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호 역시 그렇게 몰락하고 있다.
- 돈 졸라 많이 벌긴 하는데 쓸 일 별로 없다 (사람 접대를 안 하니, 품위 유지비 같은 것도 별로..)
Posted by 사무엘
Posted by 사무엘
※ 갈 땐 철도로
이번 크리스마스는 가족하고도, 교회 사람들과도, 심지어 애인-_-(그런 게 있을 리가? ㅋㅋㅋㅋ)하고도 보내지 않았다.
우리 교회는 성탄절에 크리스마스트리, 산타 나부랭이 따위는 없다. 그 대신 그 날 전통적으로 복음 전도 집회를 해 왔다. 보통 거기 가곤 했는데 올해는 그것도 빠지고, 그 대신 25, 26일에 걸쳐 철도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혼자 간 건 아니고,
누군지 아마 짐작하는 분도 있겠지만... 카이스트 후배이며 본인의 최측근자-_-에 속하는 모 지인과 함께 갔다. 여행 가서도 서로 노트북 꺼내서 각자 만들던 프로그램을 열심히 짜는 골수 덕후들끼리,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______^
대략의 경로를 얘기하자면 강릉 정동진을 찍은 후 부산행이었다. 동해 바다까지 가서 회 요리를 안 먹을 수가 없어서 맛있게 먹었는데, 참고로 횟값이 방값보다 더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엔 그 길로 부산까지 갔다.
갈 때와 올 때 모두 스위치백을 오르내렸다. 강릉 방문은 거의 3년 반만에 처음이고 영동선 방문은 2년 반만에 처음이었다. 정동진 역은 역시 바닷가를 찾은 관광객이 많았고 아침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는데, 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출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성탄절이 이러한데 신정 연휴 때는 더욱 붐빌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여행 코스에서 영동선과 태백선을 전구간, 그것도 다 낮에 이렇게 답사하는 건 그때 내일로 티켓 때도 못 했었기 때문에 기쁘기 그지없었다. 정말 맑고 좋은 겨울 날씨가 여행을 더욱 즐겁게 했다. 같이 간 녀석은 이제야 내일로 티켓을 샀던데, 내가 여행가는 요령 코치를 잔뜩 해 줬다. 철도 덕후 후학을 양성해야 하는데 얘가 유력한 후보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얘는 내일로 티켓으로 좌석이 없고, 나는 매 여행 경로마다 지정석 표를 사서 같이 동반하는 그런 형태였다.
강릉에 이어 경부선 대구-부산 구간도 정말 천하절경이기 때문에 강원도 산악 철도와 잘 어울렸다. 차이가 있다면 경부선은 중앙-태백-영동선보다 열차 주행이 훨씬 더 빠르며 승객도 훨씬 더 많다는 것이었다. 경부선에서 전기 기관차 열차를 탄 것도 이번이 난생 처음이었다. 그 전엔 새마을호(디젤 동차) 아니면 KTX만 탔으니 경부선에서 딱히 기관차형 열차 자체를 접할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부산 지하철을 1~3호선 모두 속성으로 시승했다. 3호선 전동차의 구동음과 대구 2호선 전동차 구동음은 음높이까지 완전히 동일하다는 사실에 부산 출신의 다른 철도 전문가-_- 후배와 함께 합의를 봤다.
※ 올 땐 비행기로
저 녀석은 내일로 티켓 여행을 계속하지만 나는 이내 서울로 복귀해야 했기 때문에, 지하철 구경만 잠깐 한 후 부산에서 헤어졌다. 그 후 나는 김해 공항으로 가서 무려 비행기-_-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를 듣고 싶고, 오랜만에 인천 말고 김포 공항 구경도 좀 하고 싶어서였다. ^^;;
공항까지는 버스를 탔는데, 덕분에 지하철 3호선으로만 통과하던 부산 시내 동서를 지상 도로를 이용해서 구경할 수 있었다. 만덕-미남 사이의 터널은 서울로 치면 마치 남산 1호 터널 같았다.
그리고 철도로 부산을 방문하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경부선의 부산 시내 고가 구간은 100년 전에 경부선이 처음 건설되던 시절부터 고가였을 리는 없을 텐데 언제 저렇게 이설됐는지도 궁금하다. 심지어 서울조차도 경부선 서울 구간은 그냥 평지인데 말이다.
내 스스로 국내선 비행기를 탄 건 난생 처음이고, 김포 공항 구경은 거의 10년만에 처음이었다. 주말이지만 전혀 혼잡하지 않았다.
시속 60은 낼까 궁금하던 그 느려 터진 중앙-태백-영동선 열차를 타다가 돌아올 땐 비행기를 타니, 분위기가 이보다 더 극과 극일 수 없었다. 역시 국내선은 국제선보다 훨씬 더 타기 쉬우며, 여권도 필요 없고 출입국 신고 절차도 없이(당연하지만)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의 비행기 탑승 기록이 해당 항공사 외에 정부 기관 차원에서 남지는 않는다. ^^ 또한 국내선은 보안 구역으로 들어가도 면세점 같은 건 없다.
다른 곳도 아니고 김해 공항인데 저가 항공사인 에어 부산을 이용해 볼까 생각도 했지만, 메이저 항공사하곤 놀라울 정도로 가격 차이가 별로 없는 데다 서비스는 대한이 훨씬 더 낫다는 평판에 따라 지난번에 미국 갈 때 이용했던 대한 항공을 또 이용했다.
뭐, 그래 봤자 비행 시간이 40분밖에 안 되는 국내선은 역시 국내선일 뿐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착륙 모드로 들어섰다. 시속 800km가 채 안 되는 속도에 순항 고도는 7000m대에 머물렀다가 금세 내려가야 했으며, 도중에 먹거리가 나온 건 음료수 한 컵밖에 없었다. 영상/음성 서비스도 당연히 없고 비상시 대처 요령도 승무원이 직접 시범을 보이더라.
김포 공항은 명색이 그래도 서울 시계 안에 있다 보니, 비행기가 착륙 직전에 인근 도로의 차들로부터 불과 2~30 m 남짓 위까지 하강하는 것도 봤다. 멀찍이 오지에 건설된 인천 공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니 김포 공항은 24시간 운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항공 상식 사이트에서 본 것처럼, 착륙할 때 비행기 날개에서 뭔가를 탁 치켜세우면서 거센 역풍 소리가 들리는 것도 확인했다.
이렇게... 이틀 동안 한 20만원이 좀 넘게 돈지랄-_-을 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강릉-부산-서울을 다니니 우리나라가 정말 좁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로 다른 교통수단들에 대한 차이점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게 내가 노는 방법이며 유흥비 지출을 하는 방법이다. 정말 보람있게 돈 썼으며 알찬 재충전 시간이었다. ^^;;
성탄절 연휴는 이렇게 보냈고 다음 주의 신정 연휴는 그냥 집에서 코딩하고 쉬다가 서울 근교의 지인이나 좀 만나면서 보낼 생각이다.
