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진화 -- 下

※ 창조 vs 진화 배틀

솔직히 본인은 논쟁을 할 정도로 충분하게 창조론이나 진화론을 공부한 적이 없으며, 별로 하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요즘 악의적인 네티즌들이 얼마나 말 꼬투리 잘 잡고 키보드 배틀 잘 뜨는지도 익히 안다. 그래서 본인은 본인의 주장을, “만약 진화론이 이런 걸 주장한다면, 나는 창조론자로서 당연히 성경 말씀과 약간의 과학적/경험적 사실에 따라 그걸 거부한다. 그 이상은 내게 묻지 말라” 정도의 선에서 끝내고자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진화론을 믿는다고 해도, 최소한의 이성이 있는 과학자라면 “나의 x대 조상은 원숭이이고 y대 조상은 아메바이다. 그러니 인간도 동물과 동일한 진화선상에 있는 생물일 뿐이기 때문에, 아무런 도덕적 책임도 없고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 ㅋㅋㅋ”라고 대놓고 이러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이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서 공부도 안 하고서, 진화론자들이 하지도 않는 주장을 지어내서는 “이런 황당한 걸 믿느니 차라리 신의 창조를 믿고 말겠다. 진화론자 비엉~신!” 이렇게 깐다고 그들을 굉장히 싫어한다. 가령, “진화론은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유물론, 나치즘, 공산주의, 인종 우생학 같은 악한 사상에 영향을 끼쳤다” 같은 태클. -_-;;;

본인도 다윈이 딱히 골수 개독안티였다거나, 인종 차별주의자, 유물론자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윈이나 여타 이성적인(?) 과학자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진화론은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데 본이 아니게 오· 남용되었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보기에 사실이다.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인류가 지금처럼 인권 따지기 시작한 지는 정말 얼마 안 됐다. 그 옛날엔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마당에, 루저들은 진화가 덜 된 종자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노예로 부려먹고 죽여도 된다” 같은 사상은 너무나 잘 퍼져나갔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게 세속 과학이 말하는 관찰 결과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더라도 말이다.

“아메바보다도 멍청한 놈”이라는 욕설 역시 누가 뭐래도 진화론에서 유래된 상징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학원물인 <구타교실>(소설)에도 나오고 <말죽거리 잔혹사>(영화)에도 나온다.
평범한 들짐승이나 가축이 하는 짓이 띨띨하면 거기서 욕설이 유래될 수도 있겠지만, 아메바는 도대체 뭐냔 말이다.

진화론자들은 창조론자가 창조론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것만치 진화론을 신봉하지도 물론 않는다. 그들에게 진화론이란, 단지 현존 생물들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으로 현재 정설로 여겨지고 있는 이론일 뿐이다. 그런데 거기서 나온 시나리오들이 잘 알다시피 성경에 나오는 6일 창조 메카니즘과 정면으로 충돌하다 보니 끙..;;

서로 사이가 심하게 안 좋다. 서로 조작되고 잘못된 자료나 기록을 아직도 써먹는다고 상대방을 헐뜯는다(필트다운 인, 베이직 원인 vs 공룡과 인간 발자국 등).
창조론 진영에서는 어차피 진화론도 재연 가능하지 않으니 과학이 전혀 아니라고 지적하지만, 진화론에서는 창조론과 자신이 동일선상에서 취급받는 것 자체를 수치스러워한다.

창조론에서는 진화론 진영에서 창조의 과학적 증거를 고의로 외면하고 인정 안 한다고 주장하지만, 진화론 진영에서는 창조 과학을 과학계의 환단고기 급으로 완전히 사이비 취급하는 중이다. 이는 기독교에 반감을 지닌 학자일수록 더욱 심하며, 게다가 가재와 게 사이어야 할 크리스천 중에도 창조 과학회를 싫어하는 사람이 꽤 된다는 것은 심각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진화론자의 주장에 따르면, 무슨 조건에서는 종과 종을 넘나드는 대진화도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창조론자가 진화론을 반박할 때 자주 써먹는 엔트로피 법칙도 생물의 진화에다 적용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받아친다.
더 나아가 현대의 진화론이 주장하는 건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라는 게 아니라, 인간과 짐승이 같은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도 좀 말장난 같은 게, 그럼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가 아니라면 진짜로 아메바이기라도 하냐는 것이다.

