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비행기 조종

공군 관계자 인맥 덕분에 작년 여름에 한번 만져 봤던 경비행기 조종 시뮬레이터를 약 반 년 만에 또 조종할 기회가 있었다.
귀한 기회를 제공해 주신 분은 현역 시절에 KF-16 전투기의 베테랑 조종사였고 사업용 비행기 조종 면허까지 갖고 있는 그야말로 넘사벽급의 항공 전문가이다.

비행기 조종 면허는 자가용 < 사업용 < 운송용의 순으로 레벨이 올라간다. 상위로 갈수록 취득을 위해 적립해야 하는 단독 비행 시간 경력도 기하급수로 늘고(수십, 수백, 천수백 시간 순) 되기가 더 어려워진다. 자가용은 경비행기 정도 몰면서 자기 혼자 아니면 가족· 지인 몇 명을 무료로 동승시켜서 비행하는 것까지만 가능하다. 사업은 남 또는 남의 물건을 돈 받고 비행기로 운송하는 게 허용되는 최소한의 등급이다. 굳이 운송이 아니더라도 남에게서 돈 받고 자기 혼자 경비행기로 항공 촬영 같은 걸 해 주는 것도 사업의 영역에 속한다.

운송용 면허까지 따야 항공사에 취업을 할 수 있으며, 수십~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2명이서 조종하는 거대한 여객기를 조종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경력을 왕창 쌓아서 궁극적으로 여객기 기장이 될 수 있다. 이쪽 바닥의 진입장벽이라는 게 저렇다.

저 조종사 어르신의 경우 애초부터 민항사 진출에 별 관심이 없고 공중전 전투교리만 연구하는 뼛속까지 군대 체질이어서 사업용 수준인 거지, 단순 실력과 짬으로 치자면 마음만 먹으면 운송용 면허도 얼마든지 취득 가능한 상태이시리라 생각된다. 실제로 저분은 조종장교로 들어오는 공군 후배들이 다들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민항사만 생각하지 테스트 파일럿이나 항공 방산업체 등 더 다양한 길을 생각하지 않는 걸 아쉬워하셨다.

지난 여름에 첫 실습을 했을 때는 전혀 모르거나 눈치를 제대로 못 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행기는 단순히 뜨는 게 목적이 아니라 공중에서 자세 제어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실감한다.

(1) 단발 프로펠러기는 조종간을 놓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기체가 서서히 쏠린다. rolling이니 자동차로 치면 전도· 전복에 해당한다. 자동차가 D 상태에서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앞으로 슬금슬금 나아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인가 싶다.
헬리콥터는 기체가 로터의 회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걸 상쇄하려고 아예 꼬리날개를 달아야 할 정도인데, 그런 특성이 고정익 프로펠러기에도 어느 정도 있구나. 쌍발 이상이어서 프로펠러가 좌우로 짝수 개 달린 비행기라면 각 프로펠러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게 돼 있지 싶다.

(2) 비행기 조종석엔 페달이 두 개 달렸는데, 자동차처럼 브레이크/액셀은 아니고..;; rudder이라고 불리는 왼쪽/오른쪽 브레이크 겸 방향타이다. 조종간으로만 방향 조절을 하는 게 아니다. 조종간은 좌우로 돌려서 roll(좌우로 갸우뚱)을, 앞뒤로 당기거나 밀어서 pitch(상하로 끄덕끄덕)를 바꾸는데, 방향타로는 본격적으로 yaw(좌우로 설레설레)가 가능하다.

그리고 자동차와는 달리 비행기의 페달은 상부와 하부의 부위 구분도 있다. 공중에서 비행 중일 때와 지상에서 활주 중일 때 방향을 바꾸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랜딩기어 바퀴 자체는 구동축도 없고 방향을 전환하는 조향 장치도 없다. 단지 양쪽 추력을 불균일하게 줘서 마치 탱크가 조향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조향한다. (무한궤도도 일부 바퀴만 돌리는 건 불가능하니까.)

이륜차는 앞/뒤 브레이크 손잡이가 따로 있는데 따로인데 비행기는 좌/우가 그런 식으로 달린 구조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엔진 출력을 낮춰서 속도가 낮아지면 비행기가 확실히 더 조종이 잘 안 되고 내가 마음먹은 것만치 움직이지 않더라. 그런데 착륙을 하려면 그 속도를 낮춰야 한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절차가 된다.

