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기대
옛날에, 특히 '카이스트'라는 SBS 드라마가 방영되던 수십 년 전에는 이런 아재개그가 유행했었다고 한다.
대학생 A: 저는 쪼오기 충남대를 다닙니다.
어떤 노인: 오~ 지거국이라니 괜찮은 학교를 다니네. 그럼 옆에 자네는?
대학생 B: 충대 옆에 과기대에 다니는데요.
어떤 노인: 그래~ 공부 못 하면 얼렁 기술이라도 배워야지.
지금이야 문제의 저 학교가 '과기대' 대신 영문 이니셜의 독음인 '카이스트'으로 훨씬 더 유명해졌지만.. ㄲㄲㄲㄲ (국제연합 대신 유엔처럼)
1990년대만 하더라도 저 학교는 무슨 SKY도 아니고, 과학고 학생들이나 2학년 수료 후에 들어가는 신비로운 그 무언가.. 수준이었다. 인지도가 아주 낮고 참신하기(!!) 때문에 저 때는 저기를 소재로 TV 드라마까지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 저 기관의 공식 명칭은 '한국 과학 기술원'이다. '학교'라는 단어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 오늘날은 '과학 기술원'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대구, 울산, 광주에도 더 있다. 그런데 거기는 학부 코스도 있던가..?? 그런 문제도 있고, 과학 기술원의 원조는 아무래도 대전에 소재한 저기가 맞다.
- 이제는 서울 산업 대학교가 서울 과학 기술 대학교로 이름 바꾼 상태이다. 이제는 얘가 약칭이 '과기대'가 됐으니 참 격세지감이다. 얘는 나름 인서울에 굉장히 넓은 부지를 보유한 국립 대학교이다.
1980년대에 대전 카이스트에 학부 과정이 추가된 것에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다. 원래 과학 기술원은 대학원 내지 연구소만 표방하며 만들어졌으나.. 5공 시절에 계획하고 있던 이공계 특성화 국립 대학교 설립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둘이 합쳐진 거라고 한다. 저 때는 그러고 보니 포항공대가 생긴 시기와도 비슷하네..
그래서 이공계에는 SKY 같은 종합 대학들 단순 서열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성화 대학교들이 여럿 존재하게 됐다.
2. MIT의 굴욕
다음 대화는 MIT에서 어느 학부 수업 때 있었던 '실화'라고 한다.
인도인 학생: IIT를 떨어지고 못 가서요..
이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인도는 신분 상승을 위한 살인적인 입시 경쟁과 사교육 열풍이 한국보다 더하면 더하지 절대 못하지 않다. IIT 입시는 어지간한 경시대회 수준의 살인적인 난이도를 자랑한다고 한다.
뭐, 우리나라에서도 올림피아드에서 날고 기던 수학· 과학 영재가 내신 때문에 서울대를 떨어지고 MIT에 냉큼 들어간 경우가 있었다는데.. 인도와 완전히 같은 유형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도 강남 8학군 대치동 어쩌구 하면서 사교육이 장난이 아니다. 거기 고등학교들의 국영수 중간 기말 시험은 시험 자체에 대한 문제 풀이 테크닉을 익히지 않으면 대졸 성인 전공자라도 제한 시간 내에 킬러 문항을 파훼하고 문제를 다 푸는 게 절대 불가능하다고 한다..;;
더구나 울나라는 이런 열풍이 인도처럼 일류대 공대를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의대 열풍인 게 좀 씁쓸하다.
허나, 인도라고 해서 상황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인도 애들이 워낙 똑똑하고 지금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조차 인도계 공돌이라고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정작 자기 조국에게 기여하는 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외국으로 인재 유출시키고 자국은 빈부격차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그걸로 끝이다.
자국에는 유의미한 일자리가 없고, 또 자국 이름으로 이렇다 할 컨텐츠가 나오는 게 아니니 이것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3. 고고학자의 굴욕
지금까지 이공계 얘기를 많이 늘어놨는데, 그 다음으로 좀 다른 영역 썰을 풀겠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 공원을 갓 조성하던 쌍팔년도 시절에 말이다. 그때 몽촌토성 유적지가 처음 발견됐다.
