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매킨토시는 가히 꿈의 컴퓨터였다. 여기서 옛날이라 함은 대략 1990년대를 말한다.

그때 우리의 IBM 호환 PC는 아키텍처가 다 공개되어 있기도 했으니 ‘행정 전산망용’ 내지 ‘교육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국내 대기업이 로컬라이즈까지 해서(일본의 로컬라이즈 방식을 따라한 것이겠지만) 보급되고 있었다. 그러니 맥에 비해 희귀하다는 느낌이 덜했다. 그리고 이 기계는 그래픽 성능이 맥보다 훨씬 시원찮았다.

그에 비해 매킨토시는 희귀함과 화려함 그 자체였다. IBM PC가 겨우 도스 명령 프롬프트에서 16색, 256색 VGA를 논하는 동안 매킨토시 화면에서는 화려한 GUI 운영체제에다 천연색 사진 그래픽과 각종 전자 출판물 편집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듣자 하니 매킨토시 컴퓨터에는 텍스트 모드라는 게 아예 없다는데? (물론, PC에서도 텍스트 모드는 컴퓨터 켠 직후에나 잠깐 보이는 과거 유물 잉여가 된 지 오래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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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는 모 블로그.

기계의 모양을 봐도 모니터와 본체 일체형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다 무조건 자기네 순정만 쓰이는 게 고급스러움과 간지 그 자체였고, 웬지 지구인이 만든 물건 같지가 않은 티가 역력했다. 엘렉스 컴퓨터가 총판을 맡던 시절에, 매킨토시는 가격도 억소리 나게 크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딱히 전자출판· 그래픽 분야 종사자나 유학파 얼리어답터들이 아니면 쓸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물론, 그때 컴퓨터 덕질을 안 하고 그 돈 더 모아서 서울 강남에다 집을 사 놨으면, 지금쯤 떼부자가 됐을 거라고 자조 섞인 말투로 회상하는 얼리어답터도 있다고 카더라)

매킨토시 진영은 서비스 구리고 하위 호환성에 자비심 없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윈텔’ 진영과는 성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MS 윈도우야 API의 하위 호환성은 정말 경악스러울 정도이고, x86 아키텍처 자체도 호환성에 목숨 거느라 그 지저분함이 말도 못 할 수준이지 않던가.

그런데, 그 간지 최강 귀족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맥 OS도, X 이전의 클래식 버전은 사실 선점형 멀티스레딩도 없이 기술적으로는 윈도우 95보다도 뒤쳐진 물건이었다고 한다.
하긴, 어렸을 땐 난 시커먼 도스 프롬프트에서 그 허접한 윈도우 3.1이 시동되는 모습만 보고도, 화려한 그래픽에 동심이 매료되고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하물며 매킨토시는 어땠을까?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매킨토시 진영의 역사상 있었던 대단히 큰 사건들을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200x년대에 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1. 엘렉스 대신 애플 코리아가 직접 한국으로 진출 (1999)
2. 맥 OS X 출시 (2001)
3. 인텔 아키텍처 기반으로 전향 (2005-2006)
4. 아이폰의 흥행 대성공(과 국내에 드디어 시판) (2007, 2009)
(5. 그리고 아마, 잡느님의 사망. 2011)

매킨토시가 옛날에 비해서는 정말 가격도 많이 떨어지고 보급도 많이 된 건 사실이지만, 서비스의 품질은 오히려 엘렉스 시절보다도 못한 면모도 있다는 성토가 여전히 나돈다.
또한 최강의 장사꾼 기질로 한글화를 꼬박꼬박 친절하게 하는 MS 윈도우 진영과는 달리, 맥 진영은 소프트웨어의 한글화도 좀 투박한 구석이 있다. 기본 제공되는 한글 서체의 품질이 저질이라고 폭풍처럼 까여 온 것 역시 그런 맥락일 테고.

맥은 하드웨어 배경이 완전히 다르다 보니 640KB 메모리 제한이라든가 16비트/32비트 썽킹 같은 흑역사는 없다.
다만, PowerPC에서 x86으로 갈아탄 것은 워낙 여파가 너무 큰 변화이기 때문에 제작사인 애플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호환 레이어를 제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CPU 에뮬레이터인 '로제타'를 만들고, 그리고 한 프로그램 바이너리에 아예 x86 코드와 PowerPC 기계어가 같이 들어있는 Universal binary라는 포맷도 제정했다.

