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선 연장 개통

신분당선이 개통한 지 딱 두 달 뒤, 구(舊) 분당선도 보정 아래로 세 역--구성, 신갈, 기흥--이 연장 개통했다. 분당선이 이제 거의 민속촌 근처까지 내려갔다.

분당선!
노 태우 정권 시절에 건설된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성남시 분당구를 서울과 잇기 위해 건설된 광역전철이다.
직통 운행하는 여타 지하철이 없이 100% 코레일 관할인데 지상이 없는 100% 지하 구간이고, 생긴 건 지하철처럼 생겼으면서 직류가 아닌 교류 전기를 쓴다는 점에서 옛날부터 굉장히 이색적인 전철 노선이었다.

맨 처음에 1994년에 수서-오리 구간이 개통한 게 원조이다. 그러던 것이 2003년에 서울 시내의 수서-선릉이 개통하였고, 200x년대 중후반엔 오리 이남으로 죽전과 보정 역이 찔끔 개통했다. 그리고 보정은 차량 기지 내부에 있는 임시역이었다.

그 후 1994년으로부터 무려 17년이 지난 2011년에 그나마 연장다운 연장이 이뤄졌다. 이거 뭐 김 일성이 죽은 해에 1차 구간이 개통하고, 그의 아들이 죽은 해에 또 이렇게 대규모 연장 구간이 개통한 건 그냥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우연이고말고. ㄲㄲㄲㄲ

임시 보정 역은 진짜배기 지하 보정 역으로 이설되었고, 이제 분당선의 지상역은 죽전 역만 유일하게 남게 되었다. 하지만 분당선의 북쪽 말단으로 계획되어 있는 왕십리 역은 지상에 중앙선과 나란히 만들어질 예정임. 죽전 역은 분당선의 20세기 구간(수서까지만)과 21세기 구간을 가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죽전은 보정보다도 나중에 개통한 역인데 어째 존재감이 커졌다.

직통 운행을 하는 전철 노선 구간에 무려 17년의 간극이 존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뭐, 전철 1호선은 워낙 역사가 길고, 또 지상이니까 제외한다 치지만 지하철은 1기 지하철과 3기 지하철이 공존하는 3호선(수서-오금) 내지 앞으로 개통할 7호선 연장 구간에서나 그 정도 간극을 체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분당선은 오리 이북과 보정 이남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분당선은 개통 초기부터 시끄러운 소음철로 악명을 떨쳤다. 그나마 지금은 노력을 해서 옛날보다 많이 감소한 것이다.
20세기 구간은 장대 레일도 아니어서 레일의 덜컹거림과 터널 소음이 다 들리는 반면, 21세기에 개통한 신규 구간은 조용함 그 자체이다. 타 보면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철덕이라면 “분당선이 이렇게 조용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라 경의선이나 중앙선에서나 볼 수 있던 컬러 모니터(단순 저색상 LED가 아니라) 달린 최신형 동글이 전동차가 이제 분당선에도 활약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를 위해 기존 중앙선 전동차가 8량이던 게 소리소문 없이 6량으로 더 줄어든 것 역시 감안할 점임. 분당선도 20세기 구간은 역들이 아예 10량 기준으로 맞춰져 있었지만 21세기 구간은 많아야 8량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20세기의 코레일 광역전철들은 특히 지하 구간의 경우 승강장 벽면에 벽화(?)가 많은 편이었는데(과천선, 일산선 구간 등을 보라) 요즘 개통하는 역들은 그런 건 없고 그냥 평이한 코레일체+석재 인테리어이다. 기존 지하철 인테리어도 아니고, 9호선 같은 서울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분당선 같은 파격적인 디자인은 더욱 아니다.
경춘선· 경의선에서 보던 그런 느낌이 분당선의 지하 구간에서 그대로 재연됐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한때 오리 역은 수도권 전철의 지하 구간에 있는 국내 유일의 쌍섬식 역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쪽 종점인 기흥 역도 쌍섬식이다. 분당선은 아래로 계속 더 연장될 것이기 때문에 이 역도 2폼 3섬식으로는 안 하고 아예 쌍섬식으로 만든 듯하다. 그러니 이 역을 보면서 옛날에 분당선의 남쪽 종점이 오리 역이던 시절을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분당선에 부분적이나마 급행 전동차가 다닐지는 미지수이다. 철도 동호계에서 유명한 떡밥이다. 하지만 선릉 이북의 서울 시내 구간은 도로가 비좁은 관계로 대피선(= 쌍섬식급 승강장)이 확실하게 없을 것으로 보이니 아쉽다. 전통적으로 지상 도로도 횡축보다는 종축이 좁기도 하고 말이다.
참고로 신분당선은 역 자체가 적을 뿐이지 딱히 완급 운행은 없으며 운행 계통은 단순하다. 완급 결합까지 다 무인 운전으로 해낸다면 운영 시스템이 칭송받아도 좋을 듯하다.

