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의 급행화

열차 중에서 KTX나 새마을· 무궁화 같은 일반열차 말고.. '통근형(입석형) 전동차' 기반인 일명 '지하철, 전철'들 말이다.

얘들은 좌석이 길쭉한 형태이고 좌석 번호 같은 것도 없다. 운임 체계가 일반열차와는 다르며, 버스와 환승 연계가 되고 모든 열차가 사실상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만 있는 게 당연시되는 편이다.
하지만 어떤 노선에서는 이런 열차에도 급행이란 게 있다. 전철에서 급행이 제공되는 형태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경부선 (1호선)

급행 전철의 원조라 할 만하다. 1981년 말에 경부선에서 전철이 다니는 서울-수원 구간이 특별히 2복선으로 연장된 뒤, 전동차의 선로용량이 늘어난 걸 기념해서 무려 1982년 초부터 하루 3차례 서울-수원 급행 전철이 운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하철 1호선 서울 역이 아니라, 지상 일반열차 서울 역의 동쪽 끝 플랫폼에서 탑승하고 내린다.

즉, 경부선은 급행에 관한 한 압도적으로 유구한 짬을 자랑한다. 그러다가 전철이 천안까지 연장되고 경인선도 2복선화가 완료된 2005년 즈음에는 매일 1시간에 1대꼴로 용산-천안 급행이라는 것도 추가로 생겼다.

이렇듯, 경부선은 복복선 덕분에 일반열차과 전철의 선로가 완전히 분리되긴 했다. 그러나 급행 전동차가 완행 전동차를 추월하려면 역시 전철이 일반열차 선로로 위험하게 들어가야 했다.
이런 문제로 인해 경부선 급행은 안양에서 수원까지 굉장한 장거리를 일반열차 선로(내선)에서 무정차로 달렸다. 중간의 환승역인 금정 역에는 급행이 정차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2010년대를 보내고 2020년부터는 여기에 변화가 생겼다. 안양, 의왕 같은 넓은 역에 전철용 대피선을 추가로 설치하고, 급행 전동차도 평소에는 언제나 외선으로만 다니게 했다. 급행의 정차역을 좀 더 늘린 대신 종점을 용산이 아니라 청량리로 늘려서 지하철 1호선과 더 가까운 운행 계통으로 바꿨다.

이제 이전의 동인천-천안 급행이 다니던 승강장에는 동인천 급행만 다니게 됐다. 경부선에 전철 운행과 관련된 변화를 한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주행 선로가 일반열차와 완전히 분리됨: 경부선 서울-수원 2복선화 (1981~82)
  • 종점 회차 공간이 일반열차 선로와 완전히 분리됨: 병점 기지, 그리고 수원-천안 2복선화 (2003, 2005)
  • 급행의 추월 공간이 일반열차 선로와 완전히 분리됨 대피선: 구로-수원간 대피선 설치, 운행 계통 변경 (2020)

    한편, 40여 년의 유구한 짬을 자랑하는 서울-수원(천안) 급행을 대체하기 위해 한때(since 2009??) 누리로 열차가 경부선에 도입됐었다. 그러나 무궁화호 급인 누리로가 저렴한 전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었으며, 현재 누리로는 현재 중앙· 영동선 쪽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2. 경인선 (1호선)

    경인선은 한반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철도이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반열차 없이 전동차만이 2복선으로 다니는 전동차 천국이다.

    급행이 완행과 1:1급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정 간격으로 하루 종일 상시 운행된다. 게다가 완행과 급행이 서로 자기만의 전용 선로에서 따로 다니니 지저분하게 대피/대기 따위 없다. (급행열차를 먼저 보내 주느라 기다립니다) 그냥 자기 시각표대로 가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경인선은 전국의 전철들 중 유일하게 급행보다도 정차를 덜 하는 '쾌특'이란 게 시도된 적이 있기도 하다.