물론 지금은 시간이 충분히 지났기 때문에 Snow Leopard던가 Lion이던가 버전부터는 PowerPC 지원은 완전히 끊겼다. 그리고 Universal binary는 PowerPC/x86이 아니라 같은 x86 계열 안에서 32비트와 64비트 코드를 동시에 내장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앞으로는 ARM과 x86(-64) 사이의 동시 지원이 필요해질 듯.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게 옛날에 MS가 윈도우 NT 시절에 제정한 Portable Executable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 아닌가 여겨진다. 당시에 윈도우 NT는 x86, PowerPC 등 다양한 CPU를 target으로 개발되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기계어 코드는 공유를 못 하더라도 동일한 헤더로 실행 파일 바이너리들을 식별하고 관리 가능하게 할 필요는 있었다. 하지만 정작 PE는 한 바이너리에 다양한 아키텍처의 기계어 코드를 한꺼번에 담는 건 지원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지금이야 PC의 역량도 충분히 매우 발전하여, 매킨토시를 사실상 다 따라잡은 지가 오래이다. (그런 비주얼 쪽의 발전을 주도한 건 다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기계어까지 가상 바이트코드로 대체하려는 발칙한 시도가 가능해졌을 정도이니 컴퓨터가 얼마나 성능이 좋아진 셈인가?

그랬는데, 지금 나는 그 시절의 매킨토시보다 훨씬 더 성능이 좋은 매킨토시 노트북 PC를 아무렇지도 않게 갖고 다니며 쓰고 있고, 사실 그 기계로 맥OS보다 윈도우를 여전히 훨씬 더 많이 쓰고 지낸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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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간지 사과 무늬...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2/08/24 19:37 2012/08/2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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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잘 알다시피 글쇠배열 수준을 넘어서 한글 조합 로직을 완전히 외부에 expose하고 사용자가 이를 입력 옵션의 일부로서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유일한 한글 입력 프로그램이다.

한글 조합 로직은 전산학에서 오토마타라고 불리는 '정규 문법'(regular grammar)으로 흔히 모델링되며, 보통은 그 알고리즘이 해당 한글 입력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 내부에 복잡한 switch문의 형태로 하드코딩되어 있다. 그러나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그렇지 않으며, 아예 C언어 수식의 문법 형태로 오토마타를 사용자가 일일이 지정이 가능하다.

정규 문법은 옛날에 1996년도 한국 정보 올림피아드 경시부(본인이 그 시절에 정올 공부를 한 세대여서.. ^^)에서 출제되었던 잠수함 코드 식별 문제와 같은 차원의 난이도이다. 주어진 규칙대로 상태를 쭉쭉 switch해 나가다가 코드가 yes로 끝나면 잠수함이고, 그렇지 않으면 noise이다. 한글 입력 오토마타도 그런 수준이라는 뜻이다.

첨언하자면, 이것보다 한 단계 더 복잡한 차원의 문법은 그 이름도 유명한 문맥 자유 문법(CFG)이다. 이제는 다단계의 여닫는 식별 부호를 재귀적으로 처리할 정도가 되어야 하고, 제대로 파싱하기 위해서는 스택이 필요하다. 여기서 스택은 한글 입력 순서를 기억하는 그런 스택이 아니라, 각 재귀 단계별 상태를 기억하기 위한 스택이다. 정규 문법이 Windows의 INI 파일 정도의 복잡도라면, 문맥 자유 문법은 XML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전산학 전공자라면 데이터 구조 시간에 복잡한 괄호와 연산자가 들어간 수식을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을 텐데, 그게 바로 간단한 문맥 자유 문법을 인식하는 프로그램을 구현해 본 것이다. 그러나 한글은 초-중-종성으로만 구성되지 '초성-여는 중성-종성-닫는 중성'이라든가, '여는 초성-중성-여는 종성-닫는 종성-닫는 초성' 처럼 글자 자체가 재귀적으로 이상하게 전개되는 형태는 아니므로, CFG가 아닌 정규 문법만으로 표현이 충분히 가능하다.

사람이 다루는 자연어든, 컴파일러가 다루는 프로그래밍 언어 소스가 아니어도, 컴퓨터라는 계산 기계가 인식과 생성과 처리 가능한 모든 파일 포맷은 결국 이런 문법으로 formal하게 생성 규칙을 나타낼 수 있으며 그럴 수밖에 없다. 텍스트 파일이든, 그래픽 포맷이든, 심지어 기계어 코드의 포맷이든 말이다. 그래서 오토마타 이론은 전산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2.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한글 입력기 얘기를 계속하겠다.
한글 입력기도 구현체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프로그램마다 동작 방식이 대동소이한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중성+종성 형태의 미완성 한글의 입력이 가능한가? 그리고 세벌식의 경우 초성+종성 미완성 한글도 입력 가능한가?” 하는 것 말이다. 오토마타는 바로 이런 세밀한 로직을 바꿀 수 있다.

아래아한글은 도스용 3.x까지만 해도 그런 게 가능하지 않다가 윈도우용으로 넘어오면서 어느 샌가 미완성 한글의 표현이 가능해졌으며, 특히 97 때는 전무후무하게 초-종-중 순의 입력도 가능해서 아주 초보적인 형태의 모아치기까지 지원했었다. 그게 워디안 이후부터는 다시 없어졌지만 말이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그런 것들을 구분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이어치기 오토마타뿐만이 아니라 미완성 한글의 입력을 불허하는 오토마타도 따로 갖추고 있다.
PC 환경이 도스에서 윈도우로 넘어가면서 한글 코드의 주류도 조합형에서 완성형으로 넘어갔다. 완성형은 구조적으로 낱자의 초성과 종성을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고 미완성 한글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한글 입력 오토마타도 그에 맞춰서 설계되는 게 불가피했다.