  • 하강할 때 기수를 낮추는 것과 엔진 출력 줄이는 걸(조종간과 스로틀 레버) 어떻게 조화를 맞출지,
  • 선회를 할 때 조종간과 페달을 어떻게 조화를 맞출지,
  • 언제쯤부터 착륙 준비를 해서 속도와 고도를 조절하는 게 좋은지, 연착륙-경착륙-추락-_-의 경계는 무엇인지.

뭐 이런 것들이 아직 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
그래도 자동차 운전 연습을 다시 하는 느낌이고.. 비행기 조종은 재미있었다~!.

2. 콩코드 생각

옛날에 전설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잘 알다시피 매우 작았다. 좌석 배열은 그냥 고속버스와 동일한 줄당 2*2이었으며 한 대에 승객이 100여 명 남짓밖에 못 탔다. 그 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로 인해 창문도 과장 보태면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크기여서 밖을 보기가 어려웠다.

이것 말고 콩코드가 오늘날의 양산형 아음속 여객기와 기술적으로 다른 점은 '델타익 + 터보 제트 엔진' 형태라는 것이다(아음속 여객기들은 후퇴익 + 터보 팬). 이것은 민항기보다는 전투기에 더 가까운 면모였다.
큼직한 델타익은 구조적으로 양력을 더 많이 발생시키고 실속의 위험이 적으며 연료를 실을 공간도 더 많이 확보해 준다. 그러나 이런 날개에는 플랩 같은 보조 양력/항력 발생 장치를 장착할 수 없어서 날개 자체의 받음각만으로 항공역학적인 조절을 해야 한다.

이 말인즉슨, 콩코드는 동체의 자세로 큰 받음각을 만들어야 하며, 여느 여객기들보다 더 가파른 각도로 뜨고 내려야 함을 의미한다. 콩코드가 이륙 때 앞의 부리/주둥이를(?) 아래로 숙이는 기능이 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인데, 그 기능이 왜 필요한지는 본인도 지금까지 잘 모르고 있었다. 초음속 비행을 위해서 무슨 엔진의 물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처음부터 고각으로 가파르게 이륙해야 하나 정도로만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콩코드는 뾰족한 부리를 보면 학처럼 생기긴 했는데, 동체와 랜딩기어 사이의 다리(?)도 굉장히 높고 길쭉해서 마치 학의 다리를 연상시킨다. 이 역시 이착륙 때 기수를 드는 각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렇게 설계된 거지 싶다. 그렇게 동체를 높게 유지하지 않으면 기수가 앞부분부터 확 들릴 때 동체 뒷부분이 땅과 접촉하여 긁히는 테일 스트라이크 사고가 날 테니까 말이다.

그 반면, 비행기들 중에서도 군용 수송기는 콩코드와는 디자인 형태가 정반대이다. 랜딩기어 다리가 극단적으로 짧으며, 동체가 워낙 낮아서 날개가 동체의 제일 높은 부위에 달려 있을 정도이다(날개 밑에 달린 엔진이 바닥을 긁지 않게 하려고).
걔네들은 별도의 탑승교 없이 험지에서 화물 적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바닥을 의도적으로 낮게 만든 것이다. 버스로 치면 저상 버스인 셈이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뿐만 아니라 착륙할 때도 뒷부분부터 앞부분의 순으로 땅에 닿는 이유를 그저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정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수준으로 완전히 감을 자고 이해하고 있다면 항공역학에 대한 감이 상당히 잡혔다고 볼 수 있겠다. 난 솔직히 아직 좀 알쏭달쏭함..;  추락 사고가 날 때는 비행기가 앞부분부터 먼저 땅에 닿곤 한다.

그나저나, 과거에 미국 팬암 항공사에서 콩코드를 운용한 적이 있었나 하는 착각이 들려 한다. 걔네들이 왕년에 아무리 잘나갔어도 그 정도 돈지랄을 하지는 않았으며, 콩코드는 공동 개발사인 영국과 프랑스에서만 대서양 건너 미국을 왕래하는 항공편에서 운용했다. 태평양을 건너기에는 항속 거리가 부족했으며(안습 연비..), 미국 같은 대륙의 국내선으로 굴리기에는 내륙에서의 초음속 비행이 허용되지 않아서 여러 모로 무리였다(지상에까지 전해지는 소닉 붐 피해).

