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뭔가 데이터를 저장할 기억 장소를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이다.
먼저, 함수 안에서 선언하는 지역 변수이다. 지역 변수는 스택에다 할당되며, 그 함수와 사실상 일심 동체이기 때문에 거듭 실행되면 계속 스택을 점유하여 기억 장소도 계속 할당된다. 따라서 스레드 충돌 걱정을 할 필요도 없으며, scope을 벗어나면 소멸도 100%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memory leak가 생길 여지도 전혀 없다. 끼칠 수 있는 영향의 범위 자체가 가장 좁다.
그리고 전역/static 변수가 있다. 이들은 scope이 말 그대로 굉장히 정적이며, 프로그램 실행 기간 내내 살아 있고 프로세스 내부의 모든 스레드들이 공유한다. 잘 알다시피 static은 메모리에 저장되는 형태는 전역 변수와 완전히 같고, 접근성은 지역 변수와 같은 중간 존재이다.
이런 변수가 C++ 개체라면, 생성자나 소멸자 함수가 호출되어야 하는데 이는 main 함수의 실행을 전후하여 CRT 라이브러리가 알아서 해 준다.
마지막으로 heap에다 할당되는 동적 메모리가 있다. 이것은 가장 동적이고 자유로운 야생마 같은 형태의 메모리로, 프로그램 언어 차원에서 보장해 주는 scope이란 개념이 없다. 전적으로 프로그램이 양도 얼마든지 할당하고 아무 스레드에서나 해제 가능하다. 그 대신 C/C++에서 온갖 포인터 관련 버그, memory leak의 온상이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멀티스레드 환경이 보편화하면서 첫째와 둘째의 또다른 형태의 중간에 속하는 scope이 필요해진 게 있으니, 바로 한 스레드 안에서만 global인 공간이다.
사실 표준 C 라이브러리조차도 멀티스레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되어 지금 문제되고 있는 요인들이 적지 않다.
함수의 실행 결과를 나타내는 에러 코드를 예전에는 그저 전역 변수 하나에만 집어넣으면 됐지만 멀티스레드 환경에서는 최소한 스레드마다 독립된 공간에 저장해야 한다.
strtok 함수는 예전에는 토큰 해석 위치를 그저 static 변수에다가 집어넣으면 됐지만, 이랬다가는 여러 스레드가 동시에 이 함수를 호출했을 때는 재앙을 각오하야 한다.
qsort 함수는 콜백 함수만 달랑 받지 콜백 함수에 따로 사용자가 지정한 데이터 따위를 넘겨 주지는 않는다. 결국 콜백 함수가 외부로부터 정렬 옵션 같은 걸 얻고자 한다면 전역 변수로부터 참고를 해야 하는데, 서로 다른 정렬 옵션으로 여러 스레드가 동시에 qsort를 호출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까?
이런 기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멀티스레드 운영체제는 thread local storage를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윈도우 API에서는 TlsAlloc()으로 TLS 슬롯 번호를 하나 받아서 그 값을 전역 변수로 저장한다. (해제는 나중에 TlsFree()로) 그래서 TlsGetValue()와 TlsSetValue()에다가 아까 받은 TLS 슬롯을 넘겨줌으로써 machine word와 같은 크기의 정수/포인터 값을 읽고 쓰면 된다.
한 프로세스 안에서 동일한 슬롯 번호이지만, 이 함수를 호출하는 스레드가 무엇이냐에 따라 서로 제각기 독립된 값을 읽고 쓸 수 있음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스레드별로 공유해야 하는 값이 그냥 정수 하나라면 그 값을 바로 집어넣으면 되지만, 더 큰 영역의 메모리라면 따로 heap에다 할당한 메모리의 포인터를 집어넣으면 된다.
한 프로세스가 가질 수 있는 TLS 슬롯은 윈도우 95/NT4 시절에는 64개였다. 그러나 윈도우 2000/XP/비스타급에서는 수백, 1천 개가 넘어가도 괜찮게 바뀌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한 프로세스에 같이 로드되어 있는 다른 수십 개의 DLL들이 다 TLS 슬롯을 요청하기도 하기 때문에 TLS 슬롯 요청은 최소화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TLS는 EXE보다도, 내가 생성하지 않은 스레드에 느닷없이 붙어서 돌아가야 하기도 하는 DLL을 만들 때 더욱 필요한 존재이다.
CRT 라이브러리의 DLL 에디션도 strtok 같은 함수를 구현하기 위해 TLS를 사용한다. 직전의 토큰 위치를 TLS 슬롯이 가리키고 있는 별도의 메모리에다 저장해 놓고 그때 그때 참고한다는 것이다.