그런데 맥 OS가 제공하는 한글 입력기는 동작 방식이 흥미롭다. 두벌식은 별 차이가 없는데 MS의 한글 입력기와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세벌식이다.
오토마타가 '미완성 한글을 허용 안 하는 이어치기'의 변종이다. 초성과 중성의 단독 입력은 허용하지만, 종성 단독이나 여타 미완성 한글의 입력은 아예 무시하여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받침 ㄲ, ㅆ은 ㄱ, ㅅ의 연타로 입력을 못 하고 반드시 한 타로만 쳐야 한다.

입력 무시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오토마타에서 -1이라는 음수 상태로 정의되어 있으므로 이런 입력 로직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다.

0 → A ? 1 : B ? 3 : C ? -1 : 0
1 → A ? 1 : B ? 2 : C ? -1 : 0
2 → B ? 2 : C ? 4 : 0
3 → B ? 3 : C ? -1 : 0
4 → C ? 4 : A|B ? 0 : -1

초기 상태에서는 종성 C만 -1로 빠지게 하여 무시하면 된다. 그리고 초성이 입력된 상태인 1번 상태에서도 C만 무시하면 된다.
초성과 중성이 모두 입력된 2번 상태에서만 종성의 입력이 허용되며, 이 경우 오토마타는 4번 상태로 가게 된다.
중성만 단독으로 입력된 상태인 3번에서도 중성만 동일 상태로 받아들이면 되고 종성은 여전히 무시한다. (C ? -1: 0)

끝으로 문제가 되는 건 초-중-종성이 모두 입력된 4번 상태이다. 받침 ㄴ+ㅎ=ㄶ 같은 결합은 계속 허용해야 하지만 더 결합할 수 없는 받침은 입력을 무시해야 한다. 그리고 초성과 중성은 다음 글자로 입력을 받아들인다. 이 상태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오토마타로부터 양수 상태값을 얻어서 결합 가능 승인은 받았지만 실제로는 낱자 결합 규칙이 존재하지 않아서 추가 결합이 불가능해진 낱자가 발견될 경우, 성분 변수 A~C에다가 모두 0을 집어넣어서 해당 상태에 대한 오토마타 함수값을 다시 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C에 값이 있을 때는 일단 4번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하되, 초성이나 중성에 값이 있으면(A|B) 다음 글자로 넘어가서 조합을 진행하게 하고(0), 진짜로 세 변수가 모두 0일 때만 -1로 조합을 무시하게 하면 된다.

요컨대 초성과 중성만 단독 입력이 가능하고 정확하게 초-중-종 순서를 따르지 않은 unexpected 종성은 입력을 무시하게 한 오토마타인데, 이것도 좀 오래 써 보니 오타 방지 차원에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3.

이제 오토마타 얘기 말고 다른 기술적인 얘기로 넘어가겠다.
맥 사용자라면 이미 충분히 아시겠지만, 매킨토시 컴퓨터는 별도의 한/영이나 한자 키가 없기 때문에 한/영 전환이 cmd+space이고, 한자 변환은 opt(alt)+enter이다.

다만 약간 불편한 점은, 두벌식이든 세벌식이든 겹받침을 입력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두벌식에서 ㄱ+ㅅ을 누르면 둘은 따로 떨어지며, 세벌식은 아예 겹받침 단독 입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초성+한자로 특수문자를 입력하는 기능도 맥에는 없다. 일반 PC에서는 그야말로 도스 시절에서부터 존재한 오랜 전통임에도 불구하고, 맥은 그런 것의 영향을 지금까지 전혀 받지 않은 채 지내 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전/반각 모드 같은 것도 맥에서는 찾을 수 없다.

윈도우에서는 두벌식/세벌식이 한 한글 IME 내부에서의 설정치로 존재해 왔지만 맥은 각각의 벌식이 마치 영문 쿼티/드보락처럼 별개의 입력 방식으로 다뤄진다. 어찌 보면 이게 더 직관적인 디자인인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입력 환경 설정 대화상자에는 글자판을 선택하는 옵션은 없으며 backspace 키의 동작 방식 같은 것만 있다.

Windows는 95 이래로 조합 중인 한글을 깜빡이는 네모 커서로 나타내는 관행을 도스 시절 프로그램으로부터 확실하게 도입하여 정착시켰다. 이 당연한 관행이 3.1때까지만 해도 없었기 때문에, 한글을 조합 중일 때 커서는 그냥 해당 한글의 앞에 똑같은 길쭉한 형태로만 보였다. 당시 윈도우 3.x용 MS 워드 6.0이 예외적으로 IME를 자체 처리하여 네모 커서를 자체 구현하던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맥은 조합 중인 한글을 그냥 일본어나 중국어의 조합을 표시하듯이 밑줄로 처리한다. 즉, 맥에서는 깜빡이는 네모 커서를 볼 일이 없다는 뜻. 사실, 깜빡이는 네모 커서는 도스 시절 이래로 오랫동안 봐 왔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편하기는 하지만, 한글 조합을 두 글자 이상의 길이로 표현하는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큰 제약도 존재한다.

