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분류

과거에 항공 교통이 지금처럼 거대해지기 전에는, 철도 간이역처럼 자그마한 건물에다 활주로랍시고 잔디밭 공터만 덩그러니 있는 시설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여객용 공항 대접을 받으려면 첨단 관제 시설과, 튼튼하게 포장된 활주로, 편의 시설을 갖춘 여객 터미널과 주변 보안 시설 등이 필수이다.

크기뿐만이 아니라 공항의 특성을 분류하는 속성(property; attribute)들로는 당장 다음과 같은 것을 떠올릴 수 있다.

1. 국제 공항인가?

국제 공항은 일반적으로 국내선 비행기보다 더 큰 여객기를 취급할 수 있어야 하고, 세관이나 검역 (그리고 면세점) 같은 추가 시설이 있어야 한다. 국제 공항 내부의 면세 구역은 국제법상으로 나름 치외법권 지대이다.
대구에 있는 공항은 대구 국제 공항이지만, 포항이나 울산에 있는 공항은 국제 공항이 아니다.

2. 24시간 운항 가능한가?

비행기는 움직이면서 주변에 끼치는 소음 공해가 장난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거지로부터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지 못한 공항은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심야 시간대에는 비행기 취급을 금지하는 curfew가 시행된다.

멀찍한 영종도에 건설된 인천 공항은 24시간 운항 가능하고 청주 공항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김포나 제주 공항은 그렇지 않음. 그래서 밤에 김포 공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만약 지연크리를 먹게 되면, 부득이 김포 공항에 못 내리고 인천 공항에 착륙하는 경우가 생긴다. 사실, 국제 허브 공항 역할을 하는 데는 운행 시간대의 제약이 없이 24시간 운항 가능한 공항이 좋을 것이다.

3. 대표하는 지역과 일치하는 지명으로 불리는가?

대도시의 유명 공항은 의외로 해당 도시의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는 경우가 있다. 인천(서울), 김포(서울), 김해(부산) 등. 일본 도쿄(하네다/나리타), 미국 뉴욕(케네디), 영국 런던(히드로)을 대표하는 간판급 공항도 지역 이름이 공항 이름이지는 않다. 그러나 역시 미국의 대도시인 LA의 공항은 그대로 LA 국제 공항. 명칭은 말 그대로 케바케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김포 공항은 김포에 있지 않고 서울에 있는데, 서울 공항은 서울이 아닌 성남에 있다. 좀 웃기지 않은지?

4. 군사 비중은?

요즘 철도역이나 버스 터미널은 백화점 내지 영화관 같은 상업 시설과 결합한 민자 형태로 건설되는 경우가 많으며, 김포 공항도 청사 하나가 완전한 상업 단지로 개조되면서 그런 유행을 많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공항은 마냥 민간 상업 시설로만 쓰기에는 군사적인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도 무척 크다.

한국의 대표적인 간판 공항인 김포와 인천 공항은 100% 민간 공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지도로 항공 사진을 봐도 활주로의 모습까지 모두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100% 민간 공항은 흔치 않다. 김포와 인천 말고는 울산, 여수, 양양 정도가 고작.

그래서 당장 김해나 제주 공항에만 가도 인근의 군사 시설 때문에 경비가 서울의 공항들보다 훨씬 더 삼엄하며 공항 주변에 사진 촬영도 함부로 못 한다. 민· 군 겸용 공항인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지도를 보면 이런 공항들은 김포· 인천과는 달리, 활주로가 흐리게 처리되었거나 공항 부지가 아예 풀숲· 논밭으로 대체된 것을 볼 수 있다. 포항, 대구, 청주, 원주 공항들이 모두 마찬가지이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것임.

민간 여객기를 전혀 취급하지 않고 공군이 전투기를 띄울 때만 사용하는 100% 군용 공항은 대체로 그냥 비행장이라 불린다. 하지만 군용 공항 중에서 성남의 서울 공항은 국빈 방문 때도 사용되고, 에어쇼 할 때 민간인 접근을 허용하기도 하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사실, 유사시에 만약 김포와 인천 공항이 마비된다면 수도권에 있는 이 공항과 국토의 중앙에 있는 청주 공항이 대체 공항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군대, 보안 하니까 생각나는 분석인데 말이다. 고정익 항공기를 띄우는 공항은 하늘 위가 뻥 뚫린 방대한 면적의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해, 은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핵무기 연구야 지하 실험실에서 몰래 한다 하더라도, 비행기는 역학 특성상 지하에다가 활주로를 만들어서 거기서 비행기를 불쑥 띄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리고 활주로가 또 좀 기냐? 그러니 인공위성 사진에 공항은 어지간하면 다 노출이 된다.

요즘 버스 터미널은 상업 시설과 결합하여 정작 버스 탑승은 지하에서 하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버스 터미널이라는 티도 안 나는 경우가 있다. 성남 버스 터미널이 좋은 예임. 철도도 그렇다. 광명 역은 KTX가 서는 역 중에 지상에서 역의 앞뒤로 레일이 전혀 안 보이는 유일한 역이다.
하지만 공항은 항구만큼이나 그런 티가 안 나게 만들어지지는 못할 듯하다. (원주 공항은 여객 터미널과 활주로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임)

Posted by 사무엘

2012/04/17 19:24 2012/04/1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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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쥐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라는 속담에 등장하는 이 두 동물은 인간의 항공· 우주 쪽 첨단 산업에도 재앙과 같은 존재이다.

