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근황: 바다와 호박

올해는 근황 넋두리 카테고리에 아직까지 글이 하나도 없었구나.
2026년 상반기 동안에도 참 많은 뉴스들이 정신없이 스쳐 지나갔다.

서울에는 멧돼지가 전멸한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웬 이화여대 부근에 한 아이가 출몰했었다.
멧돼지가 얼마나 먹이가 없었으면 북한산에서 인왕산과 안산(무악산)까지 건너 왔나 싶다.
일본의 곰에 비하면 멧돼지 정도면 정말 온순한 놈 축에 들 것이다.

그 밖에 5월 중순엔 갑자기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한여름 무더위가 찾아와서 고생이 심했다. 그나마 찜통더위가 아니고 열대야는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다.

광주에서는 정말 천인공노할 묻지 마 범죄가 벌어져서 아무 죄도 없는 여고생이 희생됐다.
난 정말 흉악범들 다 사형 집행만 해 주면 그 대통령인지 정당인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지지하고 "내 세금 다 가져라~!" 그럴 텐데.. 그럴 날은 딱히 올 것 같지 않다. ㄲㄲㄲㄲ

아이고~ 얘기가 또 옆길로 새고 있다만, 어쨌든 이 글에서는 오랜만에 쉬어 가는 차원에서 풍경 사진이나 몇 장 투척하도록 하겠다.

1. 강릉 바다

본인은 여친-와이프와 함께 살게 되면서.. 차 끌고 국내 오지를 돌아다니며 텐트 숙박을 하는 통상적인 휴가 여행을 안 하게 됐다. 그런 휴가 여행은 2023년에 간 게 마지막이고 그 뒤로 맥이 끊겼다.
그 대신 매년 6월쯤에 당일치기로 강릉-양양 사이의 동해 바다를 잠깐 보고 오는 게 루틴이 됐다. 2024년에 경포, 2025년에 하조대.. 이 블로그를 뒤져보면 나와 있다.

그랬는데 올해는 사정이 생겨서 강원도를 평소보다 이른 4월 말쯤에 미리 다녀왔다. 경포보다 살짝 북쪽인 사천진을 개척했는데.. 항구(어항)도 있고 해수욕장도 있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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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녁에 사천진항에 도착했다. 전망 좋은 횟집에서 물회와 회덮밥을 시켜서 먹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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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식당 입구는 온통 길고양이들 천지였다. 요 두 아이들 말고도 까망이와 삼색이도 있고, 개체수가 최하 5마리 이상은 됐다.
우리 와이뿌는 허겁지겁 차로 돌아가서 츄르를 갖다줬다. 뭐, 보아하니 횟집의 직원들도 종종 회 잔반을 갖다주고 있고, 얘들은 그 덕분에 굶지는 않을 듯하다.

그런데 이튿날 낮에 이 식당에 다시 보니, 고양이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다. 딴 데 순찰 나갔나? 여기에는 밤에만 찾아오는지? 우리도 의문을 품으며 이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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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와 노란 모래밭을 보면 기분이 참 좋다.
이 날은 아직 5월도 되지 않았고 심지어 평일이었다. 하지만 해변에는 놀러 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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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맑디맑은 고퀄 바닷물은 인천 앞바다 같은 황해에서는 구경하거나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황해는 모래나 자갈이 아니라 그냥 온통 진흙 뻘밭이어서..;;
물놀이를 못 한 게 아쉬웠다.

2. 경주 바다

지난 어버이날에는 주말을 끼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 다녀왔다.
나이가 70 중후반으로 들어서니 본인 쪽이든 처가 쪽이든 부모님들이 모두 아프신 데가 늘고 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 간다. 살아 계실 때, 의식이 있고 자력 이동 가능하고 자식들을 알아볼 수 있을 때.. 더 늦어지기 전에 최대한 잘해 드리고 효도하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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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왔으니 부모님을 모시고 경주에 있는 바다도 찾아갔다. 나정 고운모래(감포) 해변은 늘 변함없이 잘 있었다.
날씨가 맑아서 지난번 강릉 사진보다 풍경이 더 시원스럽고 예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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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물이 정말 맑고 시원해 보였는데.. 들어가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참고로 이때 현장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면서 날씨도 더운 편이었다. 하지만 바닷가는 바닷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거의 에어컨 바람 급으로 시원했었다.

바다 얘기는 아니고 따로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경주 지역이 소나무 재선충이 여전히 심각한 상태인 듯했다. 이 푸른 5월에 그것도 활엽수도 아닌 상록 침엽수인 나무가 시뻘겋게 단풍이 들어 있다니.. 그것도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외관상 시뻘겋게 됐을 정도면 그 나무는 이미 다 말라 죽은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조치도 소용없다고 한다. 이건 뭐 돼지 구제역이나 ASF와 비슷한 급의 재앙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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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번에는 나정에서 더 남쪽으로 봉길 해수욕장을 지나서, 심지어 월성 원자력 발전소까지 비껴서는 '양남 주상절리 전망대'라는 곳을 찾아갔다. 경주에 나름 이런 관광 시설도 만들어져 있구나~!
저 멀리 콘크리트로 돔과 솥뚜껑 같은 구조물이 바로 월성 원전의 원자로이다. 원전 실물을 현장에서 이 정도로 가까이에서 보는 건 개인적으로 거의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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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라는 게 제주도에만 있는 지형인 줄 알았더니 여기서도 볼 수 있구나~~!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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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는 유리창을 통해서만 바깥 구경을 할 수 있어서 사진도 막 깨끗하게 찍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어디냐;;
앞으로 몇 달 동안 무더위 때문에 고생할 일만 남았는데 그때는 이런 동해 바다 생각이 더 절실하게 날 것 같다.

3. 호박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얘기를 안 했을 뿐, 올해도 호박 농사는 어김없이 시작됐다.
딱 지난 4월 5일 식목일 일요일에 호박씨를 심고 물을 줬었다. 작년이나 심지어 재작년 말에 도축했던 늙은 호박의 안에 들어있던 씨앗을 그대로 썼다.