※ 그 외의 비행기 관련 추가 소감
1. 지난번에도 글로 쓴 적이 있을 것이다. 기차 내지 지하철을 타면서는 안내방송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귀가 따갑도록 듣지만, 비행기 안에서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그냥 손님이다.
2. 비행기와 공항 건물 사이를 드나들 때 김포 공항은 여전히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보통 도착했을 때만 버스인지? 최신식 초대형으로 건설된 인천 공항은 그와 달리 출발과 도착 모두 통로가 비행기와 건물이 일체형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바깥 공기를 마실 일이 없었다.
3. 각종 표지판에서 전속 서체를 사용하는 인천 공항과는 달리, 김포 공항은 다 맑은 고딕으로 바뀌어 있는 걸 확인했다. 그나저나 도착장을 나선 후 지하철 5호선을 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 김포 공항은 접근성이 좋다는 것 하나는 정말 인정한다.
4. 올가을부터 새롭게 무슨 종이 영수증 스타일로 개정된 철도 승차권은, 영락없이 국내선 비행기 탑승권(국제선 아님)을 따라한 게 맞음을 확인했다. ㅋㅋ
5. 비행기로 이렇게 짧은 여행을 하니 오로지 시작과 끝점만 있고, 정말 중간 과정이란 게 느껴지지 않는다. 교통 정체라든가 역/휴게소 정차, 멀미 나부랭이가 없다. 그냥 부산에서 서울로 싹 순간 이동을 한 느낌이고, 중간에 체력이나 정신력의 소모가 전혀 없다. 이게 단순히 소요 시간이 짧아서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글쎄다.
그러니, 공항까지 오고 가느라 까먹는 시간을 감안했을 때 설령 총 소요 시간이 다른 육상 교통과 별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출장 갈 때 비행기가 뭔가 업무 효율면에서는 승산이 있기도 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이번에는 각 교통수단을 둘둘씩 묶어서 비교한 것이다. ^^;;
※ 도로-철도 VS 비행기-배
- 전자는 육상 교통수단인 반면 후자는 그렇지 않다는 가장 간단한 차이가 존재한다. 후자는 전자보다 날씨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으며, 날씨가 심하게 안 좋을 경우 심지어 결항까지 한다.
- 전자는 탑승자의 신변 확인이 없이 걍 돈 내서 승차권만 갖고 있으면 누구나 탈 수 있다. 하지만 후자는 탑승권에 임자가 따로 있으며, 하다못해 피서차 고기잡이 뱃놀이를 가더라도 승선자 명단과 연락처는 미리 확보해 놔야 한다. 후자는 사고가 날 경우 동체 내지 탑승자가 아예 실종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 도로-비행기 VS 철도-배
- 후자가 전자보다 대체로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대량 수송에 더욱 친화적이다.
- 후자는 전자에 비해 가감속 성능이 떨어지며, 높낮이 변화에 무척 취약하다는 특징이 존재한다. 철도는 작은 마찰계수의 특성상 등판능력이 매우 떨어지며, 배는 고도 자체가 해수면에 완전 붙박이 고정. ㅋㅋㅋㅋ
- 전자는 언제나 우리 승강장과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동체의 앞부분 단일 입구를 통해 탑승한다. 하지만 후자의 철도는 언제나 승강장과 평행인 옆면으로 탑승하며 터미널형 탑승 형태는 매우 드물다. 배는 수직형과 평행형이 모두 쓰이는 듯하나, 매우 큰 배는 철도처럼 평행형이다. (타이타닉 같은 옛날 영화들에서 배 타는 장면 참고)
※ 도로-배 VS 철도-비행기
- 전자는 평면 위에서 조향이 가능한 깔끔한 2차원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후자의 철도는 앞뒤로만 달릴 수 있는 1차원 교통수단이고, 비행기는 완전한 3차원 교통수단이다.
- 후자는 기술 개발을 통해 전자보다 속도를 월등히 더 끌어올릴 여지가 충분히 있다. (고속철, 초음속기 등^^)
- 후자는 전자보다 다니는 길에 훨씬 더 민감하다. 자동차는 그래도 비포장 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고 배 역시 쇄빙선 같은 것도 있긴 한 반면, 철도는 매일 정교하게 선로 보수를 해야 하는 교통수단이며, 비행기 역시 활주로에 조금이라도 이물질이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배의 경우, 잠수함은 여객용으로 통용되는 교통수단이 아니므로 고려에 넣지 않았고 언제나 해수면을 떠 다니는 교통수단만 생각한 것임.
Posted by 사무엘
※ 김포
인천 공항이 개항하기 전엔 서울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최대/최고의 공항이었다. 지금은 이 위치가 서울 강서구이지만 이 공항이 처음 생기던 시절엔 여기가 서울 시내로 편입되기 전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여의도에 비행장이 있던 것이 제법 외곽이던 이곳으로 이전했다.
나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문인데 부지가 비좁고 더구나 인근의 주거지 때문에 밤엔 비행기를 띄울 수 없는 문제까지 생긴 관계로, 관문 역할은 훗날 인천 영종도에 훨씬 더 큰 규모로 따로 만든 인천 공항에다 넘겨주게 되었다. 그 후 이 공항은 국내선 위주로 역할이 축소되었는데, 이제는 국내선만 취급하기에는 공항 용량이 많이 남는 관계로 중국과 일본 일부 국제선이 다시 취항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김포와 인천 공항의 관계는 일본으로 치면 도쿄 하네다와 나리타 공항의 관계와 거의 일치한다. 개인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포함하여, 서울에서 2~3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단거리 노선은 그냥 김포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인천 공항 올인 육성을 위해서 이는 실현되기 곤란한 사항이다.
한때는 지하철 5호선만이 연결해 줬지만 지금은 9호선과 공항 철도까지 개통하여 나름 3개 철도 노선으로 접근 가능한 곳이 됐다. 본인은 1999년에 나름 대회 참가차 미국 갈 때 김포 공항 국제선을 이용해 봤다.
※ 인천
1990년대에 경부 고속철과 더불어 2대 맘모스급 국책 사업으로 추진된 끝에, 섬을 삽 떠서 메워 만든 초대형 허브 공항이다. 주거지하고는 멀찍이 떨어져 있고, 공간도 무진장 넓고, 비행기는 24시간 뜨고 내릴 수 있고... 건설 당시엔 세종 공항으로 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인천 시 정치인 쪽의 입김 행사로 인해 반영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인천 이외의 우리나라의 국제 공항들은 거의가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하고 일본· 중국 소수 노선에 국한된 반면, 이 공항은 명실상부히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공항으로서 전세계 수많은 항공사가 취항하여 쉴 새 없이 비행기가 왕래 중이다.
