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한번씩 했던 말들이긴 하지만 그걸 이런 식으로 나열하고 한데 대조· 비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주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니 이렇게 한번 더 개념을 정리하도록 하겠다.

1. 비킹: 예정 vs 자유의지

난 기회가 된다면 킹 제임스 진영의 밖에 있는 제도권/일반 교회 신자와 다음 주제들에 대해 언제든지 진지하게 토론해 보고 싶다.

  • 님 다니는 교회· 교파에서는 예정과 자유의지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
  • 구원의 영원한 보장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
  • 선과 악을 분간 못 하는 어린 아기는 병이나 사고로 죽으면 어찌 될까? 이런 의문에 대한 댁들의 생각은 어떤가..?

난 이 주제에 대해 극도로 단순화시켜서 비약해서 말하자면..
"십자가 이전에는 알미니안(자유의지), 그 이후부터는 칼빈(섭리, 예정, 영원한 구원)"설을 개인적으로 지지한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과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뜻을 분간한다.

성경에는 당연히 절대자 하나님의 주권과 재량, 예정이라는 게 있다.
그래서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마다 환경 처지가 제각각이고 신체· 지능 리소스도 제각각이다. 하루 종일 일한 품꾼이건 마감 1시간 전에 온 품꾼이건 동일한 일당을 받았다는 포도원 비유도 있다. 모태신앙 구원도 있고, 십자가 강도 같은 끝물 구원도 있다.

(1) 그러나 이건 개개인의 구원 여부가 엿장수 마음대.. 아니, 하나님 마음대로라는 얘기가 아니다.
미리 아심도 있고 구원받은 사람의 신분 변화가 '예정'된 건 있지만, 그게 로보트 마냥 개개인의 구원 여부를 말하는 건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예정을 수학 집합에다 비유하자면 원소나열법이 아니라 '조건제시법'이다. 울나라 법에다 비유하자면 특별사면이 아니라 일반사면을 말하는 거다.

"파라오의 마음을 더 강퍅하게 만들겠다" 이건 스스로 삐딱서니 타기 시작한 악인의 벡터의 크기 정도나 하나님이 더 키워 버리시겠다는 얘기이다, 아예 벡터의 방향을 마인드 컨트롤 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시험이나 함정수사는 기회제공일 뿐, 아예 대놓고 죄 지으라고 꼬드기는 범의유발이 아니다.

어떤 경우건 "신이 누구누구는 처음부터 죄인 역할극을 하게 만들려고, 지옥불로 떨굴려고 창조했다", "하나님이 악도 필요해서 같이 창조했다" 같은 식의 결론은 난 절대절대 지지하지 않는다.

아 그래서 하나님이 악도 필요해서 아우슈비츠 수용소 독가스실도 냅두고, 북괴 정치범 수용소도 저렇게 냅두고 731 부대와 캄보디아 킬링필드도 다 묵인한 건가?
그러면 죄의 책임이 인간이 아니라 신에게 있는 꼴이 된다. 그런 하나님 믿으라고 불신자한테 복음을 참 잘도 전할 수 있겠다.

저걸 믿을 바에야 차라리 진화론이 낫다!! 진화론은 "서로 죽고 죽이고 속고 속이고 중독시키고 말려 죽이는 자연의 적자생존 약육강식을 신이 만든 게 아니라면 오랫동안 스스로 진화해서 저리 된 거다"라고 이렇게 변명하는 거라도 있다! 알겠는가?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죄악까지 전부 하나님이 의도한 빅픽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건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착각하는 거다.

(2) 이와 같은 맥락으로.. 아기· 영유아가 병이나 사고로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가 도대체 신학적으로 왜 논란이고 논쟁거리인지 난 이해되지 않는다.
예수님 탄생 당시에 헤롯 왕에게 학살당했던 2살 이하 아기들이 다 원죄 때문에 지옥 갔다면.. 나는 정말 기독교 안 믿었을 거다. 나부터가 부끄러워서라도 그런 신 믿으라고 주변에 못 전한다.