하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에서는 팬암에서 우주왕복선까지 날리는 장면이 나오긴 한다만 그건 SF 작가의 상상에만 그치고 실현되지 못했다. 팬암은 망했고 우주왕복선도 다 퇴역했으니...
오리지널 팬암이 망한 것과 구소련이 망한 것, 그리고 우리나라가 UN에 정식 가입한 때는 모두 1991년으로 비슷한 시기이다.

3. 보잉 시리즈

기술이 발달하면서 비행기는 20세기 중반이 채 되기 전에 복엽기에서 단엽기로 바뀌었으며, 어지간한 대형 여객기라 해도 엔진이 4발기가 아닌 2발기가 대세가 됐다. 자동차로 치면 요즘 DOHC 4기통 2000cc급 차가 옛날의 SOHC 6기통 3000cc급 차량보다 더 뛰어난 출력을 내고 연비는 더 좋은 것과 비슷한 급의 발전이다.

보잉 707은 4발 터보 제트 여객기였다. 굉장한 옛날 비행기인 관계로, 엔진이 4개나 달렸지만 여전히 협동체였다. 단지 좌석 배열을 2*2에서 3*3으로 키운 것에 의미가 있다.
727은 보잉이 만들었던 최초이자 최후의 유일한 3발기이다. 하지만 가성비가 떨어지고 단점이 많다는 점으로 인해 단종됐다.
737은 오늘날까지 보잉이 생산하는 여객기 중 덩치가 가장 작은 놈이지만 가성비가 좋아서 전세계의 저가 항공사들로부터 매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엄청 많이 팔렸다.
747은 1970년대에 개발된 최초의 대형 광동체 여객기이며 707을 제외하면 7xx 시리즈들 중 유일한 4발기이다. 일명 '점보'라고도 불리며 보잉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A380이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였다. 2층에도 일부 객실이 있다(A380은 2층도 일부를 넘어 1층과 거의 대등한 규모의 객실 있음)

757은 보잉에서 개발한 협동체 여객기 중에서 가장 큰 놈이다.
767은 보잉에서 개발한 광동체 여객기 중에서 가장 작은 놈이다. 하지만 757과 767은 어중간한 포지션으로 인해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777이 그 뒤로 중대형 중장거리 여객기로서 초대박을 쳤다. 2발기이니 수송 능력이 747과 동급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엄연한 광동체에다 최신 기술이 적용되어 2엔진만으로 4엔진에 준하는 성능과 항속거리를 달성했으며, 747보다 경제성이 훨씬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787은 777과 비슷한 체급을 계승하는 후속 여객기로, 보잉에서 개발 중이라고 한다.

보잉 7xx의 역사가 컴퓨터로 치면 마치 80x86 이런 CPU의 역사를 보는 것 같다.
80186이 유독 위상이 특이하고 존재감이 없는 것처럼(애초에 PC용이 아니었음), 보잉 717도 위상이 특이하고 존재감이 없는 듣보잡이다. 717은 보잉이 예전에 인수한 맥도넬 더글러스 사에서 개발한 항공기를 그것도 1990년대 말에 잠깐 끄집어내서 생산하다가 말았던 소형 쌍발 여객기에 붙여진 모델명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4/05 08:36 2017/04/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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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협동체와 광동체

철도에는 잘 알다시피 궤간(케이프/협궤 1067, 스티븐슨/표준궤 1435 등)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런데 여객용 비행기에도 기체의 폭(그리고 크기도 덩달아)을 구분하는 간략한 잣대가 존재한다.
바로 협동체와 광동체.
객실에 복도가 한 줄로만 존재하는 기체는 협동체이고, 두 줄 존재하는 기체는 광동체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육상 교통수단들은 버스든 열차든 선택의 여지 없이 복도가 한 줄만 존재하는 협동체이다. 차로의 폭과 궤간의 제약에 곧장 걸리기 때문이다. 2-2가 가장 무난하고 보편적이며, 우등 고속버스나 KTX 특실 정도만이 2-1이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우리나라 철도엔 2-3짜리 아주 불편하고 열악한 객차도 있긴 했는데 다 지나간 옛날 이야기이다.

