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끼 도스용 버전을 처음 해 본 게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92년이었습니다.
그 후 무려 17년이 지나서 몇 달 전에.. 마메를 돌려서 오락실 아케이드 버전을 처음으로 해 봤습니다. -_-;;
둘을 충분히 해 보고서 내린 결론은
도스용과 오락실용의 차이는 아래아한글과 MS 워드의 차이와 비슷하다는 것. =_=;;;;
모든 동작 방식이 손에 익어 있고 예측 가능한 아래아한글과는 달리, MS 워드류는 영 적응이 안 되는 야생마 같습니다.
도스용은 눈에 띌 정도로 스프라이트 수가 엄청 감소(strip down)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메모리가 부족해서 그런 거겠죠. 그리고 원본에 존재하던 다중 스크롤도 삭제되었고, 움직이던 독수리 눈도 도스용에서는 응당 정지해 있습니다.
때리는 프레임이 남자와 여자는 2프레임, 그리고 가장 날렵한 캐릭터인 난쟁이 할아버지는 단 1프레임이죠. 뛰기 전에 잠깐 다리를 굽히는 동작도 오락실에는 있지만 PC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덕분에 PC판이 주인공의 조작 반응성이 더 날렵-_-해진 것은 있습니다. 오락실은 타이밍을 놓쳐서 적이 나의 때리기 공격을 피하고 반격을 하는 게 가능하지만 PC는 거의 그런 게 없지요. 물론 나뿐만 아니라 적도 더 날렵해졌지만.. -_-;; 때리면 거의 무조건 맞거나 아니면 아예 피하거나 이뿐입니다.
1단계에 나오는 꼬리로 공격하는 괴물은 PC판보다 다루기가 훨씬 더 어렵고 불을 쏘는 용도 발사 후의 cooldown이 굉장히 길어서 운용하기 어렵습니다. 그거 발사한 후 뒤의 적에게 반격을 당하기 쉽습니다.
PC판은 용에서 한번 떨어지고 나면 용은 거의 즉시 달아나 버리는 반면, 오락실판은 그래도 관용이 좀 있더군요.
몬스터의 AI도 원판이 훨씬 더 강력합니다. 작은 몬스터도 점프 공격을 하며, 해골은 훨씬 더 똑똑하고 무섭고 공격 데미지가 강합니다. PC판은 해골은 남자 몬스터와 체력도 일치하고, 점프 공격을 할 줄 아는 것 외에 딱히 차이가 없거든요. 사실, 몬스터별 체력이라든가 데미지 체계도 PC판은 딱 정해져 있는 반면 오락실판은 이미 수십 판을 해 봤는데도 파악이 잘 안 되겠더군요.
몬스터는 PC판처럼 무조건 주인공을 향해 접근만 하는 게 아니라 근처에 용이 있으면 용부터 탑니다. 그리고 PC판처럼 x축부터 일치시킨 후 y축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y축부터 일치시킨 후 달리기 박치기 시도를 굉장히 잘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용 같은 걸 뺏어 타기도 PC판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락실판이 PC판보다 어렵고 전략 전술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게 만드는 원인은.. 바로 근거리 공격 때문입니다.
PC판은 모든 몬스터들은 주인공이 너무 바싹 붙어 있으면 일단 뒤로 물러나서 일정 거리를 확보한 후 공격합니다. 게다가 다른 AI가 전반적으로 무척 멍청하기 때문에, PC판으로는 한 대도 안 맞고 엔딩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오락실판은 그렇지 않으며 얄짤없이 근거리에 있는 주인공은 곧바로 공격합니다. 매우 위험합니다. 게다가 큰 몬스터인 대머리 아저씨나 칼 든 기사는 주인공을 내던지기까지 하며, 원거리에서도 공격 성향이 더욱 짙습니다. 용 없이 기사 두 명을 피해 없이 상대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가 보기엔) 큰 몬스터를 향해 날라차기를 해도 실패하고 반격 당할 확률이 훨씬 더 높고요.
다만, 오락실판에만 존재하는 필살기가 있더군요(마법 쓰는 것 말고). 뛰면서 위로 점프한 후, 칼을 아래로 내리찍기. 이게 데미지가 굉장히 커서 작은 몬스터는 한 방에 바로 골로 보내더군요.
PC판의 몬스터라면 100% 저게 성공일 텐데, 오락실판 몬스터는 그걸 피할 줄 압니다. PC판은 몬스터가 y축으로 왔다갔다 하는 걸 거의 볼 일이 없는 반면 오락실판은 y축으로 이동하여 필살 공격을 회피할 줄 압니다. 그래서 제일 밑으로 내려가서 회피를 못 하게 하고 때리면 성공률이 꽤 높습니다.
오락실판은 날라차기를 하다가 목표물을 맞으면 목표물이 힘을 받아 튕겨나가고 나는 추진력이 탁 떨어지기 때문에 타격감과 탄성을 느끼죠. 하지만 PC판은 목표물을 맞든 안 맞든 언제나 정해진 공식만큼 앞으로 나아갑니다. 기계적입니다. 오락실판은 도둑을 때려서 나온 물약병도 통통 튀지만, PC판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것 말고도, 오락실판은 PC판에서 게임의 쾌감을 떨어뜨리던 그런 요인들이 없습니다.
가령, 열심히 때리고 한 몬스터를 집어 던지는 모션을 취하느라 uncontrollable한 도중에는 다른 몬스터가 나를 공격하지 않습니다. 저 경우를 따로 배려를 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PC판은 나도 반격을 당해 튕겨 나가고 잡혀 있던 몬스터도 같이 튕겨 나가는 어색한 상황이 벌어지죠.
난쟁이 도둑을 때리면 PC판은 완전 랜덤한 다른 위치로 도망가 버려서 일일이 쫓아다니며 또 때려야 하지만 오락실판은 원래 있던 곳에서 그렇게 멀리 나가지 않으며, 또한 도둑을 때리기도 훨씬 더 쉽습니다. 어지간히 날라차기를 해도 맞고, 불을 쏘는 용으로도 굉장히 쉽게 맞힐 수 있습니다. 도둑이 약병을 다 내 준 뒤에도 이따금씩 가만히 죽어 버려서 게임 진행을 더 못 하고 끝내야 하는 버그도 오락실판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죠.
또한 '해골 다구리'. 가끔 여러 해골들이 있는 상태에서 막다른 곳에 몰리면, 해골들이 나를 일어나서 반격할 틈도 안 주고 계속 점프 공격을 해서 결국 죽게 만드는 경우가 PC판에는 있습니다. 오락실판은 그런 식의 공격 패턴을 지니고 있지는 않거든요.
여러모로 PC판보다 더 신경을 쓰고, 쓸데없는 것 갖고 사용자를 짜증 나지 않게 설계가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단거리 공격까지 틈을 조금도 안 주는 거는 너무 어렵습니다.
오락실용은 세 마리 정도는 죽고 엔딩을 봤습니다. 점수는 230점대, strength는 85점까지는 가 봤네요.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