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호박 농사 근황

8월이 가고 9월이 됐지만 날씨가 여전히 너무 덥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 아래로 내려갈 생각을 않는다.
그나마 열대야가 없어졌고 밤과 새벽에 약간 시원해진 것이 일말의 다행스러운 점이다. 그래도 밤에 집에서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건 여전하다.
이 와중에 오늘은 호박 농사 소식을 오랜만에 전하도록 하겠다.

지난 7월 말에 암꽃이 여러 송이 연달아 핀 덕분에 8호 이후로도 9호와 10호가 맺혔다. 그리고 내가 직접 수분을 못 했는데 고맙게도 11호가 자연수분으로 추가로 맺혔다~!!

하지만 경사는 여기까지였다. 8월 초의 이 아이들 이후로는 이 호박에서 암꽃이 지금까지 한 달이 넘게 전혀 피지 않았다.
아니, 수꽃도 피는 게 갈수록 뜸해지고 꽃을 구경하기 힘들어졌다.
흐음~ 물은 1~2일 간격으로 충분히 주는 편이었고 이따금씩 비료도 줬는데.. 얘들도 더위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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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8월 11일까지만 해도 이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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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두 주쯤 뒤의 모습이다.
막 대놓고 시들고 죽어가는 건 아니지만, 기세나 생명력이 좀 깎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요즘은 잎들에서 호박잎의 상징인 허연 힘줄 줄무늬가 눈에 거의 띄지 않는다. 뭐가 문제인 걸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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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이미 소개됐던 8호는 8월 초 당시부터 색깔이 서서히 누래져 갔다.
주름 없는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잘 자랐고 8월 중순 언제쯤엔가 땄다.
8호를 키우던 덩굴은 기력이 다했는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팍 죽어 버렸다. 8호를 배출해 낸 덩굴에게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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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땄던 호박 1,2,3호에다가 8호를 같이 늘어놓은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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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는 지난번 글에서 갓 수분 성공한 초기 모습만 소개됐었는데, 그때 이후로 이렇게 동글동글한 민무늬 모양으로 잘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주 남짓 뒤에는 이렇게 사과나 배 같은 모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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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신비로운 건.. 10호였다. 처음에는 9호와 비슷한 동글동글한 모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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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거랑 저게 같은 호박이라는 게 믿어지는가?
8월 4일 다음으로 8월 10일. 개인 사정 때문에 엿새 가까이 현장을 모니터링하지 못하고 있던 사이에.. 이 아이는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바뀌어 버렸다!
비슷한 시기에 수분된 9호와 10호가 외형이 이렇게 서로 극과 극으로 달라지다니..! 변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해서 몹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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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본인이 올해 얻은 호박들 중에서 제일.. 맷돌호박의 FM에 충실한 모양인 것 같다..!!
동글동글하고 납작하고 쭈글쭈글
하고.. 너무 예쁘지 않은가?
심지어 나중에 따 보니 부피 대비 무게(밀도)도 제법 나가고 단단하고 묵직했다.
비록 크기는 이전의 1호, 2호보다 작지만. 정말 역대급 초우량 호박이 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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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막내 11호는 8월 10일인데 아직 꽃잎이 붙어 있을 정도이니 제일 늦둥이이긴 하다.
쟤는 1주일쯤 뒤에 저렇게 바뀌었다. 주름이나 무늬는 적당히 이전의 1호나 2호와 비슷한 외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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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에 9호, 10호, 11호를 모두 땄다. 9호는 훨씬 더 늦게 맺힌 11호보다도 크기가 작고 색깔이 허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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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3호와 8~11호를 모두 한자리에 늘어놓아 보았다. 이때는 8월 31일.
4~7호들은 애호박 상태로 일찍 따서 먹었기 때문에 없다. (4호와 7호는 더 자라지 않고 낙과, 5호는 상처 부위 때문에, 6호는 가지 정리하다가 실수로 따서)

25일 이후 1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10호는 짙은 초록색 기운이 더 빠지고 더 누래진 것을 알 수 있다. 8호는 두 말할 나위도 없고.. ^^
제일 고참인 1호와 2호는 이미 진작에 초록색이 완전히 없어져서 늙은 호박으로 바뀌었다.
이 아이들을 보면 그저 기쁘고 흐뭇할 따름이다. 호박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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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삼아 1호를 드디어 도축해서 호박전을 만들어 먹었다. 과육은 상태가 양호하고 아주 맛있었다.
수분되고 나서 겨우 3주 남짓한 시간 만에 땄지만 속에 씨가 제법 맺혀 있었고, 심지어 한두 개는 열매 안에서 싹이 터 버려서 콩나물로 바뀌어 있기도 했다.
이제 호박을 분해하는 일에 고맙게도 본인의 여친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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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이 새순과 함께 암꽃을 만들려고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그 시도가 과연 얼마나 성공할까?

10월쯤 돼서 계절이 완전히 바뀌고 날씨가 추워지면 호박들이 자기가 죽을 때가 된 걸 알고 경쟁적으로 몸을 짜내서 암꽃을 피우기는 한다. 그때쯤에라도 얘들이 암꽃을 좀 피웠으면 좋겠다.
튼실한 열매가 하나 맺히면 얘들은 상자째로 실내로 옮겨서라도 11월 이후까지 계속 키울 테니 말이다.

다음 농사 소식글에서는 부디 12호, 13호 소개가 올라왔으면 좋겠다. 참, 여기서 일일이 언급은 안하지만 호박뿐만 아니라 대파와 깻잎도 약간 수확해서 잘 먹곤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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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농사 얘기는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바야흐로 9월이니 이제 가락시장에서 올해 수확된 늙은 호박을 볼 수 있게 됐다. (사실 거의 8월 중순쯤부터 볼 수 있음)
물론 이런 호박을 동네 채소 가게나 할인마트에서도 보려면 10~11월 정도는 돼야 할 것이다.

시장에서 사 온 호박에 비해 내가 직접 키운 호박은 크기가 참.. 장난감 수준이다.
어떡하면 저렇게 큰 호박을 만들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키워 보고 싶다.

가락시장을 돌아다녀 보면 엄청나게 큰 호박들도 볼 수 있는데, 그건 대체로 판매 중인 상태가 아니다.
열려 있는 가게에 진열된 게 아니라, 문 닫은 가게나 공터에 대충 쌓여 있는 편이다.
그런 호박들은 판매 준비 중인 건지, 아니면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호박을 대량으로 가공하는 다른 업체에다 납품하는 건지.. 모르겠다.
늙은호박은 애호박이나 단호박과는 다른 그 무언가인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4/09/18 08:35 2024/09/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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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호박 농사 결산

10월을 넘어 바야흐로 11월이다. 이제 올해의 호박 농사는 적어도 실외에서는 완전히 종지부를 찍었다.
이 글에서는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지난 한 달 동안 호박과 함께하며 남긴 예쁜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단, 키우는 호박에 앞서 구입한 호박 얘기부터 먼저 한 뒤에 농사 얘기를 하도록 하겠다.

1. 늙은 호박

지난 8월에 가락시장에서 장만했던 늙은 호박 둘 중에서 하나를 도축했다. 내부는 싱싱했으며, 죽을 쒀 보니 맛도 적당히 달콤하고 좋았다. 호박 도축을 거의 5개월 만에 해 보니 참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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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10월 중· 하순경에 우리집 주변의 동네 채소 가게에서도 10kg가 넘는 큼직한 늙은 호박들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비슷한 시기에 그렇게 듬직한 늙은 호박을 작년만치 많이 눈에 띄지는 않는 것 같다.

2. 최고참 열매 #1: 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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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근황 때 옥상에서 유일하게 장기 복무에 합격했다고 소개했던 이 호박 말이다.
얘는 그 상태로 더 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표면 색깔이 살짝 누렇게 변하려는 것 같았다. 얘가 본인이 올해 농사 전체를 통틀어서 얻은 호박 중에 외형이 가장 늙은(?) 아이였다.
얘는 더 오래 놔 뒀으면 푹 삭아서 늙은 호박이 됐을 수도 있겠지만.. 이 상태로 따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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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배를 갈라 보니 내부도 애호박과는 달랐다. 속이 노랑을 넘어 주황으로 바뀌고 있었고, 중심부에 펄프가 생기고 씨가 형성되던 중이었다.
그리고 살점의 맛도 애호박과는 살짝 달라지고 있었다. 껍질째로 먹을지, 껍질을 깎아낼지도 애매해서 참 고민됐다.

얘는 여러 모로 애호박과 늙은 호박의 중간 상태쯤 됐던 것 같다. 애호박도 늙은 호박도 아닌 중간(?) 호박은 상품성이 애매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볼 수는 없다.;;;

3. 9월 말 암꽃 르네상스

8월 말에 갑자기 옥상 호박에서 암꽃이 여러 송이 펴서 '제1기' 열매가 맺혔던 건 지난번 근황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 뒤 호박들은 큰 소식 없이 잠잠한 편이었다.
그랬는데 9월 하순부터는 10월 사이엔 옥상에서 암꽃이 또 한 차례 펴서 '제2기' 열매가 맺혔다.

