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고

(1) 2009년에는 어째 김 대중과 노 무현.. 일단 '그쪽' 계열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별세했는데..
어째 2021년에는 전 두환과 노 태우.. 역시 반대편 계열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나란히 별세했다.
전 두환부터 노 무현까지는 참 공교롭게도 재임한 순서의 역순으로 별세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
그나저나 전 두환은 장지를 정하기는 했나? 그 뒤로 소식이 없으니 모르겠다. 별세한 전직 대통령 중에 유일하게 묘소를 비공개 비밀로 간직하려는지?? 궁금하다.

(2) 우한 폐렴 때문에 시끌벅적했던 2020년에는 박 원순 서울 시장, 백 선엽 장군, 이 건희 회장을 잊을 수 없다.

(3) 올해는 연초에 송 현 선생, 이 송오 목사가 세상을 떠났고, 문학계에서는 김 지하 시인과 이 외수 소설가가 봄쯤에 별세했다.
여름엔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암살 당했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세상을 떠났다.
이 외에도 1920년대생 유명인사인 송 해 옹과 김 동길 박사가 나란히 고인이 됐다.

이 정도면 올해는 유명인사의 부고가 여느 해보다는 많은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는 워낙 고령인 촘스키의 부고가 언제쯤 전해질지? 그리고 이 사람의 사후에는 언어학계의 판도가 어찌 달라질지 무척 궁금하다.

2. 사건· 사고들의 유사점

(1) 사고
지금으로부터 2년쯤 전인 2020년 7월 23일엔 부산에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부선 철길을 아래로 입체교차하던 초량 제1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돼 버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를 주행 중이던 차량들이 날벼락을 맞았는데, 이때 한 20대 딸과 그 어머니 모녀 중에서 어머니만 구조되고 딸은 목숨을 잃었다. "너라도 여기를 헤엄 쳐서 빠져나가서 살아라"라고 딸의 손을 놔 준 것이 정반대의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9월 초엔 태풍 '힌남노' 때문에 포항에 물폭탄을 맞아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몽땅 침수됐다. 이번에는 차를 빼내려고 내려갔던 사람들이 참변을 당했는데.. 그 중에는 10대 중학생 아들을 포함한 '모자'가 있었다.
이때도 2년 전의 부산과 같은 패턴으로 모친은 천장 근처에서 버티고 있다가 가까스로 구조된 반면.. 모친이 자신과 일부러 떨어지게 한 아들은 숨지고 말았다.

(2) 강력 범죄
지난 7월에(15일)는 인하대 재학생 강간치사 내지 살인 사건이 벌어졌으며, 그로부터 딱 두 달 뒤에는(9월 14일) 신당 역 역무원 스토킹+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물리적인 범행 방식은 서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같은 조직에 소속돼 있는 동기 남자가 동기 여자를 죽게 한 안타깝고 악질적인 범죄라는 점에서는 성격이 좀 비슷해 보인다.

(3) 실종
그리고 지난 여름엔 하필 가양 역과 가양대교 일대에서 20~30대 남녀가 세 명이나 나란히 실종된 것을 기억하는가? 굉장히 괴이하게 느껴진다. 어느 20대 여성(김 가을)이 6월 말에, 그리고 20대 남성(이 정우)과 30대 여성(박 수민)이 8월 초에 그 뒤를 따랐다.
그 뒤로 이 사람들은 생사를 알 수 없는 감감무소식 상태이다~! 단, 제일 먼저 실종됐던 20대 여성은 유서가 발견됐기 때문에 어디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으며, 20대 남성은 9월경에 강화도 쪽 갯벌에서 아예 하반신만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30대 여성 역시 안타깝지만 이 시점에서 생존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4) '암살'이 비슷한 패턴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2콤보 이상으로 이어진 경우가 인류 역사상 다음 사례 말고 더 있는지 궁금하다. 다들 왕이나 대통령을 죽인 내란/반역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성경 북왕국 이스라엘: 엘라 - 시므리 - 오므리 (열왕기상16, 부하)
  • 중국 당나라: 안록산 - 안경서 - 사사명 - 사조의 (아들과 부하)
  • 1960년대 미국: 케네디 - 오스왈드 - 잭 루비 (생면부지)

3. 괴이한 미스터리

(1) 작년에 반포 한강 공원에서 발생했던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은 한때 전국을 굉장히 떠들썩하게 하긴 했지만, 아무도 법적 책임을 지는 사람 없이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이다. 옆의 친구가 따로 음흉한 짓을 했다는 증거는 전무하고, 안타깝지만 고인이 술 마시고 혼자 입수· 실족사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건 2016년 말에 "망원" 한강 공원에서 발생했던 한강 "여대생" 사망 사건과도 굉장히 비슷한 패턴이다.

