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얘깃거리는 컴퓨터와 음악이다. 이 두 분야와 관계가 있는 옛날 소프트웨어들에 대한 추억도 곁들어질 것이다. 쓰다 보니 글이 꽤 길어졌다. ㄲㄲ

여기서 음악 파일이란, 말 그대로 음표 정보를 기반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데이터를 말한다. 과거의 컴퓨터는 어마어마한 양의 waveform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읽어들여(심지어 압축을 풀면서) 재생하면서 게임까지 원활하게 돌릴 정도의 성능을 갖추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가벼운 음표 기반 음악 파일이 각광을 받았다. 이런 파일은 크기가 아주 작은 데다, 또 음악은 반복되는 멜로디나 리듬이 많다는 특성상 압축률도 높았다.

※ 애드립 ROL, IMS

일명 FM(주파수 변조 방식) 사운드이다.
sound.com, unsound.com, 그리고 CGA 640*200이라는 흠좀무스러운 그래픽 모드에서 실행되던 애드립 Visual Composer (무려 1987년도 프로그램이다!).
standard.bnk, 이야기, implay 이런 것들을 기억한다면 당신은 진정 old timer 인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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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 같은 현실의 악기와 비교했을 때는 분명 모자란 게 있지만 이 FM 음악은 나름 자신만의 개성과 색깔이 있었다. 단적인 예로, 과거 <그 날이 오면 3>의 환상적인 애드립 음악을 아직도 못 잊는 분들이 적지 않다.

FM 음악의 음색은 뱅크 파일에 별도로 담겨 있었다. 수백 개의 악기 음색이 100~200KB대 크기에 담겨 있던 걸로 기억한다. 음악에서의 악기는 문자 문서에서 일종의 폰트와 같은 존재인 셈이다.
PC 통신의 음악 자료실에는 최신 유행가, 팝송, 게임 음악 따위의 ROL/IMS 파일들로 넘쳐났다. 누군가가 악보를 구해다가 노가다로 열심히 입력해서 만들었을 것이다. IMS 파일은 당시 PC 통신 프로그램의 최강자이던 <이야기>가 지원했으니 인지도 면에서 더 말이 필요없었다.

이에 덧붙여 ISS라고 해서 가사 파일이란 게 국내에서 제정되었는데, 곡이 진행되면서 글자색이 점진적으로 변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종의 노래방 효과도 낼 수 있었다. 동영상으로 치면 자막 파일과 같은 존재이다.

※ 모듈 S3M, MOD

모듈 음악 파일은 기본적으로 음표 정보 기반 음악 파일 포맷이긴 한데, FM 방식과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악기의 음색이 waveform 오디오 형태로 파일에 내장되어 있다는 것. 문서로 치면 폰트를 일일이 내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평균적인 파일 크기는 기본이 수백 KB는 먹고 들어가기 때문에 mid나 애드립 사운드보다는 큰 편이지만, 당시로서는 가격 대 성능비가 아주 우수하고 음질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다만 모듈 음악은 여전히 음악보다는 컴퓨터 지향적인 방식이고, 미디처럼 세계 균일 표준으로까지 승격되지는 못해서 오늘날은 WinAmp나 VLC 같은 일부 매니악한 프로그램이나 재생을 지원하는 마이너 포맷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애드립 음악에 Visual Composer가 있다면, 모듈 음악 분야에는 Scream Tracker라는 금색 UI를 갖춘 유명한 소프트웨어가 본좌이다. 그리고 재생기로는 Inertia player이라고 전설적인 도스용 프로그램이 있었다. 개발자가 밝히기를 100% 어셈블리만 써서 작성했다고 하니 흠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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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세는 미디

그 반면 오늘날 대세는 역시 국제 표준인 미디이다. 본인은 윈도우를 쓰기 전에 도스 시절에는 애드립이나 모듈 음악만 접했지 미디 파일도, 재생기도 전혀 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디라는 표준 자체는 굉장히 오래 전에 제정된 것이다.