그때쯤부터 옥상뿐만 아니라 강변 무단경작 호박들에서도 이변이 벌어졌다. 거기서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암꽃이 갑자기 미친 듯이 피기 시작했다.
지난 한 달이 올해의 호박 농사 기간을 통틀어서 그 희귀하다던 암꽃을 제일 흔하게 자주 많이 봤던 시기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호박이 암꽃을 막 만들어 낸다는 건 지난 몇 년 동안 경험적으로 터득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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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연히 보는 족족 인공수분을 해 줬다. 그래서 몇몇 아이들은 수분이 성공해서 10월 늦둥이 열매가 맺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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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초록색이 짙어짐

9월 27일, 추석 연휴 직전에 이렇게 대롱대롱 달려 있던 호박은 닷새 만에 이렇게 삭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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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한때는 긴 덩굴이 치렁치렁 달리기도 했는데, 결국은 뿌리에 더 가까운 부위에서 더 크게 자라고 있던 열매 쪽으로 영양분이 쏠린 것 같다.
이 호박은 나중에는 저 줄기가 통째로 시들어서 죽었으며, 맺히던 저 열매도 당연히 더 자라지 못했다. 그래서 저 열매는 저 상태 그대로 따게 됐다. 열매가 스스로 낙과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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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도자기가 청자도 있고 백자도 있다. ^^
참 신기한 게.. 누렇게 늙지는 않은 애호박인데 표면 색깔이 어째 이렇게 달라지는지 모르겠다.
옥상 호박은 겉의 색이 더 진해진 반면, 강변 호박은 색이 더 옅어지는 편이었다.
(단호박이 일반호박보다 색이 짙고 어두운 편이지만 저 호박들은 꼭지의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듯 단호박이 아니라 그냥 일반호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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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탐스럽기 그지없다.
왼쪽의 더 작고 옅은 동생도 저 굵고 파릇파릇한 꼭지를 보면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어 보이는데..
야생이 아닌 화분인 데다 날씨도 많이 추워지니 이제 더 많이 자라지를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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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아주 짙어진 호박과 중간인 호박이 다른 곳에 한 쌍 더 있기도 하다. 이 2기 열매가 올해 옥상에서의 마지막 수확이 됐다.

5. 최고참 열매 #2: 강변

옥상에서 저렇게 청자를 얻었다면, 강변에서는 백자를 얻었다. 이 애호박이 올가을에 강변에서 얻은 가장 큰 아이들이다. 그나마 사과나 배보다 더 커졌고, 옥상 청자보다도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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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 보니 저 공간이 모두 살점이고 씨는 거의 형성돼 있지 않았다. 맛과 상태는 완벽한 애호박 상태였다. 앞서 등장했던 '약간 늙은 중간 상태' 호박과의 차이를 비교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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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일 큰 늙은 호박은 예전에 옥상에서 달성했고, 제일 큰 애호박은 강변에서 달성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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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아이는 강변에서 얻은 사실상 마지막 열매이다. 미래가 창창한 놈이긴 하지만 날씨 관계상 더 자라지 못하고 있고, 강변은 무단경작만큼이나 도난에도 취약해서 어쩔 수 없이 따게 됐다.
오른쪽 아이들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게도 꼭지(=줄기)가 굵직하고 푸르스름 싱싱한 게 정작 열매는 제일 작다. 그 반면, 꼭지가 다 말라 비틀어지고 가는 게 열매가 제일 크고 색깔도 짙고 탄탄한 걸 알 수 있다.

6. 결말: 마지막으로 필사적으로 피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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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7월 폭우 때문에 큰 시련을 겪긴 했지만 호박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자라서 본인을 즐겁게 해 주었다. 하지만 역시 추위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암꽃이 피길래 나도 매일 찾아가서 미친 듯이 인공수분을 해 줬는데, 이제 10월 중순쯤부터는 그게 별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암꽃이 많이 피긴 하지만 수분해 줘도 별로 자라지 않는다. 암술도 예전 같은 선명한 주황색이 아니라 탁한 노란색에 더 가까워졌다.
수꽃은.. 겉모습은 큼직하고 멀쩡하지만, 수술을 보면 꽃가루가 별로 묻어 있지 않은 '고자'-_-가 돼 간다. 사실, 강변 말고 옥상 호박은 꽃 자체가 모양이 더 작고 생명력이 없어지는 것 같다.

따뜻하던 시절을 기준으로 쭉쭉 뻗었던 덩굴 줄기를 더 유지할 수 없어졌는지, 줄기 하나가 통째로 갑자기 시들고 말라 죽기도 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추위와 동상이 극심해지면 심장에서 멀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손발가락 말단부터 포기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식물, 특히 한해살이식물은 자기 죽을 때를 알고 뒤늦게 꽃과 열매에 목숨을 거는가 보다. 추위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마치 감기 걸리듯이 흰가루병도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분이 성공해서 열매가 맺히기 시작해도 마냥 안심할 수 없더라.
열매가 유지가 안 되면 더 커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표면이 물렁물렁해지고 곧 쭈글쭈글해진다.
물론 겉이 조금 그렇게 됐더라도 내부는 아직 정상이니, 그런 열매는 그냥 따 먹으면 된다.

열매가 통상적인 방법으로 상하고 썩는다면 보통 꼭지 쪽부터 물렁해지는데, 저렇게 호박이 환경이 너무 안 좋아서 자체적으로 자기 열매를 포기한다면 그냥 전반적으로 열매의 재질이 변하는가 보다.
이건 강변이 아닌 옥상 호박 열매의 중도 탈락자가 저렇게 되는 편이었다. 오히려 강변은 아무 관리를 안 해 줘도 확실히 더 크게 잘 자랐다.

이렇게 올해 호박 농사는 추억으로 가는가 보다.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호박을 이따만 하게 크게 키워서 판매용 늙은 호박까지 만든 농부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나도 나중에 이걸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 침수 걱정 도난 걱정 없는 넓은 내 땅을 시골에서 확보해서 말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1/08 08:35 2023/11/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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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소출

1. 기름

땅이 영양분이 많아서 식물이 잘 자라고 농사를 짓기 좋은 상태이면 우리는 그걸 '비옥하다' 내지 '기름지다'라고 묘사한다. 여기서는 기름지다는 게 진짜로 미끌미끌 oily하다는 게 아니며, 마치 '젖과 꿀이 흐른다'와 같은 비유적인 의미이다.

그러나 식물은 포도당만 만드는 게 아니라 문자적인 기름인 식물성 지방을 생산해 낸다. 그러니 땅콩 같은 기름기 자르르한 견과류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식물 씨앗들로부터도 기름을 추출할 수 있다. 물론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엄청 많이 빡세게 짜야 하지만 말이다.

나무 중에서는 소나무가 유난히 기름이 잘잘 흐르는 녀석인가 보다. 송진을 가공해서 송근유나 타르 같은 것도 만든다. 소나무는 이런 특성으로 인해 불에도 특별히 활활 아주 잘 타며, 다른 나무들보다 산불에도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한다.

음식 맛을 돋구는 양대 속성이 '짜고 기름진 것'인데, 짠 건 식물과 완전 상극이지만 기름진 건 식물에서도 그럭저럭 찾을 수 있는 특성인 것 같다.
단, 지방을 넘어서 단백질은 콩 같은 특수한 작물에서나 더 제한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그건 진짜 동물성 고기를 먹어야만 제대로 섭취 가능할 듯하다.

2. 마약

요즘은 우리나라가 과거 같은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유명인사와 일반 서민을 불문하고 마약 사범이 늘고 있으며, 외국에서 교묘하게 몰래 들여오려던 마약이 세관을 통해 적발되는 양도 갈수록 증가 중이라고 한다.

가성비 좋은 국산 대체품이 흔해 빠져서 외국에서 많이 사 올 필요가 전혀 없는 물건인데 왜 이렇게 많이 사 오는지를 의심해서 뜯어 봤더니 안에 마약 가루..;;
심지어 커피믹스.. 뜯었다가 다시 봉인한 흔적이 미세하게나마 보여서 재개봉하니 안에 역시 마약 가루..

어떤 마약 수송책은 마약 가루를 콘돔에다 넣어서 아예 삼켜 버린 덕분에 안 들키고 한국에 무사히 들어왔다. 그러나 그 뒤에 콘돔이 체내에서 터지는 바람에 급성 마약 중독으로 사망해 버리기도 했다.
하긴,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장거리 국제선 여객기에서는 어떤 승객이 기내식을 별 이유 없이 거부하고 안 먹으면 요주의 인물로 올리고 살짝 관찰까지 한다고 그런다. 마약을 삼킨 사람은 기내식을 절대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마약을 밖에서 밀수하는 게 아니라 아예 국내에서 대마나 양귀비 같은 마약 원료를 몰래 재배하는 게 걸리기도 한다.
어째 마약은 다들 식물로부터 유래되는 걸까..?? 아예 100% 인공적으로 합성한 화학 마약이 아니면 식물성이지, 동물성 마약이라는 건 내가 아는 한 들은 적이 없다.

어떤 조직은 드론· 항공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마를 아예 실내에서 재배한다고 한다.
하늘이 안 보이는 실내에서 빛과 온도와 습도와 환기를 전부 인위로 조절해서 농사를 지으려면 비용이 정말 장난 아니게 많이 들 텐데..;;

그런데 그 심정이 이해가 되는 게.. 마약은 정말 평범한 식량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비싸다고 한다.
영화 <아저씨>에도 나오는 오 명규 사장의 유언.. "이 속의 필로폰만 정제하면.. 니랑 내랑 평생 먹고 산다~! 엉??"
품질 좋고 약발 강한 마약 가루는 같은 무게의 금의 가격에 필적하고 심지어 더 비싸기도 하댄다. 오 사장의 말은 거짓· 허세· 빈말이 아니며 레알일 가능성이 높다.

