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합성

대변은 소변과 달리 생물학적 의미에서의 배설물이 아니라는 건.. 뭐 초· 중학교 수준의 상식이다.
그 뒤 생물에 대해서 공부를 쪼금 더 하면.. 동물이 아닌 식물에 대해서도 직관적이지 않은 의외의 사실을 하나 배우게 된다.

식물이 광합성을 해서 이산화탄소(+ 빛, 물)를 흡입하고 산소와 양분을 만들기는 하는데,
그 산소 O2는 이산화탄소 CO2를 구성하던 산소가 아니라는 거. 물을 구성하던 산소이다.

길바닥에 채일 정도로 널리고 흔해 빠진 잉여 잡초라 할지라도, 초록색 잎이 달린 놈들은 기본적으로 저런 작용을 하는 최첨단 생체 기계이다. 물과 공기(이산화탄소)와 햇볕만으로 산소와 포도당을 만들어 주는 생체 기계가 없다면,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당연히 생존할 수가 없다.
물론 잡초는 그 생산량 규모가 거의 자가생존이나 가능한 정도이고, 농작물 대비 극히 보잘것없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식물의 잎이 누렇게 시드는 건 그 첨단 생체 기계가 녹슬고 고장 나서 광합성을 못 하게 됨을 의미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광합성은 명반응과 암반응이라고 나름 프론트 엔드와 백 엔드의 구분까지 있다. 프론트 엔드에서 물과 빛이 쓰이고(산소 생성), 백 엔드에서 이산화탄소가 동원된다(포도당.. 탄소 고정!). 백 엔드가 수행되기 위해서는 프론트 엔드의 결과물(ATP, NADPH)이 필요하다.

암반응의 구체적인 원리는 무려 20세기가 돼서야 규명됐고, 특별히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신학의 칼빈주의...가 아니고 '칼빈 회로'라고 불린다.
글쎄, 휘발유 엔진과 디젤 엔진 중에서 디젤만이 사람 이름이 붙어 있는 것처럼.. 광합성은 프론트와 백 중에서 백 엔드에 대해서만 사람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열기관 쪽에서는 '카르노 순환'이라는 개념이 있기도 한데.. 순환이건 회로건 영어로는 똑같이 cycle이다.

암반응 원리를 규명한 멜빈 캘빈은 그 공로로 1961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참고로 바로 이듬해 1962년에 왓슨과 크릭이 노벨 생리학상을 받았다는 걸 생각해 보자. DNA 구조 발견하고서 10여 년 만의 일이다.

통상적으로는 물을 전기 분해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가, 그 부산물로 나온 수소가 내는 에너지보다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수소는 그냥 천연가스처럼 석유를 캐면서 덤으로 얻는 지경이며, 수소 연료전지는 진정한 의미에서 화석연료를 탈피했다고 보기도 민망하다. (종이 빨대가 친환경적인 것만큼이나??ㄲㄲ)

그런데 식물은 물을 증발만 시키는 게 아니라 '광분해'를 통해 어째 아예 분자 차원에서 산소-수소로 분해까지 시키는지? 참 신기한 일이다. 물론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에 그 메커니즘을 기계의 동력원으로 바로 적용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탄소 고정은 광합성 암반응을 통해 녹색 식물이 보편적으로 행한다. 그러나 질소 고정은 아무 식물이나 못 하기 때문에 식물도 생장을 위해 일부 특수한 박테리아나 비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가 학창 시절에 지리 역사를 얼마나 싫어했는데 뒤늦게 관심이 생긴 건 철도 때문이다.
내가 학창 시절에 생물을 얼마나 싫어했는데.. >_< 뒤늦게 관심이 생긴 건 호박 때문이다. ^^

2. 식물에게 물 잘 주는 요령

-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물이라는 건 식물의 광합성에서 암반응이 아니라 명반응 때 쓰인다. 이를 감안하면 물은 햇빛이 비치는 아침이나 낮에 주는 게 좋다.

- 흙의 물기가 마를 겨를이 없을 정도로 찔끔찔끔 자주보다는.. 적당히 간격을 뒀다가 한번 줄 때 많이 주는 게 좋다. 이러는 게 식물이 물기를 찾아 뿌리를 내리는 동기도 부여하고 좋다.
식물마다 케바케이긴 하지만, 보편적인 원칙은 식물 주변의 흙이 바짝 말랐다 싶으면 주면 된다.

- 다만, 일단 줄 때는 무식하게 끼얹지 말고 넓은 면적에 살포시 주는 게 좋다. 물뿌리개라는 물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게 사람이 음식 먹는 것에다 비유하면 꼭꼭 씹어서 천천히 삼키는 것과 같다.

- 자연에서 내리는 비는 자연재해급의 폭우가 아닌 한, 위의 두 원칙에 충실한 기상 현상이다. (한번 내릴 때 많이, 내릴 때는 살포시) 식물에 물 주는 것도 비가 더 자주 내려 주는 것과 비슷하게 수행하면 된다.

- 특별히 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녀석들 말고 일반적인 육상 식물은 육상 동물과 마찬가지로 익사할 수 있다. 감당을 못 할 정도로 물을 너무 많이 줘 버리면 뿌리가 숨을 못 쉬어서 죽는댄다. -_-;; 아니면 축축한 거 좋아하는 곰팡이가 도져서 병충해를 입기도 한다.
직업 농사가 아니라 취미로 식물 가꾸는 사람들은 물을 안 줘서가 아니라 물을 너무 많이/잘못 줘서 식물을 죽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 식물이 잎이 축 늘어지고 기공을 닫고 있는 건 체내의 물이 부족해서 물을 증발시키는 걸 중단했다는 뜻이며, 이는 광합성을 못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는 당연히 물을 줘야 한다.
근데 내 경험상 그냥 낮 기온 30도 이상으로 너무 더울 때도 이러고 있기도 한다. 이때는 물을 더 줘도 별 소용 없다. 축 늘어져 있는 게 언제나 죽기 직전 위급 상황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저녁이 되면 다시 잎이 살아난다.

- 그리고 물을 줄 거면 뿌리 부위에다 직격을 하는 게 좋다. 뙤약볕이 내리쬘 때 잎이 물을 맞아서 잔뜩 젖으면.. 물방울이 돋보기처럼 햇볕을 한데 모아서 잎을 미세하게나마 태우고 상처를 낸다. 그리고 그런 물기가 잎에 흰가루 같은 곰팡이성 질병을 야기하기도 한댄다.
비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잎을 젖게 만들기는 한다.. 하지만 비가 내릴 때는 뙤약볕이 내리쬐지는 않으니 저런 문제가 없다. ㄲㄲㄲㄲㄲ

식물은 햇볕이 너무 강할 때 동물처럼 자외선 맞아서 표면이 타고 조직이 상하는 건 없나 궁금했는데.. 저런 사정이 있구나.;;;
사람도 너무 덥고 맹렬한 뙤약볕 아래에서 물놀이를 하면, 물이 더위는 식혀 주지만 자외선은 더 잘 투과시켜서 피부를 태운다고 어디서 봤던 거 같다.

-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는 예전에 가뭄이 너무 심했을 때 아침 11시부터 저녁 5시인가 대낮에 집 잔디밭에 물 주는 걸 금지했다. 공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단속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매겼다고..
그 시간대엔 물을 줘 봤자 곧 증발해 버리고 물 낭비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식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물 절약을 위해서 저런 고육지책을 시행했던 것이다.

3. 호박 재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식물을 자라게 하는 건 역시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강한 햇볕과 충분한 비.. 요 둘인 것 같다. 에어컨이 필요할 정도로 상당히 더워진 5월 말쯤부터 내가 키우던 호박들이 무서운 속도로 커지고 길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거의 괴물 수준으로 잎이 커지고 줄기가 굵어졌다. 길이가 30~40cm에 달하는 잎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고 황홀했다. 그리고 이제 좀 덩굴이 옆으로 길게 뻗으려는 기미가 보였다.
종자나 모종을 따로 구매해서 심은 게 아니라, 늙은호박을 사 먹고 안에 있던 씨를 파묻었을 뿐인데.. 심은 지 50일 남짓한 기간 만에 참 많이도 컸다. ^^

호박은 (1) 힘줄 같은 굵직한 흰 줄무늬가 그려진 잎, (2) 가시인지 털인지 까칠까칠하게 난 줄기, (3) 납작하고 쭈글쭈글한 열매가 매력이다. ^^
다만, 한 줄기에서도 줄무늬가 있는 잎과 없는 잎이 동시에 돋는 것 갈다. 그리고 줄기도 처음에는 아무 특징이 없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저렇게 털이 돋고 까칠해지고 확 굵어진다. 그러다가 나중에 뿌리 부근의 줄기는 뭔가 나무처럼 딱딱하게 굳기도 하는 것 같다. 성장 양상이 생각보다 다양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고 보니.. 호박잎을 먹기 위해서 뜨거운 물에 데치고 나면.. 이런 흰 힘줄이 없어지는 것 같다~! 표면이 다 시퍼래진다.)

호박을 그저 자라는 비주얼만 볼 게 아니라 열매를 제대로 얻을 목적으로 키우려면.. 뭔가 잘라내고 없애는 것도 적절히 해야 한댄다. 다음과 같이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 처음에 싹이 너무 조밀하게 많이 났을 때, 가망 없는 것들은 솎아내야 한다.
  • 그리고 줄기랄지 순이랄지.. 이것도 마냥 방치하지 말고 어떤 거는 잘라내야 한댄다.
  • 잎만 무성하게 너무 많이 자라면 그것도 잘라내야 한다. 내 경우, 위의 다른 잎들에 가려져서 어차피 햇볕을 많이 못 받는 것 위주로 잘라서 데쳐서 먹곤 했다.

잎이 광합성을 위해서 필요하기는 한데, 너무 많으면 이것도 잎이 소모하는 영양분이 잎이 만들어 내는 영양분보다 더 많아져서 효율이 떨어진댄다. 도대체 어떻게 수위를 조절해야 '적당히'인지.. 이게 참 알기 어렵다.
호박을 마냥 영양성장만 하게 놔두지는 말아야 할 텐데 말이다. 생식성장을 해야 작은 덩치에서도 꽃과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끝으로.. 영양분이라도 너무 진한 액기스를 희석 없이 직통으로 내리꽂는 건 동물· 식물을 막론하고 좋지 않다. 그건 오히려 식물을 말라죽게 만든다. 소변을 식물에게 바로 뿌리는 게 이래서 좋지 않으며(사람이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동급), 비료는 식물 뿌리에 직접 닿지 않게 줘야 한다.
그에 비해 호박은 비료를 많이 필요로 하고, 처음에 심을 때 아예 퇴비에 파묻은 채로 심기도 한다는데.. 다른 식물들보다는 이런 데에도 더 강한 것 같다.

