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그 억만 광년(!!)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진 은하의 모습을 척척 선명하게 찍곤 하는데..
그걸로 가까이 있는 우리 동네 천왕성, 명왕성, 심지어 달 표면 사진은 좀 찍을 수 없나? 매번 번거롭게 탐사선을 보내야 하는가?

꽤 그럴싸한 질문인 것 같다. 하지만..

A. 태양계의 행성들은 매우 매우 가까이 있는 대신, 가까운 것 이상으로 크기도 깨알같이 너무 작다. 어두운 건 덤. 그렇기 때문에 우주 망원경을 동원한다고 해도 행성 사진을 그렇게 고퀄로 찍을 수는 없다.
과거에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명왕성을 찍은 적이 실제로 있었다. 하지만 화질은 이게 한계였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 태양계 행성들을 자세히 관찰하려면 번거롭지만 탐사선을 보내야 한다.
유의미하게 선명한 명왕성 표면 사진은 뉴 호라이즌스 호가 2006년에 발사되고 무려 9년 동안 명왕성을 향해 직접 날아간 뒤, 2015년에야 얻을 수 있었다.

지구 풍경에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10km 넘게 떨어진 저 건너편 건물이나 산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있다 해도, 그걸로 바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는 콩알이나 쌀알의 표면을 제대로 관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ㄲㄲㄲ 그건 서로 분야가 다르다. 저격소총과 자주포가 용도가 다르듯이 말이다.

이 정도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된 것 같다. '1분만'이라든가 '사물궁이' 같은 잡학 채널에서 선뜻 다룰 법도 한데.. =_=;;;
허블 우주 망원경은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이다. 그러니 지표면에 설치된 우주 망원경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지구를 뱅글뱅글 돌고 있다. 그 상태로도 촬영 목표물을 향해 시선을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는 게 무슨 함포 사격 통제장치마냥 정교하게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 일은 피사체가 가까이 있을수록 난이도가 더 올라가며, 먼 은하가 아니라 겨우 태양계 행성을 촬영한다면 더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우주 망원경이 지구상의 천문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건 잘 알다시피 지구 대기로 인한 시야 핸디캡이 없다는 것이다.
뭐.. 중량 제약이 심하게 걸리기 때문에 지구 천문대와 같은 거대하고 무거운 망원경을 설치하지는 못한다는 다른 핸디캡은 있다.
운영 비용이 살인적이라는 것도 덤.. 테이큰 대사 "인공위성 카메라의 각도 하나 변경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생각은 해 봤냐?"는 빈말이 아니다. ㄲㄲㄲㄲㄲㄲ
그러나 대기빨 안 탄다는 장점이 워낙 넘사벽 독보적이기 때문에 학계로부터 우주 망원경의 수요는 마를 날이 없다.

* 여담: 우주에 대해서

(1) 핵융합이라는 게 일어나려면 극악의 고온 고압 환경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낱 지구의 실험실 나부랭이 수준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우며, 꿈의 에너지원이라는 핵융합 발전도 아직은 SF의 영역이다.
근데 우주 규모의 거시세계에서는 물질이 정말 지구 따위 쌈싸먹을 정도로 너무 많이 쌓여서 자기 중력을 못 견디고 붕괴해서 핵융합이 일어날 정도이다.;;; 쉽게 말해 100% 철로만 이뤄진 지름 1백만 km짜리 공은 재료공학 차원을 넘어서는 이유 때문에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별들은 무슨 석유· 가스를 태워서가 아니라 수소 핵융합으로 열과 빛을 낸다. 원자가 입자 차원에서 붕괴해서 중성자별이 됐다가 블랙홀이 됐다가 이런다. 중력과 원자력,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이렇게 연계한다는 게 천체물리학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면모인 것 같다.

(2) 옛날에 TV나 라디오로 방송국 전파가 없는 주파수/채널을 돌렸을 때 나는 그 흰 쌀알 소용돌이 애니메이션=_=과 우렁찬 씨이이이치이이이이이이 잡음은 그냥 개소리 잡소리가 아니라 먼 옛날 우주 배경 복사의 흔적이다. ㄷㄷㄷㄷㄷ 그저 전자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열잡음만 있는 게 아니다.
먼 옛날에 엄청난 에너지의 발산이 없었다면.. 임의의 주파수/채널을 돌렸을 때 그냥 아무 신호 없이 조용해야 정상이 아니겠는가? 그냥 비디오 테이프의 무음부를 재생하거나 터널 안에 들어갔을 때 위성방송이 조용히 끊기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 와야 할 것이다.