호박 심어서 몇 달을 공들여 키워서 늙은 호박 한 덩이를 만들어서 팔아 봤자, 개당 남는 이윤도 아니고 그냥 소비자 가격이 몇천 원에서 1만 몇천 원밖에 안 하는데.. 마약은 정말 차원이 다르구나 싶다.. ^^ 저런 설비 투자 비용 정도는 우습게 건지고도 남기 때문에 저렇게라도 무리해서 대마나 양귀비를 키우는 거다.

식량도 아니고 마약을 만들려고 실내 농사 시설을 구축하다니.. 참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식용이 아니라 할로윈 장식 전용 호박 품종을 개발해서 잔뜩 키우는 것처럼 말이다.

3. 마무리: 호박 예찬

처음엔 호박이 아니라 식물에 대한 보편적인 얘기로 시작해서 글을 썼는데 결국은 또 기승전...호박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호박과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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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데 이런 할로윈 호박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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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수감사절 호박을 보는 게 사람 정신건강에 훨씬 더 좋을 것이다. ^^
추수감사절 관련 일러스트 중에 늙은 호박이 안 들어간 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수감사절의 원조인 천조국에서는 칠면조가 이 날의 상징일 것이다. 하지만 울나라는 그런 문화가 없고, 그렇다고 칠면조 대신 치킨을 넣기도 그러니.. 호박이 자연스럽게 상징이 된다.

늙은 호박은 그 크기와 모양과 색깔을 보면 가을과 '추수 감사'라는 컨셉에 아주 잘 부합하는 수확물이다.
우선 엄청 크다..!
물론, 속이 과육만으로 꽉 찬 건 아니다. 중심부는 씨앗과 걸쭉한 펄프만 가득한 빈 공간이 되기 때문에 열매가 무슨 풍선 불듯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래도 크기가 크니 때깔과 비주얼이 간지난다.

동글동글을 넘어서 쭈글쭈글 납작하고 색깔도 저렇게 단풍처럼 붉게 변하고, 겉과 속의 색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시골 감성에 동심을 마구 자극하지 않을 수 없다. 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우리말은 '낡음'은 집, 차, 기계 같은 무생물에게 쓰는 말인 반면, '늙음'은 생물에게 쓴다는 미묘한 어감 차이가 존재한다.)

늙은 호박은 정말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채소이다.
호박은 도깨비 귀신 얼굴 새기는 용도가 아니라, 가을 정취를 즐기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죽 쒀서 먹으라고 있는 채소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늙은 호박을 많이 드시고 가을과 겨울을 든든하게 보내시길 바란다.
내 개인적으로는 호박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서 여친에게 프러포즈도 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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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22/12/14 08:35 2022/12/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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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뿌리

  • 식물이 무슨 건물이나 기계라면, 덩굴 줄기는 케이블이고 열매는 뭔가 3D 프린팅 결과물인 것 같다. 꽃의 암술과 수술은 무슨 짹/단자 같다. 그리고 땅 속 뿌리는 응당 지하의 엔진 내지 기계실에 대응하지 싶다.

  • 뿌리 주변의 흙 알갱이에다가 색소를 칠해서, 식물 뿌리가 주변의 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관찰해 보고 싶다. 물과 비료를 준 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흡수되는지, 주변의 흙은 성분이 어찌 바뀌는지 같은 게 궁금하다.

  • 농사를 새로 시작하려고 밭을 다 갈아엎는 건 밭이라는 디스크를 포맷하는 것과 개념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

  • 사람이 일상적으로 식물의 뿌리를 직접 볼 일은 거의 없다. 농사가 끝난 식물을 수확하거나, 아니면 시들고 죽은 식물을 뽑아내서 버리는 마지막 순간에야 뿌리 부위를 잠깐 볼 뿐이다.
    이건 마치 하드디스크를 버리기 직전에 뚜껑을 열어서 돌아가는 내부 상태를 보며 마지막으로 시한부로 잠시 써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그 하드는 이제 먼지와 배드 섹터가 쌓이면서 완전히 작살 남)

  • 광합성이라는 건 인간이 개발한 그 어떤 기계/엔진 부류로도 재현하지 못하는 경이로운 화학 반응이다. 글쎄, 인공 광합성이라는 게 연구되는 것도 있긴 하지만, 마치 인공 강우(비)나 인공 배양육(고기)만큼이나 기존 자연의 산물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은 당연히 못 되니 말이다.

2. 온도 한계

(1) 식물에게 닿는 물이나 공기의 온도는 식물에 어떤 영향을 줄까? 너무 차거나 뜨거운 물은 어떤 영향을 주나? 궁금하다.
일단, 식물은 동물 같은 단백질 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 몸체와 같은 화상이라는 개념은 없다. 건조한 상태에서 불이 붙어서 새까맣게 타면 탔지, 고기 굽듯이 구워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식물은 효소 기반의 물질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동물과 같은 체온이라는 개념도 없다.
강한 햇볕에 고온다습은 인간 같은 동물에게는 최악의 불쾌한 환경인 반면, 식물한테는 광합성에 최고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ㄲㄲㄲㄲ

하지만 식물 역시 지나친 고온이나 저온에서는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그리고 식물도 자외선을 너무 강하게 오래 맞으면 세포가 죽고 탈이 날 텐데 그런 거 영향은 없는지, 오존층이 파괴된 뒤에도 강한 직사광선을 계속 맞아도 괜찮은지 모르겠다.

(2) 한편으로, 물이 꽁꽁 얼어서 부피가 늘어난다면야 당연히 세포 조직이 다 터지고 박살 날 것이고 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모든 생체가 공통이다. 그러나 물이 얼 정도는 아닌 저온에서는 메커니즘에 장애가 발생하는 걸까? 학교 생물 시간에 배웠었는데 까먹은 건지, 아니면 그런 것까지 배운 적은 없는 건지 모르겠다.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지어 본 호박을 기준으로 관찰 경험을 얘기하자면..
10~11월이 되어 날씨가 갈수록 추워지면 호박은 예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씨방을 만들고 생전에 보기 힘들던 암꽃을 피우면서 영양성장(길이와 굵기 같은 자기 덩치 키우기) 대신 생식성장(꽃과 열매)을 선택한다. 자기 덩치가 볼품없더라도 무리해서 꽃을 피우더라. 식물한테 그 정도 지능과 알고리즘이 있다.

밤 기온이 0~4도 사이를 오르내리면 꼭 물이 얼지 않더라도 이미 미세하게나마 부피가 커지고 밀도가 낮아지는데.. 이때쯤이면 호박이 못 견디고 냉해를 입었다. 잎이 시꺼멓게 변하고 조직이 물렁물렁해지면서 죽었다.
그리고 냉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시간이 멎은 듯이 뭔가 상태 변화가 없고, 생존 반응이 느려졌다. 꽃이 피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꽃이 폈다가 진 지 며칠이 지나도 금세 시들거나 떨어지지 않고.. 수분되지 못한 씨방도 말라 비틀어져 떨어지지 않고, 그 상태로 있으면서 색깔도 진해지고.. 여름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3. 절단 한계

식물은 아무래도 동물과 같은 고통을 느끼지는 않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잘 키우고 있던 열매라든가 줄기나 잎이 갑자기 쓱 잘려나가면 식물은 어떤 심정을 느낄까? 그냥 동작 중인 컴퓨터에서 랜선이 뽑히거나 USB 메모리를 제거한 거나 다름없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래도 쟤들도 스트레스는 느끼고, 생존에 위협을 느껴서 성장 방식을 바꾸는 정도의 지능은 있다는데..

그리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한 거.. 쟤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잘리거나 불타고도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동물은 목이나 심장 같은 급소가 있는데 식물은 뿌리가 급소인 건가..??
식물은 동물과 같은 동작이나 소리 형태의 생존반응이 없다는 게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4. 물

동물과 식물은 모두 물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영양 공급이 끊겼을 때보다 물 공급이 끊겼을 때 더 빨리 죽는다는 건 동일하다.
다만, 식물에게 뿌려 주는 물은 동물이 마시는 물과 같은 급으로 깨끗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애초에 흙 속 뿌리를 통해 흡수되니 흙탕물 따위는 아무 상관 없고, 상한 우유를 헹군 물 같은 것도 식물한테는 수분과 영양분 관점에서 땡큐일 뿐이다.

동물의 입장에서 배탈· 설사· 피부병 등을 일으키는 더러운 부패 세균, 기생충, 수인성 전염병 따위가 식물한테는 종간장벽에 걸려 먹히지 않는다. 식물은 식물한테만 적용되는 병충해가 따로 있을 뿐..
물론 식물도 그런 더러운 물질 자체를 그대로 흡수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서 걔들이 완전히 부패되고 분해되고 난 결과물--거름, 퇴비--을 흡수하는 것이다.

어쨌든 식물은 동물이 배설한 쓰레기를 다시 흡수해서 양분을 만들어 내는 셈이니, 자연의 섭리 물질의 순환에 기여하는 신비롭고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기체(이산화탄소)로나 고체(거름)로나 모두 말이다. 사람이 직접 먹을 수 없고 별 영양가도 없는 일개 잡초라도 최소한 저런 기여는 한다는 것이다.

5. 소금

다만, 식물이 물과 관련된 입력 면에서 마냥 천하무적 만능은 아니다.
저렇게 평범하게 흙이나 더러운 유기물이 좀 섞인 물이 아니라, 바닷물 같은 소금물은 식물에게 그냥 독극물 급이다.

