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쥐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라는 속담에 등장하는 이 두 동물은 인간의 항공· 우주 쪽 첨단 산업에도 재앙과 같은 존재이다.

항공업계가 새 때문에 이만저만 골치 아픈 상황이 아니라는 건 상식에 속한다. KTX만 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번 고고씽을 하고 나면 앞면에 작은 새나 벌레가 부딪혀서 죽은 혈흔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심지어 유리창에 금이 가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그 정도는 오히려 아주 양반.
비행기는 주변의 공기 흐름을 크게 뒤흔들어야만 하늘로 뜨고 움직일 수 있는 기계이다. 조류가 기체에 단순히 부딪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아예 팬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면 그 생물체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아주 끔살 당하고, 비행기도 뜰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그래서 공항에서는 공항 주변에 새 떼들이 몰려들지 못하게 전문 용역 업체까지 동원해서 총소리와 이상한 냄새로 새들을 쫓아내고, 서식처를 없애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날씨가 좋길 바라야 한다는 점과 새떼들을 쫓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항공업은 숫제 농업과 공통점이 있다. ^^;;

쥐는 어떨까? 일단 비위생적인 곳에서 병원균을 옮기는 더러운 동물이고 앞니의 성장 속도가 엄청 빨라서 뭔가를 쉴 새 없이 갉아댄다. 이 때문에 인간이 사는 집의 전선까지 갉아먹어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 원인까지 제공한다. 백해무익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나로 호 발사장 주변에도 로켓 발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쥐 소탕 작업이 필요했다. 우주 센터는 그 특성상 자연이 살아 숨쉬는-_- 캐오지에 들어서 있는데, 그곳 역시 개체수가 수천에 달하는 다양한 쥐들이 서식하는 곳이었다. 쥐가 시설 발사대에까지 침입해서 정밀한 기계들의 배선을 하나라도 망가뜨렸다간 시스템 전체를 가히 개발살낼지도 몰랐다.

이때 우리나라에서는 그 이름도 유명한 국내 방제 업체인 세스코에게 용역을 줬다. 50여 명에 달하는 방제 전문가들이 1년 동안 현지를 답사하여 우주 센터 주변과 건물 내외로 강력한 방어막을 구축해 줬다. 덕분에 그 후로 나로 호 시설에는 쥐로 인한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으며, 훗날 나로 호 역시 최소한 쥐 때문에 실패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빵을 먹다가 바퀴벌레 몇 마리를 발견했을 때 제일 끔찍할까요? 답은 반 마리” 같은 재치 있는 광고로 좋은 대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게다가 고객 상담 게시판도 독극물을 제조하는 살벌한 업체답지 않게 가히 센스쟁이 인기 만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듯하다. ^^;;

http://qilian.egloos.com/1084443
http://www.cesco.co.kr/Qna/View.aspx?startpage=1&page=3&a_day=2009-12-08%2009:54:57&idx=326457&keyField=&keyWord=

Q: 우리는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너희 세스코들을 적으로 간주하며 오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로 너희 세스코 본사를 대대적으로 공격할것이다. 우하하하
공격당하기 싫다면 우리 바퀴벌레에 대한 박멸을 당장 중지하고 내 통장으로 인간세계 돈으로 100만원을 입금할것을 요구한다.
거래를 거부한다면 전세계의 모든 바퀴들을 동원하여 세스코 본사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

A: 치사하게 회사가 쉬는 날에 공격을 감행하다니. ㅡㅡ^
그러나 우리가 회사에 있지 않아도, 개미연합 병정개미사령부에서 본사 건물에 대한 방어를 맡기로 했기 때문에
바퀴벌레 네 녀석들의 온다 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참, 추가로 알려줄 것이 있는데 세스코 본사의 경우 휴일에는 건물 외벽에 미약전류를 흐르게 만들었기 때문에
바퀴벌레는 커녕 개미 한 마리도 침입할 수 없을 거란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

개... 개미 사령부 ㅠ.ㅠ
세스코는 조류 충돌 방지 업무는 안 하나 모르겠다. 해충 구제와는 좀 분야가 다른가?
생각해 보니까 원자력 발전소 같은 곳도 우주 센터와 같은 맥락으로 철통 방제가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
게다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컴퓨터 버그(오류· 문제점)도, 컴퓨터 내부로 날아들었던 나방.. 즉 진짜 벌레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공항과 새는 이처럼 사이가 몹시 나쁜 반면, 공항과 골프장은 사이가 좋아요 투나잇이다. 흔히 골프장 건설이 환경 파괴라고 까이고 있으나,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골치아픈 새의 서식처를 없애는 동시에 넓은 녹지대를 조성하는 방법으로 골프장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어차피 공항은 컨트리클럽이나 있을 법한 완전 외곽에 건설되며, 골프는 비행기 자주 타고 다니는 부유층 중산층에게 적합한 여가 수단이기도 하다. 여러 모로 수지가 맞다.인천 공항이 있는 영종도에도 공항 근처에 골프장이 있다.