아직 날이 쌀쌀해서 그런지 얘들은 꽤 오랫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랬는데 그로부터 2주가 넘게 지난 4월 22일에 처음으로 싹이 하나 올라왔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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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4월 26일엔 1호 말고도 곳곳에서 이렇게 싹이 거짓말처럼 올라오기 시작했다.
위의 사진에서 우측 하단에 떡잎 크기가 제일 큼직한 아이가 새싹 1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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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새싹 1호는 이제 떡잎 다음으로 첫 본잎이 돋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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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본잎이 눈에 띄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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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주일이 경과한 5월 17일, 아이는 무섭게 자라서 잎이 이 정도로 커졌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덩굴손이 나오면서 길이가 왕창 길어지지 싶다.
날씨가 더운 게 우리 같은 사람은 싫지만 식물은 싫지 않은가 보다. 비가 한번 쭉 내리면 식물들이 잘 자라고, 그 뒤로 날씨가 더우면 식물들이 또 잘 자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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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또 1주일 이상 뒤, 5월 24일 이후에는..
진짜로 여기저기서 덩굴손이 뻗기 시작했으며, 기존 잎들도 미치도록 더 커졌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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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지난 5월 초에는 작년에 본인이 따로 구입해서 지금까지 집에서 보관하고 있던 '마지막 늙은 호박'을 도축해서 하늘의 별로 보냈다.
이 호박은 정말 훌륭한 호박, 좋은 호박, 모범 호박이었다.
본인이 장만했던 호박 중에 어떤 것은 금방 물러지고 상해서 오래 보관하지 못했다. 어떤 것은 내부가 너무 축축하거나 너무 건조했고, 과육이 맛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생긴 것부터가 적당한 크기(지름 28cm)에 적당한 무게(4.3kg), 적당히 쭈글쭈글, 적당히 허옇게 된 게 굉장히 호감형인데..
상태가 정말 안정적이었다.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거의 반 년 동안 일체의 변화 없이 꿋꿋이 자리를 잘 지켰다. 더 오래 놔 둬도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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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갈라 보니 역시 너무 습하지도 너무 마르지도 않고, 싹이 터 버린 씨도 별로 없고.. 죽을 쑤어 보니 맛도 괜찮고, 모든 것이 양호했다.
그래서 이 호박이 2025 시즌의 마지막 호박으로 내 기억에 남게 되었다. 올해 가을에는 또 좋은 호박을 구입하고, 또 직접 수분해서 수확도 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6/05/29 08:35 2026/05/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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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라는 게 발명되고 대중화되기 전에는 다음과 같은 무선 통신 수단이 만들어져 쓰였다.

1. 무전기 (야외 근거리)

두 사람이 서로 수백 m나 수 km씩 떨어져 있어서 서로 보이지 않고 생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즉시 연락 가능하다.
기지국 없이 단말끼리 직통이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보안이 취약하다. 그리고 일단은 수신과 발신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지형 영향을 많이 받으며, 초장거리 통화도 당연히 안 된다. 대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으로 동시에 제각각 통신할 수도 없다. 이런 저런 제약이 많지만 야외에서 험한 일 하는 군대· 경찰· 소방 같은 계층에서는 무전기가 오늘날까지도 매우 유용한 통신 수단이다.

2. 재래식 무선 전화기 (집)

이건 개념적으로는 송수화기만 무선화해서 유선 전화기 본체와 무전을 주고받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유선 전화 인프라에 의존적이며, 무선 통신이 가능한 사정거리가 매우 제한된다. 사실상 실내용이다.
요즘으로 치면 와이파이 AP의 사정거리가 옛날 무선 전화기의 사정거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싶다. 집 근처에서 무선 전화기의 통화 트래픽을 도청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3. 카폰 (차)

유선 전화에 의존하지 않고 그렇다고 개인용 무전기 같은 한계도 없이 전화가 되는 물건이다. 하지만 이걸 가능케 하는 설비가 사람이 일상적으로 들고 다닐 정도의 크기가 못 됐고 전원 공급 문제도 있으니.. 자동차가 매우 적합한 대안으로 선정됐다.
카폰은 처음에는 그야말로 차량용 대형 무전기일 뿐이었다. 살인적인 기계 가격도 가격이지만, 회선이 너무 부족해서 근본적으로 많이 보급될 수가 없었다. 그러던 게 나중에는 기지국과 통신하는 초보적인 주파수 공유 이동통신으로 발전했다.

4. 삐삐 (어디서나)

얘는 통화가 안 되는 일방적인 호출기에 불과하다. 삐삐 자체는 거의 모스 부호 급의 작은 정보밖에 전하지 못하고, 실제 통화는 연락을 받은 사람이 공중전화라도 찾아가서 따로 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삐삐는 (1) 모든 개인이 언제 어디서나 갖고 다니는 소형 단말기, (2) 전국구 중앙 기지국 기반 통신, (3) 건물 안이나 지하에서나 산속에서나 잘 터지는 접근성처럼...
그 이전의 무선 통신기기들이 갖추지 못했던 개인 이동전화의 또다른 중요한 덕목을 작은 스케일로나마 실현했다.
경찰 소방 말고,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업무용 삐삐를 여전히 갖고 다닌다고 한다.;; 거기서는 회중시계도 여전히 쓰이는 구석이 있는지 문득 궁금하네..

이런 단계를 거쳐서 오늘날의 휴대전화는..
무선 전화기 같은 온전한 전화 기능
무전기와 카폰을 합친 이동성을 살리면서
삐삐의 휴대성 보편성까지 한꺼번에 실현한 괴물 같은 물건이 됐다.
물론 이게 그냥 이뤄진 건 아니고, 기지국이 카폰이나 삐삐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촘촘하게 필요해졌다.

자동차 운전에다 비유하자면, 이것들은

  • 유인 운전을 전제로 한 부분적인 운전 보조 (크루즈, 차로 이탈 방지)
  • 주차나 도로 정체 같은 특수한 상황 한정으로만 무인 자동운전
  • 별도의 설비가 설치된 전용 도로/노선 사이만 무인 자동운전
  • 그냥 무선 통신으로 타인에 의한 원격 운전..!!

이런 것처럼 다양한 분야별로 단서나 제약이 붙은 조건부 불완전 자율주행 기능과 비슷하다.
허나, 휴대전화는 제약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된 것과 비슷한 격이 됐다.

뭐, 옛날 무선 전화기가 본체와 통신을 하던 것이.. 오늘날의 핸드폰· 이동전화는 기지국과 통신을 하는 것으로 스케일만 살짝 바뀐 거라고 볼 수 있다. 허나, 이동전화는 중요한 차이점이 더 있다.
바로.. 사용자가 많이 이동해서 한 기지국의 사정거리를 벗어나더라도, 가까운 다른 기지국이 실시간으로 그 단말기를 바톤 터치해서 연속적으로 끊김 없이 챙겨 준다는 것이다. 심지어 통화를 하는 중에 관할 기지국이 바뀌어도 그 통화는 중단되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 이런 건 무선 전화기 시절엔 생각할 수 없었던 기능일 것이다.

한때 팬텍, 모토로라, 노키아, 블랙베리 등 핸드폰을 잘 만드는 업체들이 세계적으로 많았지만 잘 알다시피 다들 몰락했다.
우리나라의 삼성 전자는 잘 알다시피 애니콜부터 시작해서 이동전화 단말기의 개발에 진심이었는데.. 얘들 역시 처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니었다. 특히 옴니아 시절까지만 해도 얼마나 삽질을 많이 했었냐;;

그랬는데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잘 만들어서 그야말로 세계를 석권해 버렸다.
삼전은 비록 모바일용 CPU나 운영체제를 직접 만드는 정도의 기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같은 주요 부품에 탄탄한 기술이 있고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전반적으로' 고퀄로 잘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 구글에서 직접 만든 넥서스 같은 스마트폰까지 제치지 않았는가.;; 어찌 보면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이다.
옛날에 공 병우 박사나 백 남준 같은 분은 독특한 정신 세계에다 엄청난 천재 겸 선각자였다. 겨우 196, 70년대에 남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했던 분인데..
공 박사는 PC나 PC 통신을 넘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시대를 살았다면 세벌식 자판을 거기에다 어떻게 접목했을까?