심지어 1989-90년대를 풍미했던 페르시아의 왕자의 midisnd.dat 같은 파일을 들여다 봐도, 내부는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로 재생 가능한 표준 미디 파일들의 모음이다! 그래서 인트로/엔딩 음악, 죽었을 때의 음악 따위를 쉽게 추출할 수 있다.

도스용 둠 1, 2의 배경 음악도 내부적으로는 미디 포맷이다. 사실, 그 전작인 울펜슈타인 3D도 데이터 파일을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음악을 딱 들어 보면 미디인게 티가 난다.

미디에는 구체적인 음색에 대한 규정은 전혀 없기 때문에, 과거 애드립으로 허접하게 재생되던 음악도 미디인가 하면 오늘날 최첨단 노래방 기기에서 코러스까지 곁들여져 나오는 음악도 죄다 미디이다. 과거에는 미디 음악을 컴퓨터에서 제대로 들으려면 미디 카드가 필수였지만, 컴퓨터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2000/ME부터는 윈도우 운영체제가 좀 그럴싸한 미디 신시사이저 소프트웨어를 내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요즘 게임들은 음악도 닥치고 wav나 mp3 통째로 내장이다. DirectMusic이 괜히 개발이 중단된 게 아니다. 현업 게임에서 쓰이질 않고 있는 컴포넌트이기 때문.

※ 애드립 음악 관련 추억: 옹 컴포저

1998년의 일이다. 옹 언욱 씨라고, 본인보다 나이는 한 학년 위이고 당시 고등학생이던 분이 <옹 컴포저(Ong Composer)>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쉽게 말해 애드립 음악 파일 편집기이다. 그런데 이분은 프로그래밍은 물론이고 음악, 그래픽까지 두루 본인과는 비교가 안 되는 진정한 엄친아였다. 그 열악한 16비트 볼랜드 C++로 슈퍼 VGA 그래픽(선 그리기, 점 찍기, 비트맵 -_-)과 사운드 제어 루틴을 어셈블리로 다 자체 제작하고 GUI 라이브러리에 심지어 스킨까지 혼자 다 만들었다... ㅎㄷㄷㄷㄷ;; 난 그런 쪽은 쥐뿔도 실력이 없으니 전적으로 공개 라이브러리에 의존했는데 말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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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옹 컴포저에 들어있는 예제 음악 파일 중에는 이 사람이 직접 작곡한 곡도 들어있었다. 정말 괴물. 당신의 능력은 대체 어디까지입니까.;;

참고로,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은 Noteworthy Composer처럼 작정하고 위지윅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오선지에 콩나물을 그려 넣는 형태가 아니다. 스프레드시트에다가 가로줄 길이로 음표를 표현하는 아주 기계 친화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아까 언급한 Visaul Composer나 Scream Tracker도 마찬가지. 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소스 코드에 우리가 종이에다 쓰는 수학식이 그대로(근호, 분수 등) 들어가는 게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본인도 응시했던 1998년 제 15회 정보 올림피아드 공모 부문에서 옹 컴포저는 입상을 못 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프로그램이 왜 입상을 못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듬해, 16회 대회에서 이분은 옹 컴포저를 윈도우용으로 포팅한 옹 컴포저 2를 출품하여 금상을 받는다. 그 후의 이분 근황은 본인도 알지 못한다. 프로그래밍에다가 탁월한 예체능(그래픽/음악) 쪽 재능을 갖춘 전문가이다 보니, 게임 개발에 뜻이 있는 분이던 걸로 기억한다.

덧붙이자면 15회와 16회 대회 때는 고등부에 대상 수상작이 없었다. 그 후 17회에서 본인이 출품한 한글 입력기 1.0 버전이 대상을 차지했다.

