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를 떠난 교수들 외

본인이 학부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는 서 남표 총장을 주축으로 하여 내부 시스템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나 같은 학생에게 굉장히 불리하게 바뀐 제도도 꽤 되기 때문에, 병특도 휴학이 아니라 일찌감치 졸업을 해 버리고 간 것을 본인은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_- (본인은 최 덕인· 홍 창선 원장에서 시작해서 러플린 총장으로 끝난 세대이다.)

본인의 전공인 전산학과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그때 조교수였던 분이 부교수가 되고 부교수가 드디어 정교수로 진급해 있는 것을 홈페이지를 통해 보곤 했다. 또한 ICU가 진통 끝에 카이스트와 결국 합병되면서, 그쪽 인력의 유입으로 인해 예전에 못 보던 교수들 얼굴이 크게 늘었다. 정보통신부가 없어진 게 크게 작용했으리라.

200X년도에 스탠퍼드, MIT 등 굴지의 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곧장 카이스트로 온 젊은 신임 교수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제는 교수가 돼도 정년 보장이 옛날만치 쉽지 않고, 주변에 온통 널린 게 천재들 뿐이니 연구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만만찮을 것이다. 서 총장이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엄청 쪼아대고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그래서인지 어느 샌가 카이스트를 떠난 교수도 보인다.
얼마 전엔 우연히 졸업생 조회 웹사이트에서 본인의 이름을 검색해 봤다.
그랬는데, 본인의 학부 졸업 논문 지도교수였던 분이 지금은 카이스트 교수 명단에서 보이지 않았다.

뭐, 학부 졸업 논문은 진짜 형식적이었고, 교수님이 내 리포트를 읽어는 봤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얼렁뚱땅 통과가 되긴 했다. 그래서 요즘은, 학부 수준에서는 졸논을 좀더 실무 위주인 현장 실습이나 졸업 프로젝트로 대체하는 게 카이스트를 비롯한 국내 대학들의 전산과의 추세이다.
처음에 본인의 지도교수는 다른 분이었는데, 나중에 졸논을 쓸 무렵에 여차여차 하다 보니 저 교수로 바뀌었다. 어째서 하필 그분으로 배정됐는지는 그 과정에 대해서는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좀더 검색을 해 보니까, 그 교수님은 고려대로 전근을 가 계셨다. 오홋;;;
호기심에 옛날 교수들 검색을 더 해 봤는데, 굉장히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성균관대에 전직 카이스트 교수가 네 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2008~09년 무렵에 한꺼번에 저기로 간 것이었다. 본인은 학부 시절에 그 교수 4인 중 3인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어이쿠, 게다가 이것도 나 혼자 뒷북이었다. 성균관 대학교는 스마트폰 열풍 속에서, (그리고 아마도 이 건희 본좌님의 입김으로) 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드웨어인 반도체에 이어서 소프트웨어까지 특성화?? 본격 IT 대학으로 거듭나려는 듯.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대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를 한꺼번에 네 명이나 스카웃해 갔으며, 이것은 이미 그 당시에도 큰 뉴스거리로 떠올랐다고 한다.

아마 대전 생활에 신물을 느꼈거나, 서 총장의 정책이 마음에 안 들거나, 반대로 성균관대의 파격적인 처우 제안에 끌렸거나... 그런 이유로 인해서 그분들이 전근 간 게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말:

1.
본인은 군대를 현역으로 갔다 오지 않았고 병특 중에도 딱히 군대와 관련된 안 좋은 일을 겪은 적은 없기 때문에,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꿈-_-;;; 같은 건 안 꾼다.
하지만 한때는 아래와 같은 판타지 같은 꿈도 자다가 몇 번 꾸긴 했다.
-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 ISEF에 또 출전하는 꿈 (10년 도 더 전 일을..;; ㅋㅋㅋ)
- 병특을 마친 뒤에 카이스트로 3년 만에 복학하여 졸업 이수 요건 채우느라 고민하는 꿈 (아놔 나 3년 전에 졸업했어-_-)

2.
본인은 주임 교수가 국문과 소속인 협동 과정 대학원에 갔지만 학위 논문의 지도교수는 국문과가 아닌 컴퓨터과학과(전산과의 연세대 학과 명칭) 교수가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이곳의 교수들은 어떤 분이 있는지 틈틈이 찾아보고 있다. 본인의 코스와는 정반대로 학부는 연세대에서, 석· 박사를 카이스트에서 마친 교수가 한 분 계시는구나. 뭐 학번 차이는 본인과는 이미 까마득한 수준이지만 말이다.;;
내년부터는 국어학뿐만 아니라 컴퓨터과학과의 대학원 수업도 들을 예정이다. 본격 공학관에도 드나들게 되겠구나.

