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박사 과정에 진학해서 수업을 다 듣고 종합 시험도 통과한 뒤, 지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휴학을 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8.6에서 9.7까지 올라갔다.
입력기 연구의 연장선에다가 글꼴 연구도 새로 접목하는 것을 목표로 진학했었는데, 입력기 연구가 당초 계획보다 다소 오래 걸렸다.

이제 입력기는 파일 포맷과 엔진 구조를 다 뜯어고칠 정도로 너무 비현실적인 추상화(재설계나 리팩터링), 아니면 너무 이상적인 수준의 기능을 제외하고 어지간히 규칙 기반 한글 입력과 관련된 것들은 다 통달했으며 잘 실현됐다. 9.7도 특별히 심각한 문제 없이 아주 잘 만들어졌다.

다만, 날개셋은 TSF 기반의 한글 IME일 뿐만 아니라 반대로 타 IME들을 구동해 주는 텍스트 에디터이기도 하니.. 요즘은 편집기에서 타 IME를 구동하는 동작과 관련된 이슈들을 좀 살펴보고 있다.

1. 내 프로그램에서 9.7 이후로 개선된 사항

(1) 외부 모듈의 옛한글 조합을 여느 블록(selection)과 달리 취급

날개셋 편집기에서 입력 항목을 '빈 입력 스키마'로 고르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체 입력기가 아니라 다른 외부 IME들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한글 IME로 현대 한글을 조합할 때는 깜빡이는 네모 cursor가 나타나는 반면, 옛한글을 조합할 때는 조합이 그냥 블록 형태로 잡힌다. 그래서 자체 입력기로 옛한글을 입력할 때와는 달리 이질적이고 아마추어스러운 느낌이 난다.

이건 일차적으로는 운영체제에서 옛한글처럼 내부적으로 2개 이상의 코드값으로 표시되는 한글에 대한 배려를 안 해서 그렇다. 조합 문자열이 한글로만 이뤄져 있을 때 응용 프로그램이 강제로 보정을 해서 깜빡이는 네모 cursor를 구현하라면 할 수도 있다.

내 프로그램에서는 그렇게까지는 안 하는 대신, 비록 블록처럼 보이더라도 진짜 블록이 잡힌 것처럼 복사/잘라내기 버튼이 켜지지도 않게 프로그램의 동작을 깨알같이 개선했다. 그건 블록이 아니라 조합을 표시하는 용도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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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붙여넣기를 할 때 외부 모듈의 조합이 덧나지 않게

또한, 자체 입력기가 아닌 외부 IME로 한글을 조합하고 있던 중에 도구모음줄의 '붙여넣기' 버튼을 마우스로 누르면..
자체 입력기를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조합이 종료된 뒤에 클립보드 내용이 삽입되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조합이 중단되고 그 문자열이 사라지고서 클립보드 내용이 삽입되었다. 이 버그를 발견하여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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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사항은 언제쯤 다음 버전에 반영되어 나올지 모르겠다.

2. 내 프로그램과 무관한 운영체제의 버그

(1) IME 도구모음줄이 두 종류 모두 표시됨

Windows 10 1803 버전 기준으로..
IME의 구형 재래식 도구모음줄과 Windows 8 스타일의 간소화 도구모음줄이 다같이 동시에 뜨는 경우가 있다. 정확한 재연 조건은 잘 모르겠지만 컴퓨터를 절전 상태로 껐다가 다시 켰을 때 가끔, 그러나 확실하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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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키보드 설정"에서 "사용 가능한 경우 바탕 화면 입력 도구 모음 사용" 옵션을 건드려 주면 다시 둘 중 하나만 나타나게 개선되긴 한다. 하지만 이건 운영체제의 버그이니 나중에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Windows 8은 물론이고 10도 초창기에는 이런 현상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

(2) 일본어 IME의 조합 관리 버그

날개셋 편집기 또는 IE/Edge 브라우저의 텍스트 입력 폼에서 Microsoft 일본어 IME를 구동하고, 히라가나 모드에서 일본어를 몇 자 입력한다.
space를 눌러서 그 일본어 문자를 변환은 하지 말고, 좌우 화살표 키를 눌러서 조합 영역을 빠져나간다. 그러면 조합을 나타내는 밑줄이 일시적으로 사라진다.

그 뒤에 caret이 기존 조합 영역으로 돌아오면 기존 조합이 다시 생겨야 되는데 그리 되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다른 곳에서 Shift+화살표를 눌러서 블록을 만들어 보면 아까 조합하던 일본어 문자가 덧나서 잘못 삽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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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그는 Windows 10의 16xx대 이전 버전에서는 발생하지 않다가 후대 버전에서 나타났다. 1803의 후대 버전에서는 어찌 되었나 모르겠다. 날개셋 편집기뿐만 아니라 MS에서 만든 TSF A급 웹브라우저에서 모두 동일하게 발생하니 내 프로그램만의 문제도 아니다.

단, 워드패드에서는 동일 운영체제와 동일 IME에서 저런 오동작이 발생하지 않는다. 서식을 지원하기도 하니 에디팅 엔진 차원에서 무슨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3) 옛한글 IME의 조합 영역 처리 버그

이건 Windows 8 이래로 계속 동일한 것 같은데..
마소에서 제공하는 옛한글 입력기는 초성이나 중성에 옛한글이 들어간 상태에서 종성의 첫 타를 입력하면.. caret 위치가 좀 이상하게 찍힌다. 내부적으로 표현되는 글자 수가 3자가 되었으니 0~3까지 모두 조합 영역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종성이 입력되기 전처럼 0~2까지만 설정한다.
그래서 날개셋 편집기에서는 화면이 일시적으로 이렇게 표시된다. 종성 둘째 타 이후부터는 다시 괜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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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으로 좀 이상한 것 말고 다른 오동작은 없다. 하지만 날개셋, 한컴 입력기 등 옛한글 입력을 지원하는 다른 모든  IME에는 이런 현상이 없고 MS IME만 저러니.. 이건 저 프로그램만이 단독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3. 단순 차이점 -- 옛한글 filler 글쇠

두벌식 옛한글 글자판에는 중성이 빠진 미완성 한글 내지 종성 단독 낱자를 입력하기 위해서 일명 filler라는 글쇠가 있다. 위치는 관례적으로 Shift+J로, 날개셋, 아래아한글, MS 옛한글 입력기가 모두 동일하다.

날개셋과 아래아한글에서는 이 filler라는 게 언제나 '중성 filler'를 의미한다. 이것만 있어도 초성이나 종성이 없는 글자는 입력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MS의 경우, filler도 뭔가 두벌식스럽게 글자를 완전 처음 입력할 때는 빈 자리에다가 '초성 filler'를 흉내 내어 주는 것 같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초기 상태에서 종성을 단독으로 입력하려면 filler를 한 번이 아닌 두 번 눌러야 한다. 본인은 처음엔 이런 차이를 몰라서 마소 옛한글 입력기로는 종성 단독 입력이 불가능한 줄 알았다.
초성 filler도 지원해 주는 게 사람에 따라서는 더 직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글을 연속으로 입력하기 시작하면 filler는 어차피 사실상 중성으로만 동작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저럴 예외를 둘 필요가 있나 싶다.

중요한 건 이런 동작조차도 표준으로 딱 정해진 게 없어서 프로그램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날개셋에서는 글쇠배열의 수식을 바꿔 주면 지금 동작(중성 고정)뿐만 아니라 MS IME의 동작도 물론 구현할 수 있다.

4. 원인을 알 수 없는 문제

다음은 본인의 개발 환경에서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긴 했지만 재연 조건을 전혀 몰라서 좀 난감한 지경에 있는 버그 아이템들이다. 이것들이 문제의 원인이 전적으로 내 프로그램의 귀책사유로 판명되어 해결된다면.. 위의 1번의 개선 사항까지 포함해서 다음 버전인 9.71이 지금이라도 당장 나오게 된다.

(1) 여전히 발생하는 랙

이번 9.7에서는 안 그래도 편집기의 에디팅 엔진과 관련된 몇몇 버그들이 잡히고 내부 동작 방식이 최적화 됐다. 그런데 편집기를 한번 띄워 놓고 며칠 이상 오래--특히 중간에 컴의 절전 모드와 복귀를 수차례 반복할 정도로-- 쓰다 보면, 어느 샌가 글자가 화면에 나타나는 속도가 내 타자 속도를 못 따라갈 정도로 랙이 걸리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한다.

게다가 이게 참 악랄한 게.. 랙의 발생하던 당시에 발생 조건이 다음과 같이 가변적이었다는 것이다.

