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부터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갑자기 우측 보행을 밀어붙이고 나섰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울· 수도권 사람들은 당장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의 방향부터가 뒤바뀌어 그 변화를 오래 전부터 느꼈을 것이다.
수십 년간 유치원에서부터 귀가 따갑게 배워 온 “보행자 좌측, (차량 우측)”을 나라에서 왜 정면으로 부정하게 되었을까? 난 딱히 국가의 정책에 대해서 찬성이나 반대를 할 생각은 없고, 그냥 이와 관련된 교통 칼럼이나 좀 끄적여 보련다. ㄲㄲㄲ

동력 엔진이 발명되기 전에 마차를 몰 때부터, 인간은 도로를 다니는 교통수단의 통행 방향을 어느 쪽으로든 일관성 있게 통일해야 할 필요를 느껴 왔다. 여기에서 좌측이 선택되느냐 우측이 선택되느냐는, 딱히 절대적인 우열보다는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든가 심지어 동서양의 문화와 세계관의 차이가 반영된 걸지도 모르겠다.

독자 여러분은 어느 방향이 더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지시는가?
뭐, 그것 말고도 마차 시절에 오른손으로 채찍을 잡은 마부가 채찍을 휘두르기 좋은 구도에 있는 방향이 채택되었다는 식의 루머도 전해지긴 한다.

영어와 국제 표준시와 영어 성경을 퍼뜨린 대영제국은 좌측 통행을 전세계에 퍼뜨렸다. 그러나 영국에서 독립해 나간 미국은 우측 통행을 시행했다. 그냥 반발 심리였나? ㅋㅋ
오늘날 자동차가 좌측 통행을 하는 나라는 영국, 일본, 오세아니아 주 전체(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인도, 태국 일대,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대 같은 몇몇 나라밖에 없다. 딱 봐도 이들은 영국의 식민지 출신이거나 영국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여 근대화한 나라(일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이 철도를 세계 최초로 만든 나라인 만큼, 자동차가 우측이어도 철도는 좌측인 나라도 여럿 있다. 우리나라(남북한 모두)부터가 그 예이며, 중국, 프랑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런 나라들이 지하철은 또 우측으로 건설해서 서로 꼬이는 경우가 좀 있음.

정리하자면,
산업 혁명 시절에 루저-_-;; 국력이 그리 강하지 못해서 철도를 자기보다 더 강한 나라의 영향으로 받아들이고 나중에 자동차는 또 미국 컨벤션대로 뒤죽박죽으로 받아들인 나라들이 대체로 철도 좌, 자동차 우가 된다... 이것도 우리나라가 딱 그 케이스이다.
그런 거 없이 좀 더 풍요로운 나라는 철도와 자동차가 모두 우측이고, (독일,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영국 텃새가 강한 일부 나라는 철도와 자동차가 모두 좌측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영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태국 등)
하지만 철도가 우측, 자동차가 좌측인 흠좀무스러운 나라는 내가 아는 한 없다.

마치 왼손잡이가 드문 것만큼이나 오늘날 자동차가 좌측 통행을 하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 한국 기준으로 조수석에 운전대가 달린 자동차라... 본인부터도 상상이 잘 안 되며, 굉장히 헷갈릴 것 같다.;;; 설마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 페달 위치도 mirror되어 있으려나??

그런데 문제는 그 좌측 통행인 원조가 다른 나라가 아니라 영국이며, 그 드문 나라 축에 드는 일본도 세계를 호령하는 선진국· 경제 대국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무시를 할 수 없다. -_-;;
자동차를 수출하는 다국적 기업은 동일한 차 모델이라도 왼쪽 운전대와 오른쪽 운전대 configuration을 다 고려해야 한다. 이거 따로 만드는 원가를 줄이려고, 중앙의 조작대(에어컨, 카오디오 등이 있는 부분)를 아예 좌우 대칭으로 만들기도 한다. 소프트웨어의 로컬라이징으로 치면 아랍권의 R2L 텍스트를 고려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우리나라는 정책적으로 우측 통행을 밀어붙이기 전부터도 군대는 전통적으로 우측 통행을 한 걸로 기억한다. 본인의 훈련소 시절, 행군할 때도 마주 오는 소대가 있으면 서로 우측으로 비껴서 교행했다. 그리고 무슨 조선시대 전통 행사도 다 우측 통행을 했다고 하네?
그러던 게 좌측 통행이라는 게 한반도에 등장한 건 일제 때. 영국의 영향을 받은 일본의 영향인 셈이다.
일제 강점기가 장기화되어 일제 치하에서 자동차가 대중화했다면, 우리나라는 도로까지도 좌측 통행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는 우측이 대세라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거기에다 자동차를 마주 보고 걸을 수 있고 횡단보도에서도 더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통행 방향은 자동차와 같은 방향인 우측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사실, 좌측 통행 시절에도 횡단보도는 예외적으로 우측 통행이 인정되었다. 그 이유는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러던 우리나라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을 만들면서 느닷없이 철도까지도 우측으로 건설했다. 전해지는 문헌에 따르면,

1. 자동차 도로 중앙에 철교가 놓이게 되는데, 전동차의 진행 방향과 자동차의 진행 방향 사이의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2. 어차피 서울 지하철은 기존 국철과 직통 운행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 방향을 바꿔도 별 문제 없을 것임