식물은 염분이 흡수되면 성장이 저해되고, 원래 있던 수분을 쭉쭉 빼앗기면서 말라 죽는다. '소금에 절인 채소'처럼 되는 건데 살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렇기 때문에 바닷물에 쩔었던 땅에서는 소금기를 빼내지 않는 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고등한 동물은 그래도 생존을 위해 매일 적게라도 일정량의 소금을 섭취해야 하며, 소금이 너무 부족해도 죽을 수 있다. 그 반면, 동물이 먹이로 삼는 식물은 그런 특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염분과는 그냥 상극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인간이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나 퇴비로 재가공할 때 반드시 수반되는 전처리 중 하나도 염분 제거라고 한다.

아~ 그래서 옛날엔 전쟁 중에 적국의 땅을 황무지· 폐허로 만들려고 소금을 뿌리는 관행이 있었고 그게 성경에도 기록돼 있을 정도이다(삿 9:45; 신 29:23).
그 시절에 그렇게도 비싸고 소중했을 소금을 괜히 땅에다가 퍼붓는(?) 게 아니었다. 한자에도 별도의 부수로 鹵(소금밭/짠밭)라는 글자가 따로 있을 정도이고..

그게 지금으로 치면 무슨 화학 물질 오염이나 방사능 오염 테러와 비슷한 짓이었던 것이다.
(뭐.. 옛날에 학교 운동장 흙바닥에다가 주기적으로 굵은 소금을 살포했던 건 소독이나 흙먼지 방지, 물기가 얼어서 땅이 굳는 것 방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애초에 운동장은 식물 심어서 농사 짓는 곳도 아니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식물에게 소변을 직통으로 싸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인해 좋지 않다.
소변 성분은 곧바로 식물에게 영양분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며, 발효되고 삭아야 된다. 그리고 그 성분이 희석도 많이 돼야 한다. 안 그러면 바닷물이 해를 끼치는 것과 동급으로 식물이 말라 죽는다고 한다.

그러면 육상이나 민물식물 말고 해초나 해조류는 바닷물고기와 마찬가지로 염분을 걸러내는 필터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어류들이야 물 밖으로 꺼내면 아가미로 호흡을 할 수 없어서 질식해 죽는데 이런 해초류나 수상 식물은 물 밖으로 꺼내면..?? 광합성을 못 하나? 그냥 말라 죽나? 이런 것도 문득 궁금해진다.
육상 식물은 뿌리가 너무 오랫동안 물에 잠겨 있으면 반대로 호흡을 못 해서 죽으니 말이다.

확실히 수중 동물은 딱히 풀 뜯어먹는-_- 초식이란 게 없긴 하다. 굳이 따지자면 뿌리를 내린 식물이 아니라 떠 다니는 플랑크톤 중에 동물성도 있고 식물성도 있는데.. 이거 무슨 기름도 아니고 어떤 기준으로 동식물성이 분류되는지 의문이다. (그냥 광합성을 하는지의 여부인 듯함..)

Posted by 사무엘

2022/12/11 19:34 2022/12/1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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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호박 재배 근황 -- 열매

1. 단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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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지난 6월 11일 아침에 핀 단호박 암꽃이다. 주변에 꿀벌이 돌아다니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주변의 수꽃으로 인공수분을 또 해 줬다. 아침 6시 반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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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노란 꽃잎은 완전히 시들어 떨어졌지만, 씨방은 부풀어 차차 커지기 시작했으며.. 처음에는 없던 단호박 특유의 주름도 생기기 시작했다. 6월 15일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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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 성공하고 착과된 씨방은 처음에는 그저 동글동글한 채로 풍선 부풀듯이 커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종횡비"가 달라져서 더 납작해진다. 수박이나 조롱박이 아닌 호박 모양을 갖춰 간다.
이게 수분 성공 자체와는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한다. 이건 6월 2x일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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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7월 1일.. 폭우 때문에 텃밭 주변이 난장판이 되고, 주변 환경 사정상 이 호박은 더 놔 두고 키우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호박을 더 키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땄다.
길이 대략 12.5cm, 무게 710g짜리 단호박이 착과된 지 거의 3주 만에 이렇게 만들어졌다. ^^
대견스럽다. 표면에 코를 대면 비누 냄새 비슷한 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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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박은 이렇게 쪄서 껍질째로 잘 먹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에도 호박 내부에는 저렇게 씨앗들이 많이 형성되는 중이었다.
좀 오래 놔 두면서 주변에 자랑을 하고 싶었지만, 딴 지 겨우 이틀 만에 처분했다. 좀 갖고 다녀 보니 표면 곳곳이 금세 물렁물렁해지고, 비누 냄새도 살짝 역겨운 느낌이 들려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리해 보니 먹는 데는 다행히 문제가 없었고, 먹은 후의 뒤탈도 없었다.

이렇게 이 호박은 자기 임무를 다 수행하고 본인의 추억에만 남게 됐다.

2. 일반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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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소개하는 이 아이는 실내에서 재배한 놈이다. 지난 5월 2일경에 요렇게 암꽃이 활짝 펴서 인공수분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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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은 성공적으로 잘 됐음이 어린이날 즈음에 최종 확인됐다. 씨방은 요렇게 부풀어 오르면서 열매로 바뀌기 시작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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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에서 가까운 쪽이 색깔이 아주 짙어졌다. 전형적인 동그란 애호박처럼 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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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같은 호박이 이렇게 됐다는 게 믿어지시는가?
색깔이 꼭지 주변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더 짙어졌을 뿐만 아니라, 열매의 외형과 종횡비가 확연히 달라졌다. 이때는 이미 5월 말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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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6월 중순쯤 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언제까지나 푸르딩딩할 것 같던 열매가 초록색이 걷히고 조금씩 누래지더니.. 풋호박이 폭삭 늙은 호박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사과나 고추는 익으면 겉이 시뻘개지는데 호박은 그냥 살색이나 주황색 살구색으로 바뀐다. 단풍이랑 비슷한 걸까..??
묽은 황산이 진한 황산으로 바뀌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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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 7월 9일.. 수분된 지 65일 이상 뒤에야 잘 익은 늙은 호박을 따게 되었다.
지름 13.5cm 남짓에 약 750그램으로, CD보다는 약간 더 커졌다. ^^
실내에서 키우느라 햇볕과 통풍에 큰 핸디캡이 있었던 녀석이다. 덩굴의 줄기부터가 막 크고 굵지는 않았으니 열매도 막 크게 맺히지는 않았다.

얘 역시 꼭지가 더 시들고 완전히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놔 두고 싶었지만, 부득이하게 따게 됐다.
그러고 보니 늙은 호박이 정말 오랫동안 많이 삭아서 고인물 썩은물 수준이 되면.. 표면에 허연 가루 같은 것도 앉는다는데, 얘는 그 경지에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본인은 얘를 자그마한 종이 가방에 넣어서 내내 갖고 다녔다.
데이트 갈 때 가져가서 여친한테도 자랑하고, 교회 갈 때도 가져가서 주변 성도들에게 자랑하고..
누나와 여친은 보더니 기겁을 하면서 이딴 걸 도대체 왜 들고 다니냐고 난리를 쳤다. =_=;;
길거리에서 자기 아는체 하지 말라고.. 언제부터 그렇게 농부가 됐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호박을 첫 암꽃과 씨방 시절부터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 감흥을 모를 수도 있겠지.. 내돈내산...이 아니라 내꽃내받이인가?
3D 스캐너 같은 거 있으면 요 3D 모델을 스캔해서 저장하고 싶구만. 이런 열매를 많이 많이 모으고 싶다.

얘는 아직 먹지 않았다. 속이 어떻게 생겼을지, 전을 만들어 먹을지 죽을 쑤어 먹을지 고민된다.
이 늙은 호박은 내부 구조가 잘 안정화돼서 그런지 표면에 아무 냄새도 없고... 따고 나서 수 주 이상 한참 지나도 아까 그 단호박과는 달리, 상태에 아무 변화가 없다. 늙은 호박다운 연륜이 느껴진다. ^^

며칠 전 글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식물은 잎, 줄기 등 어지간한 부위들은 뿌리가 달린 본체에서 잘려 나가면 신속하게 말라 죽는다. 특히 잎은 본체에 붙어 있더라도 수명이 다하거나 뭐가 부족한 등 갖가지 이유가 생기면 저절로 정말 잘 말라 죽고 떨어진다.

하지만 일단 이렇게 맺혀서 안정화된 호박 열매는...?? 본체에서 잘려 나가도 상온에서 몇 달을 버틴다. 오옷~
심지어 같은 박과여도 수박 열매는 상온에서 이렇게 호박처럼 절대로 못 버틸 것이다. 이것도 정말 신기한 노릇이다.

이상이다.
호박은 큼직한 잎도 매력적이고 무슨 뱀 같은 꼬불꼬불 덩굴도 매력적이고, 노란 꽃도 매력적이고 쭈글쭈글 열매도 매력적이고.. 온통 매력덩어리이다.
본인은 10대 때부터 자동차와 컴퓨터, 열차처럼 인간이 발명한 기계류에 꽂혀 지냈다. 그러다가 등산과 캠핑을 거쳐 다음은 농사.. 나이 40이 다 돼서야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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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사진. 본인의 개인 신상과는 무관함!)

전국 방방곡곡에 호박이 많이 심기고 가꿔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 8~9월이면 올해 수확한 늙은 호박이 시장에 올라오겠지? 큼직한 늙은 호박을 사 먹어 보고 싶기도 하다.