사람이 술이 잘못 들어가서 정신줄을 놓으면 남을 해칠 뿐만 아니라(특히 음주운전) 자기도 그냥 차도로 뛰어든다거나 물로 뛰어들고 상상을 초월하는 민망한 짓을 할 수 있나 보다. 물론 그 정도면 아주 극단적인 사례이겠지만 그런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한 사망 사건? 사고?가 지금까지 여러 건 있었다.
딱히 범죄 정황이나 엽기적인 아이템이 없고, 전말을 자세히 보도하면 고인의 명예에만 누가 될 것 같으니 그냥 괴이한 미스터리 미제 사건처럼만 보이게 사건을 덮고 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2) 허나 2019년, 부산에서 벌어졌던 어느 20대 여성의 '알몸 소화기 난동 사건'은.. 글쎄다. 아무리 유족의 요청이 있었다지만, 사건의 괴이함에 비해서 너무 빨리 비공개되고 묻혀 버리고 언론 보도가 싹 없어졌다. 부산에서 그런 엽기적인 짓을 한 사람이 불과 5~6시간쯤 뒤에 창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아무런 범죄 용의점 없이, 정말 미친 정신병자가 사고 한번 치고 나서 평범하게 자살했다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점이 많다.

전에 한번 글로 썼었지만, 2002년에 전라선 상행 새마을호 3연속 건널목 충돌 사고, 2011년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 그리고 2019년 저 사건이.. 모두 8~9년 간격으로 5월 1일에 벌어졌다는 것도 굉장히 기묘 기괴한 우연이다.

(3) 끝으로 2012년 5월 4일 아침에 안양 모 오피스텔 내부에서 어떤 여성 모양의 미확인 물체가 추락했다는 사건 영상은..
이거 뭐 로스웰 외계인 시신 해부 동영상에 필적하는 괴담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그 물체는 외계인 시신이고, 무슨 오징어 게임 진행요원처럼 시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치우는 관리소 직원들은 외과 의사(?)에 대응한다.
2012년 당대도 아니고 2020년대가 다 돼서야 갑자기 주목받는 것도 그렇고.. 마침 같은 날 비슷한 지역에서 어떤 여성 영어 강사도 실종됐다는데 그것도 갑자기 부각되고 있으니 이상한 점이 너무 많다.

마네킹이나 리얼돌에서 돼지 피가 튀었다는 변명은 말도 안 된다. 저 영상에 찍힌 관계자들이 사체유기 급의 구린 점이 실제로 있거나.. 아니면 로스웰 동영상이 그랬던 것처럼 사건 자체가 주작 낚시이거나.. 나로서는 그런 극단적인 쪽으로 추측을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12 19:36 2022/11/1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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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한 사건들

지난 4월 27일 자정 시간대에는 웬 20대 아가씨가 예쁘장한 흰 원피스 차림으로 부산의 어느 상가 건물에 들어가서는.. 옷을 홀랑 벗고 알몸으로 거기 소화전 안에 들어있던 분말 소화기를 계단 복도와 상점에 뿌리면서 난동을 부렸다. 벗은 옷과 신발은 그 건물의 옥상에다 고이 남겨 두고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뒤 그녀는 잽싸게 도망쳐서 현장을 빠져나갔는데.. 그로부터 겨우 5~6시간 남짓 지난 아침에 부산이 아닌 창원에서 죽은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이 정도면 2010년 오창 맨홀 변사 사건, 그리고 2011년의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에 필적하는 엽기적이고 괴이한 사건으로 보인다. 외국으로 치면 2013년의 엘리사 람 의문사 사건 같기도 하고..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잡히지 않고 탈출이 가능했는지, 그리고 택시까지 벌거벗은 채로 탔을 리는 없을 테니 또 다른 옷과 차비는 어디서 어떻게 났는지?? 공범· 협조자가 없이 젊은 여자가 겁도 없이 한밤중에 혼자서 저러고 사라질 수는 없어 보인다.

