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글로 쓴 적이 있듯이 본인은 <놀라운 주의 은혜>(Wonderful Grace of Jesus)라는 찬양곡을 굉장히 좋아한다.

작사· 작곡자인 할도 릴레나스는 본인이 기억하는 위대한 노르웨이 출신 3인 중 하나이다.
5차 이상의 방정식은 대수적으로 풀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닐스 아벨, 세계 최초로 남극점을 정복한 로알 아문센과 더불어서 말이다. (단, 할도 릴레나스는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거기서 귀화해서 살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노르웨이계 미국인이긴 하다.)
곡에 대한 찬사는 그때도 실컷 늘어놓았으니 이 글에서 또 반복하지는 않겠다.

이 곡은 마지막 단에서 “O magnify the precious name of Jesus! Prase His Name!”이라는 가사로 끝나고 “magnify the precious” 마디에서는 임시표 #으로 인해 알토 및 베이스의 음이 반음 올라간다. 후렴 직전의 마지막 단에서 이 곡의 주제라 할 수 있는 “for the wonderful grace of Jesus reaches me” 가사가 나오는 곳과도 비슷한 코드(chord)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래음을 반음 올리지 않았으면 소프라노와 알토 사이의 음정이 단7도와 완전8도였을 텐데 임시표로 인해 음정이 반음 내려감으로써 이들은 모두 감음정으로(감7, 감8) 바뀐다.
비전공자인 관계로 난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증/감음정은 통상적인 완전/장/단음정에 비해 듣는 사람을 긴장시키고 자극을 주는 효과가 더 큰 것 같다. 심지어 Looking for You에도 곡 전반부가 끝날 때 완전 짜릿한 감음정 화음이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기보법과 관련하여 궁금한 게 하나 생겼다.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알토는 '레'에 #이 붙었기 때문에 반음 올린 검은 건반으로 쳐야 한다. 하지만 소프라노의 '레'는 원래의 흰 건반으로 쳐야 한다. 그래야 감음정이 나온다.
내가 알기로 올림표, 내림표, 제자리표 같은 임시표들의 scope은 해당 마디가 끝날 때까지이다. 그리고 옥타브를 불문하고 어떤 곳에서든 해당 음은 모두 임시표를 적용하여 쳐야 한다.

자, 이 임시표의 scope은 소프라노/알토 같은 화음 파트까지 초월하여 적용되는 것일까? 아니면 따로 적용되는 것일까?
위의 그림처럼 알토 파트의 '레'에 #을 붙였다 하더라도, 나는 저렇게만 악보를 그려 놓으면 원칙대로라면 소프라노의 높은 '레'도 #이 적용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컴퓨터용 악보 편집 프로그램인 Noteworthy Composer는 내 생각대로 악보를 재생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본인의 모 지인은, 임시표의 scope은 파트별로 따로 가는 게 맞으며 그 내용을 음악 교사 지도서에서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럼 도대체 뭐가 맞는 거지?

고민 끝에 동일곡의 다른 악보들을 찾아 봤다.
곡의 퀄리티에 비해서 국내에서는 생각만치 유명하지 않은 게 유감이다만,
이건 워낙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유명한 찬양이기 때문에 구글링만 하면 악보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단, 문제는 대부분이 유료로 판매하는 악보라는 점.
유료 악보 사이트들은 첫 페이지의 내용은 대부분 견본 명목으로 보여주지만, 내가 원하는 부분은 불행히도 곡의 끝부분이다. 그래서 다른 예를 찾는 데 애로사항이 꽃펴 있었다.
오랜 검색 끝에 악보를 딱 하나 어렵게 구했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본인이 제기했던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소프라노의 높은 '레'(pre-)에 제자리표가 적혀 있다.
그런데 이 방식을 아주 곧이곧대로 삐딱하게 해석하자면, 반대로 그 다음의 알토의 낮은 '레'(-cious)도 제자리표를 적용하여 쳐야 한다. 즉, 이 표기도 논리적으로 완전히 엄밀하지 못하다.

그러니 Noteworthy Composer는 이렇게 임시표를 일일이 지정해 줘야 원곡대로 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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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면, 악보를 읽는 것도 언제나 컴퓨터처럼 절대적인 원리원칙이 있는 게 아니라 가끔은 '유도리', 휴리스틱이 동원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표기가 엄밀하지 않은 두리뭉실한 예가 심지어 수학에도 있다. 6/2(1+2) 내지 48/2(9+3)의 계산값이 무엇이냐 하는 게 아주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지 않았던가?

Posted by 사무엘

2013/08/17 08:20 2013/08/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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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진 2013/08/17 21:48 # M/D Reply Permalink

    표기법은 결국 편한 쪽으로 원칙을 세우는 쪽이 좋을 텐데, 악보 프로그램은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게 편할 테고, 건반을 치는 관점에서는 따로 가는 게 편한 것 같네요

    1. 사무엘 2013/08/18 08:22 # M/D Permalink

      넵, 음표가 중요하게 나타내고자 하는 게 단순히 피아노에서 눌러야 할 건반의 위치인지, 아니면 입으로 발성해야 할 음높이인지에 따라 임시표를 해석하는 관점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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