왜, 척 노리스 개드립 시리즈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를 발명해서 개통해 봤더니 척 노리스로부터 부재 중 통화가 3통이나 찍혀 있었다"..;;; 이 상황과 그나마 근접하는 현실 버전이 바로 우주 배경 복사 전파 수신인 셈이다.

옛날에는 저게 개나 소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잡음이었는데.. 오디오 비디오 기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뒤부터는 이걸 청취하는 게 생각보다 꽤 어려워졌다!! 유튜브에 백색잡음이 일부러 올라와 있을 정도로..
요즘 기기는 전파 신호 자체를 쌩으로 그대로 전하는 게 아니다. 정상적으로 압축 해제되지 않는 신호는 통째로 버린다. 그러니 무의미한 백색잡음은 다 걸러지는 것이다. 이런 것도 기술의 발전이다.

(3) 태양계가 얼마나 크면 지구와 달 사이 거리에 모든 행성들이 다 들어가고, 태양과 수성의 거리만 해도 태양 지름의 수십 배라고 그런다.
근데 태양이 수십억 년 뒤에 적색거성이 되고 나면 태양의 반지름만 무려 2AU에 달할 정도로 팽창해서 지구와 화성까지 다 삼켜질 거라니 이건 또 무슨 변고인가 싶다.

태양 자체는 맨눈으로 보면 그냥 닥치고 눈부시게 밝은 백색광이다. 붉은 노을이나 누런 불빛은 빛 산란과 보정을 많이 거친 색깔일 뿐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뜰 때나 질 때 태양의 모습이나 하늘 색깔은 아무 차이가 없으며, 서로 구분 불가능하다.

(4) 별은 우리가 지구에서 관측할 때 의미를 지니는 겉보기 밝기와, 거리를 동기화시키고 측정하는 절대 밝기를 따로 다룬다. 태양조차도 절대 밝기는 겨우 4~5등성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우주 전체의 별들 중에서는 최상위권의 밝은 별이라고 일컬어진다.
그것처럼 지진도 그 자신의 절대적인 강도 (규모)와, 우리가 지표면에서 피해 정도(진도)를 따로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08 08:35 2023/10/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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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자기장

매일 아침마다 우리 머리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열과 빛만 곱게 쏴 주는 평범한 불덩어리가 아니다.
태양풍이라고 불리는 온갖 방사선과 전자기파 같은 흉악한 ray들도 쏴 대는데, 이게 전자기기들을 교란시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천체에 그나마 붙으려 하는 가벼운 기체(대기)들을 쓸어내고 생명체도 죽게 만든다. 태양은 불덩어리뿐만 아니라 초대형 초강력 전자 레인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가스 레인지와 전자 레인지의 성격을 모두..)

이는 항성이라는 게 애초에 나무나 석유를 태워서 불 때는 것 같은 평범한 방식으로 발열· 발광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양풍에 비하면, 오존층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편인 자외선의 해로움 정도는 그냥 약과로 느껴질 정도이다.
태양풍을 어찌하지 않으면 지구는 아무리 온도가 적당하고 산소와 물이 있다고 해도 다 증발하고 날아가 버리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금성이나 화성처럼 생물이 살 수 없는 불모지 사막이 돼 버린다.

고체인 운석이야 대기와의 마찰열로 그럭저럭 걸러진다. 하지만 운석보다 더 미시적인 태양풍을 차단해서 지표면의 평안과 안녕을 보장해 주는 것은 다름아닌 지구의 자기장이다. 자기장이 일종의 실드를 형성해서 지구를 감싸 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구의 자기장이란 건 생각보다 굉장히 대단하고 고마운 물건이다. 단순히 나침반 바늘을 돌려서 방향 파악에 도움을 주는 것을 훨씬 능가하며, 지구의 생명 존재와 관련해서 오존층보다도 기여하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스타에다 비유하자면 태양풍은 베슬의 EMP+이레디 복합이고, 지구 자기장은 프로토스 실드와 비슷하다.