3.3.
그나저나 내 홈페이지 메인의 공개 사진을 바꿀 때가 되긴 했다. 공중파 TV에 출연한 화면이고, 분장도 아주 잘 돼 있는 데다 자막 내용-_-까지 여러 모로 아주 간지나는 모습이긴 하나.. 벌써 5년도 더 되어 너무 오래 됐고, 결정적으로 본인은 이제 카이스트 학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TV에 출연한 게, 2006년에 한글 관련 다큐에 출연한 게 마지막이니, 다음엔 철도 관련 다큐에서.. (ㅎㄷㄷㄷ) 자막은 당당하게 '연세대 언어정보학과'라고 말이다. 그런 화면이라도 하나 만들어야 할 듯.

그래도 대전과 카이스트도 언제까지나 내게 제 2의 고향과 같은 곳으로 남을 것이다. 일반 대학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카이스트만의 그 학교 분위기와 프라이드(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_-)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9 09:39 2010/10/1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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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의사신 2010/10/19 16:04 # M/D Reply Permalink

    저는 그 방송을 TV로 직접 봤습니다.

    옛날 그 사이트 돌아다니다가,

    "어, 그 분 사이트였네!"

    하고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1. 사무엘 2010/10/20 00:02 # M/D Permalink

      음, 저는 그 뉴스를 왜 못 봤는지 궁금합니다. ^^;;

    2. 주의사신 2010/10/20 08:03 # M/D Permalink

      제가 이야기한 방송은 스펀지 "세벌식" 방송을 의미합니다... 제 댓글을 다시 읽어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네요...

      스펀지 그 방송 보면서 '세상에 그걸 두벌식과 세벌식을 다 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라는 생각을 해 봤던 기억이 납니다.

      어 오타났다 하는 기억도 나고요.

  2. Azurespace 2010/10/20 01:19 # M/D Reply Permalink

    제가 반도체과에서 소프트웨어를 주로 하는 학생 중 하나인데

    이러다 군대 다녀왔더니 소프트웨어 커리큘럼 싹 사라져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 중입니다.

  3. 다물 2010/10/20 10:30 # M/D Reply Permalink

    2006년에 나온 방송은 아래 연결에서 볼 수 있습니다.(3개인데 어디에 나온지는 안적겠습니다. 그래야 전부 보실테니)

    잘 보시면 용묵님 옆에 저도 있습니다.(1초나 되려나? 아마 이때가 직접 본건 처음인거 같네요)

    http://www.assembly.go.kr/brd/formation/last_pro_vw.jsp?programId=181

    참고로 연결된 곳은 국회방송이고 실제 방송은 아리랑TV하고 국회방송으로 나갔다고 들은거 같네요

  4. 사무엘 2010/10/20 18:32 # M/D Reply Permalink

    주의사신/다물: 언젠가 철도 음악을 채보한 사람이 있다~ 음악이 철도 매니아를 만들었다 ... 이런 걸로 스펀지나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 같은 데에 제가 출연하는 날이 올지도.. ㄲㄲㄲㄲ
    저는 세벌식과 두벌식 모두 손이 허용하는 최고 속도로 칠 수 있습니다. 병목 지점은 머리가 아니라 전적으로 체력과 손동작이라는 뜻. 아무 편견이나 차별 없이 진짜 공 병우 세벌식이 구조적으로 표준 두벌식보다 더 빠르고 치기 수월합니다. 그런데 그 공 병우 타자기는 세벌식이긴 하나 세벌식 최종 배열은 아니기 때문에, '대한민국' -> '기한맨둡'(이렇게 세벌식 최종 방식으로 쳐야 타자기 방식으로 '대한민국'이 찍힘)으로 글자를 바꿔 놓고 쳤던 게 묘기였죠.
    ^^

    Azurespace: 으음 설마 그럴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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