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동차 쏘나타

‘쏘나타’(Sonata)는 음악 용어인 동시에 한국에서 가장 오래 현역으로 살아 있는 국산 승용차 브랜드이기도 하다. 주행을 마치 음악 연주처럼 조화롭고 우아하게 예술의 경지로 소화해 낸다는 뜻을 담은 작명이리라. 제작사는 현대 자동차이다.

외래어 표기법 FM대로는 ‘소나타’라고 적어야 맞으나, 잘 알다시피 ‘소나 타(고 다녀라)-_-’라는, 자동차에게는 심히 굴욕적일 수 있는 개드립을 의식해서인지 공식 한글 표기를 ‘쏘나타’라고 바꿨다.
아니, 실제로 옛날엔 경쟁사인 대우의 김 우중 회장이 그런 언어유희로 쏘나타를 디스한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로부터 20년 뒤, 대우의 경쟁 차종인 로얄 살롱/프린스 시리즈는 깨끗이 사라진 반면, 쏘나타는 건재하다.

승용차는 뒷부분에 차명 엠블렘이 관례적으로 부착되어 있는데, “쏘나타의 엠블렘에서 첫 글자 S를 떼서 갖고 있으면 서울대에 붙는다”라는 웃기지도 않은 도시전설이 나돌았나 보다. 그래서 특히 학교에서 교사가 세워 놓은 차의 엠블렘이 졸지에 ‘쏘나타’에서 ‘오나타’(ONATA)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때문에 21세기에 출시된 후속 모델은 한 글자만 떼어 갈 수 없게 엠블렘이 일체형으로 바뀌었다는 후문이 나돈다.

본인이 이걸 보고 떠오른 건, 이 상 시인의 ‘오감도’이다. 쏘나타에서 글자 하나를 떼어내서 오나타가 되었는데, 이처럼 오감도는 잘 알다시피 건축 용어인 ‘조감도’(鳥瞰圖)의 한자에서 한 획을 떼어내서 오감도(烏瞰圖)로 바꾼 것이다. (잘 알다시피 작가는 문과 출신도 아니고 건축 공학 전공의 공돌이로, 시에다가 ‘가역반응’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그렇게 글자를 변개하여 뭔가 2% 빠진 듯한 cripple을 만듦으로써, 장조에서 단조로, 완전 연소에서 불완전 연소로 바뀌는 것 같은 그리 불안하고 각박하고 즐겁지 못한 분위기를 연출한 셈이다.

얘기가 옆길로 좀 많이 빗나갔으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쏘나타는 잘 알다시피 현대 자동차가 개발하여 판매하는 중형 세단 승용차이다. 기아 자동차의 K5, 그리고 르노삼성의 SM5가 동급 차량으로 쏘나타하고 경쟁하는 구도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쏘나타가 오히려 같은 회사에서 만든 아반떼와 그랜저 사이의 콩라인으로 전락한 면모도 있다. 안 그래도 기름값도 비싼데 아반떼 같은 더 작은 차를 장만하거나, 아니면 돈 약간만 더 보태서 더 크고 간지 나는 그랜저를 사고 말지, 쏘나타는 이도 저도 아닌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21세기의 트렌드인 양극화의 손길이 자동차에까지 뻗친 것 같다.

최초의 쏘나타는 그랜저보다 1년 남짓 앞선 1985년에 출시되었다. 이때는 외형이 스텔라하고 별로 다를 게 없었다. MS 개발툴로 치면, 비주얼 C++ 1.0이지만 여전히 전신인 MS C/C++ 7.0스럽던 시절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쏘나타다운 고유 모델이 처음으로 나온 건 1988년. 바로 이것이다. 본인은 아직도 쏘나타 하면 이 모양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엑셀보다 더 크고, 특히 바퀴의 휠 모양이 저렇게 생긴 게 쏘나타의 고유 외형이다. (사진 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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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1991년 초에 외형이 더 매끄러워진 뉴 쏘나타가 나오고 1993년에 쏘나타 2(II)가 나왔는데, ‘뉴’와 2는 외형이 서로 비슷한 편이었다. 그리고 1995년에는 쏘나타 3이 나왔다. 3은 뒷부분의 붉은 램프의 디자인이 기존 쏘나타들에 비해 좀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1998년에 나온 EF 쏘나타는 램프 모양을 포함해 외형이 예전 모델보다도 더욱 알록달록 동글동글해졌다. 은근히 그랜저 같은 고급스러운 맛까지 느껴졌다. 이런 디자인은 2001년에 나온 뉴 EF 쏘나타도 물려받았는데, 헤드라이트에 원이 두 개인 듯한 파임이 들어가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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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나온 NF 쏘나타는 예전 모델들에 비해서는 다시 각진 느낌으로 돌아간 듯하다. 사실은 너무 오랫동안 우려먹은 쏘나타라는 브랜드도 다른 걸로 대체할 생각이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쏘나타로 회귀한 거라고 한다.

2007년는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인 쏘나타 트랜스폼이 나왔다. NF와 생김새가 거의 같지만 앞의 헤드라이트의 크기가 더 커지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습도 살짝 달라졌다. 아래 그림에서 오른쪽이 NF 오리지널, 왼쪽이 트랜스폼이다. 구분할 수 있으시겠는가? 전동차로 치면 1차 도입분과 2차 도입분 사이에 생긴 미묘한 차이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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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날 쏘나타의 최신 모델은 잘 알다시피 2009년에 출시된 YF이다. 쿠페 스타일의 날렵한 외형은 역대 쏘나타들 중 가장 과감하고 참신한 디자인이 아닌가 싶으며,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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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반떼 MD(2010년형)와 그랜저 HG(5세대 2011년형)하고 좀 닮은 건 사실이다. 다들 비슷한 컨셉으로 디자인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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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의 역사를 통해 현대 자동차의 엔진 기술의 발달사도 엿볼 수 있다. 격투기의 체급이 체중에 따라 나뉘듯 자동차의 체급은 배기량으로 얼추 분류가 가능한데, 중형차에 속하는 2000cc만 예로 들자면 스텔라의 후속 모델이던 1985년형 쏘나타가 엔진 최대 출력이 110마력이었다.