항공업계가 새 때문에 이만저만 골치 아픈 상황이 아니라는 건 상식에 속한다. KTX만 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번 고고씽을 하고 나면 앞면에 작은 새나 벌레가 부딪혀서 죽은 혈흔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심지어 유리창에 금이 가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그 정도는 오히려 아주 양반.
비행기는 주변의 공기 흐름을 크게 뒤흔들어야만 하늘로 뜨고 움직일 수 있는 기계이다. 조류가 기체에 단순히 부딪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아예 팬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면 그 생물체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아주 끔살 당하고, 비행기도 뜰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그래서 공항에서는 공항 주변에 새 떼들이 몰려들지 못하게 전문 용역 업체까지 동원해서 총소리와 이상한 냄새로 새들을 쫓아내고, 서식처를 없애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날씨가 좋길 바라야 한다는 점과 새떼들을 쫓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항공업은 숫제 농업과 공통점이 있다. ^^;;

쥐는 어떨까? 일단 비위생적인 곳에서 병원균을 옮기는 더러운 동물이고 앞니의 성장 속도가 엄청 빨라서 뭔가를 쉴 새 없이 갉아댄다. 이 때문에 인간이 사는 집의 전선까지 갉아먹어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 원인까지 제공한다. 백해무익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나로 호 발사장 주변에도 로켓 발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쥐 소탕 작업이 필요했다. 우주 센터는 그 특성상 자연이 살아 숨쉬는-_- 캐오지에 들어서 있는데, 그곳 역시 개체수가 수천에 달하는 다양한 쥐들이 서식하는 곳이었다. 쥐가 시설 발사대에까지 침입해서 정밀한 기계들의 배선을 하나라도 망가뜨렸다간 시스템 전체를 가히 개발살낼지도 몰랐다.

이때 우리나라에서는 그 이름도 유명한 국내 방제 업체인 세스코에게 용역을 줬다. 50여 명에 달하는 방제 전문가들이 1년 동안 현지를 답사하여 우주 센터 주변과 건물 내외로 강력한 방어막을 구축해 줬다. 덕분에 그 후로 나로 호 시설에는 쥐로 인한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으며, 훗날 나로 호 역시 최소한 쥐 때문에 실패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빵을 먹다가 바퀴벌레 몇 마리를 발견했을 때 제일 끔찍할까요? 답은 반 마리” 같은 재치 있는 광고로 좋은 대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게다가 고객 상담 게시판도 독극물을 제조하는 살벌한 업체답지 않게 가히 센스쟁이 인기 만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듯하다. ^^;;

http://qilian.egloos.com/1084443
http://www.cesco.co.kr/Qna/View.aspx?startpage=1&page=3&a_day=2009-12-08%2009:54:57&idx=326457&keyField=&keyWord=

Q: 우리는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너희 세스코들을 적으로 간주하며 오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로 너희 세스코 본사를 대대적으로 공격할것이다. 우하하하
공격당하기 싫다면 우리 바퀴벌레에 대한 박멸을 당장 중지하고 내 통장으로 인간세계 돈으로 100만원을 입금할것을 요구한다.
거래를 거부한다면 전세계의 모든 바퀴들을 동원하여 세스코 본사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

A: 치사하게 회사가 쉬는 날에 공격을 감행하다니. ㅡㅡ^
그러나 우리가 회사에 있지 않아도, 개미연합 병정개미사령부에서 본사 건물에 대한 방어를 맡기로 했기 때문에
바퀴벌레 네 녀석들의 온다 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참, 추가로 알려줄 것이 있는데 세스코 본사의 경우 휴일에는 건물 외벽에 미약전류를 흐르게 만들었기 때문에
바퀴벌레는 커녕 개미 한 마리도 침입할 수 없을 거란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

개... 개미 사령부 ㅠ.ㅠ
세스코는 조류 충돌 방지 업무는 안 하나 모르겠다. 해충 구제와는 좀 분야가 다른가?
생각해 보니까 원자력 발전소 같은 곳도 우주 센터와 같은 맥락으로 철통 방제가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
게다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컴퓨터 버그(오류· 문제점)도, 컴퓨터 내부로 날아들었던 나방.. 즉 진짜 벌레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공항과 새는 이처럼 사이가 몹시 나쁜 반면, 공항과 골프장은 사이가 좋아요 투나잇이다. 흔히 골프장 건설이 환경 파괴라고 까이고 있으나,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골치아픈 새의 서식처를 없애는 동시에 넓은 녹지대를 조성하는 방법으로 골프장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어차피 공항은 컨트리클럽이나 있을 법한 완전 외곽에 건설되며, 골프는 비행기 자주 타고 다니는 부유층 중산층에게 적합한 여가 수단이기도 하다. 여러 모로 수지가 맞다.인천 공항이 있는 영종도에도 공항 근처에 골프장이 있다.

또한 활주로 옆에도 그냥 콘크리트보다는 잔디라도 깔아 놓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하다. 일단 친환경적이고 보기가 좋은 데다, 잔디는 사고가 났을 때 충격을 흡수해 주고, 콘크리트와는 달리 더운 날 열 흡수에도 좋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23 07:35 2010/07/2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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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분야 잡설

1.
“항공기의 발달로 호화 여객선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바로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항공기 대신 고속철,
호화 여객선 대신 새마을호
라고 집어넣으면 역시 딱 말이 되는 것 같다. 정말 말 된다.

새마을호 역시 그렇게 몰락하고 있다.
열악한 선형에서 빠른 속도보다는 전무후무한 내장재로 고급 열차 노릇을 하다가 그 자리를 이제 KTX에게 내어 줬다. 그 대신 KTX는 새마을호보다 좁고 좌석이 열악하다. KTX2는 좀더 나아졌겠지만 말이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타이타닉 생존자였던 고령의 할머니는 회상을 시작하면서 ‘타이타닉은 정말 환상적인 배였어..’라고 말하는 게 나온다. 그처럼 본인도 ‘새마을호는 정말 환상적인 지상 낙원 열차였어’라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회상할 것이다. 새마을호는 과연 인류의 철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안락하고 화려한 열차였다.
2.
이거 뭐, 비행기 안에서 개인 영상 시스템으로 항공 사고 관련 영상물이 방영되다니... ㅋㅋㅋㅋ 소재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듣자하니 일반 TV 방송을 여과 없이 그대로 상영하다 보니 이런 게 화면으로 나갔나 보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식사 하면서 똥 얘기, 토한 얘기를 나누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에 지인과 같이 비행기 탈 일 있으면 여행 중에 역대 비행기 추락 사고의 역사 얘기나 나눠 볼까? -_-

3.
김 민규 님의 글. 교통수단 UI에 관심이 많은 본인으로서 무척 공감이 가는 분석이다.
철도는 그야말로 녹음된 안내방송의 최고조를 달리고 있다. 한국에서 고객이라는 말을 쓰는 분야는 철도밖에 없다.
 