2001년에 개항하여 시설도 깔끔하고 으리으리하고 좋으며, 경영도 잘 해서 흑자 많이 내고, 외국에도 가격 대 성능이 뛰어난(공항 이용료도 저렴) 좋은 공항으로 정평이 나서 어떤 면에서는 일본 공항의 실적도 따라잡고 추월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좋은 공항을 왜 또 매각하고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나오나 모르겠다.
※ 성남
용도가 공군 비행장에 가깝고 민간인 여객 공항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공항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민간인용 지도에는 표기도 안 돼 있음. 가끔 에어쇼 할 때나 개방한다). 성남에 있지만 이름은 서울 공항이다. 서울에 있는 김포 공항처럼.. 이름과 실제 위치가 별로 매치가 안 되는 또 다른 예이다. ^^
그래도 서울 중심부와 가까우면서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 공항이 차지하는 전략적 의의는 꽤 된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용하고, 부시 대통령이 방한할 때 에어 포스 원 비행기도 이 공항으로 왕래했다.
※ 김해, 제주
서울에 있지 않은 국내 공항 중에 나름 저명도가 있고 자체 국제선도 취항하면서 흑자도 내고 있는 곳이다. 즉, 서울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대도시인 부산, 그리고 어차피 고립된 섬이어서 이렇다할 교통수단이 비행기밖에 없는 제주도이다 보니 수지도 맞고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승산도 있는 것이다. (대구-부산은 아직 고속 신선도 없음) 특히 제주 공항은 그 특성상 국내선의 비중이 높고 비행기가 엄청 많이 드나드는 바쁜 공항으로, 세계적으로 순위도 꽤 높다고 한다.
참고로 서울 김포 공항도 강서구에 있고, 부산 김해 공항도 강서구에 있다.
여담이지만, 제주 국제 공항은 이례적으로 X자 모양으로 활주로가 두 방향으로 건설되어 있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한쪽 방향으로 이륙이 곤란한 경우 다른 편 방향으로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단, 양 활주로의 길이가 같지는 않아서 다른 편 방향으로 이륙은 작은 비행기만 할 수 있다.
※ 청주
김포가 북쪽 끝이고 김해/제주는 남쪽 끝인 반면, 청주 공항은 국토의 중앙에 있어서 위치가 어중간하다. 그래서 국내선은 제주도로 국한돼 있고, 일부 국제선을 취항해 있으나 수지가 맞지 않아서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철도 충북선에 청주공항 역이 있다.
한때는, 인천 공항을 새로 만드는 대신에 남한의 정중앙에 있는 이 청주 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육성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 대구, 포항, 울산
영남 지방에 있는 공항들이다. 대구는 일부 단거리 국제선이 있지만 포항과 울산은 국제 공항은 아니며 국내선만 취급한다. 국제 공항치고는 그렇게 외곽에 있지 않아 접근하기 쉬운 편이다.
국내선은 제주 아니면 서울 행으로 국한되어 있는데 대구는 KTX에 밀려서 김포 공항 노선은 사라졌고(1시간 40분만에 서울 중심 접근 가능!), 그 대신 인천 공항으로 바로 가는 노선만 있다. 포항은 제주도도 없이 서울 김포 행만 제공한다.
대구와는 달리 포항과 울산은 나라에서 육성한 대규모 공업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위치상으로 경부 고속도로나 경부선 철도로의 접근성이 열악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자 이런 식으로 공항이 존재해 왔다. 포항은 몰라도 울산은 KTX가 2차 개통하면 또 항공 교통이 어떤 양상으로 바뀔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경주로 갈 때도 울산 공항을 이용하면 된다. 언제 한번 비행기 좀 타고 집에 가 보고 싶다.
※ 강원도, 호남
이런 지역에 있는 공항들에 대해서는 딱히 내가 아는 바가 없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가는 국내선은 과거에 육상 교통이 캐불편하던 시절에는 승산이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영동 고속도로가 굉장히 빠르게 잘 뚫려서(경부축의 KTX) 비행기의 장점이 크게 줄어들었을 뿐더러 강원도 쪽은 대도시도 없고 수요가 너무 부족하다. 양양 공항은 정말 악명 높던 사례이다.
광주 공항은 김포 공항으로 가는 노선이 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여기도 KTX가 고속으로 달리지 못하고 육상 교통에 비해 항공이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 JAL123 (1985년 8월 12일)
단일 항공기 추락 사고로는 최다 사망자가 나온 최악의 항공 사고로 손꼽힌다. 승무원 포함 탑승객 524명 중 520명 사망. 맨 뒤에 타고 있던 여성 4명만 생존. =_=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아니 그때 지금 같은 초대형 에어버스급 항공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500명이 넘게 사람이 몰살이냐? 비행기가 무슨 지상의 민간인을 덮치기라도 했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비행기는 산중턱에 추락했으며 희생자는 모두 비행기 탑승객 맞다.
여기에는 일본 특유의 짠돌이 근성이 한몫 기여했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전철만 봐도, 승객을 짐짝 취급하는 정도가 한국보다 더하다. 안 그래도 작은 협궤 전동차에 승객들이 터져나가다 보니 출퇴근 시간엔 승강장 길이보다 더 긴 열차, 한 량에 문이 우리나라처럼 4개가 아니라 6개인 열차, 아예 좌석이 없이 모든 승객이 서서 가는 열차처럼 별 게 다 다닌다.
사고기는 물론 보잉 747 대형 항공기이다. 원래 정원은 300명인데, 당시 경제 호황에다 명절 특수 덕분에 수요가 넘치는지라, 퍼스트/비즈니스를 없애고 모든 좌석을 이코노미로 개조하여 정원을 500명이 넘게 늘리고, 그 큰 비행기를 국내선에다 투입했다. 그렇다, 이 비행기는 도쿄에서 출발하여 오사카로 약 4, 50분 남짓한 시간만에 날아갈 예정이던 단거리 국내선이었다.
사고기에 크리가 터진 것은, 이륙 12분 후 거의 순항 고도에 진입했을 즈음에, 꼬리날개 부분이 바깥과 기내의 기압차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음과 함께 파괴되고부터였다. 이건 비행기에서 마치 배의 조향타, 사람 귀의 반고리관과 같은 부위인지라 비행기가 중심을 잡고 상하좌우 조향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조작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치 자동차의 파워 스티어링처럼 유압 동력의 도움을 받아 행하는데, 이 오일도 다 유출되고 비행기는 한 마디로 엔진만 작동할 뿐 전혀 조종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고 만다. 객실과 외부가 뚫려 버려서 산소 마스크가 내려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승객은 산소 부족으로 인해 의식을 잃기도 했다고 한다.