    1990년대, 경인선은 딱히 급행화보다는 그냥 절대적인 수송 능력의 증대를 위해 2복선화됐다. 급행화만이 목적이라면 그냥 주요역에다가 대피선만 설치하면 됐을 테니까..
    2복선화 공사가 진행 중이던 시절엔 개통된 구간만 슬그머니 다니는 잉여 보조 열차가 다녔다. 기존 선로의 양 옆 바깥에 외선이 추가되는 형태였다.

    그러다가 주안 정도까지 개통되면서 완행과 급행의 구분이 생겼고, 내선과 외선의 용도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직통열차'라는 부정확한 명칭이 쓰이다가 2복선화 공사가 완료된 2005년 즈음에 '급행'이라고 공식 용어가 개정됐다.

    3. 서울 9호선

    얘는 처음에 만들어질 때부터 급행이 계획됐고, 그 덕분에 진정한 완급 결합 운행이 이뤄지고 있는 국내 유일의 모범 사례이다.
    "n분 뒤에 급행이 오며, 얘는 n개역 이후부터 앞의 완행을 추월할 예정. 그러니 XXX 역 이전까지만 가면 지금 완행을 타는 게 낫고, 더 멀리 갈 거면 더 기다렸다가 급행을 타는 게 낫다" 이런 안내까지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경인선 같은 빵빵한 2복선이 아니라, 그냥 복선에서 주요역 대피선만 동원해서 말이다. 경부· 경인 같은 광역전철이 아니라 인서울 도시철도 지하철에 이렇게 급행이 존재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무시무시한 10량 편성이 서울 지하철 1~4호선에만 존재한다면, 상시 완급 결합 지하철은 우리나라 전체를 통틀어 9호선이 아마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경전철이 완급 결합 운행이 필요할 정도로 장거리를 달릴 리는 없을 테니..

    경인선 급행이 종점인 인천 바로 직전인 동인천 역까지만 가는 것처럼.. 9호선 급행은 종점인 개화의 바로 직전인 김포공항까지만 간다. 사실, 인천과 개화 모두 방향이 틀어진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이 노선이 서쪽으로 계속 연장된다면 이 역들은 지선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재는 둘 다 지형적인 이유 때문에 서쪽으로 연장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말이다.

    • 여담이지만,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중전철 형태로 건설된 서울의 마지막 지하철이다.
    • 대전 지하철은 전국에서 경전철이 아닌 중형 중전철 형태로 건설된 사실상 마지막 지하철이다.
    • 울산은 우리나라의 마지막 광역시이다. (이후의 수원, 성남 따위는 그냥 특례시로..) 지하철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광역시이기도 하다.
    • 한편, 대전은 공항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광역시이고, 인천은 아직까지는 KTX를 탈 수 없는 유일한 광역시이다.
    • 그리고 광주야말로 무엇무엇이 없는 유일한 광역시.. 이런 타이틀이 여럿 있을 텐데.. 꼭 교통 분야가 아니어도.. 당장 기억이 안 난다.

    4. 신분당선

    신분당선은 별도의 급행이 다니는 건 아니지만, 그냥 서울과 성남 시계 구간이 역간거리가 엄청나게 긴 덕분에 빠른 급행 같은 효과가 나는 전철이다. 여기 말고 서울이나 용인-성남 시내 구간은 그냥 평범한 도시철도 수준이다.

    앞으로 노선이 왕창 길어지고 시계 구간에도 역이 막 생긴다면 여기도 먼 미래엔 급행이 필요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처음에 대피선 같은 게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현실은 시궁창이다.
    무인 자동 운전으로 완급 결합과 열차간 대피, 추월까지 구현한다면 이건 정말 최첨단 기술일 듯하다. =_=;;

    5. 경춘선, 공항철도

    얘들은 급행이 통상적인 새마을/무궁화가 아닌 별도의 좌석형 열차로 존재하는 노선이다.
    경춘선 전철의 경우, 개통 직후에는 일반 통근형 전동차 기반의 급행이 잠시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ITX-청춘 2층 열차가 도입되면서 곧 폐지되어 없어졌다.