성경에 따르면 그 어떤 흉악범죄자라도 회개하고 예수 믿으면 죽어서 천당 갈 수 있다. 반대로 예수 안 믿고 자기 죄 가운데 죽었다면 그 범죄자를 체포한 경찰이나 사형 판결을 내린 판사 검사, 심지어 그 범죄자에게 희생당한 피해자라 해도 지옥 간다.
이건 불신자 입장에서는 선뜻 동의나 납득이 안 될 수 있지만, 이게 기독교 교리이다. 허나, 이런 기독교조차도 예수님을 선택하거나 거절할 능력조차 아직 없는 아기까지 몽땅 지옥으로 보내는 미친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

(3) 내가 간극 재창조를 적극 지지하는 이유도 겨우 젊은 지구 오래된 우주 같은 과학 연대기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6천 년 전 6일 창조가 전부라면 사탄 마귀는 도대체 언제 창조됐고 언제 타락했는데? 인간은 죄를 짓는 바람에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고 후손들이 대대로 고생하게 됐구만, 그럼 저놈은 언제 어디서 반역해서 무슨 처분을 받았는데? 최소한 인간보다는 훨씬 더 큰 스케일의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 않는가?
이게 이전 세상의 멸망과 간극 없이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러니 성경에는 하나님의 주권 예정도 있고, 인간 쪽의 자유의지도 있다. 가중치가 반반이고 상호 보완적이다. 마치 예수님의 인성과 신성, 세 분과 한 분.. 빛의 입자성과 파동성.. 거의 그런 급이다. 서로 자기만 옳다고 피터지게 싸울 주제는 아니어 보인다.

이것 말고도 킹 진영과 비킹 진영 간에는 교회와 이스라엘(유대인)의 관계, 전천년주의 vs 무천년주의 같은 관점도 차이가 있다. 더 깊게 들어가면 세대주의도 나온다만, 이 이슈는 이 글에서는 일단 논외로 하련다. 벌써 글이 너무 길어졌으니 말이다.

2. 킹: 영어 vs 원어

자, 킹 제임스 진영은 한킹이고 흠정역이고 표킹이고 어느 역본 진영을 가건, 위에서 논했던 저런 교리 문제는 그럭저럭 다 일치한다. 이견이 없고 교통정리가 돼 있다. (적어도 난 그런 걸로 알고 있음) 나는 저 관점이 매우 합리적이고 건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좁디좁은 진영을 지지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킹 제임스 진영들이 시급하게 필요한 게 뭐냐 하면.. 원문과 원어, 원어와 영어 사이의 개념정리 교통정리이지 싶다.
이게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자체적으로 승패가 가려지질 않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작은 킹 진영들이 더 쪼개지고 분열되는 거다. 그러면서 자기 역본이 제일 짱이네 하면서 도토리 키 재기 대립이 끊이질 않는다. 이거 심각한 지경이다.

일단, 원문 레벨은.. 정말 더 말이 필요하지 않다.
루터고 칼빈이고 옛날 종교개혁자 대선배들은 마 5:22가 "누구든지 자기 형제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화내는 자"라고 적혀 있는 바른 본문 계열의 성경을 봤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오늘날의 비킹들은 그렇지 않다. 그냥 무조건 화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

요일 5:7 요한의 콤마 삼위일체 구절도 마찬가지. 비킹이 삭제한 게 아니라 오히려 킹이 후대에 첨가한 거라고 반박하는 분도 있다. 근데.. 이때는 킹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아예 가톨릭 예수회의 두에 랭스 성서조차도 이 구절이 들어가 있었다. 빼면 뺐지 도대체 누가 언제 왜 뇌피셜을 펼쳐서 첨가를 했다는 말인지..??

킹 유일주의를 반대하고 반박하는 그 어떤 목사, 신학자도 벧전 2:2가 "말씀의 젖을 사모하라, 영적으로 자라려면"이 틀렸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려면"이 사본학적으로(?) 맞다고 자신의 학자적 양심과 손모가지를 걸고 맹세하는 사람..? 난 못 봤다.

이런 것들 말이다. 이건 번역 오역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원문 내용이 변개되고 달라진 사항이다. 다시 말하지만 옛날 칼빈이나 루터나 에라스무스 이런 사람이 번역했거나 봤던 성경이랑, 지금 현대인들 대다수가 보는 성경이 이런 건 서로 같지 않다. 이런 문제에 관해서는 나는 킹 쪽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말씀 보존 학회가 다른 행실이나 언변에서 제아무리 깽판을 쳤어도 걔네들이 이 주제에 관해서 말하는 건 절대적으로 맞다. 나는 저쪽을 지지한다.