서울대 고고학과 모 교수 연구팀은 여기를 탐사하고 발굴하느라 대학원생 제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노가다를 뛰고 있었는데.. 곁을 지나가는 어느 애와 엄마가 이런 대화를 나눴댄다.
엄마: 응. 너도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커서 저런 꼴 나는 거야. ㅉㅉㅉㅉ
그 말을 옆에서 들은 그 교수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ㅡ,.ㅡ;;
古짜가 들어가는 고고학이나 고생물학 쪽 전공은 하는 답사· 발굴 활동이 몹시 고달픈 것으로 유명하다.;;; 단적인 예로, 역사 박물관에 가 보면 무슨 옛날 도자기, 항아리가 전시돼 있는데.. 그건 와장창 깨진 조각들을 발굴해서는 해당 분야 대학원생이나 심지어 포닥 연구원들이 근성으로 끼워맞추고 복원해 낸 결과물이다. ㄷㄷㄷ
어디 항아리 조각뿐이겠는가? 커다란 공룡 한 마리의 뼈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복원되는 데 인력 노동력이 얼마나 갈려 들어갔겠는지를 생각해 보자. 이건 유골을 발굴한 게 아니라 화석에서 뼈 형체를 발라낸 거다! 이런 거 복원은 아무한테나 덥석 시킬 수 있는 일도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에는 애들 열나게 공부 시켜서 출세시키고 돈 많이 벌고, 무엇보다 '힘든 육체 노동' 안 하는 직업을 갖게 하는 게 학부모들의 최대 목표였던 것 같다. 그런 교육열이 나라를 일으키기도 했으나, 오늘날은 망국병 부작용도 크게 일으켰다.
지금은 그냥 택배만 해도 얼마든지 먹고 산다. 택배야말로 문앞 배송까지 100% 로봇이나 드론이 대체하지 않는 한, 가까운 미래에 없어지지 않을 걸로 여겨지는 직업이다. 거기에다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환경미화원 자리에 이공계 석사 출신까지 지원하는 지경이 됐다.
(그렇잖아도 석사는 포지션이 애매하고 학벌세탁 용도로 많이 쓰여서 인식이 마냥 좋지는 않은 듯... 박사나 의사 같은 급이 아니면 사회에서는 그냥 학부 학벌이 깡패로 통용된다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의 가성비가 예전만 하지 않고, 어설프게 지잡대 문과를 가느니 차라리 고졸로 일찍 취업해서 돈 모으는 게 더 나은 지경.. 심지어는 언젠가 디씨에서 '장안대 vs 장독대 비교' 이런 개드립 차트가 올라오기도 했다.
물론, 반대로 아무리 이류 삼류 지잡대라도 4년제 대학 생활 자체를 통해서 얻는 이익도 있다는 반론 역시 존재한다. 학교가 단순히 지식만 전달받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제와 시험, 동아리 활동, 사회성 함양 등등..
일각에서는 검정고시에 독학사, 방통대 등을 거쳐서 20대 초반의 엄청 어린 나이에 로스쿨에 들어가고 역대 최연소 변호사가 배출됐네 뭐네 하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무슨 문학, 예술, 이공계에서 창의력 쩌는 천재가 아니라 단순 사짜 전문직은 천재보다는 영재에게 더 어울리는 직업일 텐데. 남들 다 하는 무난한 코스에서 두각을 보여서 엘리트 코스로 차츰차츰 가는 게 어떨까 싶다.
아무쪼록, 전근대적인 직업의 귀천 의식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아직도 조선 시대 사농공상 사고방식으로 살 참인가?
허울 뿐인 대졸자가 너무 많아져서 사회 인프라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어 난리이고, 반대로 교육비 감당 못 해서 결혼이고 출산이고 안 하는 병폐 역시 개선돼야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나라도 인식이 차차 바뀌어 가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