사고기는 좌우로 들썩들썩거리면서 일반적인 착륙 속도의 수 배가 넘는 속도로 급강하하다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또 양력을 얻어서 붕 뜨고, 또 급강하를 지상과 완전히 충돌할 때까지 계속 반복했다. 삼각 함수처럼 진동했다는 소리인데, 뜨고 내리는 그 고도 진동의 폭은 가히 수 km는 됐다고 한다. 이렇듯 이 비행기는 바로 땅으로 자유 낙하를 한 게 아니다. 꼬리날개가 날아가 버린 후, 이 짓을 완전히 추락할 때까지 거의 3, 40분간 지속하면서 서서히 실속(stall) 상태에 빠졌고 평균 고도는 낮아져 갔다. 그러니 들썩거리는 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은 극도의 어지러움과 공포에 떨어야 했으며, 일부는 여권에다 유서를 쓰기도 했다. 물론 엄청난 진동 때문에 글씨는 완전 꼬불꼬불 제멋대로였다.
사고기의 조종사에 대해는, 그런 패닉 상태에서 비행기를 최선을 다해 그 시간 동안만이라도 조종한 게 대단했다는 평도 있고, 기장이 이미 산소 부족으로 인해 잠시 맛이 가서 정상적인 대처를 못 했다는 평도 있다. 어쨌든 한번 실속 상태에 빠진 비행기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 채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머리 부분이 '/' 모양으로 아래를 향하면서 산에 거의 수직으로 충돌함으로써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추락 직전 드디어 GPWS (대지 접근 경보 장치)에서는 수 차례 "왱왱 pull up!" 죽음의 경고음이 흘러나왔다.
사고기는 저녁 6시에 출발했고 사고가 났을 때는 이내 해가 떨어진 밤이 되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일본 정부에서는 즉시 수색/구조 헬리콥터를 출동시켰다. 그러나 현장을 확인한 헬리콥터는 생존자가 있을 리가 없다고 속단하고, 날씨도 안 좋은 깜깜한 밤에 빽빽한 산의 중턱에 헬리콥터를 착륙시키기란 힘들다는 귀차니즘에 입각하여 단념하고 그냥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구조 대원들도 산기슭에서 하룻밤을 그냥 묵고 만다. 최후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직후엔 사실 4명 말고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위급 환자가 여럿 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밤을 지새우면서 추위와 구조 작업 지연으로 인해 결국 죽고 말았다. 온몸이 쑤시고 꼼짝달싹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헬기 불빛을 향해 손을 흔들었건만..! 일본 정부의 큰 판단 실수였다.
다음날 아침 드러난 사고 현장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흙더미에 파묻힌 채 나뒹구는 사람 손발, 이목구비 형체가 싹 사라진 민얼굴을 한 사람 모양의 숯검댕까지만 말하겠다.
(뜬금 없는 이야기이다만, 성경 창세기 1:2에서 땅이 형체가 없고 비었다는 말은, 멀쩡하던 사람 얼굴이 저 지경이 됐다는 것과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이전 세상에 대한 심판과 파멸 뉘앙스이지, 중간 과정을 나타내는 게 절대로 아니다)
대놓고 엔진이 고장났거나 기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비행기가 뒷부분이 그렇게 망가져서 저렇게 서서히 추락하는 것은, 항공 역사상 무척 괴이하고 드문 사례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항공 기술자들은 처음엔 무척 의아해했다. 그런데 진짜 원인은 사고기의 과거 내력에 있었다. 이 비행기는 7년 전 1978년엔 다 도착해서 착륙하던 중에 기수를 너무 높게 들어서 \ 뒷부분이 활주로에 긁히는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승객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타서 비행기는 무거운 상태였고, 질량이 큰 항공기에게 조금이라도 더 큰 공기 저항을 주어 착륙 시 신속하게 속도를 줄이게 하려면 기수를 좀 높게 치켜세우면서 착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게 화근이었다.
비행기는 운항 종료 후 즉시 수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매우 critical한 부품인 뒷부분 벌크헤드의 정비는 일본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 사에 의뢰를 해야 했다.
그런데 최소한 두 줄로 땜질을 해야 하는 곳을 보잉 사에서는 한 줄만으로 대충 때웠다고 한다. 이것이 나중에 금속 피로도의 증가로 인한 파손으로 이어졌고 결국 비행기의 추락을 야기하고 520명의 승객의 목숨을 앗아갔다.
오랜 기간에 걸친 재판 끝에 사고 원인이 보잉 사의 수리 잘못으로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보잉 사는 상당한 거액의 보상금을 일본 측에 지불해야 했다고 한다. 전해지는 일화에 따르면 보잉 747를 처음으로 설계했던 기술자는 자기 회사 직원의 정비 불량 때문에 내가 설계한 비행기가 추락해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죽은 것에 통한을 감추지 못했고, 별로 책임이 크지도 않은 일본 항공 측의 한 비행기 정비사는 숫제 자살까지 했다고 한다. 무슨 큰일이 터지면 혼자 책임 다 뒤집어쓰고 희생양으로 자살하는 관행이 통용되고 있는 일본다운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또 일방적으로 보잉 사만 나쁜놈으로 만들기에는, 그 부실한 벌크헤드가 왜 무려 7년이란 시간 동안은 별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전세계 항공업계는 아무리 대형 항공기라 해도 정원을 초과해서 승객을 태우지는 않게 됐다. 비록 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정원 초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꺼번에 너무 많이 태우고 가다가 사고라도 한번 났다가는 정말 너무 참혹한 올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500명 이상급의 초대형 항공기가 다시 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 테네리페 참사 (1977년 3월 27일)
잘 알다시피 비행기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3차원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두 비행기가 공중에서나 활주로에서나 서로 충돌할 일이 과연 있을까?
비행기는 단위 거리당 사망자 수로만 보면 자동차보다 월등히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더구나 요즘 같은 관제 시스템 하에서 추락도 아니라 비행기끼리 어이없게 충돌하기란, 그야말로 철길에서 열차가 정면 충돌할 확률 내지 가다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더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페인 령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섬의 로스 로데오 공항의 그 날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항공 사고가 자연 재해나 인재 등 단일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반면, 이 사고는 하필 정말 "재수 옴붙었다고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최악에 최악의 가능성만 골라서 벌어지는 바람에 사상 최악의 최다 사망자 항공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활주로에서 전속력으로 이륙 중이던 네덜란드 소속 여객기와, 이륙하려고 택싱 중이던 팬암 소속 여객기, 이렇게 보잉 747 두 대가 정면 충돌하여 두 비행기에서 총 무려 583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참고로 아까 JAL123기 사망자 520명, 삼풍 백화점 참사 사망자 501명)
정말 지지리도 운이 없었다. 로스 로데오 공항은 비좁고 한산한 '삼류(?)' 지방 공항이며 사실 보잉 747 급의 대형 항공기를 제대로 취급하기가 버거운 형편이었다. 사고를 당한 네덜란드 KLM기와 미국 팬암 기는 원래 거기에 갈 예정도 아니었으며, 착륙하려던 라스팔마스 공항에 테러 위협 경보가 들어오는 바람에 임시로 저 공항에 가게 된 것이다.
하필 그 시각, 날씨도 엄청 흐려지고 짙은 안개가 앞을 가려서 관제탑에서 활주로 전체 모습을 식별할 수가 없어졌다.