분당선의 남쪽 연장 구간은 신분당선의 승객을 늘리는 데도 일조할 것이고, 또 용인 경전철과의 연계도 해내는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후자는 흑역사화의 위기에 처해서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여담이다만, 이 분당선 연장 개통 때문에 어차피 노선도가 업데이트되어야 할 타이밍에 맞춰, 경원대 역이 드디어 가천대 역으로 개명되었다. 경원 대학교가 가천 대학교 경원 캠퍼스로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1/03 19:27 2012/01/0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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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범준 2012/01/03 19:46 # M/D Reply Permalink

    1. 여기도 분당선 관련 소식이 올라왔군요. ㅋㅋ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분당선은 초등학교 시절 할아버님과의 전철 여행 때 수서 위로 아직 미개통일 때 한 번 가 봤었고, 최근엔 신분당선 개통 기념 덕질을 했을 때 한 번 보정 역까지 갔다가 와 본 적 있습니다. 야~ 정말 분당선은 오리까지 가히 극악의 소음철-_-이네요. 치가 떨려 정말~-_-;
    그런데 선배 구간들의 그 과오를 과감히 떨쳐낸 후배 구간들이 개통되었다는 건 참 신선한 분위기를 조성하겠는걸요.

    3. 제가 오리 역을 지나봤을 땐 1상대 1섬식이었던 것 같은데(내가 자세히 안봤나?) 쌍섬식이었나요?;;
    지하 역에 쌍섬식 역은 여태껏 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ㅎㅎ;;

    4. 어렸을 적에 제 아버지 수첩에 딸려 있던 전철 노선도에서 분당선이 왕십리까지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는데, 이제서야 개통이 되려나보군요. 참고로 이 지도는 과거 종로선(1호선 지하)이 빨간색으로 표시되고 일산선, 과천선, 구 철도청 구간 등이 따로 표시되던 시절의 지도였습니다.

    1. 사무엘 2012/01/04 04:08 # M/D Permalink

      분당선뿐만이 아니라 1990년대 중반에 개통한 전철들이 기술적으로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던 관계로 무척 시끄러웠습니다. 콘크리트 노반 + 좁은 터널 + 시끄러운 VVVF 인버터.. 철덕이라면 이제 관련 정보가 알아서 술술 나오죠? 비슷한 소음철로 서울 지하철 5호선도 유명합니다.

      분당선을 왕십리까지 놓겠다는 발상 자체는 이미 분당선 초창기부터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알고 보면 고속철 사업만큼이나 무지하게 오래 된 계획입니다(1990년대 초). 하지만 코레일 타임크리와 티스푼 공사 때문에 아직도 개통이 안 되고 있는 것이고요. 분당선이 지날 한강 하저 터널도 뚫린 지 이미 몇 년이 지났을 걸요.

      오리 역은 지하에 건설된 쌍섬식 승강장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 철도가 개통한 뒤에야 '유일' 타이틀은 깨졌지만, 최초인 건 사실이죠.

  2. 백성 2012/01/03 23:04 # M/D Reply Permalink

    역시... 컬러 모니터를 포함한 최신형 동글이 전통차가 분당선에도 등장한 게 처음에 엄청난 포스를 느꼈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ㄳㄳㄳ

    - 제가 철덕이 된 건 아닙니다. 유의하세요.

    1. 소범준 2012/01/03 23:20 # M/D Permalink

      에이~ 점잖게 빼는 게 어딧서~~~^^;
      그렇잖아도 철덕계에 입문한 티가 딱 보이네그려~~잉~~?^^;
      백성군, 철덕은 원해서 되는 게 아니라 어느 날 살펴보니 되어있는 거라네. 부정한다고 그 티가 지워지는 게 아냐~~^^;

      철덕성 열심히 수련하길 바라며..... 홧팅 !

    2. 사무엘 2012/01/04 04:14 # M/D Permalink

      분당선은 여타 광역전철들과 연계되는 구간이 없이 고립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게 차량을 반입· 반출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왕십리 아니면 수원으로 연결이 시급하기도 하죠.

      - 과연 철덕이 아닌 게 확실할까? ㄲㄲㄲㄲ

    3. 소범준 2012/01/04 11:31 # M/D Permalink

      사무엘>
      3호선 수서 차량기지 쯤에서 살짝 연결되지 않나욤...?;;
      광역전철들과는 거리가 좀 있어도 거기를 통해서 반입?반출되지 싶습니다.

    4. 사무엘 2012/01/04 18:51 # M/D Permalink

      수서에서 분당선과 3호선 사이의 연결 선로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울 지하철은 '광역전철'은 아니죠. 분당선은 현재 다른 코레일 관할 노선들과는 유일하게 고립되어 있습니다.

  3. 근성인 2012/01/06 01:10 # M/D Reply Permalink

    간만에 가야할곳이 새로 생긴거같다? 기쁜 소식이다?
    그러고보니 2012년 6월에는 분당선 왕십리-선릉 구간 개통 예정인데 제발 예정대로 되었으면 좋겠어?

    1. 사무엘 2012/01/06 09:42 # M/D Permalink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그렇잖아도 신규 개통 구간 시승하면서 근성인님 생각이 났다?
      올해는 분당선 왕십리 연장 구간과 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이 무엇보다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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