그래서 MS 운영체제에서는 전통적으로 한글 조합을 단어 단위로 잡는 기능이 존재한 적이 없다. 한자 입력할 때를 빼면 사실 전/반각만큼이나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반면 맥에는 그 옵션이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한글 입력 하나를 두고도 맥과 윈도우는 문화가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차이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오류가 없는 100% 정확한 세벌식 최종 글자판이 윈도우에서는 무려 비스타와 오피스 2007 타임라인에 와서야 겨우 제공된 반면, 맥에서는 공 박사님의 영향력 덕분인지 그야말로 OS X도 아니고 20세기 클래식 시절부터 당연히 기본 제공되어 왔음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2/07/20 19:21 2012/07/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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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PC에서 명맥을 유지하며 살아있는 데스크톱용 운영체제는 역시나 윈도우, 맥, 리눅스 3관왕이다. 다만 이들이 대등한 점유율이 절대 아니며, 셋의 점유율은 공비가 무려 10에 육박하는 등비수열을 이룬다.

맥이야 x86 계열 CPU로 갈아타고 기계의 가격도 내리면서, 옛날에 비해서야 정말 많이 대중화가 되었다. 또한 아이폰/아이패드가 모바일에서 워낙 큰 성공을 거둔 덕분에 맥북/아이맥까지 반사 이익을 보고 있기도 하다. 아이폰/아이패드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면 결국 그 계열의 PC가 필요하니까 말이다.

그래도 윈도우에 비하면야 맥 사용자는 정말 10% 이내의 소수이다. 맥OS를 작정하고 써 볼 의향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맥 계열 기계는 비슷한 사양의 일반 컴퓨터보다 여전히 비싸며 구입 후에 서비스도 구리고 키보드· 마우스의 일부 동작 방식이 이질적이기 때문에 덥석 권할 게 못 된다. 솔직히 나도 지금의 맥북 살 돈으로 일반 노트북을 샀다면 아마 화면이 두 배 정도 더 큰 걸 살 수 있었지 싶다. 그러나 ‘스잡빠’, ‘앱등이’로 대표되는 굳건한 추종자도 있는 마당에, 이쪽 진영은 결코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맥은 소수이지만 인지도라도 있지 리눅스는 그조차도 없다. 리눅스를 서버도 아닌 데스크톱 로컬 환경의 주 운영체제로 쓰는 사람은 가히 소수 중의 소수이다. 작정하고 MS 진영을 반대하고 철저한 copyleft 정신으로 무장한 컴덕후 해커이거나, 잡스를 숭배하는 것처럼 리처드 스톨먼을 숭배하는(최소한 그의 인격이 아니면 그의 이념을) 사람 정도만이 리눅스를 쓰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맥이 예전보다 접근성이 개선된 것만큼이나 리눅스도 옛날에 비해서는 초보자가 쓰기 정말 편해지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초보자가 쓰기엔 리눅스는 인지도 있는 응용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뭘 세팅하고 바꾸려면 유닉스 명령줄을 다뤄야 하는 등 생소한 면모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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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목적으로 2010년 무렵에 VM을 만들어서 돌려 본 우분투 리눅스 9.x의 화면이다. 한때 리눅스의 그래픽 셸은 GNOME이냐 KDE냐로 갈라져 혼란스러운 편이었으나, 요즘은 결국 둘 다 지원하는 쪽으로 가는 추세라 한다.)

20년이 넘게 도스와 윈도우에만 길들여지고 10년이 넘게 윈도우 프로그래밍만 해 본 본인의 입장에서 맥 OS에 존재하는 주목할 만한 특징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운영체제의 시스템 메뉴와 응용 프로그램의 메뉴가 한데 완전히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Windows는 운영체제의 시스템 메뉴에 해당하는 시작 메뉴가 task bar에 있다. 이것은 응용 프로그램의 창에 소속된 메뉴하고는 당연히 완전히 별개이다. CreateWindowEx 함수는 창을 생성할 때 메뉴 핸들도 별개로 받는다.

그러나 맥은 화면 상단에 항상 고정되어 있는 시스템 메뉴에 응용 프로그램의 메뉴가 얹힌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건 윈도우에서는 OLE 개체 embedding 상태에서나 어렴풋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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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워드패드인데 도움말에 나와 있는 건 그림판. 어?)