  • 오로지 날개셋 외부 모듈로 한글을 입력할 때만 느려짐 (MS IME, 자체 입력기 등등은 괜찮음)
  • 외부 모듈로 한글을 입력할 때만 느려짐 (날개셋, MS IME에서 랙. 자체 입력기는 괜찮음)
  • 아무 방식으로나 글자를 입력할 때 몽땅 느려짐

마지막으로 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엔.. 처음엔 외부 모듈에서만 발생하는 것 같더니 이내 상황이 최악으로 바뀌었다.
특정 문서의 맨 마지막 줄에서 글자를 입력할 때만 극심한 랙이 걸리고, 그렇지 않을 때는 괜찮았다(타 문서 or 다른 줄). 심지어 그 문서에서 편집하고 있던 텍스트를 몽땅 지우고 새로 입력을 시작해도 랙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 랙이 발생하는 동안 내 프로그램의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도대체 어느 계층에서 뺑뺑이를 도는 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냥 평범하게 프로그램을 띄워서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나마 유력한 단서가 될 만한 현상은.. 이때 날개셋 편집기가 다음과 같이 memory leak이 발생해 있었다는 것이다.

(2) MS IME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괴이한 memory leak

날개셋 편집기와 작업 관리자를 같이 실행한다. 다음으로, 편집기에서 TSF 지원 옵션을 켠 상태에서 '빈 입력 스키마'를 고른다.
Microsoft 기본 한글 IME로, "세벌식 390/최종"(두벌식 말고)으로 "ㅇ.ㅇ.ㅇ.ㅇ." 처럼.. 한글 + 비한글 문자를 수십 회 쭈룩쭈룩 교대로 입력해 보라.

그러면 초기에 2~3MB대 안팎이던 프로세스 메모리 사용량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게 관찰된다. 명백하게 memory leak이다.
COM 오브젝트 간의 reference count 같은 게 꼬인 것 같은데.. 이건 도대체 누구 잘못이라고 봐야 할까?

당연히, 디버그 빌드에서 단순 memory leak detector로는 문제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내 프로그램은 10수 년에 달하는 짬밥을 자랑하며 얼마나 오랫동안 안정화가 돼 왔는데.. 소스 코드 상으로 무식한 결함이 있지는 않다.

더구나 날개셋, 한컴 입력기 등 "타 IME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다." MS IME도 세벌식을 쓰고 있을 때만 저렇고 두벌식일 때는 문제 없다.
그리고 Windows Vista, 7, 10에서 이 현상을 확인했다. 구닥다리 XP에서는 MS IME+세벌식에서도 문제가 없다.

그럼 내 과실 0, 마소 과실 100을 입증하려면 날개셋 편집기 말고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MS IME + 세벌식으로 저렇게 쳤을 때 동일한 memory leak이 발생한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그건 또 그렇지 않아 보인다~! 워드패드, MS Word, IE, Edge 등 TSF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은 또 희한하게도 저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날개셋 구버전까지도 구해서 써 봤다.
날개셋 8.0까지는 이 문제가 없고, 8.4부터 leak이 발생하더라. 8.2는 불명.. 그러니 이 버그는 대략 2016년부터 있어 왔다는 것이다.
이때 도대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본인은 프로그램 소스를 자주 백업하는 편이지만, 컴퓨터가 바뀌는 과정에서 지금으로부터 3년이 넘게 너무 오래된 소스는 갖고 있지 않아서 이 방법으로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ㅠㅠ

난 Windows용 IME라는 물건을 개발하느라 지난 10여 년 동안 온갖 희한한 버그 신고들을 받고 기상천외한 지저분한 환경에서 디버깅을 했다. 그러면서 마치 교통사고 과실 비율 따지는 것 같은 현상들을 많이 경험했었다.
둘 다 스펙대로 100% 무결하게 구현된 건 아니었고(혹은 스펙 자체가 모호해서..) 둘 다 조금만 조심하면 됐는데 둘 다 무데뽀로 동작해서 운 나쁘게 문제가 발생하는 것.. 말이다. Windows용 IME라는 바닥은 무척 "구리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저 memory leak의 원인과 해결 방법이 오리무중이다. 해결만 된다면 9.7 다음으로 9.71이 당장 나와야 할 것이다.

(3) 제어판 닫았을 때 프로그램 뻗나?

정말 민망하고 황당한 버그인데.. 올해 들어 두세 번인가 겪었다.
날개셋 편집기에서 제어판을 꺼내서 설정을 바꾼 뒤, 확인을 눌러서 닫았더니 편집기 프로그램이 그냥 대짜로 뻗어 버렸다.
한 번 발생했을 때는 그냥 재수없는 우연인가 싶었는데, 몇 주 전에 마지막으로 동일 문제를 겪었을 때는 '미저장 확인'을 누른 것만으로도 뻗었다.

물론 그 뒤로는 편집기에서 날개셋 외부 모듈을 또 얹고, 제어판에서 온갖 설정을 바꾸고 빠른설정을 띄우면서 지지고 볶아 봐도.. 동일 문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고 있다. 위의 랙도 몹시 드물게 발생하지만 이 crash는 그것보다 더 드물게 발생했다. 그래서 난감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31 08:30 2019/03/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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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nime가 conhost로

윈도우 NT 계열 운영체제에는 전통적으로 시스템 디렉터리에 conime.exe라는 자그마한 프로세스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Console IME로, 말 그대로 명령 프롬프트(콘솔이라고 불리는)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한글이나 일본어의 입력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체제와 명령 프롬프트 사이의 통신을 담당하는 듯하다.

conime는 명령 프롬프트를 여러 개 연다고 여러 인스턴스가 중복 실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번 실행되고 나면 나중에 명령 프롬프트를 모두 닫아도 종료되지 않고 남아 있는다. 그래서 명령 프롬프트에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사용하다가 나중에 <날개셋>을 버전업/제거한다거나 하면 conime 프로세스를 강제 종료시켜야 한다고 설치 프로그램이 징징대는 걸 볼 수 있다.

뭐, 작업 관리자로 이 프로세스를 강제 종료시키더라도 운영체제에 악영향은 (전혀) 없다. 나중에 명령 프롬프트를 열면 운영체제가 그걸 알아서 또 실행해 준다.

그런데 윈도우 7에서는 시스템 프로세스 중에 conime.exe가 사라졌다는 걸 본인은 아주 뒤늦게 확인했다. 명령 프롬프트에다 IME 기반 문자 입력을 제공하는 계층이 다른 걸로 바뀌었다는 뜻인데, 어쩌면 이런 변화 때문에 콘솔에서 조합 중인 한글이 덧나는 버그('다다.' 같은)도 덩달아 들어간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관찰해 보니, 윈도우 7에서 콘솔과 관련하여 대신 등장한 프로세스는 conhost.exe이다. 콘솔에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사용하고 있는 채로 해당 프로그램을 제거하거나 변경하려고 시도하면 conhost 때문에 안 된다는 경고가 뜬다.

그럼 conhost는 cmd.exe 자체와 일대일 대응하는 자매 프로세스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명령 프롬프트에서 또 cmd라고 치면 그 동일한 창 안에서 명령 프롬프트가 또 구동되는데(exit를 치면 종료 가능한), 이때는 conhost가 또 생기지는 않는다. start cmd라고 쳐서 독립된 콘솔 창이 생성되어야 conhost도 중첩 생성된다. 관계가 이해되시겠는가?

conime와는 달리, 이놈은 명령 프롬프트 창의 인스턴스와 일대일 대응하고, 창이 닫히면 이 프로세스도 종료되어서 IME 프로그램 파일에 걸렸던 lock이 풀린다. 예전에는 콘솔 디버깅 후에는 conime를 강제로 죽여 줘야 했는데 윈7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건 편해진 점이다.

2. 윈도우 7의 kernel32.dll 리모델링

이뿐만이 아니라, 윈도우 운영체제의 시스템 프로그래밍 내지 파일 해킹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윈도우 7의 under the hood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변화를 하나 알고 있을 것이다.
운영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 DLL 중 하나인 kernel32.dll이 내부적으로 여러 분야로 리모델링을 거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스템 디렉터리에 가 보면 api-ms-win-core-*.dll이라는 수십여 개의 DLL들이 보일 것이다.
이것들은 kernel32.dll이 제공하는 1000개가 넘는 윈도우 API를 스레드, 힙 메모리, 동기화 오브젝트, 파이프 등으로 세부 분류한 껍데기들이다.

전통적으로 kernel32.dll은 윈도우 9x 계열의 것은 100% 순수 자체 코드로만 이뤄져서 그런지 외부 DLL에 의존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NT 계열의 것은 운영체제 커널보다 먼저 로딩되는 ntdll.dll에만 의존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ntdll이 외부 DLL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 원초 프로그램이었다.

영원무궁토록 변하지 않을 것 같은 kernel32.dll의 내부 구조가 윈도우 7에서 이렇게 바뀐 걸 처음 봤을 땐 무척 흥미로움을 느꼈다.
지금은 그냥 뭔가 더 큰 변화를 위한 준비 수준일 뿐인 것 같은데, 윈도우 8에서는 변화가 얼마나 더 진행될지가 궁금하다.

