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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2/11 날개셋 한글 입력기 9.3 by 사무엘 (6)

날개셋 한글 입력기 9.3

0. 들어가는 말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약 4개월 간의 작업 끝에 9.1에서 또 9.3이 완성되어 나왔다.
내부적으로 4200줄에 달하는 코드가 추가되었다. 먼 옛날에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던 2.0이나 3.0 같은 시절 이후로, 지난 10여 년간 한 버전 단계에서 이렇게 많은 분량의 코드가 추가된 적은 없었다. 물론 요즘은 예전처럼 리팩터링을 하지 않고 외형적인 새 기능이 계속 추가되고 있으니, 새로운 클래스와 리소스 심벌 같은 비실행문도 많이 추가되고 그 덕분에 코드의 증가폭이 예전보다 더 커지기도 했다.

원래는 3월쯤에 새 버전을 내놓을 생각이었으나, 입력 도구의 작업이 완료된 것까지만 일단 공개해 버리기로 했다.
비록 원래 만들려던 기능들을 다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날개셋 개발이 늘 그래 왔듯이 예기치 못했던 다른 기능이나 개선 사항이 대신 추가된 것도 적지 않다. 그것만으로도 지금 프로그램은 버전을 0.2 정도는 충분히 올릴 자격이 된다. 짧게는 수 개월, 길게는 무려 수 년 동안 내 머릿속에만 나뒹굴던 아이디어들이 깔끔한 클래스 형태로 구현되고, 사용자들이 직접 써 볼 수도 있는 기능이 됐다니 참 감개무량하다.;

1. 조합 안에 조합 생성

이번 9.3 버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연 입력 도구이다. '수식 계산 기록', '내부 입력 상태' 같은 것은 지난번 개발 근황글에서 이미 소개된 바 있으며, '조합과 후보 자동 완성' 도구도 이때 같이 다뤄졌다.
마지막으로 '조합 안에 조합 생성'은 근황글을 쓰던 당시에는 아직 미완성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개념 설명만 늘어놓는 걸로 그쳤다.

하지만 사실은 이거야말로 제일 획기적인 물건이다. 입력 도구가 고유한 문자 조합을 생성해서 응용 프로그램으로 보내는 것은 진작부터 구현돼 있었으나.. 더 나아가 응용 프로그램이 받는 그 조합 결과를 입력 도구가 가로채서 변조하는 것은 지금까지 선뜻 떠올릴 수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기술적인 통로를 마련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것도 편집기, 외부 모듈, 입력 패드까지 세 군데 모두에서 말이다.

그런데 그걸 하고 나니 한글 입력과 관련하여 구조적으로 난감하던 문제를 굉장히 쉽게 해결할 수 있었으며, 이를 이용한 굉장히 창의적인 활용을 할 수 있었다.
이 입력 도구는 사용자가 입력한 문자열을 어떤 방식으로 변환할지를 자체적인 설정을 통해 지정할 수 있다.

(1) 먼저, 한글 독음을 단어 단위로 한자로 변환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기존 문자 생성기도 단어 단위 한자 변환을 지원한다. 하지만 그 기능은 매번 번거롭게 '한자' 글쇠를 눌러야만 호출할 수 있으며, 지금 변환을 몇 글자 단위로 할지를 단일 목록에서 유동적으로 고를 수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편집기 내지 TSF를 온전히 지원하는 환경이 아닌 곳에서는 기능이 동작하지 않으니 그냥 반쪽짜리이다.

이때 '조합 안에 조합 생성' 도구와 이 변환기를 동원하면, 마치 중국어 IME로 병음을 입력해서 변환하듯이 번호만 찍으면서 붙여 쓴 긴 한자어 합성어를 차근차근 한자로 아주 빠르고 편하게 변환할 수 있다.
아무 구현체에서나 동일하게 동작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조합창을 띄우는 걸 운영체제에 맡기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독자적으로 처리해 버리고, 운영체제에다가는 완성된 문자열만 보내는 식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 다음으로, 한자를 한글 새김을 통해 입력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입력 방식은 타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정작 한자는 한 글자씩밖에 입력하지 못하니 불편하다. 하지만 훈이 같은 한자들, 다시 말해 뜻이 유사한 한자들을 한 목록에서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일면 대단히 편리하고 유용한 기능이 될 수도 있다. '마을, 나라, 새, 빛, 어조사' 같은 걸로 한자를 찾아보면 아마 놀랄 것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이 훈이 체언(+조사)인지 용언(+어미)인지를 구분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돌'이라고 찾으면 stone이 걸릴 수도 있고 '돌다'라는 뜻의 글자가 걸릴 수도 있다. '새'는 '새 이름으로 저장' 개드립에서도 알 수 있듯이 bird와 new가 모두 걸린다. 그래도 이 정도 모호성쯤은 새김으로 한자 입력 기능의 효용성을 본질적으로 폄하하지 못한다.

