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킹 제임스 성경은 제임스 1세 왕이 즉위한 지(1603)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초기인 서기 1604년에 번역 위원회가 조직되고 작업이 시작되었다. 완료되고 출간된 건 그로부터 약 7년이나 지난 1611년..

나라 모양새를 보아하니 교회 통합과 국민 단결을 위해 새 성경을 만들어야 할 필요를 시급히 느꼈던 모양이다. 조선의 한글은 1418~1450년에 달하는 세종대왕 통치 기간 중에서 비교적 말기에 만들어졌으니(144x년대..) 이와 대조적이다.

킹 제임스 성경과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졌던 것들, 존재했던 주요 인물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은 대체로 1600년대를 전후해서 만들어졌다.
  • 돈 키호테: 1605~1615년. 작가인 세르반테스도 스페인 사람으로서 성경에 아주 능통 박식했다고 한다.
  • 두에-랭스 가톨릭 성경: 신약이 1582년에 먼저 나왔고, 구약까지 완역 전서는 1609~1610년에 출간됐다. 가톨릭의 KJV나 마찬가지인 듯..
  • 제임스타운: 1607년에 영국이 북미 대륙에 최초로 개척한 식민지이다. 이때 추장의 딸이 그 유명한 포카혼타스였다.
  • 갈릴레이 갈릴레오: 1609~1610년 사이에.. 당시 최신 문물이었던 망원경을 이용해서 목성의 위성들을 인류 최초로 발견했다.
  • 존 네이피어: 로마 교황을 왕창 싫어했던 스코틀랜드의 수학자. 1590년대에 이미 로그라는 것을 발견? 고안했다.
  • 동의보감: 1612년. KJV와 시기가 거의 일치한다~!
  • 영창대군: 1606년생, 1614년 사망.
  • 도쿠가와 이에야스 에도 막부: 1610년대에 출범.

세상에서 다루는 세계사의 관점에서 제임스 왕은 전임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 비해 그리 훌륭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 뭐, KJV의 권위가 그런 일개 군주의 인성에 좌우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사람 역시 일각에서 모함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똑똑하고 성품이 올바르고 성경적인 사고방식이 입력돼 있던 사람이었다. 일단 국비를 투입해서 성경을 만들 생각부터가 군주가 독실하지 않고서야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정치적인 행적은 다 제끼고 이 글에서 다루고 싶은 역사 잡학은.. 제임스 1세 왕이 담배를 개인적인 소신상 극혐해서 금연 운동을 거의 세계 최초로 추진했던 군주라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A Counterblaste to Tobacco -- 담배를 반대(극딜)하며
이건 저 왕이 1604년, 즉, 성경 번역과 같은 시기에 친히 저술했던 에세이.. 소논문 급의 글이다. 끝의 결론 부분은 다음과 같다.

"A custome lothsome to the eye, hatefull to the Nose, harmefull to the braine, dangerous to the Lungs, and in the blacke stinking fume thereof, neerest resembling the horrible Stigian smoke of the pit that is bottomelesse."
(담배는) 꼴도 보기 싫은 냄새와 광경. 뇌에 해롭다. 폐에 위험하다. 시커먼 연기는 이거 무슨 무저갱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같다.


저 글에서 위의 결론 부분은 기독교니 성경이니 하고 아무 상관 없이 그냥 세상적인 금연 운동을 하는 진영에서도 즐겨 인용하는 유명한 텍스트이다.

자, 생각을 해 보자.
전근대 왕조 시절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담배라는 값비싸고 신기한 신문물이 처음 들어왔을 때는..
보통은 왕과 신하들이 좋다고 서로 맞담배를 피워 댔다. 궁궐 안의 어전회의 장소가 냄새와 연기로 뒤덮여서 너구리굴처럼 됐을 정도였다고 한다. =_=;;
그러다가 이건 아니다 싶으니 담배와 관련된 문화와 예절도 차차 생겨났다.

그 와중에 잉글랜드의 제임스 왕은 담배 연기를 보고는 계 9:1-2 말씀.. 대환란 재앙 때 무저갱(바닥 없는 구덩이)이 열려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떠올린 것이다..!!
1600년대 옛날 사람이니까 뭘 보든 성경 구절 묘사를 더 잘 떠올렸을 것이다. 옛날에는 담배 연기가 시꺼멓기라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술이야 인간과 함께한 내력이 담배보다 훨씬 더 길기 때문에 성경에도 대놓고 언급된다. 그리고 1700년대 조선 영조의 금주령이나 20세기 초 미국의 금주법 같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담배는.. "위대한 설교자 찰스 스펄전 목사가 즐겨 피우는 담배", "의사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담배" 이런 광고가 19~20세기 사이에 나돌 정도였다. 세계적인 금연 운동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담배는 성경에 직접적인 언급도 없다. 현대의 예수쟁이들은 "단순히 해로운 화학 물질에 중독되지 말고 하나님의 성전인 자기 몸을 깨끗하고 건강하게 관리하라"라는.. 간접적이고 보편적인 2차 말씀에 근거해서 담배를 안 피울 뿐이다. 즉, 굳이 담배에만 적용되는 말씀은 아닌 셈이다.

이런 것까지 생각하면 제임스 왕의 금연 운동이 시대를 얼마나 앞서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다만, 이 사람도 세금 수입 때문에 당장 제임스타운 같은 식민지에서 담배의 재배까지 다 금지한 건 아니었다. 이건 뭐 정치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면모였다. (이스라엘/유다 왕국의 선한 왕들도 산당들은 어지간해서는 제거하지 아니하였으니...)