3. 콘솔의 시각 테마 적용

윈도우 7로 넘어가면서 콘솔에 미묘하게 생긴 재미있는 변화가 또 있다.
전통적으로 명령 프롬프트 창은 윈도우 XP에서부터 도입된 '시각 스타일', 혹은 시각 테마가 적용되지 않는 딱딱한 창으로 처리되었다.

물론, 공용 컨트롤 6.0 매니페스트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구형 프로그램은 각종 컨트롤이나 child window의 테두리가 구닥다리 고전 테마로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의 제목 표시줄 같은 non-client 영역은 모서리가 둥글게 다듬어지기도 하고 최소한의 시각 테마가 자동으로 적용되었다.

그런데 명령 프롬프트는 그런 게 전혀 없이 완전 사각형 모양에 제목도 여전히 윈도우 98/2000식의 그러데이션이고 100% 고전 테마 스타일로 나왔다.
이렇게 100% 구닥다리로 뜨는 프로그램은 (1) 명령 프롬프트, (2) ntvdm 밑에서 돌아가는 16비트 윈도우 프로그램, 그리고 (3) 사용자가 호환성 옵션에서 '시각 테마 사용 안 함' 옵션을 명시한 프로그램 이렇게 세 종류로 한정되곤 했다.

윈도우 비스타/7의 Aero를 사용하면 100% 구닥다리 프로그램도 제목 표시줄이나 창 프레임 자체는 다른 창과 똑같은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고전 테마 말고 Basic 테마를 고르면 한눈에 구분이 가능해진다. 이게 과거의 윈도우 XP Luna와 기술 수준이 동일한 테마이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윈도우 7부터는 (1) 명령 프롬프트 창도 시각 테마가 적용되는 창으로 바뀌었다. (2)에 해당하는 16비트 윈도우 프로그램은 64비트 운영체제에서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으니, 남은 건 이제 (3)뿐이다.

윈도우 비스타/7이 제공하는 한국어/일본어 입력기는 그렇게 시각 테마 열외 프로그램 밑에서 동작하면 가/A, 漢 같은 아이콘이 흰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표시된다. 고전 테마가 아니라 Basic이나 Aero 같은 일반 테마에서 동작할 때 말이다.
본인은 한글 IME의 개발자로서 그 차이를 눈여겨보고 있었고, 그냥 얘네들이 명령 프롬프트에서 동작할 때만 아이콘 글자색을 검게 처리하는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다.

그랬는데 윈도우 7에서는 명령 프롬프트에서도 글자색이 변하지 않았고, 이에 의문을 느껴 좀 더 관찰을 해 보니 차이를 만드는 요인은 '시각 테마'의 적용 여부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왜 일부러 그런 차이를 만들었는지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문자 입력기가 응용 프로그램의 시각 테마 적용 여부에 따라 달리 동작해야 할 요인이 있을 리도 없을 텐데 말이다.

자, 다음 그림은 Basic 테마일 때 윈도우 비스타의 명령 프롬프트 화면과 7의 명령 프롬프트 화면이다. 창 프레임의 모양과 입력기 도구모음줄 아이콘의 색깔에 차이를 주목하시길.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이 이해가 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4. 도스에서 명령 프롬프트로의 변화

윈도우 9x 계열이야 전용 명령 프롬프트 터미널이라는 게 없이 도스창이 명령 프롬프트의 역할도 겸해 왔다. 그리고 거기서는 아예 도스용 한글 바이오스 프로그램이 따로 쓰이니 conime 같은 컴포넌트는 필요하지 않다.

사실, 16비트 윈도우 시절에 운영체제가 쓰던 전용 실행 파일 포맷(New Executable)은 GUI 환경 전용이었지, 콘솔용은 있지도 않았다. 어차피 똑같은 16비트 기반이고 윈도우 운영체제 자체가 파일 접근 같은 요청은 여전히 도스에다 요청을 해서 처리를 하고 있었으니, 콘솔용 실행 파일을 따로 만드는 건 아무 의미가 없고 필요하지도 않았다.

사실, 매킨토시와는 달리 윈도우 계열 OS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ANSI/OEM 인코딩, 코드 페이지 같은 개념은 그 기원을 도스의 명령 프롬프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걔네들은 원래 철저하게 1바이트 기반 인코딩을 썼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매킨토시는 시작부터가 명령 프롬프트가 전혀 없는 GUI였으니 그런 잔재가 없는 셈일 테고.

5. 윈도우 운영체제의 문자 입력 관련 보조 프로세스

처음에 얘기가 나왔던 conime.exe처럼, Windows에서 문자 입력 프로그램과 관계가 있는 시스템 프로세스를 더 나열하자면...
과거에 윈도우 95~2000/ME까지는 internat.exe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시스템 트레이에다 현재 선택되어 있는 입력기의 언어와 종류를 띄워 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2001년에 윈도우 XP와 함께 COM 인터페이스 기반의 고급 텍스트 서비스(TSF)가 도입되면서 그 역할은 ctfmon.exe가 대체하게 되었고 그게 오늘날의 비스타/7까지 변함없이 내려오는 중이다. internat이나 ctfmon은 언제나 상주해 있으며,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지 않는 한 사용자가 강제 종료할 일도 없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TSF의 도입 초기이던 오피스/윈도우 XP 시절에는 그게 운영체제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기도 했기 때문에, 딱히 고급 문자 입력 기능에 관심이 없던 사용자 사이에는 운영체제의 버그를 고친답시고 TSF 기능을 완전히 끄고, 심지어 ctfmon 프로그램을 죽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운영체제 팁으로 공유될 정도였다.

6. MS IME가 등록해 놓는 정체 불명의 유틸리티

MS가 제공하는 한중일 IME는 시작 프로그램에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migration 유틸리티 같은 걸 등록하여, 운영체제가 시작될 때 매번 그게 실행되게 해 놓곤 했다. HKLM\Software\Microsoft\Windows\CurrentVersion\Run 아래에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어나 중국어도 아니고 한국어 IME는 무슨 사용자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이게 하는 일이 무엇이며 왜 이런 과정이 필요한지는 본인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냥 일본어 IME 따라 관례적으로 이런 것도 따라 한 것이기라도 할까?

Posted by 사무엘

2012/08/30 08:37 2012/08/3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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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잘 알다시피 글쇠배열 수준을 넘어서 한글 조합 로직을 완전히 외부에 expose하고 사용자가 이를 입력 옵션의 일부로서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유일한 한글 입력 프로그램이다.

한글 조합 로직은 전산학에서 오토마타라고 불리는 '정규 문법'(regular grammar)으로 흔히 모델링되며, 보통은 그 알고리즘이 해당 한글 입력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 내부에 복잡한 switch문의 형태로 하드코딩되어 있다. 그러나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그렇지 않으며, 아예 C언어 수식의 문법 형태로 오토마타를 사용자가 일일이 지정이 가능하다.

정규 문법은 옛날에 1996년도 한국 정보 올림피아드 경시부(본인이 그 시절에 정올 공부를 한 세대여서.. ^^)에서 출제되었던 잠수함 코드 식별 문제와 같은 차원의 난이도이다. 주어진 규칙대로 상태를 쭉쭉 switch해 나가다가 코드가 yes로 끝나면 잠수함이고, 그렇지 않으면 noise이다. 한글 입력 오토마타도 그런 수준이라는 뜻이다.

첨언하자면, 이것보다 한 단계 더 복잡한 차원의 문법은 그 이름도 유명한 문맥 자유 문법(CFG)이다. 이제는 다단계의 여닫는 식별 부호를 재귀적으로 처리할 정도가 되어야 하고, 제대로 파싱하기 위해서는 스택이 필요하다. 여기서 스택은 한글 입력 순서를 기억하는 그런 스택이 아니라, 각 재귀 단계별 상태를 기억하기 위한 스택이다. 정규 문법이 Windows의 INI 파일 정도의 복잡도라면, 문맥 자유 문법은 XML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전산학 전공자라면 데이터 구조 시간에 복잡한 괄호와 연산자가 들어간 수식을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을 텐데, 그게 바로 간단한 문맥 자유 문법을 인식하는 프로그램을 구현해 본 것이다. 그러나 한글은 초-중-종성으로만 구성되지 '초성-여는 중성-종성-닫는 중성'이라든가, '여는 초성-중성-여는 종성-닫는 종성-닫는 초성' 처럼 글자 자체가 재귀적으로 이상하게 전개되는 형태는 아니므로, CFG가 아닌 정규 문법만으로 표현이 충분히 가능하다.

사람이 다루는 자연어든, 컴파일러가 다루는 프로그래밍 언어 소스가 아니어도, 컴퓨터라는 계산 기계가 인식과 생성과 처리 가능한 모든 파일 포맷은 결국 이런 문법으로 formal하게 생성 규칙을 나타낼 수 있으며 그럴 수밖에 없다. 텍스트 파일이든, 그래픽 포맷이든, 심지어 기계어 코드의 포맷이든 말이다. 그래서 오토마타 이론은 전산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2.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한글 입력기 얘기를 계속하겠다.
한글 입력기도 구현체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프로그램마다 동작 방식이 대동소이한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중성+종성 형태의 미완성 한글의 입력이 가능한가? 그리고 세벌식의 경우 초성+종성 미완성 한글도 입력 가능한가?” 하는 것 말이다. 오토마타는 바로 이런 세밀한 로직을 바꿀 수 있다.