※ 모듈 음악 관련 추억: BWSB 라이브러리

BWSB (Bells, Whistles, and Sound Boards)라고 어느 영국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프로그래밍 라이브러리가 있었는데, 이게 정말 물건이었다. 퀵베이직, 파워베이직, 볼랜드 C/C++, 볼랜드 파스칼 등에서 모듈 음악을 재생해 줬다. 셰어웨어이긴 하지만 공개용도 프로그램 종료 시에 copyright 메시지가 뜨는 것 말고는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굉장히 잘 만들었고 문서화도 서양식 유머가 가미된 재미있는 문체로 되어 있었다. "이런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외계인이 쳐들어와 당신의 컴퓨터를 가져가 버릴 것이다" 식.

이 분야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라이브러리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왓콤이나 DJGPP 같은 32비트 컴파일러를 지원하지 못했던 게 아쉬운 점으로 남아 있다. 어셈블리 튜닝 코딩이 많다 보니, 소스의 이식성이 떨어져서 포팅이 어려웠던 듯하다.
하긴, DJGPP용으로는 알레그로라는 만능 게임 라이브러리가 있긴 했는데 이건 모듈 음악은 지원 안 하고 미디만 지원했다. 알레그로도 영국 사람이 만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27 16:10 2010/09/2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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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C) 장조

현대 음악에서 조표가 하나도 없는 가장 기본적인 조이다. 쉽게 말해서 피아노로 칠 때 검은 건반을 전혀 누르지 않는다는 뜻. 그래서 우리에게 아주 친숙하고 이 조로 만들어진 곡도 아주 많다.
본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노래인 Oh Glory Korail부터 시작해 일기예보 OST인 Frank Mills의 The Happy Song, 그리고 Peter Piper도 다 장조이다.

개천절, 삼일절(기미년 3월 1일 정오~)과 제헌절 노래(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 역시 다 장조. 이 중 개천절과 삼일절 노래는 '도'로 끝나지 않고 '솔'로 끝난다.
군가 중에서는 <용사의 다짐>, <육군훈련소가>가 다 장조이다. <멸공의 횃불>은 같은으뜸음조인 다 단조이다.

※ 내림라(Db) 장조

다 장조를 반음만 내리거나 올린 조는 조표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조는 다 장조만치 친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본인이 아는 음악 중에서는 뉴에이지 성향을 띤다고 하는 몇몇 instrumental 곡이 이 조이다.
예를 들어 Frank Mills의 명작인 Music Box Dancer, 그리고 코레일에서 아직까지 현역으로 쓰고 있는 열차 종착 음악인 Steve Barakatt의 Dreamers. 잘 들어 보면 라 장조가 아니라 내림라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찬송가 중에서는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고마워라 임마누엘... ㅋ)라는 아주 한국적인 찬송가가 드물게 내림라 장조.
Db는 서울 지하철 2, 3, 9호선의 신형 전동차가 발차할 때 나는 구동음의 첫음이기도 하다.

※ 라(D) 장조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의 구동음 첫음이 D이다.
본인이 최초로 들은 라 장조 곡은 역시 동요 겸 캐롤인 <탄일종>(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들린다)이다. 비슷한 시기에 들은 슈베르트의 <군대 행진곡> 역시 라 장조이니, 초등학교 음악 시간의 기억이 참 오래도 간다. ^^ (군대 행진곡은 중간에 사 장조와 사 단조 조옮김도 일어난다. 그리고 주찬양 선교단의 명곡인 <그 이름>(예수 그 이름 나는 말할 수 없네)도 라 장조이고 <라데츠키 행진곡>이 라 장조.

같은으뜸음조로는 라 단조가 있다. 라 단조인 곡으로 본인이 난생 처음으로 접한 곡은 <종소리>라는 동요이다.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 온다 희망의 앞날을 알려 주러~) 단조이기 때문에, 똑같이 종을 소재로 한 <탄일종>과는 영 분위기가 다르며 가사와는 달리 별로 희망적인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으뜸음도 같고, 똑같이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는 가사인데도 말이다! 음악 교육용으로 아주 좋은 대조군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 내림마(Eb) 장조

알토 색소폰은 기본조가 이 조이다.
본인이 어렸을 때 처음으로 들은 내림마 장조의 곡은 <광복절 노래>(흙 다시 만져 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였다.