백 남준은 다들 아시다시피 비디오 아트라는 분야를 새로 개척했는데, 브라운관보다 훨씬 더 얇고 거대하고 화질 좋은 오늘날의 최첨단 디스플레이 장비를 보면 또 뭘 만들 생각을 했을까?
글을 맺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Posted by 사무엘

2026/05/25 08:35 2026/05/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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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 뒤의 차이

왼쪽과 오른쪽은 교통 시설 분야에서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이라는 개념 차이를 만들어냈다. 그럼 앞과 뒤의 차이는 어떨까?
굳이 물리적인 앞과 뒤를 의미하는 게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다음과 같은 예들이 떠오른다.

1. 글에서: 두괄식과 미괄식

이건 뭐 초등학교에서부터 국어 시간에 배우는 개념이다.
핵심 결론을 먼저 말하는 두괄식은 구조가 명확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업무적인 글에 적합하다. 직장에서 상사, 또는 군대에서 상관에게 뭘 보고를 하는 중인데 "응응 나머지는 됐고.. 그래서 결론이 뭔데? 지금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이런 반응을 자꾸 받아서는 곤란할 테니 말이다.

미괄식은 저런 두괄식과 달리, 글의 배경이나 논거를 먼저 제시하고 나서.. 쉽게 말해 떡밥부터 던지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나중에 결론을 말하는 방식이다. 논설문이나 문학 작품에 더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그럼 논문은 어떤 범주에 속할까?
글 자체는 서론 본론 다음에 결론이니까 미괄식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초록'이라는 게 있어서 필요에 따라 두괄식의 장점도 땄다고 볼 수 있겠다.

영화에 예고편, 유튜브 영상에 썸네일이 있다면 논문에는 초록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초록은 영화로 치면 스포일러까지 그대로 들어있는 '더 정직한 요약문'이고, 예고편은 광고에 가까운 요약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논문 초록은 스포일러가 있어야만 하고 그게 정상인 반면.. 영화 예고편은 스포일러가 대놓고 너무 많이 있으면 역효과가 날 테니 말이다.

2. 신학에서: 전천년주의-후천년주의

성경을 믿는다면서 계시록 20장을 도대체 어떻게 생까야 '전천년주의'가 아닌 다른 견해가 나올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하다.
분명히 예수님이 '먼저' 와서 성도들과 함께 1000년을 통치한다고 쓰여 있는데, 그걸 어떻게 정반대로 뒤집지..??

계시록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난해한 내용이 많은 책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쓰여 있는 내용을 왜곡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중간에 흰 말 붉은 말이 어떻고 나팔이나 호리병이니 괴물 메뚜기, 짐승 위의 음녀 그딴 것들 디테일은 기억 안 나는데.. 끝에 결말부를 보니 예수님이 백마 타고 오셔서 악의 무리들을 다 끝장내고 성도들과 함께 천 년간 통치한다더라."
이런 결론이 나야 계시록을 그나마 제대로 읽은 거다! 마치 욥기를 중간의 길고 장황한 논쟁 디테일은 까먹더라도 시작과 결말부만이라도 정확히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누가 맨 처음에 왜 무슨 의도와 목적으로 무/후천년주의라는 걸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나는 예전부터 거듭 말했지만, 창조과학회에서 창세기 1장 문자적인 24시간 6일을 주장하는 그 노력의 절반, 아니 10%만이라도 써서 계시록 20장의 1천 년도 문자적으로 주장해 줬으면 좋겠다.;;

3. 승용차에서: 구동축의 위치 전륜-후륜

일정 배기량 이하의 작은 승용차라면 전륜구동이 더 효율적이고 좋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전륜이 후륜보다 만들기 더 어려웠다.
그러니 1970년대 초창기 국산 승용차인 현대 포니, 기아 브리사는 1500cc도 안 되는 작은 크기 주제에 후륜구동이었다.

그런데 프랑스는 1770년대 퀴뇨의 증기차부터가 전륜구동 삼륜차였고, 1930년대 시트로엥 트락숑 아방도 최초의 전륜구동 승용차였다. (벤츠 모터바겐과는 달리..!) 프랑스가 예로부터 전륜구동 자동차에 뭔가 진심이었던 것 같다.

전륜구동은 타이어의 조향 공간 확보나 접지력 확보 같은 이유로 인해, 앞바퀴가 전방의 엔진룸에서는 최대한 뒤쪽에 배치되는 편이다. 즉, 앞바퀴 펜더가 앞좌석 도어와 바짝 가까이 붙어 있다. 그 반면, 후륜구동은 그런 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앞바퀴는 말 그대로 최대한 앞쪽에 붙는다.

전륜구동인데도 앞바퀴가 앞쪽에 붙어 있는 차량, 혹은 심지어 전륜구동이면서 V형도 아닌 직렬 6기통을 구현했다는 차량은 엔진이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건 전륜구동 중에서는 약간 변칙(?)에 속한다.

4. 버스에서 엔진의 위치: 프론트 엔진-리어 엔진

먼 옛날에는 버스와 트럭의 구조적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트럭 짐받이나 트레일러를 개조해서 그대로 버스처럼 운용하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버스는 트럭과는 다른 고유한 방식으로 변모하고 발전했다.

대형 트럭은 운전석이 엄청 높다. 그래서 주변에 사각지대가 많으며, 운전사가 타고 내리는 것도 거의 등산 수준이다. 그 반면, 대형 버스는 그 자체에 비해 운전대가 아주 낮은 게 특징인데..

이건 크고 무거운 엔진을 뒤로 보낸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탑승 공간이 낮아진 덕분에 승객도 계단을 덜 오르면서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게 됐다. 또한, 짐칸 공간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리어 엔진 차량을 개발하는 건 동급의 트럭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을 개척하는 것과 같았다.

버스의 입장에서 리어 엔진이 얼마나 좋았으면 심지어 중간에 한번 꺾이는 굴절버스조차도 통짜 리어 엔진으로 만든다.
맨 뒤에서 잭나이프 현상이 발생하지 않게 자세를 잘 잡으면서 앞의 두 바퀴를 굴리는 건 보통일이 아닐 텐데.. 우주왕복선이 자세를 잡는 것만큼이나 신기한 첨단 기술의 산물이다.