4. 나머지 얘기들

(1) 육지의 아마존 밀림보다도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바닷말들이 산소 생산에 기여하는 게 더 많다고 한다. 어떻게 측정한 것이고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심지어 바닷말은 엽록소가 있고 광합성을 함에도 불구하고 식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는데 말이다.
그렇게 산소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바닷물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녹여서 보관해 줌으로써 온실효과를 억제하는 것도 장난이 아니라는데.. 이거 고삐가 풀려서 지구가 불지옥 행성으로 바뀌는 상황을 가정한 SF물이 벌써 15년 가까이 전에 발표됐던 만화 "호텔"이다.

(2) 비가 엄청 많이 내려서 주변이 물바다가 된 것 같은데,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내리쬐면 기껏 떨어졌던 빗물이 삽시간에 증발해서 도로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지구에서 물의 순환이란 걸 생각하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물이 '열을 보관하고 운반하는' 버퍼, 매체로서 지구에 기여하는 바는 실로 막대하다.

그나저나 그늘은 양지 100% 대비 태양열 몇 %만 받고 햇빛은 몇 %만 받으며, 식물의 생장 효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지 궁금하다. 수성은 태양에서 그렇게도 가까이 있는데도 뒷면 등짝은 -100도대까지 내려간다고 하지 않은가? 물론 거기는 수증기나 공기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온도가 널뛰기하는 거다. =_=;;

(3) 사람이 없어도 2~3일 간격으로 알아서 옆의 식물에다 물을 뿌려 주는 타이머 물컵 같은 거.. 역시 검색해 보니 없을 리가 없다. ^^ 애완용 식물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 이런 게 장사가 될 것 같다.
실내 말고 실외 텃밭에서도 쓸 수 있게.. 기능은 좀 적어도 좋으니 더 싸고 많이 도입할 수 있고 악천후 속에서 신뢰성이 더 강한 녀석이 있으면 좋겠다.

(4) 동물 쪽은 곤충, 식물 쪽은 잡초..가 정말 인류로 하여금 오랫동안 자연 발생설을 믿게 만든 원동력임이 틀림없다.. ^^

Posted by 사무엘

2023/06/15 08:36 2023/06/15 08:36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72

식물의 소출

1. 기름

땅이 영양분이 많아서 식물이 잘 자라고 농사를 짓기 좋은 상태이면 우리는 그걸 '비옥하다' 내지 '기름지다'라고 묘사한다. 여기서는 기름지다는 게 진짜로 미끌미끌 oily하다는 게 아니며, 마치 '젖과 꿀이 흐른다'와 같은 비유적인 의미이다.

그러나 식물은 포도당만 만드는 게 아니라 문자적인 기름인 식물성 지방을 생산해 낸다. 그러니 땅콩 같은 기름기 자르르한 견과류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식물 씨앗들로부터도 기름을 추출할 수 있다. 물론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엄청 많이 빡세게 짜야 하지만 말이다.

나무 중에서는 소나무가 유난히 기름이 잘잘 흐르는 녀석인가 보다. 송진을 가공해서 송근유나 타르 같은 것도 만든다. 소나무는 이런 특성으로 인해 불에도 특별히 활활 아주 잘 타며, 다른 나무들보다 산불에도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한다.

음식 맛을 돋구는 양대 속성이 '짜고 기름진 것'인데, 짠 건 식물과 완전 상극이지만 기름진 건 식물에서도 그럭저럭 찾을 수 있는 특성인 것 같다.
단, 지방을 넘어서 단백질은 콩 같은 특수한 작물에서나 더 제한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그건 진짜 동물성 고기를 먹어야만 제대로 섭취 가능할 듯하다.

2. 마약

요즘은 우리나라가 과거 같은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유명인사와 일반 서민을 불문하고 마약 사범이 늘고 있으며, 외국에서 교묘하게 몰래 들여오려던 마약이 세관을 통해 적발되는 양도 갈수록 증가 중이라고 한다.

가성비 좋은 국산 대체품이 흔해 빠져서 외국에서 많이 사 올 필요가 전혀 없는 물건인데 왜 이렇게 많이 사 오는지를 의심해서 뜯어 봤더니 안에 마약 가루..;;
심지어 커피믹스.. 뜯었다가 다시 봉인한 흔적이 미세하게나마 보여서 재개봉하니 안에 역시 마약 가루..

어떤 마약 수송책은 마약 가루를 콘돔에다 넣어서 아예 삼켜 버린 덕분에 안 들키고 한국에 무사히 들어왔다. 그러나 그 뒤에 콘돔이 체내에서 터지는 바람에 급성 마약 중독으로 사망해 버리기도 했다.
하긴,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장거리 국제선 여객기에서는 어떤 승객이 기내식을 별 이유 없이 거부하고 안 먹으면 요주의 인물로 올리고 살짝 관찰까지 한다고 그런다. 마약을 삼킨 사람은 기내식을 절대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마약을 밖에서 밀수하는 게 아니라 아예 국내에서 대마나 양귀비 같은 마약 원료를 몰래 재배하는 게 걸리기도 한다.
어째 마약은 다들 식물로부터 유래되는 걸까..?? 아예 100% 인공적으로 합성한 화학 마약이 아니면 식물성이지, 동물성 마약이라는 건 내가 아는 한 들은 적이 없다.

어떤 조직은 드론· 항공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마를 아예 실내에서 재배한다고 한다.
하늘이 안 보이는 실내에서 빛과 온도와 습도와 환기를 전부 인위로 조절해서 농사를 지으려면 비용이 정말 장난 아니게 많이 들 텐데..;;

그런데 그 심정이 이해가 되는 게.. 마약은 정말 평범한 식량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비싸다고 한다.
영화 <아저씨>에도 나오는 오 명규 사장의 유언.. "이 속의 필로폰만 정제하면.. 니랑 내랑 평생 먹고 산다~! 엉??"
품질 좋고 약발 강한 마약 가루는 같은 무게의 금의 가격에 필적하고 심지어 더 비싸기도 하댄다. 오 사장의 말은 거짓· 허세· 빈말이 아니며 레알일 가능성이 높다.

호박 심어서 몇 달을 공들여 키워서 늙은 호박 한 덩이를 만들어서 팔아 봤자, 개당 남는 이윤도 아니고 그냥 소비자 가격이 몇천 원에서 1만 몇천 원밖에 안 하는데.. 마약은 정말 차원이 다르구나 싶다.. ^^ 저런 설비 투자 비용 정도는 우습게 건지고도 남기 때문에 저렇게라도 무리해서 대마나 양귀비를 키우는 거다.

식량도 아니고 마약을 만들려고 실내 농사 시설을 구축하다니.. 참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식용이 아니라 할로윈 장식 전용 호박 품종을 개발해서 잔뜩 키우는 것처럼 말이다.

3. 마무리: 호박 예찬

처음엔 호박이 아니라 식물에 대한 보편적인 얘기로 시작해서 글을 썼는데 결국은 또 기승전...호박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호박과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을인데 이런 할로윈 호박보다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추수감사절 호박을 보는 게 사람 정신건강에 훨씬 더 좋을 것이다. ^^
추수감사절 관련 일러스트 중에 늙은 호박이 안 들어간 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수감사절의 원조인 천조국에서는 칠면조가 이 날의 상징일 것이다. 하지만 울나라는 그런 문화가 없고, 그렇다고 칠면조 대신 치킨을 넣기도 그러니.. 호박이 자연스럽게 상징이 된다.

늙은 호박은 그 크기와 모양과 색깔을 보면 가을과 '추수 감사'라는 컨셉에 아주 잘 부합하는 수확물이다.
우선 엄청 크다..!
물론, 속이 과육만으로 꽉 찬 건 아니다. 중심부는 씨앗과 걸쭉한 펄프만 가득한 빈 공간이 되기 때문에 열매가 무슨 풍선 불듯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래도 크기가 크니 때깔과 비주얼이 간지난다.

동글동글을 넘어서 쭈글쭈글 납작하고 색깔도 저렇게 단풍처럼 붉게 변하고, 겉과 속의 색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시골 감성에 동심을 마구 자극하지 않을 수 없다. 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우리말은 '낡음'은 집, 차, 기계 같은 무생물에게 쓰는 말인 반면, '늙음'은 생물에게 쓴다는 미묘한 어감 차이가 존재한다.)

늙은 호박은 정말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채소이다.
호박은 도깨비 귀신 얼굴 새기는 용도가 아니라, 가을 정취를 즐기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죽 쒀서 먹으라고 있는 채소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늙은 호박을 많이 드시고 가을과 겨울을 든든하게 보내시길 바란다.
내 개인적으로는 호박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서 여친에게 프러포즈도 하고 싶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사무엘

2022/12/14 08:35 2022/12/14 08:35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01

1. 뿌리

  • 식물이 무슨 건물이나 기계라면, 덩굴 줄기는 케이블이고 열매는 뭔가 3D 프린팅 결과물인 것 같다. 꽃의 암술과 수술은 무슨 짹/단자 같다. 그리고 땅 속 뿌리는 응당 지하의 엔진 내지 기계실에 대응하지 싶다.

  • 뿌리 주변의 흙 알갱이에다가 색소를 칠해서, 식물 뿌리가 주변의 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관찰해 보고 싶다. 물과 비료를 준 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흡수되는지, 주변의 흙은 성분이 어찌 바뀌는지 같은 게 궁금하다.

  • 농사를 새로 시작하려고 밭을 다 갈아엎는 건 밭이라는 디스크를 포맷하는 것과 개념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

  • 사람이 일상적으로 식물의 뿌리를 직접 볼 일은 거의 없다. 농사가 끝난 식물을 수확하거나, 아니면 시들고 죽은 식물을 뽑아내서 버리는 마지막 순간에야 뿌리 부위를 잠깐 볼 뿐이다.
    이건 마치 하드디스크를 버리기 직전에 뚜껑을 열어서 돌아가는 내부 상태를 보며 마지막으로 시한부로 잠시 써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그 하드는 이제 먼지와 배드 섹터가 쌓이면서 완전히 작살 남)

  • 광합성이라는 건 인간이 개발한 그 어떤 기계/엔진 부류로도 재현하지 못하는 경이로운 화학 반응이다. 글쎄, 인공 광합성이라는 게 연구되는 것도 있긴 하지만, 마치 인공 강우(비)나 인공 배양육(고기)만큼이나 기존 자연의 산물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은 당연히 못 되니 말이다.

2. 온도 한계

(1) 식물에게 닿는 물이나 공기의 온도는 식물에 어떤 영향을 줄까? 너무 차거나 뜨거운 물은 어떤 영향을 주나? 궁금하다.
일단, 식물은 동물 같은 단백질 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 몸체와 같은 화상이라는 개념은 없다. 건조한 상태에서 불이 붙어서 새까맣게 타면 탔지, 고기 굽듯이 구워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식물은 효소 기반의 물질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동물과 같은 체온이라는 개념도 없다.
강한 햇볕에 고온다습은 인간 같은 동물에게는 최악의 불쾌한 환경인 반면, 식물한테는 광합성에 최고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ㄲㄲㄲㄲ

하지만 식물 역시 지나친 고온이나 저온에서는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그리고 식물도 자외선을 너무 강하게 오래 맞으면 세포가 죽고 탈이 날 텐데 그런 거 영향은 없는지, 오존층이 파괴된 뒤에도 강한 직사광선을 계속 맞아도 괜찮은지 모르겠다.