(3) 그리고 끝으로, 한글이 아닌 영문을 대상으로 T9 변환 입력 방식을 제공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숫자 키패드의 부족한 글쇠만으로 라틴 알파벳을 입력하려면 한 글쇠에 필연적으로 2개 이상의 알파벳이 중첩 배당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 글쇠 그룹에 속한 알파벳은 그 글쇠를 여러 번 눌러서(다중타) 선택하곤 한다.

그런데 후순위에 속한 알파벳을 일일이 여러 번 눌러서 입력하는 건 참 불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중타 없이 그냥 그 글쇠를 쭉 입력하더라도, 글자가 아닌 단어 레벨로 가면 별다른 중의성 없이 빠른 입력이 가능하다.
한자를 변환할 때도 '단', '어', 같은 글자 단위로 일일이 하면 느릴 뿐만 아니라 후보 수도 엄청 많지만, '단어'라고 검색하면 '單語'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듯이 말이다.

요런 입력 방식을 T9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당장 위의 예제 그림을 보면 {ADZ}, {TUY}, {OP}, {ILJ}, {EWQ}라는 조합 중에서 실제로 유의미한 단어를 구성하는 건 DUPLE(X) 이런 것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에도 일부 버튼식 전화기에는 숫자 밑에 알파벳이 ABC, DEF, GHI... 이런 식으로 배당돼 있는 게 있었다. 단, Q와 Z가 PQRS, WXYZ 이렇게 붙은 8키 버전이 있는가 하면 QZ가 따로 분리된 9키 버전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제공되는 T9 변환기는 또 고유한 환경설정 기능이 있어서 이런 알파벳 그룹을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다. 전통적인 T9 구성뿐만 아니라, 알파벳을 얼추 빈도수를 고려하면서(자주 등장하는 글자를 적은 다중타로 곧바로) PC Qwerty 배열과도 얼추 일치시킨 나름 창의적인 layout인 모비언스의 SmallQwerty도 내장값으로 제공한다. 얘는 9.1에서 추가된 '휴대전화 입력기'의 영문 모드로 이미 제공되고 있으니 곧장 연계 사용 가능하다.

T9을 '휴대전화 입력기' 말고 키보드로 써 보기 위해서는 해당 입력 스키마가 빈 입력 스키마 계열이 아니어야 한다. ('빈 입력 스키마와 호환되게 옵션도 포함') 그도 그럴 것이 글쇠를 날개셋으로 보내지 않고 응용 프로그램으로 줘 버리면 이 입력 도구가 글쇠를 받아서 동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자판을 그런 입력 스키마로 바꾸면 조합이 취소되며 이 입력 도구가 동작할 수 없다고 이렇게 에러 메시지가 나올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입력 도구'들이 내는 에러 메시지 창도 키보드 포커스를 침범하지 않는 형태로 깔끔하게 다시 만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9을 구현하기 위해.. 먼 옛날에 본인이 컴퓨터용 Scrabble 게임을 개발할 때 쓰였던 단어 DB 엔진이 동원되었다. 정확히는 현재 버전이 아니라 차기 버전에서 도입할 새 엔진이었으나, 그 게임 프로그램은 3.x대에서 더 버전업이 되지 못하고 현재 개발이 중단됐다. 현재 탑재된 DB도 게임용 사전인지라, 고유명사나 대문자 이니셜 없고 오로지 전체 대문자 또는 전체 소문자인 일반적인 단어들만 있다.

그리고 스크래블이 타일 수가 7개이다 보니.. 단어가 길어야 9~10글자짜리만 있고 막 긴 단어들이 있지는 않다. T9이란 이런 거구나 맛보기 시연을 보이는 정도로만 있다. 영문 입력이나 DB 구축이 내 프로그램의 주된 개발 대상이 아니니 현재 버전에서는 이 정도로만 넣었다.
사실, 버튼 배치의 제약이 없는 스마트폰에서는 어지간히 작은 화면에서도 T9 대신 그냥 Qwerty 배열을 통째로 집어넣는 게 대세이긴 하다. 영미 문화권에서 기어이 Qwerty 키보드를 버튼 형태로 주렁주렁 집어넣은 블랙베리 스마트폰이 괜히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던 게 아니니 말이다.