참고로, 1994년에 방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납량특집 M의 OST인 <나는 널 몰라>는 올림라(d#) 단조로, Eb와 같은으뜸음조이다.

※ 마(E) 장조

장조로 이 으뜸음을 쓰는 곡은 의외로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다음에 설명할 바 장조의 인지도에 밀리는 듯. 주찬양 선교단 7집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가 마 장조이고, 아마 <송 명희와 친구들> 앨범의 첫 곡인 <예수 이름을 내가 사랑함이여>가 앞부분이 마 장조이다. 이 앨범도 나온 지 벌써 10년이 지났구나.

본인이 보기엔 마 장조보다는 마 단조가 훨씬 더 유명하다. <코시코스의 우편마차>도 마 단조이고(중간에 잠시 다 장조로 조옮김), 댄스곡인 코요태의 <순정>도 동일한 조. 6 25 노래는 영락없이 마 단조로 시작했다가 끝은 장조투로 급반전하는 것 같다.

※ 바(F) 장조

다 장조에서 조표가 딱 하나 붙은 비교적 쉬운 조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조이다.
경기도 아리랑, <작별의 노래>(오랫동안 사귀었던...)부터 시작해서 바 장조의 곡은 엄청 많으며,
새마을호 Looking for You도 이 조이다. ㅋㅋㅋ
서울 메트로 CM송인 "행복을 나르는 우리 친구 서울 메트로"도 바 장조이고, 새마을호 특실 음악 채널에서 듣다가 나를 눈물바다로 만든 <어머니의 마음>(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역시 바 장조이다.

※ 올림바(F#) 장조

내림사(Gb) 장조와 동일한 조인데, 샵(#)이든 플랫(b)이든 조표가 무려 6개나 붙는 굉장히 어려운 조이다. 인근의 바/사 장조에 밀려서 잘 쓰이지 않는 조인 듯.
피아노 소곡집에서 <고양이의 춤>(작곡자 미상)이 이 조라는 것밖에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같은으뜸음조인 올림바(f#) 단조는 의외로 인지도가 있다. 2007년 가을에 크게 히트 쳤던 원더걸스의 <텔미>가 이 조이다.
그리고 "대충 그런 느낌 개그 만화 보기 좋은 날"로 끝나는 <개그만화일화> OST 역시 올림바 단조. ㅋㅋㅋㅋ

※ 사(G) 장조

G는 GEC 알스톰(서울 지하철 7, 8호선 1차 도입분, 서울 지하철 4호선 대우 중공업 전동차) 인버터를 탑재한 전동차 구동음의 첫음이라고 기억하면 된다.
<칵테일 사랑>(마로니에)과 서울 도시 철도 공사 이미지송 <행복 미소>가 이 조이다.

본인은 애국가(동해물과 백두산이)와 한글 노래(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도 어렸을 때 사 장조로 처음 배웠으며 그 음높이가 완전히 머릿속에 박혀 있다. 공식 석상에서 애국가 연주하는 걸 들어 보면 역시 사 장조이다. (비록 반음 올린 내림가 장조 바리에이션도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국민체조 음악 역시 사 장조.

같은으뜸음조인 사 단조의 대표적인 예는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제 5번>이다. 중간에 사 장조로 조옮김도 했다가 돌아온다.

※ 내림가(Ab) 장조

본인이 태어나서 내림가 장조라는 걸 인지하고 들은 최초의 곡은 찬송가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옛 통일 찬송가 488장)이다. 사실 찬송가에는 내림가와 내림마 장조의 곡이 굉장히 많은데, 다른 곳에서 내림가 장조의 곡이나 노래를 접한 기억은 별로 안 난다.
본인의 기억이 맞다면, 대구 지하철 1호선 전동차 구동음의 첫음이 Ab.