(2) 한편으로, 물이 꽁꽁 얼어서 부피가 늘어난다면야 당연히 세포 조직이 다 터지고 박살 날 것이고 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모든 생체가 공통이다. 그러나 물이 얼 정도는 아닌 저온에서는 메커니즘에 장애가 발생하는 걸까? 학교 생물 시간에 배웠었는데 까먹은 건지, 아니면 그런 것까지 배운 적은 없는 건지 모르겠다.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지어 본 호박을 기준으로 관찰 경험을 얘기하자면..
10~11월이 되어 날씨가 갈수록 추워지면 호박은 예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씨방을 만들고 생전에 보기 힘들던 암꽃을 피우면서 영양성장(길이와 굵기 같은 자기 덩치 키우기) 대신 생식성장(꽃과 열매)을 선택한다. 자기 덩치가 볼품없더라도 무리해서 꽃을 피우더라. 식물한테 그 정도 지능과 알고리즘이 있다.

밤 기온이 0~4도 사이를 오르내리면 꼭 물이 얼지 않더라도 이미 미세하게나마 부피가 커지고 밀도가 낮아지는데.. 이때쯤이면 호박이 못 견디고 냉해를 입었다. 잎이 시꺼멓게 변하고 조직이 물렁물렁해지면서 죽었다.
그리고 냉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시간이 멎은 듯이 뭔가 상태 변화가 없고, 생존 반응이 느려졌다. 꽃이 피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꽃이 폈다가 진 지 며칠이 지나도 금세 시들거나 떨어지지 않고.. 수분되지 못한 씨방도 말라 비틀어져 떨어지지 않고, 그 상태로 있으면서 색깔도 진해지고.. 여름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3. 절단 한계

식물은 아무래도 동물과 같은 고통을 느끼지는 않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잘 키우고 있던 열매라든가 줄기나 잎이 갑자기 쓱 잘려나가면 식물은 어떤 심정을 느낄까? 그냥 동작 중인 컴퓨터에서 랜선이 뽑히거나 USB 메모리를 제거한 거나 다름없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래도 쟤들도 스트레스는 느끼고, 생존에 위협을 느껴서 성장 방식을 바꾸는 정도의 지능은 있다는데..

그리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한 거.. 쟤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잘리거나 불타고도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동물은 목이나 심장 같은 급소가 있는데 식물은 뿌리가 급소인 건가..??
식물은 동물과 같은 동작이나 소리 형태의 생존반응이 없다는 게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4. 물

동물과 식물은 모두 물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영양 공급이 끊겼을 때보다 물 공급이 끊겼을 때 더 빨리 죽는다는 건 동일하다.
다만, 식물에게 뿌려 주는 물은 동물이 마시는 물과 같은 급으로 깨끗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애초에 흙 속 뿌리를 통해 흡수되니 흙탕물 따위는 아무 상관 없고, 상한 우유를 헹군 물 같은 것도 식물한테는 수분과 영양분 관점에서 땡큐일 뿐이다.

동물의 입장에서 배탈· 설사· 피부병 등을 일으키는 더러운 부패 세균, 기생충, 수인성 전염병 따위가 식물한테는 종간장벽에 걸려 먹히지 않는다. 식물은 식물한테만 적용되는 병충해가 따로 있을 뿐..
물론 식물도 그런 더러운 물질 자체를 그대로 흡수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서 걔들이 완전히 부패되고 분해되고 난 결과물--거름, 퇴비--을 흡수하는 것이다.

어쨌든 식물은 동물이 배설한 쓰레기를 다시 흡수해서 양분을 만들어 내는 셈이니, 자연의 섭리 물질의 순환에 기여하는 신비롭고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기체(이산화탄소)로나 고체(거름)로나 모두 말이다. 사람이 직접 먹을 수 없고 별 영양가도 없는 일개 잡초라도 최소한 저런 기여는 한다는 것이다.

5. 소금

다만, 식물이 물과 관련된 입력 면에서 마냥 천하무적 만능은 아니다.
저렇게 평범하게 흙이나 더러운 유기물이 좀 섞인 물이 아니라, 바닷물 같은 소금물은 식물에게 그냥 독극물 급이다.

식물은 염분이 흡수되면 성장이 저해되고, 원래 있던 수분을 쭉쭉 빼앗기면서 말라 죽는다. '소금에 절인 채소'처럼 되는 건데 살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렇기 때문에 바닷물에 쩔었던 땅에서는 소금기를 빼내지 않는 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고등한 동물은 그래도 생존을 위해 매일 적게라도 일정량의 소금을 섭취해야 하며, 소금이 너무 부족해도 죽을 수 있다. 그 반면, 동물이 먹이로 삼는 식물은 그런 특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염분과는 그냥 상극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인간이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나 퇴비로 재가공할 때 반드시 수반되는 전처리 중 하나도 염분 제거라고 한다.

아~ 그래서 옛날엔 전쟁 중에 적국의 땅을 황무지· 폐허로 만들려고 소금을 뿌리는 관행이 있었고 그게 성경에도 기록돼 있을 정도이다(삿 9:45; 신 29:23).
그 시절에 그렇게도 비싸고 소중했을 소금을 괜히 땅에다가 퍼붓는(?) 게 아니었다. 한자에도 별도의 부수로 鹵(소금밭/짠밭)라는 글자가 따로 있을 정도이고..

그게 지금으로 치면 무슨 화학 물질 오염이나 방사능 오염 테러와 비슷한 짓이었던 것이다.
(뭐.. 옛날에 학교 운동장 흙바닥에다가 주기적으로 굵은 소금을 살포했던 건 소독이나 흙먼지 방지, 물기가 얼어서 땅이 굳는 것 방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애초에 운동장은 식물 심어서 농사 짓는 곳도 아니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식물에게 소변을 직통으로 싸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인해 좋지 않다.
소변 성분은 곧바로 식물에게 영양분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며, 발효되고 삭아야 된다. 그리고 그 성분이 희석도 많이 돼야 한다. 안 그러면 바닷물이 해를 끼치는 것과 동급으로 식물이 말라 죽는다고 한다.

그러면 육상이나 민물식물 말고 해초나 해조류는 바닷물고기와 마찬가지로 염분을 걸러내는 필터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어류들이야 물 밖으로 꺼내면 아가미로 호흡을 할 수 없어서 질식해 죽는데 이런 해초류나 수상 식물은 물 밖으로 꺼내면..?? 광합성을 못 하나? 그냥 말라 죽나? 이런 것도 문득 궁금해진다.
육상 식물은 뿌리가 너무 오랫동안 물에 잠겨 있으면 반대로 호흡을 못 해서 죽으니 말이다.

확실히 수중 동물은 딱히 풀 뜯어먹는-_- 초식이란 게 없긴 하다. 굳이 따지자면 뿌리를 내린 식물이 아니라 떠 다니는 플랑크톤 중에 동물성도 있고 식물성도 있는데.. 이거 무슨 기름도 아니고 어떤 기준으로 동식물성이 분류되는지 의문이다. (그냥 광합성을 하는지의 여부인 듯함..)

Posted by 사무엘

2022/12/11 19:34 2022/12/11 19:34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00

식물의 생태

1. 작물의 분류 기준 -- 악기와 비교했을 때

관악기는 전통적으로 금관악기와 목관악기로 나뉘는데, 이게 처음에는 말 그대로 목재냐 금속이냐 하는 재질에 따른 분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구분이 거의 무의미해져서 그냥 발성 방식에 따른 분류로 바뀌었다.
길쭉하고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은 채 입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면 목관악기요, 나팔 모양이고 호흡과 입술 떨림의 차이로 음을 내면 금관악기이다.

작물 중에서 과일과 채소의 구분도 이렇게 모호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곡식은 종자 낱알이 식용 부위이고 과일은 열매가 식용 부위이다. 그러니 채소는 나머지 잎, 줄기, 뿌리 따위가 식용 부위이다.

수박· 호박 같은 박류, 참외· 오이, 그리고 토마토는 열매가 맺히는 놈들이기 때문에 먹는 부위만 따지자면 과일이다. 그러나 실용적으로는 가열하는 주식 요리의 부품으로 주로 동원되는 놈들은 채소, 그렇지 않고 후식· 간식 형태로 단독으로 날것으로 고유한 맛을 즐기며 먹는 놈들은 과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같은 박이어도 수박은 과일로 여겨지지만 호박은 채소로 여겨진다. 토마토는 법적으로 과일인지 채소인지에 대한 논란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벌어졌다고 한다. 열매 형태로 맺히는 채소는 '과채류'라고 따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나저나 참외와 오이가 계통상 굉장히 비슷한 녀석이었다니 의외이다. 애초에 '참외'라는 이름은 '레알(참) 오이'에서 유래된 거라고 한다.

2. 광합성에 대해서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다만, 요 몇 년쯤 전엔 나라에서 산의 멀쩡한 숲을 밀어내고 나무를 마구 베어 없애고 있었다.
환경 단체에서 항의를 하자 나랏님이 들이댄 변명이 뭐냐 하면 “수십 년 이상 오래된 늙은 나무는 광합성 성능이 떨어져서 어차피 산소 만드는 것보다 호흡하는 양이 더 많다. (그러니 이런 나무는 다른 나무로 대체하거나 어쨌든 베어 버려도 괜찮다)”였다.;;

엥..? 이게 도대체 무슨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논리이지..??? 과학적으로 진짜 사실인가? 구체적인 근거는?

글쎄, 호박을 키우면서도 어차피 병들고 누렇게 시들고 다른 잎에 가려져서 햇볕을 많이 받지도 못하는 잎은 괜히 영양분만 소모하기 때문에 따서 없애는 게 낫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나무가 통째로 잉여이기 때문에 없애는 게 낫다는 말은 난 정말 처음 들었다.

아닌 거 같은데?? 야바위 말장난 궤변 사기 같은데?
특히 이 당시 정권이 워낙 입만 열면 거짓말투성이였고,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서 거기에다 태양광 패널 도배를 하는 걸 보고는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과학을 떠나서 정치색이 들어가니 저 말을 더욱 믿을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야산에다 태양광 패널 설치하느라 나무를 베어낸 것 때문에 산사태 났던 걸 기억하는 분이 계시나 모르겠다.
그리고 산으로도 모자라서 바다 위의 태양광 패널에 새똥이 잔뜩 묻고, 그거 세척하고 버린 오염수 때문에 바다 생물들이 떼죽음 당하고..