응용 프로그램 메뉴는 파일이나 도움말 같은 기본적인 것만 남고, 그 사이엔 개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메뉴가 뜨는 것 말이다. 요즘은 이런 디자인도 과거 유물로 치부되어 별도의 프로그램 창이 따로 뜨는 형태로 바뀌고 있지만. (MS부터가 자기네들이 만든 표준 메뉴 인터페이스를 구닥다리로 치부하고 안 쓰려 하니 말이다)

맥에서는 시스템 전체를 통틀어 pull-down 메뉴는 하나만 있으며, 한 순간에 현재 활성화되어 있는 프로그램의 메뉴 하나만 볼 수 있다. 문서 창에 메뉴가 따로 달려 있지 않다. 그리고 맥에서 돌아가는 GUI 응용 프로그램이라면 반드시 이런 디자인을 따라야만 한다.

윈도우에서는 대화상자 하나만 달랑 띄우고 따로 메뉴를 만들기는 곤란한 프로그램의 경우, 대화상자의 시스템 메뉴를 customize해서 보통 ‘이동 / 닫기’만 있는 그 메뉴에다가 About이라든가 Always on top 같은 추가 명령을 넣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맥은 어떤 프로그램에게라도 무조건 기본 메뉴가 주어지니 그런 식의 테크닉이 존재하지 않는다.

맥은 그런 기본적인 인터페이스가 모든 응용 프로그램에서 무조건 동일하기 때문에 윈도우처럼 무슨 오피스 200x 스타일 메뉴나 도구모음줄을 만들어 주는 GUI 툴킷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윈도우에서야 보급 메뉴 대신에 그 자리에다 싸제 메뉴 창을 얹어서 보급 메뉴처럼 동작하게만 만들면 custom UI를 손쉽게 만들 수 있지만, 맥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비주얼 C++의 MFC 프로젝트 마법사를 보면, GUI 응용 프로그램을 전통적으로 MDI, SDI, 대화상자라는 세 형태로 분류한다. 그런데 맥에서는 어떤 형태의 프로그램도 일단은 가장 범용적인 MDI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문서 창은 하나밖에 생성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날개셋> 타자연습’을 맥용으로 만든다면, 프로퍼티 페이지의 밖에 존재하는 ‘사용자 로그인’이나 ‘종합 환경설정’ 같은 명령은 응당 메뉴에서 내리는 명령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또한 맥은 동일 프로그램의 중복 실행에 대한 개념이 Windows와는 다르다. 같은 프로그램은 한 번만 실행되고 그 동일한 프로그램이 여러 문서를 담당한다는 MDI 사고방식이 맥은 더욱 엄격하다. 그래서 맥 OS의 task bar에 해당하는 dock은 프로그램이 실행됐냐 안 됐냐의 여부만 표시되어 있지만, 이 아이디어를 차용한 윈도우 7의 task bar는 프로그램의 중복 실행 개수도 살짝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디자인 때문에, 맥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문서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내부 구조가 많이 복잡해진다. 개발툴이 그런 예 중 하나이다. 비주얼 C++이야 여러 개를 실행해서 제각기 프로젝트를 열면 되지만, xcode는 프로젝트별로 각각의 문서창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그 내부에서 또 파일을 편집하는 창을 관리해야 한다.

맥 응용 프로그램은 마지막 문서 창이 닫혀서 문서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키보드 포커스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넘어갈 때 자동으로 종료되는 편이다. 이런 동작 방식은 Windows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이 그러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Finder도 파일 표시(윈도우로 치면 탐색기 창 같은) 창이 하나도 없이 포커스가 바뀌더라도 종료되지 않고 언제나 실행되어 있는다. 내장 웹브라우저인 사파리도 마찬가지이다.

키보드로는 Alt+F4에 해당하는 Cmd+Q를 누르면 언제나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단, 윈도우의 Alt+F4는 그냥 창을 닫는다는 보편적인 용도도 포함하는 단축키인 반면, Cmd+Q는 언제 어디서나 해당 응용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료시킨다는 의미 차이가 있다.

윈도우 프로그래머라면, 맥에서는 저런 것뿐만이 아니라 응용 프로그램의 파일 구성까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다르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게 될 것이다. 단순 실행 파일 말고 GUI 응용 프로그램은 아이콘, 리소스, 구성 파일이 한데 담긴 패키지 형태로 배포된다. 파일 시스템상으로는 디렉터리 구조이지만 운영체제 내부에서는 가상적인 단일 패키지 파일로 취급된다.

맥에서는 그럼 레지스트리가 없으면 응용 프로그램의 설정 저장을 위해 어떤 기법을 쓰는지? 프로그램 추가/제거는 어떻게 하는지? 동일 개발자가 만든 여러 프로그램이 동일 코드를 공유하려면 DLL 같은 건 어느 디렉터리에다 집어넣으면 되는지? 맥은 윈도우 같은 32/64비트 코드 혼용 문제는 없는지?