그 뒤엔 왜 하필 창원까지 갔고 거기서는 어디서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목숨을 끊은 걸까?
게다가 나흘 동안 행방이 오리무중이다가 시신이 5월 1일에 뒤늦게 발견된 게 아니다!
알몸 소화기 난동 사건과 별개로 27일 아침에 창원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 시신이 발견됐고 신고가 접수됐다. 이거 자체는 매스컴에 보도될 가치도 없는 평범한 사건일 뿐인데, 5월 1일에야 갑자기 뜬금없이 "나흘 전에 창원에서 발견됐던 그 시신은 부산 알몸 소화기 난동 당사자로 추정된다"라는 보도가 나간 것이다.

그거야말로 도대체 무슨 근거로 하는 주장인가? 보도가 나가던 당시엔 아직 국과수의 DNA 감정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었는데? 행적에 온통 아귀가 안 맞는 미심쩍은 의문점들밖에 없다.
더 자세한 사연은 고인의 유족이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하니 더 보도되는 게 없이 사건이 묻힐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참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최소한 술이나 약에 취한 상태이지, 맨정신으로 알몸 소화기 난동이 가능했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 정도면 곳곳에 CCTV가 가득하고 도시의 치안이 세계 평균을 상회할 정도로 좋은 축에 든다. 어지간해서는 여자가 혼자 밤에 길거리를 다녀도 봉변 당할 걱정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이 한밤중에 갑자기 혼자 어디론가 뛰쳐 나갔다가 나중에 시신으로 발견된 안타까운 사례가 몇 건 존재한다. 특히 술 마신 뒤, and/or 누구와 말다툼 하고서 삐쳤을 때 말이다.

1. 영등포 노들길 살인 사건 (2006. 7. 4.)

피해자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취준생이었는데, 어느 고향 친구 겸 고등학교 동창을(동성임)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홍대거리 일대에서 술을 새벽 1시가 넘게까지 많이 마셨다. 문헌에 따라서는 이 날이 피해자의 생일이었던가 보다.
그 뒤 이들은 양화 한강 공원에서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는지 한강을 건너 당산 역 쪽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피해자가 집이 한강 이남의 신림동 쪽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랬는데 그녀는 술기운에 갑자기 기분이 변했는지.. "나 좀 혼자 있고 싶어. OO야, 오늘 즐거웠다. 그럼 ㅂㅇㅂㅇ!" 하면서 목적지 부근에서 택시에서 먼저 내렸다. 그리고는 한강 공원 방향의 캄캄한 골목길로 정처 없이 뛰어가 버렸다. 저 때가 7월 3일 새벽이었다.
이것으로 그녀는 지인과의 연락이 영원히 끊겼다. 더구나 피해자는 공부에 집중하겠다는 명목으로 휴대전화를 해지한 상태였기 때문에 폰 연락도 아예 되지 않았다.

다음 4일 아침에 그녀는 더 서쪽의 성산대교 인근의 노들로 도로 옆의 수로에 알몸 시신으로 버려진 채 발견됐다. 그것도 꽤 민망한 포즈 상태였다고 한다. 강간· 살해범이 시신을 일부러 그런 자세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녀의 옷과 소지품들은 그냥 초기의 실종 장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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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생전의 습관 증언과 정황상--(1) 옷에 타인 지문이 전혀 없음 (2) 예전에 집에서도 대뜸 옷을 홀랑 다 벗는 주사를 딱 한 번 부린 적 있음--.. 그녀는 강제로 탈의됐다기보다는 술기운에 정신줄을 놓고 먼저 자발적으로 탈의한 것으로 보인다. 한밤중에 이 얼마나 위험한 미친 짓인가? 여기가 무슨 자기 집 안방인 걸로 착각했나 보다.