거기에다 비행기 조종사와 관제탑 사이에 같은 영어를 쓰고도 서로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들었다. (전에 김 재주 님께서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에서 동사 table 의미 차이에 대해 지적한 것처럼)
KLM 기 기장의 멘트는 "이륙할 예정이다(의도한 뜻) / 이륙 준비 끝났다 (관제탑이 알아들은 의미)"로 의미가 서로 엇갈렸다.
이에 대한 관제탑의 회신은 "좋다. (2초간 쉬고) 이륙 허가를 곧 내리겠으니 기다리고 있어라"였는데, 뒷부분 멘트는 팬암 기 기장이 보낸 "안 돼. 우리가 아직 활주로에서 택싱 중이다!"와 겹쳐서 KLM 기로 제대로 전송이 되지 않았다.
"우린 이륙 준비 끝났다 / 좋다. 이륙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좀 기다리고 있어 봐라" 가
"우린 이륙할 예정이다 / 좋다, 할 테면 해라" 로
의미가 순식간에 와전되고 만 것이다!
안개 때문에 KLM 기와 팬암 기, 관제탑 모두 상대편 비행기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며, 일요일이라 관제탑엔 직원도 평소보다 적었고 지상 관제 레이더는 동작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팬암 기는 지시받은 진입 지점을 안개 때문에 놓쳤지만, 돌아가기엔 귀차니즘에 입각하여 무시했다. 설마 별 일 있겠냐 하는 생각.
이륙 직전, 마지막으로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KLM의 부기장은 마지막으로 기장에게 "아직 팬암 기가 활주로에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반문했으나, 자신의 직속 상사이며 비행 시간 2만 시간이 넘는 KLM 최정예 조종사 기장의 "괜찮다" 한 마디에 그 의견은 묵살된다. 사실 KLM, 팬암 기 모두 기장은 베테랑급 고급 인재들이었다. 이로써 두 비행기가 충돌을 피할 마지막 기회마저 지나가고 말았다. 이 정도면 정말 재수 더럽게 없던 날이지 않은가?
결국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상대방 비행기를 저 앞에서 발견해 버린 두 비행기의 조종사 입에서는 정말 "씨바! X됐다!" 소리가 나오고도 남았을 것이다.. 실제로 팬암 기의 조종실 음성 기록에는 "OMG! 저 개XX가 우리 쪽으로 돌진 중이야!"가 남아 있다..
택싱 중이던 팬암 기는 정면 충돌을 피하고 대피하려고 필사적으로 핸들(?)을 왼쪽 출구로 꺾었다. KLM 기는 이미 V1 (이륙을 중단할 수 없고 무조건 하늘로 떠야만 하는) 속도를 넘어서고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 버린지라, 필사적으로 하늘로 떠서 팬암 기를 타넘으려고 꼬리 부분을 손상시키면서까지 무리해서 기수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KLM은 20미터 남짓 떴다가, 팬암 기의 윗부분을 박살내 버린 후 150여 미터를 타넘고 날아가다 추락했다. 그리고 두 비행기 모두 유출된 연료로 인한 맹렬한 화염에 휩싸였다.
하필 KLM은 이륙 직전에 급유를 마치고 연료도 5만 리터가 넘는 '만땅' 상태였다. 그것 때문에 무거워서 급하게 뜨기가 어려워진 것도 있었다. 그러나 불운의 KLM 항공기는 그 연료로 미처 날지도 못하고 오히려 그 연료 덕분에 홀랑 전소하고 말았으며 탑승객도 미처 탈출할 틈도 없이 전원 사망했다. 그 반면 팬암 기는 KLM 기가 비껴 간 중앙을 제외하고 맨 앞과 맨 뒤쪽에서 60여 명의 생존자가 나왔으며, 기장, 부기장 같은 승무원들도 살아남았다.
이 어이없으면서도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AND로 작용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해, 항공 규정은 크게 바뀌었으며, 무엇보다도 관제 중에는 의미가 명확한 표준 용어만 사용하게 되었다. 요즘은 특히 조종사들에 대해 요구하는 영어 실력도 크게 강화되고 있다. 작은 오해가 자칫 이런 식의 큰 항공 사고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 민간 항공 기구(ICAO)는 2004년 9월, 한국 같은 비영어권 국가들에 대해, 영어 실력을 갖추지 못한 항공 종사자들을 현업에서 배제해줄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물론 여기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따지고 보면, 당시 스페인 공항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고 싶었던 가상의 테러범들은 자신의 목표를 이런 사고로 인해 간접적으로 더욱 초과 달성한 것 같기도 하다. 자기를 피하려고 대형 여객기를 그 좁고 날씨 열악한 공항에다 몰아넣게 하고, 결국 저런 사고까지 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두 항공기가 공중에서 거의 충돌할 뻔한 적이 놀랍게도 없지는 않다. 비행기라고 해도 날아다니는 항로는 정해져 있으며 여러 항공기가 한 항로를 공유한다면 사고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하게 되는 법이다. 더구나 요즘은 수십 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여객기들이 공중을 누비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항공업계에서는 두 비행기가 불과 약 150미터 이내로만 근접해도 near-miss라 하여, 실제로 부딪치지 않았더라도 사고라고 간주한다. 전동차만 해도 추돌을 방지하려면 앞 차와 최소 200미터 이상 간격을 유지하면서 달리게 되어 있는데 그 빠른 항공기가 1초에 얼마나 멀리 나갈 수 있는지를 감안한다면, 저 정도만 해도 정말 큰 사고라고 간주할 수 있다.
순항 중인 항공기의 충돌이 우려되는 경우 관제탑에서는 한쪽 비행기는 고도를 높이고, 다른 쪽 비행기는 고도를 낮추어서 서로 비껴 가라고 명령한다(혹은 좌우 방향 틀기). 그런데 거의 충돌할 뻔한 상황이란, 의사 소통이 제대로 안 되어 두 비행기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심지어 둘 다 동일하게 고도를 높이거나 낮추었을 때이다.
※ 결론
1. 비행기는 순항 중에는 좀체 사고가 나지 않는다. 사고는 대부분이 이륙, 착륙 과정에서 발생한다. 나는 옛날에는 착륙이 이륙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젖먹던-_- 힘까지 내어 달려서 공중에 떠야만 하는 이륙도 만만찮게 위험하고 크리티컬한 순간이다. 개인적으로 이륙할 때의 그 비행기 엔진 소리와 떨림이 좋다. ^^;;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6월 초에 발생한 에어 프랑스 비행기 사고는 멀쩡히 바다 위에서 순항 중이다가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추락했다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2. 생명체는 아무리 심하게 다치더라도 최소한 뱃속의 음식물(연료??=_=)이 폭발하거나 각종 장기들이 누전, 합선되어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게 존경스럽다. 전체 시스템의 한 고리가 끊어지는 순간에 와장창 조직 전체가 와해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조직을 이루는 각 구성요소도 재귀적으로 별개의 미시적 시스템을 이루고 있고,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대한 살려고 발버둥친다. 테란 건물과 저그 건물의 차이이며, 사람의 작품과 하나님의 작품의 구조적인 차이가 이런 게 아닐까 한다. ^^
Posted by 사무엘
1. 공항 가는 길: 드넓은 공항 고속도로와 늘 텅 비어 다니는 공항 철도. 주변 갯벌과 영종 대교의 경치가 무척 인상적이다. 서울에 살면서 짐이 별로 없이 혼자 비행기 탈 때야 싸고 쾌적한 공항 철도가 짱이지만, 공항 철도 수혜권의 밖에 있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게 문제.
