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덕후에게는 상식이겠지만, 서울 역을 출발한 KTX는 금천구청 역까지는 기존 경부선으로 달리다가 거기서 별도의 선로로 분기하여 한참을 달린 뒤에(거의 5km) 반지하역인 광명 역에 진입하고, 거기서 또 대략 11km에 달하는 거리를 지하 터널로 달린 뒤에 반월 호수 근처에서 다시 지상으로 나온다.
광명 역은 원래 남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때쯤 선로는 방향을 바꿔서 동쪽을 향하게 된다. 서해안 고속도로와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만나는 조남 분기점을 지나는 자동차 운전자라면, 바로 밑으로 KTX도 달리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그 뒤 KTX는 화성 시내 대부분의 구간을 지상 고가로 달린다. 그런데 화성시 봉담읍 상리 일대를 보면, 왼쪽에 삼봉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고 고속선은 산을 완전히 비껴서 완만하게 커브라면 커브를 틀면서 달리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 경부 고속선이 처음 건설되던 당시에는 이런 계획이 아니었다. 산기슭을 다 터널로 뚫어서 완전히 직선으로 길을 낼 생각이었다. 즉, 고속철은 수원여대 혜란 캠퍼스 쪽으로 더 가깝게 건설될 수 있었다.
이런 계획이 빗나가게 된 것은, 산 속 고속철 예정 노선의 바로 밑으로 폐광산의 갱도가 뒤늦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화성시 봉담읍 상리 산 104번지에 소재한 삼보 광산. 원래 아연과 납 따위를 캐던 광산이었는데 채산성이 없어지면서 1991년에 사업을 접은 곳이었다. 완전히 폐광된 때는 1999년이라고 함.
폐광산의 갱도 때문에 지하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데, 그 위로 복선 전철 선로가 깔리고 수백 톤짜리 고속철이 시속 300km로 달린다면 노반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결국, 1990년대 중반에 총길이 약 2.2km를 목표로 이미 300m 정도 뚫었던 터널은 공사가 “취소”되었고, 그보다 동쪽으로 500m 정도 비껴 간 완전 지상 우회 구간이 대안으로 선택되었다. 그것이 오늘날의 고속선 선로이다. 이 때문에 공사 기간도 길어지고 그 터널 뚫느라 든 110억 원가량의 국비는 허공으로 갔다..;; 그리고 경부 고속철 '상리 터널'은 영원한 흑역사로 전락했다.
(참고로 옛날에 국립 국어원에서 표준 국어 대사전을 처음 만들 때 든 예산이 112억 원 남짓이었다. 만들어진 시기가 비슷하니 물가 차이도 별로 안 난다. 세상에 철도글 쓰면서도 사무엘님의 직업병이 아니랄까봐, 어문 관련 사건이 관련 검색 결과로 떠오르는구나. ㅋㅋ)
철도의 폐터널은 기존 철도가 복선· 전철화나 선형 개량으로 인해 이설되면서 잉여로 전락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상리 터널의 경우는 아예 짓다가 만 경우이기 때문에 드문 사례이다. 공사 전에 좀 더 지반 조사를 똑똑하게 했다면 건설비를 좀 더 절약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당 지역에서는 폐광산 근처를 생태 공원으로 조성하거나 청소년 시설을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광명 역은 원래 남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때쯤 선로는 방향을 바꿔서 동쪽을 향하게 된다. 서해안 고속도로와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만나는 조남 분기점을 지나는 자동차 운전자라면, 바로 밑으로 KTX도 달리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그 뒤 KTX는 화성 시내 대부분의 구간을 지상 고가로 달린다. 그런데 화성시 봉담읍 상리 일대를 보면, 왼쪽에 삼봉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고 고속선은 산을 완전히 비껴서 완만하게 커브라면 커브를 틀면서 달리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 경부 고속선이 처음 건설되던 당시에는 이런 계획이 아니었다. 산기슭을 다 터널로 뚫어서 완전히 직선으로 길을 낼 생각이었다. 즉, 고속철은 수원여대 혜란 캠퍼스 쪽으로 더 가깝게 건설될 수 있었다.
