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녀와 야수 (1991)

정말 동화적인 환상으로 가득한, 전형적인 디즈니스러운 작품이다. 역대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에는 에리얼(인어공주), 포카혼타스, 자스민(알라딘), 뮬란 등 여러 여주인공이 있는데, 역시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벨이 내가 보기에 제일 예쁘다. 나의 미의 판단 알고리즘이 이미 서양 기준에 물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제목에서부터 미녀를 표방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이 당시에는 여전히 2D 애니메이션이 주류이지만, 정교한 컴퓨터그래픽이 부분적으로 도입되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알라딘의 경우 용암과 양탄자에서 CG가 들어갔고, 미녀와 야수에서는 둘이서 드디어 무도회장에서 춤을 출 때 배경이 간지나는 3차원 CG로 처리되었다.

엔딩에서 야수에게 걸린 저주 마법이 풀리는 장면이 정말 아름답다. 이는 예수님의 재림 후에 이 땅에 걸린 저주가 풀릴 거라고 하는 성경의 예언을 기억나게 한다. 이것도 명장면이지만, 나중에 나온 라이온 킹은 음악을 너무 잘 만들어서 그 감동이 전작을 압도해 버렸다. 이에 대해서는 바로 다음에 라이온 킹에 대해서 얘기할 때 다시 다뤄질 것이다.

미녀와 야수에서 벨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는 Paige O'Hara(페이그 오하라 1956~)라고 하는 중년 여성이다. 이런 장편 만화영화는 중간에 뮤지컬처럼 노래가 이따금씩 나오며, 동일 주인공에 대해서도 일반 대사 성우와 노래 성우를 따로 쓰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벨의 목소리는 일반 대사와 노래가 모두 동일 인물이다.

인어공주에서 그 이름도 유명한 주제가 Under the sea를 작곡하고 미녀와 야수의 Tale as old as time을 작곡한 음악가는 Howard Ashman (1950~1991)이다. 이 분야에서는 가히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었는데, <미녀와 야수> 영화 제작 중에 에이즈 합병증으로 인해 작업을 다 못 끝내고 40대 초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미녀와 야수> 영화를 다 보고 credit roll까지 다 올라가고 나면, 저 사람을 추모하는 tribute이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라이온 킹 (1994)

월트 디즈니 사의 역대 최고 대박으로 손꼽히는 명작이다. 동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우화 같은 만화영화가 과연 흥행 성공할 수 있을지 처음에는 디즈니 내부적으로도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으나, 라이온 킹은 결국 제작비의 20배가 넘는 수익을 낸 걸로도 모자라, 영화의 수명이 다 끝난 뒤에도 각종 캐릭터 상품 로열티로 계속 돈을 벌어다 줬다.

초등학교 6학년의 나이로 이 만화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본인이 받은 임팩트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게 묘사된 아프리카 정글, CG로 만들어진 살떨리는 들소 떼 돌진(stampede) 등 여러가지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두 영국인(Tim Rice와 Elton John)이 작곡한 음악들이 아름답고 엔딩이 너무 감동과 전율이었다. 난 라이온 킹을 능가하는 퀄리티의 엔딩이 나오는 영상 매체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스카를 물리친 후 심바가 Pride Rock에 오를 때 흘러나오는 역동적인 엔딩 음악은 뭐랄까.. 찬송가로 치면 예수님의 부활을 표현하는 <무덤에 머물러> 같은 느낌이다. Pride Land가 잿더미에서 다시 옛날의 모습을 회복한 뒤에 이어지는 코러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광복이나 남북 통일, 영적으로는 계 21:4를 떠올리게 할 정도의 환희와 희열 그 자체이다. 도대체 머리에 뭐가 든 사람이 이런 음악을 작곡하고 공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직접 들어 보시라. 겨우 허구의 만화영화 엔딩으로만 쓰기엔 아까운 퀄리티이다.

라이온 킹은 ‘하쿠나 마타타’ 같은 문구를 포함해, 주인공의 각종 이름에도 아프리카 현지 언어인 스와힐리어 표현을 많이 퍼뜨렸다. 무파사, 심바, 라피키는 다 스와힐리어라고 한다. 다만, 무파사의 동생이며 반동 인물인 스카(Scar)는 응당 영어 단어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름 그대로 눈가에 흉터가 있다.

영화에 나오는 하이에나 3총사의 이름은 잘 알다시피 반자이· 셴지· 에드인데, ‘반자이’도 스와힐리어이며, 통념과는 달리 일본어 ‘반자이’가 아니라고 한다. 로마자 표기까지 Banzai로 완전히 일치하지만, ‘텐노 헤이카 반자이(천황 폐하 만세-_-)’ 할 때 그 반자이하고는 관계가 없으니 오해하지 말 것. 하이에나들 중에서는 ‘에드’만 스와힐리어가 아닌 영어 이름이다.

라이온 킹 이전에 본인에게 아프리카 밀림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준 만화영화는 TV로 봤던 <재키와 머피>였다. 거기에다 <밀림의 왕자 레오>도 있으니, 일본이 웬일로 아프리카 동물을 배경으로 한 만화영화를 좀 만들긴 했다. 이 때문에 라이온 킹이 유독 일본에서는 짝퉁 표절 소리를 들으면서 세계 평균만 한 인기는 못 누렸다고 한다.