    공항철도는 급행 정도가 아니라 철도역에서 미리 수속을 마친 승객을 태우고 공항으로 논스톱으로 끊는 진짜 직통열차라는 걸 굴리고 있는데.. 얘는 수요가 너무 적은 것 같다. 중간에 몇 역이라도 정차하는 통상적인 좌석형 급행으로 전환하는 게 어떨까 싶다.

    사실, 경춘선과 공항철도 모두 신분당선 만만찮게 역간거리가 길어서 완행도 표정속도가 꽤 높긴 하다.
    하지만 공항철도는 역세권이 개발되면서 10년 전에 비해 역이 굉장히 많이 생겼다. 그러니 얘들도 급행이 좀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공항 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광역버스와의 경쟁력도 더 확보될 것이다.

    경강선도 현재는 수요로나 역 수로나 완행만으로 충분한 정도이지만, 여기는 장차 일반열차가 투입될 계획도 잡혀 있는 엄연한 간선이다. 급행은 ITX-청춘처럼 일반열차에 준하는 별도의 열차가 담당하게 될 것 같다.

    6. 나머지 광역전철들

    수인분당선, 안산선, 경의중앙선, 1호선 경원선 구간 등에도 살짝 급행이 다니는 게 있다. 그러나 이건 평일 출퇴근 시간 한정이고 아주 일부 구간밖에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는다. 완행에다 붙는 추가 서비스 액세서리에 가까운 위상이기 때문에 시간 절약 효과는 미미하다. 허나, 그래도 이것도 아예 시도를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 보인다.

    즉, 얘들은 앞서 소개했던 경부· 경인선이나 9호선 등에 비해서는 급행의 상황이 열악하다.
    사실, 경부선도 40년 전에 처음 전철이 들어섰을 때는 역간거리가 지금의 경춘선이나 경강선 같은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역세권이 개발되고 역이 엄청 많아지면서 급행이 등장한 것이다. 나머지 전철 노선들도 차차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통근형 입석 전철을 급행화하는 것만으로는 이동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지금은 결국 '대심도 좌석형 급행 전철 GTX'라는 걸 완전히 새로 만드는 지경이 됐다. 버스에 한계를 느껴서 지하철을 파고, 일본에서 기존 철도에 한계를 느껴서 신칸센을 새로 만든 것과 비슷한 격이라 하겠다.

    자동차 쪽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구분을 없애고 재래식 톨게이트를 없애는 게 장기 과제라면, 철도 쪽은.. 여객열차들을 사실상 다 동차형으로 바꿔서 기관차-객차는 화물에만 남기는 것, 그리고 승강장을 모두 계단 없는 고상홈으로 바꾸는 것이 장기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승객이 적은 곳에서 버스 같은 1량 동차가 다니든, 1000명씩 태우면서 동력분산식으로 빠르게 가속하든, 어느 경우든 여객 철도에는 동차가 더 유리하다. 지금은 차량은 동차가 갈수록 늘어 가고, 승강장은 저상홈과 고상홈이 뒤섞여 쓰이는 과도기에 속한다. 이 와중에 전철 시스템과 일반열차 시스템의 구분이 많이 문란해지고, 둘의 중간에 속하는 운임 체계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런 한국 철도의 하드웨어 백 엔드를 주관하는 기관은 '한국 철도 공단' 이럴 것이지 웬 '국가'라고 이름을 붙였냐? 전국구 단체나 기관 이름이 대한/한국 대신에 '국가'라고 시작하는 건 미국에서 NBA, NASA, NRA(전미 총기..) 같은 이니셜의 N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관행이다.
    갑자기 '국가 철도 공단'이라고 하니까 옛날 철도청 시절 같은 사회주의 냄새가 난다.