이런 계획이 빗나가게 된 것은, 산 속 고속철 예정 노선의 바로 밑으로 폐광산의 갱도가 뒤늦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화성시 봉담읍 상리 산 104번지에 소재한 삼보 광산. 원래 아연과 납 따위를 캐던 광산이었는데 채산성이 없어지면서 1991년에 사업을 접은 곳이었다. 완전히 폐광된 때는 1999년이라고 함.
폐광산의 갱도 때문에 지하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데, 그 위로 복선 전철 선로가 깔리고 수백 톤짜리 고속철이 시속 300km로 달린다면 노반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결국, 1990년대 중반에 총길이 약 2.2km를 목표로 이미 300m 정도 뚫었던 터널은 공사가 “취소”되었고, 그보다 동쪽으로 500m 정도 비껴 간 완전 지상 우회 구간이 대안으로 선택되었다. 그것이 오늘날의 고속선 선로이다. 이 때문에 공사 기간도 길어지고 그 터널 뚫느라 든 110억 원가량의 국비는 허공으로 갔다..;; 그리고 경부 고속철 '상리 터널'은 영원한 흑역사로 전락했다.
(참고로 옛날에 국립 국어원에서 표준 국어 대사전을 처음 만들 때 든 예산이 112억 원 남짓이었다. 만들어진 시기가 비슷하니 물가 차이도 별로 안 난다. 세상에 철도글 쓰면서도 사무엘님의 직업병이 아니랄까봐, 어문 관련 사건이 관련 검색 결과로 떠오르는구나. ㅋㅋ)
철도의 폐터널은 기존 철도가 복선· 전철화나 선형 개량으로 인해 이설되면서 잉여로 전락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상리 터널의 경우는 아예 짓다가 만 경우이기 때문에 드문 사례이다. 공사 전에 좀 더 지반 조사를 똑똑하게 했다면 건설비를 좀 더 절약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당 지역에서는 폐광산 근처를 생태 공원으로 조성하거나 청소년 시설을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공사가 중단된 터널은 그 당시엔 입구가 봉인된 채 폐쇄되었지만, 지금은 이미 사유지가 되어서 내부가 유용히 쓰이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폐터널은 각종 곡물의 저장 창고 등의 용도로 굉장히 좋다. (☞ 관련 링크)
경부선만 해도 복선화 과정에서 왜관-구미 구간이 대대적으로 이설된 적이 있기 때문에, 옛 단선 구간에 존재하던 터널이 진작부터 비슷한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경부선만 해도 복선화 과정에서 왜관-구미 구간이 대대적으로 이설된 적이 있기 때문에, 옛 단선 구간에 존재하던 터널이 진작부터 비슷한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포항 이북으로 일제가 건설하다가 공사가 중단되어 버린, 동해 중부선의 폐터널도 포항에 남아 있다.
철도 폐터널의 낭만을 잘 묘사한 아래의 글도 참고하라. 철덕이라면 하악하악 하기에 충분한 아이템이다. (☞ 관련 링크)
지하철은 태생적으로 망할 일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대도시에 건설되다 보니, 전쟁이라도 나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지 않는 이상, 지하철 터널이 잉여로 전락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서울 지하철 6호선이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때문에, 건설 중에 허겁지겁 노선을 변경하긴 했었지만 딱히 짓다 만 터널이 생겼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그런 게 있더라도 일반인은 가 볼 수 없을 것이고) 다만, 신설동 역의 잉여 지하 승강장 같은 아이템이 있긴 하다.
지하철은 태생적으로 망할 일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대도시에 건설되다 보니, 전쟁이라도 나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지 않는 이상, 지하철 터널이 잉여로 전락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서울 지하철 6호선이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때문에, 건설 중에 허겁지겁 노선을 변경하긴 했었지만 딱히 짓다 만 터널이 생겼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그런 게 있더라도 일반인은 가 볼 수 없을 것이고) 다만, 신설동 역의 잉여 지하 승강장 같은 아이템이 있긴 하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