이런 걸 생각하면 우리가 친환경 대체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그다지 효율적이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화끈하게 화석/원자력 연료 쓰고 기존의 플라스틱 제품을 쓰는 게 더 나은 경우가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종이 빨대 같은 거.. 제조 과정이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으며, 그냥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나쁘면 나쁘지 좋지 않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괜히 입에 무는 느낌만 더 안 좋다.

원래 하던 대로 하면서 이미 심어 놓은 나무나 잘 지켰으면 좋겠다. 미우나 고우나 나무를 땔감으로 쓰지 않게 해 주는 것은 석유· 석탄이고, 석유· 석탄조차 쓰지 않게 역할을 훌륭하게 분담해 준 것은 원자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팩트이다.

아이고, 얘기가 옆길로 많이 새긴 했다만..
식물의 잎은 도대체 무슨 원리로 광합성을 하고 자기 할 일을 하는지.. 자외선은 생물의 세포를 파괴한다고 들었는데 쟤들은 뙤약볕을 맞아도 괜찮은지, 잎에 걸리는 병은 도대체 무슨 과정을 거쳐서 퍼지는지..??
그리고 살아 있는 식물의 뿌리는 주변의 흙에 어떤 작용을 벌이는지, 식물이 자라면서 흙의 무게가 달라지기는 하는지.. 참 많은 것이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

3. 물과 양분의 흡수

동물은 식물을 먹어서 영양분을 섭취하는데, 식물은 동물이 먹고 남긴 것 내지 동물 시체가 썩고 분해된 것으로 다시 영양분을 얻는다니 이건 참 오묘한 관계이다. 식물 자신이 시들어서 죽은 흔적도 당연히 자연으로 되돌아가서 다른 살아 있는 식물에게 쓰인다.

식물은 자라기 위해 물과 비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시간에 너무 많이 주면 그건 그것대로 또 탈을 일으킨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뿌리가 익사하고 썩는다, 삼투압 때문에 식물이 역으로 영양분을 잃고 말라 죽는다)
본인은 이런 말에 쫄아서 물과 비료를 지금까지 소심하게 주는 편이었다. 그러나 여러 정보통으로부터 조언을 들어 보니 그 정도까지 소심하게 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물을 줘 보니 어지간히 많이 주지 않으면 땅속까지 물기가 잘 스며들지 않고, 뿌리에 잘 닿지 않는다.
물과 비료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과감하게 많이, 뿌리에 좀 더 가깝게 줘도 될 것 같다. '조금씩 자주'보다는 '가끔씩 많이'를 더 지향해야겠다.

호박처럼 잎이 무성한 식물이 무더위에 물이 부족하면 잎들이 기공을 닫고 축~~ 늘어진다. 이건 수분 손실을 막아서 생존을 도모하는 기동이지만, 광합성을 못 하고 양분 생산도 못 하기 때문에 식물의 입장에서는 스트레스 받고 굉장히 좋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런 식물에게는 즉시 물을 많이 보충해 줘야 하며, 특히 열매를 거두고 싶은 식물이라면 이런 상태가 되지 않게 평소에 물을 잘 줘야 된다.

그렇게 물을 주고 2~30분 정도 지나면 축 늘어졌던 잎이 다시 기공을 열고 바싹 기립한다.
다만, 밤엔 빛이 없어서 식물이 애초에 광합성을 못 하고 증산작용도 없는데.. 이럴 때 뿌리가 감당을 못 할 정도로 물을 많이 주는 건 식물에게 여전히 좋지 않은 짓이랜다.

다음으로 비료도 말이다.
질소 성분은 영양성장(자기 자신)에 필요하고, 칼륨이나 인 따위는 생식성장(꽃과 열매)에 주로 필요하다고 하는데..
식물한테는 소변이나 심지어 막걸리· 맥주 같은 술도 양분이 될 수 있다. 단, 조건은.. 물을 많이 타고 희석해서 줘야 된다.

사람이 바닷물을 마시면 갈증이 해결되지 않고 목이 더 말라지고, 오래 굶은 사람한테 묽은 죽이 아니라 음식을 갑자기 많이 먹이면 탈이 나서 죽는다고 하는데.. 식물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너무 찐한 걸 갑자기 흡수하면 똑같이 탈 난다.

식물에게 뿌리를 정조준해서 오줌을 찍 싸는 것은 주변의 위생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농도가 너무 짙어서 식물에게 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뿌리에 직접 닿지는 않는 밑동 근처에다가 퇴비나 알비료를 묻는 것 정도로는 내 경험상 별 문제가 없고, 식물에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특히 잎이 누래지고 시들어 가던 자그마한 호박 줄기가 갑자기 잎이 확 커지고 색깔이 짙은 초록색으로 바뀐 것에는 내 경험상, 비료빨이 큰 기여를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2/10/08 19:34 2022/10/08 19:34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76

우리 주변의 자연 세계가 성경이 말하는 죄로 인한 저주를 받지 않았다면.. 우리가 인지하는 생화학이라는 분야의 과학 관찰 결과는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인간의 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더 길고(창5, 사 65:20) 육식동물들도 초식을 했을 거(사 65:25)라는 건 좀 고전적인 이야기이다. 더 생각해 보면...

(1) 식물이 더 빨리 쑥쑥 큼직하게 잘 자랐을 것이다.
힘들게 밭 갈고 잡초 뽑고 약 치지 않아도, 유전자 다양성과 면역력을 몽땅 삼싸먹으며 마개조 학대에 가깝게 품종개량을 하지 않아도.. 식용 열매가 큼직하게 많이 잘 맺혔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호박이 자라는 걸 가까이에서 관찰해 보니 이 생각이 절실히 들더라.

(2) 동식물에 지금 같은 원인 모를/악질적인 병충해가 없었을 것이다.
식물의 적은 식물이고 서로 견제하고 말려 죽이고 독을 만들어서 내뿜고.. 우한 괴질 같은 이상한 바이러스가 생긴 걸로도 모자라서 자꾸 이상한 변이가 생겨나는 거 말이다.
이런 메커니즘의 과학적 디테일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이런 것도 성경적으로는 응당 죄의 저주가 야기한 결과이다.

(3) 모기가 흡혈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난 예수님은 성육신했던 당시에 더운 여름에도 모기에 물려서 피를 빨리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4) 인간 포함 동물의 배설물이 지금 같은 끔찍한 외형과 악취를 내뿜지 않고, 시종일관 그냥 태변과 비슷한 형태였을 것이다.

(5) 인간 포함 동물의 사체가 지금 같은 끔찍한 외형과 악취를 내뿜지 않고, 그냥 죽은 식물이 말라 비틀어져 분해되는 것과 별 차이 없이 분해됐을 것이다.

그래서 만해 한 용운은..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것은 똥, 그보다 더 더러운 건 시체.. (+ 그보다 더 더러운 건 네놈들의 마음)"라고 그랬었다. 이건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모두 굉장히 잘 통찰한 발언이다!

이 정도면 혈액도 그렇고.. 뭔가 단백질의 분자/원자 구조 차원의 왜곡이 발생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나님이 3천여 년 전의 옛날 사람인 욥이 아니라 양자역학과 DNA 분자생물학을 아는 현대의 물리학자 생물학자 등등에게 다시 나타나셔서 욥기 38~41장 사이의 배틀을 뜬다면 어떤 질문을 하실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하다..!!!

"내가 태초에 공간의 중심을 중성자로 채웠을 때 넌 어디에 있었느냐? 알고 있다면 말해보아라. 중성자의 붕괴는 전자와 양성자를 낳고 원소를 생성시키는데 그 중성자 붕괴의 반감기는 누가 정했느냐?" 아마 이런 식으로 얘기가 나올 테니까.. =_=;;

신의 창조를 믿는 사람들은 진화론을 막 하나님을 부정하는 사탄적인 생각 이런 식으로 매도하고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정도까지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고 여겨진다.
진화론은 무신론보다는 죄의 저주를 받은 이 자연 세계에서 존재하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과 죽음을 관찰하면서 만들어진 이론이고, 그 관찰 자체는 과학적으로 명백히 사실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기원 말고 생명의 "분화" 말이다.

지금 자연에 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지적설계의 산물 "만" 있는 건 절대 아니기는 마찬가지이다.
모기의 흡혈은 말할 것도 없고..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다 남의 알을 밀어내고 자기 알 슬쩍 낳는 습성도 그럼 하나님이 처음부터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일까?
마냥 적대시하고 대립할 게 아니라, 그림이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게 바람직한 문제 접근 방식이라 여겨진다.

그럼 다음으로, 위의 (1)에서 논했던 식물의 생산력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인간은 4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사를 지어서 식물의 몸체나 과육을 주식으로 먹으며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 공업을 위한 석유, 물, 희소 화학 원소뿐만 아니라 저런 농작물 종자도 전략 안보 물자인 게 주지의 사실이다.

오늘날은 과학 기술이 발달해서 식량 생산이 획기적으로 늘었으며, 지구에서 50억을 넘어 80억 인구를 부양 중이라고 그런다. 질소 합성법을 개발하고 오랫동안 어마어마한 품종 개량까지 한 덕분이다.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는 건 인간의 욕심이나 정치·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지, 절대적인 식량 생산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난 도시 촌놈 농알못이다 보니, "그럼 열매 먹고 남은 씨 중에 큼직하고 소금물 아래로 가라앉는 걸 아무거나 심으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일부 곡물은 종자 회사가 특단의 생산력 마개조 최적화를 한 종자를 매년 구입해야 된댄다.
그 최적화는 당대에만 유효할 뿐, 후대로 유전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걔가 맺은 과육 안에 들어있는 씨를 또 뿌려 갖고는.. 원래 종자와 동등한 양과 질을 지닌 열매가 절대로 맺히지 않는다.

인간들이 도대체 식물에다가도 무슨 짓을 하길래..???? 그냥 비료 주고 약만 치는 게 아닌가 보다.
그렇다고 종자 회사가 악의적으로 종자에다가 터미네이터 락을 건 것은 아니고.. 단순히 유전적인 특성이 계속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력이 떨어지는 거라고 한다.

군견이나 경주마 같은 건 체력 좋은 우수한 놈이 대대로 계속 나오도록 혈통을 특별히 보존한다고 하는데 옥수수 종자는 어떻게 관리되나 모르겠다.
이 품종 개량이라는 게 죄로 인한 땅의 저주를 근본적으로 완전히 풀어 버린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저 조건부로 일사적으로 우회· 회피만 했을 뿐이다.

각종 산기슭이나 강변의 공원 공터에 '무단 경작 금지'라는 팻말이 붙은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남의 사유지라면 당연히 무단 경작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어차피 누구의 땅도 아니고 야생 자연을 재현해 놓은 곳에다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식물을 좀 심어서 가꾸는 게 왜 문제이고 금지인 걸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조차도 현재 세상의 자연이 에덴 동산 같은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관상용 꽃, 풀, 나무 따위를 심는 게 아니라 먹을 만한 열매를 얻기 위한 작물을 심으려면, 주변 환경을 있는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조절과 변형을 많이 가하고 물과 온도, 영양분 튜닝을 많이 해야 한다.