※ 여담: 호박 열매가 많이 잘 맺히려면..??

누구는 구덩이 파고 호박씨를 심을 때, 처음에 밑거름으로 퇴비를 한 번만 잔뜩 집어넣고 나서는 딱히 농약 비료 안 주고 별로 관리 안 하고 방치했는데도 늙은 호박이 큼직하게 잘 맺혔다고 자랑을 하더라.
이건 본인에게는 "누구는 딱히 학원 안 가고 사교육 과외 없이 학교 교과서 공부에만 충실했더니 서울대 합격했다" 부류의 말처럼 들린다. =_=;;;

종합 영양 알비료를 주니까 꽃이 더 피고 새순이 더 빠릿빠릿 나는 등 효과가 분명 있더라.
그런데 호박은 예전에도 글로 썼듯, 자기 몸집을 키우는 모드하고.. 몸집이 작아도 꽃과 열매부터 우선적으로 만드는 모드가 따로 존재한다. 어느 모드로 갈지는 진짜 호박 마음대로인 듯..

영양이 부족하면 호박이 힘들어서 씨방이나 열매를 떨궈 버리고 수분이나 착과가 잘 안 된다고 그러는데,
또 한편으로는 초창기부터 영양이 너무 풍부하면 호박이 자기 몸집만 키우고 잎만 무성해지지 암꽃 잘 안 피고 열매 안 맺힌다고 한다.
그리고 암꽃이 피려면 온도가 좀 낮은 게 좋은 반면, 착과된 열매가 잘 익으려면 더운 햇볕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참 복잡다난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26 08:35 2022/07/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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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는 지난 5월 이후로 오랜만에 본인의 반려식물 얘기를 좀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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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싹이 트면 처음에는 이렇게 동그란 떡잎 두 장부터 나온 뒤, 그 가운데에서 좀 더 예리한(?) 속잎이 나오고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다.

어린 아기한테 성인용의 음식을 갑자기 먹일 수 없듯..
이런 연약한 싹 내지 모종한테도 갑자기 강한 햇볕을 오래 쬐거나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못 버티고 죽는다고 한다.
옮겨 심는 것도 어류에게 어항 물갈이와 마찬가지로 식물에게 스트레스를 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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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잎에 허연 힘줄 같은 게 많이 그려져 있는 일반(?) 호박, 그렇지 않고 잎 표면이 반들반들한 단호박 두 종류로 크게 나뉘는 것 같다.
싹이 난 호박은 처음에는 그냥 평범하게 위로만 솟으며 잎을 낼 것 같지만..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미친 듯이, 감당을 못 할 정도로 덩굴을 길게 뻗으며 주변을 뒤덮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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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덩굴은 길게 꼬불꼬불 뻗는 게 마치 뱀 똬리 같다. 경이롭지 않은가? =_=;;
우주발사체에다 비유하면 이렇다. 이게 지표면에서는 저속으로 수직 상승을 하는 것만 보이지만, 시야에서 사라진 아득한 고고도에서부터는 옆으로 누워서 수평 이동을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초고속으로 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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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컨디션이 좋은 호박은 영양성장 최적화 모드가 돼서 줄기가 확 굵어지고 잎 크기가 왕창 커진다. 이 파릇파릇한 잎들을 보소.. 벽이나 줄을 타고 올라가지 않고 땅 위에 퍼지면 잎이 우산 같은 역할을 하면서 아래의 어지간한 잡초들을 다 가리면서(햇볕 차단..) 쳐발라 버린다.

호박들도 홀로 있는 것보다는 곁에 같은 패거리가 여럿 있으면 시너지를 일으켜서 더 잘 자라는 건가 모르겠다.
주변에 높고 큼직한 타 식물이나 잡초가 많아서 호박이 세력이 약하면.. 반대로 쟤들이 retard돼서 풀이 죽고 시름시름 못 자라기도 하더라. 성경의 씨 뿌리는 자 비유에서 못 자라고 죽는 식물의 예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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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호박은 잘 자라다가 때가 되면 덩굴에서 펜촉 같은 게 생기고 노~란 꽃이 한두 송이씩 피기 시작한다. 노란색 오각형이 꼭 별 같다.
꽃이 일찍 많이 피는 것과 자기 덩굴의 덩치가 크고 굵어지는 것은 별개의 현상이다. (영양성장, 생식성장) 그렇기 때문에 덩치가 비리비리하고 작은 놈, 척박한 환경에서 제대로 못 큰 놈이 번식이라도 하려고 꽃을 더 적극적으로 일찍 많이 피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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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호박은 잎뿐만 아니라 꽃잎도 이렇게 더 둥글둥글한 놈, 오각이 뾰족뾰족한 놈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은데..
일반 호박과 단호박의 차이인지 잘 모르겠다.
내 느낌상으로는 단호박이 더 둥글둥글, 일반 호박은 뾰족뾰족인 것 같다. 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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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여러 송이가 한꺼번에 활짝 피어 있으면 보는 나까지 완전 황홀해진다.
덩굴이 영양이 풍부해서 큼직하게 잘 자랐으면 꽃도 아주 큼직하고 수술에 꽃가루가 흠뻑 넘치도록 묻어 있는 편이더라. 주변에 암꽃이 좀 있어서 이 꽃가루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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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봉오리가 제대로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꿀벌이 두 마리나 비집고 들어가서 꽃가루를 잔뜩 묻혀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당시 시각은 새벽 5시 반쯤이었고, 비가 내리다 그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벌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꽃가루 냄새를 맡고 날아오는 걸까..?? 꿀벌도 개미 만만찮게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가뭄에다 꿀벌 전멸 같은 흉흉한 소식이 적지 않았는데.. 단비와 꿀벌 모두 반가운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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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덩굴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암꽃이 그것도 둘이나 폈다.
내가 많이 봐 온 씨방은 그냥 구슬처럼 동글동글한 형태였다. 단호박은 아무 무늬가 없는 초록색 단색이고, 일반 호박은 좀 얼룩덜룩 무늬가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그런데 얘는 씨방 모양부터가 납작한 게, 진짜 납작하고 쭈글쭈글한 그 늙은 호박으로 자랄 녀석처럼 보였다. 이런 씨방은 처음 봤다.
한 덩굴에서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면.. 수꽃이 먼저 활짝 피고 암꽃 봉오리는 더 늦게 펴지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암꽃이 수꽃보다 피우기 더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아울러.. 이렇게 암꽃이 가까이서 여럿 피면.. 서로 팀킬을 벌이기도 하는 것 같다.
한 덩굴/줄기에서 두세 개의 씨방이 생기고 암꽃이 폈는데, 하나가 수분이 되면 그거 하나만 살고 나머지 암꽃들은 급속히 시들고 쪼그라든다.
평범하게 꽃가루를 못 받은 암꽃은 좀 더 오래 있다가 씨방이 떨어지는데, 얘들은 더 빨리 떨어지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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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여곡절을 거쳐서 위의 암꽃도 둘 중 하나만 수분이 성공해서 딱 저 단계까지 잘 갔다.
꽃까지 얘기가 나왔는데 글이 이미 많이 길어졌다. 열매 얘기는 다음에 계속하도록 하겠다.

참고로.. 위의 사진들만 보면 본인이 올해 호박 농사가 이미 대풍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밝힌다.
실내와 실외 여기저기 자투리 땅에 호박씨를 많이 뿌려 봤는데, 올해는 수난=_=이 좀 많았다. 저 사진에 찍힌 호박들이 상당수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밖에서는 잘 자라고 있던 덩굴을 누군가가 그냥 뽑아 없애 버리기도 했으며, 결정적으로 강둑 모처에다 잔뜩 심었던 아이들은 지난 6월 말에 엄청난 폭우 때문에 회복 불능의 침수 피해를 입었다. ㅠㅠㅠ 몽땅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 가거나 진흙을 뒤집어쓴 채 쓰러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진흙이 말라붙은 건 물만 뿌려 준다고 해서 호락호락 씻겨 없어지지도 않았다.;;

작년에는 재작년이나 올해와 달리 둑이 한 번도 침수되지 않았다. 덕분에 그때는 올해 정도로 호박을 꼼꼼히 관찰하고 관리하지 않았고, 인공수분 따위도 전혀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물찾기 하듯이 수십 개에 달하는 호박 열매를 딸 수 있었다.
둑의 호박들이 잘 자라고 있으면 지금쯤 열매도 많이 맺히고 있을 텐데 안타까운 노릇이다. 올해가 운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작년이 이례적으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 여담

(1) 호박은 박과의 덩굴식물이어서 그런지 내 경험상 다른 식물에 비해 생체 반응이랄까 피드백이랄까 그게 더 활발하게 온다. 한 마디로 말해 '다이나믹'하다는 점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선인장 같은 여느 관상용 식물과는 다르다.

덩굴이 돋는 속도도 장난이 아니고, 금세 축 늘어졌다가 물 주면 금세 살아나고..
뿌리로부터 단절되거나 뿌리가 통째로 뽑히면 정말 순식간에 잎이고 뭐고 다 쪼그라들고 시들고 말라 비틀어져 죽는다. 물고기가 물에서 나오면 헐떡거리다가 죽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꽃 안 피고 가만히만 있는 것 같아도 현상유지만으로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뜻이니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 또 새순이 뻗고 잎이 돋고 꽃도 피고.. 그러더라. 이놈의 식물 성장 알고리즘이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 물난리 후에 무려 7월이 돼서야 호박을 또 심은 것도 있다. 하지만 얘는 실질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간이 2~3개월밖에 안 되는 시한부 인생이니 큰 열매는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다.;; 지금 착과가 돼야 그때쯤 늙은 호박을 구경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다시 집으로 들여다놓을 수 없을까?
난 더운 여름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걸 생각하면 여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이다.

