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생어와 합성어

파생어와 합성어: 단독으로 쓰이지는 않는 접사(접두/접미)가 붙어서 새로 만들어진 단어는 파생어라고 하고, 단독으로 쓰일 수 있는 독립된 단어가 결합해서 새로운 단어가 되면 합성어라고 한다.

재료공학에다가도 비슷한 원리를 적용하면.. 구리+주석(청동)처럼 대등한 금속끼리의 합금은 합성어 같고, 철+탄소(강철)처럼 비금속과의 합금은 파생어 같은 느낌이 든다.
하긴, 의류에 봉제선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기계류에는 금속 가공을 어찌 했느냐에 따라 리벳 이음매나 나사 자국 같은 게 있겠다.

2. ㅐ와 ㅔ 구분

  • 헤치다 해치다: 뭐 이 정도면 쓰임이 서로 많이 다른 단어이기 때문에 크게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암살범이 군중을 헤치고 들어가서 타겟을 흉기로 해치는 데 성공했다.
  • 메다 매다: 짊어지는 게 '메다'이고, 묶는 건 '매다'이다. '메다'가 원래는 '막히다'라는 뜻인데.. 목을 매다는 게 목의 숨구멍을 메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좀 헷갈리기 쉽다.
  • 헤어지다 해어지다: 그래서 찬송가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이것도 많이들 틀린다. 책이 오래되어 낡고 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에 '해어졌으나'라고 써야 한다.
  • 결제 결재: 상관으로부터 확인 받는 건 '재'이고, 돈을 지불하는 건 '제'이다. ㄲㄲ
  • 베다 배다: '베개' 스펠링은 은근히 틀리기 쉽다. 자르는 것 말고 머리를 괴는 것도 '베다'라고 한다.;;

3. 거북과 달팽이

옛날에 피자를 좋아하고 멸치를 싫어하는 '닌자 거북이'라는 만화 캐릭터가 있었고, Come on, 비행기 같은 히트곡을 불렀던 '거북이'라는 댄스 그룹도 있었다.
하지만 등껍질이 달린 파충류 이름은 원래 '-이'를 뺀 '거북'만으로 충분하다. '거북이'는 '거북'이라는 동물 종보다는 특정 거북 개체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그 반면, 달팽이는 '-이'도 명백하게 단어의 일부이다. '달팽'은 틀린 말이라는 점에서 '거북'하고는 상황이 다르다. 등에 집 같은 걸 지고 다닌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뭐..;; 달팽이는 곤충이 아닌 다른 그 무언가인 듯하다.
거북은 고래와 마찬가지로 폐호흡을 하지만 물 속에서 수 시간 단위로 숨을 참을 수 있다고 한다.;; 어차피 호흡은 공기 중에서만 가능하다면 얘들은 민물에 있으나 바닷물에 있으나 성분 차이는 별로 개의치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렇듯, 한국어에는 영어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이런 아리까리한 형태소가 좀 있다. '돌이', '순이' 같은 이름도 '-이'는 이름에 정식으로 포함된 건지 아닌지가 헷갈리지 않는가?
호격조사인 '-아', '-야'도 영어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이걸로도 모자라서 격식 문어체에서는 '-여'도 쓰인다! (하늘이여 땅이여, 신이시여~)

다음으로.. '-이' 말고 '-님'도 말이다.
예수님은 원래 이름이 '예수'이고 '님'은 그냥 존칭 접사이다. 그런데 이게 또 '용묵 님, 영수 님' 같은 일상적인 의존명사 '님'하고도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띄어쓰기 여부가 달라진다. '김 씨'(김씨 성을 가진 어떤 사람)와 '김씨'(말 그대로 특정 성씨)의 차이처럼 말이다.
'예수님'의 '님'은 '누님, 형님' 할 때의 '님'과 같은 부류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 스님, 손님 할 때의 '님'은 접사보다도 단어에 더 굳게 융합된 단어 그 자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대상을 높여 주기 싫다고 해서 '님'을 떼어낼 수 없다. 떼어 버리면 말이 되지 않는다.
하나님이야 말할 것도 없고, '스'는 '승'(僧)이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정말 단독 자립 능력이 없으니 말이다. '손'도 '길손' 이런 데서나 마이너하게 쓰이지 현대에서는 자립 능력 상실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어는 영어보다 문법 계층이랄까 체계가 더 복잡하며, 원활한 처리를 위해서 더 많은 두뇌 능력을 요구하는 것 같다.