철도는 고속버스나 비행기처럼 point-to-point가 아니라 일단 중간 정차역이 많다 보니, 근본적으로 방송이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다른 회사 구간은 모르겠지만 도철(SMRT)은 정말 친절 그 자체.
 
"잠시 후 우리 열차는 곡선 구간을 통과하여 약간의 소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급제동이 발생했습니다. 여행 중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전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성우가 녹음한 방송이 자동으로 나간다. ^^;;
정말로 급제동을 걸 확률이 높은 고속버스에서 저런 방송을 할 리가 없으며,
비행기도 "주변 기류가 불안정합니다. 승객 여러분은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 이런 멘트는 승무원이나 기장이 육성으로 영어까지 일일이 말하지, 녹음된 방송이 흘러나오지는 않는다. 사실 비행기는 출발 직후의 안전 수칙 안내를 제외하면, 나머지 안내 방송은 다 육성이다.
 
또한, Thank you for your co-operation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란 문구 역시, 공항이나 비행기 내부가 아닌 육상 교통수단에서는 거의 들을 일이 없다. 비행기는 사고 위험이 높은 교통수단이다 보니 통제할 것, 승객에게 당부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안전벨트 자체가 없고, 이미 있던 승차권 개집표기마저 없애고 있는(일반열차) 철도와는 넘사벽.
 
결론은... 비행기 타고 싶다.. ^^;;;;;;;;
그나저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는 엄밀히 말하면 어법에 맞지 않다. 불편이란, 그냥 끼치는 것이지 끼쳐 "줄" 필요가 전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이 되지만, "해 주셔서 죄송합니다"는 틀렸다. 그냥 "해서 죄송합니다"인 것이다. 본인은 국문과 전공도 아니고 딱히 토박이말 순수주의자도 아니지만, 내 모국어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엿가락 같은 언어가 되는 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게 눈에 잘 띄는 편이다.
 
철도 기관사 정도만 해도, 되기 어려운 정도라든가 급여, 사회적 지위가 최소한 공립 학교 중등 교사뻘은 된다. 하지만 비행기 조종사는 가히 대학 교수나 군 장성 같은 레벨이 될 것이다.

- 돈 졸라 많이 벌긴 하는데 쓸 일 별로 없다 (사람 접대를 안 하니, 품위 유지비 같은 것도 별로..)
- 생명 수당.. 위험 부담이 크고 스트레스 받는다
-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하고는 떨어져 돌아다닌다
- 여자 앞에서 졸라 뽀대 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비행기 조종사(특히 국제선 기준)는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 피우기엔 최적의 직업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 뭐, 조종사들의 실제 사정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고 현업 조종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므로 오해 없기 바란다.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뜻.

Posted by 사무엘

2010/03/24 16:40 2010/03/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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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서울 지하철 5, 9호선; 공항 철도) 김포공항 역은 여러 건물로 이루어진 김포 공항 단지(complex? ㅋㅋ)의 딱 중앙에 자리잡아 있다.
내부엔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로터리가 하나 있는데 그 로터리의 남쪽은 국내선 청사 방면이요, 북쪽은 국제선 청사 방면이다.
그리고 서쪽은 한국 공항 공사 본사 방면이고 동쪽으로 가면 9호선과 공항 철도 공용 승강장이 나온다.

하지만 인천 공항 개항 전에는 지금의 한국 공항 공사 건물이 국내선 청사였고, 지금의 국내선과 국제선 청사는 각각 국제선 1청사와 2청사였다고 한다. 인천 공항에 비해 지금 김포 공항은 정말 규모가 작음을 알 수 있다. 있던 건물도 각종 상업 시설로 개조를 많이 했기 때문이리라. 비록 공간에 한계를 느껴서 인천 공항을 더 만들게 됐지만, 김포 공항도 왕년에 한 나라의 허브 공항 역할을 할 정도였으니 원래 작은 크기는 결코 아니다.

전철이 있는 로터리는 5호선의 뒷쪽(상일동· 마천 방면)에 치우쳐 있는 편이기 때문에, 서울 도심에서 5호선을 타고 김포 공항 국내선을 이용하거나 공항 철도로 여행을 계속하려면(인천 공항 국제선), 진행 방향 기준 뒷칸을 타는 게 환승에 유리하다. 하지만 흔치는 않은 경우이지만 김포 공항 국제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앞칸을 타는 게 유리하다.

5호선과 9-공철 승강장은 서로 L자형으로 교차하며, 둘의 고저 차이가 무척 크기 때문에 환승 거리는 약간 긴 편이다. 5호선은 김포 공항을 경유하기 위해서 심한 드리프트를 한 후, 방화 방면으로 북쪽으로 향하게 된다. 마치 월드컵 경기장을 경유하기 위해 드리프트가 생긴 6호선과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그 반면 9호선과 공철은 수평을 향하고 있으며 잘 안다시피 평면 환승에다 직결 운행까지 예정되어 있다. 2기 지하철에는 전혀 없고 1기 지하철인 1, 3, 4호선에서나 볼 수 있던 직· 교류 겸용 전동차를 9호선에서 보는 날이 과연 올까?