아래아한글은 도스용 3.x까지만 해도 그런 게 가능하지 않다가 윈도우용으로 넘어오면서 어느 샌가 미완성 한글의 표현이 가능해졌으며, 특히 97 때는 전무후무하게 초-종-중 순의 입력도 가능해서 아주 초보적인 형태의 모아치기까지 지원했었다. 그게 워디안 이후부터는 다시 없어졌지만 말이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그런 것들을 구분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이어치기 오토마타뿐만이 아니라 미완성 한글의 입력을 불허하는 오토마타도 따로 갖추고 있다.
PC 환경이 도스에서 윈도우로 넘어가면서 한글 코드의 주류도 조합형에서 완성형으로 넘어갔다. 완성형은 구조적으로 낱자의 초성과 종성을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고 미완성 한글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한글 입력 오토마타도 그에 맞춰서 설계되는 게 불가피했다.

그런데 맥 OS가 제공하는 한글 입력기는 동작 방식이 흥미롭다. 두벌식은 별 차이가 없는데 MS의 한글 입력기와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세벌식이다.
오토마타가 '미완성 한글을 허용 안 하는 이어치기'의 변종이다. 초성과 중성의 단독 입력은 허용하지만, 종성 단독이나 여타 미완성 한글의 입력은 아예 무시하여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받침 ㄲ, ㅆ은 ㄱ, ㅅ의 연타로 입력을 못 하고 반드시 한 타로만 쳐야 한다.

입력 무시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오토마타에서 -1이라는 음수 상태로 정의되어 있으므로 이런 입력 로직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다.

0 → A ? 1 : B ? 3 : C ? -1 : 0
1 → A ? 1 : B ? 2 : C ? -1 : 0
2 → B ? 2 : C ? 4 : 0
3 → B ? 3 : C ? -1 : 0
4 → C ? 4 : A|B ? 0 : -1

초기 상태에서는 종성 C만 -1로 빠지게 하여 무시하면 된다. 그리고 초성이 입력된 상태인 1번 상태에서도 C만 무시하면 된다.
초성과 중성이 모두 입력된 2번 상태에서만 종성의 입력이 허용되며, 이 경우 오토마타는 4번 상태로 가게 된다.
중성만 단독으로 입력된 상태인 3번에서도 중성만 동일 상태로 받아들이면 되고 종성은 여전히 무시한다. (C ? -1: 0)

끝으로 문제가 되는 건 초-중-종성이 모두 입력된 4번 상태이다. 받침 ㄴ+ㅎ=ㄶ 같은 결합은 계속 허용해야 하지만 더 결합할 수 없는 받침은 입력을 무시해야 한다. 그리고 초성과 중성은 다음 글자로 입력을 받아들인다. 이 상태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오토마타로부터 양수 상태값을 얻어서 결합 가능 승인은 받았지만 실제로는 낱자 결합 규칙이 존재하지 않아서 추가 결합이 불가능해진 낱자가 발견될 경우, 성분 변수 A~C에다가 모두 0을 집어넣어서 해당 상태에 대한 오토마타 함수값을 다시 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C에 값이 있을 때는 일단 4번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하되, 초성이나 중성에 값이 있으면(A|B) 다음 글자로 넘어가서 조합을 진행하게 하고(0), 진짜로 세 변수가 모두 0일 때만 -1로 조합을 무시하게 하면 된다.

요컨대 초성과 중성만 단독 입력이 가능하고 정확하게 초-중-종 순서를 따르지 않은 unexpected 종성은 입력을 무시하게 한 오토마타인데, 이것도 좀 오래 써 보니 오타 방지 차원에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3.

이제 오토마타 얘기 말고 다른 기술적인 얘기로 넘어가겠다.
맥 사용자라면 이미 충분히 아시겠지만, 매킨토시 컴퓨터는 별도의 한/영이나 한자 키가 없기 때문에 한/영 전환이 cmd+space이고, 한자 변환은 opt(alt)+enter이다.

다만 약간 불편한 점은, 두벌식이든 세벌식이든 겹받침을 입력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두벌식에서 ㄱ+ㅅ을 누르면 둘은 따로 떨어지며, 세벌식은 아예 겹받침 단독 입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초성+한자로 특수문자를 입력하는 기능도 맥에는 없다. 일반 PC에서는 그야말로 도스 시절에서부터 존재한 오랜 전통임에도 불구하고, 맥은 그런 것의 영향을 지금까지 전혀 받지 않은 채 지내 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전/반각 모드 같은 것도 맥에서는 찾을 수 없다.

윈도우에서는 두벌식/세벌식이 한 한글 IME 내부에서의 설정치로 존재해 왔지만 맥은 각각의 벌식이 마치 영문 쿼티/드보락처럼 별개의 입력 방식으로 다뤄진다. 어찌 보면 이게 더 직관적인 디자인인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입력 환경 설정 대화상자에는 글자판을 선택하는 옵션은 없으며 backspace 키의 동작 방식 같은 것만 있다.

Windows는 95 이래로 조합 중인 한글을 깜빡이는 네모 커서로 나타내는 관행을 도스 시절 프로그램으로부터 확실하게 도입하여 정착시켰다. 이 당연한 관행이 3.1때까지만 해도 없었기 때문에, 한글을 조합 중일 때 커서는 그냥 해당 한글의 앞에 똑같은 길쭉한 형태로만 보였다. 당시 윈도우 3.x용 MS 워드 6.0이 예외적으로 IME를 자체 처리하여 네모 커서를 자체 구현하던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맥은 조합 중인 한글을 그냥 일본어나 중국어의 조합을 표시하듯이 밑줄로 처리한다. 즉, 맥에서는 깜빡이는 네모 커서를 볼 일이 없다는 뜻. 사실, 깜빡이는 네모 커서는 도스 시절 이래로 오랫동안 봐 왔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편하기는 하지만, 한글 조합을 두 글자 이상의 길이로 표현하는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큰 제약도 존재한다.

그래서 MS 운영체제에서는 전통적으로 한글 조합을 단어 단위로 잡는 기능이 존재한 적이 없다. 한자 입력할 때를 빼면 사실 전/반각만큼이나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반면 맥에는 그 옵션이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한글 입력 하나를 두고도 맥과 윈도우는 문화가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차이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오류가 없는 100% 정확한 세벌식 최종 글자판이 윈도우에서는 무려 비스타와 오피스 2007 타임라인에 와서야 겨우 제공된 반면, 맥에서는 공 박사님의 영향력 덕분인지 그야말로 OS X도 아니고 20세기 클래식 시절부터 당연히 기본 제공되어 왔음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2/07/20 19:21 2012/07/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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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자가 심층 분석한 MS 한글 IME 리포트.
버그를 나열하기 전에 먼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기술 설명부터 하겠다.

A. MS IME의 두벌식과 세벌식의 구현 차이 -- 오토마타

일단 좋은 말부터 꺼내자면, MS 한글 IME는 현존하는 한글 입력기들 중, 어떤 의미에서는 기본에 충실하게 가장 FM대로 만들어져 있다. 두벌식과 세벌식의 로직이 서로 확고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MS 버전의 두벌식 한글 입력기는 전산학적으로 볼 때 진정한 두벌식의 고증에 가장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자음이라면 초성을 조합할 때와 종성을 조합할 때의 조합 규칙에 차이가 없다. 그래서 초성이 입력되는 상태에서도 ㄶ, ㄳ 같은 겹받침을 바로 입력할 수 있는 반면, ㄲ, ㅆ 같은 쌍자음은 연타가 아니라 반드시 Shift로만 입력할 수 있다. 이 동작 방식은 내가 알기로 윈도우 95 시절 이래로 시종일관 변함 없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나 아래아한글의 두벌식 입력기는 그렇지 않다. 도깨비불 현상만 추가되었을 뿐 세벌식의 사고방식으로 두벌식을 덤으로 구현한 형태에 가깝다. <날개셋>의 경우, 이 점을 감안하여 지난 6.0 버전에서 초-종성 공유 낱자 결합 규칙이라는 개념이 추가되었으며, 이를 사용하면 두벌식 입력 방식을 좀 더 두벌식스러운 사고방식으로 설정할 수 있다.

뭐, 아래아한글도 1980년대 말에 1.0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는 개발자들이 세벌식이 정확하게 뭔지 몰라서 자음만 한 벌 더 있을 뿐 여전히 도깨비불 현상이 존재하는 형태로 만들었다가, 고 공 병우 박사에게서 지적 받고 고쳤다는 일화가 전해지긴 한다만.