그러던 것이 SOHC 대신 DOHC 엔진이 장착되면서 뉴 쏘나타에서는 동일 배기량으로 137마력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 후 쏘나타 2(146마력)를 거쳐 쏘나타 트랜스폼에서 150마력대에 도달하고, 신형 YF 쏘나타의 2000cc 기본 모델은 이미 165마력을 찍었다. 그러면서도 연비는 오히려 미미하게 더 좋아졌다.

하긴, 옛날에 1세대 그랜저가 3000cc 최고급 모델의 최대 출력이 161마력이었으니 기술이 발달한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건 SOHC 방식만으로 낸 출력이었다. SOHC와 DOHC의 차이는 컴퓨터로 치면 싱글과 듀얼 코어의 차이요, 생물로 치면 심방/심실의 수의 차이로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원래 YF 쏘나타는 예전 모델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급형 2400cc 모델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얼마 못 가 명이 끊겼다. 위로는 그랜저 2400cc (쏘나타에게는 높은 사양이지만 그랜저에게는 낮은 사양)와 경쟁하는 구도가 되면서 완전히 밀렸고, 아래로는 너무나 성능이 좋은 2000cc 기반 쎄타 II GDI 터보 엔진이 개발되면서 2400cc 모델의 존재의 의미를 지워 버렸기 때문이다.

YF 쏘나타 2.4는 난 지금까지 딱~ 한 번 봤다. 2400cc 모델은 그랜저처럼 뒷부분의 배기구 머플러가 좌우에 쌍으로 두 개 달려 있다.

2011년에는 YF 쏘나타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되었는데 대표적으로 앞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이 더 단순하게 바뀌었다. 하이브리드인 덕분에 공인 연비가 21km라고 하는데, 옛날에 그 작고 열악한 티코의 최저 사양 연비가 24.1km(자동도 아니고 수동)였다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경제성이 아닐 수 없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로 달릴 때면 너무 조용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이 자동차 소리를 못 들어서 위험에 빠질 수가 있기 때문에, 일부러 자동차 주행 소음을 만들어 주는 장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디젤 전기 기관차처럼 내연 기관과 전동기가 모두 달려 있다 보니, 더 무겁고 엔진 부품이 더 복잡하고 유지 보수 비용도 더 드는 건 감안해야 할 점이다.

쏘나타, 앞으로 몇 년 뒤엔 또 어떤 모델로 변모할지 궁금해진다.
난 어렸을 때 뒷좌석의 중앙에 팔걸이를 내릴 수 있는 차를 보고 굉장히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쏘나타에는 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다.
고급 승용차와 관련된 잡설을 몇 개 추가하며 글을 맺는다.

1. 한때 그랜저는 한국 최고의 고급차의 대명사로 통용되었다. 그 각그랜저의 위엄은 정말! 허나 지금은 그냥 준대형차 수준으로 옛날에 비해서는 굉장히 보급형 세속(?) 모델로 격이 낮아졌으며, 이젠 그랜저 택시까지 있을 정도이다. 이건 마치 새마을호의 위상의 변화를 보는 것 같다. 서울-대전-대구-부산만 찍던 도도한 열차가 지금은 흠.. 그래도 둘 다 현실적인 격은 좀 낮아졌을지언정 그 상징적인 의미는 변함없다.

2. 그랜저보다 더 고급인 레알 대형 차량으로 현대 자동차가 만들고 있는 차는 잘 알다시피 제네시스와 에쿠스이다. 둘은 외부에 현대 자동차 엠블렘조차도 있지 않아서 언뜻 보기에 외제차 같은 인상을 준다. 연비가 10km도 안 되는 3000~5000cc급 대형차들은 그야말로 기름 먹는 하마이며, 진짜 재벌이나 사장님들이나 타고 장군· 장관들 관용차로나 쓰일 법하다. 5명밖에 못 타는 승용차 주제에 최대 출력은 45인승 버스의 그것을 능가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2/03/13 08:20 2012/03/1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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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yn 2012/03/13 09:05 # M/D Reply Permalink

    위상변화 얘기 하시니 던파가 땡긴다는 (...)

  2. 소범준 2012/03/13 13:11 # M/D Reply Permalink

    그 구닥다리(!!) 티코가 엄청난 경제성을 보유하다니!!


    가히 넘사벽을 직접 촉감해 보고 나올 수 있는 느낌이 드는군요.;;

  3. 사무엘 2012/03/13 20:00 # M/D Reply Permalink

    Lyn: 우와, 기묘한 연결이군요 ㅋㅋㅋㅋ

    소범준: 진짜 가볍고 빈약한 차였기 때문에 그때 저런 연비가 나왔죠.
    티코도 풀옵에 특히 자동 변속기 차량은 공인 연비가 18km대로 곤두박질쳤었습니다.
    그 반면에 오늘날의 하이브리드는 무겁고 비싼 기술이다 보니, 반대로 고급차의 연비를 끌어올려 주는 옵션으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죠.

    1. 소범준 2012/03/14 22:03 # M/D Permalink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결과군요.

      그렇담 고속도로를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욱 달려본 결과는 어떨까요..?(그것도 쏘나타를 비롯한 다른 차종들 대비했을 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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