5. 총기에서 탄환을 넣는 위치: 전장식-후장식

그리고, 총기에서도 말이다.
총알을 넣는 위치와, 총알이 발사돼 나오는 위치가 다른 후장식 총기는 총기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 놓은 혁신적인 발명이었다.
총기의 자료구조를 스택에서 큐로 바꾸는 건데.. 결국 구멍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되는 것이고 만들기가 기술적으로 더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걸 실현함으로써 총신을 더 길게 만들 수 있고, 사수는 조준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안정적으로 사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다 탄피까지 발명되면서 드르르륵~ 연사가 가능해지고 기관총 같은 넘사벽 화기가 등장하게 됐다. 탄환의 궤적을 안정화시킨 '강선' 다음으로 위대한 발명이 탄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날은 거의 박격포 정도나 전장식을 고수하고 있다. 운용하는 방식이 여느 총포와는 다르기 때문에..
중기관총과 박격포는 보병의 개인화기 영역은 벗어나지만 그렇다고 포병은 아닌 그 사이의 무언가인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6/05/21 00:00 2026/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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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낮에 집안이 너무 어두우면 전깃불을 켜기 전에 커튼부터 걷어야 한다",
"너무 덥다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찾기 전에 먼저 창문을 열고 다른 쓸데없는 열원부터 없애자",
"사형 제도를 없애기 전에 흉악 범죄를 없애야 한다",
"원자력 발전이 위험하다고 난리 치기 전에 원자력 발전에 대한 필요를 없애거나 줄이자",
"세금으로 거둔 돈을 또 복지네 뭐네 풀어제끼기 전에 세금 자체를 적게 걷을 방법을 찾자"

이런 식으로 문제의 근본을 찾아서 해결하는 것을 좋아한다. 복잡한 것은 단순화시키는 쪽으로 해결해야지, 또 다른 복잡함을 만들어서 서로 상쇄시키는 것을 경계하고 꺼린다.
뭐랄까, 온갖 최첨단 기능을 갖춘 고성능 안경이나 휠체어보다는, 그냥 시력 좋은 맨눈과 온전한 발이 사람에게 훨씬 더 낫다~ 이런 마인드이다.

빚이 있으면 갚아야지, 빚을 또 다른 빚으로 돌려막는 건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미봉책은 근본적인 해결이 도저히 절대 불가능하거나 지금 상황이 너무 위급하고 급박해서 미봉책이라도 당장 투여해야 할 때가 아니라면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말이다. 난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보다 선호한다.
특히 안전· 보안 시책을 미봉책 주제에 부작용이 속출할 정도로 너무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거야말로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이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로 정당화 합리화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잘못된 이념에 근거하여 미친 뻘짓을 하다 보니 초등학교에서 애들을 아예 운동장에 나가 놀지를 못하게 하고(사고가 나면 무조건 교사가 몽땅 독박 쓰고 심지어 형사처벌까지) 학교에서 수학여행도 안 보내고 병원에서 바이탈 의사들이 "이러느니 때려치우고 만다~ 다음 생에서는 닥치고 미용으로" 이러는 지경이 된 것이다.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이 글에서는 요즘 말이 많은 교통 안전 관련 뻘짓 중 두 가지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좀 늘어놓도록 하겠다.

1. 교차로에서 적신호 우회전

우회전 신호가 따로 있지 않은 교차로에서의 적신호(비보호) 우회전 말이다.
이건 사실 그 앞의 횡단보도의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서 차들이 다르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

(1) 앞의 횡단보도가 파란불이라면 당연히 그 앞에서 서야 한다. 일시정지. 바퀴가 0.1초만이라도 잠깐 속도가 0이 됐다가 다시 가면 된다. 보행자가 없을 때..
그리고 (2) 우회전 교통섬이 있는 곳이라면 여기도 보행자가 신호 없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으니 일시정지나 그에 준하는 저속으로 가는 게 맞다. 그건 나도 동의하고 인정한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교통섬 없이 평범하게 90도로 눈치껏 우회전하는 곳이라면..
일시정지를 하더라도 그건 횡단보도를 지나서 옆/뒤에서 달려오는 차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일시정지여야 한다.
전방의 횡단보도 신호가 빨강인데 굳이 그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를 할 필요는 없다.
차가 빨간불 무단횡단자까지 배려하면서 눈치 보고 몸 사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우회전을 한 뒤에 마주치는 다음 횡단보도가 파란불이라면 거기서는 물론 일시정지가 맞다.
사람이 없으면 지나가 버리면 되고.. 파란불이 끝날 때까지 멍청하게 멀뚱멀뚱 기다릴 필요는 없다.
그리고 사람이 아직 한~참 앞에 느릿느릿 오고 있거나, 이미 건너갔기 때문에 우리와 마주칠 가능성이 없다면 그때는 차도 가게 해 줘야 한다!!!!

즉, 요약하면
횡단보도가 파란불이면 반드시 일시정지 했다가 가기.
신호가 없는데 보행자가 튀어나올 수 있으면.. 극저속으로 조심해서 통과. 이런 곳에서는 보행자도 손 들고 건너고, 특히 발이 차도를 디디는 순간부터는 시선도 핸드폰에서 좀 떼야 한다.

난 이 정도까지를 수긍한다. 횡단보도들도 몽땅 다 빨간불인데 우회전 하는 차를 무조건 섰다가 가게 하는 거?? 겨우 이걸 갖고 과태료 때리는 건 굉장한 오버라고 생각한다.
명시적인 파란불 신호로 보호받는 게 아닌 곳에서는 손 들고 건너지 않은 거 5%, 핸드폰만 본 거 보행자한테도 20~30% 과실 물어야 한다고 본다.

2. 에스컬레이터 2열 종대로 서기

또 또 또~~ 평소에 지하철 타지도 않는 윗대가리들이 어떡하면 되도 않은 안전 핑계로 수많은 애꿎은 직장인들을 괴롭히고 시간 낭비시킬까 잔머리 굴리는 거 같다.

에스컬레이터의 주행 속도를 지금보다 2배나 3배로 증속이라도 해 주면, 그래서 걷는 속도보다 확실히 빠르다는 생각이라도 들면 사람들이 또 걸어 올라갈 생각을 안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그거대로 사고 위험성이 올라가고, 전기료도 더 들고 등등등 문제가 있으니..

증속을 안 할 거면, 걷겠다는 사람을 막지도 말아야 한다!!!
물론 걷는 사람들도 계단 오르내릴 때보다는 발을 살살 딛고 기계에 무리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잖아도 대한민국 건물들의 에스컬레이터는 외국 대비 매우 느린 걸로 이미 악명이 높다.

이상이다.
(1) 독일인지 일부 나라에서는 죄수가 탈옥을 해도 탈옥 자체에는 죄를 물어서 형량을 추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죄수가 탈옥을 하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인지상정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교도소에서 죄수들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탈옥이 발생한 것이니 탈옥이라는 행위에다가는 죄를 묻지 않는다.

오오~ 군인의 탈영은 처벌하면서 죄수의 탈옥은 처벌하지 않는 건가? 마치, 죄수의 직계가족이 그 죄수를 숨겨주려 한 건 도의적으로 형사처벌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단지, 탈옥 과정에서 공공시설을 부수거나 교도관을 폭행했다면 그에 대해서만 벌을 줄 뿐이다.