    Posted by 사무엘

    2022/08/21 08:35 2022/08/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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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부선 급행 전동차

    우리나라의 수도권 전철에서 가장 먼저 운행된 급행은 바로 경부선의 서울-수원 급행이다.
    이 급행은 전철의 급행 운행이 무척 소극적이고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우리나라에서 의외로 꽤 오래 전부터 운행되어 왔다.
    2복선화 공사와 함께 거의 2000년대가 돼서야 등장한 경인선 급행보다도 시기적으로 더 앞섰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운행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1990년대에 이 급행의 존재감은 매우 미미했다.
    운행을 하루에 출퇴근 시간 겨우 3회밖에 안 하는 극 레어템인 데다 이런 운행 계통이 있다는 게 제대로 홍보도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열차는, 동일 선로 + 대피선/본선을 활영하면서 지능적으로 완급 결합 운행에 참여하기보다는, 그냥 일반열차 선로만 쭉 주행하는 예외적인 전동차에 더 가까웠다. 서울 역에서 출발은 한다지만 타는곳도 지하철 승강장이 아니라 별도의 특이한 지상 승강장에 있었다.

    본인은 이 열차를 상행과 하행 모두 일부러 시간 맞춰 찾아가서 타 봤다.
    전동차가 일반열차 선로를 달리면서 노량진-대방 사이의 지하 꽈배기굴을 지나고, 일반열차들이 죄다 정차하는 영등포 역을 포함해 서울 시내 역들을 거의 다 무정차 통과하고, 심지어 구로에서도 교각을 안 타고 일반열차 선로로 커브를 돌다니!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ㄲㄲㄲ
    이 이색적인 기분은 타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급행은 하행은 영등포 역에 서지 않고, 상행만 선다.
    물론 하행보다야 상행이 서울 시내에서 정차를 더 하는 게 더 합리적인 정책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된 더 큰 이유는 승강장 때문이다. 일반열차 승강장에서 전동차 승객을 주고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영등포 역 내부의 일반열차 선로에서 비교적 가깝게 전동차 플랫폼의 한쪽 면에 닿을 수 있는 곳은 상행 방면이기 때문에--선로별 복복선 배선 형태와 좌측 통행의 특성상-- 상행만 영등포 역에서 정차한다. 거기가 바로 5번 승강장으로, 평소에는 광명 셔틀 전동차가 대기하는 곳이다. ^^;;

    완행과 급행이 같이 다니는 전철역의 경우 승강장과 선로가 상하행*완급행 = 4개 있는 게 보통이지만,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중요한 역이라든가 시종착· 기지 입출고 역할을 하는 전철역은 여분의 선로를 더 갖고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용산은 중앙선 전동차 때문에 승강장이 하나 더 있다가 그것도 방향별로 승강장이 분리되어 총 6개가 되었으며, 구로는 상하행*완급행*경인/경부 = 8개의 승강장에다가도 당역 시종착 승강장이 하나 더 있어서 총 9개이다.

    그리고 노량진 역도 마찬가지. 현재 일반열차 승강장만 잉여인 게 아니라 사실 전동차 승강장도 남아도는 게 하나 있어서 개수가 총 5개이다. 노량진은 차량 기지가 있지도 않고 딱히 시종착역도 아니지만, 한강을 건넌 직후 처음으로 등장하는 역이기 때문에, 상전인 서울이나 용산 역이 사정이 있거나 선로 용량이 부족할 때 급행 전동차의 시종착역 역할을 잠깐 한 적이 있다.

    따지고 보면 노량진 역도 일반열차 선로에서 전동차 승강장에 닿을 수가 있기 때문에 서울-수원 급행의 정차가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얘는 영등포와는 반대로 하행이 닿기가 좋다. 일반열차의 배선이 아까 언급했듯이 노량진-대방 사이에서 꽈배기굴을 통해 뒤바뀌기 때문이다.