전철역 환승 로터리에서 국내선이든 국제선이든 공항 여객 터미널까지는 여전히 250~300미터 가까이 긴 통로를 통과해야 한다. 사실 어느 정도 되는 규모의 공항에서, 국내선과 국제선 청사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까지는 안 되더라도 버스 한 정거장 정도 거리는 된다. 여기는 무빙워크가 진작부터 존재해 왔다. (종로3가 역 무빙워크보다 훨씬 더 일찍) 물론 인천 공항도 전철역에서 터미널까지 거리가 꽤 길기 때문에 무빙워크가 중간 통로에 있다.

각종 표지판들은 인천 공항은 잘 알다시피 군청색 바탕의 전속 서체를 쓰고 있는 반면
김포 공항은 짙은 고동색 바탕의 맑은 고딕 서체를 쓴다.
무선 인터넷은 인천과 김포 모두 잘 되는 것을 확인했다. 인천은 네이버가 제공했는데 김포는 알 수 없는 이름이 뜬다.

인천 공항은 지하 1층 로비(환전과 로밍 시설), 1층 도착장, 2층 항공사 사무실, 3층 항공사별 탑승 수속 부스 겸 탑승장으로 딱 나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위로 3층이 내려다보이는 4층에 일부 식당가가 있다.
김포 공항의 구조는 이와는 약간 다르다.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1층 로비 겸 도착장, 2층 항공사 부스이고 2층보다 공간이 좁은 3층에 몇몇 식당들과 더불어 탑승구가 있다.

한편 부산의 김해 공항은 어떻더라? 딱 들어가서 비행기를 탈 때까지 계단을 이용한 기억이 없는데 잘 모르겠다. 공항까지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탔기 때문에 애초에 위쪽의 탑승층에서 내린 것일 수도 있다.

국내 대부분의 국제공항들은 국내선과 국제선의 비중이 서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에 반해 인천 공항은 압도적으로 국제선의 비중이 높다. 그렇지만 인천 공항에도 국내선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가령, 대구는 KTX에 밀려 김포 공항 노선은 없어졌지만 하루 단 한 번 인천 공항으로 바로 가는 노선은 있다.
인천 공항 내부의 국내선 이용 통로는 마치 서울 역으로 치면 서울-천안 급행 전동차를 타는 통로처럼 아주 작고 평상시엔 찾기도 쉽지 않은 그런 시설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항공을 포함해 모든 원거리 대중교통들은 탑승 전에 별도의 직원이 승차권/탑승권을 검사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최소한 철도만은 그런 게 (거의) 없다. 지하철은 아예 기계가 개· 집표를 대신하고 있고 일반열차는 그런 절차가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다. 아마 KTX 정도나 입석· 자유석 승객을 중심으로 하여 승무원이 차내 불시 검문이나 아주 가끔씩 하고 있을 것이다.

김포 공항을 주말에 답사하니 역시 인천만치는 아니어도 북적북적 분주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여행 가는 승객도 많고, 출장이라도 오고 가는지 검은 양복 넥타이 부대 아저씨들도 많이 보였다. 나도 어서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KTX도 많이 타고 비행기 많이 타고 다니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09 23:46 2010/03/0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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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철도 이모저모

김포 공항과 인천 공항을 잇는 소위 ‘공항 철도’는 처음엔 인천의 이니셜이 붙은 IREX라는 브랜드가 붙었다가, 나중에 AREX로 바뀌었다.
첫 개통은 잘 알다시피 지난 2007년에 했는데, 코레일 일색인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등장한 사철인 데다, 위상면에서 철도의 미래를 볼 수 있는(좌석형 고급 전동차, 최신형 인버터 같은) 첨단 철도임에도 불구하고 2006년 말에 개통한 용산-광명 셔틀 전철만큼이나 공기 수송으로 악명 높았다. 결국 나라에서 적자를 보전하다가 GG를 치고, 공항 철도 운영 회사는 2009년에 코레일의 자회사로 흡수된다.

2차 구간의 개통은 명목상으로는 경부 고속철도 2차 구간과 마찬가지로 2010년, 즉 올해로 결정돼 있다. 2차 구간이 마저 개통하고 나면 김포 공항에서 끊어지던 공항 철도가 서울 역까지 들어오게 된다. 노선 설계 초기엔 용산으로 가는 노선도 검토 중이었는데 용산으로는 경의선이 들어와서 경원선과 직결하게 되고, 경의선 대신에 공항 철도가 서울로 온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다만 서울 서쪽으로는 서울 지하철 6호선, 경의선, 공항 철도가 경로가 상당히 겹치게 된다.

공항 철도는 6량 1편성이다. 그리고 대구 지하철 2호선과 부산 지하철 3호선하고 동일한 인버터 구동음이 난다. 수도권 통합 교통 카드를 이용하여 탑승이 가능하나, 잘 알다시피 환승 할인은 전혀 되지 않는다. 공항 철도 탑승구를 통과하는 순간 여기부터 요금이 완전히 새로 계산되면서 환승 횟수는 초기화된다.

공항 철도는 별다른 굴곡도 없고 아주 깔끔한 장대 레일로 열차가 최대 시속 200km까지도 달릴 수 있게 건설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열차는 새마을호는커녕 지하철과 별 차이 없는 80~110km 정도의 속도로밖에 주행하지 않아 느리다. 나란히 달리는 고속도로의 공항 리무진이 열차를 추월할 정도이다. 다시 말해 속도가 문제되고 있다. 하지만 증속도 좀 이용객이 늘고 장사를 할 맛이 나야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폭설 때 도로 교통이 다 마비됐을 때는 그래도 공항 철도가 건설 이래로 승객이 제일 많았다고 하던데... 또한 9호선 덕분에 승객이 또 늘기도 했다.

공항 철도의 1차 개통 구간에는 다음과 같은 역이 있다.