냄새 나는 퇴비를 잔뜩 뿌려야 하고, 쓰레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비닐 등 각종 구조물을 설치해야 하고, 병충해 대비를 하느라 심지어 독한 농약도 쳐야 한다. 게다가 작정하고 이런 식용 작물을 재배하는데 겨우 한두 그루만 심지는 않을 테고..
결국은 작은 텃밭이라도 농작물이 자라는 곳은 천연 자연과는 다른 장소가 되어 버린다. 이는 공원의 설립 취지를 망치므로 금지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과육을 많이 내는 쪽으로 품종개량된 작물은 야생에서는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집돼지가 멧돼지에 비해 야생에서 제대로 생존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온통 시퍼런 식물들로 가득한 동남아시아 열대우림 정글이 정작 '녹색 사막'이라고 불리며 광합성 산소 공급 이외에 실질적인 인구 부양은 못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땅에 임한 천연 자연에 대한 저주의 증거인 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 농사의 특성이 자연의 특성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감을 잡았다면..
강가나 공원 등, 적당히 흙 밟을 수 있고 수풀 우거진 곳이라고 해서 각종 음식물 쓰레기--그것도 축축하고 냄새 나는 것--를 함부로 버리거나 파묻고, 심지어 방뇨까지 하면서 “어차피 다 거름이 될 거니까 괜찮다” 이러는 게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사고방식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음쓰나 배설물이 썩고 분해되면 물론 거름이 되기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하루 아침 한두 시간 만에 뚝딱 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흉측한 비주얼과 악취, 벌레, 위생 문제 뒷감당은 어찌 하려고?
거름을 만들 거면 자기 텃밭이나 뒷간, 아니면 정말 사람이 아무도 없는 첩첩산중에서나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공공장소에서는 자제해야 한다.

심지어 천연 퇴비 말고 화학 비료도 마찬가지다. 화학 비료는 당장 공기 중에서 악취를 풍기거나 세균과 벌레를 꼬이게 하지 않는다. 분해가 잘 되지 않는 플라스틱 같은 물질이 아니며, 중금속이나 농약 같은 유독성 물질도 아니다.

얘는 흔한 편견과 달리, 성분 자체가 식물이나 인체나 환경에 해로운 게 아니다. 단지, 식물에게 필요한 영양 성분이 일부만 '너무 많이' 들어있어서 문제이다. 그래서 잉여 분량이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물에 씻겨 들어갔을 때 부영양화를 야기해서 수중 생물을 공멸시킨다.

다시 말해 얘는 환경에 문제를 끼치는 방식이 다른 여느 인공 화학 물질과는 좀 다르다. 어찌 보면 식물계의 정크푸드 인스턴트 식품인 건지도 모르겠다. 당장은 싼 가격에 풍부한 영양을 공급하고 효과도 있지만..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건강이나 환경을 해칠 위험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말이다. 식물계의 도핑 약물까지는 아니고 가공식품에 가까운 듯.. ㄲㄲㄲ

이런 이유로 인해 농지가 아닌 공원이나 텃밭 수준에서는 농약과 마찬가지로 화학 비료의 사용도 금지된다. 허나, 현실에서는 이런 걸로 영양을 팍팍 주입하지 않으면.. 농사에 들인 노력 대비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는 과육이 풍부하게 많이 맺히질 않는다. 병충해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러니 식량을 생산하는 논밭은 평범한 자연과는 형태가 좀 다른 곳이 될 수밖에 없다.

이상이다.
잡초 및 병충해와 싸우며 힘겹게 자라고 있는 텃밭의 호박이나, 새끼들 데리고 산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아 다니는 멧돼지들이나.. 다 "창조 세계가 지금까지 함께 신음하며 고통 중에 산고를 치르는"(롬 8:22) 사례에 속하는 것 같다.
그에 비해 인간들이 너무 먹고 살기 힘들어서 결혼도 출산도 기피하는 건 성격이 약간은 다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6/05 08:35 2022/06/05 08:35
, , ,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28

신기한 자연 현상

1. 극도로 맑고 조용할 때만 보이고 들리는 것

주변이 너무 조용하면 설마 사람 눈알 돌아가는 소리까지 들린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파리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특히 평소에 존재감이 전혀 없던 벽시계에서 주기적으로 째깍 째깍 하는 소리가 들리게 된다. 그 정도면 컴퓨터의 냉각팬 돌아가는 소리도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청각이 아닌 시각 버전을 생각해 보면.. 온갖 잡다한 광공해 없이 칠흑같이 어두운 깜깜한 밤 하늘에는 일단 별이 잘 보일 것이다.
하늘이 미세먼지 없이 엄청 맑고 밝고 청명할 때 높은 곳에 올라가면.. 성남시 언덕에서 63빌딩까지 보이고, 북한산 정상에서 어디 인천까지 보이고 북한 개성 송악산이 보인댄다(맞나..?).
쓰시마 섬의 전망대에서 부산 광안대교가 보이고, 배가 수평선 아래로 서서히 넘어가는 게 보여서 지구가 한없는 평면이 아니라 둥글다는 것도 인지할 수 있다.

저런 거시적인 것 말고도,
한겨울 밤... 춥고 건조하고 칠흑같이 깜깜할 때 텐트 안에서 담요와 옷이 쓰윽 접촉하면 정전기 때문에 그 뽀도독~ 소리가 나면서 아주 작게나마 스파크라고 해야 하나 불꽃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반짝거리는 걸 볼 수 있다. 신기신기~
이런 것도 평소에는 볼 수 없는데 특정 조건이 충족됐을 때만 제한적으로 보이는 것의 범주에 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 불을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끄기

촛불이나 그에 준하는 작고 약한 불은 훅 불어서 연소 가스를 날려 버리는 것만으로도 끌 수 있다. 그러나 알코올 램프 정도만 돼도 불어서 끄는 건 할 짓이 못 되며, 큰 장작불은 후후 불면 공기 공급이 잘돼서 오히려 더 강해진다.

다음으로 적당한 규모의 불은 다른 물건을 덮어서 짓눌러서(?) 공기를 차단함으로써 끌 수 있다. 가령, 알코올 램프는 불이 붙어 있어도 생까고 뚜껑을 덮어서 끄면 된다. 그리고 물에 적신 담요 같은 걸 덮어서 불을 끄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불을 덮는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못하거나 불길이 너무 크고 거세다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불이 꺼지기는커녕 덮으려고 투입된 물건이 먼저 타 버리기 때문이다.

훅 불어서 끄는 게 가능한 불의 상태, 그리고 물보다 비열이 낮은 다른 고체를 덮어서 불을 끄는 게 가능한 조건 같은 걸 물리/화학적으로 고찰해서 수식으로 표현 가능한지 모르겠다. 이런 건 물을 끼얹거나 소화기를 분사하는 것보다 덜 과격하고 비파괴적인 소화 방법이라 하겠다. (불을 껐던 자리에서 곧바로 다시 불을 켤 수 있는..)

연소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손쉽게 불을 켜고 화력을 조절하고, 원하는 때에 연료의 공급을 차단해서 불을 바로 끌 수도 있는 가스레인지가 얼마나 대단하고 편리한 물건인지 알 수 있다. 연료가 처음부터 유체 형태이기 때문에 이런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오죽하면 로켓 엔진은 액체 연료 기반이냐 고체 연료 기반이냐에 따라서 특성과 개발 난이도가 크게 달라질 정도이다.

3. 벽이나 천장을 오르는 곤충

소금쟁이가 물에 뜨는 이유나 새가 전깃줄에 앉아도 감전되지 않는 이유 이상으로 굉장히 신기한 게 있는데..
바로 개미, 파리, 모기 같은 곤충이 중력을 거슬러 벽은 물론이고 심지어 천장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발을 디디는 비결이다.;; 이놈들은 그 상태로 휴식까지 취한다~!

과거에는 다리에 거친 털이 나 있어서 천장이나 벽의 울퉁불퉁한 면과 결박(?) 고정을 해서 안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더 정밀하게 관찰을 해 보니 휘발성 강한 극미량의 접착액을 분사하기도 한다는 게 상당히 최근에 밝혀진 것 같다.

이 흔해 빠진 현상조차도 공짜로 저절로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곤충이 죽어서까지 벽이나 천장에 영원히 붙어 있지는 않는다는 것도 생각해 보자. (압살 당해서 파편이 눌러붙은 건 논외.. -_-) 살충제를 뿌리면 땅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그럼, 곤충의 그 접착액을 무력화시켜서 벽이나 천장에 착지하지 못하게 하는 약품이 개발되면 곤충을 잡기가 훨씬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상상을 초월하게 가벼운 곤충한테는 인간 급의 동물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고유한 역학이 적용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물에도 부력이 아니라 표면장력으로 뜨는 것처럼 말이다.
벼룩이 자기 키 대비 수십 배를 점프할 수 있고 개미가 자기 체중보다 몇백 배 더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른다고는 하는데.. 그건 곤충만의 미시세계 역학 하에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인간 스케일의 생물에게 적용 가능한 건 아니다.

여담이지만, 곤충은 죽는 모습도 남다르다. 압살 당하지 않고 살충제 같은 걸로 곱게(..) 죽는다면 어김없이, 약속이나 한 듯 99.9%에 가까운 확률로 언제나 배를 위로 드러내고 180도 벌렁 자빠진 채로 죽는다. 그 이유도 생각보다 깔끔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4. 식물 뿌리와 물

대다수의 육상 식물은 아무래도 씨앗이 흙 속에 파묻힌 채 있다가 싹이 난다. 잎과 줄기는 땅 위로 올라가지만 뿌리는 더 아래의 깊은 흙 속으로 내려간다.
그렇기 때문에 흙 속에 파묻힌 뿌리 쪽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인간 같은 지상 동물이 알기는 쉽지 않다. 식물의 뿌리는 도대체 어떤 원리로 물과 양분을 흡수하며, 뿌리 주변의 흙은 성분이 어떻게 바뀌는 걸까? 심지어 무게가 어떻게 달라질까?

건물만 해도 위로 올라가는 높이에 비례해서 아래로 터를 엄청 깊게 다져야 하듯, 지상에서 큰 덩치를 자랑하는 식물들은 지하의 뿌리도 왕창 깊고 넓게 내려 있다. 뿌리가 그야말로 땅 속을 몽땅 접수해서 무슨 돌덩이도 아닌 것이 흙을 꽉 붙잡고 있는다.;; 세포 분열이 만들어 낸 진정한 프랙탈을 보고 싶으면 가지가 아니라 뿌리를 보면 될 정도이다.