2. 으리으리한 인천 공항 여객 터미널: 리무진으로 공항에 갔다면 3층인 출발층에 코앞에서 내리겠지만, 자가용을 갖고 갔다면 지하 주차장, 그리고 철도를 이용했다면 역시 지하에서 내리므로 터미널까지 한참을 걷고 올라가야 한다.
돈 뽑기, 환전이나 휴대전화 로밍 같은 시설은 널렸으니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만능 콘센트 같은 것도 면세점에 가면 다 있다. 하지만 환전은 인터넷으로 미리 해 가야 싸다. 시계 같은 건 군부대 앞에 있는 사제품을 사는 것보다야 미리 챙겨 가는 게 더 나은 것과 같은 이치.
3. 출국 수속: 맨 윗층(3층)인 출국층으로 올라가, 내가 타는 비행기가 소속되어 있는 항공사의 부스로 간다. 짐이 많으면 카트 하나 끌고 긴 줄을 따라 기다린 후, 자기 차례가 되면 출국 수속을 받는다. 미리 프린트해 놓은 E티켓과 여권을 제시하면 되는데, 항공사에 따라서는 아예 E티켓은 보지도 않고 여권만 주면 되는 경우도 있더라.
이 시점에서 항공권이 발권된다. 직원이 어디 앉고 싶냐고 보통 묻는다. 나는 늘 창가 쪽 좌석을 달라고 했고 그럼 그렇게 티켓이 나왔다. 신체 건강한 성인이라면 비상구 쪽 좌석을 달라고 해도 된다. 발을 길게 뻗을 수 있어 무척 편한 자리인 반면, 여기 앉은 승객은 사고가 났을 때 승무원과 같이 다른 승객들 구조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이건 항공업계에 법으로 규정된 사항이며, 이 때문에 비상구 좌석은 그렇게 할 능력이 있고 그 의무에 동의하는 승객에게만 발권된다.
4. 소지품: 고속버스의 내부에 짐칸과 객실 내 선반이 따로 있듯이, 비행기를 탈 때도 승객은 큰 짐은 따로 부칠 수 있으며, 작은 짐은 그냥 기내에 갖고 들어갈 수 있다. 부치는 짐은 출국 수속을 할 때 무게를 재고 간단히 보안 검사를 한 후, 항공사 측으로 인계하게 된다. 옷가지나 세면도구, 책처럼 당장은 없어도 되면서 싸고 부피가 비교적 크고, 잃어버려도 그렇게 큰 손해가 아닌 짐은 응당 부치면 된다.
부치는 짐은 수송하는 과정에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쿵쿵 떨어지기도 하고 직원들이 막 던지기도 한다. 수송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면 정말 '식겁'을 할 거라던데.. 그러므로 충격에 약한 물품은 부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승객들끼리 짐이 뒤바뀌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가방 손잡이 같은 데에다 나만 식별할 수 있는 색깔의 손수건을 묶거나 표식을 미리 해 두는 게 좋다. 무게도 미리 재어서 테스트해 보는 것 역시 상식.
비행기에는 기내에 휴대 반입이 가능한 짐이 있고, 기내 반입이 안 되어 부쳐야만 하는 짐이 있으며, 아예 부치지도 못하는 짐도 있다. 참고로 기내에는 손톱깎이나 커터 같은 작은 쇠붙이도 갖고 들어갈 수 없으며 이런 건 부쳐야 한다. 비행기에 실을 수 없는 물품에 대해서는 소지를 그냥 포기하고 불우이웃 시설에 기증(?)하라는 물품 포기함도 공항 내부에 있다. ^^;;
이런 것과는 반대로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같은 고가의 전자 기기들은 부치지 말고 기내에서 개인이 직접 휴대해야 한다.
5. paid 구역으로: 이제 탑승권을 받았으므로 paid 구역으로 들어간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다. 철도처럼 자동 개집표기 같은 건 없고, 입구를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여권과 탑승권을 제시하면 바로 들어갈 수 있다. 곧바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보안 검색대이다. 가방, 주머니 속의 소지품, 웃옷 다 꺼내서 바구니에 얹고, 본인도 신발 벗고 검색대를 통과하면 된다.
6. 출국 심사: 검색대를 통과한 후 출국 심사를 받는다. 출국 금지된 블랙리스트 등재 인물이 아닌지만 파악하는 과정이므로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해당 사항 없다. -_-
여권과 비행기 탑승권을 제시하면 직원이 여권에다가 우리 공항을 이용하여 출국했다는 도장을 찍어 준다.
7. 대기: 출국 심사까지 마쳤으니 남은 것은, 면세점 쇼핑을 즐기다가 내가 타는 탑승구를 찾아가 비행기에 타는 것뿐이다. 타는곳이 확장 탑승동에 있다면 아직 갈 길이 한참 머니 지하로 가서 셔틀 전철을 타야 한다. 이 구역 내부는 무선 인터넷도 무료로 잘 돌아가고 있으니, 노트북을 갖고 있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면 인터넷을 즐겨도 좋다. 비행기 안에서는 인터넷이 안 되므로 어차피 배터리 다 쓸 거면 지금 쓰는 게 낫다.
8. 탑승: 각 게이트별로 아담한 대기실(?)이 있고 승객들이 앉아서 게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게이트가 열리면 비행기로 탑승이 시작되는데, 보통 1등석 승객과 노약자 장애인부터 가장 먼저 들어가고 일반실 승객도 좌석 번호에 따른 구역별로 승무원의 통제에 따라 탑승하게 된다. 1등석 승객과 다른 승객들은 들어가는 길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실 승객은 2등석까지는 잠시 구경할 수 있어도 1등석을 구경할 일은 잘 없다.
좁은 통로를 지나서 드디어 비행기 내부에 들어간다. 일반실은 좌석이 굉장히 작아서 KTX 일반실 내지 일반과 비슷하다. 버스처럼 안전 벨트가 있고, 다른 교통수단에는 없던 담요가 있다. 그리고 식수가 비치되어 있다.
