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철도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철덕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주제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여객 열차의 이름의 변천사이다. 열차의 이름은 그 열차의 차종을 식별하는 동시에 등급을 식별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위상이 조금 모호하다. 철도는 고속버스나 비행기처럼 출발지와 도착지만이 중요한 point-to-point 수송 교통수단이 아니라 중간 정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정차 빈도에 따라 속도의 편차가 큰 여러 열차 등급이 존재할 수 있다.

1899년에 우리나라에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하고 1905년에 경부선이 개통했을 때는 고유명사라 불릴 열차의 이름 같은 건 딱히 없었다. 그냥 빠르다는 수식어가 붙은 ‘급행열차’라는 용어만이 쓰일 뿐이었다. 프랑스의 떼제베(TGV)가 거창한 뜻이 담겨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아주 빠른 열차’가 전부이듯이 말이다. 증기 기관차로 경인선 제물포-노량진이 1시간 40분 가까이 걸렸고 지금의 서울-부산뻘인 경부선 서대문-초량이 17시간이나 걸렸지만, 그 시절엔 그것만으로도 속도 혁명이라 불리기 충분했다.

그 해 5월부터는 서울-부산이 14시간대로 단축된 특급 열차가 운행을 시작했지만, 아직 그것만을 식별하는 명칭은 없었다.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가 원 태우 의사에게서 짱돌을 맞아 얼굴을 크게 다친 게 1905년 11월이니, 그건 바로 이 열차의 탑승 중에 발생한 사건일 것이다. 열차의 표정 속도가 아직 시속 30km를 채 못 넘어서 지하철보다도 느리던 시절이다. (그나마 요즘 지하철은 1km를 채 못 달리고 정차를 반복하면서도 그런 표정 속도를 내는데!) 그러니 그 시절엔 열차 밖에서 돌을 던져서 열차 안의 승객을 맞히는 게 가능했다.

한국 철도에서 최초로 고유명사 이름이 붙은 열차는 1906년 4월 16일부터 경부선을 달리기 시작한 ‘융희호’이다. 이것은 망해 가던 대한제국의 연호에서 따 온 명칭이다. 서대문-초량을 11시간 만에 주파했으니 경부선 개통 직후의 열차 운행 시간인 17시간에 비하면 상당히 빨라진 것이고 사실 KTX 개통 전까지 다니던 청량리-부전 전역정차 통일호보다도 빨랐다 (12시간 반이나 걸리던 1221 열차)! 표정 속도는 30km/h를 드디어 돌파하여 지하철을 따라잡았고, 최고 속도는 60km/h 정도에 진입했다.

융희호의 중간 정차역은 KTX 개통 전에 정차를 좀 많이 하던 경부선 새마을호와 얼추 비슷한 수준(8~9개역?)이었다. 여객 취급뿐만 아니라 물과 석탄 보충을 위한 정차도 불가피했다. 그러나 가감속이 병맛인 증기 기관차로 통일호만치 정차를 많이 했다간 그 속도를 절대로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때는 ‘융희’라는 이름을 반으로 쪼개서 서울 방면 상행은 ‘융호’라고, 부산 방면 하행은 ‘희호’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때는 경인선과 경부선이 두 말할 나위가 없이 단선이고 열차 운행도 몹시 드물었기 때문에 특정 열차에 곧바로 고유한 이름이 붙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엔 물가 대비 열차 운임이 지금보다 훨씬 더 비쌌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서민들은 장거리 여행을 하려면 지금으로 치면 고속버스나 KTX가 아니라, 비행기 정도는 타는 각오를 하고 열차를 타야 했다. 박리다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이동이 빈번한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지금도 일본은 본토의 열차 운임이 사철 위주이고 비싼 걸로 악명 높은데 그 시스템이 식민지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실제로 일제가 조선 땅에서 철도를 운영하여 벌어들인 수익은 굉장한 흑자를 냈다고 한다.

융희호가 첫 운행한 건 한강 철교가 완공되고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가는 경의선이 개통한(1906년 4월 3일) 거의 직후였다. 다만, 지금과 같은 서울 역은 없었고 공덕, 서강으로 가는 오늘날의 용산선이 그때의 경의선 본선이었으니 그 길을 통해 열차는 서울 이북의 신의주로 갔다. 융희호는 1908년부터 부산-서울이 아니라 부산-신의주를 몽땅 직통 운행하기 시작했다.

자, 그 후 조선이 망하고 일제 식민지가 되고부터는 열차 이름도 대놓고 하카리(빛), 노조미(소망) 같은 일본어가 등장했다. 그리고 스케일은 더 커져서 부산에서 아예 만주까지 열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일제는 애초에 대륙 침략의 발판을 닦으려고 철도를 놓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1936년 12월 1일부터는 ‘아까스키(여명)’ 호라는 특급 열차가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일제 강점기를 통틀어 한반도에서 가장 빠른 열차였다. 경부선이 전구간 복선화되기도 전에 그것도 증기 기관차로 서울-부산 무려 6시간 45분을 달성했다는 건 사기에 가깝다. 나중엔 6시간 반으로 더 단축!