또한 활주로 옆에도 그냥 콘크리트보다는 잔디라도 깔아 놓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하다. 일단 친환경적이고 보기가 좋은 데다, 잔디는 사고가 났을 때 충격을 흡수해 주고, 콘크리트와는 달리 더운 날 열 흡수에도 좋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23 07:35 2010/07/2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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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호, 우주 기술 외

1. 나로 호, 좌절 말고 더욱 분발하길

우주 강국의 꿈은 참 멀고도 험한 것 같다.
2009년과 올해의 나로 호 발사는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고 두 번 다 실패로 끝났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보다 전 2008년에는 드디어 우리나라도 러시아에 의존하여 우주인을 배출은 했으나, 순탄한 과정만으로 된 건 아니었다. (10년 전에는 나름 노벨 상 수상자도 배출했는데, 그마저도 어차피 과학 분야도 아니고 묘하게 존재감 없다.)

우리가 21세기에 와서야 힘겹게 겨우 따라 하고 있는 모든 과정을 미국과 러시아(구소련)는 무려 반세기에 가깝게 전에 먼저 개척했다니, 얼마나 엄청난 기술인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미국도 무려 여섯 번이나 달에 갔다 오는 데 성공하고 우주 개발 경쟁에서 구소련을 확실히 떡실신시킨 뒤부터는, 우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식어 갔다. 월남전 때문에 미국 내부의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쓸데없는 데에 돈지랄 하지 말고 당장 민생이나 살피라"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2차 세계 대전 시절까지만 해도 가히 Show me the money 국가였던 미국조차 오죽했으면 아폴로 17호 이후 40년이 넘게 유인 우주선 달 탐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물론, 소련도 비록 유인 우주선만 못 보냈을 뿐이지, 달에 탐사선을 보내고 월석 캐서 돌아오는 것까지는 얼마든지 해냈다.)

성경에 따르면, 출애굽 시절에 무려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체험하고도, 백성들이 불평하고 모세를 원망하고 이집트 시절을 도로 그리워하게 되기까지 며칠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장 좀 배고프고 목 마르고 불편하니까 말이다. 나중엔 매일 '만나'라는 음식을 하늘로부터 기적적으로 받아서 연명하면서도 하나님께 잘도 반역했다.
그런 것처럼, 사람이 달에 직접 갔다 오는 데 성공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도 그게 여러 번 되풀이되는 일상사가 되니까 국민들의 관심은 이내 현실적인 것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래 놓고는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때 달에 진짜 갔다 오긴 했는지 음모론이나 펴고 있는 게 인간의 간사한 심리이다.

이렇듯 진짜로 대단한 성공한 과업에 대해서도 조금만 마음에 안 들고 미흡한 게 있으면 대중의 반응이 저렇게 싸늘한데, 하물며 우리나라에서 쏴 올리는 발사체는 아직 실패만 거듭하고 있고, 기껏 배출했다는 우주인은 우주인인지 우주 관광객인지 모를 취급만 받고 있으니 국민들이 "300억짜리 폭죽, 국민 세금으로 우주 관광"(참고로 KTX 광명 역은 3천억짜리 간이역) 하면서 비아냥거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더구나 요즘 사람들은 우주 개발이 처음으로 진행되던 옛날만치 우주에 대한 동경심이 있지도 않으며(이미 우주에 대해서 어지간히 알 건 다 알게 됐으므로..), 오히려 이공계 기피 현상의 영향으로 과학자 자체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도 그때와 큰 차이이다. 일본인 최초의(그리고 아시아 최초라고 하는) 우주인이라는 모리 마모루도 1992년인가 그때 우주로 나가서 한 실험은 우리나라 이 소연 씨가 한 실험과 어차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귀환 후 국민적 이미지는 그 두 사람이 꽤 차이가 나는 것 같다. =_=;;;

이런 시국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밤낮 구분도 없이 가슴을 졸이며 나로 호 발사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부디 이번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다음에는 반드시 성공하기를 대한민국 국민 중 하나로서 기원한다.