※ 가(A) 장조

주로 팝송이 생각난다. 휘트니 휴스턴의 Greatest Love of All이 정확하게 가 장조이고, 카펜터의 Top of the World는 가 장조인지, 내림나 장조인지 좀 가물가물하다. (다시 들어 보기 귀찮아-_-)

같은으뜸음조인 가 단조는 우리에게 많이 친숙하다. 스타크래프트 테란 배경 음악 중 하나인 "빠빠 빠빠빰 빰.. 빠밤.." 그 곡이 가 단조의 대표적인 예.
게임 음악은 사용자를 긴장시키고 뭔가 불안하고 부족한 심리를 유지시키고 게임에 몰입시키기 위해, 99% 단조로 작곡된다. 장조 곡은 게임 엔딩(해피엔딩)이나 오프닝에서나 접할 수 있다.

※ 내림나(Bb) 장조

동요 <둥글게 둥글게>(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가 본인이 난생 처음으로 들은 내림나 장조 곡이다.
그리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나오는 주악이 이 조이며, 청소년 체조에 곁들여져 나오는 음악과, 그 유명한 바그너의 <결혼 행진곡>(딴 따따딴)도 나림나 장조이다.

※ 나(B) 장조

장조로나 단조로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별 존재감 없는(?) 조인 듯. 그냥 더 쉬운 다 장조를 쓰고 마는가 보다. 어차피 어지간한 사람들의 귀는 나/다 장조 같은 반음 차이 정도는 분간도 못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25 18:25 2010/09/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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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음악 교실

1.

지난 남아공 월드컵 때 우리나라는 역사상 최초로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그런데 경기 중계 방송을 보고 있으면, 경기장 내부에서 웬 웅웅~~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서 귀에 거슬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런 소리를 영어로는 drone/droning이라고 한다. 딱 정확한 표현이다.
스타크에서 저그의 일꾼 유닛인 드론이 이 단어이다. 설정상 드론은 말벌인데, 웅웅 윙윙거리면서 일을 한다나?)

본인은 그게 무슨 잡음인지 알지 못했다. 더운 여름에 아프리카에서 축구 경기를 개최하다 보니 더워서 냉방기라도 가동하는 소리인가 했다. -_-;;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오히려 거기는 남반구이기 때문에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이며, 저녁에는 사람들이 숫제 긴팔까지 입었다.

잘 알다시피 그 소리는 부부젤라라고 하는 나팔 비슷하게 생긴 아프리카 민속 악기 소리이다. 관중석에서 이런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걸 이해해 달라고 해설가들이 몇 차례나 설명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 소리는 지하철에서 나는 이 소리와 아주 비슷하지 않은가?
조용한 지하철 승강장에서나, 아니면 지상에 돌출돼 있는 지하철 터널 통풍구 근처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친숙한 이 소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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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기계음 같은 소리도 엄연히 악기로 내는 소리인데,
하물며 전동차 VVVF 구동음은 영락없이 음악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아예 그걸로 노래까지 만든 적이 있다. ㅋㅋㅋ
http://www.youtube.com/watch?v=EExvEF2zudA 지멘스 옥타브는 음악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2.

본인은 국내 유일 & 최초의 Looking for you 채보자이다.
악보를 본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 표정을 지으면서 어떻게 그걸 채보했냐고 내게 묻곤 했다.
하지만 이건 천재가 아니라 전적으로 노력의 산물이다. Looking for you를 끈질기게 한 3천 번만 들으면 누구라도 16분 음표 하나 안 놓치고 그대로 채보할 수 있다. Looking for you를 뼛속까지 내 음악으로 소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새마을호를 제대로 탔다고 간주할 수 없다.