배야 그런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넘사벽급의 대형화가 가능하니 논외이다.
그 반면 비행기는 폭에 관한 한, 둘의 중간 위상에 속하는지라 한 줄 아니면 두 줄이라는 구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협동체는 2-2 또는 끽해야 3-3이 보통이다. 그러나 광동체는 2-4-2, 3-3-3, 3-4-3 등의 좌석 배치가 가능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항공 교통 시장이 커지고, 한번에 승객을 최대한 많이 태우는 비행기가 개발되어야만 했다.
허나 비행기는 무슨 열차처럼 길이를 무한정 길게 할 수 없다. 비행기를 무슨 굴절 아코디언 버스 같은 형태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기체가 너무 길어지면 택싱 때 활주로의 최소 회전 반경에 걸리고 공항 격납고 같은 주기(駐機) 시설의 크기에도 부담을 끼친다.

그럼 높이는 어떻냐는 발상이 나온다.
육상 교통수단 중에는 2층 버스도 있고 국내엔 열차 중에 ITX-청춘 같은 2층 열차가 있다.
더구나 활주로 같은 공항 시설들도 위쪽은 뻥 뚫린 하늘이니, 비행기의 높이를 살짝 높이는 것은 항공역학적인 문제만 없으면 현실적으로 가장 제약이 덜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오늘날은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드디어 실제로 에어버스 A380 같은 2층 여객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옛날에는 비행기에서 2층 객실은 전좌석의 비상 탈출구 설치 요구조건을 만족할 수 없어서 이마저도 여의찮았다.

민항기에는 “비상시에는 인근의 비상구를 이용하여 기내의 모든 승객이 90초 안에 밖으로 탈출이 가능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최근의 아시아나 항공 소속 여객기의 착륙 사고(추락 사고가 아니다)를 통해서도 이 규정의 중요성이 잘 부각되어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객실이 2층이 되면 이게 쉽사리 가능해질까?

그러니 길이와 높이 다음으로 비행기의 몸집을 미묘하게 더 키우기 위해 폭이 고려되었으며, 그 결과 한 줄에 10명 정도를 실을 수 있는 광동체 여객기가 개발되었다. 비행기는 무슨 열차 수준으로 폭을 꽉 맞춰야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어차피 비행기의 실질적인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날개의 폭이나 수직미익의 높이 같은 극단적인 요소이다. 그런 규격을 건드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동체의 크기만 살짝 키운 것은(나머지는 엔진의 성능 같은 걸로 보강?) 기존 공항이나 격납고에서의 운용에 별다른 문제를 끼치지도 않았다고 한다.

역사상 최초로 상업용 양산에 성공한 ‘광동체’ 여객기는 그 이름도 유명한 보잉 747이다. 그러고 보니 인텔의 80x86 CPU만큼이나 보잉도 그냥 숫자만으로 제품명을 정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경쟁사인 에어버스는 앞에A자라도 붙이는데.. (에어버스가 그럼 AMD인 거냐!)

보잉 747은 에어버스 A340, A380과 더불어 엔진이 4개 달린 얼마 안 되는 비행기이기도 하다. (외형을 보면, 날개 하나에 팬이 2개 달려서 총 4개. 단, 엔진들이 양 날개에 균일한 간격과 위치에 놓여 있지는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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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거의 모든 비행기들은 양쪽에 하나씩 그냥 2개이며, 요즘은 광동체급의 대형 여객기도 그러하다.
자동차 엔진도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2000cc만으로 30년 전의 3000cc 이상급 엔진의 출력을 내는데,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되겠다.

물론 A380은 워낙 덩치가 크기 때문에 응당 4엔진이다. 보잉 747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2. A380

747은 1등석-비즈니스석을 없애고 전부 이코노미로 개조할 경우 520여 명이 탈 수 있다. 일본은 실제로 그렇게 개조를 한 뒤 747을 국내선에다 굴리고 있다.
일본은 신칸센 열차를 5분 간격으로 지하철처럼 굴리고, 지하철도 출퇴근 시간엔 좌석을 접고 모든 승객을 입석으로 만들어서 굴리기까지 하는 콩나물 시루 같은 나라이다. 비행기도 그런 식으로 운영하는 게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닐 듯.