엔젤하이로 위키에는 “자잘한 발달 없이 갑자기 만들어진 복잡한 기관이 존재하는 것이 증명되거나 (...) 한다면 현대의 진화론은 붕괴하겠지만 창조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필사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발견된 일이 한 번도 없다”라고 적혀 있는데... 반대로 창조론 진영에서는 진화론자들의 필사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중간 화석 따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대편을 까잖아? ㄲㄲㄲ

또한 본인은 창조 과학회 글에서 다윈이 동물의 눈이 어떻게 갑자기 만들어졌을까 엄청 고민했다는 자료를 접한 적이 있다. 눈은 잘 알다시피 굉장히 정교하고 복잡한 기관이며, 진화를 통해서 서서히는 만들어질 수 없다고 말이다. 어쨌든 창조론자나 진화론자나 상대방 진영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ㅋㅋㅋ

※ 천동설과 지동설

생명 기원 문제 얘기를 하다 말고, 잠깐 다른 얘기.
성경은 인간 중심일 뿐만 아니라 지극히 지구 중심이기도 하다. 사실은 유전자 조작이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도전하는 것만큼이나 우주 개발도 하나님의 창조 섭리에 대한 도전이다. 단, 도전이 다 반역이라는 뜻은 아니므로 오해하지 말길. 과학은 가치 중립적이다. 크리스천 과학자라고 해서 게놈 프로젝트 연구 따윈 때려치거나 우주 개발 계획에 참여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하더라도 조심해서 해야 한다.

성경의 창세기에는 하나님이 해와 달이라는 두 광체를 만들어서 전자는 낮을, 후자는 밤을 주관하게 하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두 광체라는 해와 달이 실제로는 크기와 위상 면에서 서로 가히 넘사벽급의 차이가 있다. 그게 바로 성경의 진술 방식이다. 선언형 프로그래밍 언어의 코드를 절차형 프로그래밍 언어의 복잡한 알고리즘 구현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성경의 묘사만 읽고서 지동설 사고방식을 생각해 내기란 매우 어렵다. 뭐, 이사야서에 지구가 둥글다는(circle of the earth) 표현이 나오고 욥기에 지구가 우주 공간에 매달려 있다는 진술이 있다는 argument까지는 있으나, 이 역시 문맥이 좀 모호하고 어거지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하나님의 관심사는 인간의 그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러니 성경책이 과학책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성경이 어쩌다 과학적 사실에 대해 언급한다면, 그건 당연히 과학적으로 일치해야 한다. 하나님이 그 모든 과학 법칙을 만들었으며, 성경은 그분의 절대무오한 말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경에는 당대 사람들이 모르던 과학적 사실을 언급하고, 여타 신화나 설화와는 차원이 다르게 정확하게 진술한 부분도 여럿 존재한다. 이런 건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창조론으로도 모자라서 천동설까지 믿는다고 하면 제대로 미친놈 취급받을지도 모르겠다. 천문 현상 중에 천동설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게 있으며, 또 잘 알다시피 갈릴레이 갈릴레오 종교 재판이 기독교계에 가히 평생까임권 급의 병크로 남아서 말이다. 그런데 여호수아기에 있는 태양 정지 사건이라든가, 정지로도 모자라서 아예 역주행까지 한 히스기야 왕 사건은 반대로 지동설 패러다임으로는 꽤 설명하기 힘들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돌던 지구가 갑자기 자전을 멈추면 관성 때문에 지표면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참고로, NASA에서 태양계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이 시간을 찾아냈다고 하는 건 구라로 판명됐고. ㄲㄲㄲㄲㄲㄲ)