9. 출발: 비행기를 타는 건 굉장히 큰 일이다. 보통 승객들도 예상 시각보다 훨씬 더 일찍 맞춰서 공항에 알아서 오고 대비를 한다. 작은 공항의 경우 타기로 예정된 승객들만 다 타면 예정 시각보다 먼저 비행기가 출발해 버리는 경우도 있는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엄청 많이 드나들고 활주로를 조직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인천 같은 큰 공항은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비행기가 활주로까지 이동하는 것은 꼭 버스가 출발하는 것과 별 차이 없는 느낌이다. 이 동안 우리 항공사를 이용해 줘서 고맙다는 안내 방송과 함께 비상시 대처 요령 같은 게 비디오로 흘러나올 것이다. 그리고 곧 이륙을 할 것이므로 안전 벨트 채우고 전자 기기를 다 꺼 달라는 당부가 나온다. 비행기 내부에서는 이착륙 중엔 안전을 위해 일체의 전자 기기 사용이 금지되며, 순항 중일 때에나 통신 기능이 없는 기기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기내에서 비행기의 이착륙 중에 창밖 풍경을 찍은 동영상은(유튜브에도 있다) 마치 예비군 훈련장 내부 사진(역시 블로그에 나돈다)만큼이나 규정을 어기고 몰래 찍은 것이다.
10. 이륙: 이륙이 시작되면 비행기의 엔진 소리 옥타브가 급증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가 거칠게 나기 시작한다. 짜릿하다. 비행기는 정말 이 맛에 탄다. 그리고 갑자기 지구의 중력 가속도의 값이 바뀐 듯한 느낌과 함께 비행기는 공중으로 뜨고 경사감이 느껴진다. 바깥 건물과 도로들이 장난감처럼 작아져 보이기 시작하며 구름마저도 아래로 보이게 된다.
본인의 경험상 인천 공항에서 갓 출발한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거의 15~20분 정도로 일정했다. 택싱 내지 대기 시간이 그만치 걸린다는 뜻이다.
11. 순항: 이제 비행기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만 남았다. 거리에 따라서 기내식이 한두 번 나올 것이고, 일부 노선의 경우 면세품을 파는 카트도 돌 것이다. 기내식은 식사도 있고 음료수+과자 간식도 있다.
아 그리고, 입국 신고서도 여행 중에 배부된다. 당신이 불법 체류자가 아닌 정당한 여행객인지(님의 신분은? 입국 후 어디 체류할 예정?), 생물학적으로 위험한 물품을 반입하고 있는지, 세관에 신고해야 할 귀중품이 있는지 등을 아주 형식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 대부분 해당 사항이 없는 질문들에 답변하여 입국 심사 때 제출하면 된다.
비행기에도 승객이 바깥 경치 좀 구경하라고 창문이 있다. 하지만 비행기 창문은 모든 교통수단들 중 가장 작으며 그 이유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착륙 중일 때는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창문을 다 열어 달라고 하며, 반대로 긴 시간 순항 모드일 때는 자는 승객도 있고 하니 창문을 닫아 놓고 기내를 전반적으로 깜깜하게 해 놓는다. 따라서 객실 조명에 관한 한 비행기는 고속버스와 비슷한 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비행기 창문을 연다는 말은 블라인드로 가려졌던 유리창을 보이게 한다는 뜻하는 말이지, 바깥 공기와 객실 공기 사이를 개방한다는 뜻은 절대 아님. ㅋㅋㅋ)
지금 모든 대중교통들이 그렇듯이 비행기 내부에서도 흡연은 엄격히 금지이다. 특히 화장실 안에서 몰래 피우는 건 금기 1순위이다. 담배 연기가 화재로 오인이라도 됐다간 망신 톡톡히 당한다. 아예 담배 자체를 기내 반입 금지 물품으로 분류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라이터는 말할 것도 없고!
몇십 년 전만 해도 간접 흡연 때문에 폐암 걸린 스튜어디스가 소송 제기까지 했었는데 세상 참 많이 변했다.
※ 글을 맺으며
비행기 몇 번 타 보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생생한 기억이 남아 있어서 몇 자 정리해 보았다. 착륙 쪽은 쓰자니 너무 힘들어서.. 여기까지만. -_-
그 집채만한 배가 바다에 어떻게 떠 다니는지는 솔직히 이해가 된다. 배만 중력이 있는 게 아니라 유체에도 중력이 있으며, 근본적으로 물도 그렇게 호락호락 가벼운 물질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집채만한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로 뜰 수 있는지는 나는 아직까진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 그냥 무슨무슨 법칙과 수학 공식으로 설명을 하더라도 내 마음으로 "실감"이 가지는 않는다. 더구나 그냥 뜨는 것도 모자라 전투기 에어쇼 같은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오늘날의 고정익 비행기는 정말 잘 통제된 아슬아슬한 조건 하에서만 뜰 수 있다. 새처럼 자기만 혼자 곱게 뜨는 게 아니라 주변에 온갖 side effect를 남기기 때문에 정말 깔끔하게 잘 정돈된 활주로도 필요하며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조류 충돌 같은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악몽이다. 엔진이 풀로 돌아가고 있는 팬으로 불순물이 빨려 들어갔다간 작살 난다. 그래서 화산이 폭발해도 화산재와 먼지가 무서우니 그쪽은 피해서 비행해야 하고, 심지어 비행기 위에 쌓인 눈도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눈 때문에 무거워서가 아니라, 눈이 쌓임으로써 비행기 날개의 표면 외형을 왜곡하여 날개가 만들어내는 양력 효율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비행기 활주로는 무거운 비행기의 착륙 충격을 견딜 수 있게 일반 도로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특수하게 건설된다. 비행기 타이어도 자동차 타이어보다 훨씬 더 비싸고 고급 재질로 만들어지며 교환 주기가 짧다. 타이어 내부에는 화재의 요인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산소가 전혀 없이 비활성 기체인 질소만으로 100% 주입한다. 물론 지구 대기도 이미 80%가 질소이긴 하지만.
비행기 타이어가 터지면 터진 부분만 땜질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한번 착륙을 수행한 비행기는 타이어가 굉장히 열과 무리를 많이 받아 있기 때문에, 몇 시간씩 식히고 쉬게 해 줘야 한다.
V1 속도를 넘어서면 이륙을 중단할 수 없이 무조건 떠야 하며, 연료 소비를 감안하여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의 허용 무게도 다 정해져 있다. 그래서 이륙했다가 곧장 다시 착륙하면 아직 연료 때문에 비행기가 많이 무거운 상태인지라 활주로와 비행기에 심한 무리를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행기는 긴급 환자 발생 같은 비상 사태로 인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조기 착륙할 경우, 선회 비행을 하면서 아깝지만 연료를 버려야 한다. 어떻게든 정상 운항 후 착륙할 때와 같은 무게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정말 복잡하지 않은가?
이래서 사람이 만든 날개는 역시 신이 만든 날개보다는 불완전한 건지도 모르겠다.
사냥꾼의 총에 맞아 추락한 새가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과 화재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게 대단하다. =_=;;
Posted by 사무엘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공중을 비행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모두 통틀어 ‘항공기’(aircraft)라고 한다.