※ 김포공항(지하): 5호선 김포공항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지하 환승역으로,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염두에 두고 건설이 잘 된 덕분에 ‘금정 형’ 환승역이 되었다. 즉, 계단을 이용할 필요 없고 심지어 카드 접촉을 할 필요조차 없이 동일 승강장의 반대편으로 열차를 아주 쉽게 갈아탈 수 있다는 뜻이다. 공항 철도는 수도권 전철과 환승 할인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복정 형’ 환승역이 되지 않은 것은 무척 바람직한 모습이다.
지금이야 이 역이 공항 철도의 종점이기 때문에 한 층은 일반열차 출발, 다른 층은 직통열차 출발이지만 나중에 이 역이 중간 통과역(서울 역이 종점)이 되고 나면 층별 승강장의 용도도 달라질 것이다. 난 아직도 김포공항 역의 정확한 승강장 구조를 잘 모르겠다.

※ 계양(지상): 인천 지하철과의 환승역인 이 역은 김포공항과는 달리 ‘도봉산 형’, 또는 ‘회기 형’ 환승역이다. 즉, 불편한 형태이다. 두 승강장이 지상의 동일 층에 좌우로 평행하게 존재하는 점은 같으나, 서로 다른 회사의 노선끼리 지하도로 환승한다는 점에서 회기가 아닌 도봉산에 더 가까운 것이다. 그런데 귤현에서 끝나던 인천 지하철이 오로지 공항 철도와의 환승을 위해서 차량 기지 인근에(내부는 아님) 이렇게 역을 더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도봉산이 아닌 ‘장암’과 비슷한 면모도 존재한다. ^^
이 역의 주된 목적은 환승이며, 주변엔 다 들판으로 이렇다 할 역세권이 없다. 두 노선을 환승할 때는 응당 게이트를 따로 통과해야 한다.

※ 검암(지상, 쌍섬식): 한참 지상을 달리다가 드디어 기존 철도 환승이 아닌 공항 철도만의 역이 등장한다. 급행 대피 내지 주박용으로 사용하는 선로가 하나 더 있어서 쌍섬식이며 실제로 이 역은 막차 시간대에 주박역이기도 하다. 인근에 공항 철도 본사가 있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더욱 높다. 이 역을 지난 뒤엔 드디어 영종도로 다리를 건너기 때문에 역간 거리가 무려 18km가 넘는다.

※ 운서(지상): 영종도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만나는 이 역은 공항 신도시로 들어서는 관문이다. 비환승 지상역이라는 점에서는 운서와 위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승강장은 그냥 복선 상대식이다.

※ 공항화물청사(지하): 시가지를 통과한 후, 이제 도로 지하로 들어가 공항 근처 접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 반경엔 다른 대중교통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화물 청사로 가든, 인근의 여객 터미널로 가든 또 셔틀 버스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만 갈 수 있다. 일반 공항 이용객이 화물 청사에 갈 일이 있나 궁금하다.

※ 인천국제공항(지하): 드디어 공항에 다 왔다. 승강장이 상당히 깊은 곳에 있지만, 천장으로부터 자연 채광이 되는 게 인상적이다. 이 역이 있는 곳은 여객 터미널이 아니라 교통 센터이기 때문에, 리무진 버스처럼 딱 코앞에서 내리는 게 아니다. 여객 터미널까지 또 적지 않은 거리를 걸어야 한다.
미래에 건설될 제2 공항 철도를 염두에 두고 추가 승강장의 부지가 미리 확보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7 02:01 2010/01/17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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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공항

※ 김포

인천 공항이 개항하기 전엔 서울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최대/최고의 공항이었다. 지금은 이 위치가 서울 강서구이지만 이 공항이 처음 생기던 시절엔 여기가 서울 시내로 편입되기 전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여의도에 비행장이 있던 것이 제법 외곽이던 이곳으로 이전했다.

나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문인데 부지가 비좁고 더구나 인근의 주거지 때문에 밤엔 비행기를 띄울 수 없는 문제까지 생긴 관계로, 관문 역할은 훗날 인천 영종도에 훨씬 더 큰 규모로 따로 만든 인천 공항에다 넘겨주게 되었다. 그 후 이 공항은 국내선 위주로 역할이 축소되었는데, 이제는 국내선만 취급하기에는 공항 용량이 많이 남는 관계로 중국과 일본 일부 국제선이 다시 취항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김포와 인천 공항의 관계는 일본으로 치면 도쿄 하네다와 나리타 공항의 관계와 거의 일치한다. 개인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포함하여, 서울에서 2~3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단거리 노선은 그냥 김포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인천 공항 올인 육성을 위해서 이는 실현되기 곤란한 사항이다.

한때는 지하철 5호선만이 연결해 줬지만 지금은 9호선과 공항 철도까지 개통하여 나름 3개 철도 노선으로 접근 가능한 곳이 됐다. 본인은 1999년에 나름 대회 참가차 미국 갈 때 김포 공항 국제선을 이용해 봤다.

※ 인천

1990년대에 경부 고속철과 더불어 2대 맘모스급 국책 사업으로 추진된 끝에, 섬을 삽 떠서 메워 만든 초대형 허브 공항이다. 주거지하고는 멀찍이 떨어져 있고, 공간도 무진장 넓고, 비행기는 24시간 뜨고 내릴 수 있고... 건설 당시엔 세종 공항으로 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인천 시 정치인 쪽의 입김 행사로 인해 반영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인천 이외의 우리나라의 국제 공항들은 거의가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하고 일본· 중국 소수 노선에 국한된 반면, 이 공항은 명실상부히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공항으로서 전세계 수많은 항공사가 취항하여 쉴 새 없이 비행기가 왕래 중이다.
2001년에 개항하여 시설도 깔끔하고 으리으리하고 좋으며, 경영도 잘 해서 흑자 많이 내고, 외국에도 가격 대 성능이 뛰어난(공항 이용료도 저렴) 좋은 공항으로 정평이 나서 어떤 면에서는 일본 공항의 실적도 따라잡고 추월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좋은 공항을 왜 또 매각하고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나오나 모르겠다.