솔직히 천동설이냐 지동설이냐는, 창조냐 진화냐만치 사람의 가치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고 영적으로 덜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하나님이 특별히 배려를 해서 지동설로도 히스기야와 여호수아의 기적을 안전하게 구현했을 거라고 믿어 버리면 또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태양계의 우두머리인 태양도 뭔가를 돌고 있고 우리은하도 돌고 있고 세상에 절대적으로 멈춰 있는 기준이 뭔지도 모를 마당에, 사실 절대적으로 멈춰 있는 건 지구뿐이라고 누군가 단정지어 버린다면...? 거기까지는 내가 결론을 못 내리겠다.

아무리 아담의 생물학적 나이가 n년짜리 성인이라고 해도, 하나님이 “너도 낚였음. 저 아담은 10분 전에 내가 성인으로 창조한 거임” 해 버리면 끝이다. 천동설· 지동설 문제도 그런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 맺는 말

본인은 절대자의 지적 설계를 믿으며, 무생물로부터 생물이 저절로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건 파스퇴르가 이미 150년 남짓 전에 입증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인간이 무생물· 아메바·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는 말만큼이나(기원), 인간이 죽어서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된다거나 환생· 윤회한다는 말도(내세) 참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매우 해치는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죽고 나면 이 세상을 완전히 떠나 버리고, 자기의 믿음과 행위에 따라 심판을 받아 하늘 아니면 지옥으로 딱 깔끔하게 떨어진다. 연옥 같은 것도 없다. 예수 믿고 나니까 무수한 거짓된 고인 드립-_-과 미신들, 소위 귀신 이야기 같은 것들에 관심이 안 가게 되어 정신 건강상으로 얼마나 많은 유익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부활에 대한 소망이 생긴 것은 보너스이다. (예수쟁이들은 부모 제사도 안 지내는 호로자식이 아니라, 살아 계신 부모님을 공경하고 제사로부터 해방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이 말하는 심증을 과학이 말하는 물증으로 입증하기란 쉬운 일만은 아닐 수도 있으며, 그게 꼭 가능해야 할 필요도 없다. 본인은 기본적으로 창조 과학회의 노선을 지지하고 거기서 말하는 지식을 수용하지만, 그렇다고 다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또한 그들이 세속 과학계로부터 안 먹어도 될 욕을 필요 이상으로 먹고 좀 뻘짓을 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진실은 언제나 저 너머에 있는 걸지도..;;

Posted by 사무엘

2011/03/29 09:43 2011/03/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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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의사신 2011/03/29 19:50 # M/D Reply Permalink

    1. 지난 번에 "구령 참 어렵습니다." 그런 댓글을 올린 적이 있었지요? 그 때 한 번에 두 명에게 성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한 명은 열렬한 진화론 신봉자였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전해 주는 말씀이 다 튕겨져 나온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히브리서 3장 4절을 이야기하면서, 집마다 지은 자가 있으되 모든 것을 지으신 분은 [하나님]이시니라, 프로그램마다 프로그램의 개발자가 있으되, 이 세상을 개발하신 개발자는 하나님이시니라라고 해도 안 들어가더군요....

    에스겔에 예언된 이스라엘 회복에 대해 이야기 해도 안 들어가고요.

    아마 고전 14:38(그러나 만일 어떤 사람이 알지 못하거든 알지 못하게 둘지니라.) 생각하면서 그만 두어야 할 것 같은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2. 창조는 세상 만물 어려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지만(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거야! 라고 하면 되지요), "그럼 그 위대하신 하나님은 누가 만들었는데?"라는 부분은 "스스로 계신 분이야"라고 하면서 과학적 설명 없이 믿음으로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진화는 인간이 쌓아 올린 탑이라,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 좋아할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버그 없는 진화론이 인류가 계속 지식을 쌓아 올리다 보면 언젠가는 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창조처럼 믿음이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창조와 진화의 대결은 종교 대 과학이 아니라, 종교 대 종교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3.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나중에 주님 뵐 때 여쭤 보면 될 것입니다. 궁금한 것 좀 참고 있다가....