알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런 걸 윈도우 프로그래머의 입장에서 잘 설명해 놓은 인터넷 사이트나 책은 아직까지는 난 못 봤다. 아무래도 둘은 서로 달라도 너무 달라서 두 플랫폼의 사고방식에 모두 완전히 통달한 개발자는 거의 없으리라 예상된다.;;

이렇듯, 그토록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이질감에도 불구하고, 맥 OS는 좀 써 보면 윈도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참을 수 없는 고급스러움, 미적 감각이 느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맥 같은 녀석이 존재함으로써 IT 세계가 좀 더 다양해지고 MS의 독점을 약간이나마 견제하는 효과가 난 건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는 그래도 이익이긴 한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2/07/10 08:11 2012/07/1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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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에 폰 노이만(폰 노이만 구조라는 컴퓨터 근간을 닦은 사람)이라는 사람은 기계어로 직접 컴퓨터에다 코딩을 하는 기계어 매니아였다. 기계어가 너무 불편하다고 어느 제자가 어셈블리 비슷한 상위 계층 언어를 만들려 하자 “귀한 컴퓨터 자원으로 쓸데없는 짓이나 한다”고 그를 나무랐다.;;
이거 마치 희대의 저격수인 시모 하이하가 조준경 그딴 걸 왜 쓰냐고 나무란 것과 비슷한 맥락 같다.;;
 
그 반면, 데이크스트라(다익스트라. 그래프 탐색 알고리즘을 고안한 그 사람)는 어셈블리/기계어 같은 언어를 비생산적이고 삽질스럽다고 아주 강하게 디스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구조화 프로그래밍을 주장하면서 GOTO문을 배격한 사람이 기계스러운 BRANCH 따위가 난무하는 저급 언어를 좋아할 리가 없겠다.
 
둘 다 우주괴수급의 천재 수학자 및 전산학자이다만, 이런 식의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는가 보다. 재미있는 일이다.
 
2.

밸브 코퍼레이션의 창립자 게이브 뉴웰 (카운터 스트라이크, 하프 라이프, 포탈 등의 게임 개발사)
페이스북의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 (나보다 더 어림..)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 (설명 불필요)
 
억만장자 IT 기업인인 이들은 모두 하버드 대학 중퇴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 미국인이기도 하고.

3.

개발자가 소프트웨어를 팔아서 먹고 살려면

(1) 관공서나 기업에서 구입하지 않을 수 없는 핵심적인 프로그램을 개발 (교육이나 업무 분야)
(2) 하드웨어에 같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하드웨어와 함께 판매
(3) 온라인 게임 개발 (늘 서버 접속을 하기 때문에 이용료 징수 가능)
(4) 아니면 개인을 대상으로도 유료 판매가 가능한 유통 경로(앱스토어, 스마트폰 등)를 거치는 프로그램 개발

중 하나로는 가야 할 것 같다. 저 네 가지 말고 혹시 다른 방법이 있을까?

4.

내가 맥 OS에 매력을 느끼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폰트 래스터라이저가 정말 짱이라는 점.
똑같은 글꼴을 화면에 찍어 내는 퀄리티가 서로 게임이 안 되는 수준이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는 Windows, 아래는 맥이다.
Windows는 ClearType을 시키면 맑은 고딕처럼 전용 힌팅이 들어간 글꼴이 아니면 그냥 안티알리어싱이 없는 것보다 약간 나은 정도로만 찍히는 반면.
Mac은 힌팅이 없다시피한 글꼴도 Adobe Reader 이상의 퀄리티로 찍어 준다!

5.

그나저나 맥 OS는 Finder (윈도우로 치면 탐색기)에서 파일이나 디렉터리의 이름을 바꾸는 게 엔터이고, 실행하거나 여는 게 Cmd+아래라니 참 희한하다. 윈도우라면 이름 바꾸는 건 F2이고, 여는 게 응당 엔터인데 말이다.

6.

과거에 MS 오피스가 2003에서 2007로 버전업되었을 때 비주얼이 화려해지고 좋아진 기능이 분명 적지 않았지만, 내게는 굉장히 마음에 안 드는 변화도 있었다. 그것 중 하나는 파워포인트에서 '컬러 타자기' 애니메이션 효과가 굉장히 느려져서 랙이 심해지고 프레임 수가 감소한 것이었다. 글자가 말 그대로 타자기로 찍듯이 한 글자씩 천천히 나타나는 것 말이다. 그렇게 현란하거나 CPU의 부하가 심한 효과도 아니다.

그랬는데 2010을 나중에 써 보니, 마치 2003처럼 애니메이션이 다시 매끄러워져 있었다.
혹시 컴퓨터가 빨라지고 화면 해상도가 낮아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 컴퓨터를 바꿔서 확인해 보았다.
그랬더니 같은 1280*1024 화면이라도 역시 2010에서는 Core2 duo급 컴에서도 매끄럽게 나오는 반면, 2007에서는 쿼드코어 i5급 컴에서도 버벅거렸다.

그래서 이것은 소프트웨어적인 알고리즘 개선 덕분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2007과 2010 사이엔 이런 차이도 존재하는가 보다.

7.