그러니 이런 식물은 조금만 커지고 나면 일반적인 완력으로 뿌리째 뽑아내는 게 불가능해지며, 손상 없이 딴 데 옮겨 심는 것도 극도로 어려워진다.
식물들을 다 베어내고 뽑아냈더라도 뿌리 밑동이 남아 있으면 잡초 같은 건 또 끈질기게 살아난다. 이런 게 많이 심긴 흙은 삽질을 해도 잘 파지지 않고, 또 빗물이 쏟아져도 흙이 잘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

흙을 붙잡아서 식물을 지지한 다음에 식물의 뿌리가 수행하는 역할은 다들 잘 알다시피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
식물을 잘 키우려면.. 특히 품질 좋은 열매를 많이 얻으려면 햇볕을 많이 쬐어 주고 물과 비료를 적절히 잘 줘야 된다.

단순히 잎이나 줄기가 아니라 열매를 만드는 건 식물의 입장에서 굉장히 힘들고 영양과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이다. 자기 자신이 살기 위한 일이 아니라, 열매를 먹는 동물을 이롭게 하면서 자기 후세 번식을 겸하는 이타적이고 숭고한 일이다. 하지만 식물은 신이 내려 준 본능을 따라 이런 일을 기꺼이 한다.

그런데 이것들은 부족하면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많이 주는 것도 문제이며 식물에 큰 해를 끼친다. 여기서 ‘많이’란 절대적인 양이랑, 단위 면적/시간당 투여하는 양을 모두 포함한다.

물이 제대로 빠지지도 않는 곳에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흙 속의 뿌리가 24시간 내내 수분에 쩔어서 축축하다 못해 뿌리가 숨을 못 쉬어 죽고 썩는 참사가 발생한다. 그러면 식물이 물과 영양 흡수를 못 해서 깡그리 시들고 죽어 버린다. 선의로 물을 많이 줬는데 도리어 식물을 잡게 된다.

그리고 물을 바가지로 무식하게 흙바닥에다 끼얹는 건 매우 안 좋은 방법이랜다. 샤워기/물뿌리개로 아주 살살 지속적으로 주는 게 적극 권장된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말이다. 우리가 밥을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는 게 몸에 좋은 것과 정확하게 같은 이치이다.

다음으로 비료도.. 퇴비건 고농축 알비료건, 빨리 빨리 흡수되라고 뿌리에다 직타로 묻혀 줬다가는 식물이 반대로 영양분을 밖으로 털리고 말라 죽어 버린다.
며칠 쫄쫄 굶은 사람이 죽 대신 고영양 음식을 허겁지겁 흡입한 것, 목 마르다고 바닷물을 잔뜩 마신 것, 비타민이 독극물 수준으로 너무 짙게 농축된 북극곰 간을 그대로 먹은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병들어 죽기 전까지는 배고프네, 목마르네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게.. 키우는 관점에서는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식물의 각종 내부 상태들이 계기판에 딱딱 표시됐으면 좋겠다. 자동차의 연료 경고등, 브레이크 경고등처럼 수분 부족 경고등, 양분 부족 경고등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_=;;

Posted by 사무엘

2022/03/01 19:34 2022/03/01 19:34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993

식물 이야기

지난 추석 때 산에서 벌초를 해 보니 동물과 식물의 차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이 들곤 했다.
톱과 낫으로 식물에게 하는 짓을 동물에게 그대로 했다간.. 그야말로 종류를 불문하고 처참한 광경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식물은 그렇게 베고 또 베어도 죽지 않고 끈질기게 또 자라난다.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 버리거나 약을 쳐서 화학적으로 말려 죽이지 않는 한 말이다.

식물은 동물 같은 고통을 느낀다는 개념 자체가 없으며, 한쪽에서 발생하는 질병이 다른 쪽에서는 전혀 위험을 일으키지 않는다.
생명을 지니고 있는데 동물과 식물은 그 근원이 어쩜 이렇게 서로 다를까 싶다. 식물은 죽어서 부패하는 과정도 동물(특히 빨간 피가 흐르는 것들)보다는 훨씬 덜 역겹고 덜 징그럽지 않던가..

그리고 한편으로.. 산에서 야생 전투모기에게 수십 군데를 물려서-_- 서울 모기와는 차원이 다르게 오래 가는 가려움과 붓기를 체험해 봤다.;;
모기에게는 사람의 이산화탄소와 땀 냄새가 마치 삼겹살 굽는 냄새처럼 느껴지기라도 하는 걸까? 그리고 모기도 단백질이 그렇게 궁하지 않을 때는(;;) 그냥 평범하게 식물의 진액만 빨아먹는다는데?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모기나 거머리가 사람에게 아무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피부를 찢고 피를 쪽 빨아 가는 기술은 인류가 아직 개발하지 못한(주사기..) 신묘막측의 영역이 틀림없다..;;
이런 일이 있었던 관계로, 오늘은 특별히 식물에 대해서 그 동안 관찰하고 생각해 온 여러 썰들을 풀어 보겠다.

1. 풋사과와 풋고추

우리말에서 '풋-'이라는 접두사가 활발하게 쓰이는 식용 식물이 사과와 고추 말고 또 존재하는가 모르겠다. 둘 다 '풋' 버전은 표면이 초록색이다가, 완전히 익은 놈은 빨간색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추의 경우, 빨간 고추는 너무 매우니 단독으로 우적우적 먹는 일은 사실상 없고, 다지고 갈아서 고춧가루나 다른 양념의 형태로 많이 먹는다. 그러나 초록색 풋고추는 복불복으로 아직 덜 맵기도 하기 때문에 얘만 단독으로 된장에 찍어 먹기도 하는 것 같다.

어떤 풋고추가 매운지의 여부를 외형만 봐서는 알 수 없으며, 내 경험상으로는 그냥 복불복 운에 의존해야 하는 것 같다. 다만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은 신빙성이 있다. 작고 홀쭉한 놈이 더 매울 가능성이 높으며, 반대로 큼직한 풋고추는 대체로 맵지 않더라.

한편, 사과의 경우 일부 초록색 껍질의 사과를 보면 마치 한국에서 흰 껍질 계란을 보는 것처럼 희귀· 희소함이 느껴진다. 이건 대놓고 설익은 풋사과를 딴 게 아니라 초록색 상태에서 여느 익은 빨간 사과에 준하는 맛이 나는 '아오리'라는 별도의 사과 품종이라고 한다.

배는 사과 같은 껍질의 색깔 변화도 없고, 내부가 공기에 노출되면 갈색으로 변색되는 것도 없으니..
금속으로 치면 철과 구리의 이온화 경향 같은 차이가 생물학적으로 존재하는가 궁금한 생각이 든다.

2. 억새

난 어린 시절부터 억새라고 하면 그냥 길다란 잎의 단면이 날카로워서 맨살이 베이기 쉬운 귀찮은 풀 정도로만 알아 왔다.
줄기에 뾰족한 가시가 숭숭 돋은 물건은 장미를 비롯해 여럿 있지만.. 잎이 저런 구조인 물건은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게 딱히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사실은 억새도 갈대처럼 꼭대기에 하얀 이삭들이 달려 있어서 언뜻 보기에 둘이 잘 구분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억새를 검색하면 둘의 차이점, 구분 방법이 잔뜩 걸려 나올 정도이다.
둘이 그 정도로 서로 닮았는지는 본인도 미처 몰랐다. 다만, 갈대는 물 주변과 습지에서 더 즐겨 서식하고 억새보다 키가 훨씬 더 크다.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는 1937년도 곡인 '짝사랑'이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으악새는 그냥 억새의 방언인지, 아니면 다른 조류 동물인지 심상이 중의적이어서 영원한 논쟁거리로 남아 있는가 보다. 작사자가 오래 전에 죽고 없으니 말이다.

옛날에 "화왕산 억새 태우기"라는 행사가 경남 창영에서 3년 주기로 개최되어 왔다. 그러나 딱 10년 전의 6회 때 불을 잘못 질러서 방문객이 5명이나 숨지는 참사가 터지는 바람에 이 행사는 영원히 폐지되었다.

3. 관목(灌木 shrub)

세상의 식물 중에는 가로수 같은 아름드리 나무가 아니고, 나팔꽃처럼 덩굴 줄기밖에 없는 부류도 아니고..
굳이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나무이긴 한데 나무라는 걸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키가 왕창 작아서 몸통이 안 보이는 물건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것을 관목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다 자라도 키가 2미터를 안 넘고 작고, 초록색 잎만 둥그렇게 무성하면서 줄기· 몸통이 안 보이는 작은 나무(?) 말이다.
길거리나 정원 같은 데서 조경용으로 맨날 보는 식물이니 하나도 생소할 것 없다. 어떤 도로에서는 길가가 아니라 정중앙에 중앙분리대 대용으로 이런 부류의 식물이 심겨 있기도 하다.

얘들은 지면까지 차지하는 부피가 골고루 크기 때문에 조밀하게 심어서 사실상의 울타리 역할도 한다.
내가 이런 식물의 존재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별로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하긴, 대나무는 잘 알다시피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과일과 야채의 경계도 많이 헷갈리는 편이다.

4. 잔디

정원을 구성하는 식물 중에서 나무, 관목보다도 더욱 키가 작고 지표면을 가장 낮게 덮고 있는 건 잔디일 것이다.;; 얘는 뿌리와 잎만 있지 줄기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허구헌날 밟히고, 초식동물에게 뜯어먹히지만 얘는 그래도 끈질기게 버티고 살아남는가 보다. 아 그러고 보니 땅뿐만 아니라 무덤 봉분을 뒤덮고 있는 것도 이런 부류의 잔디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땅에 잔디가 심어져 있으면 미관에 더 좋은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온도와 습도 조절이 되고, 운동 경기를 할 때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크게 줄여 준다. 또한, 돗자리를 깔 때도 밑면에 흙먼지가 덜 묻게 해 준다. 신이 창조해 주신 정말 고맙고 유용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잔디도 겨울에는 죽어서 누래지는 놈이 있는가 하면, 언제나 초록색이 유지되는 상록(?) 잔디 또한 있다고 한다.

5. 잡초

'잡초'라는 건 발효와 부패의 차이만큼이나 매우 인위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분류이다. 잡초라는 종이 생물학적으로 따로 있다거나, 얘들이 무슨 해충· 병원균 급으로 인간이나 자연에게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똑같은 초록색이라고 해서 모든 식물이 식용 가능한 건 아니다. 글쎄, 상추나 깻잎 같은 건 인간이 먹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모든 채소잎을 뜯어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심지어 초식동물조차도 아무 식물이나 마음대로 먹을 수 있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밀림· 정글은 녹색 사막이라고 불릴 정도로 보기보다 인구 부양력이 형편없다. 그냥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는 의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잡초는.. 광합성을 해서 산소를 만들고 뿌리로 흙을 붙잡아 두는 등 식물의 아주 기본적인 공통 역할을 하는 것 외에 딱히 인간에게 기여하는 게 없고, 심고 관리하지 않아도 자라기는 왕창 잘 자라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인간이 진짜로 재배하려고 하는 농작물(생산성이 더 높은)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잡초라고 불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잡초가 무성한 뻘밭. 잔디밭과 비교하면 풀들의 키부터가 들쭉날쭉이고 미관에 좋지 않다. 마치 난개발로 스프롤 현상이 심한 도시의 건물들 모습 같다.)