곡 중에는 아래와 같이 색소폰으로 좀 어려운 기교를 부린 부분이 있는데, 그런 곳은 소리 재생을 절반 이하로 늦춰서 끈질기게 들으면서 음표를 정확하게 그려 넣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악보를 교회에서 작곡을 전공한 어느 형제님께 보여드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더라. “이런 부분은 들리는 대로 받아적다 보니 16분 음표 여러 개로 복잡하게 표기했겠지만, 실제로는 꾸밈음이겠군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식음을 표현하는 꾸밈표는 악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매크로와 같은 존재일 거라고 말이다. 간단한 꾸밈표 중 하나인 스타카토를 예로 들어 보자.

#define 스타카토(음높이, 길이) \
  { 음표(음높이, (길이)/2);   쉼표((길이)/2);   }
#define 메조_스타카토(음높이, 길이) \
  { 음표(음높이, (길이)*3/4); 쉼표((길이)/4);   }
#define 스타카티시모(음높이, 길이) \
  { 음표(음높이, (길이)/4);   쉼표((길이)*3/4); }

http://user.chollian.net/~kktae386/menu02/me0206.htm 참고. 꾸밈표도 여럿 존재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일정한 패턴을 띠는 바리에이션을 한 기호로 간단하게 축약해서 표현하려는 욕망은 존재하는 모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31 08:45 2010/08/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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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안 지홍 씨

앞의 글을 쓰면서 인터넷 서핑으로 자료를 찾다가..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여 추가로 글을 남긴다.

무려 라틴어 가사 코러스가 나오는 MBC 드라마 <제 5공화국>의 주제가는 안 지홍 씨가 작곡했다. 그럼 작사는? 유명한 다른 문학 작품 구절에서 따오거나 설마 라틴어로 직접 작사를?? ㅎㄷㄷㄷ
게다가 이 사람은 1995년에 방영했던 <제 4공화국>의 주제가도 작곡하고 1993년의 <제 3공화국> 주제가도 작곡했다! 현대사 정치 드라마 OST 작곡엔 아주 이골이 난 사람이구나! 모두 MBC 드라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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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제 5공화국> OST 도입부 멜로디를 대충 채보한 것이다. 한국어 몬데그린 가사와 함께. ^^;; Looking for You와 비슷한 상당히 빠른 템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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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제 4공화국> OST의 도입부 멜로디이다. 템포는 5공화국보다 훨씬 느리지만, 도입부가 끝난 뒤에 바로 높은 라(A)음의 높은 괴성이 나오고 나중엔 클라이막스를 거친 후 ‘전땡!’ 같은 함성으로 끝난다는 점. 그리고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언어 가사의 장엄한 코러스라는 점은 두 곡이 매우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두 드라마는 10년에 달하는 긴 시간 간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OST는 동일 작곡자의 작품일 거라고 개인적으로 추측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추측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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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제 3공화국> OST의 도입부 멜로디이다. 가사는 없다. OST가 흘러나올 때 시꺼먼 배경으로 각종 정치인들의 진흙/금속 인형 형상이 쫙 나왔다가 사라졌는데, 이 모습이 어렸을 때 보기엔 꽤 섬뜩하고 무서웠다.
모든 악보는 본인이 그냥 기억에 의지해서 야메로 집어넣은 것임을 밝힌다.

안 지홍 씨가 누군지는 처음 듣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기념비적인 과업은 바로..

1994년 여름, 당시 최고의 납량특집 드라마로 오늘날까지도 불멸의 명작으로 남아있는 의학 스릴러 M의 주제가 역시 이 사람이 작사· 작곡을 했다는 사실!
제목은.. <나는 널 몰라>이다.

내 영혼이 아파오네
세월은 고독을 고독은 침묵을 침묵은 미움을 기다리고 있는 걸
(이건 무슨 롬 5:3-4 같은 점층법도 아니고 뭐야..)
모르고서 시간은 흘러가네
침묵 속에 쌓여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네 들리지 않아
어둠 속에 숨어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네 보이지 않아
나는 널 몰라 (네가 누군지, 네가 무언지, 네가 왜 나를 찾아왔는지...!) 몰라~~!!

