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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5 고층 건물 이야기 by 사무엘

고층 건물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마천루 시대를 연 건물은 다름 아닌 ‘삼일 빌딩’이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는 이 건물은 1960년대 말, 경부 고속도로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완공되었으며,
15년 남짓 뒤에 63 빌딩이 생기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건물 높이는 약 110m에 달한다.
작명 원리는 63 빌딩과 동일하다. 이 건물은 31층이다. 하지만 삼일 빌딩은 31 빌딩이라고 쓰지 않으며, 63 빌딩은 육삼 빌딩이라고 표기하지 않는 게 흥미롭다. 물론 63 빌딩은 지상은 60층일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31일이라는 층수는 ‘삼일절’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며, 항일 의지를 담아서 의도적으로 이 층수대로 건물을 만들라고 당시 박 정희 대통령이 지시를 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기술진이 나름 성공적으로 설계와 건설을 해 냈으며, 건물이 완공되자 시민들은 감탄하여 목이 빠지게 위를 쳐다보면서 층수를 세느라 정신없었다고 한다. 훗날 서울 지하철이 첫 개통했을 때 신기해하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삼일 빌딩은 있는 곳도 지극히 서울스러운 도심 한복판이다. 그러니 서울의 상징으로 등극할 수밖에 없다.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며, 종각· 종로3가· 을지로입구· 을지로3가라는 네 전철역의 정확한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 역, 서울 시청 등과 아주 가깝다. 꼭대기 층인 31층에는 뷔페식당이 있는데 창밖을 내려다보면 청와대도 보이고 동대문 두산 타워까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본인은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회사에서 병역 특례 근무를 한 적이 있는지라 이 건물에 더욱 애착이 간다. 위치 하나는 정말 끝내 준다. 청계천 길을 따라 자전거로도 출퇴근도 해 보고, 거기서 한글 회관까지도 자전거로 가 봤다.
이제 무려 40년을 묵은 건물이 됐지만 그리 낡은 티는 안 난다. 단 하나, 엘리베이터가 굉장히 후지고 더구나 주행 모습이 위태로웠는데 2008년을 전후하여 다행히 새 걸로 교체되었다.
서울 금싸라기 한복판이라는 특성상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그럴 만도 하다-_-), 당시 회사가 구로나 DMC 쪽으로 이사를 가려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냥 루머로 끝났는가 보다.

한국 최고층 건물이라는 기록은 훗날 63 빌딩에게로 넘어갔다. 위치는 잘 알다시피 여의도이다.
철도로 상경하다 보면 이 63 빌딩 건물은 창밖으로 꼭 보게 된다. 서울 톨게이트보다 이런 게 진짜 내가 서울에 도착했다는 인상을 더욱 강렬히 준다.
63빌딩의 높이는 약 240~250m이며, 층수가 두 배이니 높이도 삼일 빌딩의 두 배보다 약간 더 높다. 건설은 외국 회사가 한 것이다.

63빌딩과 직선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노량진 역이다. 하지만 지정학적인 이유로 인해 거기서 바로 63빌딩으로 가지는 못하고 여의도 상에 있는 5호선 여의나루나 9호선 샛강 역에서 내린 후 도보로 6, 700미터 이상 꽤 걸어야 갈 수 있다. 여의나루 역에서 여의도 순복음 교회와 63빌딩은 방향이 정반대일 뿐 서로 비슷한 거리이다. -_-

건물 주변 경관은 무척 좋다. 여의도 하면 증권가가 먼저 생각나지만, 63빌딩이 있는 곳은 강변 고수부지가 코앞에 있고, 지어진 지 오래된 것 같은 아파트들이 들어선 주거 구역에 더 가깝다. 도심이라기보다는 꼭 지하철 종점 같은 교외 느낌이 들 정도이다. 삼일 빌딩 주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런 곳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도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지금은 63빌딩보다도 더 높은 건물이 강남 타워팰리스를 포함해 서울 목동에도 생겼지만, 평일 낮에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업무 건물” 중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63빌딩이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 ^^;;
옛날에 분당선 구룡 역과 도곡 역 일대를 답사하면서 타워팰리스를 직접 본 기억이 있다. 양재천이 바로 앞으로 지나기도 하고 나름 괜찮은 주거 구역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비록 구룡 역은 정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굴욕’ 역임이 틀림없음도 확인했지만 말이다.

앞으로도 63빌딩보다 더 높은 건물은 계속 지어질 예정이다.
1990년대에 전철 분당선만 해도 신도시 건설과 동시에 건설되는 노선이었고, 지하로 건설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산선 같은 지상+고가 형태도 아니요, 하다못해 일산선처럼 지상+지하 짬뽕도 아니라, 건설비 증가를 감수하면서까지 전구간 지하로 건설된 이유 중 하나는 인근의 성남 서울 공항 보안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보안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오히려 고층 건물 짓느라 서울 공항 활주로를 틀겠다고 하니 세상 참 심하게 많이 바뀌었다. 그렇잖아도 지금 잠실 역은 역명을 롯데 역으로 바꿔도 좋을 정도로 온통 롯데월드 천지가 되었는데 초고층 건물까지 생기면... 흠좀. 잠실 역의 혼잡도 가중되고 교통 역시 강남 역 주변 수준으로 열악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층 건물은 엘리베이터도 굉장한 고성능으로 장착하게 된다.
목적지 층보다 두세 층 이전부터 속도를 줄이는 기미가 느껴지는 정도라면, 어지간한 건물에서는 찾기 어려운 고속 엘리베이터이다. ^^;;
엘리베이터의 수 자체도 여러 대가 필요해지는데, 과거에는 단순히 저층/고층과 홀수층/짝수층으로 수요를 분산하는 정도였지만 요즘은 그런 거 구분 없이 버튼만 누르면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알아서 세워 주며, 아무 걸 타도 아무 층으로나 갈 수 있다. 그래서 야기될 수 있는 비효율은 오로지 엘리베이터의 뛰어난 가감속력만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아무튼, 고층 건물만으로도 글 쓸 게 참 많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3/15 08:39 2010/03/1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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