4. 영어의 다의어, 한국어의 동음이의어

영어는 동물 이름에서 시작했다가 비슷하게 생긴 무생물 도구로 의미가 '확장'된 경우가 좀 있다.

  • kite: 솔개 / 연
  • crane: 학· 두루미 / 기중기
  • mouse: 생쥐 / 컴퓨터 입력장치

그 반면, 한국어는 무생물을 생물에다가 저렇게 빙의시키는 것에는 인색한 편이고.. 그 대신 동물과 생판 무관한 '동음이의어'가 좀 있다. 그것도 다들 징그러운 것들로..;

  • 사마귀: 피부병
  • 바퀴: wheel(육상 교통수단), round/revolution(도는 단위 의존명사)
  • : 근육 경련
  • : 치아/이빨...;;

참고로.. 컴퓨터 마우스의 복수형도 생쥐와 동일하게 mice로 할 것인가 그냥 mouses로 할 것인가 하는 건.. 영미권에서도 논란거리라고 한다. 책에서는 그냥 mouse devices라고 풀어서 쓴 경우도 있음.

5. 한자어

소설 소포: '소'가 小이지만, '작다'라는 뜻이 그다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 단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의어인 대설(문학 작품??), 대포(물류??) 같은 말은 없다. 반대로 무기로서 대포도 반의어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구제 구축: '구'가 驅(몰아낼 구)일 때의 뜻과(해충 구제, 해군 구축함), 그렇지 않을 때의 뜻이 굉장히 차이가 난다는 공통점이 있다(빈민 구제, 진지 구축).

건조: 선박은 물에서 꺼내서 말릴 필요가 없는 물건이니, 동음이의어와 헷갈릴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ㄲㄲㄲ

주문: 한국어에서는 "음식 주문하시겠습니까?" / "주문을 외워라"가.. 한자는 다르지만 일단 한글 표기가 동일하다. 거기에다 판결문에서도 "주문: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도 있다.
한자는 각각 注文(order), 呪文(spell, magic word)으로 다르고 판결문의 주문은 主文으로 사실상 본론, 요지, 본문에 가까운 뜻이다. 그런데 세 동음이의어가 다.. 뭔가 말하는 사람의 요청대로 뭔가가 이뤄지게 한다는 정말 미묘한 공통분모가 있어서 동질감이 느껴진다!.

6. 희떱다

북괴는 예나 지금이나 대외적으로 입이 거칠고 막돼먹은 걸로 악명 높다. 모 미국 대통령에게는 동물원 원숭이라고 부르고, 우리나라 전· 현직 대통령한테는 늙다리 생쥐새끼, 삶은 소대가리 등 온갖 비속어를 퍼부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저런 것들은 다~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게 아니다. 내부에서 선전 문구를 담당하는 먹물 문돌이들이 아주 심사숙고해서 말을 만들며, 그게 당의 심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매스컴을 타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명밝근혜 시절도 아니고 굉장한 친종북 성향의 정권인데도 북괴는 남한을 더 길들여서 영원한 바보 멍청이 호구로 만들려는가 보다. "우리가 무슨 거지 동냥하는 것도 아니고.. 니들의 대북 지원 따위 필요 없다" 이러면서 남북 교류를 끊고 작년엔 남북 공동 연락 사무소를 폭파하기까지 했다.