일제 강점기 때 이 정도로 인프라가 구축됐으니 그 당시엔 육지에서 철도보다 더 빠른 교통수단은 없었고, 6· 25 때도 대통령과 참모진은 열차를 타고 피난을 갔다. 자동차는 서울을 벗어나면 빠르게 달릴 만한 포장 도로가 없어서 서울-대전이 과장 좀 보태면 8시간씩 걸리는 지경이었다. (사실 지금은 북한이 평양만 벗어나면 이 지경이기도 하고. ㄲㄲ)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뒤인 1946년 5월 27일, 시대가 시대인 만큼 ‘해방자호’라는 이름의 증기 기관차가 경부선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냥 해방호도 아니고 왜 ‘자’가 붙었나 하면 이건 者를 뜻하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Korean Liberator. 이 열차는 고급 컨셉을 표방하지 않았고 일본인 철도 경영자가 물러나서 그런지 서울-부산 운행 시간이 9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그리고 한국 철도는 이 승만 정권의 말기인 1960년 초가 돼서야 ‘특급 무궁화호’를 통해 옛날 아까스키 호의 표정 속도를 회복하게 되었다. 동력원은 증기가 아닌 디젤이다.

자막: 특급 무궁화호 등장
경부선에 또 하나의 특별 급행열차가 등장했습니다.
새로운 특급열차는 우리 이 대통령 각하께서 '무궁화호'라고 명명해 주셨는데, 2월 21일 아침부터 운행했습니다.
종래의 통일호보다도 30분이나 빠른 무궁화호는 서울-부산간을 6시간 40분에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호’라는 접미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이때까지 열차의 명명 방식은 배의 명명 방식과 비슷했다. 경부선을 다니는 열차와 호남선을 달리는 열차의 호칭이 달랐다. 이때의 무궁화호는 지금의 무궁화호와는 전혀 관계 없는 경부선 열차였고, 호남선에는 동급의 열차인 삼천리호나 태극호가 달리는 식이었다. 마치 옛날에 타이타닉 호에도 올림픽, 브리타닉 같은 동급의 자매선이 또 있었듯이 말이다.

또한 옛날에 증기 기관차는 오늘날의 디젤이나 전기 기관차와는 달리 외형적인 차륜 배치가 동력비 변환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여객용 기관차와 화물용 기관차의 구분이 더욱 분명했으며 차륜 형태를 식별하는 이름이 존재했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미카, 901호, 파시 같은 이름이 바로 그 예이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증기 기관차는 1967년 8월 31일을 끝으로 현역 운행을 완전히 종료한다.

자, 1960년대 이후로는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재건호, 맹호호, 청룡호, 백마호처럼 호가 아니라 ‘부대’를 붙여도 될 것 같은 북한/군대스러운 명칭도 열차에 부여되었는데.. 실제로 박통 시절엔 월남전 참전 부대 이름들이 전부 열차 명칭으로도 의도적으로 쓰였다. 군사 정권 아니랄까봐. 그것 외에도 배에 이름 붙이듯이 열차에도 노선별로 다양한 이름이 난립(?)하기 시작했으니, 상록호, 풍년호, 부흥호까지. 비둘기호와 통일호도 옛날부터 명칭 자체는 존재했다. 단지 이름의 용도 내지 의미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뿐이다.

그러면서 열차의 속도는 특급열차를 위주로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고, 1969년 6월 10일에 등장한 초호화 특급 열차인 관광호가 드디어 서울-부산을 5시간대도 극복한 4시간 50분 주파를 달성했다. 경부 고속도로도 아직 없던 시절에 속도도 속도이거니와, 그 옛날에 객실에 천장 선풍기 대신 에어컨이 달려 있었을 정도면 얼마나 호화로웠을지 상상이 된다. 단지 관광호의 물가 대비 운임은 일본의 신칸센보다도 더 비쌌다는 점 역시 감안하시길. 진짜 돈지랄용이었다.

이 열차는 훗날 1974년 8월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한 날부터 ‘새마을호’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바뀌었으며 이것이 그로부터 30년 뒤에 KTX가 개통할 때까지 대한민국 최고급 열차의 혈통을 이어 나갔다. 서울-대전-대구-부산만 찍는 그 고매한 열차 라인 말이다.