M은 낙태를 소재로 하여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드라마이지 않던가? 아래의 성경 구절을 염두에 두고 저 노래 가사를 곱씹어 보라. 섬뜩하다. 직접 들어 본 사람만이 그 전율스러움을 안다.

영의 길이 무엇인지 또 아이 밴 여자의 태 속에서 뼈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네가 알지 못하는 것 같이 모든 것을 만드시는 하나님의 일들도 네가 알지 못하느니라. (전 11:5)

TV에서 방영될 때는 시간 관계상 1절만 나왔지만 정식 노래는 1절+간주+2절이 있었다. 간주 때는 M 특유의 변조된 악마 목소리와 으헤헤헤헤헤’ 흉악한 웃음소리까지 곁들어져, 공포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서 태지 음반에 사탄의 메시지가 백워드 마스킹으로 녹음돼 있다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던 시절이었을 텐데?

자, <제 n공화국>과 M 모두 짐작하셨겠지만 어김없이 단조이다.
안 지홍 씨는 뭔가 장엄한 한편으로 쓸쓸하고 암울한 느낌이 나는 OST 제작에는 정말 탁월한 재능이 있는 분 같다.
M 얘기까지 나왔으니 그런 의미에서 짤방 하나 첨가하는 걸로 글을 맺겠다.

‘착시’라고 치면 어김없이 나오는 그림이다. 언뜻 보기로는 그냥 아리따운 아가씨의 초상화인데,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OME (Oh my eye!) 공포물로 바뀐다고 함. 본인은 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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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0/04/13 17:14 2010/04/1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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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라캇 Dreamers

스티브 바라캇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캐나다 출신의 작곡자/연주자이다. 방송이나 각종 행사 때 나오는 배경 음악으로 이 사람 곡을 은근히 많이 들을 수 있다.

비슷한 분야의 음악가 중에는 본인의 부모님보다도 나이가 많은 지긋한 노년 신사도 있지만 이 사람은 30대 중반의 아직 꽤 젊은 나이이고, 얼굴도 상당한 미남인 데다 연주뿐만 아니라 노래도 굉장히 잘 부른다. 이미 세계적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앞날이 창창한 음악가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가장 유명한 곡은 단연 <Rainbow Bridge>와 <Whistler's Song>이 아닐까 싶다. 들어만 보면 “아 그 곡!” 하고 무릎을 칠 분이 많을 것이다.

한국 철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역시 이 사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사람의 곡 <Dreamers>가 지금도 일반열차(전동차 말고)에서 종착역 도착 후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곡은 비록 재생 이벤트와 대상 열차가 바뀌었을지언정, 무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상당히 장수하고 있다.

그러니까 안내 방송 중에 깔려 나오는 배경 음악이 아니라, 열차의 운행 시작이나 종료 직전/직후에 음악만 별도로 쫙 틀어 주던 열차는 KTX 개통 이전엔 잘 알다시피 새마을호밖에 없었다. 그 관행은 아마 2000년, 영상 서비스와 함께 시작된 걸로 추정한다. 그때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담당은 코모넷이라는 회사가 담당했으며, 운행 전과 종료 후에 둘 다 너무나도 유명한 Looking for You가 흘러나왔다. 본인이 이 곡을 몇 번 들은 뒤 철도에 눈이 완전히 뒤집히고 미쳐 버리게 된 건 여기 오는 분들도 이미 잘 알 것이다.

그러다가 2004년에 와서 이 트렌드가 좀 바뀌었다. KTX 개통 직후에도 아주 잠깐은 L-L(시작과 끝 모두 룩킹포유) 체제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런데 루머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에, 룩킹포유가 아침에 첫 새마을호를 타는 사람에게는 곡이 조용하지가 못하고 너무 방방 뛰어서 잠 깬다는 민원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민원 때문에 2004년 여름, 새마을호의 출발 전 음악은 스티브 바라캇의 <Dreamers>라는 곡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종착 후 음악은 다행히 룩킹포유가 계속 유지됐다.