심야에 헐벗은 채로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있던 그녀는 음욕을 품은 어느 싸이코패스의 표적이 됐으며, 납치 당해서 최대 하루 남짓 처참한 능욕을 당한 뒤에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 (결박, 손등에 담배빵, 음부에 이물질..) 시신은 발바닥까지 아주 깨끗한 상태였고 사후 경직도 없었다. 체내에 음식물은 소화되고 없었고 알코올 성분 역시 다 분해되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그녀는 실종 이후에 10수 시간 이상 의외로 오랫동안 생존했으며, 죽은 지 불과 수 시간 안에 시신이 신속하게 발견된 셈이다. 범인이 시신의 유기도 개인 차량까지 동원해서 매우 능숙하고 신속하게 했을 테고 말이다. 공범이 1인 정도 추가로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과 관련된 몇몇 목격자의 증언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들이 목격한 것이 피해자 당사자가 정말 맞는지는 판명되지 않았다. 그나마 시신이 발견되기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어느 견인차 기사가 시신 유기 지점 근처에 승용차가 세워져 있고 주변에서 웬 남자 두 명이 "어, 저거 경찰차야?" "아니, 그냥 견인차인데?"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 목격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이게 제일 유력한 용의자의 행적으로 보이지만, 그 차량을 색출하지는 못했다.

이 사건은 안타깝게도 용의자를 한 명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장기 미제 사건으로 전락했다. 사건 사고·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 사건이 불과 1년 전에 벌어졌던 다른 미제 사건인 신정동 연쇄 살인과 수법이 아주 비슷하다는 것도 이미 알 것이다.

2. 마포 여대생 실종 사건 (2016. 12. 21.)

노들길 살인 사건 이후로 거의 10년 뒤, 이번 사건의 희생자는 더 어린 여대생이었다. 그녀는 12월 14일, 종강을 앞두고 같은 과 친구 몇 명을 만나서 역시 홍대 인근에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그래도 아직 버스와 지하철이 끊기지는 않은 11시 무렵이었으며, 그녀 역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만취도 아니었다. 2차를 하러 이동하던 중 그녀는 갑자기 "잠시 저쪽에 좀 다녀오겠다"란 말을 남긴 뒤 뜬금없이 자리를 이탈하여 자취를 감췄다.

피곤해서 먼저 귀가하고 싶으면 말을 그렇게 하면 됐을 텐데 그리하지 않았다. 애초에 자기 집에 가는 버스를 탄 것도 아니었으며(마포09), 혼자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는지 망원 한강 공원으로 갔다. 이마저도 버스의 종점까지 간 뒤에 내렸으면 더 가까이 도달했을 텐데, 그리하지 않고 먼저 내려서는 거기까지 터덜터털 걸어 갔다.

그녀는 자정에 가까운 으슥한 시각에 한강 공원 방면의 지하도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으며, 그 뒤로 연락이 완전히 끊어졌다.

그녀는 실종된 지 거의 1주일이 지난 21일 오전에야 한강에서 익사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인상착의가 실종 당시의 모습과 동일하고 신발도 고스란히 신고 있고, 다른 외상 없고, 금전이나 치정으로 인한 원한 관계 없고.. 부검 결과도 사후에 물에 던져진 게 아니라 순수한 익사이며 딱히 자살이라도 할 동기도 없었으니..

다소 허무하게 들리겠지만 결론은 하나.. 이건 단순 사고사· 실족사로 처리되었다.
술에 너무 취해서 땅과 물이 분간이 안 됐는지, 왜 한강 공원으로도 모자라서 굳이 물에 들어갈 생각을 했는지는 불명이다.
비록 피해자가 노들길 살인 사건 같은 급의 강력 범죄에 희생된 정황은 없지만.. 그래도 그 10년 전 사건과 분위기가 묘하게 비슷한 것도 있어 보인다. 괴이하다.

3. 목동교 무단횡단 사망 사고 (2017. 4. 27.)