아무튼, '조합 안에 조합 생성' 입력 도구와 변환기가 도입된 덕분에 지금까지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문자 단위의 기본 글쇠배열만 제공하던 것에다가 뭔가 더 유의미한 변환 기능이 덧붙을 수 있게 됐다. 이것까지 지원하는 건 아니지만 일본어 글쇠배열에다가 실제로 한자 변환 기능이 들어갈 수 있으며, 한글 발음이나 영문 병음으로 실제 중국어를 입력할 수도 있다. 이것이 이번 9.3 버전의 가장 큰 의의이다.

'조합 안에 조합 생성' 도구와 '조합과 후보 자동 완성' 도구는 서로 좋은 상호보완 관계 겸 대조군을 형성한다. 동작하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지만 목록 창이 뜨는 위치가 비슷하고, 둘 다 화살표 같은 글쇠를 사용하기 때문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시기 바란다.

전자는 언제나 키보드를 사용하지만 후자는 키보드 사용이 옵션이다. 전자는 1~9 숫자로 목록을 바로 고르는 기능이 있지만 후자는 없다. 전자는 실제 후보 변환을 표방하는 기능이지만 후자는 개발툴이나 웹브라우저 입력란에서 제공하는 자동 완성 기능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2. 제어판 시스템 계층의 개편 + 입력 도구의 자동 구동 기능

이번 9.3에서는 '한글 표현 방식' 탭에 이어(작년 12월에 공개) 그 상위의 '시스템 계층' 탭도 외형이 크게 바뀌었다.
가장 먼저, 즐겨 사용하는 입력 도구는 구현체 프로그램(편집기, 외부 모듈, 입력 패드)이 실행될 때 자동으로 같이 뜨게 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기능이 가장 유용하게 쓰일 구현체는 외부 모듈이다. 외부 모듈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구동하는 프로그램의 스레드 단위로 전부 제각각 따로 돌기 때문에 한 곳에서 입력 도구를 띄운 게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전혀 동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쇠배열 이름 표시' 같은 건 이렇게 자동으로 뜨게 해 놓으면 앞으로 새로 실행되는(이미 실행된 건 말고) 모든 프로그램에서 '글쇠배열 이름 표시' 기능이 동작하게 되므로 매우 편리할 것이다.

물론 이건 입력 도구들을 띄워 주기만 할 뿐, 각 프로그램에서 돌아가던 입력 도구들의 내부 설정과 창 위치, 크기 같은 걸 한데 동기화까지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띄워 주는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할 것이다.

입력 도구 목록을 집어넣을 큰 공간이 필요해진 관계로.. 지금까지 널널하던 시스템 계층 탭은 각종 UI 컨트롤들의 배치가 조밀해졌다.
공간을 잔뜩 차지하던 각종 설명문과 안내문들을 다 뺐다. 가령, 시스템 계층의 설정은 파일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지금까지 상단에 있었는데, 이건 시스템 계층 내지 그 하위 탭에서 '가져오기/내보내기'를 실제로 시도했을 때 한 번만 별도의 메시지 박스로 안내를 하게 동작 방식을 바꿨다.

다음으로, 글꼴 본뜨기에 대한 긴 설명도 그냥 도움말 링크로 대체했다.
이미 한자 글립이 존재하고 글꼴 본뜨기가 돼 있으면 본뜨기를 "다시" 수행한다고만 말이 나온다. 하지만 한자 글립이 없고 본뜨기를 한 적이 없다면 본뜨기를 "반드시" 해야 된다고 강한 어조로 말이 나오며, '글꼴 본뜨기'라는 버튼의 글자도 더 진해진다.
그리고 지금까지 글꼴 본뜨기 스크립트를 바로 불러와서 편집하는 기능은 없었는데 이것도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절차 편집'이라고 추가했다.