1977년 8월부터는 새마을호를 제외한 모든 열차들은 그냥 등급만으로 우등-특급-보통으로 바뀌게 정리되었다. 일일이 이름을 붙이기에는 열차의 운행 노선과 횟수가 크게 늘어서 이렇게 단순화가 이뤄진 셈이다. 우등열차가 오늘날의 무궁화호의 전신이며, 통일호가 특급이라고 불렸다니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1984년 1월 1일이 돼서야 드디어 새마을-무궁화-통일-비둘기 체계가 정립되어서 열차의 이름은 오로지 등급만을 나타나게 바뀌었다. 새마을을 제외한 나머지 이름들은 국민 공모를 통해 뽑은 거라고 하지만, 결국 옛날에 한 번씩 쓰인 적이 있는 명칭들을 재사용한 셈이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새마을호는 잘 알다시피 1985년 11월 16일에 서울-부산 운행 시간이 4시간 10분으로 단축되어 표정 속도가 드디어 100km/h를 돌파하였으며, 이것이 한국 철도 역사상 기존선에서 이뤄진 최후의 표정속도 향상 기록이다. 기관차의 출력 증대를 통해 최대 시속 150km 주행 자체는 관광호 시절부터 가능했지만, 선로/선형 개량과 신호 시스템 개선을 통해서 고속 주행 가능 구간을 늘린 덕분에 가능했던 결과이다.

지금까지 과거 얘기가 길어졌으니 이제 미래 전망을 하고서 글을 맺겠다. 1984년 이래로 거의 30년간 쓰여 온 재래식 ‘-호’ 체계는 오늘날 심하게 문란해지고 의미가 퇴색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 2000년 말에 비둘기호가 멸종하였으며, 고속철이 개통하면서 통일호 역시 문서상으로는 사라지고 객차형은 전량 퇴역했다. 통일호 중 통근형 디젤 동차만 통근열차라고 명맥을 잠시 유지했지만, 그나마 얘도 이제 경의선/경원선의 극소수 구간에만 남아 있지 다 멸종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TX에 밀려 콩라인이 된 새마을호마저도 사망이 임박했다. 2013년 1월에는 전후동력형 디젤 동차가 드디어 전량 퇴역했고 2014년 말을 끝으로 지금의 새마을호는 객차형까지 죄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럼 ‘-호’ 열차는 무궁화호 하나만 남으니 기존 ‘-호’ 체계가 다 붕괴되는 셈이다.

무궁화호도 디젤 동차(NDC)는 진작에 다 퇴역하고 없기 때문에, 무궁화호는 그냥 재래식 기관차 견인형 일반열차를 총칭하는 상징적인 명칭으로만 남을 것이다. 요컨대 오로지 통일호만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와는 달리 객차형이 동차형보다 먼저 없어졌다. 등급이 등급이다 보니까 말이다.

이런 재래식 열차를 대신하여 꿰차고 들어온 것은 KTX부터 시작해 누리로, ITX-청춘 같은 신형 전동차들이다. KTX는 워낙 특별한 물건이고 누리로는 어차피 무궁화호와 거의 같은 위상과 운임 체계를 계승했다지만, ITX 청춘은 새마을호를 꿰차고 들어와서 새로운 등급을 만들어 냈다. 거기에다 새마을호의 후속 열차로는 ‘ITX 새마을’이라는 이름이 정해졌다고 한다. 1974년 이래로 40년을 이어 가는 ‘새마을’의 명줄은 참 길기도 하다!

오늘날 철도계의 높으신 분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명명 전략은, 열차 명칭을 ‘등급-차종’으로 이원화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등급으로는 고속열차를 뜻하는 KTX, 그 다음으로 장거리 특급 간선을 뜻하는 ITX가 있으며, 이보다 낮은 등급에 대한 이름도 정해져야 할 것이다.

다음 차종으로 말할 것 같으면 ‘KTX-산천’이 있으니 재래식 떼제베 열차를 나타내는 ‘KTX-TGV’ 같은 차종명 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경춘선에 ITX-청춘이라는 2층 열차가 다니듯이 기존 경부선이나 호남선에는 ITX-새마을이 다닐 것이고 중앙선에는 틸팅 열차가 다니게 될 수 있다. ‘새마을’이 이제는 등급명이 아니라 차종명으로 쓰이는 셈이다.

그보다 더 아래의 무궁화급라면 ‘누리로’는 등급명이 될지 차종명이 될지 확실치 않으나, 아마 차종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새마을(ITX)급이든 무궁화급이든 재래식 기관차-객차형 열차는 ‘클래식’(?)이나 그에 준하는 차종명이 붙지 않을까 싶다. 선박의 명명 스타일에서 유래되었던 한국 철도의 열차 명명 방식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가 기대된다.

이렇게 열차 이름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읊어 보니 참 훈훈하고 기쁘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철도가 희망과 동경, 기쁨과 평안을 주는 존재이기를 본인은 원한다. May the railroad richly bless you!

Posted by 사무엘

2013/04/22 08:33 2013/04/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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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내 UI 잡설

1. 일반열차: 열차별로 제각기 달라져 있는 안내 방송

최근의 믿을 만한 답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코레일이 운행하는 무궁화호, 누리로, 새마을호, KTX 열차의 정차역 안내 방송의 음원은 모두 제각각 다르다.

