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과 함께 볼 만한 과거 관련글: 추락(으/사)로 유명해진 사람들

1.
2015년 1월 초엔 경기도 안성에서 엽기에 가까운 황당한 뉴스가 하나 전해졌다. 아파트 16층에 사는 어떤 70대 노파가, 밖에 일일이 나갔다 오는 게 귀찮다는 이유로 밤에 여러 차례 상습적으로.. 자기 집의 음식물 쓰레기를 베란다 밖으로 투척해 오다가 결국은 덜미가 잡혔다.

그 사람이 떨어뜨린 쓰레기 봉투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 곱게 갔을 리가 없으니 지상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 위로 다 떨어졌다. 차들은 유리, 지붕, 엔진룸 등이 부서졌으며, 그냥 쓰레기도 아니고 썩은 물이 줄줄 흐르는 음식물 쓰레기가 묻는 바람에 청소까지 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피해 주민들이 민원을 넣고 CCTV를 설치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깜깜한 밤에 갑자기 쓱 떨어지는 작은 물체를 포착하기는 쉽지 않았다. 급기야는 쓰레기 봉투 안에 들어 있던 마트 바코드를 조회해서 가해자를 잡아 냈다니 이번에도 우리나라 공권력 만세다.

저 할머니는.. 중증 치매나 정신병, 몽유병, 만취 상태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지금까지 나이를 도대체 어디로 잡수셨는지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다. 자동차니까 망정이지 사람이 그 봉지에 맞았으면 어찌 하려 했는가?
형사상의 벌금은 법에 정해진 한도로만 떨어지지만, 민사상의 손해 배상금은 피해를 입한 만큼 내야 한다. 지금까지 1000만원이 넘는 물적 피해를 낸 저 가해자는 집안 재정이 좀 파탄 날 각오를 해야 할 듯이다. 과거엔 삼풍 백화점이나 세월호를 소유했던 기업도 이런 손해 배상금 명목으로 재산이 다 털렸었다.

2.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으면 최소한 저렇게 위에서 떨어지는 오물을 맞을 일은 없을 것이고, 더 나아가 뺑소니 차량이 긁고 튄다거나 지나가는 취객이 차를 망가뜨리는 일도 상당수 예방이 가능할 것이다. 거기는 24시간 내내 불이 켜져 있고 CCTV도 잘 갖춰져 있어서 치안이 좋다.

그러나 거기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지하는 지상보다 근본적으로 화재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쯤 전엔 용인의 모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어느 젊은 정신이상자가 불장난을 하다가 대형 화재를 내는 바람에 그 층에 있던 30여 대의 차량들을 깡그리 불태워 버린 적이 있다.
이 정도 피해 규모이면 정말 노예 제도라도 있지 않으면 한 집안을 다 거덜내서라도 피해 보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3.
아파트에서 누가 투신 자살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타깝고 불미스럽고 끔찍한 소식인데, 우리나라엔 2010년대에 투신 자살하는 사람에게 깔려서 깔린 사람과 자살자가 같이 죽은 일도 두 건이나 있었다. 이거 뭐, 아파트 주변에서는 앞만 보고 나갈 게 아니라 위로 하늘도 반드시 경계하고 주시해야 하는가 싶을 정도이다.

2012년 10월엔 경북 고령에서 한 중국 동포 30대 여성이 신변을 비관하여 14층에서 뛰어내렸는데.. 그 순간에 다른 남자가 "쓰레기를 버리러"(아까 1번 이야기와는 좋은 대조를..) 아파트 현관 밖으로 나가려 했고.. 결국 떨어진 사람을 맞았는지 부딪혔는지 깔렸는지.. 표현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끔찍한 참변을 당했다.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다.

이듬해 2013년 5월엔 우울증을 앓고 있던 30대 남성이 부산의 한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마침 1층에서는 한 집에서 6살짜리 여자아이와 부모가 외출하러 나가던 중이었다.
아이는 신이 났는지 부모보다 먼저 밖으로 쪼르르 달려 나갔는데.. 저 자살자는 하필 그 타이밍 때 아이 위로 떨어져 버렸다.

자기 눈앞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생판 모르는 사람이 투신 자살을 하고 자기 애가 그 사람 몸과 부딪혀서 치명상을 입고 죽었다니.. 부모가 얼마나 쇼크 받고 멘붕에 빠졌을지 차마 상상이 가능하겠는가? 쓰레기 봉투가 아니라 사람이 떨어졌고 그 가해자는 죽고 없으며 가해자의 유족은 최소한 가해자의 자살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니, 이건 뭐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그러니 답답할 뿐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4.
끝으로.. 우리나라에서야 멀쩡한 엘리베이터를 놔 두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밖으로 떨어뜨린 노파의 파렴치· 몰상식한 행동이 지탄의 대상이지만, 북한에서는 이게 그저 웃거나 비아냥거릴 일이 절대로 아니다.
남조선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몰래 투척한 노파의 소식을 들으니, 오래 전에 봤던 본 주 성하 기자의 증언도 덩달아 연관 검색 결과로 떠올랐다.

인평양의 고층 아파트에서 살 정도이면 그야말로 1% 안에 드는 최상류층일 텐데.. 그런 동네에서도 전력이 부족해서 엘리베이터는 그야말로 오전과 저녁 러시아워 때만 운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층에서 사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진짜 자기 집 밖으로 나오지를 못하고 사실상 높은 탑 안에 감금된다.

물도 당연히 특정 시간대에만 제한급수다. 더운물이 안 나오고 난방이 안 되는 건 차라리 양반이다. 추위 정도는 집안에 또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이불과 옷을 겹겹이 감싸면 극복 가능하며 실제로 평양 시민들은 그렇게 지낸다고 한다. 허나 밥 지을 물, 마실 물, 씻을 물, 심지어 변기 내릴 물이 제때에 충분히 안 나오니...;;

종이에 ‘변’을 받았다가 밤에 슬그머니 버리는 집들이 많았다. 몇십 층 높이에서 버리는 바람에 가로등도 없는 밤거리를 걸어가다 오물 벼락을 맞는 사람들도 있어 이런 경우 “번개 맞았다”고 했다. 밖에다 버리지 말라고 아무리 감시를 해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선 소용없었다. (☞ 원문 링크)

탈북자 김철주(가명)씨는 평양에 살 때 아파트가 밀집한 광복거리를 지나다니기 꺼려했다. 이곳에선 무심코 지나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똥 벼락을 맞을 수 있다. 겉은 번드르르한 광복거리 아파트촌 여기저기 함부로 버려진 똥도 흔히 볼 수 있다. 아침마다 ‘도로보수대원’들이 욕을 퍼부으며 똥을 치우는 장면도 연출된다. 김씨는 “아파트에 물이 부족하다 보니 변기에 물이 많이 필요한 대변은 베란다에서 대충 처리하고 밖에 그냥 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 원문 링크)


이건 음식물 쓰레기 투척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지 않은가? =_=;;;
시가지에 인분이 굴러다니는 건 중세 유럽이나 구한말 조선 시대가 미개하다고 깔 때에나 등장하는 레퍼토리인데 저 동네는 시골 촌구석도 아니고 평양이 저 지경이고 이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이 서로 일치하니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참 여러가지 일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5/01/30 08:28 2015/01/3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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