B. MS IME의 두벌식과 세벌식의 구현 차이 -- 글쇠 인식

표준 두벌식 글자판은 A부터 Z까지 딱 알파벳 글쇠 26개에만 한글이 배당되어 있고 나머지 글자들은 영문과 완전히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MS 한글 IME는 두벌식일 때는 알파벳 글쇠만 가로채어 사용하며, 숫자, 기호, 공백 글쇠는 처리하지 않고 응용 프로그램으로 그대로 넘겨 준다.

세벌식은 그렇지 않다. 몇 가지 영문과 일치하는 기호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 병우 세벌식은 4단까지 독자적으로 사용하고 숫자와 기호 영역까지 침범한다. 그래서 MS IME는 세벌식에 대해서는 아예 공백까지 포함한 48개 글쇠 자리를 모두 가로채어 동작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가로챌 글쇠 영역 자체를 필요에 따라 정밀하게 제어하는 옵션을 아주 최근의 6.5 버전에서야 추가했다.

이렇게 두 글자판의 구현이 제각각 따로라는 점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는 MS IME에 두벌식을 쓸 때는 괜찮은데 세벌식을 쓸 때만 자잘한 버그가 존재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런 버그는 더럽게 안 고쳐진다는 특징도 있었다. 두벌식과 세벌식의 넘사벽 급의 인지도 차이 때문이다.

10년도 더 전에 포트리스라는 대포 쏘기 게임이 인기였을 때, 세벌식으로는 한글 모드에서 Space로 대포 쏘기가 안 되어 채팅과 게임을 같이 하기가 불편하다는 이슈가 있었다. 두벌식에서는 Space가 응용 프로그램이 직접 접수한 공백이지만, 세벌식에서는 Space가 직접 오는 게 아니라, 한글 IME가 가공을 하고 보내 준 공백이라는 완성된 문자열이 오기 때문이다.

C. 윈도우 7에서의 변화

자, 앞에서 다룬 건 MS 한글 IME의 두벌/세벌 메커니즘의 차이이고, 지금 하는 얘기는 운영체제의 버전에 따른 디테일의 변화 쪽이다.

16비트 윈도우 시절에는 운영체제에 유니코드도, 국제화(I18N)도, 지역화(L10N)도 없었다. 동일 제품을 한중일 나라의 문자를 입출력할 수 있게 개량하는 것은 MS의 각 지사에서 완전히 독자 기술을 사용해서 알아서 재량껏 해야 했다.

그러다가 윈도우 95/NT4가 되면서 글꼴 쪽도 획기적으로 발전하고(내장 비트맵, 트루타입 컬렉션 등), 입력기 쪽도 한중일 통합 IME 프로토콜이 처음으로 제정되었다. 그리고 입력기 프로그램은 EXE가 아니라 여타 운영체제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형태인 DLL이 되었다. 그래서 윈도우만 입력기의 한영 상태가 각 프로그램별로(정확히는 스레드별로) 완전히 따로 놀지, 공유가 되지 않는다.

윈도우 2000부터는 추가 글꼴과 코드 페이지 데이터만 설치해 주면 세계 어느 나라 윈도우에서도 아무 나라 언어의 입력기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고, 윈도우 XP부터는 고급 텍스트 서비스라고 불리는 일명 TSF 기술이 도입되었다. 윈도우 비스타부터는 이제 전세계 언어의 입력기와 글꼴이 추가 설치를 할 필요도 없이 기본으로 제공되며, TSF 프로토콜이 주류가 되고 기존 IME 프로토콜은 호환성 계층을 통해서나 제공된다.

이로써 비스타에서 문자 입력 방식의 그랜드 슬램이 달성되고 해피엔딩이 된 것 같은데, 윈도우 7에 와서는 기능이 추가된 건 없으면서 뭘 또 잘못 건드렸는지 문자 입력 쪽의 안정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MS 한글 IME만의 버그인 것도 있고 운영체제 자체의 버그인 것도 있다.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언급한 A~C를 염두에 두고, 2012년 현재 MS 한글 IME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버그들을 정리해 보았다.

1. 세벌식 최종 + 전각문자

맥 OS는 공 병우 박사(이분이 요즘 같았으면 전형적인 앱등이이셨다ㅋㅋㅋ)의 텃새 덕분에 전통적으로 세벌식 최종이 강세였으며, 세벌식이라 하면 곧 최종 자판을 가리켰다. 그러나 PC 쪽은 도스 시절 이래로 390이 강세였기 때문에 세벌식이라 하면 곧 390을 가리켰다. 최종은 아래아한글조차 97에 와서야 제공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인지도가 미미했다.

윈도우 95 때 처음으로 세벌식 최종 글쇠배열이 있긴 했지만 그런 인지도 부족으로 인해 틀린 배열이 굉장히 많았다. 그게 98에서 좀 바로잡히긴 했지만 여전히 오류가 있었고, 그 오류는 윈도우 XP/오피스 2003에 가기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비록 최종 글자판은 참고표와 가운뎃점처럼 1바이트 아스키 영역에 없는 글자가 있는 게 특이점이긴 했지만, 윈도우 98부터는 어차피 한글 IME의 모든 내부 자료구조가 유니코드로 바뀌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구조가 그러하니 내가 파워업을 개발해서 패치도 가능했던 것이고.

윈도우 비스타 + MS 오피스 2007에 와서야 드디어 100% 정확한 세벌식 최종 글자판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2003년 중반에 내가 한국 MS를 방문해서 수정을 강력하게 요청했던 것도 아마 작용하지 않았겠나 생각해 본다. 비록 그 해 가을에 발표된 오피스 2003에서 바로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했다. 전각 모드에서는 참고표와 가운뎃점이 제대로 입력되지 않는다. 얘들은 아스키 문자가 아니니 라틴 문자처럼 일괄적으로 0xFEE0를 더해서는 안 되는데 그거 처리를 추가하지 않은 듯하다. 윈도우 7+오피스 2010에서까지 변함없다. 물론 한국에서는 전각 문자를 거의 쓰지 않으니, 이건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참고로 한중일의 MS 오피스는 XP 버전부터 운영체제의 IME를 자기 것으로 패치하는 게 관행이 됐다. 일본어 IME는 운영체제의 것과 오피스의 것이 차이가 난다는 말도 있는 듯하지만, 한글 IME는 운영체제의 것이나 오피스의 것이나 차이가 거의 없음.

2. MS 워드 2007 이상에서 세벌식을 쓸 때만 나타나는 역상 현상

워드 2007 이상에서, 오피스 2007 이상 또는 윈도우 비스타 이상이 제공하는 한글 IME로 세벌식을 써서 한글과 숫자, 기호, 공백을 입력한다. 그 뒤에 IME를 날개셋이라든가 다른 일본어· 중국어 입력기로 바꾼 뒤 글자를 입력한다. 그러면 예전에 MS 한글 IME의 세벌식으로 입력했던 공백이나 숫자, 기호가 역상(검은 배경, 흰 글씨)으로 바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굉장히 기괴한 버그이다. 이것은 워드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에서 워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세벌식으로 입력한 비한글 문자에 대해서만 나타난다는 점에서 MS IME의 문제이기도 하다. B에서 언급한 기술 차이를 생각해 보라.

이 역상은 문서의 내부 서식이 아니라, 문자의 중간 조합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문자 입력기가 임시로 부여하는 시각 효과이다. 일본어 입력 중에 나타나는 점선 밑줄 같은 것 말이다. 해당 문서를 저장한 뒤에 다시 불러오면 다행히 사라지긴 하지만, 그 상태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인쇄도 그대로 역상 모양으로 된다. -_-

더욱 기괴한 건, 오피스 2003 같은 예전 버전의 MS IME로는 세벌식을 쓰더라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MS 제품 자체의 버그가 확실하다. 윈도우 7/오피스 2010에서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3. 윈도우 7, 한글 입력 중에 바탕 화면을 클릭했을 때

윈도우 7에서 MS 워드 2007이나 2010을 실행하여 아무 한글 IME로나 한글을 입력한 상태로 있는다. 창을 최대화하지는 않은 채로 가령, ‘아’를 조합하고 있는다. 그리고 그 상태로 마우스로 바탕 화면을 클릭했다가, 다시 워드의 제목 표시줄을 클릭하여 돌아온다.

비스타에서는 동일한 절차를 수행하고 나면 ‘아’의 조합이 종료되어 커서가 ‘아’ 뒤에 가 있다. 그러나 7에서는 커서가 여전히 ‘아’를 조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조합이 끝난 상태이다. 받침 ㄴ을 입력하더라도 ‘안’이 되지 않고 ㄴ이 새로 조합된다.

윈도우 7은 한글 조합 중에 창의 포커스가 바뀌었을 때의 내부적인 처리가 갑자기 좀 이상하게 혹은 엄격하게 바뀌었다. 비스타나 XP 이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던 게 7에서 갑자기 문제를 일으켜서 그에 대한 방어를 해야 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과거의 5.51과 5.52 때 이와 관련된 버그 패치가 행해졌다.

