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안내 UI 잡설

1. 일반열차: 열차별로 제각기 달라져 있는 안내 방송

최근의 믿을 만한 답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코레일이 운행하는 무궁화호, 누리로, 새마을호, KTX 열차의 정차역 안내 방송의 음원은 모두 제각각 다르다.

KTX야 개통 초기부터 일반열차와는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안내 방송 체계를 써 왔다. 그리고 한 2007~8년부터는 KTX 아니면 일반열차(새마을· 무궁화 공통) 이 구도로 인터페이스가 딱 둘로 갈리는 추세인 것 같았다. 열차 운행을 마친 후 Let it be 가야금 연주와 Dreamers가 흘러나오는 것도 똑같고.

그런데 2010년쯤에 새로운 안내 방송이 만들어져 무궁화호에 적용되었다. 그렇다. 일렉 기타로 사가 Oh Glory Korail의 한 소절이 흘러나오는 새로운 방송 말이다. ㅋㅋㅋ 들으니까 엄청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성우 목소리도 조금 바뀌었다.

그 반면, 새마을호는 2008년경에 제작된 조용한 피리 소리 + 기존 무궁화호 성우 기반인 안내 방송을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는 듯하다. 명이 얼마 안 남은 열차여서 그런지 대략 투자 중단. -_-;;;

거기에다 누리로가 추가되었다. 누리로는 무궁화호와 동일한 최신 방송 음원이 그대로 적용될 줄 알았는데, 그 예상을 깨고 마치 TTS로 기계가 읽은 듯한 여자 목소리로 녹음된 고유 방송을 그것도 영어는 없이 한국어로만 한다. 타 보고서 굉장히 놀랐다. 위상도 무궁화호와 동일하고 앞으로 무궁화호를 대체할 열차가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지하철들이 정차도 굉장히 잦은 주제에 번거롭게 주요 역에서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가미된 4개 국어 방송을 해 주고 있다. 서울 메트로가 제일 먼저 시작한 트렌드를 나중에 코레일과 도철(SMRT)까지 뒤를 이었다.

철도만치 친절한 녹음 안내 방송 멘트를 지닌 교통수단은 없을 것이다. 비행기만 해도 출발 직후 안전 수칙 안내를 빼고 나머지 방송은 전부 조종사 내지 승무원의 육성이다.

2. 지하철: 서양 클래식 대신 국악 & 회사 CM송으로

언제부턴가 서울 지하철의 환승역 도착과 시· 종착역에서 들을 수 있는 음향에서 클래식 곡은 놀라운 속도로 자취를 감췄다. 시종착 음향은 회사 CM송으로 바뀌고 특히 코레일과 서울 메트로는 이례적으로 퓨전 국악을 환승역 음향으로 채택했다. (김 백찬 씨의 <얼씨구야>)
CM송은 이런 것들이다.. ㅋㅋ

“달려라 코레일~ 에코 레일 푸른 내일”
“국민의 철도 코레일”
“5 6 7 8 서울 도시철도 (‘앗-싸 좋구나!’는 아니고 ㅋㅋㅋㅋㅋ)”
“행복을 나르는 우리 친구 서울 메트로”

이제 클래식은 SMRT의 환승역 음악인 비발디 <조화의 영감>밖에 안 남았다. 이것도 내가 보기엔 몇 년 안으로 교체될 것 같다. 21세기 이래로 환승역 음향을 교체한 적이 없는 회사는 SMRT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 메트로가 <얼씨구야>를 채택하기 훨씬 전부터.. 그러니까 무려 2005~6년경부터 KTX는 정차역과 종착역 도착 음향으로 국악을 써 왔다. 국악이 요즘 트렌드인가..?

3. 철도와 우리말

믿거나 말거나, 과거의 철도청과 지금 코레일은 우리말 순화에 꽤 옹호적인 것 같다. 2000년경에 조직적으로 순화 운동을 벌여서 그때 대합실을 몽땅 맞이방으로 바꾸고 승강장을 타는곳으로 바꿨다. 1호선 신길 역의 전광판에는 종착역, 행선지도 아니고 '길머리'...;;;라고 적혀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 덕분인지, 철도청은 민간 우리말 연구 단체에서 주는 무슨 표창도 받았지 싶다. 본인은 우리말 순화 연구가인 이 오덕 선생님의 글을 새마을호 기내지 레일로드에서도 접한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 개정된 안내 방송을 들어 봐도 종착역이라고 안 하고 마지막 역이라고 한다. 우리말 연구가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도착하겠습니다” 대신에 “도착합니다”라는 표현을 썼다. ‘-겠-’이 미래 시제뿐만이 아니라 추측의 의미도 강하기 때문에 어감상 안 좋다나? 그래서 ‘알겠다’(I see. OK) 대신에 ‘알았다’가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코레일 내부에 뭔가 이런 쪽으로 감각이 있는 직원이 근무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대전 역은 우동이 전통적으로 유명했다.
과거에 호남선은 호남 지방의 곡물을 일본으로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도인지라, 선로가 부산 방면으로 이어졌지 서울 방면 선로는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목포로 가는 열차는 호남선 분기 지점인 대전 역에서 기관차를 뒤쪽으로 바꿔 달아야 했다. 지금 대전과 서대전 역을 잇는 ‘대전선’이 호남선의 일부였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호남선 열차는 대전 역에서의 정차 시간이 무척 길었으며, 승객들도 이때 내려서 식사를 했고 덕분에 우동이 인기가 많았다.