지구에 자기장이 생성될 수 있는 것은 지구의 깊숙한 중심부에 유체 형태의 고온 고압 금속 핵이 있고, 내핵과 외핵의 온도 차이로 인한 대류가 발생하고, 그 상태로 그럭저럭 지구가 자전도 해서 얼추 발전기가 돌아가는 것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천체의 자기력의 원천은 영구 자석이 아니라 일종의 전자석이며(다이나모 이론).. 지구의 자전은 지표면에서 낮과 밤을 만들고 물질을 순환시키는 것 말고도 밑바닥에서 이런 중대한 일까지 덩덜아 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가 자전을 멈춰 버리면 (1) 낮과 밤 구분이 엉망이 되고 (2) 기상과 기후도 싹 바뀌고, (3) 지금까지 원심력 때문에 적도 쪽에 몰려 있던 바닷물이 다시 남북의 고위도 지역으로 흘러가서 수위가 상승하고 저지대가 침수될 뿐만 아니라.. (4) 지구의 자기장까지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지구도 태양풍을 직격으로 맞으면서 화성보다는 금성의 마이너 버전을 찍게 된다. 태양이 굳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지 않아도, 지구 온난화가 악화되지 않아도 지금 정도의 거리와 태양의 위력만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점이 몹시 섬뜩하다.

하긴, 금성만 해도 지구보다 대기가 훨씬 더 짙으니 운석이 지표면까지 떨어질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금성은 모종의 이유로 인해 자전이 끔찍하게 느리다(자전 주기가 공전 주기보다도 더 긺..). 느린 정도를 넘어 자전 방향 자체가 반대이니, 이건 얘만 뭔가 자전 브레이킹-_- 같은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져서 마이너스, 역방향 후진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얘는 지구에 근접하는 스타일의 행성이 될 기회를 놓치고 표면이 태양풍에 탈탈 털렸으며, 그 와중에 화산 같은 지질 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황산을 수습하지 못하고 끔찍한 온실효과 불지옥으로 전락했다.

지구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비교적 빠른 자전, 그리고 풍부한 자기장 덕분에 지질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살아 있는 행성이 될 수 있었다. '선캄브리아'라는 까마득히 먼 옛날에 어떤 계기로 시아노박테리아의 활동 덕분에 대기 중에 산소의 농도가 크게 증가했다. 선캄브리아 시대는 한국사로 치면 마치 고조선만큼이나 기간은 길지만 너무 오래돼서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기간이다만..
그 뒤로 지구와 금성의 상황이 달라진 것을 국사에다 비유하자면 남북 분단과 전쟁 이후에 남한과 북한의 상황이 달라진 것만큼이나 극단적이다.

우주 천체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 조건을 생각하 보면.. 크기, 무게, 온도, 대기 등 수많은 변수들이 하나라도 약간이라도 어긋나면 그냥 게임에서 사망 트랩 밟듯이 끝이다.
그러니 인간이 달에 나갈 때만 해도 물은 말할 것도 없고 숨 쉬는 산소까지.. 승무원 3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모든 물자는 지구에서 100% 조달해 갔다. 양과 무게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말이다. 우주 현장(?)에서 조달 가능한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며, 자그마한 사고라도 났다간 이 사람들은 그냥 "우주에서 다이"였다.

그러니.. 비록 직접적인 물증은 아니지만 그 너무 광활한 우주에서 딱 하나 지구 같은 행성이 생긴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연히 됐다고 볼 수 없고 신· 절대자의 의도와 설계에 의해 된 거라고 '심증상으로' 믿는 것은 누가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복음 전하고 기독교를 변증할 때 "우연히 될 수 없다"라는 요지로 창조는 그냥 간접 증거로만 얘기하고 넘기고, 더 중요한 "예수 부활"이야말로 증언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팩트라고 얘기하면 된다.

여담..

(1) 지구 대기의 중간권을 넘어서 열권쯤부터 전리층이 시작되고, 밴 앨런 벨트는 거의 외기권쯤부터 시작되는가 싶다. 열권이면 이미 우주 발사체의 궤도도 포함된다. 서울-부산보다도 짧은 거리를 위로 수직 상승만 하면 단순 영공을 넘어 우주인데 그게 어렵다. 그만큼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게 어려운 일이다. (국제 우주 정거장이 지구를 돌 때마다 아래 국가들에다가 영공 통과료를 지불하지는 않음.. 애초에 항공 관제를 받을 수도 없다)

(2) N, S 중 한 극만 단독으로 갖고 있는 단극 자석, 혹은 자기홀극이 과연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수학으로 치면 홀수 완전수의 존재 여부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고 존재 불가능이 증명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 보인다.

(3) 전자석과 반도체는 어떤 특성을 조건부로(자성, 도체) 가지면서 일반 영구 자석이나 일반 도체보다 훨씬 더 유용하게 쓰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전기 전자 공학의 학문적 난이도는 그에 비례해서 수직 상승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19 08:36 2020/02/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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