    1. 사무엘 2011/03/30 01:30 # M/D Permalink

      남기신 의견에 공감해요.
      '그럼 그 위대하신 하나님은 누가 만들었는데?' <-- 아마 버드란트 럿셀이던가, 리처드 도킨스던가.. 영국의 어느 유명한 무신론자 석학도 조롱조로 한 말입니다.
      신의 존재는 과학으로 증명도, 반증도 할 수 없죠.
      사실은, 인간의 그 부족한 과학으로 존재를 파악하고 증명할 수 있는 신이야말로 뭔가 불완전하고 부족한 신일 겁니다.

      과학자들이 “아직 인류가 자연에 대해서 아는 건 지극히 조금밖에 안 된다”라고 말할 때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겸손한 자세로 말하는데,
      그 미지의 영역에 있는 하나님의 가능성에 대해서 논할 때는...;; 태도가 좀 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2. Asperimus 2011/03/31 07:56 # M/D Reply Permalink

    날개셋 사용자입니다. 꾸준히 업데이트되고있는 날개셋을 보며 그래도 아직 사무엘님같은 분이 계시기에 세벌식이 죽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Podcast를 듣다가 사무엘님께서 관심을 가지실 만한 cast를 찾았기에 한 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링크 올립니다. http://deimos3.apple.com/WebObjects/Core.woa/Feed/cam-ac-uk-public-dz.4191424118.04191424120
    KJV성경의 제작 과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유머를 섞어가면서 강연을 참 잘 하네요.

    1. 사무엘 2011/03/31 15:30 # M/D Permalink

      오홋. 저와 글자판과 신앙관을 공유하시는 분이신가요? 반갑습니다. ^^;;;
      음, 그나저나 저 링크의 mp3는 PC에서는 접근이 안 되는 것 같네요. (Access denied)

  3. Asperimus 2011/04/01 02:45 # M/D Reply Permalink

    음.. 아마 Podcast라서 iTunes가 없으면 링크가 접근이 안되는 것 같네요. 여기서 받아 보세요.
    http://www.mediafire.com/?1vot0b5uigvdvyr

    사무엘님과는 여러 분야에서 통하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철도 동호인이거든요:) 간간히 올라오는 철도관련 포스팅도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1. 사무엘 2011/04/02 09:36 # M/D Permalink

      고맙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천년왕국 때 예루살렘 성전 아래로 지하철이 생기길 사모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도 있어야 할 듯하군요. ㅋㅋㅋ

  4. 주의사신 2011/04/04 15:22 # M/D Reply Permalink

    1. 고려대 밑에 지하철이 다닌다는데, 예루살렘 성전 밑에 지하철이 다닌다라....

    "다음 역은 예루살렘 성전, 예루살렘 성전입니다. 내릴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뭔가 이상해요...ㅋㅋ

    2. 청 목사님 온라인 교회에 구원 간증 올렸습니다. 언젠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이제야 하게 되네요.

    1. 사무엘 2011/04/05 00:22 # M/D Permalink

      방송 멘트엔 “만군의 주께 경배하러 가실 분은 이번 역에서 내리시기 바랍니다”도 추가. ㄲㄲㄲㄲㄲ
      사무엘 님은 천년왕국 시대의 철도청장을 꿈꿉니다. ㅋㅋㅋㅋㅋㅋ

      간증도 잘 봤습니다. 청 목사님 카페에 첫 글 올리신 것을 쌍수 들고 축하합니다. 다음 시리즈 기대하겠습니다. ^^;;

  5. 이재훈 2011/04/09 08:27 # M/D Reply Permalink

    옛날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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