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선 1차 개통 구간 탐방기

성남에 있는 분당은 고양시 일산과 더불어 1기 신도시의 양 축을 구상하고 있는 신도시이며, 수도권 전철 분당선은 분당과 서울 사이의 연계를 위해 만들어진 광역전철이다.

분당선은 여타 광역전철들과는 달리 연계하는 서울 지하철이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노선명과 노선색을 쓰고 있으며, 교류 전기를 씀에도 불구하고 전구간이 지하이기 때문에 마치 코레일만의 지하철 같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주변이 굳이 지하화를 해야 할 정도로 크게 개발되어 있던 것도 아닌데 지하로 건설된 이유는 인근의 서울 공항으로 인한 보안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다.

이 분당선은 1994년 9월 1일에 수서-오리 구간이 최초로 개통했다. 그 당시엔 훗날 개통한 서울 지하철 5호선을 능가하는 시끄러운 전동차 주행 소음 때문에 악명이 높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된 상황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왕십리에서 수원까지 연결되는 방대한 광역전철으로 확장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보다시피 공사의 진척은 한없이 늦다. 지난 10월에 드디어 북쪽 끝인 왕십리 구간이 완공되었으나 수원과의 연결은 언제쯤?
한편, 승강장은 10량 기준으로 만들어졌지만 아직 전동차는 6량으로만 다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궁극적으로는 8량까지밖에 증결하지 않을 계획이라 한다.

이렇듯, 철덕의 입장에서 분당선은 할 말이 참 많은 노선임이 틀림없다.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분당선이 상당히 많이 길어져 온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개통한 1차 구간이 역사적으로 가장 분당선스러운 옛날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분당선에서 가장 먼저 개통한 수서-오리 구간에 대한 종합 명세이다.

수서
서울 지하철 3호선이 서울 2기 지하철 사업의 일환으로 남쪽으로 연장되던 1993년 말에, 3호선의 종점으로 먼저 개통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분당선이 개통하면서 여기와의 환승역이 되었다. 환승은 개념환승 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한 막장환승도 아닌 정도. 마치 1호선 청량리 역처럼 3호선 승강장은 환승 통로에서 계단을 도로 올라가야 나온다.
한때는 이 역이 3호선과 분당선 모두의 종점이었지만, 지금은 둘 다 노선이 연장되어 모두 단순 통과역으로 바뀌었다.

복정
서울 지하철 8호선 1차 구간이 개통한 1996년 11월에 8호선과 분당선 역이 동시에 개통한 환승역이다. 두 노선의 승강장은 상하로 정확하게 포개지는 일체형으로 건설된 덕분에, 계단 하나만 오르면 간편하게 환승이 된다. 게다가 이 역은 8호선과 분당선 모두 유일한 섬식 승강장이라는 특징까지 갖추고 있다. 교외 지대이기 때문에 역 주변은 한산한 편이며 버스 환승 센터와 거대한 유료 주차장이 있다.

그렇잖아도 분당선 수서-복정과 다음 역인 복정-가천대는 역간 거리가 꽤 길다. 전자는 직선 거리만 무려 3km에 달하고 후자도 2km가 넘는다. 서울에서 성남으로 넘어가는 교외 지대는 딱히 역세권이 없는 그린벨트이며, 특히 수서-복정 사이는 탄천과 수서 차량 기지를 관통하기 때문에 지상화를 할 수도, 중간에 역을 만들 수도 전혀 없다. 그러니 복정 역이 아직 개통하기 전이던 1994~1996년 사이의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분당선 전동차는 수서에서 경원대(현 가천대) 역까지 5km가 넘는 거리를 무정차 쾌속 질주를 했었다. 3호선 일산선의 원당-삼송보다도 더 긴 간격임!