4. 윈도우 7의 콘솔에서 세벌식으로 조합을 종료할 때 글자가 덧남

윈도우 XP/비스타에서는 해당사항 없고 7에서만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서비스 팩 1에서도 고쳐지지 않았다.
명령 프롬프트에서 세벌식 자판으로 한글을 입력하다가 온점이나 스페이스처럼 비한글 문자를 입력하면서 조합을 종료시키면, 조합 중이던 한글이 덧난다. 가령, ‘다.’를 입력하다 보면 ‘다다.’가 된다.

이건 꽤 황당하고 심각한 버그인데 왜 아직까지 안 고쳐졌는지 이해가 안 된다. 게다가 윈도우 7은 출시된 지 이제 무려 3년이 다 돼 가지 않는가.
왜 세벌식일 때만 그렇냐고? 이 역시 B에서 설명되었듯, 비한글 문자를 처리하는 방식이 두벌식과 세벌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자 입력 프로그램이 아니라 운영체제의 구조적인 버그이기 때문에 윈도우 7에서는 MS IME든 날개셋이든 동일하게 발생한다.

5. IME 2010, 콘솔에서 한자 후보 목록이 곧바로 나타나지 않음

이것은 약간 불편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콘솔에서 한글을 조합하는 중에 한자 키를 눌러 보면, 원래 한자 후보가 콘솔 창의 하단에 곧바로 떠야 하는데 뜨지 않는다.
물론 이 상태에서도 번호를 누르면 해당 한자로 바로 변환이 되며, 좌우 화살표 같은 페이지 전환 키를 누르면 그제서야 후보 목록이 나타난다. 뭔가 코딩 실수가 들어간 듯하다.

이 버그는 윈도우 7의 기본 한글 입력기에서도 존재하지 않으며, 한글판 MS 오피스 2010과 함께 설치된 한글 IME 2010에서만 나타나는 문제이다. 즉, 운영체제의 것을 대체하는 오피스의 IME가 오히려 버그를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는 물론 이런 문제가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2/06/24 08:34 2012/06/2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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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다시피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Windows용 한글 IME이다(IME이기만 한 건 아니지만). 이 분야는 경쟁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MS가 직접 공급하는 IME를 제외하면 3rd party 한글 IME 중에서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가히 독주를 하는 중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모바일용도 아니고 PC용으로는 한글 입력 방식이 딱히 더 만들 게 없다고 여겨지고 있어서인 것 같다. 그리고 딱히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싸제 IME가 활발히 쓰이고 있는 중국어· 일본어 IME의 개발 환경과 비교했을 때 이것이 크게 다른 점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윈도우용 IME라는 게 여타 운영체제의 IME와 비교해 보더라도 그 아키텍처와 스펙이 미치도록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비록 프로토콜이 공개돼 있는 건 있지만, 그것만 참고해서는 쌩쌩 잘 돌아가는 한글 IME를 절대로 만들 수 없다. 문서화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해야 되는데 이걸 이제 와서 혼자 처음부터 만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개셋> 한글 입력기 말고 ‘싸제’ 한글 IME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본인은 MS가 개발하지 않은 한글 IME를 최소한 두 종류를 더 알고 있다.

※ 새나루

윈도우 DDK에 등재되어 있는 FakeIME라는 일본어 예제 IME를 고쳐서 만들어진 한글 IME이다. 오픈소스 진영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답게 소스 공개이다. 개발자들은 본인처럼 아예 대놓고 국어 정보학 쪽으로만 발을 들인 것도 아닌데 이쪽으로 조예가 굉장히 깊은 고수 프로그래머이다.

싸제 IME답게 여러 실험적인 기능이 많아서 실속이 있으며, 그러면서도 <날개셋>보다 덩치 작고 가볍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날개셋>이 개발 방향의 특성상 의도적으로 더 지원하지 않는 다음 기능들 때문에 새나루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키보드 드라이버 차원에서 드보락 글자판과의 연동: 쉽게 말해, 단축키까지 드보락 식으로 나오면서 그 상태에서 한글 입력까지 지원.

글자가 아니라 단어 전체를 조합으로 잡아서 단어 단위로 한자 치환: 일부 한자 혼용론자가 무척 좋아하는 기능이라 한다. MS IME로는 이 기능은 TSF A급 프로그램에서만 가능하며, <날개셋> 한글 입력기 역시 훗날 이 기능을 추가한다 하더라도 MS IME처럼 TSF A급에서만 지원할 것이다.

이 외에도 잘은 모르겠지만, 안 마태 키보드 드라이버도 입력 스키마를 살짝 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날개셋>보다 새나루가 좀 더 지원을 잘 하는 게 있는 듯하다.

다만, 새나루의 개발자는 <날개셋>의 개발자처럼 한글 입력기 하나에만 완전 목숨을 건 타입은 아니다 보니, 프로그램의 유지· 보수와 버전업이 <날개셋>만치 애착을 갖고 꼬박꼬박 되고 있는 건 아니어 보인다. 하긴, 무료 소프트웨어가 이 정도라도 개발되어 온 게 감지덕지지.

※ Unicode CJK IME

이건 아는 분이 얼마 없지 싶다. 이건 무려 남북 합작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주 개발은 북한의 평양 정보 센터(PIC)에서 했으며, 남한의 한국 과학 기술 정보 연구원과 고려 대학교 민족 문화 연구원은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각종 한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PIC는 서체도 만들고 ‘단군’이라는 워드 프로세서도 개발한 적이 있을 정도로 문자 처리 쪽에 기술이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니 IME도 만들었다.

세벌식은 전혀 지원하지 않지만, 남북 합작 IME 답게 북한 두벌식을 지원한다. 그리고 한양 PUA 방식의 옛한글을 지원하며, 문자표, 부수로 한자 입력, 자체 한자 사전 등의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제품은 한글 IME뿐만이 아니라, 동일한 UI 엔진 기반으로 개발된 중국어· 일본어 IME와 한 세트를 구성하고 있다. 북한에서 그런 것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 IME의 성능(사전 크기 및 어절 분할 정확도)은 본인이 판단하기에 운영체제가 기본 제공하는 중국· 일본어 MS IME보다 못하다.

이런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처음에는 전용 에디터로만 개발되고 있었다. 2.x 시절까지만 해도 본인은 내가 스스로 한글 IME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하던 처지였다. 그랬는데 2003년은 참으로 드라마틱하게도 한글 IME 개발의 원년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새나루는 2003년 말에 첫 버전이 나왔다. 그리고 본인이 접한 Unicode CJK IME 역시 2003년 6월자 버전이었다(다만, 그 후로 유지 보수는 중단된 듯). 그리고 그 해 가을에 출시된 MS 오피스 2003은 한자 변환 기능이 크게 강화되어 단어 단위 한자 변환이 처음으로 도입된 버전이었다. 이게 다 우연인 걸까?

이런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본인은 운영체제의 IME 스펙을 처음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운영체제의 IME로 거듭나게 하려는 연구를 난생 처음으로 시작했다. 마침 2003년 하반기이면 <날개셋> 한글 입력기 역시 3.0이 개발 중이었고, 입력기의 내부 구조를 싹 뒤집어 엎고 있었다. 나의 대학 3학년 시절, 이때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미래를 결정하는 개발이 이뤄지던 시절이었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 좀 이렇다 할 외부 모듈이 난생 처음으로 탑재된 건, 2004년 9월에 나온 3.02 버전이다. 한글 입력기를 표방하면서 정작 윈도우용 IME가 나온 것은 새나루나 남북 합작 IME보다 시기적으로 늦다.

첫 버전은 당연히 정말 불안정했고 볼품없는 퀄리티였다. 아직 운영체제의 IME 시스템의 내부 구조를 제대로 이해 못 한 상태에서 최소한의 글자 찍기만 가능하던 상태였다. 이 때문에 직후 버전인 3.1에서 당장 무더기 버그 패치가 이뤄졌으며, 그 후로 외부 모듈이 큰 안정화 단계를 마치기까지는 1년이 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러나 첫 진입 단계에서 이런 시행착오를 충분히 겪은 뒤엔, 워낙 탄탄한 자체 한글 입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던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완성도 높은 윈도우용 IME로 완전히 자리잡게 되었다. TSF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bksp 달라붙기 같은 <날개셋> 고유 기능까지 그럭저럭 재연해 냈고, 심지어 윈도우 95부터 오늘날의 7까지 모든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최적화까지 덤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이런 내력을 거쳐 지금과 같은 모듈들이 잘 개발되었다. 하지만 IME(외부 모듈)이 첫 개발되던 그 시절을 본인은 지금도 잊을 수 없으며, IME 모듈의 개발에 영향을 끼친 위의 두 프로그램들에도 나름 애착을 갖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2/04/09 08:23 2012/04/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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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방학도 이렇게 끝이 보인다.
본인이 이번 방학 때 이뤄낸 가장 뜻 깊은 성과를 둘 꼽자면 하나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 6.5이고, 다른 하나는 HFT(아래아한글 전용 글꼴) 해킹 성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글꼴들을 MS 오피스 제품에서도 쓰고 PDF도 자유롭게 만들고, 무엇보다도 화면에 anti-alias가 된 부드러운 모습으로 보니 너무 좋다.. 근성의 reverse engineering 오덕질을 통해서 이뤄 낸 성과. ㅋㅋ 새로운 글꼴로 아무 글이나 마구마구 써 보고 싶다.