첨언하자면, 스와힐리어와 관련 지어 CCM 중에도 떠오르는 검색 결과가 있다. 1998년에 발매된 최 덕신의 <갈망>의 1번 트랙 <오 놀라워라>는 스와힐리어 코러스가 시작과 끝부분에서 반복해서 흘러나온다. 도입부에서 라이온 킹의 주제가인 Circle of Life가 약간 오버랩된 건 나만의 생각인 것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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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 정도로 전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만화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과연 천조국 미국의 기상을 느낀다.

다만, 음모론 쪽에 관심이 많은 기독교계에서는 디즈니 사와 그쪽 작품을 굉장히 경계하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디즈니 사 애니메이션 작가들 내부에서는, 일종의 이스터 에그 차원에서 좀 성적인 장면을 작품 안에다 아주 몰래 집어넣는 게 거의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고 한다.

라이온 킹에서 심바가 풀밭에 털썩 주저앉을 때 SEX 모양으로 꽃가루가 생긴다는 루머, 들어 보신 적이 있는가? 디즈니 사에서는 SFX를 의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다가 나중에는 제풀에 지쳐서 DVD로는 그 장면을 아예 삭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거 말고도 논란이 된 예가 몇 가지 더 있다. 무슨 디즈니 만화영화 포스터를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뚫어지게 들여다보면, 남근을 발견할 수 있다거나 그런 것.

물론 개중에는 도시전설, 과민반응 급인 루머도 있다. 하지만 그런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집단의 내부에서는 과연 어떤 오덕-_-질이 벌어지고 있을까? 계약직인지 정규직인지는 모르겠다만(모르긴 몰라도 예술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프리랜서 형태로 작업을 하지 않을까?), 앞서 말했듯이 디즈니 사의 일류 음악가가 에이즈에 걸려 죽었다는 것도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굳이 저런 선정적인 주제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다니던 교회의 주일학교 선생님은 라이온 킹에 들어있는 소위 뉴에이지 사상(circle of life? 윤회?) 내지 아프리카 샤머니즘을 굉장히 비판하신 적이 있다. 라피키가 무파사의 환상을 심바에게 보여주는 장면을 생각해 보라. 저건 영락없이 부리는 영(familiar spirit)을 지닌 자가 하는 짓이며, 구약 율법대로라면 돌로 쳐 죽일 중죄이다.

하긴, 그 정도로 뼛속까지 성령 충만하고 성경의 사고방식에 단련되어 있는 사람은, 그 명작 타이타닉(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볼 때조차도 불륜과 음행, 반역을 미화하는 역겨운 영화라고 불편해한다. (누드도 나오고 아마 검열삭제 암시 장면도 있었을걸? ㄲㄲ) 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그런 반성경적인 코드가 그토록 아름다운 영상과 음향에 아주 교묘하게 녹아 있다. 그렇다고 세상의 영화를 전면 거부하고 살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경각심은 잊지 말아야겠다.

이런 저런 얘깃거리가 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가능한 한 디즈니 만화영화에 대해서 좋은 추억만 간직하고 싶다. 요즘은 잘 알다시피 Pixar 합병까지 했겠다, 3D CG 애니메이션이 대세인데 어떤 작품을 만들며 지내는지 모르겠다. 본인은 2008년에 Wall-E를 본 게 마지막이다.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도 음악에 대한 나의 감수성이 아직까지 죽지 않았음은, 거의 10년 가까이 뒤에 Looking for you를 통해서 입증되었다. (이 글은 철도 얘기가 없을 줄 알았지? 페이크다.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2/03/15 19:20 2012/03/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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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성 2012/03/16 00:41 # M/D Reply Permalink

    1. 타이타닉 볼 때도 연령-_-제한 없이 보긴 했습니다만, (어차피 15세 드라마도 초딩들 잘들 보잖아요.) 중간에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그나마 좀 있다가 찬송가 바이올린 연주가 나온 게 있지만, 가식이겠지요.

    2. 저는 (당연하지만) 벤허 추천합니다.
    인간적으로도 명작이면서도 예수님에 대한 객관적이자 진실된 시각을 너무 잘 유지했음.

    3. 심은 대로 거두는 폐해는 <나홀로 집에>로 스타가 되었던 맥컬리 컬킨이 마약으로 인생을 보내는 것에서 알 수 있죠.

    1. 사무엘 2012/03/16 09:07 # M/D Permalink

      1. 영화 타이타닉: 영국 귀족들의 위선을 풍자한다는 명목으로 성적 문란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반역--좀 심하게 표현하면 패륜--까지 미화와 합리화하는 묘사도 있지요. 대수롭지 않게 보고 넘겼는데, 역시 시간이 흐르고 성경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고 나니까 그런 장면도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바이올린 연주는 그래도 고증에 입각해서 최소한 기독교에 대한 비하의 뉘앙스는 없이 등장한 것입니다.

      2. 벤허: 소설과 영화 모두 명작이지요. 위험한 왜곡 없이 예수님 시대를 배경으로 한 허구를 잘 구성했습니다.

      3. 연예계에 있는 스타들이 좋지 못한 개인사와 결말로 갑자기 훅가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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