이건 자살도, 실족사도, 강력 범죄도 아닌 다소 엽기적인 교통사고이다. 그래서 언론에서 통용되는 사건 명칭 같은 것도 없다.
한 여대생이 지인과 한창 술을 마신 뒤, 혼자 택시를 타고 귀가도 정상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가 양천구 목동교의 진출입로에서 서행하고 있을 때 그녀는 술기운 때문인지 갑자기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고 나가 버렸다. (돈도 안 내고?? ㄲㄲ) 이건 노들길 살인 사건의 발단과 매우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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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택시 기사가 만류할 틈도 없이, 그녀는 무려 8차선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시도했다.
다행히 한쪽은 횡단을 마쳐서 중앙선 부근에 도달했으나, 이때 버스 1에 치여서 중앙선 건너편의 반대편 차로로 튕겨 나갔다. 그 다음으로 곧장 버스 2에 치여서 뼈가 으스러지고 머리까지 다치는 치명상을 입었고, 뒤따르던 택시와도 부딪쳐서 총 3대의 차량에 치였다. 마지막 택시에 치일 때는 이미 서 있을 수조차 없었을 것 같은데 차 바퀴에 깔리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여기는 어둡고 으슥한 골목길이 아니니 범죄의 표적이 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차들이 쌩쌩 달리는 8차선 도로 한복판에 만취자가 혼자 내던져진 결과는 보다시피.. 그녀는 근처의 이대 목동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차에 세 번이나 치이면서 이미 사경을 헤매는 만신창이가 됐으며 28일 새벽에 끝내 숨졌다.

세 운전사들 모두 커리어가 꼬이고 운전에 트라우마가 생길 운 나쁜 사고에 휘말리긴 했다. 그나마 버스 1과 택시의 운전사는 차를 세우고 경찰 신고와 후속 조치를 취했지만, 정작 그녀를 제일 크게 다치게 한 버스 2의 운전사는 퍽 소리에 "그냥 물건에 부딪혔나 보다"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가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 무거운 벌을 받게 됐다.

4. 부산 서면 여대생 실종 사건 (2015. 10. 15.)

이건 벌건 대낮에 벌어졌고 당사자도 다행히 목숨은 부지한 채로 발견되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사건 전개 과정에 미심쩍은 게 많다는 점에서 알몸 소화기 난동 사건과 일면 비슷하다.
11일 오후 2시쯤에 이 여대생은 어느 음식점에서 알바 동료들과 함께 낮술(!!)을 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남친과 전화 통화를 한 뒤, 혹은 전화 통화를 하러 밖에 나간 뒤에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실종 신고는 가족들에 의해 이튿날인 12일에 접수됐다. 경찰은 수색 끝에 사흘 만에야 그 식당에서 직선 거리로 200m 남짓 떨어진 인근 빌딩의 간이 옥상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온몸에 골절· 타박상을 입은 상태로 며칠간 꼼짝달싹 못 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곧장 병원에 가야 하는 심각한 상태였다. 그래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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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통화가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술기운에 의식의 흐름을 따라 아무 건물에나 들어갔다. 혼자 건물에 들어가는 모습 자체는 CCTV에 찍혔다고 한다. 알몸 소화기 난동처럼 말이다.
그리고 제일 꼭대기에서 더 낮은 간이 옥상으로 자살 시도건 실족이건 어쨌든 떨어졌는데, 이 정도는 즉사할 만한 높이는 아니었다. 그녀는 숨이 붙은 채로 며칠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것 같다. 발견이 며칠 더 늦어졌다면 그 상태로 진짜로 죽었을 수도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당사자의 가족이 당사자의 명예 보호 차원에서 필사적으로 언론 보도 내용을 부정하면서 기레기들이 고인의 행실에 대해 완전 추측성 소설을 쓴다고 무작정 욕하고 까는 글도 나온다.
그런데 그런다고 팩트가 부정되나..;; 술 취해서 뛰어내린 게 아니고 그 타박상은 추락이 아니라 다른 범죄자에게 맞아서 생긴 거라면, 그에 합당한 증거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말들은 걸러가며 들을 필요가 있다.