(3) 호박이 깔끔히 삭제 당하고 온갖 식물 잔해와 쓰레기로 뒤덮였던 강둑은 그로부터 두세 주가 채 지나기 전에 또 시퍼런 잡초들로 점령당했다.
얘들은 홍수 이후에 생겨난 것들인데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된 건지 그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같은 식물이어도 세심하게 관리를 해야 하는 농작물과, 아무렇게나 잘 자라는 잡초는 생태 특성이 달라도 서로 너무 다르다. -_-;;

(4) 호박이나 수박뿐만 아니라 오이도 '박과'이다. 오이는 덩굴 모양은 호박을 닮았지만, 잎은 깻잎을 더 닮은 것 같다.
그리고 참외는 '참 오이'라는 뜻으로, 역시 오이의 친척뻘인 박과 채소이다.;;;

(5) 호박을 최대한 오랫동안 키우기 위해서 새싹과 모종은 아직 추운 3~4월에 실내에서 미리 키우다가 나중에 밖으로 내놓는 기법이 쓰인다.
이건 스타크의 저그 진영에서 익스트랙터 짓다가 취소하는 식으로 드론을 하나 더 늘리는 기법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23 08:35 2022/07/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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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 이제 슬슬 호박/농사 관련 카테고리를 추가해야 되나 고민된다. ㄲㄲㄲㄲㄲㄲㄲ

1. 실내에서 수확한 애호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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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약 8.5cm, 무게 260g짜리 단호박. 더 커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제일 먼저 땄다. 밖에서 구입한 늙은 호박으로 호박죽을 쑬 때 같이 넣어서 먹었다. 단단하게 아주 잘 익었고 속에 씨도 많이 들어있었고 고구마 같은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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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파릇파릇한 일반 호박의 풋호박/애호박이다. 껍질째 채썰어서 국수 고명을 만들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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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1kg가량의 무게에 길이도 약 15cm에 도달한 약간 큰놈이다.
과육은 풋호박이지만 껍질은 이제 질겨서 먹기가 난감하고, 속은 제법 누렇게 늙은 호박처럼 숙성이 진행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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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위의 파릇파릇한 놈보다는 좀 더 삭았지만, 아래의 것보다는 그 정도가 덜한 애호박이다.;; 과육이 많고 탐스러워 보인다.
호박 열매의 내부 인테리어가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식으로 바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호박은 속 중심부를 전부 다 파내 버리고 겉의 얕은 부분만 먹는데 어떻게 먹을 게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부피는 길이의 3제곱임을 생각하면 좀 납득이 된다.

호박 한 덩이쯤이야 애건 늙은이건 단돈 몇천 원이면 바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몇 달간 직접 심고 키워서 호박을 얻어 보니, 사기만 해서는 경험할 수 없는 큰 정신적 만족과 감화, 교훈(!!!)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
내가 심고 암· 수술 수분도 하며 "실내에서 키운 호박"에서 드디어 열매와 다음 세대 씨가 나와서 몹시 기쁘다.

2. 주변에서 본 호박 재배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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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지난 3월 말쯤에 집 근처 한적한 길가에서 본 풍경이다.
도로의 옆에 인도가 있고, 그 옆엔 가파른 비탈과 함께 담장이 쳐져 있다. 담장 너머는 놀고 있는 듯한 사유지 공터.
그런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담벼락 아래에다가 일정 간격으로 뭔가를 심었다. 그리고는 보온을 위해 비닐까지 씌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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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호박이려나?
이 장소의 작년과 재작년치 네이버 지도 로드뷰를 보니, 호박이 맞는 듯했다~! 땅 주인이 매년 이렇게 호박을 심은 것 같다.

서울 시내에서 이런 광경을 보니 정말 훈훈하고 흐뭇하다.
눈에 잘 띄지 않고 접근하기도 어려워서 몰래 뭔가를 심기에는 아주 적합해 보이더라~

자라는 식물 위에다 비닐을 씌우고 며칠 지나 보면, 식물의 증산작용이란 게 어떤 건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비닐 표면이 물기로 흥건히 젖는다.
저 비닐도 너무 뿌얘서 안에 무엇이 있는지 가까이에서도 전혀 알 수 없었다.

3. 식용 호박과 전시 진열 전용 호박

호박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열매를 맺을 뿐만 아니라, 같은 종 내부에서 열매의 모양과 색깔과 크기 바리에이션도 가장 다양한 정말 흥미로운 식물이라고 한다. (☞ 관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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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부 같은 호박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늙은 호박, 애호박, 단호박이 전부가 절대 아니군..)

이 때문에 미국에서 호박은 먹는 게 아니라 비주얼만 감상하려고 장식· 전시용으로도 엄청나게 많이 재배된다고 한다.
일례로, 미국에서 pumpkin이라고 하면 주황을 넘어 거의 다홍색에 가까운 뻘건색에 주름 없이 동글동글한 그 특유의 호박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한국에서는 거의 구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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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호박 역시 식용이 아니며, 그냥 할로윈 재꼴랜턴 만드는 용도이다. 오로지 외형에만 최적화 품종개량됐기 때문에 쪼개 보면 과육은 그냥 멀겋고 맛이나 영양은 하나도 없댄다.
미국에서는 식용이 아닌 이런 “빛 좋은 개살구” 잉여 호박도 수요가 많기 때문에 매년 정말 겁나게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하긴, 사격 과녁으로도 멀쩡한 수박을 부수지 말고, 어차피 식용이 아닌 이런 호박을 쓰면 될 것 같다.

반대로 죽이나 통조림을 만드는 식용 호박으로는 미국에서도 역시 쭈글쭈글하고 살색에 가까운 동양식 클래식 늙은 호박이 쓰인다. 영화에서 쓰이는 깨지는 유리창/유리병이랑 현실의 유리창/유리병이 동일한 재질이 절대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또한, F1 경주용 자동차를 정작 일반 도로에서 자가용으로는 거의 굴릴 수 없는 것과도 비슷하다.

4. 호박의 성장 동영상

역시 유튜브에 이런 게 없을 리가 없다. 호박이 싹이 나고 자라고 열매가 생기는 과정을 거의 10만 배 이상의 속도로 초고속 재생한 영상 말이다. 3개월 분량의 변화를 1분으로 축약하려면 비율이 거의 저 정도가 된다. 감상해 보면 무척 흥미롭다~! pumpkin time lapse라고 검색하면 된다.

  • 요건 호박 덩굴 하나를 굉장히 섬세하게 잘 관찰했다. 이 상태로 열매가 맺히고 자라는 모습까지 같이 나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건 없는 게 아쉽다.
  • 요건 야외에서 해가 떴다 지고 그림자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까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열매가 부푸는 게 무슨 고무 풍선이 부푸는 것 같다.
  • 요건 호박밭과 특정 호박 개체를 번갈아가면서 다룬다. 단호박 열매가 부푸는 모습도 잠깐 나온다.
  • 요것도 한 덩굴 위주로 실내 촬영을 깔끔하게 잘 했는데.. 역시 열매가 자라는 모습이 없는 게 아쉽다.
  • 요건 야외 화단을 오랫동안 CCTV로 촬영한 것 같다. 덩굴이 급격히 불어나는 모습, 열매가 맺혀서 커지는 모습도 나오긴 하지만 특정 개체 클로즈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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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타
  •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라는 속담은 호박씨를 심는 게 아니라 먹는 걸 뜻한다더라. ㄲㄲㄲㄲ
  • 호박 줄기의 일부 구간을 흙에 도로 파묻으면 거기서 뿌리가 돋는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인터넷 뒤지다가 처음 들었다. 오~ 그렇게 하면 물· 영양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09 08:35 2022/04/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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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근황

1. 애완용 늙은 호박

오랜만에 또 호박 얘기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먼저, 애완용 및 식용으로 도입한 늙은 호박 완제품 자랑부터 짤막하게 한 뒤, 그 다음에 키우는 호박 얘기를 늘어놓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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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 애호박, 심지어 수박은 1년 내내 아무 동네 마트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늙은 호박은 그렇지 않다.
그런 다른 '박'들보다 더 크고 무겁고 비싼 데다, 취급하기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호박의 상징은 커다랗고 누런 늙은 호박이 아니겠는가? =_=;;
본인은 작년 겨울에는 대체로 인터넷 주문으로 늙은 호박을 조달하며 지냈다. 그러다 제일 최근엔..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가락시장에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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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지하의 채소 가게를 뒤져 보니, 역시 늙은 호박을 오프라인 대면으로 금방 구매할 수 있었다.
평범하게 동글동글한 놈도 있고, 아예 약과처럼 납작하고 쭈글쭈글한 놈도 있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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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지난 3~4월 동안은 얘를 잘 갖고 놀았다. 겨우내 보관을 잘 했는지 동글동글한 게 아주 단단하고 야물고, 표면이 매끈하고 상태가 좋았다.
밖에 캠핑 갈 때도 늘 데리고 다니다가 때가 되면 쪼개서 죽을 쑤어 먹었다.

