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희귀한 기회 덕분에,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상업용 소프트웨어의 소스를 구경하게 됐습니다.
윈도우 3.1에서 돌아가는 녀석이었거든요.
저야 도스박스에다 윈도우 3.1 + 비주얼 C++ 1.5도 갖추고 있어서 이걸로 돌려도 되지만
32비트로 포팅을 해 보고 싶어서 최신 개발툴로 프로젝트를 만들고 빌드를 해 봤습니다.
당연히 바로 빌드는 안 되고 수백여 군데에서 에러가 나는데...
16비트 윈도우 코드의 특징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1. precompiled header가 없었는지 매 소스 파일마다 <windows.h> 인클루드.
2. 말로만 듣던 far, huge 포인터의 압박. 메모리 모델별로 malloc이라든가 포인터를 다루는 함수도 따로 존재. _fmalloc 같은.
3. POINT 구조체. 옛날엔 POINT 구조체의 x,y 멤버가 16비트 크기였기 때문에 32비트 long 하나로 POINT를 나타내는 게 관행이었으며, 심지어 lParam *을 POINT *로 바로 캐스트하는 MAKEPOINT 같은 매크로까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좌표계가 32비트로 커지고 이것 때문에 MoveTo, SetWindowOrg, SetViewportExt 같은 함수들은 모두 Ex가 붙은 형태로 프로토타입이 바뀌게 됐죠.
4. 옛날에는 핸들(HANDLE, HINSTANCE, HGDIOBJ, HWND 등등)은 전부 void *의 typedef였고, 아무 형변환 없이 마음대로 섞어 썼습니다. 이 폐해를 막으려고 지금은 STRICT(엄격한 타입 구분)라는 개념이 추가됐지만 어마어마한 분량의 레거시 코드를 컴파일시키려면 그 옵션을 꺼야 하죠.
5. WM_CTLCOLOR 메시지. 옛날에는 이 메시지 하나만 왔지만 지금은 WM_CTLCOLORBTN, DLG, EDIT, LISTBOX 등으로 세분화됐습니다. 다만, 16비트 관행을 물려받은 MFC는 여전히 OnCtlColor 라는 한 함수로 이 메시지들을 모두 처리합니다.
6. 멀건 윈도우 3.1 대화상자에다가 은빛 3차원 효과를 입혀 주는 ctl3d.dll과 교신을 하는 흔적. 그러고 보니 그때는 이런 효과가 지금의 공용 컨트롤 6.0 매니페스트 같은 그런 매개체였던 것 같습니다. MFC에도 CWinApp 클래스에 Enable3dControls 같은 멤버 함수가 있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deprecated로 처리되죠.
7. DLL도 아니고 EXE에 웬 export 속성이 지정된 함수? 그것도 __declspec(dllexport) 같은 지금 통용되는 문법으로 작성된 것도 아닙니다.
16비트 윈도우 EXE는 헥사 에디터로 들여다보면, 윈도우/대화상자 프로시저처럼 운영체제로부터 호출을 받는 콜백 함수들의 이름을 따로 name table에다 등재를 해 놓는 경우가 많더군요.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는데 왜 그러는지 궁금.. 디버깅 정보와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속도를 높이려고 그러는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8. C++ 문법이 바뀌어서 옛날에는 허용되었으나 지금은 허용되지 않는 몇몇 문법들
맥이나 리눅스 같은 다른 플랫폼들은 도스 같은 극악의 호환성 발목은 없었겠지만, 16비트를 겪은 시절조차 전혀 없었는지가 문득 궁금해지네요.
참고로 저는 C/C++은 32비트 도스 익스텐더 환경에서(왓콤, DJGPP) 처음 시작했고 16비트는 거의 접한 적이 없는 세대입니다. ^^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