    서울-수원 급행 하니까 전철역의 승강장 및 선로 배치 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어서 잠깐 다뤘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급행 얘기를 하자면...

    급행이라고는 서울-수원 급행이 유일하던 우리나라 수도권 전철에 본격적으로 급행의 대중화(?)를 이끈 것은 경인선이다. 경인선이 2복선화가 끝나면서(서울 시내는 아예 3복선) 용산에서부터 부평, 주안, 동인천의 순으로 급행이 상시 운행되기 시작했다. 그때는 급행열차를 직통열차라고 불렀다. 하지만 경인선에 운영 주체나 건설사가 찢어진 구간이 있기라도 한 것도 아닌데 직통은 그리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전동차가 종점과 종점만 찍는 서울-인천 셔틀인 건 더욱 아니고... 그러니 그냥 급행일 뿐이다.

    얘도 완전히 별개의 급행 선로를 새로 까는 것이기 때문에 동일 선로에서의 대피· 추월 같은 개념은 없었다. 완행이나 급행이나 그냥 서로 제 갈 길 가면 끝이었다. 사실, 급행열차의 운행 목적 자체도 딱히 경인선의 표정 속도 증가보다는 수송력 분담과 증가에 비중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일반열차에 쫓겨 운행해야 하고 고상홈· 저상홈 문제까지 존재하는 경부선 급행과는 달리, 경인선 급행은 애시당초 일반열차가 없이 전동차 천국인 경인선에서 정차역을 더욱 많이 설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서울 시내 구간에 급행 전동차만 다니는 별도의 선로가 생기고, 경부선도 무려 천안까지 2복선화 및 수도권 전철화가 끝나면서 뭔가 경인선 급행스러운 느낌이 나는 새로운 등급의 급행 전동차가 경부선에 추가로 도입되었다. 그게 바로 용산-천안 급행이다. 기존하던 서울-수원도 구간이 수원-천안으로 그대로 확장되었다. 이제야 동일 선로에서의 추월+대피가 일어나는 급행이 등장했다.

    용산-천안이 서울-천안과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서울 시내에서는 급행 전동차 선로를 다니면서 구로까지 각역 정차한다는 것이다. 이 두 급행을 구분하기 위해 코레일 내부에서는 용산-천안을 A급행(빨간선), 서울-천안을 B급행(초록선)으로 부른다.

    용산-천안 급행은 1시간에 1대꼴밖에 안 다니니 배차가 경인선 급행에 비하면 안습한 수준이지만, 과거에 경부선 급행은 아예 하루 3회였으니 그것보다는 낫다고 해야겠다. 경부선은 일반열차가 수시로 지나다니기 때문에 급행 전동차가 저 정도로밖에 못 다닌다. 또한 사용하는 선로의 문제 때문에(대피선 부재 포함ㅋ) 안양-수원 사이는 정차역을 넣고 싶어도 못 넣는다. 환승역인 금정 역에도 못 서고 그냥 통과.

    현재는 전철이 천안도 모자라서 장항선 신창까지 남하했지만, 경부선 급행 전동차의 노선은 천안보다 더 남쪽으로 가지는 않고 있다. 만약 갔다면 장항선 수도권 전철 구간은 복선+대피선만으로 일반열차+급행+완행 전동차가 모두 다니는 초유의 구간이 됐을 텐데 말이다.
    그 대신 잘 알다시피 '누리로'라는 새로운 전동차가 등장해서 서울(용산이 아니라)에서 신창(천안이 아니라)까지 1호선을 쫙 찍어 주고 있다. 얘는 무척 신기한 열차인게, 기술적으로는 전동차이지만 운영상으로는 무궁화호 수준의 완전한 일반열차이다.