근래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구성 파일들에 대해서 바이러스 및 악성 코드 진단 문의가 부쩍 늘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개발자의 공식 입장을 내 홈페이지에다가도 게시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바이러스 아님”이다. 모든 프로그램들은 바이러스도, 안티바이러스(일명 백신)도 알지 못하는 100% 청정 컴퓨터에서 개발되며, 개발 환경에서 갓 빌드된 직후의 실행 파일들이 곧바로 설치 패키지로 포장된다. 바이러스 같은 게 들어갈 일이란 없다. 이 일 때문에 본인에게 문의하면 언제나 동일한 대답밖에 돌아올 게 없으며, 그 외에 더 할 말이 없음을 이 자리에서 밝히는 바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실행 파일과 MSI 패키지가 디지털 서명을 받지 못한 관계로, 웹브라우저부터가 빨간 경고와 함께 <날개셋> 프로그램의 다운로드를 저지(discourage)하는 것도 좀 아쉬운 점이다. 이건 훗날 프로그램이 더 나은 수익원과 배포 통로를 확보했을 때에나 해결 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참에 아예 프로그램 다운로드 페이지에다가 설명을 써 놨다. “10년이 넘게 인생을 걸며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개선해 온 저를 믿으신다면, 그런 보안 경고들은 모두 무시하고 안심하고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문득 생각해 볼 문제: 비주얼 C++이나 그에 상응하는 개발툴이 설치된 컴퓨터를 자동으로 감지하여 프로그램이 링크될 때 쓰이는 C 라이브러리 같은 lib, obj 파일을 감염시키는 컴퓨터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존재할까? 처음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프로그램이 생성되도록? -_-;;

Posted by 사무엘

2012/05/19 08:22 2012/05/1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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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영체제의 기반 언어

윈도우 운영체제의 기반 언어는 C이다. 유닉스만 C 기반이 아니다. ^^
물론 더 생산성이 뛰어난 MFC도 있고 닷넷 프레임워크도 있으며, 고급 기능 중엔 GDI+처럼 일부 C++ 기반으로 제공되는 API도 있다. 그러나 제일 아래를 들여다보면 역시나 C언어 냄새가 팍팍 나는 윈도우 API가 짱이다.

여기서 기반 언어라 함은, 운영체제가 자신의 기능을 어떤 언어의 바이너리 수준에 맞춰 직통으로 제공하냐와 관계가 있다.
문자열이 그 좋은 예 중 하나이다. C언어 기반인 운영체제에서는 0번 문자 문자열(null-terminated string)을 사용하는데, 파스칼이나 베이직처럼 0번 문자 문자열을 사용하지 않는 언어는 운영체제와 문자열을 주고받을 때 약간의 오버헤드를 감수해야 한다.

뭐, 0번 문자 문자열이라는 개념 자체가 C언어가 원조이지는 않은 것 같다만... 과거 도스의 API는 C 수준의 계층조차도 없어서 운영체제 API 호출은 닥치고 레지스터에 값 설정하고서 어셈블리 인터럽트를 날리는 식이었다. 함수 이름 같은 건 없고 인터럽트 번호만 존재했다.

한편, C보다 더 상위에 있는 C++은 함수 이름의 mangling(오버로딩 때문에 이게 반드시 필요함) 방식이 컴파일러마다 전혀 통일되어 있지 않아서 난리이며, 이는 C++ 클래스 라이브러리의 바이너리 배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닥치고 오로지 함수 이름만 알고 있으면 되는 C에 비해 C++은 함수 링킹이 얼마나 복잡한가? 함수 호출 한번 할 때 매개변수 개체에 대한 생성자, 소멸자, 복사 생성자 처리하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만약 밑바닥부터 C++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운영체제가 있다면, 그 방식도 응당 표준화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부류의 지저분한 언어 계층의 바이너리 표준을 통합해서 소프트웨어의 컴포넌트화를 좀 수월하게 하려고 MS가 만든 녀석이 바로 COM이며, 게임계에서 유명한 DirectX가 대표적인 COM 기반 API이다.

컴퓨터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이렇게 운영체제의 기반 언어도 당연하지만 점차 상위 단계의 언어로 올가라가는 경향이 있다.
닷넷 프레임워크의 기반 언어는 잘 알다시피 C#이다. 아예 자바 기반 운영체제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요즘 3대 메이저 스마트폰은(윈도우 모바일, 안드로이드, 아이폰) 앱 만드는 언어가 서로 다 다르다.

덧붙이자면, 어느 운영체제의 기반 언어가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C스러운 이념을 지닌 언어들과는 달리, 파이썬(Python)은 뭔가 독자적인 위상이 있는 인터프리터 지향 언어이고 루아(Lua)는 host 언어와의 glue를 지향하여 특히 게임 개발처럼 코드와 데이터의 경계가 모호한 분야에서 자기 살 길을 찾은 언어인 것 같다. 운영체제의 바이너리 기반 언어라기보다는 매크로 언어가 되기 좋은 언어라고나 할까?