그런데 A380은 800에서 무려 1000명까지도 탑승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진짜 KTX 수준이다. 그 인원을 태우고 선로 위를 달리는 게 아니라 아음속으로 하늘을 난다니..;; 747은 조종석과 특실만 2층이지만, A380은 아까도 말했듯이 실제 2층 객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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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985년에 일본에서 JAL123 추락 사고가 난 뒤로는 단일 기체에 500명이 넘는 너무 많은 인원을 태우는 건 안전상 꺼리는 분위기가 일어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다 옛날 이야기가 됐나 보다.

3. An-225 화물기

그럼, A380보다 더 큰 비행기가 설마 있을까?
항덕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안토노프(Antonov) An-225라는 수송기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이다.
이건 크고 아름다운 걸 추구했던 구소련 시절의 산물이다. 냉전 시절에 차르 봄베라고 해서 세계에서 가장 큰 핵무기를 만들어 실험용으로 터뜨린 동네도 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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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225는 1988년에 단 한 대밖에 생산되지 않은 명물이다.
저 정도 크기면 탱크, 우주왕복선 등.. 무거운 기계류들을 못 실을 게 없었을 것이다. 정작 미국은 거대한 자기네 우주왕복선을 747 개조 수송기로 날랐는데 말이다.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듯.. An-255는 엔진이 무려 6개가 달려 있다!

활주로에 끼치는 무게 부담을 줄이려고 랜딩기어는 7열로 늘어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행기가 한번 착륙하고 나면 어지간한 공항의 활주로는 열과 충격 때문에 남아나질 못했다고 한다. 이륙하는 데도 3km가 훨씬 넘는 긴 활주거리가 필요하다.

저게 우리나라에 올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An-225급의 비행기가 무사히 뜨고 내릴 수 있는 공항은 국내에서는 인천 공항의 4km짜리 제3활주로밖에 없다고 한다. 원래 이 광활한 활주로는 A380을 모시려고 만들어진 신설 활주로이다.

4. 비행기 조종 면허

자동차의 운전 면허 체계는 최소한의 유동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대형차 면허는 소형차 면허도 덩달아 포함하는 구조이다.
그리고 면허는 차체의 크기뿐만 아니라 차량의 성격(개인용/영업용),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승차 인원수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1종 보통 면허로 승합차는 15인승까지밖에 못 몰지만, 트럭은 대형 버스급의 11톤까지도 몰 수 있다.

그러나 비행기 조종은 그렇지 않다. 소형이든 대형이든 무조건 단일 기종만 몰 수 있다. 747로 면허를 딴 파일럿은 오로지 747만 조종할 수 있지, 비슷한 급의 광동체 여객기라고 해서 787이나 767 같은 건 조종할 수 없다. 그렇게 조종 면허를 상호 호환시키기에는 비행기의 내부 구조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영세/저가 항공사들은 보유 기종을 무조건 보잉 737 같은 식으로 통일하는 게 필수이다. 다양한 기종이 존재하면, 골치 아파지는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민항기 시장에 신규 업체가 진출하려면 “자사의 기체는 보잉 xxx 면허와 완전 호환” 이런 식으로 선전을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과거에 에어버스가 처음 끼고 들어올 때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3/07/10 08:38 2013/07/1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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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면 철도 매니아라면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철 차량을 납품한 국가(알스톰)를 바로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는 철도뿐만이 아니라 항공 분야에서도 우리나라와 깊은 인연이 있다. 그 내막을 들어 보면 놀랄 것이다(이미 상식 차원에서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과거에 지구를 누비는 민간 여객기(특히 대형)를 만드는 회사는 오로지 미국 보잉 사밖에 없었다. 독점이었다.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물건을 만들어 낼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곳이 지구상에 흔할 수가 없으니까.
실제로,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단일 건축물(위에 천장과 지붕이 있는-_-)은 바로 보잉 사의 비행기 생산 공장이라고 한다. 뭐, 미국 국방성도 무지하게 크고 아름답다고 하고, 또 미국 모처에 있는 퇴역 전투기 야적장도 가히 억소리 나는 규모라고는 하던데. 아무튼..;;

1970년대가 되자 이 민간 여객기 시장에 프랑스, 영국, 독일이 연합하여 끼어들었다. 그들이 세운 회사는 그 이름도 유명한 에어버스. 독일과 영국에서 부품을 만들어서 이들을 프랑스가 최종 조립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연구해서 콩코드만 만든 게 아니라, 독일까지 끌어들인 후 더 실용성이 높은 아음속 여객기도 개발해 낸 셈이다. 비행기 하나 개발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이 들었을까?

