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경전철 시승 소감

- 의정부 경전철은 잘 알다시피 부산에 이어 서울-수도권에 상륙한 최초의 경전철이다. 원래 용인 경전철 에버라인이 진작에 개통했어야 하는데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정시 개통이 '나가리'가 났고, 그 사이에 부산이 지하철 4호선과 김해선을 통해 국내 최초로 경전철 시대를 엶으로써 선수를 쳤다.

- 경전철은 차량이 작은 덕분에 확실히 날래고 잽싸다. 문도 빨리 닫히고 금방 출발하고, 게다가 탁월한 가감속과 작은 회전 반경은 기존 대형 전동차 중전철에서는 경험할 수 없던 요소이다.

- 특히 급커브를 돌면서도 일반 철도 특유의 키링키링 쇳소리가 나지 않는 건 인상적이다. 다만, 전동차의 주행 소음은 큰 편이다. 차체가 작고 방음 설비도 덜 갖춰져서 차내에서 소리가 기존 중전철에 비해 더 크게 들리는 듯하다.

- 100% 진짜 무인. 신분당선과는 달리 승무원 1인 탑승조차도 없다. 게다가 종착역 도착 후 회차를 위해 차량이 인상선에 들어가려 할 때도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내리시기 바랍니다” 이런 거 없다. 그냥 차내에 짱박혀 있어도 된다. 얘들은 도중에 운행을 마치고 기지로 들어가는 열차도 없으려나..??

- 기관실이 없는 관계로 앞뒤가 훤히 보이고, 천장 위로 전차선이 없고 옆으로 전신주도 없다. 스크린도어가 있으니 어차피 선로 추락 우려가 없다면 제3궤조 방식도 승산이 있는 듯하다. (참고로 용인 경전철은 스크린도어가 없음)

- 서울 지하철 2호선 지상 고가 구간처럼 의정부 시내 전망이 한눈에 보인다. 그러면서 선로 구조는 부산 지하철 4호선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지하 구간이 전혀 없고 2량 1편성인 점은 오히려 김해 경전철과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단, 김해 경전철은 전기 규격만 750V 3궤조 집전 방식인 것만 빼면 쇠바퀴에 1435mm 표준궤인 것은 기존 철도와 똑같은 경전철이므로 참고할 것.

- 2량 1편성에 작은 폭은 마치 수인선 협궤 열차를 보던 느낌. 또한 차량 1량당 문이 3개인 것은 부산 지하철 1호선 열차에 이어 전국에서 둘째 사례이다.

- 차내와 승강장의 전광판은 의외로 검소(?)하게 꾸몄는지 컬러 LCD 화면이 아니라 그냥 LED 기반 도트 매트릭스 + 비트맵 글꼴이다.

- 다만, 그렇잖아도 운임이 1300원으로 비싼데, 장거리 간선도 아닌 주제에 환승 할인이 안 되는 건 병크이고 자충수로 보인다. 주말엔 의정부 사람들이 어디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가족 단위로 놀이기구 이용하듯이 경전철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기도 한다고 함.. 안습.

- 의정부 역과 시청 역 사이엔 아래로 복선도 아니고 2복선 철길이 지나는데, 이건 그냥 기존 경원선의 선로이다. 교외선과의 분기를 앞두고 선로가 잠시 복선에서 2복선으로 늘어나 있는 것이다.

- 민간 경전철은 기존 중전철 기반의 지하철이나 광역전철과 섞이지 않으려 하는 티가 노골적으로 느껴진다. 앞서 말했듯이 일단 환승 할인이 없으며, 전철 내부에서는 아까처럼 시청이나 의정부처럼 수도권 전철 1호선의 역명과 겹치는 명칭도 대놓고 자기네 노선의 역을 식별하는 데 쓴다.

일종의 namespace 충돌인 셈인데, 비슷한 일이 용인 경전철이 개통하면 벌어질 것 같다. 환승역인 분당선 기흥 역과 에버라인 구갈 역부터 역명이 서로 다르며, 에버라인 측은 자기네 역명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그런다. 총신대입구-이수 꼴 나려나 보다. 이런...;;

Posted by 사무엘

2012/11/15 08:22 2012/11/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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