KTX야 개통 초기부터 일반열차와는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안내 방송 체계를 써 왔다. 그리고 한 2007~8년부터는 KTX 아니면 일반열차(새마을· 무궁화 공통) 이 구도로 인터페이스가 딱 둘로 갈리는 추세인 것 같았다. 열차 운행을 마친 후 Let it be 가야금 연주와 Dreamers가 흘러나오는 것도 똑같고.

그런데 2010년쯤에 새로운 안내 방송이 만들어져 무궁화호에 적용되었다. 그렇다. 일렉 기타로 사가 Oh Glory Korail의 한 소절이 흘러나오는 새로운 방송 말이다. ㅋㅋㅋ 들으니까 엄청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성우 목소리도 조금 바뀌었다.

그 반면, 새마을호는 2008년경에 제작된 조용한 피리 소리 + 기존 무궁화호 성우 기반인 안내 방송을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는 듯하다. 명이 얼마 안 남은 열차여서 그런지 대략 투자 중단. -_-;;;

거기에다 누리로가 추가되었다. 누리로는 무궁화호와 동일한 최신 방송 음원이 그대로 적용될 줄 알았는데, 그 예상을 깨고 마치 TTS로 기계가 읽은 듯한 여자 목소리로 녹음된 고유 방송을 그것도 영어는 없이 한국어로만 한다. 타 보고서 굉장히 놀랐다. 위상도 무궁화호와 동일하고 앞으로 무궁화호를 대체할 열차가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지하철들이 정차도 굉장히 잦은 주제에 번거롭게 주요 역에서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가미된 4개 국어 방송을 해 주고 있다. 서울 메트로가 제일 먼저 시작한 트렌드를 나중에 코레일과 도철(SMRT)까지 뒤를 이었다.

철도만치 친절한 녹음 안내 방송 멘트를 지닌 교통수단은 없을 것이다. 비행기만 해도 출발 직후 안전 수칙 안내를 빼고 나머지 방송은 전부 조종사 내지 승무원의 육성이다.

2. 지하철: 서양 클래식 대신 국악 & 회사 CM송으로

언제부턴가 서울 지하철의 환승역 도착과 시· 종착역에서 들을 수 있는 음향에서 클래식 곡은 놀라운 속도로 자취를 감췄다. 시종착 음향은 회사 CM송으로 바뀌고 특히 코레일과 서울 메트로는 이례적으로 퓨전 국악을 환승역 음향으로 채택했다. (김 백찬 씨의 <얼씨구야>)
CM송은 이런 것들이다.. ㅋㅋ

“달려라 코레일~ 에코 레일 푸른 내일”
“국민의 철도 코레일”
“5 6 7 8 서울 도시철도 (‘앗-싸 좋구나!’는 아니고 ㅋㅋㅋㅋㅋ)”
“행복을 나르는 우리 친구 서울 메트로”

이제 클래식은 SMRT의 환승역 음악인 비발디 <조화의 영감>밖에 안 남았다. 이것도 내가 보기엔 몇 년 안으로 교체될 것 같다. 21세기 이래로 환승역 음향을 교체한 적이 없는 회사는 SMRT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 메트로가 <얼씨구야>를 채택하기 훨씬 전부터.. 그러니까 무려 2005~6년경부터 KTX는 정차역과 종착역 도착 음향으로 국악을 써 왔다. 국악이 요즘 트렌드인가..?

3. 철도와 우리말

믿거나 말거나, 과거의 철도청과 지금 코레일은 우리말 순화에 꽤 옹호적인 것 같다. 2000년경에 조직적으로 순화 운동을 벌여서 그때 대합실을 몽땅 맞이방으로 바꾸고 승강장을 타는곳으로 바꿨다. 1호선 신길 역의 전광판에는 종착역, 행선지도 아니고 '길머리'...;;;라고 적혀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 덕분인지, 철도청은 민간 우리말 연구 단체에서 주는 무슨 표창도 받았지 싶다. 본인은 우리말 순화 연구가인 이 오덕 선생님의 글을 새마을호 기내지 레일로드에서도 접한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 개정된 안내 방송을 들어 봐도 종착역이라고 안 하고 마지막 역이라고 한다. 우리말 연구가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도착하겠습니다” 대신에 “도착합니다”라는 표현을 썼다. ‘-겠-’이 미래 시제뿐만이 아니라 추측의 의미도 강하기 때문에 어감상 안 좋다나? 그래서 ‘알겠다’(I see. OK) 대신에 ‘알았다’가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코레일 내부에 뭔가 이런 쪽으로 감각이 있는 직원이 근무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대전 역은 우동이 전통적으로 유명했다.
과거에 호남선은 호남 지방의 곡물을 일본으로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도인지라, 선로가 부산 방면으로 이어졌지 서울 방면 선로는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목포로 가는 열차는 호남선 분기 지점인 대전 역에서 기관차를 뒤쪽으로 바꿔 달아야 했다. 지금 대전과 서대전 역을 잇는 ‘대전선’이 호남선의 일부였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호남선 열차는 대전 역에서의 정차 시간이 무척 길었으며, 승객들도 이때 내려서 식사를 했고 덕분에 우동이 인기가 많았다.