또한 qsort처럼 콜백 함수가 사용할 데이터를 별도로 얻는 방법이 없는 함수를 사용하면서도 스레드 안전은 보장되게 코드를 짜야 할 때, 그 데이터를 TLS에다가 저장해 놓은 뒤 내가 짠 콜백 함수는 그 TLS를 사용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TlsGet/SetValue()는 일종의 없는 scope을 새로 구현하는 함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수 실행 결과값을 기존 scope에 속하는 전역/지역 변수에다가 저장해 놓는다는 게 완전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콜백 함수가 TLS를 사용한다면 이 함수도 매번 무지막지한 빈도로 호출해야 한다. 따라서 이 함수는 다른 어떤 함수들보다도 성능에 초점을 맞춰 구현되어 있으며, 인자값의 검증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MSDN에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물론 근본적으로 비주얼 스튜디오 2005에서 도입된 strtok_s는 TLS를 꺼낼 필요가 없이 토큰 위치를 아예 별도의 인자로 넘겨준 포인터에다 저장하도록 프로토타입이 바뀌어, 문자열을 중첩적으로 토큰화할 수도 있게 됐다.
그리고 qsort_s는 콜백 함수에다 넘겨줄 데이터를 별도로 같이 지정도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게 전역 변수급(TLS 포함) 메모리의 사용을 줄이고, 가능한 한 함수 인자와 지역 변수만 사용함으로써 모듈 사이의 독립성도 높이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DLL의 함수를 매번 LoadLibrary, GetProcAddress, FreeLibrary로 퍼 와서 쓰는 게 불편하기 때문에 import library가 존재하듯이, TLS도 비주얼 C++의 컴파일러 확장을 이용하여 좀더 쉽게 사용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__declspec(thread)로 선언된 변수는 컴파일되는 바이너리의 내부에 .data, .text 처럼 섹션이 .tls라고 하나 더 생기고 거기에 보관된다. 하지만 이건 운영체제 관점에서 오버헤드가 굉장히 크고 옛날 운영체제에서는 동작하지 않기도 해서 잘 쓰이지 않는다.
#pragma data_seg로 섹션을 하나 더 만들어서 share 속성을 주어, 메모리 맵을 쓰지 않고 모든 프로세스에서 공유되는 메모리 영역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차원인데, 물론 사용되는 기술 계층은 서로 차이가 있다.
우리가 다른 프로세스에서 멀티스레드로 동작하는 DLL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 프로그램이 스레드마다 꽤 복잡한 C++ 오브젝트라든가(별도의 메모리 내지 리소스의 할당/해제가 필요한) 대용량 오브젝트를 운영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TLS 슬롯에는 그 포인터밖에 집어넣을 수 없으며 메모리는 별도로 할당해야 한다. 그러나 디버거 쪽 훅을 설치하지 않는 이상 스레드의 생성, 소멸을 일일이 다 감시할 수는 없다. 그 대신 스레드마다 새로 생성된 TLS 슬롯의 초기값은 언제나 0임이 보장되기 때문에 오브젝트의 생성은 TlsGetValue의 값을 매번 검사하여 NULL일 때 하면 된다.
소멸은 약간 주의해야 한다. 프로세스의 실행 중에 스레드가 하나 실행이 끝났다면 DllMain에 DLL_THREAD_DETACH 통지가 오기 때문에 그때 우리 스레드 TLS 슬롯이 가리키는 포인터를 해제해 주면 되나, 문제는 모든 스레드의 소멸에 대해 일일이 이런 통지가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primary thread의 실행이 종료됨으로써 DLL_PROCESS_DETACH 한 방으로 끝인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한 스레드가 여타 스레드의 모든 TLS 슬롯 값들을 enumerate하는 방법은 윈도우 API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각 스레드가 갖고 있는 포인터들은 별도의 전역 변수 링크드 리스트 같은 데에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가 프로세스가 단번에 종료되면 이들을 한꺼번에 해제도 해 줘야 한다. 어차피 프로세스가 종료되는 마당에 memory leak 정도야 문제될 게 없지만, inter-process한 커널 오브젝트처럼 "cleanup"이 반드시 제때에 이루어져야 하는 자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DLL을 만드는 우리가 매 스레드별로 Init 내지 Uninit 함수를 만들어서 우리 DLL을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이 스레드 실행의 시작과 종료를 알려 주는 것이다. 이렇게만 하면 모든 논란이 일축된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