2. 기술 보안 이야기 -- 우주인을 중심으로

앞 단락에서는 우주인 얘기와 우주 발사체 얘기를 별 구분 없이 뒤섞어서 전개해 왔는데,
지금부터는 우주인을 주제로 좀더 진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미국은 워낙 땅 넓고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이다 보니 비행기를 자가용으로 갖고 있는 항공 면허 소지자도 있고, 또 IT계의 억만장자 중엔 사비를 들여서 우주에 갔다 오기도 한 우주덕(우주 덕후)도 있다. MS 워드와 엑셀 개발의 초창기 주자인 전설의 프로그래머 찰스 시모니는 잘 알려진 우주 관광객이며, 게임계에서 모르면 간첩인 존 카맥(둠, 퀘이크 개발자)도 우주 개발 산업에 엄청 관심이 많다. 저 사람의 프로그래밍은 지구인의 실력이 아닌 게 분명하니, 이제 자기 별로 돌아가려고 우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농담도 나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우주인 후보를 소집해서 국비로 육성을 해 줬는데...
본인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선발된 우주인 2인 중 남자인 고 산 씨를 굉장히 부러워했다. 잘생기고, 외고 출신으로 서울대 수학과, 영어와 러시아어 같은 여러 외국어에 능통하고, 성격도 적극적이고 좋고, 운동도 잘 하고, 나이도 적당하고... 모든 면에서 부러운 엄친아이고 스펙 면에서 이보다 우주인에 적격인 사람이 국내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내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고 씨가 무슨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예비 우주인으로 강등되고, 실제로 우주에는 이 소연 씨가 갔다 오게 됐다. 이때 고 씨가 무슨 규정을 왜 위반했는지 아는가?

고 씨는 성격이 너무 적극적이었다. 러시아 사람들이 자신들을 단순 우주 관광객으로 취급하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내가 무슨 내 돈 들여서 떠나는 우주 관광객도 아니고 나름 국가 대표로, 국민 세금으로 우주에 가는 건데!
수업을 들을 때도 우주선의 원리에 대해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많이 하고,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정보를 얻어 오기 위해 러시아어도 독학으로 꾸준히 공부했다. 교관이 언짢아하면서,

"우리는 당신들이 우주에서 사고만 안 칠 정도로만 가르치면 임무 다 하는 겁니다. 너무 많은 걸 알면 다치는 수가 있으니 자꾸 꼬치꼬치 캐묻지 마시죠?"
이렇게 대꾸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랬는데 호기심을 참지 못한 고 씨는, 여차여차 하던 끝에 러시아가 극비 사항으로 관리하는 우주선 운영 교본을 대여해서 몰래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그게 보안 요원에게 적발되었다고 한다.
그건 그야말로 러시아인들이 구소련 시절에 피와 땀으로 터득한 노하우가 담긴 우주 개발 교본이었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주인의 생존 요령, 우주선을 띄우는 방법, 뭘 하는 방법... 이런 것들.

고 씨는 추후 인터뷰에서 "내가 조금만 참고 걔네들 지시에만 고분고분 따랐으면 우주에 갔다 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의 행동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과연 대인배이다.

우리나라 기술진이 미국에 나가서 처음으로 반도체 기술에 대해 배울 때도, 또 프랑스로 가서 고속철 기술에 대해 처음으로 배울 때도 이와 굉장히 비슷한 수모를 겪었다. 뭐 좀 슬쩍 들여다보기만 해도 규정 위반했다고 사람 퇴장시키고, 교육 일정을 제멋대로 펑크 내고 말이다. 삼성 반도체, 현대 자동차 이런 것들.. 정말로 피땀 흘려 맨바닥에서 이뤄 낸 우리나라 밥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그런 대기업들이 경영하는 짓거리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은 있더라도 말이다.

또 반대로 말하자면, 나라를 좀먹는 기술 유출 같은 사건 같은 것에 절대로 둔감하지 말아야 한다. 예전에야 남산 안기부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지만, 요즘 국가 정보원은 그런 산업 스파이들을 우리가 알게 모르게 굉장히 많이 잡아 냈으며, 지금까지도 세금값 하는 얼마 안 되는 국가 기관 중 하나로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

그리고 군사 기밀.. 고 산 씨도 FM 좀 몰래 훔쳐보다가 저렇게 불이익을 당했는데, 육군 교전 요령 같은 군사 기밀이 담긴 FM을 대놓고 북으로 빼돌린 투스타 장군이라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아직도 간첩은 있고 잡히고 있다. 옛날처럼 안보를 빌미로 국민들 불안 조장하고 겁 줄 목적으로 보도를 대놓고 안 할 뿐이다.

지금이 그러한데 하물며 건국 초기에는 군대 내부에도 좌익이 드글드글했다. 북한이 침략했을 때 맞서 싸우기는커녕 적과 내통하고 그냥 항복해 버릴 간부들이 즐비했다. 오죽했으면 친일파 출신까지 적극 활용해서 사상 검증과 숙군 작업부터 해야 했을까? 그것부터라도 하고 나서 거의 곧바로 6 25가 터진 건 정말 다행이었다. 또 뒤집어 말하면, 일본군 출신 중에서도 그때 북한군 공산당과 싸우다 전사한 사람 많았다.

마치 산불은 순식간이지만 숲이 다시 자라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는 것처럼 기술이란 것도 마찬가지이다. 예전 글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 싶은데, 성경에도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기계를 만들었다는 왕이 딱 한 명 등장한다(대하 26:15). 우주 개발 하니 이와 관련하여 여러 착잡한 생각이 드는 게 있어서 몇 자 글로 정리해 보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23 09:19 2010/06/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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