그랬는데... 철도청 시절에 본인이 대전 역을 이용하던 당시에도 간판에 우동이라고는 절대 적혀 있지 않았다.
‘가락국수’ ^___________^
영어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지엽적인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의 순화에 대해서는 본인도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데, 오히려 철도 당국이 저런 면을 더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근성으로 차라리 스크린도어나 ‘안전문’으로 좀 순화해서 잘 퍼뜨리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음은 추가 정보들.

4. 스티브 바라캇의 Dreamers는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도입된 이래로 아직까지도 코레일 열차 운행 종료 후 현역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 중 하나이다. 그 반면 Let it be 가야금 버전은 2008년부터 도입되었음.

5. KTX의 TV 스크린에 뜨는 정차역 안내 자막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헤드라인체인데, 과거 새마을호가 쓰던 견고딕에 비해 별로 멋있다는 느낌이 안 든다. 견고딕이나 아니면 서울남산 같은 최신 서체를 썼으면 좋겠다.

6. Oh! Glory Korail 뮤직비디오의 2011년도 개정판이 나왔다. 신경주 역 같은 KTX 2차 개통 구간과, 공항 철도 2차 개통 구간이 영상에 추가되었으며, 2절 '고객과의 만남을' 대목에서는 서비스 정신-_-을 더욱 부각시킨 영상이 들어간 게 인상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14 08:08 2011/01/1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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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형 동차 DEC, EEC 쌍둥이

요즘 철도계엔 계속해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12월부터 서울-부산 무정차 KTX가 하루 1차례 시범 운행을 시작한 데(6년 만의 부활. 서울-부산 2시간 8분. 그것도 최신형 산천 차량으로!) 이어, 지난 15일엔 마산으로 가는 경전선 KTX가 등장했다. 게다가 KTX 2차 개통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새마을호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청량리-안동의 중앙선 노선에 새마을호가 4년 만에 부활했다!
사실 지금 중앙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복선 전철화와 선형 개량이 진행되면서, 30여 년 전에 경부선이 그랬던 것처럼 전동차가 운행되고 운행 시간이 단축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오늘은 또 옛날 철도 얘기를 좀 하겠다.
여러분은 옛~날 사진이나 그림책에서 이렇게 생긴 철도 차량을 본 기억이 있는가? 이건 물론 한국에서 현역으로 운행된 적이 있으며, 본인이 철덕으로 빠져들기 훨씬 더 전에 이미 은퇴하여 자취를 감춘 열차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부분은 뭔가 선박 같은 느낌이 든다. 운전석 창문이 마치 2층이나 되는 듯이 좀 높다.
비슷한 디자인으로는 비행기 중에서 보잉 747 같은 기종이 있다. 이건 크기도 크거니와, 화물기 개조를 염두에 두고 전면부 뚜껑을 화물 적재를 위해 완전히 개방할 수 있게 하려고 조종석이 2층으로 올라간 형태로 설계되었다.
이렇듯, DEC, EEC의 모습을 보니까 선박 생각도 나고 비행기 생각도 난다. 일본의 신칸센 역시 앞부분의 디자인이 초창기인 0계부터 비행기(단, 여객기가 아닌 전투기-_-) 컨셉이었으니 나름 설득력 있는 추론인 듯하다. 어쨌든...

EC로 끝나는 이 두 종류의 차량은 비슷하게 1979~80년 사이에 도입되었다가 2001년 초에 모두 은퇴하였으나, 기관차-객차 일색이던 20세기 당시의 우리나라 철도계에서 아주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 신선한 차량이었다. 그때는 기관차가 아닌 동차 자체가 동력원을 불문하고 상당한 레어템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핵심 기술인 엔진이나 전동기는 수입이지만 어쨌든 이들 차량의 생산 주역은 대우 중공업이었다.