그것처럼 말이다. 핸들 잡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빨랑빨랑 가고 싶어한다. 쓸데없는 신호대기를 싫어한다.
건너는 사람이나 차가 전무하고 완전 텅 빈 교차로에서 그저 빨간불이라는 이유로 멀뚱멀뚱 병신같이 하염없이 기다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건 마치 인간은 누구나 남보다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과 완전히 동급으로 보편적인 욕망이고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이런 인간의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를 말도 안 되는 악법으로 필요 이상으로 억압하고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 선량한 사람을 괜히 범법자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큰 자유와 큰 책임, 또는 소심한 권리에다 작은 책임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2) 몇 년 전에 이태원 압사 참사를 계기로 광역버스들 입석 금지가 시행됐다고 해서 난 벙 쪘었다.
압사 사고하고 자동차 교통 안전이 도대체 천지에 무슨 상관이냐? 입석을 금지시키니 저 멀리 용인이나 파주 베드타운에서는 안전이고 나발이고 차를 못 타서 아예 출근을 못 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는데?

물론, 광역버스가 입석 포함해 아침에 직딩들을 5, 60명씩 태우고 경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어떤 미친놈이 졸면서 자가용 몰다가 정체구간에서 앞차를 피하려고 버스 전용차로로 끼어들어왔다고 치자. 그러면 버스는 꼼짝없이 그 자가용과 부딪힐 것이고 벨트도 못 맨 입석 승객들은 아무래도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그럼 승객들은 그냥 로또 급으로 똥 밟은 것이고 재수없는 일을 당한 것이다. 모든 과실과 손해보상은 버스 전용차로를 침범한 멍청한 가해자에게 돌리면 되는 것이고, 이걸 뭐 다른 사회 탓 제도 탓을 할 수는 없다.

그 사람들은 at your own risk를 감수하고 어쩔 수 없이 입석 신세로 승차해서 고속도로로 들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벨트를 못 매는 걸 처음부터 감내하고 탑승한 이상, 거기서 자기 안전은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 뭐 예고된 참사였네 인재였네 안전불감증이 어떻고 호들갑 떨 사항이 아니다!

마치 개인의 적성과 취향 때문에 일부러 선택한 가난을 갖고(돈 안 되는 분야로 전공..) 사회 제도 불평등 탓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정확하게 같은 급이다.
사고 예방을 위한 다른 모든 근본 조치는 버스를 증차하거나 버스 회전률을 더 올리는 것보다 더 좋거나 더 우선시될 수는 없다!!

(3) 옛날에 일본에서 신칸센을 처음으로 개발할 때 말이다.
일본의 엔지니어들은 열차가 시속 200 주행 중일 때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도대체 어떡해야 차를 안전하게 급정지 시킬 수 있을지 눈물나게 고민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유의미한 방법이 없다는 걸 인지하자 결국 급정지 시킬 일을 없게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모든 선로는 건널목이 전혀 없이 고가와 터널 형태로 만들게 됐다. 1960년대 초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이런 건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옆의 어느 나라에서 하는 짓거리처럼 그냥 몽땅 다 제한 걸고 규제만 하면서 “교통사고를 없애려면 자동차를 없애면 된다, 자동차를 사람보다 더 빠르게 달리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 이딴 건 정상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이런 식의 융통성 없는 멍청한 비효율 조치들이 난 정말 너무 싫다.
제아무리 DDT가 다른 부작용과 해악 때문에 금지됐다지만, 지금 당장 돈도 없고 말라리아로 사람들이 픽픽 죽어나가고 DDT 말고 아무 대안이 없는 곳에서까지 무식한 규제를 적용해서는 되겠는가?

저딴 식의 어린이 보호구역 24시간 시속 30km, 수학여행 전면 금지/폐지, 아침 출근 시간대에도 에스컬레이터 몽땅 2열 종대, 적신호 우회전 몽땅 삥뜯기..
나라에서 하는 짓거리가 다 저런 식이라는 것이다. 이 나라에 대한 호감이 그냥 뚝뚝 수직낙하한다.

지가 정신 안 차리고 멍청하게 실수해서 사고가 난 걸 국가 탓 헛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가족이 사고를 당한 건 안타깝지만 그건 보험사로부터의 금전 보상, 그리고 악질적인 경우 가해자한테 가혹한 형사처벌.. 이걸로 충분하다!! 훌훌 털어내야 한다.

화풀이 하듯이 자기 집앞에만 온통 신호등 떡칠, 과속방지턱에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이런 병신짓 한 사람들은.. 자기도 전국의 아파트 단지로 차 끌고 갈 때마다 200미터를 채 못 간 간격으로 신호등 정지, 2킬로미터 이동하는 데 30분으로 자기가 심은 흉악한 씨앗의 사악한 열매를 단단히 거둬 봤으면 좋겠다. 이런 거야말로 미개하고 야만적인 쌍팔년도 군대식 연대책임 연좌제 단체기합의 정확한 연장선이지 않은가?

제발 뒷사람, 뒷차를 배려하고 남의 시간을 배려하는 선진적인 교통 문화가 좀 정착했으면 좋겠고, 큰 자유와 큰 책임이 정착했으면 좋겠다. 정신병 급의 안전 까스라이팅도 좀 작작 대강 쳐했으면 좋겠다. 특히, 앞을 안 보고 스마트폰만 보다가 사고가 나면 보행자한테도 책임을 좀 매겼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6/05/15 08:35 2026/05/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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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버전 개발 근황

1. ARM64 지원 예정

지난 3월 말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85가 나왔다.
그런데 앞으로 1~2개월 안으로 다음 버전이 매우 높은 확률로 나오게 됐고, 무엇보다도 10.x를 완전히 졸업할 수 있게 됐다.
다음 버전의 번호는 11.0으로 확정이다. 지난 2020년 5월 말에 10.0이 나왔으니 10.x를 6년 만에 넘어서는 것이다.

그 원동력은 바로.. ARM64 (AArch64)용 에디션의 개발이다.
지난 2007년, 버전 4.8에서 x64가 지원된 뒤, 거의 19년 만에 새로운 아키텍처의 지원이 추가되다니 참 감격스럽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프로그램의 About 화면에는 프로그램 자신의 비트수뿐만(32 또는 64비트) 아니라 아키텍처 이름도 표시된다. x86 또는 ARM.
프로그램의 빌드 기준 아키텍처와, 운영체제의 아키텍처가 동일하다면 프로그램 이름에만 아키텍처가 표시된다. 그러나 둘이 다르면 운영체제의 버전에다가도 아키텍처가 따로 표시된다.

ARM64 기기에서는 기존 x86 프로그램을 모두 저렇게 실행할 수 있구나. ㄷㄷㄷㄷ 그래도 얘들은 실행 성능이 ARM64 native 앱에 비할 바는 못 될 것이다.
편집기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들과 연계해서 동작하는 외부 모듈(IME)와 입력 패드까지 ARM64용 Windows에서 잘 동작하는 걸 보니 감격스럽다.