미사일은 항공기와 같은 역학 원리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지만 단순히 비행체일 뿐 항공기는 아니다.
또한 아예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날아가는 로켓, 우주 왕복선은 비록 승무원이 탑승했다 하더라도 항공기라고 간주하지는 않는다.
항공기를 분류하는 큰 속성을 둘 꼽자면 경항공기냐 중항공기냐, 그리고 동력원이 있냐 없냐이다.
경항공기(aerostat)란 밀도를 공기보다 낮춤으로써 날아가는 항공기를 말한다. 동력원이 없는 경항공기는 기구(balloon)이며, 동력원이 있는 경항공기는 비행선(airship)이다.
밀도를 낮춰서 뜨기 위해서는 경항공기는 부피가 어마어마하게 커야 한다. 비운의 사고로 최후를 맞이한 힌덴부르크 호의 경우 생긴 것만 봐도 프로토스 캐리어를 연상시키는데, 타이타닉 호보다 덩치가 더 컸다. 마치 옛날에 자전거가 앞바퀴가 엄청나게 컸던 것 같은 그런 과도기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물론 그래 봤자 수송 인원은 오늘날의 중형 제트 여객기 수준밖에 안 된다.
기구는 수송력과 이동성은 실용적인 가치가 거의 없으며 그저 하늘에 뜨는 것 자체에만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나마 비행선이 20세기 초반에 여객 수송용으로 잠시 실용화된 적이 있다가 경제성, 안전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오늘날은 사라졌다. 공기보다 가벼운 대표적인 기체인 수소는 너무 위험하고 헬륨은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이다. 공기보다 가볍다고 해서 기구가 한없이 위로 올라가면, 희박한 주변 공기 탓에 기구 내부의 공기가 펑 터져 나오고 만다는 것도 잘 알려진 현상이다.
그럼, 중항공기에 대해 살펴보자. 중항공기는 공기보다 무거우며, 양력이라는 물리 특성을 활용하여 공중에 뜬다. 중항공기 중에 동력원이 없는 것은 글라이더(glider)이다. 물론 글라이더는 스스로 공중에 뜰 수는 없기 때문에 마치 연을 처음 날릴 때처럼 자동차 견인 같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 동력도 없는 데다 밀도까지 높은 글라이더는 기구만큼이나 용도가 크게 제한되며, 탑승 인원도 거의 전투기 수준밖에 될 수 없다.
동력원이 있는 중항공기가 드디어 진정한 ‘비행기’(airplane)이라고 불릴 수 있는 교통수단이며 그 전신을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car이다가 이제 automobile로 바뀐 셈이다. 비행기는 크게 고정익 항공기와 회전익 항공기로 나뉜다. 전자는 고정된 커다란 날개를 통해 양력을 얻어서 공중에 뜨며, 이착륙할 때 활주로가 필요한 평범한 비행기이다. 후자는 우리가 헬리콥터라고 부르는 그런 비행기이다. 물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중간 형태의 비행기도 특수한 용도로 쓰인다.
따라서, '경비행기'는 말 그대로 덩치가 작은 중항공기를 일컫는 말이지만, '경항공기'는 부피면에서 비슷한 수송력을 지닌 중항공기보다 훨씬 더 크면 컸지 결코 작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퀴를 굴려서 지표면과의 마찰을 의지하여 움직이는 육상 교통수단과는 달리, 항공기와 선박에는 동력원이 없이 움직이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비록 동력 기관이 발명된 것은 2, 300년 남짓밖에 안 되었지만, 육로와 해로는 성경에도 등장할 정도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된 교통수단이다.
그 반면 철도는 은근히 굉장히 최근에 발명된 교통수단으로, 처음 등장한 시기가 고작 1800년대밖에 되지 않는다. 항공은 역사가 더 짧아서 겨우 1세기 남짓이다. 그래서 항공업계에서 쓰이는 cabin, boarding, captain 같은 용어는 선박 분야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은 용어이기도 하다. 다른 교통수단도 마찬가지이지만 항공은, 말세에 인류의 이동이 빨라져 이리저리 왕래하고 지식이 증가할 거라고 성경 다니엘서에 예언된 그 예언을 이루는 주된 도구임이 틀림없다.
그나저나 집채만한 비행기가 어떻게 공중에 뜨고 전투기는 묘기까지 부릴 수 있는지, 글라이더가 어떻게 뜨는지도 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 파일럿 류만 이해가 안 가는 게 아니라 항공기 류 자체가 별로 이해가.. ㅜㅜ
불과 몇백 년 전만 해도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조차 공기보다 무거우면서 하늘을 나는 artifact는 존재 불가능이라고 단언을 했었지 않은가.
Posted by 사무엘
※ 육상 (도로)
문전 수송이 가능한 유일한 교통수단
차체의 크기가 가장 작음
휴게소라는 중간 시설이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
조향이 가능한 2차원 교통수단
도로 정체의 영향을 받는 유일한 교통수단. 날씨 영향도 받긴 하나 항공, 해운만하지는 않음. 승차권에 평균 운행 시간은 나와도 도착 예정 시각은 찍혀 있지 않음
※ 육상 (철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길이 있는 곳만 다닐 수 있고, 진로 분기도 외부에서 선로를 바꿔 줘야만 가능한 유일한 1차원 교통수단. 폐선되는 경우, 차량이 다니던 기반 시설까지 다 철거해야 하는 유일한 교통수단.
버스보다 객실 폭이 넓지만, 선로 폭은 도로보다 더 좁음 (공간 이용이 매우 효율적)
조향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속력은 비행기 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올릴 수 있음
좌석에 구명 장비(조끼, 안전벨트, 마스크 등)가 없는 유일한 교통수단. 멀미도 전혀 없다.
차량을 매우 길게 편성할 수 있어 대량 수송에 적합함
길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가장 많이 들며, 꼼꼼한 유지 보수도 필요한 유일한 교통수단
전기 동력원을 쉽게 끌어다 쓸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
기상 영향을 가장 덜 받는 전천후 교통수단
차체의 옆에서 탑승하며 출입문이 여러 군데에 있음
※ 항공
유일한 3차원 교통수단이며 디젤 엔진이 쓰이지 않는 유일한 교통수단
운항 중에는 중간 정지나 기체 비상 탈출이 절대 불가능한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운항 전 보안이 가장 크게 요구됨
속력이 가장 빠르고 가장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으며 운임도 가장 비쌈
※ 해운
탈 때, 동체가 땅에 닿아 있지 않은 유일한 교통수단
조향이 가능한 2차원 교통수단 (도로와 비슷)
크기를 가장 키울 수 있는 교통수단. 화물의 비중이 큼 (철도와 비슷)
바다의 특성상, 풍력으로도 그럭저럭 달릴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
속력은 가장 느림
기상 영향을 크게 받음 (항공과 비슷)
서로 개성 넘치죠?
Posted by 사무엘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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