DEC와 EEC 모두 앞부분은 비슷하게 저렇게 생겼다. 차이가 나는 부분은 동력원으로, D는 기름으로 달리고 E는 전기로 달린다. 위의 사진은 EEC이다. EEC는 앞부분 끝에 운전석이 차지하는 공간이 마치 지하철 차량만큼이나 아주 작은 반면, DEC는 엔진이 차지하는 부분이 지금의 새마을호 디젤 동차 정도의 길이는 된다. 즉, 동력차 안에 딸린 공간은 DEC가 EEC보다 더 작다는 뜻. 이뿐만이 아니라 열차 한 편성의 차량 수(=수송력)도 10량 편성 EEC가 5량 고정 편성인 DEC를 훨씬 더 능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청이 EEC와 함께 DEC를 도입한 것은 일단 그때에는 한국 철도에 비전철화 구간이 월등히 더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철화 여부를 넘어서 도입 목적 자체가 둘이 근본적으로 서로 달랐다. DEC는 새마을호 등급을 염두에 두고 역시 경부선, 전라선, 장항선 등에서 활약한 반면, EEC는 태백· 영동선 같은 전철화 구간에서 기존 전기 기관차의 느린 속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활약하던 지금의 8000호대 전기 기관차는 견인력이 무식하게 세서 화물용으로는 좋지만, 시속 80 남짓밖에 못 내는 느림보여서 속도를 중요시해야 하는 여객용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차 이름을 구성하는 영어 이니셜에서, 첫째 글자는 상술했듯이 이 차량의 동력원을 의미하고, 다음으로 둘째 글자 E는 우등(excellent)을 의미한다. 물론 30년 전의 관점에서 우등이었을 뿐이지, 화장실이 비산식이고(오물이 선로 밖으로 그대로 배출..;;) 편의 시설은 지금의 누리로 비해서도 훨씬 더 열악한 건 여전했다.

한국 철도의 역사를 좀 아는 분이라면, 무궁화호와 통일호라는 명칭은 새마을호보다 나중에 등장했다는 걸 알 것이다. 새마을호라는 명칭은 ‘관광호’의 후속 명칭으로 1974년부터, 즉 EEC· DEC의 도입 이전부터 이미 있었기 때문에 훗날 DEC는 곧바로 새마을호라는 등급으로 운행되었다. 하지만 무궁화호· 통일호라는 명칭은 EEC가 도입된 뒤인 1984년부터 쓰였다. 그 전에 오늘날의 ‘무궁화호’에 해당하는 열차는 그냥 ‘우등 열차’였고 EEC의 도입 계급도 이 계급이었다. 둘째 글자 E가 이런 의미였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

요컨대 오늘날 가장 만만한 최하위 등급이 된 무궁화호가 원래는 우등이었고, 새마을호는 넘사벽 귀족 특급이었다는 뜻이다. 아울러, DEC는 외형은 좀 비슷해도 기술적으로는 EEC보다 한 수 아래였음에도 불구하고, EEC보다 더 고급 열차로 기획되었다는 것도 아이러니이다. 물론 이들은 다 세월이 흐르면서 비슷하게 무궁화호와 통일호로 강등을 거친 후 퇴역했지만 말이다.

DEC는 그냥 기름으로 달리는 열차가 아니었다. 유압 변속기를 이용하여 순수하게 디젤 엔진의 동력으로만 달리는 지금의 새마을호와는 달리, DEC는 디젤 동차이면서도 디젤 엔진으로는 전기를 생산하여 전기의 힘으로 달렸다. 기관차야 요즘의 특대형 기관차들은 다 디젤-전기 기관차이지만 동차 중에 디젤-전기 방식이 존재했던 것은 한국 철도 역사상 DEC가 유일했다.
그래서 기름으로 달리는 주제에 회생 제동 같은 전동차의 특징도 일부 갖고 있었다. 디젤 엔진은 동력 집중식으로 있고, 전동기는 동력 분산식으로 달린 아주 특이한 형태였다. 흠좀무..;; 새마을호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 등장한 NDC, CDC 같은 디젤 동차들은 디젤-전기 방식이 아니다.

이제 와서 뒤늦게 -EC 차량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글을 쓰니, 마치 모아(moa)라든가 여행비둘기처럼 멸종해 버린 옛날 동물을 책으로 대하는 것 같은 애환이 느껴진다.
DEC의 명목상 후손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라는 두 계열로 나뉜다. 먼저 그 이름도 유명한 새마을호 디젤 동차이다. 유압 변속기가 특징이라고 하여 DHC라고도 불린다. DHC는 1987년에 6량 편성이 첫 선을 보인 후 8량으로 확장되었고 대우뿐만 아니라 현대와 한진 중공업에서도 1994년까지 생산했다. 이들 동차는 동력차와 객차가 거의 일심동체이고 자기네만의 인터페이스가 있기 때문에... 객차가 기관차형 새마을호의 그것과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고 한다. 둘은 규격이나 좌석이나 인테리어 같은 외형은 서로 거의 동일한데도 말이다.

과거의 새마을호 객차 중에는 훗날 무궁화호로 강등되어 ‘유선형 무궁화호’가 된 놈이 있긴 했지만, 지금 현역으로 뛰고 있는 새마을호들은 내장재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좋아서 하위 열차로 강등될 수가 없다. 강등은커녕 그대로 놔두기만 해도 KTX와 경쟁하는 위치에 있게 되니 이거 원...;; 요즘은 전철이 대세여서 기름으로 달리는 차 자체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새마을호는 앞으로 수 년 내에 내구연한이 끝나면 바로 폐차될 것이다.

