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야기

* 본인은 니코틴의 맛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비흡연자이다. 담배를 접할 일은 앞으로도 평생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잘 알다시피 담뱃값이 크게 올랐다. 그래서 오르기 전 가격으로 담배를 사재기 하려는 흡연자, 그리고 있는 담배도 일부러 꿍쳐 놓고 값이 오를 때까지 안 파는 가게, 사재기를 단속하려는 정부 당국..의 삼파전은 뭔가 병림픽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은 상식 중의 상식이 된 지 오래이며 대중교통을 포함해 지붕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허용되는 곳은 전혀 없다. 그나마 건물 내에 별도로 지정되어 있던 흡연실도 요즘은 없어지는 추세여서 흡연자들은 근무 중에 담배라도 한 대 피우려면 옥상이나 1층까지 갔다가 와야 하니 시간과 업무 생산성 손실이 많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 위험한 수소 비행선인 힌덴부르크 호 내부에도 흡연실이 있었고 비행기 스튜어디스가 간접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려 죽을 정도였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건 둘째치고라도, 비행기 객실 안에서 화기를 반입하고 불을 피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오늘날의 보안 관념으로는 충공깽에 가까운 사실임은 틀림없다.

다만, 군대나 회사에서 “우리 나가서 담배나 좀 피우고 올까?” 이러면서 선임과 후임 사이에 훈훈한(?) 이야기가 오고가고 서로 친해지는 순기능이 있다는 건 본인 역시 인정한다. 어찌 보면 꽤 큰 순기능이다. 담배가 그렇게까지 건강에 나쁘지 않고 연기 냄새가 그렇게까지 역겹지만 않다면 말이다.

나도 어지간해서는 비흡연자의 권리만큼이나 흡연자의 권리도 보장해 주고 싶다. 그래서 지붕 뚫린 바깥에서까지 흡연을 금지시키고 싶지는 않다. 내 앞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며 길빵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그냥 달려서 그 사람을 조용히 추월해 가 줄 용의는 있다.

하지만 길빵은 담배 연기가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위험하다. 담배를 든 팔을 잘못 휘둘러서 옆의 사람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실제로 여럿 발생했다. 또한 담뱃재와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사람은 정말 싫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공장소 화장실이나 아파트 계단 통로에서 몰래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연기와 냄새로 민폐를 끼친다. 개인적으로 완전 혐오. 가끔은 건물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내려가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가 없게 만드는 주범들이다.

이렇듯, 담배는 기체를 퍼뜨려서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끼친다는 점에서 액체인 술과 다르다.
그러나 한편으로 담배는 무슨 음주운전 교통사고나 주폭 같은 피해를 끼치지는 않으니 해악의 양상이 술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한국 담배인삼 공사의 비공식 슬로건이 “담배 피워 망친 건강 인삼으로 회복하자”라고 한다. =_=;; 진짜라고 믿으면 당연히 골룸..
둘 다 우연히 국가가 전매 독점 관리하는 식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이다. tomorrow와 global을 갖다붙인 영어 이니셜은 아무래도 어거지 성격이 짙다.

담뱃값 인상은 그냥 복지 집행으로 인한 부족한 세수 확보 명분일 뿐이다. 국민 건강 그딴 것 때문이 아니며, 우리나라가 주변 선진국들보다 담뱃값이 싸기 때문에 더 올리자는 주장도 말이 안 된다. 그럼 우리나라가 주변 선진국보다 매우 비싼 생필품들에 대해서는 가격을 내려 줄 용의가 있기라도 한가? -_-;;

다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담배 판매를 통해 왕창 이득을 챙기고 있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거시적으로는 담배 때문에 고의로 건강 망쳐서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사회 비용과 의료보험 재정 탕진이 더 크다.
마치 서울 지하철 보증금보다 1회용 교통 카드의 생산 단가가 더 높으며,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자국의 자동차들을 굴리는 데 쓰느라 더 바쁘지 나중에 더 비싸게 팔려고 꿍쳐놓고 있는 게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음모론은 그저 음모론일 뿐.

끝으로, 금연 장려를 위해 이런 아이디어가 제안되어 있는데 다들 참 기발하다.

  • 각종 경고문이나 사진을 붙이기에 앞서 담배 이름부터 좀 화끈하게 짓자. 자살초, 폐암말기, 썩은허파, 매독 등.
  • “경고: 이 담배의 판매 수익은 국회의원들의 월급 지급을 위해 쓰입니다” ...;; 내 건강 망가지는 것보다 정치인들 배부르는 게 더 싫구나. 그저 웃프다.

Posted by 사무엘

2015/01/05 08:36 2015/01/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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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yam 2015/01/05 19:22 # M/D Reply Permalink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집에 손님 오시면 거실에 담배연기가 자욱했고
    버스 기사 아저씨들도 신호등 걸리면 안에서 피우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저같은 비흡연자에게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ㅎㅎ

    1. 사무엘 2015/01/05 23:44 # M/D Permalink

      옛날에는 니코틴 정도가 아니라 방사능의 위험에 대한 인지도 훨씬 둔감했던 게 생각나네요.
      집뿐만이 아니라 교통수단 안에서 담배 연기..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ㅜ.ㅜ

    2. Lyn 2015/01/06 00:40 # M/D Permalink

      미국은 심지어 방사성 물질 과 가이거 카운터를 장난감으로 팔았었다네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4/2012121401840.html?Dep0=twitter&d=2012121401840

  2. 신세카이 2015/01/06 15:28 # M/D Reply Permalink

    본인이 흡연자이기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는데 한국 교회에서 흡연을 죄악시 여기는건 전혀 이해가 가질 않네요 몸에 나쁜건 콜라나 햄버거 같은 음식도 마찬가진거 같은데 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1. 사무엘 2015/01/06 20:43 # M/D Permalink

      뭐, 하나님이 주신 성전(=몸)을 그 정도로 민감하게 아끼고 잘 관리해야겠다면 정크푸드도 궁극적으로 멀리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담배가 정크푸드하고 다를 바 없다는 비약도 좀 상식적인 이해 가능 수준을 넘는 것 같네요.
      몸에 직접적으로 해롭고, 신앙생활에 아무 도움이 안 되고, "물리적인 중독과 금단증세"라는 걸 일으키는 물건을 종교적으로 금기· 죄악시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단순히 냄새와 연기 때문에 남을 불쾌하게 한다는 사회 통념적인 관점을 빼고 논하더라도 말입니다.

  3. 신세카이 2015/01/11 03:47 # M/D Reply Permalink

    담배나 길거리불량식품이나 순간의 쾌락을 위해서 건강을 희생한다는 틀에서 똑같아 보입니다. 물리적중독과 금단증세가 있는게 사실이긴 하나, 아편같은 마약도 아니고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거죠. 문제의 본질은 어떤것이 얼마나 더 몸에 해롭냐에 있지 않습니다.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성경에 없는 자신들의 전통을 기준으로 "종교적"으로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자신들의 전통을 기준으로 예수님과 제자들을 비난했던 바리새인들처럼 말입니다.
    전 담배꽁초 한번 함부로 길거리에 버려본적도 없고 비흡연자들에게 연기가 가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하므로 제가 다른사람한테 피해를 준다거나 스스로 죄를 짓는다고는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만약에 어렸을때부터 교회문화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평생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담배를 죄악시 여기는 고정관념을 버리기는 매우 어렵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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