그리고 이걸 작업하면서 기존 x86/x64의 빌드 시스템도 변경하고 뭐랄까 최신화 고도화를 했다.
믿어지지 않지만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지난 10여 년 동안, 거의 7.x부터 10.x에 이르기까지 꽤 구형 컴파일러인 Visual C++ 2010으로 개발돼 왔다. (더 옛날 4.2, 6.0, 2003, 2008을 거쳐..)
내 프로그램은 구형 Windows를 지원하고 특정 Visual C++ 버전의 런타임 DLL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 좀 특수한 방법을 써서 빌드되는데(특히 구형 x86 32비트 에디션..), 이걸 새 개발툴로 옮기는 게 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ARM64를 지원하려면 개발툴을 강제로 업데이트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특수한 방법도 새 환경에 맞게 업데이트 해야만 했다.
약간의 삽질 끝에 그 방법을 ARM64 에디션에다 적용하는 데 성공했고, 동일한 방법을 x86/x64에다가도 업데이트 해서 적용시켰다. 이제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구닥다리 Visual C++ 2010이 아니라 2022로 빌드하게 됐다.

Visual C++ 2010은 C++11을 지원한 첫 버전이었던 만큼, 요즘 기준으로 보면 최신 C++ 문법을 제대로 지원을 못 하는 게 여럿 있다.
표준 문법인 for (type a:b)를 못 쓰고 for each(type A in B)만 써야 한다거나..
클래스 멤버 함수 안에서 선언한 auto 람다 함수 안에서 바깥 멤버 변수/함수의 인식이 제대로 안 된다거나..
이런 식으로 아쉬운 게 적지 않았다. 그런 한계들이 드디어 해소됐다.

지난번에 타자연습은 4.0을 내면서 개발툴을 최신으로 바꿔 버렸는데, 뒤이어 입력기도 극악의 레거시 호환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발 환경은 쇄신을 이뤄냈다. ARM64 지원과 함께 이 정도 변화가 생겼으니 10.85에서 11.0으로 버전업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게 ARM64 에디션이 나오게 된 것은..
거금을 들여 Microsoft 서피스 개발 장비를 후원해 주신 분이 계셨던 덕분이다. 프로그램 도움말의 '감사의 글'에 이분 성함이 들어갈 예정이다.

(요즘 메모리가 너무 비싸져서 컴퓨터 가격도 내가 수 년 전에 알던 그 가격이 아니던데..
AI 돌리거나 훈련시키느라 갈아넣는 컴퓨팅 자원이 늘어나는 바람에 사람이 쓰는 컴퓨터까지 부품이 비싸졌다고 한다.
이거 마치 바이오 디젤 수요 때문에 사람이 먹을 농작물 식재료 가격이 뛰는 것과 비슷한 현상 같다.)

2. 프로그래밍 이슈 I

같은 코드를 컴파일 했을 때, ARM64 네이티브 바이너리는 x64 바이너리와 크기가 의외로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사실, 마소에서는 기존 x64와 최대한 비슷하게, 이질감 없이 ARM64를 도입하려고 정말 애쓴 것 같다.
ARM64 컴에서도 x64 바이너리는 기계어 코드를 에뮬레이션 해서 돌아가기는 한다. 둘은 설계 방식이 서로 굉장히 이질적인 아키텍처일 텐데 말이다.

Windows Installer는 msi의 CPU 종류를 여전히 x86, x64, IA64 셋으로만 구분하지 여기에 ARM64를 추가하지는 않은 듯하다. (물론 IA64는 오늘날은 완전히 망하고 죽은 아키텍처이다만..)
ARM64에서는 x64와 x86 프로그램을 모두 실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Program Files나 System32 디렉터리에 또 무슨 Program Files (x64) 이런 변종이 추가되지는 않았더라. x64만을 위한 별도의 디렉터리 같은 건 없다.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했던 사항이었다.

물론 ARM도 처음에는 32비트 아키텍처로 시작했다가 2010년대 중후반부터 64비트로 넘어갔다. 그럼 Windows on ARM도 32비트 ARM 레거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 않나 싶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모바일이나 임베디드가 아닌 PC용 Windows가 ARM으로 이식된 건 내력이 아주 짧다. ARM에서는 거의 곧장 64비트 시대가 시작됐기 때문에 ARM 32비트의 잔재는 거의 유니코드 1.0이라든가 조합형 한글 MS-DOS처럼 그냥 지원을 끊고 존재감을 없애고 짬처리 시킨 모양이다.

32비트 환경은 압도적인 레거시를 자랑하는 x86만 고려하면 된다. 하긴 Visual Studio고 Office고 카카오톡이고 다 64비트로 넘어갔으니 2020년대 중반쯤 되니 x86 32비트 프로그램을 접할 일이 생각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구닥다리 VGA가 그래픽 카드들 간의 최소 공통분모였듯이 x86은 이제 여러 64비트 CPU들 간의 최소 공통분모가 된 것 같다. 뭐 그건 그렇고..

마소에서는 더 나아가 ARM64EC라고 한 바이너리에 x64와 ARM64의 기계어 코드가 같이 들어있는 일종의 fat binary라는 ABI도 내놓았다. 내 타자연습 프로그램은 이제 32비트와의 접점을 끊은 단독 프로그램이니 차라리 저런 형태로 빌드하는 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그건 앞으로 생각해 봐야겠다.
아무튼.. 마소는 x86과 ARM64는 번거롭게 서로 따로 놀게 만들지 않고 최대한 융합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3. 프로그래밍 이슈 II

그리고 요즘 Windows API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실행 중인 프로세서 종류나 운영체제의 버전을 자꾸 샌드박스화하는 추세이다.
예전부터 있었던 구형 API로는 나중에 출시된 Windows 버전이나 새로운 CPU 아키텍처 값을 알 수 없게 하는 거. 이게 마소의 오랜 개발 방침이기라도 한 것 같다.

가령, GetSystemInfo는 현재 실행 중인 컴퓨터의 CPU 및 비트수를 알려주는 함수인데.. 32비트 프로그램이 64비트 Windows에서 실행될 때는 언제나 x86 32비트만 되돌렸다.
실제 CPU를 정확하게 알려면 굳이 Windows XP에서 새로 추가된 GetNativeSystemInfo를 써야 했다.

그랬던 것처럼, 지금 x64 프로그램은 자기가 ARM64 프로세서에서 돌아가는지 진짜 x64 전용 프로세서에서 돌아가는지를 기존 API만 써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IsWow64Process2 같은 새 API를 또 써야 한다. 이런 식이다.;

컴퓨터 환경뿐만 아니라 운영체제 버전도 말이다.
GetVersionEx 함수로는 운영체제 진짜 버전을 제대로 알 수 없게 된 지 10년쯤 넘었고 말이다. (Windows 8이 상한)
왜 이렇게 API를 쓸데없이 지저분하고 복잡하게 관리하는지 나로서는 도저히 모르겠다.
이런 것들이 지금 프로그램 개발하면서 개인적인 의문으로 남는다.