2. 실내 재배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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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얘는 지난 2월 중순쯤에 수정이 성공해서 맺히기 시작한 열매를 얼추 1주 간격으로 관찰한 모습이다. 세상에 이런 시퍼런 동글이가 삭아서 저런 누렇고 단단한 늙은 호박이 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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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2주 정도 뒤, 이 아이는 이 정도로 살이 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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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꽃, 심지어 중도 낙과한 열매 등.. 식물의 원줄기에서 떨어져 나간 부산물들은 그대로 놔 두면 놀라운 속도로 시들고 물러지고 말라 비틀어지고 분해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특히 꽃의 경우, 폈다가 져서 하루~이틀만 지나면 이미 생명을 잃었는지, 툭 건드리기만 해도 저절로 떨어진다.

그런데 완성품인 늙은 호박만은 어째 상온에서 몇 달을 멀쩡히 버티는 걸까? 오히려 냉장고의 저온에 놔두면 더 빨리 상한다니..?? 참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분이 성공해서 호박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면 동그란 씨방이 갈수록 더 커지고 무거워진다. 암꽃이 피던 시절에는 씨방이 위로 빳빳하게 들려 있다가 얼마 못 가 무거워서 아래로 쳐진다. 사실, 암꽃은 열매의 무게를 견디라고 줄기부터가 수꽃 줄기보다 훨씬 더 굵직한 상태이다.

열매가 언제까지나 동그란 전구 모양이 유지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어느 시점부터는 공 모양이 아니라 표면이 각지고 쭈글쭈글해진다. 수박은 그렇게 되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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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덩굴에서 맺힌 이 아이도 수분 성공 직후에는 동글동글 전구 모양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납작한 모양이 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암꽃은 달린 케이블(줄기..)부터가 수꽃보다 훨씬 더 굵다. 열매에다 꾸준히 영양분을 공급해 줘야 하고, 열매의 무게도 견뎌야 하니 말이다.

3. 실내 재배의 한계

이렇게 실내에서 호박 암꽃과 수꽃을 직접 수분시키고 호박 열매를 구경하니 본인은 지난 겨울이 더욱 훈훈하고 기뻤다.수술을 암술에다 부비는 그 느낌이란.. ㅎㅎ
하지만 호박을 더 오래 놔둬 보니 실내 재배의 한계랄까, 그런 것도 좀 느껴졌다. 1덩굴당 1열매 이상은 무리인 듯.. 열매가 하나 생긴 뒤부터 호박들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자라지 않기' 시작했다.

  • 단순히 수명이 다해서 그런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큼직한 잎들은 대놓고 시들지는 않는데 온통 노란 반점으로 뒤덮혀서 곰보가 됐다.
  • 또한, 새순이 나려다가도 다 시들고, 꽃도 잘 안 핀다. 특히 암꽃은 씨방이 맺히려는 것도 생기다 말고 다 누렇게 시들어 떨어졌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작년에 제철에 야외에서 심었던 호박은 관리를 더 안 해 줘도 큼직한 열매가 잘도 맺혔던데..;;

실내에서는 온도, 물, 비료는 가까이에서 훨씬 더 자주 잘 챙겨 줄 수 있지만, 햇볕과 통풍(자연풍)은 아무래도 야외를 따라가기 곤란할 것이다.
야외는 그런 메리트 대신에 일교차가 더 크고 가혹한 기상 조건과 병충해에 더 크게 노출되며.. 뭐 흙도 갑갑한 화분보다는 더 많이 있겠지만 흙의 품질이 딱히 더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야외가 실내보다 더 나은 여건이어서 큼직한 열매가 잘도 열렸던 것 같다. 심지어 인공수분조차 해 주지 않았는데도 꿀벌까지 날아와 주고 말이다..!!
지인 말씀에 따르면.. 이렇게 실내 재배로 제조한 호박은 맛도 더 없을 가능성이 높댄다. ㅎㅎ

작년에 야외에서 키우던 호박들은 가을(10월쯤)에 날씨가 갈수록 추워지자..
자기 최후가 임박했음을 알았는지, 곳곳에서 미친 듯이 그 귀한 암꽃 씨방을 만들어 냈다.
뭐,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걔들은 여름이 돼서야 너무 늦게 심은 놈들이기도 했었다. 3~4월에 일찌감치 심었던 호박이 그때까지 살아서 활동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때 본인은 호박이 추위에 얼어죽지 않고 물과 영양을 끝없이 공급해 주면 언제까지 사는지 궁금했다. 실내에서 실제로 그렇게 해 보니 호박이 내 기대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작년 11월 이후로 심은 지 3~4개월쯤 됐는데 쟤들이 벌써 자연 수명이 다한 건지?
아니면 이번엔 온도나 물, 영양 문제 대신, 진짜로 햇볕, 통풍, 뿌리 내릴 공간 부족이 문제인 건지?
이 문제만 해결되면 호박 잎이 노란 반점 없이 더 건강하고 더 오래, 꽃과 열매를 더 많이 맺을 수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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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진 꽃, 앞으로 필 꽃이 동시에.. 그나마 수꽃이 가까운 데서 많이 폈던 시절의 모습)

특히 물은 도대체 어느 정도 얼마나 어떻게 줘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실내에서 한여름 같은 땡볕도 절대 없는데 낮에는 호박 덩굴들 잎이 힘없이 축 쳐져 있었다. (색깔은 누래진 것 없이 여전히 정상적인 초록색)
이건 수분 증발을 막으려고 잎들 기공을 닫고 양분 생산도 중단한 상태라고 한다.

생각 같아서는 팍팍 많이 주고 싶은데 인터넷을 뒤져 보니 실내 식물은 물을 안 줘서 죽는 경우보다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숨을 못 쉬고 썩어서 죽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네..;; 그래서 물 주는 걸 주저했다.
그래도 호박이 잎과 덩굴이 저렇게 거대한데, 평범한 꽃이나 고무나무보다는 물을 더 많이 줘야 할 것 같아서 매일 덩굴당 한 컵 이상은 준 게 지나친 것 같지는 않다.

그 정도로 물을 주고 나면 시들었던 잎이 30분쯤 뒤에 기립했기 때문이다. 겨울에 실내가 굉장히 건조한 것도 감안했다.
또한, 식물에 물을 줄 때는 무슨 자동차 워셔액 보충하듯이 바가지로 끼얹지 말고, 물뿌리개로 살살 주는 게 흡수 관점에서 좋다. 빗물만 해도 얼마나 살살 가늘고 길게 내리는지를 생각해 보자. 그게 식물에게 좋은 급수 형태이다.

"알았어! 이것 때문에 호박이 안 맺히는 거야!" / "이렇게 해 주면 괜찮을 거야!" 이러는 게 마치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안 오잖아 가정교사!"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쪼록.. 호박은 재배가 까다롭지 않으면서 수박보다 좋은 영양 더 많은 열매를 남겨 주고, 열매가 동글동글 큼직하고 꿀단지처럼 생겼고, 뭔가 시골 인간미가 느껴지는.. 고맙고 사랑스러운 채소이다.
그래서 본인은 지금은 컴퓨터의 배경 그림도 작년에 찍었던 호박밭 내지 호박 열매 사진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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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정도가 아니었으면 평생을 자동차나 컴퓨터, 심지어 열차 같은 기계류를 좋아했던 본인이 이 나이가 돼서야 자연과 농사에도 재미를 붙일 일이 없었을 것이다.
보물찾기 하듯이 밭을 뒤지니 큼직한 호박이 눈에 띄는 게.. 정말 엄청난 희열을 안겨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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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호박은 언제쯤 따게 될지 모르겠다. 생각 같아서는 박제하고 영구보존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깔끔하게 꿀꺽 할 예정이다.
초록색 열매도 꼭지에 가까운 쪽, 햇볕을 받은 쪽이 색깔이 먼저 짙어지더라. 반대편은 그냥 옅은 연두색일 뿐..

4. 나머지 소감

(1) 옛날에는 호박은 음식물 쓰레기나 심지어 인분을 파묻은 구덩이에다가 대충 심어서 키웠다고 한다.;;
식물이야 원래 태생적으로 동물이 더 처리하지 못하는 유기물 폐기물을 밑천으로 자란다고 하지만.. 거기서 같이 죽어서 썩어 버리는 것과, 그리하지 않고 그걸 영양분 삼아서 싹을 내고 크는 것은 정말 천지 차이라 하겠다.

동물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온갖 부패균이 식물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도 신기한 점이다. 반대로 호박잎의 반점 병은 동물에게 영향이 없으니까.. 종간 장벽이라는 게 있다.

(2) 호박은 기온이 5도쯤 밑으로 내려간 추위에 밤새도록 노출되니, 더는 못 견디고 화상을 입은 듯이 잎이 시커매지고 쭈글쭈글해지면서 죽더라.

그런데 호박 말고 다른 화초 중에는 겨울에 잎이 일부가 빨개지는 건 어쩐 일인지 모르겠다. 상추나 시금치 말이다.
검색해 보니 마그네슘 부족 아니면 역시 온도나 수분과 관련된 에러(...)라고 한다.