DEC를 2~4량 짤막한 무궁화호 등급으로 계승한 열차는 두말 할 나위 없이 NDC이다. 1984년에 대우 중공업에서 생산한 열차이지만 현역으로 있으면서 고장이 굉장히 잦았다고 하며, 2006년부터 은퇴와 폐차가 시작되어 2010년 초엔 한국 철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NDC를 뒤를 잇는 한국의 마지막 디젤 동차는 바로 1996~1997년에 도입된 CDC인데, CDC 역시 경의선과 경원선에서는 전철에 밀려 입지가 매우 좁아졌고 여타 지방에서는 2008년부터 개조 무궁화호 RDC로 승격되어 운행 중이다. NDC, CDC들은 모두 동력 분산식이다.

여기까지가 DEC 설명이다.
EEC와 DEC 모두 레어템임에도 불구하고 철도 동호계에서는 EEC의 가치와 희소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 20세기에 수도권 지하철 내지 광역철도가 아니면서 장거리 간선에 동력 분산식 전기 동차가 운행된 유일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철도 선진국인 일본은 1960년대에 운행한 신칸센부터가 동력 분산식 전기 동차이고, 장거리 간선에도 지하철 같은 고상홈 전동차가 일상화되어 있었는데도...

2001년에 철도청이 DEC와 EEC의 운행을 중단하고 두 차량을 모두 폐차 처분하기로 결정했을 때, 다음 카페 철도 동호회 회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DEC는 몰라도 EEC는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최소한 한 량 정도는 철도 박물관에 보존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건의를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건의가 받아들여져서 철도 박물관에 EEC 선두차 하나가 보존된 것이다.

EEC의 그 독특한 구조를 계승한 열차는 한국에 한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2006년에 도입된 공항 철도 직통 열차가 장거리 간선형(롱시트처럼 단거리 지하철 형태가 아닌) 객실을 갖춘 동력 분산식 전동차의 첫 사례이며, 지금은 2009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누리로 열차가 한국에 EEC스러운 열차로 활약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여객은 동차가 대세가 되고, 기관차는 화물 위주로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다.

21세기부터, 혹은 KTX 개통이나 코레일 출범 이후부터 우리나라의 철도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다. 철도는 복선 전철과 장대 레일, 고가 입체 교차는 필수가 되었다. 우리나라에 마지막으로 기름으로 달리는 열차가 도입된 게 90년대 중후반의 CDC이고, 마지막으로 단선 철도가 건설된 건 경전선 정도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관차형 무궁화호 객차가 도입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거기까지가 끝이고 그 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철도를 목격하고 있다.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1 15:29 2010/12/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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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의 개성

무궁화호는 물론이고 KTX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새마을호만의 개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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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큼직하고 두툼한 좌석

새마을호는 세계 철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크고 두툼하고 안락한 좌석과 내장재를 자랑한다. KTX가 선로 위의 비행기라면, 새마을호는 가히 선로 위의 호텔이다.
좌석도 좌석이지만 좌석 사이의 광활한 간격을 보라. 저건 우등 고속버스도 '저리 가라'이다. 일반실이 저러한데, 특실은 키가 175cm 남짓인 본인이 다리를 쫙~ 뻗고도 남는 간격이다.
게다가 저런 디자인의 새마을호 객차는 우등 고속이 생기기 수 년 전인 1980년대 말에 만들어진 것이니, 그때는 새마을호가 지금의 KTX마저 능가하는 얼마나 호화 귀족 고급 열차였겠는가?

이 새마을호 때문에 한국 사람들의 관념이 왜곡되어 KTX가 좌석이 너무 좁다고 불평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한국인보다 훨씬 더 덩치 크고 뚱뚱한 코쟁이들도 그런 좌석을 당연히 여기고 이용하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는 철도 인프라가 일제가 만들어 놓은 것 이래로 너무 열악하고 발전을 안 해서, 20세기까지는 선로의 고속화 같은 속도와 성능 향상보다는, 단순히 내장재 향상 위주로 고급 열차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장재만 기형적으로 너무 발전한 것.