2. Objective C

아이폰 덕분에 덩달아 각광받고 있는 맥 OS의 기반 언어는 Objective C이다(이하 옵C). 정확히 말하면 코코아 API의 기반 언어라고 한다. 클래식 매킨토시 시절부터 옵C만 써 왔다는 소리인지? 그리고 하필 그런 유별난 마이너 언어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똑같이 객체 지향 언어라지만 옵C는 C++과는 구조가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달라서 본인은 적지 않게 놀랐다. C++이 C의 큰 틀을 그대로 계승하고서 C 문법에서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부분만 고친 후(함수를 반드시 선언한 후 쓰게 고친 것 등) OOP 개념을 추가했다면...
옵C는 C의 strict superset인지라 C스러운 부분은 그대로 C답게 놔둔 후, Smalltalk에서 영향을 받은 OOP 문법을 그대로 추가했다.

- 옵C에서 추가된 예약어들은 앞에 @가 붙는다. 이건 C/C++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는 문자이다.
- 맥 OS X의 전신 NextStep에서 유래된 NS* 명칭 (MFC로 치면 Afx* 뻘 되겠다.)
- #import는 C/C++의 #include와는 달리 중복 include 방지가 자동으로 적용된다.
- C++에서는 true/false가 예약어로까지 도입되었지만, 옵C에서는 YES/NO를 쓴다.
- 클래스 메소드(C++의 static 멤버 함수)와 인스턴스 메소드(C++의 일반 멤버 함수)를 각각 +와 -로 구분하여 표기
- null pointer를 의미하는 nil이 존재한다. C++은 0x에 가서야 nullptr이 추가되었지 싶다.
- this 대신 self. void *대신 id
- 일부 C++ 컴파일러가 비표준으로 제공하는 __super 키워드가 옵C에는 있음
- 자동으로 실행되는 생성자· 소멸자 함수 같은 건 없으며, new/delete 문법도 다름

저런 건 오히려 사소한 차이일 뿐이고, 진짜 적응이 안 되는 건.. object에 대한 멤버 함수 호출이 [ ]를 동원하여 C++과는 완전히 다른 문법과 의미라는 점이다. 처음엔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아이폰 앱은 이런 괴랄한 언어로 개발되고 있었던 거야?” 같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옵C는 그래도 C++보다는 훨씬 더 작고 단순하고 파싱하기 쉬운 언어이며, 컴파일 타임 위주인 C++보다는 런타임에 언어 차원에서 보장해 주는 요소가 더 많다.

C++의 클래스 멤버 함수 호출은 this 포인터만 암시적으로 추가된 일반 C 함수와 거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옵C는 OOP의 구현에 관한 한, C와의 호환성 내지 성능보다는 원칙에 더욱 충실한 듯하다. 멤버 함수는 메시징이라는 개념으로 구현하며, 잘은 모르지만 보내어진 메시지가 어떤 종류인지 런타임 때 파악이 가능할 정도로 그 체계가 유연하다고 한다.

C++로 클래스 라이브러리 DLL을 만들면 함수 프로토타입 하나만 바뀌어도 바이너리 호환성이 다 깨지는데(특히 그게 가상 함수였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ㄲㄲ) 그에 비하면 천국인 셈. 물론 성능 오버헤드는 있다.

또한 옵C에도 자바의 generic 같은 게 있어서 어떤 자료형이든 담을 수 있는 컨테이너 정도는 구현 가능하다고 들었다. int면 int, string이면 string만 담을 수 있고, 어떤 자료형이든 담는 컨테이너를 만들려면 Variant라는 개체 자체부터 만들어야 하는 C++ 템플릿과는 물론 살짝 다른 개념이다.

옵C는 그럼 라이브러리나 컴포넌트는 어떻게 만들고 컴파일/링크, DLL 같은 건 어떤 형태로 구현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언어 스펙을 보고 본인이 내린 결론은, C++ 코드를 옵C로 포팅하기란 쉽지 않겠다는 것. 포토샵처럼 맥 세계에서 먼저 유명했던 프로그램도 처음엔 C/C++로 개발되었다고 들었는데 맥도 C/C++로 가벼운 네이티브 코드 GUI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이 없을 리가 없을 것이다.
아, 그런데 문자열보다도 더욱 중요한 함수 호출 구현한 방법이 양 언어가 워낙 너무 다르다 보니 운영체제와의 소통은 어떻게 하려나 모르겠다. (C 스타일의 callback 함수가 제일 간단하고 짱 -_-)

옵C와 XCode에 흥미가 가긴 하지만,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맥에 상륙하기란 내 힘으로는 역시 무리일 것 같다.
또한, 본인은 garbage collector가 없는 건 괜찮아도, 자동으로 실행되는 생성자와 소멸자, 연산자 오버로딩, 템플릿, namespace를 갖추지 않은 언어로는 불편해서 코딩을 못 할 것 같다. ㄲㄲㄲㄲㄲㄲㄲㄲ

참고로 Objective C++라는 언어도 있다고 한다. 흠좀무..

Posted by 사무엘

2011/03/25 09:23 2011/03/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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