이것이 한국 철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스티브 바라캇의 음악이 최초로 도입된 사례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여전히 코모넷 시절이고, 심지어 철도청조차 아직 정부 기관으로 있던 시절의 일이다.
게다가 당시 새마을호는 시발역을 출발하고 잠시 후엔 역별 정차역과 도착 시각이 화면으로 나왔는데, 이때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스티브 바라캇의 또 다른 명곡인 <Flying>이 흘러나왔었다.

KTX가 개통한 후 2004~05년간은 새마을호에 그 외의 UI상의 변화는 없었다. 다만, 정차역 안내 방송이 두 번 나오던 특이한 시기이기도 했다. “잠시 후 우리 열차는 XXX 역에 도착하겠습니다” 그 후, “여기는 XXX 역입니다.” 그것도 4개 국어로. 듣기에 굉장히 지루했다.

그 후 2006년은 새마을호의 앞날에 망조가 본격적으로 드리워진 해였다. 코모넷이 망하고 연합뉴스가 영상 서비스를 대신 떠맡았다. Flying이 사라지고 안내 방송도 중국어와 일본어가 삭제됐다. 평일에 중련 편성 새마을호 편성 수가 감소하고, 그 해 여름엔 기내지 레일로드가 폐간했다. 그 해 가을엔 중앙· 영동· 태백선 새마을호가 폐지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Dreamers - Looking for You 구도는 변함없었다. 본인은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하여, 이때를 놓치지 않고 룩킹포유 재생 화면을 세 차례에 걸쳐 카메라에 동영상으로 성공적으로 담았다.

2007년, 드디어 기내지에 이어 새마을호에서 영상 서비스가 거의 7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거 뭐, 2005~06년 사이엔 영상 서비스 모니터를 와이드 화면으로 교체하더니만 1년이 채 안 되어 그걸 도로 철거해 버린 것이다! Looking for You는 이미 사라진 걸 확인했지만 Dreamers는 영상 서비스가 없어진 와중에도 운행 전에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후 2008년. 새마을호의 UI는 크게 바뀌었다. 모니터가 다시 생기긴 했지만, 객실당 4개이던 게 2개로 감소하고, 영상 서비스는 없어졌다. 주행 중엔 그냥 정지 사진만 여러 컷 돌아가면서 나오고 정차역 도착 자막만 뜬다.

제일 충격적인 변화는 음악. 출발 전 음악은 Dreamers이던 것이 가야금 퓨전 국악으로 바뀌고, 대신 종착 후 음악이 Dreamers로 옮겨졌다. 나라에서 국악을 정책적으로 밀어붙이기라도 하는지, KTX는 이미 초창기부터 정차역/종착역 도착 안내 배경 음악으로 국악을 써 왔고, 2008년경엔 서울 메트로도 환승역 진입 음향으로 꽤 오래 사용해 오던 차임벨을 버리고 퓨전 국악을 채택했다.

게다가 지금은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가 공통으로 시작 전엔 가야금 Let It Be, 종착 후에는 KTX 미니 만화 주제가-_- 다음으로 Dreamers가 유지되고 있다. 원래는 음악이 새마을호밖에 안 나오다가 나중에 KTX와 무궁화호에도 확대된 것이다. 한 2007년 말 내지 2008년부터 그렇게 됐다.

새마을호에서 출발 전에나 듣던 곡을 이제는 사실상 모든 열차에서 도착 후에 들으니 느낌이 이색적이다. Dreamers가 2004년에 첫 도입되자 그 당시 철도 매니아들은 며칠 안으로 금세 곡의 정체를 파악해 내서 mp3 올리고 야단법석이었다. 처음 들었을 땐 뭔가 몽환적이고 잔잔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과연 그러하다. 이 곡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철도계에서 쓰일지 궁금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27 16:26 2010/02/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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