    그런데 서울 역에서 누리로를 타는곳은 예전의 서울-수원(천안) 급행을 타는 그 잉여 승강장이다. 결국 이 승강장은 서울 지하철 집표 구간 내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으면서 일반열차 서울 역 내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게 구조가 고쳐졌다.

    누리로는 고상홈과 저상홈에 모두 정차 가능하며, 버튼 조작 하나로 모든 좌석들의 방향도 한번에 바꿀 수 있다. 게다가 조용하고 성능 좋아서 아주 실속 있는 열차이다. 2009년 이래로 야금야금 굉장히 증차되어 왔고 충북선처럼 수도권 전철 이외 구간에도 이미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운임 체계의 차이 때문에, 예상과는 달리 누리로가 경부선 B급행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았으며, B급행은 지금도 건재하다.

    참고로 B급행은 토요일에도 정상 운행을 하므로, 한번 시승하고 싶으신 분은 주말에 나가서 타도 된다. 단지 빨간 날에 쉴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6 19:19 2011/04/1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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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처럼 아주 길쭉한 국가가 있다고 치자. 이 국가에는 지형을 따라 거대한 간선 철도가 놓여 있고 n개의 역이 있으며, n개의 역에 모두 정차하는 완행 열차가 일정 간격으로 다닌다.

    이 설정을 좀 극단적으로 확장하여 역 수가 수백, 수천, 수만-_-개에 달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급행 열차를 운행할 필요가 응당 생긴다. 2000개역쯤 떨어진 지역에 가려고 하는데 전역정차 열차를 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여행 거리가 길어지면, 급행 열차가 서는 곳까지 가서 환승하는 불편 정도는 급행의 빠른 속도가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게 된다.

    자, 이를 일반화하면.. 급행도 등급이 필요해서 특급, 쾌특 등 n차원의 급행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서는 역 수가 무척 적어서 타기 힘든 대신에 일단 타기만 하면 엄청난 이동성이 보장된다. 급행과 완행은 배차 간격은 모두 동일하다고 치자.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각 등급의 급행 열차들은 정차역 수를 얼마로 설정하는 게 좋을까?
    또한, 철도역 수 n에 대해서, 최대 몇 등급의 급행이 존재하는 게 적당할까?

    n개의 역이 모두 똑같이 중요하고 이용객 수가 균일하다고 가정할 때,
    어떻게 급행을 운영하는 게 승객의 평균 표정속도를 최대화하고 반대로 평균 환승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선로 수는 충분하기 때문에, 완급 결합으로 인한 대피 대기 오버헤드라든가 선로 용량 걱정은 할 필요 없다고 가정하겠다. ^^

    역 수가 10개 남짓이라면 급행이 있을 필요가 없겠지만, 역 수가 100개쯤 된다면 3~4개역을 건너뛰는 1차 급행에 이어서 한 10~12개쯤 역을 쉬엄쉬엄 건너뛰는 2차 급행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전산학을 전공한 친구라면, 이런 부류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비슷한 형태의 아주 유명한 알고리즘을 하나 떠올리게 될 것이다.
    바로 '쉘 정렬'이다!

    쉘 정렬은 삽입 정렬을 원소별로 띄엄띄엄 적용하되 나중에 그 간격을 촘촘히 좁히는 방식이다.
    삽입 정렬은 시간 복잡도가 O(n^2)이지만, n의 크기가 작아서 띄엄띄엄일 때는 오버헤드가 크지 않으며, 또 편차가 커서 리스트가 상당수 정렬되어 있을 때는 매우 빠르게 수행되기 때문에 그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쉘 정렬은 알고리즘의 특성상 실제로 코딩해 보면 루프가 3중, 4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무거울 것 같지만 돌려 보면 성능이 매우 좋다. 프로그래밍 언어라고는 아직 어셈블리밖에 없던 1950년대에 고안된 알고리즘이다.