허나, 비행기는 잘 알다시피 가히 상상을 초월하게 비싼 물건이며, 다른 어느 교통수단보다도 주행 중의 risk가 크고 안정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에어버스 여객기가 개발된 뒤에도, 보수적인 기존 항공사들은 지금까지 무난하게 안정성이 검증되어 온 보잉 비행기를 그냥 이용하지, 역사 짧은 파릇파릇한 회사에서 갓 만든 비행기의 도입을 꺼려 왔다.

우리나라만 해도, 최근에 도철(SMRT)에서 음 사장의 주도하에 야심차게 지하철 전동차를 자체 개발했지만, 수출은 고사하고 정작 근처의 서울과 인천시에서조차도 품질을 못 믿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이었던 걸 기억하라.
지하철이 가다가 선로 위에서 좀 멈춘다고 해서 승객이 다칠 리도 없겠건만, 그 안전한 철도 차량 도입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닌데 하물며 여객기는?
그래서 에어버스 여객기는 '홈그라운드'인 영국, 프랑스, 독일 국적의 항공사에서밖에 이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이윤은커녕 언제쯤 개발비나 제대로 뽑을 수 있으려나 하는 상황이었는데 1979년, 우리나라의 대한 항공이 꽤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변화를 꾀한다는 명목으로 에어버스 항공기를 대량 도입하여 이를 국내선과 아시아권에서 무사고로 성공적으로 잘 운영한 것이다. 그래서 에어버스가 세계에 널리 보급되고 민항기 시장에서 보잉 사와 대등한 양분 구도를 차지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프랑스로서는 한국이 이보다 더 고마울 수 없었다. 당시의 대한 항공의 회장(겸 한진 그룹 회장)이던 故 조 중훈 씨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프랑스에서 굉장히 높은 등급의 훈장을 받았으며, 그 뒤에도 프랑스를 방문이라도 한다치면 거기서 완전 국빈급 예우를 받았다고 한다. 보통은 자국의 고위 정치인 또는 군 장성이나 받을 법한 등급의 훈장을 외국의 민간 기업인이 받은 것이다. 덧붙이자면 그의 아들도 나중에 프랑스에서, 아버지의 것보다는 등급이 낮지만, 훈장을 받았다.

뭐, 그가 매국 행위라도 해서 외국에서 훈장을 받은 것도 아니고, 국내 기업을 외면하고 외국 기업을 선택한 것도 아니었으니, 어쨌든 한국과 프랑스에서 모두 해피엔딩 스토리를 만든 것이고 잘 하긴 한 셈이다. 한때는 대한 항공이 사고를 많이 내서 특히 1997~99년 사이엔 1년 간격으로 비행기를 한 대씩 깨먹은 흑역사가 있는데, 그건 다 보잉 기종이었고 에어버스 기종은 아니었다. =_=;;;

이런 와중에 미국과 유럽에 이어, 잘 알다시피 중국까지도 항공· 우주 산업에 본격 뛰어들었으니 무서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이공계 육성 다시 좀 하려나. ㄲㄲㄲㄲㄲㄲㄲㄲ
심지어 나로 호도 차라리 러시아가 아닌 중국과 공동 연구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돌 정도이다.

유럽 국가 중에서 프랑스는 상술했듯이 우리나라의 철도와 항공하고 이런 깊은 인연이 있고,
관련 국가로 또 이탈리아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차라는 현대 포니를 디자인한 사람은 쥬지아로라는 이탈리아 디자이너이고,
아시아 음반으로서 세계를 석권한 88 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작곡한 사람도 이탈리아 사람
이다.
뭔가 한국적인 정체성이 느껴지는 작품에 이런 외국인의 손길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

Posted by 사무엘

2011/05/30 08:21 2011/05/3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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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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