그랬는데... 철도청 시절에 본인이 대전 역을 이용하던 당시에도 간판에 우동이라고는 절대 적혀 있지 않았다.
‘가락국수’ ^___________^
영어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지엽적인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의 순화에 대해서는 본인도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데, 오히려 철도 당국이 저런 면을 더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근성으로 차라리 스크린도어나 ‘안전문’으로 좀 순화해서 잘 퍼뜨리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음은 추가 정보들.

4. 스티브 바라캇의 Dreamers는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도입된 이래로 아직까지도 코레일 열차 운행 종료 후 현역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 중 하나이다. 그 반면 Let it be 가야금 버전은 2008년부터 도입되었음.

5. KTX의 TV 스크린에 뜨는 정차역 안내 자막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헤드라인체인데, 과거 새마을호가 쓰던 견고딕에 비해 별로 멋있다는 느낌이 안 든다. 견고딕이나 아니면 서울남산 같은 최신 서체를 썼으면 좋겠다.

6. Oh! Glory Korail 뮤직비디오의 2011년도 개정판이 나왔다. 신경주 역 같은 KTX 2차 개통 구간과, 공항 철도 2차 개통 구간이 영상에 추가되었으며, 2절 '고객과의 만남을' 대목에서는 서비스 정신-_-을 더욱 부각시킨 영상이 들어간 게 인상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14 08:08 2011/01/1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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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재주 2011/01/14 16:44 # M/D Reply Permalink

    스크린도어는 확실히 안전문 내지는 겹문, 덧문 같은 식의 표현이 있을텐데 왜 굳이 영어를 쓰는 건지 모르겠네요.

    1. 사무엘 2011/01/14 23:39 # M/D Permalink

      저거야말로 길고, 또 나이 드신 분에게 알아듣기 힘든 단어입니다.
      나들목, 분기점만큼이나 교통 업계에서 퍼뜨리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특히 한창 자살 러쉬 때문에 스크린도어의 필요성이 한창 이슈화되고 그게 급속도로 건설되던 200x년대 후반에 언론이 안전문이라는 말을 써 줬어야 했는데, 지금은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ㅜㅜ

      참고로 스크린도어는 영어권에서는 '플랫폼'이 앞에 추가되어 PSD라는 이니셜로 더 통하는 거 같아요.

  2. 주의사신 2011/01/15 19:11 # M/D Reply Permalink

    1. 인천 지하철 동막역에 지난 학기 중에 안전문(우리라도 써야 언젠간 바뀌지 않을까요?)이 설치되었습니다. 재료가 바닥에 쌓여 있다가 언제부터인가 문이 생기고, 계속 열어 두었던 문이 열리고 닫히는 과정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건설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 근묵자흑이라고, 철도 쪽에 조금씩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1. 사무엘 2011/01/16 13:29 # M/D Permalink

      오, 그거 아주 반갑고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ㅋㅋ

  3. DJ.Alfonso 2011/02/08 01:26 # M/D Reply Permalink

    코레일 구간 스크린도어 안내 방송을 들어보면 스크린도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문이 열립니다.'라고만 하더라구요ㅋ

    1. 사무엘 2011/02/08 08:23 # M/D Permalink

      아... 그랬습니다. 서울 메트로나 SMRT는 안 그런데... 날카로운 지적이십니다. ^^

  4. 소범준 2011/10/04 23:33 # M/D Reply Permalink

    게다가 서울 메트로와 코레일의 차내 안내방송이 통합되고 9호선이 개통하면서 영어 안내방송까지도 바뀌었죠.

    이를테면, 잠실 역에서 통합 이전에는
    한글 : 이번 역은 잠실, 송파구청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환승역이지만 이후는 생략)
    영어 : This stop is Jamsil, Songpa-gu office. You may exit on your right.

    이게 통합 후에는
    영어 : This stop is Jamsil, Songpa-gu office. The door is on your right.

    서.메.의 변경 전 멘트를 9호선이 가져간 건지, 원래부터 9호선이 그와는 상관없이 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변경되니 도철의 그 멘트와도 똑같아지는 양상이더군요. ㅎㅁ 원래는 이게 서.메.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것이였는데도요.

    덧) 저번(9/24)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얼씨구야>를 대금으로 채보한 고교생이 있더군요. 그 친구도 철도 하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피아노로 악보 없이 외워서 연주하는 사람까지도 있을 정도로...쩝.
    덧2)<얼씨구야>를 작곡한 김 백찬씨는 형제님과 거의 비슷한 연배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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