식물에도 겨울잠 비스무리한 절차가 있기 때문에, 겨울에 시들었다고 해서 다 죽은 건 아니고, 봄 되면 살아나는 게 있다고 한다. 하긴, '한해살이풀, 여러해살이풀'이라고 단수-복수의 개념도 있다.
단지, 호박은 한해살이풀이다. 그리고 굳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도, 심은 지 충분히 오래되고 열매 몇 개 맺고 나면.. 더 안 자라고 잎이 숭숭 빠지고, 꽃과 열매를 한없이 맺지는 못하고 기력이 다해 죽긴 하는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01 08:35 2022/04/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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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인은 이 달 초에 호박 실내 농사 후기를 블로그에다 올렸었다. 그 이후로도 호박 덩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이 정도까지 커졌다. 흙이 부족하고 뿌리를 충분히 깊게 내리지 못했을 텐데 잘 자라 준 게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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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사진에는 덩굴이 오른쪽 끝까지 뻗은 상태였다. 허나 그 덩굴은 더 길어져서 오른쪽 끝에서 방향을 돌려서 왼쪽 끝까지 돌아왔고, 거기서 또 방향을 돌려서 오른쪽을 향해 중앙 정도까지 갔다. ㄷㄷㄷㄷ

야외의 텃밭 흙바닥에다 덩굴을 넓게 늘어놓으며 키우면 이런 복잡한 줄과 받침대가 없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비좁은 실내에서 창가의 햇볕을 최대한 쬐어 주는 모양을 만들다 보니, 덩굴을 받치는 구조물도 덕지덕지 필요해진 것이다. ㄲㄲㄲ
호박의 주거 형태가 단독 주택 대신 아파트로 바뀐 것 같다. 면적을 줄이는 대신, 높이를 키웠으니 말이다.

2.
그리고.. 이 호박 덩굴은 몸집만 커진 게 아니라 암꽃도 폈다. 첫 수꽃이 핀 뒤 2주 이상이 지나서야 첫 암꽃이 폈다.
수꽃은 네댓 그루 남짓한 덩굴에서 매일 서너 송이씩 꾸준히 펴서 지금까지 수십 송이가 피고 졌다.
그러나 같은 덩굴들에서 약 3주 동안 암꽃이 핀 건 딱 일곱 송이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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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꽃이 피기 전 / 폈을 때의 모습)

동그란 씨방이 달린 암꽃 봉오리 자체는 이보다 더 많이 맺혔다. 그러나 그것들이 전부 꽃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영양이 부족한지 중간에 시들어 떨어진 것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기 직전의 노란 꽃봉오리까지 생겼는데 그 상태로 차마 피지는 못하고 떨어지는 놈도 있었다.
호박의 입장에서 암꽃은 수꽃에 비해 영양 소모가 많고 피우기가 무척 어렵다는 걸 근처에서 직접 보며 확인할 수 있었다.

3.
실내에는 꿀벌이 날아오지 않으니, 본인은 주변 다른 덩굴의 수꽃을 잘라서 거기 수술을 암술에다가 직접 꽂아서 비벼 주는.. 일명 '인공수분'이라는 걸 최초로 시행해 봤다. 붓이고 뭐고 없어도 되고, 그냥 수술 작대기 직통이 제일 속 편했다. 암술을 꽃가루로 범벅을 만들어 줬다.
수꽃 하나만으로 암꽃 무려 세 송이를 수분시킬 수 있다고는 한다만, 현실에서 수술이 암술보다 부족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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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죽은 줄 알았던 씨방은 아주 서서히 부풀고 커지면서 본격 열매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3~4일 정도는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는 것 같았다. ^^
내가 중매를 서 줬던 암꽃 수꽃이 이렇게 맺어졌다니.. 무슨 로켓 쏴서 인공위성을 궤도에 드디어 안착시킨 것 같은 느낌이었다. ㅠㅠㅠ

수분이 성공하고 나면 씨방이 부풀 뿐만 아니라 내 경험상, 무게도 확실히 달라진다.
암꽃 시절에는 위로 빳빳하게 솟아 있던 씨방이 며칠 뒤에 꽃은 시들고 그 대신 씨방이 부풀어서 아래로 축 쳐진 걸 보면.. 참 감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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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간격으로 동일 사과와 동일 호박을 거의 동일한 구도로 크기 비교..)
저 호박은 덩치가 더욱 커져서 자두, 방울토마토, 양파를 넘어 사과의 크기까지 추월하는 경지에 도달했다. 적-록.. 뭔가 어울리는 보색 배합인걸?
식물이 열매를 뭔가 3D 프린팅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초록색 줄기는 단자· 케이블이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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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아이는 인공수분 후에도 며칠째 크기나 색깔이 변함없어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길이 없었는데..
정체는 단호박이었으며, 수분의 성공이 최종 확인되었다. 야호~!
위와 아래의 사진 네 장은 개화일 기준으로 각각 D-3, -1, +3, +5일 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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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은 씨방이 무슨 완두콩 같은 매끈한 초록색 구슬 모양이어서 일반 호박의 씨방보다 더 예뻤다.
수분 후에는 세로로 줄무늬가 생기고 더 납작해지고, 색깔도 더 짙어지면서 우리가 아는 단호박 모양이 되어 갔다.
나로서는 줄무늬가 정상적인 생장인지, 아니면 시들어서 쭈글쪼글해지는 징조인지를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수술 꽃가루가 단호박/일반호박을 가리지 않고 아무 암꽃과 호환은 되는 듯하다.
열매가 생성되는 단자의 모양도 일반호박이랑 단호박은 좀 차이가 있다(꼭지 부분ㄲㄲㄲㄲ).

5.
이런 일련의 일을 겪으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게 많았다.
가장 먼저, 호박 열매는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조건들이 다 맞아떨어져야 생긴다는 것, 호박 덩굴은 한둘, 두세 그루만 있어서는 안 되고, 네댓 이상은 한꺼번에 같이 키워야 암꽃이 하나 폈을 때 수분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수꽃이 상시 존재하겠다는 것 말이다.

게다가 이들 꽃의 유통기한은 새벽부터 오전까지 겨우 몇 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그 뒤엔 꽃이 바로 져 버리며, 암술· 수술의 생식 능력이 상실된다.
암꽃이 피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수분을 해 준다고 해서 100%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본인의 경우, 암꽃 7송이 중에서 확실하게 성공한 것 셋, 실패한 것 셋,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는 것 하나로 결과가 나뉘었다.

도대체 이 꽃가루라는 게 뭐길래..? 무슨 금가루마냥 극미량의 이 가루의 정체가 뭐길래 암술에 묻었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씨방이 큼직한 호박으로 자라느냐, 아니면 그냥 시들어 떨어질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걸까??
지금까지 야외에서 저절로 맺혔던 호박 열매들은 전부 꿀벌이 알음알음 찾아와서 수분을 해 줬기 때문에 맺힌 것이야 그럼? 우와~

하긴 학창 시절에 <생명 영원한 신비> 다큐에서도 충매화라는 건 식물이 번식을 위해서 동물(곤충)과의 윈윈 공생을 선택한 정말 대단하고 놀라운 사례라고 극찬했던 걸 본 게 생각난다. 물론 성향이 성향이다 보니, 창조된 거라고 안 하고 그렇게 똑똑하게 진화한 거라고 얘기하지만.. ㅋㅋㅋ

6.
이렇게 수분 성공한 열매가 생긴 뒤부터는.. 호박이 자라는 방식이 좀 달라지는 것 같다.
줄기가 뻗어가고 잎이 자라는 게 둔화되고, 새순과 기존 암꽃조차 누렇게 시드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뒤에 추가로 꽃이 핀 암꽃은 씨방도 예전의 암꽃보다 더 작더라. 영양이 열매 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심증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거라고 한다.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자라는 게 아니었네~~
식물은 자기 자신의 잎과 줄기 위주로 자라는 영양성장, 그리고 꽃과 열매 위주로 자라는 생식생장이라는 두 모드가 존재한다. 오.. 나름 state machine이었던 것이군.

한창 자라야 할 때 온도 수분 영양 상태가 부실하면 생존의 위기를 느낀 식물체는 영양성장을 포기하고 무리해서라도 꽃과 열매를 많이 맺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것만 올인하다가 식물 자체도 더 일찍 시들고 죽는다.
반대로 초기에 거름과 물을 지나치게 많이 주면(특히 질소 비료) 식물 자신의 영양생식만 엄청 벌어지면서 꽃은 안 피고 열매는 금방 낙과한다고 한다.

확실히 우리 호박도.. 한창 영양성장을 하다가 생식성장으로 모드가 바뀌긴 한 것 같다.
열매를 많이 보고 싶으면 호박을 심은 초기에 어미순인지 아들순인지 뭔지를 많이 잘라 주라고 그러던데..
본인의 경우는 아무 조치 없이 그냥 방치했다.
그렇게 방치해도 내가 느끼기에는 암꽃도 생길 때가 되니 생기고, 이 정도 열매가 맺히기는 한다. 야외도 아닌 실내에서 뭘 더 바라겠는가.

그리고 열매가 맺히고 있는 덩굴에서는 다른 암꽃이 피더라도 씨방이 예전보다 작게 달리며, 낙과 확률도 더 높아진다.
열매를 만드는 건 영양 부담이 굉장히 크니 광합성을 위한 물과 햇볕, 그리고 비료로 인과 마그네슘 같은 무기물 영양분 공급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댄다.

역시 큼직한 늙은 호박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구나.;; 농사도 알면 알수록 공부해야 할 게 정말 많다.
도난 걱정, 추위 걱정 없는 실내에서 최선을 다해 호박을 가꿔서 덩굴은 자연사할 때까지, 열매는 누렇게 익을 때까지 원없이 놔둬 보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집 지붕이나 담벼락에 호박 덩굴이 놓여 있는 모습이 참 정겨워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2/02/24 08:35 2022/02/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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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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