수서가 서울 메트로 냄새가 난다면, 복정은 8호선답게 철저하게 도철 냄새가 난다. 분당선 승강장으로 가려면 8호선 승강장을 반드시 거쳐서 내려가야 하며, 그 승강장 외의 다른 시설(출입구 안내판 같은)에서는 코레일체를 전혀 찾을 수 없다. 대합실에는 8호선 전동차의 위치 안내만 나와 있고, 분당선 전동차의 위치 안내는 없다.

가천대
드디어 서울을 벗어나 성남 대로에 자리잡은 첫 역이다. 원래는 경원대 역이었지만 최근에 학교명이 바뀌면서 역명도 바뀌었다.
역의 한쪽에는 가천 대학교가 있지만 반대편에는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서울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성남 대로와 한데 바싹 붙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쪽엔 숲과 고가 도로밖에 안 보이며 딱히 역세권이 없다. 지하철 통로와 가천대 입구는 마치 한양 대학교처럼 연결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인근의 동서울 대학은 딱 복정과 가천대 역의 중간에 있으며, 지역도 서울을 딱 벗어난 직후이다.

태평
온통 붉은 벽돌 인테리어로 도배되어 있는 게 인상적인 역이다. 그리고 모란 고개 때문에 주변의 역들보다 지대가 높은 편.
가천대와 태평 역엔 2012년 9월 현재까지 스크린도어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선로 중앙의 기둥엔, 1994년 분당선 첫 개통 당시의 역 번호와 로마자 표기법의 흔적이 담긴 옛날 역명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러 남겨 두고 있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란

복정에 이어 또 다른 지하철 8호선과의 환승역이며, 8호선의 종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은 분당선의 개통과 함께 분당선 역이 먼저 영업을 시작하다가 8호선 역이 추후에 개통했다. 도철의 역무 시설만 존재하는 복정과는 달리, 모란은 두 역 사이의 환승 거리도 긴 편이며 도철과 코레일의 역무 시설이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한다. 또한 복정은 분당선이 8호선의 아래로 지나는 반면, 이 역은 8호선이 분당선의 아래로 지난다는 차이도 있다.
그리고 요금 정책의 차이 때문에 분당선 모란 역에서는 서울 전용 정기권을 쓸 수 없지만, 8호선 모란 역에서는 그걸 쓸 수 있다.

태평-모란은 간격이 900m가 채 되지 않으며, 분당선 1차 구간으로 계획되었던 역들 중에는 역간 거리가 가장 짧다. 8호선과의 환승과, 모란 시장 같은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부득이 이동성을 희생하고 역을 또 만든 티가 난다. 과거에(2004년 이전) 성남 시외버스 터미널이 이곳에 있었으며, 지금도 그 지점에 시외버스 정류소가 있다.

야탑
다른 역들과는 달리, 지상 출입구로 나가면 시원스러운 광장이 있어서 좋다. 그리고 모란과 야탑 정도 오면 분당선이 좀 얕아졌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어디서 듣기로, 분당은 실제로 살짝 저지대라고도 함.
현재 성남의 종합 버스 터미널은 이 역 근처에 자리잡은 복합 상업 건물의 지하에 들어서 있다. 지하철역 대합실에서 터미널로 바로 연결되어 들어가는 통로가 한동안 만들기만 해 놓고 개방은 안 되어 있었으나, 2011년 무렵에 드디어 개방되었다.