4. 맺는말

현재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x86 계열 배포 패키지에는 외부 모듈이 Windows의 system 디렉터리에 설치되고 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과거 Windows 9x와 XP 시절까지 존재했던 IME 프로토콜과의 호환성 때문에 그 관행이 유지되고 있다.
허나, ARM64에서는 Windows가 10/11이 원조이니 TSF 프로토콜만 지원하면 되고 IME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ARM64 에디션에서는 외부 모듈을 굳이 system이 아니라 내 프로그램 디렉터리에다 둘 예정이다.
생각 같아서는 system\IME 자리가 탐나기는 하는데.. 여기는 일단은 마소에서 기본 제공되는 IME들만 들어가는 곳이고 3rd party 프로그램에게 개방된 곳이 아니라고 한다.

이상이다.
ARM64 포팅 말고도 여러 자잘한 작업들을 할 게 더 있기 때문에 다음 버전이 곧장 바로 나오지는 못한다. 입력기의 경우, 한글 로마자 입력기에 자그마한 개선 사항이 들어갔다.

- 쿼티나 드보락이 아니라 그냥 현재 지정돼 있는 영문 글쇠배열에다가 한글 대응 규칙만 추가하는 옵션을 추가했다. 그래서 콜맥 같은 임의의 custom 글쇠배열도 한글 로마자 입력 용도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것도 진작에 필요했던 기능 같은데 이제야 실현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표준' 방식에서 H, U, L 글쇠의 특수 수식이 언제나 Qwerty 자리 기준으로만 배당되던 중대한 문제를 발견하여 수정했다.

그 밖에, '낱자 처리'의 보기 옵션 체크박스들을 건드리더라도 현재 낱자 목록들의 선택막대는 보존되고 남아 있게끔 UI를 개선하고자 한다. 보기 옵션은 뭔가 설정값을 실제로 변경하는 기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자연습의 경우,
화면 DPI 150%에서 '좌우 대조' 방식으로 긴글 연습을 하면 화면 아래에 잔상이 남는 자잘한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그리고 영문 UI+코드 페이지를 사용하고 있을 때, 콤보박스 안의 한글 데이터가 깨지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건 원래는 존재하지 않던 현상인데 프로그램 빌드 방식이 크게 바뀌었던 4.0에서만 일시적으로 재발한 것이다.

끝으로.. 요즘 Windows에는 사용자 계정 컨트롤로도 모자라서 smart app control인지 뭔지이상한 보안 정책이 추가됐다. 디지털 서명이 없는 msi는 그냥 설치가 안 되게 막아 버리고 있어서 이것도 문제이더라.
내 홈페이지의 https 도입, 그리고 배포 패키지에 msi 도입도 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6/05/10 08:35 2026/05/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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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사무엘상 17장에는 그 유명한 다윗과 골리앗 배틀이 기록되어 있다.

골리앗은 성경에서 챔피언이라고 기록돼 있다는 것,
하지만 성경은 골리앗에 대해서 이름을 거의 언급하지 않으면서 대부분 ‘그 블레셋(필리스틴) 사람’이라고만 지칭한다는 것,
다윗은 초탄 원샷만으로 골리앗을 무조건 바로 제압하지 못한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텐데 그래도 조약돌을 5개나 챙겨 갔다는 것 등..
여러 이슈들을 예전에 이 블로그에서 이미 다뤘었다.

그런데 같은 본문을 오랜만에 다시 보니 이번에는 군사 디테일이 눈에 더 많이 들어온다. 본인이 근래에 밀리터리나 전쟁사 쪽으로 관심을 많이 보여서 그리 된 것 같다.
이 글에서는 그쪽으로 떠오른 의식의 흐름을 논하도록 하겠다. 군사 이야기, 성경 번역 이슈 등..

1. 저격

한반도로 치면 아직 고조선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옛날이니까 저렇게 참 낭만적으로 싸우는 게 가능했다. 오늘날의 전장에서 골리앗이 매일 성큼성큼 나와서 “니놈들도 장수 한 명을 대표로 보내서 나랑 1:1 PvP 뜨자 으하하하하하!!!” 도발하고 있었다면?
저 멀리서 특전사 저격수가 숨어서 저격소총으로 골리앗의 마빡에다 바람구멍을 뚫었을 것이다. 무거운 갑옷 입고 있으면 뭐하나. 골리앗은 아마 남북전쟁 존 세지윅 장군과 비슷한 방식으로 전사했을 것이다.

옛날이니까 일당백이 가능했고 1:1 PvP만으로 전투의 승패를 결정해 버리는 것도 가능했다. 저 때는 아예 왕이 군대 총대장의 역할까지 겸하면서 전쟁터에 직접 나가서 싸우곤 했다.
(요즘 용어로 치면 사울은 군령권 담당이고 아브넬은 군정권 담당인 건지?)

2. 참호 trench

성경을 보니 이스라엘군 진영, 정확히는 사울 왕이 있는 곳이 trench라고 묘사돼 있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삼상 17:20) 정확히는 킹 제임스만 그렇다.
그래서 킹을 번역한 성경들에서는 ‘참호’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이 이 구절을 보면 1차 세계대전의 서부 전선 참호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엥? 기관총 따위 없고 현대전 같은 엄폐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에 이 사람들이 땅 파서 참호/진지/벙커 같은 걸 만들었나?

나중에 엘리야가 제단 주변에 도랑 파서 물 흐를 길을 만들었다고 할 때도 trench가 쓰였다(왕상 18:32). 그러니 trench는 명백하게 주변보다 낮은 지형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눅 19:43을 보면 비킹들은 공성전을 치르기 위해 바리케이트 치거나 토성 쌓거나 투석 병기를 설치하는 걸 묘사하는데, 킹은 여기서도 주변 땅을 파는 전술이 묘사된다. 신기하지 않은가? (참고로 로마 제국이 맛사다 요새를 함락시킨 방식은 잘 알다시피 지하가 아니라 토성 + 투석기 같은 지상 공략이었음)

심지어 구약에서 킹과 비킹이 차이가 나는 대표적인 구절인 창 49:6도 킹은 “벽을 파내려갔다”이고 비킹은 “소의 힘줄을 끊었다”이다. 이 정도면 킹은 뭔가 땅 판다는 표현을 작정하고 더 선호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마치 다른 구절에서는 ‘기뻐하다’를 더 선호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분의 뜻대로 vs 그분이 기뻐하시는 대로)

나야 히브리어 헬라어를 논할 짬은 안 되니, 그냥 이 상황만 설명해 보자면 말이다.
사울 왕이 있는 곳이 지리적으로 낮아서가 아니라 영적 상태/수준이 왕창 낮아서 단순히 진지 진영이나 텐트 대신, 참호라는 단어를 쓴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여기서 낮다는 건 무슨 겸손한 낮은 마음 같은 긍정적인 뉘앙스가 전혀 아니고 부정적인 뜻이다.
일례로, 아까 삼상 17을 보면, 다윗이 골리앗을 죽이고 그야말로 나라를 구한 순간에도.. 사울은 자기를 음악 치료까지 해 줬던 다윗이 누군지 전혀 못 알아보는 중증 안면 인식 장애를 앓고 있지 않던가?