이런 요인이 감안된 거라고 한다. 그러나 2는 단견이었음이 훗날 드러났다. 이로 인해 서울 지하철 4호선과 과천선을 직결하느라 열차 통행 방향을 바꾸는 X자형 꽈배기굴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것은 철도 동호인들에게 선견지명 없는 철도 정책의 부산물이라는 까임거리를 제공하게 됐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철도는 조향이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좌측으로 달리든 우측으로 달리든 기관사에게 헷갈릴 건 없다. 가령, 열차의 통행 방향이 다른 나라로 어떤 고속철이나 전동차가 수출된다고 하더라도, 조종간의 배치가 리모델링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3/13 08:41 2011/03/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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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eremen 2011/03/13 13:00 # M/D Reply Permalink

    독일은 철도/도로가 우측 통행이었기 때문에 독일에 점령되었던 적이 있던 나라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통행 방향이 바뀌었던 적이 있습니다. 핀란드는 1800년대 중반까지 스웨덴 영토였다가 러시아령으로 넘어가면서 도로가 우측으로 바뀌고, 철도 역시 러시아 제국 시절에 지어졌기 때문에 러시아처럼 우측 통행입니다. 스웨덴은 1967년까지 도로/철도 모두 좌측을 유지하다가 그 해에 도로의 통행 방식을 바꾸면서, 여러 노면 전차들이 폐선되거나 통행 방향을 우측으로 바꿨습니다.

    1. 사무엘 2011/03/13 22:11 # M/D Permalink

      역시 유럽 철도의 전문가! ^^ 보충 설명 고맙습니다.
      영국이 아니더라도 그 '좀 더 풍요로운 나라'(독일,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은 좌측이다가 우측 통행으로 시스템이 바뀌는 경우가 있군요.

  2. 박상대 2011/03/13 22:51 # M/D Reply Permalink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 페달의 위치는
    좌핸들, 우핸들에 상관없이 똑같다고 들었습니다.

    그 외엔 전부 반대라고 하더라구요.
    만화 명탐정 코난에서 미국차를 모는 어떤 사람이
    깜빡이 켜려다가 와이퍼 켜는 장면을 본 기억이 나네요.

    1. 사무엘 2011/03/14 20:48 # M/D Permalink

      그렇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페달만 동일이고, 깜빡이 및 와이퍼 핸들은 좌우 교체..
      헷갈리겠습니다. ㅋ

  3. 주의사신 2011/03/17 19:32 # M/D Reply Permalink

    1. Harry Potter 2권 영국판 표지를 보면 차 핸들이 우리가 익숙한 방향과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 http://www.amazon.com/Potter-Chamber-Secrets-Wright-Rowling/dp/0747538484/ref=pd_rhf_shvl_3 ) 머리로는 오른쪽에 핸들이 있음을 알고 있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까 정말 이상하더라고요.

    2. 친구가 저한테 "오른쪽에 핸들이 있는 차 타 봤니?"라고 묻길래, "아니"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세상이 완전히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아"

    3. 고등학생 때 지리 시간에 선생님께서 "1호선이랑 다른 지하철들이 지나가는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래?"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1호선만 왼쪽으로 운행을 하고, 2호선부터는 전부 오른쪽으로 운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제의 잔재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수업 중에 했던 기억이 납니다.

    1. 사무엘 2011/03/18 07:50 # M/D Permalink

      1. 영국이니까.. ㅎㅎ 표지 보아하니 영국의 국민차인 로버 미니 같네요.

      2. 그나저나 친구분은 일본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나 봐요?

      3. 오.. 그런 걸 예로 언급하실 정도로 센스 있는 선생님이시군요. 물론, 우리나라의 철도 좌측통행은 넓은 의미에서는 일본 영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무슨 조선 총독부 건물급의 나쁜 의미가 담긴 잔재는 아닙니다. 그냥 정하기 나름인 관행일 뿐이지, 딱히 이념이나 가치관이 담긴 건 아니죠. ^^

  4. 소범준 2011/09/08 18:04 # M/D Reply Permalink

    1. 이런 흠좀무스러운 일이!!!-_-;
    기본적으로는 옛날부터 1호선과 일반 철도가 좌측통행인 이유가 일제의 잔재 영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진짜 이렇게 헷갈릴 수가 없네요. 우리나라만치 이런 나라도 참 드물 겁니다.

    2. 4호선의 남태령-선바위 간 똬리굴도 참으로 흠좀무스러운 역사물이네요.
    어쩜 4호선이 1호선보다 더 혼란스러운 이유가 거기 있을지도... (아~ 증말 욕나오게 혼란스러워~-_-;)

    3. 근데 이렇게 혼란스러운 - 도로와 통행방향이 상이한 - 철도의 운행 체계는 아직 바꾼다는 소리가 없나요?
    대체 어른들의 무슨 속사정이 있길래 그런지 ... 원...

    그나저나 철도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참 많은가 봅니다.

    1. 사무엘 2011/09/09 00:27 # M/D Permalink

      사실, 일반철도는 좌측이지만 지하철은 우측으로 건설한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도 몇 곳 더 있다고 합니다. 자료를 위키백과인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네요.
      남태령-선바위는 정말 이상한 경우가 되어 버렸죠.

      오늘날 다시 우측통행 지하철과 좌측통행 (준)국철이 직결하게 된 곳은 9호선+공항 철도인데요.
      거기는 동일 방향 평면 환승을 위해 김포공항 역 자체가 어차피 입체 교차 꽈배기굴처럼 건설되어 있기 때문에 4호선-과천선만 한 삽질은 없었습니다.

      이미 도로와 철도가 상이한 방향으로 이만치 건설되어 버린 이상, 이걸 더 어찌할 방법은 안타깝지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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