아니면 농사와 무관하게.. 그냥 아무것도 없어야 할 곳에 불쑥불쑥 불청객처럼 자꾸 자라고 생겨나기 때문에 잡초이다. 이런 잡초는 야외에서 시야를 가리고 미관을 해친다.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잡초라고 불릴 일은 절대 없을 테니, 식용 가능하지 않은 것은 잡초의 필수 조건이라 하겠다.

왜 하필 인간에게 별로 유용하지 않은 식물이 유용한 식물보다 억척같이 잘 자라는 걸까? 그 근본 이유를 성경에서 찾자면 인류의 타락과 더불어 "또한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리라." (창 3:18) 말씀을 펴야 할 것이다.
농사를 짓는다거나 육군 군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이런 녹색 괴물의 강인함과 생명의 끈질김에 줄곧 경악하게 된다.;;

6. 약품

끝으로, 식물에게 치는 약품은 다음과 같은 종류로 나뉘는 듯하다.

  • 영양제 또는 병충해 치료제: 대상 식물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
  • 농약: 대상 식물의 주변에 붙어서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해충· 잡초· 세균 따위를 제거하기 위해
  • 제초제· 고엽제: 대상 식물을 죽이기 위해

1번 영양제· 치료제는 혼자 성격이 많이 다르니 논외로 하고, 어떤 약품이 농약이냐 제초제냐 하는 것은 경계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에프킬라가 모기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궁극적으로는 해롭듯이, 그 끈질긴 잡초를 말라 죽게 하는 농약이 보호 대상 식물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다. 단지, 이로운 농작물이 죽기 전에 잡초를 먼저 죽게 해 줄 뿐이다.

골프장은 산을 깎고 많은 나무들을 베어내어야 만들 수 있지만, 내부의 깔끔한 잔디밭도 농약을 왕창 많이 쳐서 유지되는 것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다만, 도를 넘는 정도는 아니고 나라에서 전국에 등록된 골프장들을 상대로 관리 실태를(농약 사용량 같은..) 조사도 한다고 한다.

농약은 번개탄만큼이나 자살 수단으로 하도 많이 악용된지라 미성년자의 구매, 얼굴 안 보이는 인터넷 거래를 통한 구매가 전면 금지되어 있다. 뭐, 자살이 아니라 실수로 마신 경우도 있고, 또 음식에다 고의로 몰래 타서 남을 죽이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었다. 그러라고 만든 농약이 아닐 텐데..

그렇다고 위험하고 환경에 해롭다는 이유로 농약을 아예 안 쓰면 인류는 다시 옛날처럼 잡초와 병충해와 힘겹게 싸워야 하고 농산물의 가격은 수직 상승하게 된다. 친자연, 유기농만 고집하다간 후진국형 기생충과 전염병에 다시 시달리게 될 것이다.

농약은 잡초뿐만 아니라 병충해도 상대하기 때문에 살충제하고 성분이나 용도가 뭔가 호환되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가령, 그라목손은 살충제로 치면 DDT 같은 위상이랄까?? 너무 위험하고 장기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긴 했지만 당장 후진국에서 사람들이 말라리아 때문에 픽픽 쓰러지는 와중에 DDT보다 가성비 더 좋은 모기 퇴치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농약 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맨날 친자연을 외쳐도 애초에 자연이 인간에게 좋은 것만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하고 쉽게 돌아가는 게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9/12/23 08:34 2019/12/23 08:34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697

생물간에 이종교배를 하면 예전에 없던 새로운 종(종간잡종) 자체는 나올 수 있다. 동물의 경우 노새나 라이거가 대표적인 예이고 식물도 그런 예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교배했다고 원하는 형태의 잡종이 툭툭 튀어나오는 건 아니다. 가령, 감자와 토마토가 지상과 지하에서 동시에 열리는 포메이토 같은 건 SF 수준의 유전자 조작이 필요해 보이는데 만드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감자와 토마토 정도야 그냥 따로 키우면 되지, 왜 그런 이상한 생물을 가성비 차원에서 굳이 만들 필요가 있는지 필요성 자체조차 난 잘 모르겠다. 이런 거라도 만드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돼지를 채찍질 하는 게 유전공학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또한 잡종은 일반적으로 번식 가능하지 않다. 노새와 라이거는 유전자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에 이대로 대를 잇는 자손을 남길 수는 없다. 유전과 관련하여 나름 금도의 벽이 있는 셈이다. 이 분야에 대해 비전공자로서 본인이 아는 건 이 정도까지가 전부이다.

그런데 동물을 성질을 죽이기 위해 화학적으로 거세시켰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식물에다 특수한 처리를 해서 씨 없는 포도나 씨 없는 수박을 만든 건 정말 대단해 보인다. 프로그래밍으로 치면 치밀한 API 훅킹이나 문서화되지 않은 꼼수 기능을 동원해 불법복제 크랙을 만들거나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과 비슷해 보인다.

씨 없는 수박의 경우 씨가 아예 안 만들어지는 건 아니며, 검고 딱딱한 진짜 씨가 생기기 전에 하얗고 물렁물렁한 초기 단계의 씨 흔적 정도는 남아 있다고 한다. 이건 '뼈 없는 닭갈비' 같은 급은 아닐 테니까. 그래도 그런 씨의 잔재는 수박을 먹는 데 불쾌함을 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동식물을 막론하고 그 자그맣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씨에서 엄청난 동식물 성체가 자라난다는 건 손톱만 한 SD카드에 수 GB에 달하는 정보가 저장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자연 창조 섭리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그 열매 안에 씨가 안 생기도록 유전적인 제어는 또 어떻게 하는지 이 역시 신기한 영역에 속한 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도 이말년 본좌님의 압박..!! ㅋㅋㅋㅋㅋㅋ
단, 우 장춘 박사는 이미 일본인 학자에 의해 발명된 씨 없는 수박을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와서 소개했을 뿐이지, 통념과는 달리 그걸 최초로 발명한 분은 아니다.

우 박사가 업적을 남긴 분야는 따로 있다. 배추와 양배추를 교배해서 얻은 잡종이... '유채'라는 이미 존재하는 다른 제3의 종과 유전자 차원에서 완전히 동일함을 입증했다. 라이거와는 달리 번식에도 아무 문제 없다. 그게 유채에서만 어떻게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음. 어떻게 배추와 양배추를 교배했는데 배추와는 별 관계 없어 보이는 유채가 나오지?

유채는 공교롭게도 한국어와 영어에서 모두 이름과 관련된 우여곡절이 존재한다.
'유채'라는 단어는 한자어인데, 얘의 순우리말 이름은 웬 뜬금없는 '평지'이다. 물론 지금은 plain / flat land라는 한자어에게 소리를 완전히 빼앗겨서 유채를 저렇게 부르면 아무도 못 알아들을 듯하다.

영어로는 더 골때리게도 rape여서 흉악 범죄와 완전히 동음이의어이다! 욕설과 동음이의어인 ‘시발 자동차’가 차라리 덜 민망할 지경. 그래서 유채씨를 짜서 만든 식용유를 과거에는 rapeseed oil이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캐나다’라는 나라 이름을 일부 집어넣어서 ‘카놀라유’라는 새로운 마케팅 명칭이 통용된다.

우 박사는 이 유채를 연구해서 1930년대에 유전학적으로 '종의 합성'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 이 덕택에 종의 분화를 설명하는 다윈의 진화론이 일부 수정되고 보강됐다고 한다.
여느 외국인도 아니고 무려 한국인 과학자가 종과 종 사이의 변화를 실험으로 입증해서 U's triangle이라고 자기 이름을 학계에 남겼을 정도인데 이건 창조 진화 논쟁에서 꽤 중요한 사건이 아닌가? 특히 대진화를 믿지 않는 진영에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해명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창조과학(?) 진영의 아젠다는 진화란 소진화와 대진화로 나뉘며, 종과 종이 바뀌는 대진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반면 안티들은 대진화도 얼마든지 관찰되고 실험으로 입증되었는데 창조좀비들이 스스로 귀를 막고 눈을 막아서 반박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깐다.

창조 진영에서 말하는 "종과 종 사이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는다"라는 명제는 화학으로 치면 원소가 다른 원소와의 화학 반응을 통해서 다른 원소로 변하는 일은 없다는.. 그러니까 싼 물질에다 마술을 부려서 금을 짠~ 만들겠다는 연금술은 그저 떡밥일 뿐 그런 기술은 존재 불가능하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의 주장으로 보인다.

오늘날이야 원자보다 더 작은 단위(원자핵, 전자 등등)의 관찰과 조작을 해서 동일 원소의 동위원소도 논하며, 무슨 방사능 가속 실험실에서 새로운 원소를 너끈히 만들어 내고 심지어 이런 원소가 존재한다면 이런 특성을 갖고 있을 거라고 예측까지 가능한 세상이 됐다. 그러니 원소야말로 절대불변의 물질의 본질을 나타내는 경계 단위라는 통념은 엄밀히 말해 진작부터 깨져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기술 덕분에 원래의 목표이던 구리를 초원자 단위로 조작해서 금을 뚝딱 만드는 게 가능해지고 저렴하게 실용화됐나? 금값이 구리값과 대등하게 폭락하고 금융계에 일대격변이 일어났나? 그렇지는 않다는 거다. 극한의 환경에서 잠깐만 존재 가능하다가 0.1초 만에 원자핵이 붕괴해서 다른 원소로 변해 버리는 그런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를 하나 만들어 낸 게 학술적인 의미 이상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당장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인조 다이아몬드는 있어도 인조 금 같은 건 없다는 얘기다. 또한 인조 다이아몬드조차도 퀄리티나 제조 원가가 다이아몬드의 가격을 흑연의 가격과 동등하게 낮출 정도의 물건은 결코 아니다.

그러니 생물 쪽으로 가서 종을 원소에다 비유해 보자. 유채건 뭐건 그런 종간변화가 관찰된 것 자체야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종의 기원' 진화 이론이 바뀌었다고 해서, 원숭이건 뭐건 미지의 공통 조상이 진화해서 지적 생명체인 인간이 되었다는 그 비현실적인 확률을 설명하는 데 그게 실질적인 기여를 한 건 여전히 거의 없다.
그러니 창조 진화 논쟁은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서로 핀트가 어긋난 쪽만 공략하면서 소모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여전히 생명의 기원과 분화에 신의 창조가 들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물론 신의 개입이라는 건 과학으로 재연이나 설명 가능하지는 않다. 과학은 천체들이 뉴턴의 법칙대로 돈다는 것만 설명할 뿐, 처음에 누가 그 천체들을 만들어서 언제 그렇게 힘을 가해서 뺑뺑이 돌리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답을 주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달은 그 외형이나 특징이 너무 특이해서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지 아무래도 우연히 저렇게 만들어진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격이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할 것이 있다.
성경의 하나님은 생물, 생리, 천문 등 여러 분야에서 사람에게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지 말라는 법칙을 정해 놓았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들을 거스르고 금기의 벽을 깨고, 자신에게 당장 불편하다 싶은 건 안 불편하게 하는 기술을 그 좋은 머리로 꾸준히 개발해 왔다(전 7:29).