뭐 이 글에서 북한이나 정치 얘기를 더 늘어놓으려는 건 아니다만..
걔네들은 2016년에 인천 상륙 작전 영화가 개봉했을 때를 포함해, 그 뒤에도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을 때마다 줄곧 '희떱다, 희떠운'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해 온 게 인상적이다.

중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채 만식의 우화 소설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 중의 "희떱고 비위가 좋았다" 말고는 도통 쓰거나 들을 일이 없는 단어였는데 말이다.
저건 주변에 민폐 다 끼치면서 안면만 철판이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치가 좋다는 뜻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접했던 소설 중에서 더위를 제일 많이 탔던 캐릭터도 저 왕치였던 것 같다.
잉어한테 잡아먹힌 걸 동료들이 구해 줬더니만 기껏 한다는 말이 "아이고 덥다 더워라~! 내가 이놈의 잉어 잡느라 얼마나 진땀 빼고 있었는데 마침 잘 나타나 줬네? 자 이제 맛있게 드셔~!" 이러니.. ㅋㅋㅋㅋㅋ 오늘날까지 통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상찌질 정신승리 허세를 잘 묘사한 명작 우화가 아닐 수 없다.

중1 때는 소나기,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 그리고 희곡 원술랑이 기억에 남아 있다. 문학이 아닌 어학 쪽으로는 자음동화· 구개음화 같은 각종 음운 변화를 이때 배웠다.
중2 때는 노 명완의 SQ3R 독서법과 용언의 불규칙 활용을 배웠던 게 기억에 남아 있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는 중학교 때 배운 것 같긴 한데 정확하게 몇 학년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라떼는 말이야, 중등에 영어· 수학· 과학 같은 교과서는 지학사, 금성 등 싸제 교과서들로 5종이니 8종이니 하며 파편화가 됐지만, 국어· 국사· 윤리는 나름 민족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 과목이어서 그런지 문교부니 교육부니, 한국 교육 개발원이니 하면서 국정으로 여전히 단일화 상태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교과서들도 다 시장 경제의 영역으로 넘어갔나 보다.

7. 나머지

부엉이 올빼미 / 늑대 이리: 서로 미묘하게 비슷한 동물인 것 같은데 구체적인 차이는 잘 모르겠다.

바늘과 handle: 우리말에서는 자동차 핸들이 조향 운전대이지만, 영어에서 자동차 handle은 그냥 문 손잡이를 가리킨다. 운전대는 본토에서 steering wheel이라고 한다는 건 이제 많이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날로그 시계에서 시분초를 가리키는 작대기를 우리말로는 시침· 분침 또는 바늘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그걸 handle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울의 눈금을 가리키는 바늘은 pointer라고 한다. 어떤 경우든 needle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lifeboat: 인명을 구하기 위해 운용되는 구조선이라는 뜻도 있고, 대형 선박이 자체적으로 내장하고 있는 비상 탈출용 구명정이라는 뜻도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또한 해적의 침입에 대비해서 비상 탈출은 하지만 배를 버리지는 않고 안에서 짱박히는 '패닉 룸'이라는 것도 있다.

Pilate: 고유명사로는 성경에 나오는 로마 총독의 이름 빌라도.. 예수님을 대면했던 그 유명한 사람의 이름이다. 그런데 이 단어의 영어 발음은 조종사 파일럿(pilot)과 동일하다..;;
그리고 뒤에 s만 붙여서 독일식으로 읽으면 얘는 운동 이름인 '필라테스'가 된다. 매우 흥미로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전갈 사자 사신: 통신· 연락과 관계가 있는 보통명사이면서 한편으로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존재와 미묘하게 동음이의어인 한자어이다.
표창도.. 상 받는 줄 알았다가 칼빵 맞을 수 있겠다.;;

내가 영어 성경에서 본 단어들 중에 한국어와 형태가 가장 비슷한 단어는 abba(말 그대로 아빠), dung(똥..)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1/03 08:35 2022/01/03 08: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971


블로그 이미지

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2/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1807630
Today:
89
Yesterday:
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