또한, 날개셋 6.5 버전은 아직까지도 프로그램을 크게 고친 부분이 없을 정도로 역대 최고로 손꼽히는 안정성과 완성도로 잘 만들어졌다. 대단히 만족스럽다. 그래서 당분간 안심하고 완전히 새로운 기능 연구와 논문 준비 등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

2.
윈도우 7은 콘솔(명령창)에서 세벌식을 쓰면 '다다.' 이렇게 한글이 덧나는 버그가 있다. 왜 SP1에서도 안 고쳐진 걸까?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런 건 두고두고 디스를 좀 해 줘야 된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NT 계열도 꼭 이런 이상한 버그가 역사적으로 하나씩 있었다.

과거 2000은 256색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면 군청색 제목 표시줄의 색깔이 옅어지는 버그를 유일하게 갖고 있어서 SP4에서까지 안 고쳐졌고,
XP는 테마를 저장했다가 불러오면 Luna 모드에서도 메뉴가 클래식 모드처럼 표시되어 색깔이 이상해지는 버그가 있는데 역시 SP3에서까지 안 고쳐지고 저렇게 끝났다.

이런 이유로 인해 본인은 한글 IME 개발과 관련하여 까탈스럽고 안 좋은 추억 때문에 남들이 7 좋아하는 것만치 7을 좋아하지는 않으며, 남들이 비스타 싫어하는 것만치 비스타를 싫어하지도 않는다. -_-;; 뭐, 비스타도 희한한 버그 의심 증상이 하나 있긴 했으나, SP1에서 곧바로 고쳐짐.

3.
<날개셋> 편집기는 txt 확장자를 자기 프로그램으로 연결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만 놔 둬서는 윈도우 7의 jump list를 활용하지 못한다. (윈7 사용자 중에 jump list가 뭔지 모르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어쨌든 모른다면 검색 요망)

탐색기에서 txt 파일을 우클릭하여 '연결 프로그램 선택 → 찾아보기' 등을 골라서 <날개셋> 편집기를 한 번이라도 지정한 뒤(꼭, 기본 연결을 시켜 놓을 필요는 없고 이렇게만이라도), 나중에 <날개셋> 편집기의 열기 대화상자로 txt 파일을 열고 나면 그건 앞으로 jump list 에 등재되게 된다.

jump list를 좀 더 창의적으로 활용하면, 편집기는 당장 저런 기본 용도만으로도 충분할 것이고(최근 파일 열기),
변환기는 클립보드 변환 같은 자주 사용할 만한 task를 등록해 놓을 수 있겠으며,
입력 패드는 자주 쓰는 보조 입력 도구를 실행과 동시에 바로 꺼내 놓게 할 수 있겠는데 더 자세한 활용법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해 봐야겠다.

4.
얼마 전엔 드디어 <날개셋> 한글 입력기 프로젝트를 비주얼 C++ 2010용으로 정식으로 포팅해서 빌드해 봤다. 특이사항으로는,

- 사소한 컴파일 에러가 있었으나, 더 깔끔하고 분명한 코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에러였으며 쉽게 잡았다.
- VS 2010의 빌드 시스템은 $(TargetPath) 변수의 값을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부여하는 듯하다. 그래서 이걸 조정하는 노가다를 매 프로젝트들마다 좀 해야 했다.

이것 외엔 딱히 트러블이 없었으니 무리 없이 잘 갈아탔다.

동일한 옵션으로 빌드했지만 x86 바이너리(32비트)들은 VS 2008과 비교했을 때 크기가 살짝 더 커졌고, x64 바이너리(64비트)들은 살짝 더 줄어들었다.
같은 코드를 빌드했을 때 바이너리 크기가 조금씩 더 커지는 건, VC6 이래로 개발툴이 업데이트되면서 비교적 일관되게 관찰되는 추세였다. 최적화가 인라이닝 등 코드 크기를 더 키우는 쪽으로 행해져서 그런 것 같다.

비주얼 C++ 2010은 C/C++ 언어도 빌드 중에 'Linking...'이라는 말이 안 뜨고 generating code...에 링킹이 포함되는 듯하다.
똑똑한 인텔리센스는 부러운 점이긴 하다만, 너무 커진 덩치, 이질감이 생긴 GUI와 도움말 시스템 때문에 2010은 개인적으로 언제쯤 도입하게 될지 모르겠다. 다만, 리소스 에디터가 드디어 윈도우 비스타의 PNG 내장 아이콘(256*256)까지 제대로 표시해 주는 점은 마음에 든다.

5.
내 경험상 윈7은 USB 메모리(스틱 or 외장 하드) 매체의 제거를 예전 OS에 비해 더 관대하게, 더 빨리 허용해 주는 것 같다. 해당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을 다 껐는데도 '사용 중이기 때문에 제거 못 함' 꼬장 때문에 할 수 없이 아예 OS를 로그오프하거나 아니면 그냥 강제로 매체를 제거해 버린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얘기이다만, 윈도우 7은 Taskbar에 있는 각종 프로그램들 아이콘과 시스템 트레이의 아이콘을 드래그하여 마음대로 순서를 바꿀 수 있는 게 무척 인상적이다.
7에서 새로 바뀐 작업 표시줄은, 실행 중인 프로그램과(동일 프로그램이 중복 실행된 것 포함)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의 구분이 잘 되아 보이는 걸 개인적으론 안 좋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동안 써 보니까 이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창을 몇 개씩 띄워 놔도 많이 띄웠다는 느낌이 심리적으로 안 드는 게 인상적임.
옛날에 윈9x의 전통적인 시작 메뉴 시절엔, 컴을 몇 년 쓰면서 수십 종류의 프로그램들을 설치하고 나니까 '프로그램' 메뉴 옆으로 프로그램 리스트가 두 칼럼 이상씩 차지하는 크고 아름다운 면적으로 주렁주렁 달렸던 거 기억하는가?

또한 인터넷 서핑하다가 브라우저 창이 열몇 개씩 넘어가니까 작업 표시줄 모습이 가히 가관으로 바뀌던 것도 기억하시는지? 윈도우 7은 복잡도를 제어하는 디자인에 무척 신경을 썼다..

6. 윈도우 비스타와 7 모두, 로그인 화면에서 암호를 입력하고 나면, 암호가 맞든 틀리든 일단 Welcome부터 출력하면서 설레발을 치다가 그 뒤에 암호가 틀렸으면 사용자 진입을 거부한다. “안 돼! / 돼!”도 아니고 츤데레도 아니고 이건 도대체 무슨 디자인일까?? -_-;;
암호가 맞을 때만 Welcome을 출력하게 개선되면 좋겠다.

7.
윈도우 9x는 프로그램을 조심해서 짜는 데에 도움을 준다.
NT 계열에서는 해제했던 메모리를 중복 해제하거나, 자원을 반납· 해제하는 걸 깜빡하는 식으로 대충 대충 짜도 당장 티가 안 나며 그냥 넘어간다. 그러나 9x에서 그랬다간 얼마 못 가 시스템 자원이 바닥난다거나 바로 뻗어 버리기 때문에, 이런 차이 덕분에 프로그램을 윈도우 9x에서 테스트하다가 버그를 발견하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 경우가 지금까지 종종 있다.

아마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한 2~3년 동안 윈9x에서 테스트를 안 한 채 개발을 계속하다가 버전이 1.0쯤 올라간 뒤에 다시 윈9x용으로 테스트하면, 여기저기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버그가 자꾸 튀어나와서 단순히 유니코드 API layer를 쓰는 것만으로는 윈9x를 결코 다시 지원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지금 <날개셋> 한글 입력기 소스가, 비록 같은 C++언어이지만 비주얼 C++ 6.0으로는 도저히 개발을 계속할 수 없는 이질적인 단계에 도달한 것처럼 말이다(각종 문법 차이 때문).

Posted by 사무엘

2012/02/23 08:33 2012/02/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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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이 제아무리 시력을 강화해 주고 눈을 보호해 주고 얼굴 외모를 살려 주고 온갖 좋은 액세서리 기능이 있다고 해도, 안경 쓸 필요가 없는 건강한 눈보다 좋지는 못하다.

휠체어가 제아무리 푹신한 웰빙 좌석이 있고 심지어 컴퓨터도 달려 있고, 전동이어서 이동도 힘 안들이고 편리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건강한 다리 자체를 대신할 수는 절대 없다.