UI가 굉장히 그럴싸하게 잘 바뀐 것 같다.
참고로, 타자연습이야 입력 도구를 전혀 운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인 관계로, 거기서 제어판을 열어서 시스템 계층으로 들어가면 입력 도구 목록 부분은 전부 공란으로 대체되고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서 체크 list box라는 GUI 컨트롤이 쓰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게 사실은 Internet Explorer 4도 아니고 3에서부터 도입된 물건이긴 한데(공용 컨트롤 버전 4.70), IE가 없거나 1~2인 초짜 Windows 95에서는 GUI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역시 이 목록이 나타나지 않는다..;;

3. 데이터: 글꼴

'한컴타자'라는 16픽셀 한글 조합형 글꼴을 추가했다. 다음과 같이 생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가 지금 '한컴 타자연습'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프로그램은 내력이 생각보다 굉장히 긴 프로그램이다.
얘는 '한(아래아)글타자'라는 이름으로 1995년경에 도스용으로 최초로 개발되었다. 이때는 프로그램이 아래아한글 3.0 Windows용이 사용하던 기본 글꼴(일명 시스템, 9포인트)과 비슷한 모양의 글꼴을 사용했는데, 이번에 날개셋에 추가된 글꼴은 바로 이것이다.

도스용 mshbios가 사용하는 글꼴이 Windows의 바탕체 원판과 완전히 동일한 형태는 아니고 약간 열화된 버전이듯이, 이 글꼴도 아래아한글 글꼴 원판과 동일하지는 않다. 일부 글자가 미묘하게 엉성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도저히 사용하지 못할 퀄리티는 아니다. 고유한 조합 로직을 갖고 있지도 않고 그냥 도깨비 8*4*4벌인지라 추출하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지금 다시 보니 '가는돋움'이라는 기존 서체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거보다야 더 홀쭉하고 획이 둥글기 때문에 충분히 서로 다른 느낌이 난다.
1996년 무렵부터는 '한글타자'는 '한컴타자'로 이름이 바뀌고 본문의 글꼴도 평범한 명조로 바뀌어서 이 독특한 글꼴은 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200x년대, 아래아한글 워디안과 2002 시절에 드디어 그래픽이 일신한 Windows용 버전이 나왔으며, 한번 만들어졌던 게 별다른 개선 없이 아래아한글 2007까지 갔다. 도스용은 회색 배경에다 단조로운 텍스트 위주 구조였는데 이 버전은 배경이 나무 재질로 바뀐 게 인상적이었다.

그 뒤 아래아한글 201x 타이밍에 와서야 한컴타자는 완전히 다시 개발되었으며, 이번에는 시대의 흐름에 걸맞게 온라인 타자 대련 기능까지 추가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온라인 연계는 날개셋 타자연습에 대해서도 게임의 3D화와 더불어 본인이 갖고 있는 희망사항이지만.. 혼자 감당할 여력이 안 되니 희망사항으로만 머무르고 있다.

아무튼 날개셋 편집기라는 한글 비트맵 글꼴 박물관에 역사적인 작품이 하나 추가됐으니 관심 있는 분은 사용해 보시기 바란다.

4. 기타

(1) 이 밖에 '세벌식 12키'라는 입력 유형을 예제로 추가했다. 그 좁은 12키에다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초중종성을 배치하고, 중앙 하단의 0은 가획 글쇠를 배당했다. 글쇠 수가 부족한 관계로 두벌식보다 평균적인 타수가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지만 그래도 음절 경계 모호성이니 도깨비불이니 하는 문제는 일체 없다. 12키용 세벌식도 이 정도 실험적인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것도 물론 '휴대전화 입력기' 입력 도구에다가 가져와서 써 볼 수 있다.

입력 방식을 설계할 때 아까 영문 T9도 그렇고 다중타를 가능한 한 기피하는 게 추세인 것 같다. 안드로이드용 세벌식 입력기로 유명한 '세나'도 12키보다는 글쇠 수를 더 늘리고, 중첩 배당된 낱자는 다중타가 아니라 한 버튼을 클릭 후 '사방으로 드래그'하는 방식을 채택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좀 불편하긴 하다.

(2) 타자연습은 지난 3.8 이후로 변화 사항이 없지만, 이번 대대적인 입력기 개발로 인해 바이너리 호환성이 깨졌다. 그래서 같은 버전을 다시 올렸다.
이미 타자연습을 잘 쓰고 계신 분은 프로그램을 굳이 다시 설치할 필요까지는 없다. 하지만 입력기의 커널과 타자연습의 커널이 서로 다르면 타자연습에서 '고급 입력 스키마나 고급 입력기' 같은 걸 사용할 수 없어지기 때문에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 좋다.
딱~ 하나, 프로그램 main 화면에서 Alt+1~6을 눌러서 탭을 바로 오가는 기능만이 추가됐다.