그리고 성경에.. "경건치 아니한 자는 악을 캐내나니 그의 입술에는 타오르는 불 같은 것이 있느니라. as a burning fire" (잠 16:27) 이런 말씀이 있긴 하다. 설마 대놓고 담배를 저격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굉장히 그럴싸해 보인다.;;

행 2:3 "불의 혀같이 갈라진 것 as of fire"가 꼭 '낼름 이글이글 불꽃처럼 생긴 혀'를 말한다면,
잠 16:27은 '활활 타는 불'처럼 생긴 그 무언가를 가리킨다.
그 다음으로 내가 떠오르는 문구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인기 아이돌 마츠야마 아이 씨입니... 아!!
왠지 표정이 맛이 가 있습니다! 게다가 손에는 담배 같은 것이~!! 평소의 아이 씨가 아닙니다!!" --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종말편
(어이 거기 사회자, X나 시끄러워.. 날 물로 보지 마)


전부 '무엇처럼 생긴 것'이라고 대상을 비유로 가리킨다. =_=;; ㄲ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2/05/18 08:35 2022/05/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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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야기

* 본인은 니코틴의 맛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비흡연자이다. 담배를 접할 일은 앞으로도 평생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잘 알다시피 담뱃값이 크게 올랐다. 그래서 오르기 전 가격으로 담배를 사재기 하려는 흡연자, 그리고 있는 담배도 일부러 꿍쳐 놓고 값이 오를 때까지 안 파는 가게, 사재기를 단속하려는 정부 당국..의 삼파전은 뭔가 병림픽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은 상식 중의 상식이 된 지 오래이며 대중교통을 포함해 지붕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허용되는 곳은 전혀 없다. 그나마 건물 내에 별도로 지정되어 있던 흡연실도 요즘은 없어지는 추세여서 흡연자들은 근무 중에 담배라도 한 대 피우려면 옥상이나 1층까지 갔다가 와야 하니 시간과 업무 생산성 손실이 많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 위험한 수소 비행선인 힌덴부르크 호 내부에도 흡연실이 있었고 비행기 스튜어디스가 간접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려 죽을 정도였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건 둘째치고라도, 비행기 객실 안에서 화기를 반입하고 불을 피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오늘날의 보안 관념으로는 충공깽에 가까운 사실임은 틀림없다.

다만, 군대나 회사에서 “우리 나가서 담배나 좀 피우고 올까?” 이러면서 선임과 후임 사이에 훈훈한(?) 이야기가 오고가고 서로 친해지는 순기능이 있다는 건 본인 역시 인정한다. 어찌 보면 꽤 큰 순기능이다. 담배가 그렇게까지 건강에 나쁘지 않고 연기 냄새가 그렇게까지 역겹지만 않다면 말이다.

나도 어지간해서는 비흡연자의 권리만큼이나 흡연자의 권리도 보장해 주고 싶다. 그래서 지붕 뚫린 바깥에서까지 흡연을 금지시키고 싶지는 않다. 내 앞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며 길빵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그냥 달려서 그 사람을 조용히 추월해 가 줄 용의는 있다.

하지만 길빵은 담배 연기가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위험하다. 담배를 든 팔을 잘못 휘둘러서 옆의 사람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실제로 여럿 발생했다. 또한 담뱃재와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사람은 정말 싫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공장소 화장실이나 아파트 계단 통로에서 몰래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연기와 냄새로 민폐를 끼친다. 개인적으로 완전 혐오. 가끔은 건물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내려가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가 없게 만드는 주범들이다.

이렇듯, 담배는 기체를 퍼뜨려서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끼친다는 점에서 액체인 술과 다르다.
그러나 한편으로 담배는 무슨 음주운전 교통사고나 주폭 같은 피해를 끼치지는 않으니 해악의 양상이 술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한국 담배인삼 공사의 비공식 슬로건이 “담배 피워 망친 건강 인삼으로 회복하자”라고 한다. =_=;; 진짜라고 믿으면 당연히 골룸..
둘 다 우연히 국가가 전매 독점 관리하는 식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이다. tomorrow와 global을 갖다붙인 영어 이니셜은 아무래도 어거지 성격이 짙다.

담뱃값 인상은 그냥 복지 집행으로 인한 부족한 세수 확보 명분일 뿐이다. 국민 건강 그딴 것 때문이 아니며, 우리나라가 주변 선진국들보다 담뱃값이 싸기 때문에 더 올리자는 주장도 말이 안 된다. 그럼 우리나라가 주변 선진국보다 매우 비싼 생필품들에 대해서는 가격을 내려 줄 용의가 있기라도 한가? -_-;;

다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담배 판매를 통해 왕창 이득을 챙기고 있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거시적으로는 담배 때문에 고의로 건강 망쳐서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사회 비용과 의료보험 재정 탕진이 더 크다.
마치 서울 지하철 보증금보다 1회용 교통 카드의 생산 단가가 더 높으며,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자국의 자동차들을 굴리는 데 쓰느라 더 바쁘지 나중에 더 비싸게 팔려고 꿍쳐놓고 있는 게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음모론은 그저 음모론일 뿐.

끝으로, 금연 장려를 위해 이런 아이디어가 제안되어 있는데 다들 참 기발하다.

  • 각종 경고문이나 사진을 붙이기에 앞서 담배 이름부터 좀 화끈하게 짓자. 자살초, 폐암말기, 썩은허파, 매독 등.
  • “경고: 이 담배의 판매 수익은 국회의원들의 월급 지급을 위해 쓰입니다” ...;; 내 건강 망가지는 것보다 정치인들 배부르는 게 더 싫구나. 그저 웃프다.

Posted by 사무엘

2015/01/05 08:36 2015/01/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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