※ 성남

용도가 공군 비행장에 가깝고 민간인 여객 공항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공항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민간인용 지도에는 표기도 안 돼 있음. 가끔 에어쇼 할 때나 개방한다). 성남에 있지만 이름은 서울 공항이다. 서울에 있는 김포 공항처럼.. 이름과 실제 위치가 별로 매치가 안 되는 또 다른 예이다. ^^

그래도 서울 중심부와 가까우면서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 공항이 차지하는 전략적 의의는 꽤 된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용하고, 부시 대통령이 방한할 때 에어 포스 원 비행기도 이 공항으로 왕래했다.

※ 김해, 제주

서울에 있지 않은 국내 공항 중에 나름 저명도가 있고 자체 국제선도 취항하면서 흑자도 내고 있는 곳이다. 즉, 서울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대도시인 부산, 그리고 어차피 고립된 섬이어서 이렇다할 교통수단이 비행기밖에 없는 제주도이다 보니 수지도 맞고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승산도 있는 것이다. (대구-부산은 아직 고속 신선도 없음) 특히 제주 공항은 그 특성상 국내선의 비중이 높고 비행기가 엄청 많이 드나드는 바쁜 공항으로, 세계적으로 순위도 꽤 높다고 한다.

참고로 서울 김포 공항도 강서구에 있고, 부산 김해 공항도 강서구에 있다.

여담이지만, 제주 국제 공항은 이례적으로 X자 모양으로 활주로가 두 방향으로 건설되어 있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한쪽 방향으로 이륙이 곤란한 경우 다른 편 방향으로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단, 양 활주로의 길이가 같지는 않아서 다른 편 방향으로 이륙은 작은 비행기만 할 수 있다.

※ 청주

김포가 북쪽 끝이고 김해/제주는 남쪽 끝인 반면, 청주 공항은 국토의 중앙에 있어서 위치가 어중간하다. 그래서 국내선은 제주도로 국한돼 있고, 일부 국제선을 취항해 있으나 수지가 맞지 않아서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철도 충북선에 청주공항 역이 있다.
한때는, 인천 공항을 새로 만드는 대신에 남한의 정중앙에 있는 이 청주 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육성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 대구, 포항, 울산

영남 지방에 있는 공항들이다. 대구는 일부 단거리 국제선이 있지만 포항과 울산은 국제 공항은 아니며 국내선만 취급한다. 국제 공항치고는 그렇게 외곽에 있지 않아 접근하기 쉬운 편이다.
국내선은 제주 아니면 서울 행으로 국한되어 있는데 대구는 KTX에 밀려서 김포 공항 노선은 사라졌고(1시간 40분만에 서울 중심 접근 가능!), 그 대신 인천 공항으로 바로 가는 노선만 있다. 포항은 제주도도 없이 서울 김포 행만 제공한다.

대구와는 달리 포항과 울산은 나라에서 육성한 대규모 공업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위치상으로 경부 고속도로나 경부선 철도로의 접근성이 열악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자 이런 식으로 공항이 존재해 왔다. 포항은 몰라도 울산은 KTX가 2차 개통하면 또 항공 교통이 어떤 양상으로 바뀔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경주로 갈 때도 울산 공항을 이용하면 된다. 언제 한번 비행기 좀 타고 집에 가 보고 싶다.

※ 강원도, 호남

이런 지역에 있는 공항들에 대해서는 딱히 내가 아는 바가 없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가는 국내선은 과거에 육상 교통이 캐불편하던 시절에는 승산이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영동 고속도로가 굉장히 빠르게 잘 뚫려서(경부축의 KTX) 비행기의 장점이 크게 줄어들었을 뿐더러 강원도 쪽은 대도시도 없고 수요가 너무 부족하다. 양양 공항은 정말 악명 높던 사례이다.

광주 공항은 김포 공항으로 가는 노선이 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여기도 KTX가 고속으로 달리지 못하고 육상 교통에 비해 항공이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33 2010/01/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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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추억

1. 공항 가는 길: 드넓은 공항 고속도로와 늘 텅 비어 다니는 공항 철도. 주변 갯벌과 영종 대교의 경치가 무척 인상적이다. 서울에 살면서 짐이 별로 없이 혼자 비행기 탈 때야 싸고 쾌적한 공항 철도가 짱이지만, 공항 철도 수혜권의 밖에 있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게 문제.

2. 으리으리한 인천 공항 여객 터미널: 리무진으로 공항에 갔다면 3층인 출발층에 코앞에서 내리겠지만, 자가용을 갖고 갔다면 지하 주차장, 그리고 철도를 이용했다면 역시 지하에서 내리므로 터미널까지 한참을 걷고 올라가야 한다.
돈 뽑기, 환전이나 휴대전화 로밍 같은 시설은 널렸으니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만능 콘센트 같은 것도 면세점에 가면 다 있다. 하지만 환전은 인터넷으로 미리 해 가야 싸다. 시계 같은 건 군부대 앞에 있는 사제품을 사는 것보다야 미리 챙겨 가는 게 더 나은 것과 같은 이치.

3. 출국 수속: 맨 윗층(3층)인 출국층으로 올라가, 내가 타는 비행기가 소속되어 있는 항공사의 부스로 간다. 짐이 많으면 카트 하나 끌고 긴 줄을 따라 기다린 후, 자기 차례가 되면 출국 수속을 받는다. 미리 프린트해 놓은 E티켓과 여권을 제시하면 되는데, 항공사에 따라서는 아예 E티켓은 보지도 않고 여권만 주면 되는 경우도 있더라.