    여타 정렬 알고리즘들이 O(n^2), O(n log n) 아니면 심지어 O(n) 같은 식으로 시간 복잡도가 딱 파악되는 반면, 이 쉘 정렬은 비록 O(n^2)보다야 훨씬 빠르긴 하지만 시간 복잡도가 제대로 분석되어 있지 않다.
    삽입 간격을 설정해서 좁히는 방식을 어떻게 설정하냐에 따라서 성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완행 다음으로 급행을 겨우 1역 균일 통과, 특급을 2역 균일 통과처럼 정말 무식하기 짝이 없게 운행하지는 않는다. 급행 등급이 하나 올라갈 때마다 급행은 최소한 기하급수적으로 통과역 수가 늘어야 이치에 맞다.
    쉘 정렬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23, 10, 4, 1 같은 급으로 큼직하게 수가 바뀌고, 이 수들이 가능한 한 서로소가 되게 하는 게 정렬 효율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16, 8, 4, 2, 1처럼 정확하게 컴퓨터스럽게 배수· 약수 관계로 포개지는 간격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그런 나쁜 수열을 쓰면 쉘 정렬의 시간 복잡도가 최악의 경우 도로 O(n^2)로 치솟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급행 전철이 정차역 수가 여전히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이것은 환승을 싫어하는 국민 정서 내지 환승이 불편한 구조, 급행도 어차피 최대 속도는 동일하고 완행보다 그렇게 많이 빠르지 않은 것, 역마다 weight가 현실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 급행의 소극적인 운행(긴 배차 간격) 같은 다른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그런 것이다. (현실에서는 환승역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 하나만으로도 역별 weight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상, 철도와 전산학을 융합한 뻘글이었다.
    쉘 정렬의 수열 설정 방식이 철도 운영에서도 이론상 효율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 (급행은 4역씩 건너뛰고 특급은 10개역, 쾌특은 23개역.. ㄲㄲ)
    참고로 쉘 정렬은 수열을 제일 잘 설정했을 때 시간 복잡도가 O(n (log n)^2) 까지는 떨어진다고 한다.


    * 덧붙이는 말:
    어제는 KTX 열차가 개통 사상 처음으로 탈선 사고를 일으켰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철도 덕후 사무엘 님의 공식 입장을 말하자면, 이건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선로 시설 문제이지 차량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차량이 떼제베가 아닌 산천이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늘 말썽을 일으켜 온 것처럼 차량이 고장을 일으킨 거라면, 그대로 차가 멈춰서는 걸로 끝나지 지가 무슨 능력으로 탈선까지 하겠는가?

    더구나 이 차는 보기 드문 광명 시종착 KTX였다. 광명이 단순 경유역이 아닌 종착역이기 때문에 여타 열차와는 다른 선로로 건너가야만 했다. 그래서 선로 분기기가 열차를 새 선로로 유도하고 있었는데, 열차가 다 건너기 전에 선로 분기기가 전산 착오 내지 추위로 인해 오작동한 것 같다. 그래서 뒷부분 객차의 진로를 막았고, 이것 때문에 찌이이이익 소음+타는 냄새+탈선이 야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열차가 고속으로 쌩쌩 달리다가 교량이 붕괴했다거나 차량이 자폭이라도 한 것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고이다. 오히려 열차는 종착역 진입을 앞두고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서 아주 천천히 달리면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고도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나 발생한 사고이다. 이 사고가 KTX 차량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풍조로 이어지기는 않기를 본인은 바란다.

    이 사고로 인해 이 열차를 바로 뒤따라오던 상행 KTX는 평택쯤에서 다시 천안아산-_- 역으로 역주행하여 돌아가야만 했고, 대전-서울 구간의 고속선이 폐쇄되는 바람에 다른 KTX들은 아예 경부선 기존선으로 우회해서 다녀야 했다. 주말 임시 열차는 아예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운행 중단. 코레일의 입장에서는 손해가 그야말로 막심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수원-천안 구간에서 KTX 산천이 보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12 17:49 2011/02/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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