태평과 야탑 역은 대합실 층에 열차 위치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불편하다. 사실, 복정도 8호선 말고 분당선 노선은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모란-야탑은 역시 2.3km에 달하는 장거리이다. 중간에 외곽 순환 고속도로 진출입로와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의 진출입로가 있으며, 성남 시청 신청사 및 아직 개발되지 않은 벌판도 지난다. 만약 여기까지 개발되어 복잡한 시가지가 조성된다면 모란-야탑 사이에도 미래에 역이 하나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매
2004년에 개통한 역으로, 지하철에서 초기 계획에 없었다가 두 역 사이에 역이 새로 삽입된 사례로는 국내 최초이다(복정은 늦게 개통했지만 그래도 계획이라도 돼 있었음). 마치 KTX 울산 역처럼 말이다. 이 역에 이어 2005년엔 1호선 동묘앞과 2호선 용두 역이 동일한 사례로 곧장 뒤를 이었다.
물론 야탑과 서현 사이는 3km가 넘는 장거리이긴 하지만, 이매 역은 개통 후에도 양 옆의 역보다 이용객 수가 여전히 매우 적다. 그래서 그런지 스크린도어도 역시 없다.
21세기에 개통한 역이지만 이 역도 승강장 크기는 8량이 아닌 10량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주민들의 요구로 인해 공사는 1990년대 중후반에 꽤 일찍 시작했고 단지 개통이 늦어진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역은 출입구가 역의 양 끝으로 무척 치우쳐서 존재하여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번호의 출입구 사이의 거리가 300미터에 달한다. 왜냐하면 중앙엔 역 주변으로 공원이나 아파트 담장만 있기 때문에 전철에서 내린 후에 갈 곳이 없어서이다. 그래서 최대한 아파트 입구나 마을 어귀 쪽으로 출입구를 내려다 보니 앞뒤로 멀어진 것이다. 분당선의 개통 초기에 이 자리에 역이 괜히 없었던 게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인해 이매 역은 분당선에서 유일하게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역이 되었다.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가능하려면 게이트를 열차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만들어서 앞뒤를 막아야 하는데, 이매 역은 출입구가 앞뒤 극단에 있다 보니 앞뒤로 게이트를 둘 수 없고 부득이 평행하게 게이트를 만들게 되어, 승강장 횡단이 막히게 된 것이다.
이매 역은 부역명이 성남 아트 센터이지만, 거기와 전혀 가깝지 않다. 오히려 야탑에서 가나 이매에서 가나 거리가 별 차이가 없다. ㄲㄲ

서현, 수내
이 두 역은 성남 대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것, 그리고 민자역사로 조성되어서 역 출입구 전체가 백화점 건물 내부로 쏙 들어가 버린 매우 특이한 형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지하철역의 출구 번호와, 각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백화점의 출입구 번호가 달라서 초행자가 혼동하기 딱 좋다.
광역전철이든 일반열차든 선로가 어차피 지상에 있는 철도역이 민자역사가 된 경우야 적지 않지만, 이미 지하철의 형태로 고유한 출입구 체계를 갖춘 역이 민자역사로 덮인 경우는 희귀하다.

정자
경부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가 바로 옆에 있다는 점, 신분당선과의 환승역이 되었다는 점으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역이다. 예전에는 이 지역을 궁내동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행정 구역이 바뀐 것 같다.
이 역과 다음 역인 미금 사이는 1.8km 정도로 긴 편이다. 그리고 이 두 역 사이에 신분당선 연결선도 있으며, 두 역 사이 지점에 그 이름도 유명한 NHN 본사가 있다.

미금, 오
내려 본 적이 없어서 이 두 역에 대해서는 내가 정보가 제일 부족하다.
다만, 오리의 경우 국내 최초의 지하 쌍섬식 승강장이어서 유명하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다. 그 후 지하에 쌍섬식 승강장은 완급 결합 운행을 본격화한 서울 지하철 9호선 때 여럿 더 생기긴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2/11/13 08:27 2012/11/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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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무엘 2012/12/01 22:36 # M/D Reply Permalink

    분당선은 왕십리에서부터 무려 죽전까지 이르는 긴 구간에(주행 시간 55분!) 이례적으로 주박 및 중간 회차용 역이나 선로 시설이 하나도 없다.
    분당선이 수서-오리로 아주 짧던 시절에는 주박역이 없어도 괜찮았지만 지금처럼 긴 구간에도 주박역이 없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분당선은 역의 상· 하행별 열차 첫 차와 막차 시각에 불균형 편차가 큰 편이다.

    섬식 승강장인 복정이나, 3호선 연결선이 있는 수서가 주박역 역할을 좀 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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