않고 나온 즉시 바로 떠먹는 간편한 음식에다 비유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