참고로 타자연습은 '입력 도구'를 구동하는 기능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은 구현체이다. 키보드 연습만 하지 전문적인 텍스트 입력을 표방하지는 않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9.3에서 새로 추가된 각종 입력 도구 기능들을 만나 볼 수 없으며, 거기서는 날개셋 제어판을 띄우더라도 시스템 계층에 '입력 도구 자동 실행' 같은 옵션도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3) 요즘 알다시피 보안을 빌미로 검열이 강화되고 있는 관계로, 웹에서 exe든 msi든 네이티브 바이너리를 덥석 배포하는 게 갈수록 껄끄러워지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 와중에 내 프로그램은 디지털 서명이 없고, 내 웹사이트는 인증서(https..) 같은 것도 없다 보니 이 난관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다.

본인은 바이러스 백신, 보안 프로그램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프로그램의 개입으로 인해 날개셋이 설치되지 않거나 차단되는 문의에 대해서는 어찌 대처해야 할지 아는 게 전혀 없다. 요즘 그런 문의가 계속해서 와서 내가 그런 건 도와 줄 수 없다고 다운로드 페이지에다가 미리 양해를 구해 놨다.

글쎄 내 프로그램까지 굳이 찾아서 쓸 정도의 사용자라면 컴퓨터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초짜도 아닐 것이고, 이렇게만 써 놔도 이해는 할 것이다. 하지만 좀 궁색해 보이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긴 해야 할 것이다.

5. 맺는 말

지난 2016년 말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본인의 날개셋 개발 관심사는 '복합 낱자 입력 로직 생성기'였다.
두벌식(세벌식이 아니라), 옛한글(현대 한글이 아니라), 모바일(PC가 아니라), 일부 글자만 입력(전체가 아니라) 같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도 원하는 글쇠배열과 결합 규칙에 따라 세부 한글 입력 로직을 전부 자동으로 구성해 주고 중간에 낱자와 글자 경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충돌이나 모호성을 다 감지하고 회피해 주는 입력 로직 설계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걸로 논문도 썼다.

이 과업을 마무리 지은 뒤 2017년 봄~여름 사이에는 편집기의 에디팅 엔진에도 손을 봐서 화면 스크롤 관련 10몇 년 묵었던 고질병 버그를 하나 잡기도 했다.
그리고 150% 이상의 고배율 화면에서는 16 대신 24픽셀 글꼴 표시 기능을 오랜 작업 끝에 도입하여, 1.0 이래로 16픽셀에 묶여 있던 한계를 거의 16년 만에 극복했다.

그 뒤 2017년 하반기부터.. 9.x 버전에서 지금까지 본인이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분야는 '입력 도구' UI들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 바닥도 알고 보니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노다지이더라. 공통 인터페이스 하나만 잘 뚫어 놓으면 그걸 토대로 클래스 상속 받아서 사용자의 문자 입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들을 잔뜩 추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화면 키보드, 문자표 같은 밍숭맹숭한 기능들만 있었지만, 입력 도구들이 문자 입력 상태나 현재 cursor 위치 같은 걸 세밀하게 모니터링 해서 조합 및 후보 변환 자동 안내 내지, 한글을 다른 문자를 입력하는 메타문자로 사용하는 변환 도구를 다 구현해 냈다.

예정에 없던 작업들이 계속 추가되는 바람에 몇 년째 늦춰지고 또 늦춰졌지만,
이제 9.3 다음으로 올해는 진짜로 세벌식이 타자기에서나 빠르지 PC에서는 두벌식과 별로 차이 안 난다는 말을 완전히 반박할 수 있는 동시치기 관련 기능을 넣고, 이걸로 입력기의 큰 기능 줄기 연구는 접으려 한다. 그리고 여기까지 연구한 걸로 발표논문 정도는 하나 더 써서 2016년 때처럼 학회 갈 생각이다.

등산으로 치면 지금은 몇천 m 짜리 거대한 산의 정상을 저 멀리 앞두고, 정상 다음으로 제일 높은 둘째 봉우리에 도달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정상으로 가려면 능선 타고 가서 마지막 암반 봉우리를 오르는 것만 남았다.
석사 졸업 이후로 지금까지 연구했던 것 쫙~ 종합하고 살 붙이고, 추가 실험 결과 넣고.. 그러면 뭐 논문 나오겠지? 졸업은.. 30대 넘기기 전까지만 하면 될 듯.

전에도 말한 적 있듯이, 그냥 한글이라는 문자가 있고 컴퓨터라는 기계가 있으면 입력과 관련하여 이론적으로 할 수 있는 오덕질이 몽땅 가능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이다. 한글 갖고 어떤 형태로든 응용을 해 보려면 내 프로그램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구도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02/11 08:36 2018/02/1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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