하지만 도로 교통이 너무나 발전한 요즘은 그런 구시대 산물인 새마을호 같은 열차는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옛날에 힌덴부르크 비행선은 그랜드 피아노와 수영장, 산책로까지 갖춘 초호화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덩치만 타이타닉처럼 컸지 승객은 거의 콩코드 수준으로밖에 못 태우고 시속 200도 못 내던 비효율 느림보가 말이다. 초호화 여객선 내지 비행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에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속도의 증가와 해외 여행의 보편화(수요 증가)가 한몫을 했을 것이다. 새마을호의 위상의 변화도 이와 마찬가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새마을호 특유의 디젤 엔진은 도입 당시에는 조용하고 힘 좋고 그야말로 최첨단 기술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전철이 대세가 된 요즘은 이 역시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내장재가 너무 좋아서 KTX 후속 열차로 싸게 굴리기엔 아깝고, 오히려 KTX의 경쟁 상대가 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승객의 입장에서야 “빠른 KTX 아니면 편한 새마을호” 식으로 두 열차를 대등하게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철도 경영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운을 걸고라도 무조건 KTX에 올인해야 하는 처지이다.

※ 좌우 가장자리가 둥근 창문

위의 사진 참고. 이 역시 새마을호 이전이나 이후 열차(심지어 누리로나 KTX 산천에서도)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물론 일명 '유선형 무궁화호'라고 둥근 창문을 한 열차도 있긴 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현역에서 찾을 수 없는 상태이며, 그 객차 자체도 옛날에는 새마을호이다가 무궁화호로 격하한 것이므로 이 역시 새마을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 복도의 장판이 별도로!

역시 위의 사진 참고. 새마을호는 좌석이 있는 곳은 그냥 황토색 같은 누런 바닥이지만, 중앙 복도는 붉은색의 별도의 장판이 깔려 있다. 이 역시 객실에 첫 들어서는 순간 은근히 굉장히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주며, 새마을호 이외의 어떤 열차도 갖추고 있지 않다.

※ 엔진 음향

본인은 철도 매니아로서 새마을호의 엔진 소리를 무척 사랑한다. 디젤 기관차처럼 너무 유별나게 시끄럽지도 않고, 전기 기관차처럼 너무 조용한 전자음 일색도 아니면서.. 은은하고 감미로운 느낌이 난다. 가속 중일때도 딱히 주파수가 올라가는 소리가 느껴지지 않으며, 심지어 발전차 소리와도 분간이 안 될 정도. 기름을 먹는 내연 기관이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게 새마을호는 소리까지도 사랑스럽다!

※ 영상 서비스

영상 서비스야 새마을호에 있던 걸 KTX가 뺏어 가서 지금은 KTX에만 존재한다. 사실은 영상 서비스 자체가 새마을호에서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0년부터 시작했으며 철도청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최초라고 한다.
하지만 KTX에도 이건 없다. 바로 운행 종료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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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맞다면, 1~2년 전 남짓, 마지막으로 탄 KTX도 종착역에 다 도착해서까지 자기 TV 방송만 계속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새마을호는 다르다. 종착역에 도착하면 열차 자체 동영상이 나오면서 "XX에서의 특별한 여행을 기원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라고 마무리가 된다.
새마을호에는 마무리가 있다. 그리고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다음은 원래는 새마을호에만 있었으나 요즘은 다른 등급의 열차들도 얼추 갖추게 된 특징들이다.

※ 콘센트와 독서등, 간접 조명

통일호나 무궁화호 구형 객차들은 위에 오로지 선반만 있지 독서등 나부랭이 따위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에메랄드색을 표방하면서 개발된 신형 무궁화호 객차는, 인테리어가 매우 좋아져서 독서등을 갖추고 새마을호 같은 고급스러운 간접 조명을 채택했다. 또한 콘센트도 구비하기 시작했다. 새마을호는 노트북석을 따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콘센트가 100% 갖춰져 있으나, 무궁화호 객실에 콘센트가 있을 확률은 random인 셈이다.

콘센트는 심지어 KTX에도 없다. 고속철을 처음 구상하던 1990년대에는 오늘날처럼 개인 전자 기기 수요가 급증한 때도 아니었고, 또 서울-부산을 단 2시간대에 주파할 걸로 예상했기 때문에 딱히 식당차라든가 콘센트 같은 편의 시설을 고려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신형 차종인 'KTX 산천'에는 이 둘이 모두 추가되어, 덕분에 고속철과, 기존 무궁화호급 일반열차 사이의 UI 이질감이 한결 줄어들었다.

※ 손잡이

무궁화호의 좌석에는 대놓고 위쪽 귀퉁이에 손잡이가 있다. 입석 승객을 고려해서이다. 그러나 새마을호와 KTX에는 그런 게 전혀 없다. 딱 이것만으로도 이들은 입석 승객을 받지 않는 고급 열차라는 게 티가 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누리로와 KTX 산천의 좌석에는 의자 어깨에 살짝 덧댄 듯한 손잡이처럼 보이는 매듭(?)이 있다.
명절에는 열차 등급을 안 가리고 다 입석을 받을 정도로 코레일의 경영 방침이 바뀌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제 고급 열차란 단순히 속도가 빠른 열차일 뿐이다. 속도가 빠른 열차가 굳이 내장재까지 '새마을호스럽게' 특별나게 좋아야 할 필요는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03 15:35 2010/06/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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