나중에 삼상 26:7에서 사울은 다윗을 잡아 죽이려고 수색 작전을 펼치던 중에도 참호에서 퍼질러 자고 있었다고 묘사된다.
이때 사울은 적과 싸우는 것도 아니었는데.. 간단히 천막 치고 쉬었겠지, 설마 정식으로 진지 구축하고 참호를 파지는 않았을 것이다. 쉽게 말해 국군이 탈영병을 잡는 데 무슨 무장공비 소탕 작전 같은 전술을 펼치겠느냐 말이다. 뭐, 정말 흉포한 무장 탈영병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성경에서 “이집트로 내려가다”라는 표현이 쓰였듯이, 또 요나가 배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잠을 퍼질러 잔 게 단순히 요나의 물리적인 위치만 내려가는 게 아니었듯이..
성경은 동일한 심상으로 사울이 머무른 곳을 참호라고 표현한 게 아니었나 싶다! 지리적인 저지대가 아닌 다른 저지대라는 것이다.

3. 목을 베어 죽인다 vs 죽이고 목을 벤다

아이고 참호 얘기가 왕창 길어졌는데..
골리앗은 다윗에게서 미간에 조약돌을 맞고는 그때 그저 기절이 아니라 완전히 절명한 것이 틀림없다.

급소를 잘 맞히면 일반인도 무릿매로 돌 던져서 사람을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 그러니 그것 자체는 기적이 아니라는 것을 불신자라도 선뜻 인정한다.
허나, 총알 탄두도 아니고 그 큰 돌을 사람 면상에 완전히 박아 버릴 수는 없다(삼상 17:49).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초자연적인 현상인 것 같다.

50절을 보면 “죽였는데 다윗에게는 칼은 없었다”라고 돼 있고, 그 다음 51절은 다윗이 “그를 죽이고 그의 머리를 베니”이다. 즉, 칼로 골리앗의 목을 벤 건 그냥 확인사살용이다. 수급을 얻기 위한 시체 훼손이나 다름없다.

이걸 보니 행 5:30이 떠오르더라. 보통은 “나무에 매달아 죽인”이라고 돼 있는데.. 영어로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죽이고(죽여서) 나무에 매단 slew and hanged”이다.
시간상으로는 예수님은 당연히 십자가에 매달렸다가 나중에 죽으셨으니, 일각에서는 저건 킹의 오역이라고까지 주장하는데..

그런 식이면 예수님은 스스로 목숨을 내어놓고 절명하신 거지, 애초에 인간의 완력으로 살해 자체를 당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인간에게 돌에 맞거나 칼에 찔리거나 목을 뎅겅 하는 식으로 처형 당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인간들이 예수님을 안 죽인 것도 아니다.

“바라바를 살려주고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 이렇게 요구를 한 것 자체가 slew의 범주에 든다고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우리 인간들 언어에는 애초에 “문 닫고 나가!!”라는 모순? 유도리까지 존재하지 않느냐 말이다. ㅋㅋ

4. shield와 target

영어 성경에는 방패를 뜻하는 단어로 shield와 target 두 종류가 등장한다. 하나님의 전신갑주에 등장하는 믿음의 방패는 shield (엡 6:16)인 걸 보니, 둘 중에 더 일반적인 단어는 역시 shield인 것 같다.

사무엘상 17장으로 돌아가서 골리앗의 무장을 보면, 주 방어구인 커다란 방패는 shield라고 돼 있다. 이건 워낙 크고 무거워서 부사수가 따로 들고 다녔을 정도였다(삼상 17:7).
그런데...??? 성경에 따르면 골리앗은 상체에 보조 방어구 명목으로 target이라는 작은 방패도 차고 있었다(삼상 17:6).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윗과 골리앗은 성경에서 너무 유명한 소재이니 관련 삽화가 넘쳐난다. 하지만 저 두 종류의 방패까지 그대로 묘사한 그림은 매우 드물다.
target은 말 그대로 dart 과녁판 같은 느낌이 들고 왠지 동그랗게 생겼을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의외로 역본들 간에 번역이 일치하지 않는다.
(1) 킹 제임스만이 삼상 17:6이 target 방패, 보조 방어구였다고 말하고 비킹들은 이 구절이 그냥 javelin.. 던지는 작은 투창이라고 표현한다.

즉, 비킹은 이걸 보조 방어구가 아니라 보조 무기라고 본 것이다. 손에 들고서 찌르는 용도로 쓰는 큰 창은 spear이고, 요런 투창은 또 따로 있었던 듯하다.
다만, 5절과 6절은 모두 투구와 갑옷, 금속 각반(정강이가리개)과 함께 계속 방어구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니 어깨에도 공격 무기보다는 킹처럼 방패 같은 방어구 얘기가 나오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2) 다음으로.. 킹의 번역에 따르면 이 구절에서는 shield가 큰 방패이고 target은 더 작은 방패이다.
그러나 왕상 10:16-17에서 솔로몬 왕이 만든 방패 얘기가 나올 때는 관계가 정반대이다. target이 큰 방패이고, 다음 shield가 작은 방패이다. 같은 킹에서도 의외로 이런 용례 차이가 존재한다.

5. 무용담

끝으로.. 다윗과 골리앗은 원수지간이지만 다윗과 요나단은 그 정반대이다. 요나단의 우정은 너무너무 훈훈하고 아름답고 눈물이 핑 돌 것 같다.

요나단도 나름 신라의 관창 같은 면모가 있었으며, 심지어 그러고도 살아서 돌아왔다. 요나단은 다윗보다 연장자인 데다 심지어 왕자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시절에 다윗에게 아마 이런 식으로 말을 했지 싶다.

“이야~ 나도 정말 다혈질이어서 바로 얼마 전에도 객기 부린 적 있어. 우리 아버지의 명령 없이 혼자 무단으로 내 부사수만 데리고 블레셋 진지로 그냥 쳐들어갔지. 그래서 블레셋(필리스틴) 놈들 20명 정도 목을 따고 돌아왔거든? (삼상 14)

그랬는데도 저 괴물 골리앗은 도저히 상대할 엄두가 안 나던데.. 너는 어떻게 그놈 앞에서도 무섭지가 않았니? 그 순간에도 오로지 하나님만 생각한 거야?
다윗, 넌 나보다도 더 또라이 같고 진정한 GOAT다. 내가 리스펙한다!! 나한텐 다나까 안 써도 되니 앞으로 편하게 말 놓아라~! 너랑 나 사이엔 뭐 금수저 흙수저니 출신 계층은 일절 따지기 없기야? 알았지?”

애비인 사울 왕은 권력에 집착하면서 다윗을 시샘하고 갈수록 흑화해 갔다. 그러나 그의 아들 요나단은 자기 대신 차기 왕위를 빼앗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다윗을 정말로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 같은 우정으로 챙겨 줬다.

Posted by 사무엘

2026/05/05 08:35 2026/05/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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