이 시점에서 항공권이 발권된다. 직원이 어디 앉고 싶냐고 보통 묻는다. 나는 늘 창가 쪽 좌석을 달라고 했고 그럼 그렇게 티켓이 나왔다. 신체 건강한 성인이라면 비상구 쪽 좌석을 달라고 해도 된다. 발을 길게 뻗을 수 있어 무척 편한 자리인 반면, 여기 앉은 승객은 사고가 났을 때 승무원과 같이 다른 승객들 구조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이건 항공업계에 법으로 규정된 사항이며, 이 때문에 비상구 좌석은 그렇게 할 능력이 있고 그 의무에 동의하는 승객에게만 발권된다.

4. 소지품: 고속버스의 내부에 짐칸과 객실 내 선반이 따로 있듯이, 비행기를 탈 때도 승객은 큰 짐은 따로 부칠 수 있으며, 작은 짐은 그냥 기내에 갖고 들어갈 수 있다. 부치는 짐은 출국 수속을 할 때 무게를 재고 간단히 보안 검사를 한 후, 항공사 측으로 인계하게 된다. 옷가지나 세면도구, 책처럼 당장은 없어도 되면서 싸고 부피가 비교적 크고, 잃어버려도 그렇게 큰 손해가 아닌 짐은 응당 부치면 된다.

부치는 짐은 수송하는 과정에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쿵쿵 떨어지기도 하고 직원들이 막 던지기도 한다. 수송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면 정말 '식겁'을 할 거라던데.. 그러므로 충격에 약한 물품은 부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승객들끼리 짐이 뒤바뀌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가방 손잡이 같은 데에다 나만 식별할 수 있는 색깔의 손수건을 묶거나 표식을 미리 해 두는 게 좋다. 무게도 미리 재어서 테스트해 보는 것 역시 상식.

비행기에는 기내에 휴대 반입이 가능한 짐이 있고, 기내 반입이 안 되어 부쳐야만 하는 짐이 있으며, 아예 부치지도 못하는 짐도 있다. 참고로 기내에는 손톱깎이나 커터 같은 작은 쇠붙이도 갖고 들어갈 수 없으며 이런 건 부쳐야 한다. 비행기에 실을 수 없는 물품에 대해서는 소지를 그냥 포기하고 불우이웃 시설에 기증(?)하라는 물품 포기함도 공항 내부에 있다. ^^;;
이런 것과는 반대로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같은 고가의 전자 기기들은 부치지 말고 기내에서 개인이 직접 휴대해야 한다.

5. paid 구역으로: 이제 탑승권을 받았으므로 paid 구역으로 들어간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다. 철도처럼 자동 개집표기 같은 건 없고, 입구를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여권과 탑승권을 제시하면 바로 들어갈 수 있다. 곧바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보안 검색대이다. 가방, 주머니 속의 소지품, 웃옷 다 꺼내서 바구니에 얹고, 본인도 신발 벗고 검색대를 통과하면 된다.

6. 출국 심사: 검색대를 통과한 후 출국 심사를 받는다. 출국 금지된 블랙리스트 등재 인물이 아닌지만 파악하는 과정이므로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해당 사항 없다. -_-
여권과 비행기 탑승권을 제시하면 직원이 여권에다가 우리 공항을 이용하여 출국했다는 도장을 찍어 준다.

7. 대기: 출국 심사까지 마쳤으니 남은 것은, 면세점 쇼핑을 즐기다가 내가 타는 탑승구를 찾아가 비행기에 타는 것뿐이다. 타는곳이 확장 탑승동에 있다면 아직 갈 길이 한참 머니 지하로 가서 셔틀 전철을 타야 한다. 이 구역 내부는 무선 인터넷도 무료로 잘 돌아가고 있으니, 노트북을 갖고 있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면 인터넷을 즐겨도 좋다. 비행기 안에서는 인터넷이 안 되므로 어차피 배터리 다 쓸 거면 지금 쓰는 게 낫다.

8. 탑승: 각 게이트별로 아담한 대기실(?)이 있고 승객들이 앉아서 게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게이트가 열리면 비행기로 탑승이 시작되는데, 보통 1등석 승객과 노약자 장애인부터 가장 먼저 들어가고 일반실 승객도 좌석 번호에 따른 구역별로 승무원의 통제에 따라 탑승하게 된다. 1등석 승객과 다른 승객들은 들어가는 길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실 승객은 2등석까지는 잠시 구경할 수 있어도 1등석을 구경할 일은 잘 없다.
좁은 통로를 지나서 드디어 비행기 내부에 들어간다. 일반실은 좌석이 굉장히 작아서 KTX 일반실 내지 일반과 비슷하다. 버스처럼 안전 벨트가 있고, 다른 교통수단에는 없던 담요가 있다. 그리고 식수가 비치되어 있다.

9. 출발: 비행기를 타는 건 굉장히 큰 일이다. 보통 승객들도 예상 시각보다 훨씬 더 일찍 맞춰서 공항에 알아서 오고 대비를 한다. 작은 공항의 경우 타기로 예정된 승객들만 다 타면 예정 시각보다 먼저 비행기가 출발해 버리는 경우도 있는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엄청 많이 드나들고 활주로를 조직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인천 같은 큰 공항은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비행기가 활주로까지 이동하는 것은 꼭 버스가 출발하는 것과 별 차이 없는 느낌이다. 이 동안 우리 항공사를 이용해 줘서 고맙다는 안내 방송과 함께 비상시 대처 요령 같은 게 비디오로 흘러나올 것이다. 그리고 곧 이륙을 할 것이므로 안전 벨트 채우고 전자 기기를 다 꺼 달라는 당부가 나온다. 비행기 내부에서는 이착륙 중엔 안전을 위해 일체의 전자 기기 사용이 금지되며, 순항 중일 때에나 통신 기능이 없는 기기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기내에서 비행기의 이착륙 중에 창밖 풍경을 찍은 동영상은(유튜브에도 있다) 마치 예비군 훈련장 내부 사진(역시 블로그에 나돈다)만큼이나 규정을 어기고 몰래 찍은 것이다.