자 여기까지는 한킹 흠정 표킹 어느 진영들도 일치한다. 그러나 그 뒤에 번역을 함에 있어서 영어와 원어의 비중을 서로 어떻게 둘 것인가 하는 것에서 또 예송 논쟁 노론 소론, 탕수육 부먹 찍먹 같은 당파싸움이 벌어져 있다.

내가 예전에도 말했지만, 이 바닥 대안 성경 1호라 할 수 있는 말보회 한킹은 영어 킹을 그대로 곧이곧대로 중역한 성경이 아니라, 영킹과 동일한 원어 대본을 번역하고 영킹을 일부 참고만 한 성경이다. 그래서 여기에 만족하지 못해서 원어 누룩(?)을 좀 뺀 게 흠정역이고, 흠정역보다도 더 과격하게 영어 직역을 추구한 역본이 표준역.. (심지어 도량형까지 마일, 파운드 그대로 썼을 정도로. =_=)

예를 들자면 "영어로 같은 단어이면 우리말로도 (가능한 한 어지간해서는 몽땅) 다 같은 단어로 번역돼야 한다", "it came to pass도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 "God forbid는 하나님이 금하신다라는 뜻을 넣어서 번역해야 한다" 이런 거 말이다. 영어 KJV는 영어권 화자에게만 최종 권위인가, 아니면 원어 원문과 대등한 전세계의 최종 권위인가???

사실 성경 원어 원문은 우리 생각 이상으로 꽤 함축적이고 모호성이 많다. 뜬금없이 나오는 it he 대명사가 뭘 가리키는지 애매한 게 많고, 시제가 과거 미래 중 뭔지, 대화 인용이 어디까지이며 어디부터가 내레이터인지.. 알쏭달쏭한 게 많다.
이런 부분에서 한킹은 영킹과 자잘하게 미묘하게 일치하지 않는 게 있다. 그러니까 오역 변개는 분명 아닌데 어쨌든 영킹과는 미묘하게 다른 이게 오로지 영킹 최종 권위 순수주의(!!!) 성향인 분들한테는 성이 안 차는 거다. =_=;;

그럼 원어가 헷갈릴 때는 무조건 영킹대로 번역만 하면 되느냐? 그런데 영어는 또 영어만의 중의성이 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자면 전치사. for을 '위하여'라고 할지, '인하여'라고 할지?? of나 in은 또 얼마나 뜻이 다양한가?
제아무리 교리적인 편견 없이 기계적으로 곧이곧대로 번역만 했다고 한들, 교리와 해석을 전혀 가미하지 않고 번역을 옳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킹 제임스 영어는 현대 영어와는 뜻이 달라진 것도 여럿 있고, 이럴 때도 번역자의 해석과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제아무리 영킹이 단어 뜻을 스스로 정의하는 내장사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반대로 엄밀한 뜻 구분 없이 단순히 운율이나 패러프레이징 차원에서 비슷한 단어를 일부러 다르게 늘어놓은 것도 있다. slay와 kill, create / form / make 같은 거.

시간과 지면이 부족하고 이 블로그는 킹이나 비킹, 심지어 불신자까지 다 보는 공간이니 내가 내막을 자세하게 다 늘어놓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거 상황이 생각보다 복잡하다. 앗싸리 오로지 영킹 그대로 번역만 할 수 있다면 모든 문제가 진작에 해결됐을 텐데 그것도 아니니 참 문제다.;;

그러니 이 동네에서는 아까처럼 예정이냐 자유의지냐 이런 거 논쟁은 할 필요 없고, 그 대신 비킹 입장에서는 정말 상상도 못 할 희한한 주제를 갖고 논쟁을 벌이는 지경이다.

아 끝으로.. 영킹에 하나님 영감이 또 짠~~ 임했건, 자필원문에 임했던 영감이 번역과 필사 과정에서도 쭉 내려오고 '보존'되어 왔건.. 결과물은 어쨌든 지금 우리말 성경도 영감으로 주어져 있다는 얘기 아니냐?
이거 갖고도 너무 쓸데없이 머리 쥐어뜯고 싸우지는 말자구우~~ 아멘!

Posted by 사무엘

2024/10/30 08:35 2024/10/30 08:35
,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356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983382
Today:
1119
Yesterday:
1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