간단한 예부터 들자면.. '네 얼굴에 땀을 흘려야 빵을 먹으리니'(창 3:19)에 반대하여 땀 안 흘리고 편하게 일하려고 에어컨 같은 엄청난 냉방 기술을 개발했으며, '고통 중에 자식을 낳을 것이요'(창 3:16)를 무효화하려고 무통 분만 기술을 개발했다.
'땅을 일정 주기로 쉬게 하라'라는 명령을 어기려고 질소 합성법을 개발하여 식량 생산에 치트키를 입력해 넣었다.
인간은 땅과 첫째 하늘까지만 영역을 두고 사는 게 원칙이지만.. 알다시피 우주 개발도 진행해서 왕년에는 인간이 달에까지 갔다 왔다.

분야를 불문하고 이런 엄청난 일들을 벌여 온 인간인데 하물며 유전공학 쪽은 어련하겠는가?
성경의 하나님은 잡종· 이종교배를 통해 생명의 본디 프로토타입인 유전자가 교란되는 것을 명백히 싫어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레 19:19가 대표적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노새'라는 가축이 가성비가 뛰어나고 좋으니 잡종을 만들며, 그 밖에 어느 동식물이든 필요하다면 유전자 조작도 얼마든지 일삼을 것이다.

자, 그런데.. 이런 일체의 시도 자체가 다 나쁘기만 할 것일까? 그걸로 인해 무슨 성경이나 하나님의 권위가 깎이기라도 하는 걸까?

하나님의 법칙을 자꾸 거슬러서 인간이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보이지 않는 대가를 치르고 삽질하는 것이야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이고 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더운 여름에 에어컨이 발명된 것 자체를 저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주 개발을 하느라 돈지랄 하는 걸로 다른 사회 복지에나 좀 투자할 것이지!" 뭐 정치적으로 이런 이견이 제기된다면야 그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우주 개발 덕분에 월석의 특징이 밝혀지고 천왕성과 명왕성 사진이 공개된 것 자체를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비록 그런 것들이 하나님의 법에 도전하는 영역일지언정 과학 기술 자체는 거대한 칼과 같아서 기본적으로 가치 중립적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뿐이다. 크리스천이 전쟁 무기를 생산하는 회사에 다니는 걸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듯, 유전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내지 NASA에서 근무하는 항공 우주공학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전혀 없다.

기독교 변증법 중에서 좀 구차하다면 구차하지만, "인간이 지금까지 밝혀 낸 지식이 이것밖에 안 되는데 그 영역의 밖에 있는 신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게 있다.
그런데 이런 논리는 대상을 외계인으로 바꿔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며, 난 둘 다 말이 된다고 본다. 몇백억 광년에 달하는 방대한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인간밖에 없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으니 SETI 프로젝트도 하고 옛날에 외행성 탐사선에다가 외계인들 있으면 보라고 금속판도 집어넣는 쇼를 한 것이다.

물론 본인은 크리스천으로서 이 방대한 우주에 지적 생명체는 인간밖에 없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여긴다. 허나 그건 내 믿음일 뿐이니, 하나님을 믿는 믿음만큼이나 외계인을 찾는 그 심정은 동의하진 않더라도 동일하게 기회를 보장해 주고 존중해 줘야 한다고 본다. 그 시도 자체를 종교의 힘으로 봉쇄하고 강제로 찍어누르는 건 옛날 갈릴레오 재판 같은 병신짓을 재연하는 것일 테고.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을 내리자면 이렇다.
다른 분야들도 그렇겠지만 과학과 종교 사이의 논쟁을 보면 양 진영들이 진실을 서로 다른 쪽에서 부분적으로만 갖고 있으며, 상대방을 향해서 뭔가 헛발질만 일삼는 게 눈에 많이 띈다. 원거리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말이 안 통하니, 서로 빡치고 감정만 상해서 결국은 인신공격을 일삼는 백병전으로 논쟁의 양상이 바뀐다.

본인은 창조과학(?) 쪽이 문자적인 6일 창조를 목숨 걸고 사수하는 것 하나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창 1~3이 허구 설화라고 매도하고 하루가 원어로는 어떻고 헛소리 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허나 예전부터 내가 우려해 왔듯이 창조과학 진영도 다른 데서 쓸데없는 적을 만들고 삽질하는 게 너무 많아서 역효과가 크다. 과학과 성경 어느 하나도 확실하게 방어를 못 한 채 쓸데없이 저격당하고 털릴 구실을 많이 주고 있다.
자기들이 삽질해 놓고는 감당 못 하겠으면 딤전 6:20 "거짓으로 과학이라 불리는 것"이라는 실드 뒤에서 정신 승리하고 쏙 숨어 버리는 식이니 누가 인정해 주겠는가? 아무리 목적이 선하다고 해도 그럼 창조 과학조차도 "거짓으로 과학으로 불리는 것"일 가능성은 없을 줄 아는가??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지금 기독교회들은 진화론 걱정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노아의 홍수의 과학적 증거가 발견됐네 그딴 걸 한가하게 논할 때가 아니다. 과학에 앞서 자기들 본업인 성경 해석 노선부터가 진영별로 다 찢어지고 파편화돼 있다. 이게 해결되지 않는 한 창조과학회 식의 문제 접근 방식은 세속 과학계를 절대로 설득할 수 없고 논쟁을 이길 수 없다고 난 장담한다. 자기 코가 석 자라는 것부터 알고 정신 차려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성경과 과학 논쟁의 핵심에 있는 '간극'이고 말이다. 이전 세상의 멸망을 지질학· 천문학과 결부지어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성경 용어와 루시퍼의 타락 같은 자기네 교리 체계부터 정립하는 게 선행돼야 할 것이다.

제발 쓸데없는 논쟁 헛발질은 하지 말고... 상대방의 의견을 반대하더라도 그 의견이 정확하게 뭔지는 알고서 반대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창조 진화 논쟁은 여느 정치· 종교 분야 논쟁만큼이나 서로 덕 될 게 없어 보인다.
신자들은 인간이 저렇게 도발적인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무슨 하나님이나 성경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거라는 속좁은 생각은 하지 말고, 오히려 걔네들 위에서 여유롭게 "그래 종과 종 경계도 얼마든지 그렇게 흔들릴 수 있지. 하지만 그래 봤자 부처님..은 아니고 하나님 손바닥 안일 뿐이야" 이렇게 상대하려면 과학 지식과 성경 지식이 모두 균형 있게 갖춰져 있어야 할 텐데.. 쉬운 일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이상, 지난 여름에 수박 먹으면서 문득 들었던 잡생각을 글로 정리해 보았다.

* 여담 1: 우 장춘, 석 주명, 공 병우 박사

우 장춘 박사는 일본에서 고생 잔뜩 하고 자라면서도 공부 엄청 열심히 해서 과학자로서 성공했고, 또 해방 후에 우리나라에서도 일체의 물욕과 명예욕 없이 너무 우직하게 학자의 길, 농학자 외길만 고집한 존경스러운 분이다.
사적으로 쓰라고 준 돈도 몽땅 영농 선진화 연구를 위해 종자를 구입하는 데 쓰거나, 연구소에 물을 대기 위해 우물을 파는 작업을 발주하는 비용으로 써 버린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그 와중에 그래도 자식 농사도 잘 지어서 딸은 미국에서 저명한 대학 교수가 돼 있다. (영문학자+수필가인 피 천득의 딸도 외국에서 대학 교수인데.. 그것도 부친 같은 문과가 아니라 물리학과로!)

나비 박사 석 주명은 6· 25 전쟁 때 표본 데이터도 날리고 서울에서 아군의 오인 사격으로 인해 참 원통하고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지만, 우 장춘은 생활권이 일본과 부산 사이여서 그런지 6· 25의 포화도 직접적으로 맞지 않고 잘 생존한 듯하다. 농작물뿐만 아니라 수목 쪽으로도(산림 녹화) 공헌한 숨은 과학자들이 여럿 있는데, 언젠가 이런 분들에 대해서도 다룰 일이 있으면 좋겠다.

한편, 공 병우 박사는 애초부터 한반도 북부의 실향민이기도 하고 6· 25 때 이북에 끌려가기까지 했다가 월남했다.

* 여담 2: 당신은 어느 레벨인가?

(1) 이 세상은 우연히 저절로 생긴 게 아니라 신에 의해 창조된 거다.
이 정도야 뭐 물증이 없더라도 심증상으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증명도 반증도 가능하지 않은 신념의 영역이니 누가 뭐라 할 사람 없다.

(2) 이 세상은 신에 의해 지금으로부터 6천여 년 전에 엿새 만에 창조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의 입장은 “지금 현 세상이 그때 그렇게 창조된 거지 그게 우주 전체의 완전 첫 기원을 말하는 것은 아님”이다. 6일 창조만 이용해서 모든 기원을 갖다붙이고 노아의 홍수만으로 모든 지질 시대 격변을 설명하다 보면, 결국은 어거지가 등장하고 생물학뿐만 아니라 지질학 천문학까지 여러 분야와 적을 만들게 된다.
많고 많은 크리스천 과학자들이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결국 유신론적 진화론을 동원하거나 '하루'의 문자적 해석을 부정하게 된다. 성경의 용어 정의는 놔두고 관점을 바꿔서 "세상들"을 분리할 생각은 왜 안 하는 걸까? 성경을 바르게 나눌 줄 모르기 때문이다.

(3) 지구는 가만히 있고 태양 포함 다른 행성과 별들이 지구를 돈다. 일명 천동설.
성경에는 여호수아와 히스기야 시대에 그림자의 회전이 잠시 멈추었다는 기록이 있긴 한데, 내가 보기엔 그것도 차라리 지구의 자전을 중단시키는 게 태양의 공전(?)을 중단시키는 것보다는 구현하기 더 쉬울 거 같다. -_-;;

(4) 지구는 납작 평평하다.
설마 '땅의 원 위에 앉으신 이'(사 40:22) 내지 '땅의 네 모퉁이'(계 7:1) 같은 걸 flat earth의 근거로 갖다붙인 건 아니겠지.. 3~4 때문에 1이나 2(부분)까지 도매급으로 비웃음과 조롱 당할까 심히 두렵다.
1~4를 두고 생각나는 한자성어와 속담이 있다. ‘화사첨족’. 잘 그린다고 하니까 뱀 발까지 그린다.

Posted by 사무엘

2016/11/16 08:28 2016/11/16 08:28
, , , , , ,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295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049209
Today:
229
Yesterday: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