10. 이륙: 이륙이 시작되면 비행기의 엔진 소리 옥타브가 급증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가 거칠게 나기 시작한다. 짜릿하다. 비행기는 정말 이 맛에 탄다. 그리고 갑자기 지구의 중력 가속도의 값이 바뀐 듯한 느낌과 함께 비행기는 공중으로 뜨고 경사감이 느껴진다. 바깥 건물과 도로들이 장난감처럼 작아져 보이기 시작하며 구름마저도 아래로 보이게 된다.

본인의 경험상 인천 공항에서 갓 출발한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거의 15~20분 정도로 일정했다. 택싱 내지 대기 시간이 그만치 걸린다는 뜻이다.

11. 순항: 이제 비행기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만 남았다. 거리에 따라서 기내식이 한두 번 나올 것이고, 일부 노선의 경우 면세품을 파는 카트도 돌 것이다. 기내식은 식사도 있고 음료수+과자 간식도 있다.
아 그리고, 입국 신고서도 여행 중에 배부된다. 당신이 불법 체류자가 아닌 정당한 여행객인지(님의 신분은? 입국 후 어디 체류할 예정?), 생물학적으로 위험한 물품을 반입하고 있는지, 세관에 신고해야 할 귀중품이 있는지 등을 아주 형식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 대부분 해당 사항이 없는 질문들에 답변하여 입국 심사 때 제출하면 된다.

비행기에도 승객이 바깥 경치 좀 구경하라고 창문이 있다. 하지만 비행기 창문은 모든 교통수단들 중 가장 작으며 그 이유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착륙 중일 때는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창문을 다 열어 달라고 하며, 반대로 긴 시간 순항 모드일 때는 자는 승객도 있고 하니 창문을 닫아 놓고 기내를 전반적으로 깜깜하게 해 놓는다. 따라서 객실 조명에 관한 한 비행기는 고속버스와 비슷한 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비행기 창문을 연다는 말은 블라인드로 가려졌던 유리창을 보이게 한다는 뜻하는 말이지, 바깥 공기와 객실 공기 사이를 개방한다는 뜻은 절대 아님. ㅋㅋㅋ)

지금 모든 대중교통들이 그렇듯이 비행기 내부에서도 흡연은 엄격히 금지이다. 특히 화장실 안에서 몰래 피우는 건 금기 1순위이다. 담배 연기가 화재로 오인이라도 됐다간 망신 톡톡히 당한다. 아예 담배 자체를 기내 반입 금지 물품으로 분류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라이터는 말할 것도 없고!
몇십 년 전만 해도 간접 흡연 때문에 폐암 걸린 스튜어디스가 소송 제기까지 했었는데 세상 참 많이 변했다.

※ 글을 맺으며

비행기 몇 번 타 보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생생한 기억이 남아 있어서 몇 자 정리해 보았다. 착륙 쪽은 쓰자니 너무 힘들어서.. 여기까지만. -_-

그 집채만한 배가 바다에 어떻게 떠 다니는지는 솔직히 이해가 된다. 배만 중력이 있는 게 아니라 유체에도 중력이 있으며, 근본적으로 물도 그렇게 호락호락 가벼운 물질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집채만한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로 뜰 수 있는지는 나는 아직까진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 그냥 무슨무슨 법칙과 수학 공식으로 설명을 하더라도 내 마음으로 "실감"이 가지는 않는다. 더구나 그냥 뜨는 것도 모자라 전투기 에어쇼 같은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오늘날의 고정익 비행기는 정말 잘 통제된 아슬아슬한 조건 하에서만 뜰 수 있다. 새처럼 자기만 혼자 곱게 뜨는 게 아니라 주변에 온갖 side effect를 남기기 때문에 정말 깔끔하게 잘 정돈된 활주로도 필요하며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조류 충돌 같은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악몽이다. 엔진이 풀로 돌아가고 있는 팬으로 불순물이 빨려 들어갔다간 작살 난다. 그래서 화산이 폭발해도 화산재와 먼지가 무서우니 그쪽은 피해서 비행해야 하고, 심지어 비행기 위에 쌓인 눈도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눈 때문에 무거워서가 아니라, 눈이 쌓임으로써 비행기 날개의 표면 외형을 왜곡하여 날개가 만들어내는 양력 효율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비행기 활주로는 무거운 비행기의 착륙 충격을 견딜 수 있게 일반 도로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특수하게 건설된다. 비행기 타이어도 자동차 타이어보다 훨씬 더 비싸고 고급 재질로 만들어지며 교환 주기가 짧다. 타이어 내부에는 화재의 요인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산소가 전혀 없이 비활성 기체인 질소만으로 100% 주입한다. 물론 지구 대기도 이미 80%가 질소이긴 하지만.
비행기 타이어가 터지면 터진 부분만 땜질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한번 착륙을 수행한 비행기는 타이어가 굉장히 열과 무리를 많이 받아 있기 때문에, 몇 시간씩 식히고 쉬게 해 줘야 한다.

V1 속도를 넘어서면 이륙을 중단할 수 없이 무조건 떠야 하며, 연료 소비를 감안하여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의 허용 무게도 다 정해져 있다. 그래서 이륙했다가 곧장 다시 착륙하면 아직 연료 때문에 비행기가 많이 무거운 상태인지라 활주로와 비행기에 심한 무리를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행기는 긴급 환자 발생 같은 비상 사태로 인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조기 착륙할 경우, 선회 비행을 하면서 아깝지만 연료를 버려야 한다. 어떻게든 정상 운항 후 착륙할 때와 같은 무게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정말 복잡하지 않은가?
이래서 사람이 만든 날개는 역시 신이 만든 날개보다는 불완전한 건지도 모르겠다.
사냥꾼의 총에 맞아 추락한 새가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과 화재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게 대단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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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0/01/11 09:57 2010/01/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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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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