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까마득한 옛날이 되어 버린 2004년은, 본인의 대학 후반기임과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웃긴 컨텐츠’들을 유난히도 자주 접한 해였다.
웃긴 컨텐츠의 원천은 크게 풀빵 닷컴 아니면 일본물로 나뉘었다. 2004년 당시 잠깐 떴다가 사그라든 박 분자 시리즈(휴지의 시, 맵핵의 추억 등), 그리고 서울 버스 개편을 비꼰 <버스 로얄> 및 <투모로우> 같은 영화 예고편 패러디였다.
그리고 일본물로는 일본 환타 CF, 그리고 일본판 가나다송, 숫자송, 인사송이 기억에 남는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이런 거 아는 분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렇게 2004년을 훈훈하게 보내고서 이듬해 초의 일이다.
유머· 엽기 게시판에서 웬 5분짜리 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했다. 그리고 그것이 개그 만화 일화와 본인과의 첫 인연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코트의 안에는 마물이 살고 있고 믿을 만한 동료들이 다 맛이 갔다니... 오프닝 가사부터가 무지하게 암울한 한편으로 아스트랄하고 포스가 넘치지 않는지? ^^;;
배경은 지구가 운석 충돌로 멸망하기 3시간 전. 전세계 사람들은 이제 볼장 다 봤다는 식으로 서로 똥이나 처바르면서 미쳐 돌아가고 있는데...
그 와중에 진행된 어느 TV 쇼프로에서는 우리나라로 치면 태 진아 같은 연륜을 자랑하는 엔카 가수가 발가벗고 출연하여 엔카는 지겹다고 말한다. 그것도 똥 묻은 파르페 다음으로 싫댄다. ㅜㅜㅜ
문 근영 정도 될 법한 아이돌 가수는 양아치 같은 차림으로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 아까 엔카 가수는 딸내미뻘 되는 그 아이돌에게 껄떡대다가 담배빵을 당한다. 그런데 그러면서 미소!! ㅎㄷㄷㄷ;; 갑자기 등장하는 '쿵~따 쿵쿵따' BGM도 은근히 중독성 있었다.
복화술사는 복화술이 너무 어렵다고 하면서 “내 친구는 그저 땡그랑~뿐입니다요”라고 실토한다. 본격 인간성 파탄. 파트너인 인형을 줘 팬다.
그런데 마지막 게스트인 마술사는 자신이 사실 초능력자라고 커밍아웃한 후 운석의 궤도를 바꿔서 지구를 구해 낸다.
복화술사 정도라면 모를까, 앞서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엔카와 아이돌 가수 둘은 연예인 생명은 이미 완전히 파토 났으니, 아마 성형 수술하고 개명 후 이민 가서 잠적해야 할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그 이름도 유명한 1기 4화 <종말편>을 통해 개그 만화 일화에 입문했다.
처음 봤을 땐 본인도 남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역시 일본 아니랄까봐. 뭐 이런 또라이 같은 만화가 다 있어? ㄲㄲㄲㄲㄲㄲ” 하면서 혀를 끌끌 차면서 봤다.
그런데 중독성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욕을 하면서도 자꾸 또 보게 됐다. 그러면서 빠져들었다. ㅠ.ㅠ
게다가 일본물과 각종 만화에 조예가 깊던 병특 회사 모 동료의 영향으로 본인은 <씰>, <서유기> 등 여타 작품까지 섭렵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혹자의 코멘트에 따르면, 드디어 사무엘 님도 알량한 웃음을 대가로 자기 영혼을 팔아서 타락시키기 시작했다고라...;;;;
본인은 일본 애니와는 담을 쌓고 사는데 예외적으로 이거 하나만은 찾아서 보게 됐다.
처음엔 엔카가 뭔지도 몰랐는데 지금은 ‘핑크빛 카파(괴한)’이 뭔지도 알 정도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갔다. ^^;;; 본인이 일본어를 할 줄 안다면 대사를 다 외웠을 텐데 말이다. ㄷㄷ;;
최소한 2006~7년부터 거의 3년이 넘게 본인의 MSN 대화명은 개그 만화 일화 대사였다.
- 팔릴까보냐!
- 닥치세요. 이것이 저의 완전체입니다
- 번뇌 이놈, 죽어라!
- 한겨울에도 축시
- 똥 묻은 파르페 다음으로 싫어
엽기적인 거 하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어서 저런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종말>, <안 오잖아, 가정교사!>, <히라다의 세계>, <서유기> 같은 것들.
2008년 상반기에는 개그 만화 일화 3기가 본인의 병특 말년 생활을 더욱 즐겁게 해 줬다. 매주 저거 올라오는 거 기다리는(자막도) 재미가 참 쏠쏠했다.
병특이 끝난 뒤 다른 직장에서 본인은 플래시 메모리를 분실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다른 동료 직원이 습득했다. 그런데 그 플래시 메모리 안에는 개그 만화 일화 동영상 자막 파일이 들어있었다...;;
그걸 보고서 그 동료가 “이거 주인은 일본 애니 덕후인가 보군.. 그런데 나도 이거 좋아하는데?”라고 말했고, 이걸 계기로 본인과 그분은 서로 개그 코드가 통하는 친한 사이가 됐다. ㅋㅋㅋㅋㅋ
이렇듯, 개그 만화 일화는 본인의 인생에서 최소한 두 명의 사람과 인연을 이어 줬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이런 만화 얘기를 꺼내면 정상인 취급을 못 받는다나? ㄲㄲㄲㄲㄲ
놀랍게도, 개그 만화 일화 에피소드로 영어 연극을 하고 싶으니 대사를 영어로 좀 번역해 달라는 요청을 본인은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다. “베게의 속에는 참치로 가득 -> Inside the pillow is full of tuna” ㅋㅋㅋㅋ 유튜브에는 한때 실제로 영문 자막이 삽입된 개그 만화 일화 동영상이 나돌기도 했는데, 저작권 문제 때문에 요즘은 다들 삭제된 모양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개그 만화 일화는 성우 지망생들의 더빙 연습용으로도 자주 쓰일 정도로 이 바닥 종사자에게는 친숙하다. ^^
1기(시즌 1)의 오프닝 주제가 가사 중 일부가 ‘배구에 걸었던 청춘’인지 ‘발레에 걸었던 청춘’인지가 번역자에 따라 해석이 차이가 있었는데, 이 영어 자막을 보고 정확한 해석이 뭔지 알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물이 살고 있는 코트도 coat가 아니라 court이다. 맛이 갔다는 표현의 원어 표현은 '눈이 죽었다'(eyes are lifeless)임. =_=;;
개그 만화 일화는 원래 만화책으로 나온 스토리를 애니메이션화한 것이다. 만화책은 2008년 말에 드디어 우리나라에 정식 번역 출간되었고, 듣기로는 애니메이션도 정식으로 더빙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개그 만화 일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개그 만화 일화는 김 성모, 삼류만화 패밀리 등 본인으로 하여금 더욱 매니악한 서브컬처 유머 문화에 입문하게 하는 관문 역할을 했다. 여러분도 정신 건강을 웃음을 통해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싶다면, 5분을 투자해서 개그 만화 일화 1기 씰, 종말, 서유기 편부터 차례대로 섭렵해 보는 게 어떨까? ^^;;
http://blog.naver.com/lhj3496/110031250383 (1기 주제가만으로 만화를 만들었다. <코트 안에는 마물이 살고 있어> ㅋㅋ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