이것은 본인이 컴퓨터에서 일본어를 입력해 보면서 느낀 점이다.
자, 이제 본인이 무슨 얘기를 꺼낼지 눈치 빠른 분이라면 상상이 될 것이다.

일본어 입력기는 뭔가 휠체어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 든다.
제아무리 일본어 IME에 일본어 사전이 통째로 들어있고 환상적인 한자 변환, 전/반각 변환, 히라가나/가타카나 변환에 상용구, 맞춤법 검사기 기능까지 워드 프로세서에나 있을 법한 기능을 죄다 옮겨 놓았다고 해도..
IME 자체가 아예 필요 없이, 치는 대로 아무 제약 없이 곧바로 입력이 접수되는 알파벳/숫자 입력만치 편리할 수가 있을까?

글자 하나로도 모자라서 어절 전체를 본문에다 바로 넘겨주지도 못하고 조합 영역으로 잡고, 또 변환하고, 잘못 변환한 게 있으면 교정하고, 사전 업데이트해서 신조어 등록하고..;

수분이 몸을 무겁게 하는 것보다도 한자는 문자 생활을 더욱 무겁게 한다. 문자를 처리하는 인간의 시간을 낭비하고 비효율을 초래한다.
뭐, 한자라는 문자가 만들어진 것 자체가 인류 역사의 비극이고 한자는 당장 없어져야 할 개 쓰레기라는 식의 초딩스러운 주장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본인은 한자의 그 무한한-_- 제자 원리에 담겨 있는 오묘함을 인정하며,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한자를 이용해서 축적한 동양 문화 자산의 가치도 존중한다.
다만, 오늘날처럼 PC· 노트북도 모자라서 스마트폰까지 등장한 정보화 시대에 한자는 너무나 거추장스러운 legacy로 전락해 있다는 객관적인 현실만을 얘기하고자 할 뿐이다.

출처는 잘 모르겠다만 누군가가 말하길, 일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3N 중의 하나가 이런 일본어 정서법이라고 '카더라'. (일본의 무슨 메이저 통신 회사, 나리타 공항, 그리고 일본어-_-)
MS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어떤 엄청 똑똑한 사람이.. 일본의 문자 입력 체계는 진짜 ㅂㅅ 장애인급이라고 혹평을 한 글을 썼다는 소식도 본인은 들은 기억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태양계의 행성 중 마치 지구와 금성처럼 지리적으로는 굉장히 가깝지만, 문화적으로나 특히 문자에 관한 한은 정말 지구와 금성의 대기 구성의 차이만큼이나 극과 극인 것 같다.

물론, 아무리 눈이 건강한 사람이라도 눈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가글이나 선글라스를 써야 하고,
아무리 다리가 정상인 사람이라도 빨리 이동하려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한글 문자 입력이라는 분야에서 휠체어 같은 존재가 아니라, 오토바이나 자동차 같은 존재이고 싶다. 이것이 본인이 생각하는 개발 철학이다.

원래 한글은 글꼴과 글자판과 코드 체계만 약간 튜닝을 하면 로마자처럼 직결식--중간 조합 상태가 존재하지 않으며 치는 대로 곧바로 찍히는-- 입력이 가능하다. 풀어쓰기가 아니라 모아쓰는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말이다. 세벌식 타자기가 그 예이며 그 원리를 발견해서 처음으로 실용화한 분이 잘 알다시피 공 병우 박사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튜닝을 일상화하기에는 현실이 못 따라 주는 만큼(네모 글꼴, 음절 단위 한글 인코딩, 두벌식 글자판 등), 한글 IME라는 계층이 일단 컴퓨터에서 필요는 하다. 물론 그래 봤자 중국· 일본어 IME에 비해서 한글 IME의 동작 구조는 훨씬 더 간단하긴 하다. (또한, 전화기 같은 환경에서는 워낙 글쇠 수가 적다 보니, 사실은 영문조차도 다중타 같은 IME 계층을 거쳐서 입력하며, 심지어 사전을 이용한 단어 자동 완성 기능이 존재하기도 한다.)

"기왕 IME라는 계층을 넣을 거면 IME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편리한 한글 입력 기능도 넣어 보자. 세벌식은 원래 직결식 입력도 가능한 체계인데, 굳이 그 가벼움을 포기하고 이왕 중간 조합 상태를 만들 것이라면 세벌식으로만 가능한 편의 기능을 넣어 보자. 흔히 세벌식 하면 글쇠 수가 많은 걸 단점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초중종 글쇠가 모두 따로 있음으로써 더 편리해지는 점도 있을 것이다."

는 것이 10년 전의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철학이었다. 모아치기, 특정 낱자 바로 지우기, 앞 글자로 자동 달라붙기 등..! 그리고 그걸 연구하는 과정에서 덤으로, 한글 입력 방식을 범용적으로 기술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계층을 나누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안 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게임이나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아니고 한글 입력기 같은 간단한(?) 프로그램이 어떻게 정올에서 입상을 했는지, 내 프로그램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인지도 잘 이해를 못 할 것이다.

그런데, 만들고 만들고 또 버전업을 거듭하고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계속 더 만들 게 생기고, 넣고 싶은 기능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10년을 연구한 것처럼 앞으로 또 10년은 더 투자해야 정말 한글 입력기로서는 더 개선할 게 없는 완전체가 나오려나? 앞으로 두고볼 일이다.

끝으로 생각해 볼 게 있다.
그런 후진 문자를 쓰는 일본도 과학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노벨 문학상까지 배출한 상태인데 왜 우리나라는 그 우수한 문자를 갖고도 해 놓은 게 없냐는 것이다.
기술이 있는 것과 그 기술을 바탕으로 자본과 산업 인프라가 탄탄히 '축적'되어 있는 것은 다르다.
단순히 함수 f(x)의 값이 큰 것과, 그 f(x)의 값들이 꽤 긴 구간 동안 적분된 것은 차원이 다른 개념인 것이다.

제아무리 한글이 우수한 문자여도 한국어로 만들어진 고차원적인 철학 사상이나, 과학 기술 용어가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그걸 이제 와서 살려 보려고 해도 답이 별로 없다. =_=;;
아래아한글이 혼자서 제아무리 날고 기는 워드 프로세서라고 해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가 한데 뭉쳐 있는 오피스 스위트슈트를 이길 수는 없으며(실제로 아래아한글이 그런지와는 별개의 문제),
고대인들이 아무리 과학 기술이 뛰어났어도 오늘날처럼 자동차와 컴퓨터, 인터넷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음이 자명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1 09:09 2010/10/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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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한글 입력기

1. 그냥 기종에 상관없이 세벌식 자판만 평범하게 쓰고 싶으면

이미 설치되어 있는 MS IME만으로 충분하고 거기에 제가 개발한 '세벌식 파워업'을 덧붙이면 더욱 편리합니다.
오피스 2007이나 윈도우 비스타와 함께 설치되는 IME는 세벌식 최종 글쇠배열 오류도 고쳐져 있습니다.

2. 거기에 좀더 강화해서 모아치기도 쓰고 싶고 Shift+Space로도 한영 전환하고 싶고 동시치기, 영문 드보락, 세벌식 순아래, 안 마태 같은 마이너 글쇠배열이나 타자 기법을 써 보고 싶으면

새나루가 딱 좋습니다. <날개셋>보다 훨씬 덩치도 작고 UI도 간단해서 내게 필요한 기능만 바로 지정해서 쓰면 됩니다.
특히 새나루는 IME 차원보다 더 낮은 키보드 드라이버 후킹 차원에서 드보락 자판도 제공해서 한글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3. 하지만, 다음 조건에 하나라도 해당되면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필요합니다.

- 2를 윈도우 9x 옛날 기종이나 아니면 아예 64비트 환경에서 쓰고 싶은 경우
- 옛한글을 쓰고 싶은 경우 (특히 세벌식으로.)
- 운영체제나 아래아한글의 각종 글쇠배열 드라이버를 불러와서 특수문자/외국어와 한글을 같이 입력하고 싶은 경우
- 한글 글쇠배열부터 시작해서 오토마타와 글자 결합 조건을 완전히 마음대로 고치고 싶은 경우
- 글자판 전환이나 한자 글쇠를 완전히 다른 걸로 지정하고 싶은 경우 (특히 윈도우 키 조합)
- 입력기 커널을 완전히 공유하는 유니코드 기반 자체한글 전용 에디터도 필요한 경우
- 한글 로마자 입력, 복벌식, 세벌식 이중모음 정석 강요 같은 여러 특화된 입력 환경을 쓰고 싶은 경우
- Bksp 다 지우고 앞 글자에 자동 달라붙기, 무한 낱자 수정, 특정 낱자 바로 변형 특수 키 같은, 세벌식에 특화된 전문적인 입력 기능을 쓰고 싶은 경우

전문적이고 기능 많으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쓰기 쉽고 친숙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모든 개발자, UI 디자이너들의 고민거리겠지요?

Posted by 사무엘

2010/01/10 22:41 2010/01/1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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