이런 사건들을 정리해 보니.. 술이 도대체 사람을 정신줄을 놓고 겁대가리를 상실시켜서 어떤 지경으로 만드는지 경악하게 된다. 싸이코패스 범죄 가해자를 만드는가 하면, 완전 기상천외한 실종자를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글쎄, 부산에서 밤에 실종됐다가 장산 대천 공원 호수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여대생(2012. 4. 12.)은 "마포 여대생 실종 사건"과 꽤 비슷하며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저건 그래도 술은 개입하지 않은 단순 사고사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9/07/09 08:36 2019/07/0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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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5년 1월 초엔 경기도 안성에서 엽기에 가까운 황당한 뉴스가 하나 전해졌다. 아파트 16층에 사는 어떤 70대 노파가, 밖에 일일이 나갔다 오는 게 귀찮다는 이유로 밤에 여러 차례 상습적으로.. 자기 집의 음식물 쓰레기를 베란다 밖으로 투척해 오다가 결국은 덜미가 잡혔다.

그 사람이 떨어뜨린 쓰레기 봉투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 곱게 갔을 리가 없으니 지상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 위로 다 떨어졌다. 차들은 유리, 지붕, 엔진룸 등이 부서졌으며, 그냥 쓰레기도 아니고 썩은 물이 줄줄 흐르는 음식물 쓰레기가 묻는 바람에 청소까지 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피해 주민들이 민원을 넣고 CCTV를 설치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깜깜한 밤에 갑자기 쓱 떨어지는 작은 물체를 포착하기는 쉽지 않았다. 급기야는 쓰레기 봉투 안에 들어 있던 마트 바코드를 조회해서 가해자를 잡아 냈다니 이번에도 우리나라 공권력 만세다.

저 할머니는.. 중증 치매나 정신병, 몽유병, 만취 상태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지금까지 나이를 도대체 어디로 잡수셨는지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다. 자동차니까 망정이지 사람이 그 봉지에 맞았으면 어찌 하려 했는가?
형사상의 벌금은 법에 정해진 한도로만 떨어지지만, 민사상의 손해 배상금은 피해를 입한 만큼 내야 한다. 지금까지 1000만원이 넘는 물적 피해를 낸 저 가해자는 집안 재정이 좀 파탄 날 각오를 해야 할 듯이다. 과거엔 삼풍 백화점이나 세월호를 소유했던 기업도 이런 손해 배상금 명목으로 재산이 다 털렸었다.

2.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으면 최소한 저렇게 위에서 떨어지는 오물을 맞을 일은 없을 것이고, 더 나아가 뺑소니 차량이 긁고 튄다거나 지나가는 취객이 차를 망가뜨리는 일도 상당수 예방이 가능할 것이다. 거기는 24시간 내내 불이 켜져 있고 CCTV도 잘 갖춰져 있어서 치안이 좋다.

그러나 거기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지하는 지상보다 근본적으로 화재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쯤 전엔 용인의 모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어느 젊은 정신이상자가 불장난을 하다가 대형 화재를 내는 바람에 그 층에 있던 30여 대의 차량들을 깡그리 불태워 버린 적이 있다.
이 정도 피해 규모이면 정말 노예 제도라도 있지 않으면 한 집안을 다 거덜내서라도 피해 보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3.
아파트에서 누가 투신 자살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타깝고 불미스럽고 끔찍한 소식인데, 우리나라엔 2010년대에 투신 자살하는 사람에게 깔려서 깔린 사람과 자살자가 같이 죽은 일도 두 건이나 있었다. 이거 뭐, 아파트 주변에서는 앞만 보고 나갈 게 아니라 위로 하늘도 반드시 경계하고 주시해야 하는가 싶을 정도이다.

2012년 10월엔 경북 고령에서 한 중국 동포 30대 여성이 신변을 비관하여 14층에서 뛰어내렸는데.. 그 순간에 다른 남자가 "쓰레기를 버리러"(아까 1번 이야기와는 좋은 대조를..) 아파트 현관 밖으로 나가려 했고.. 결국 떨어진 사람을 맞았는지 부딪혔는지 깔렸는지.. 표현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끔찍한 참변을 당했다.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다.

이듬해 2013년 5월엔 우울증을 앓고 있던 30대 남성이 부산의 한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마침 1층에서는 한 집에서 6살짜리 여자아이와 부모가 외출하러 나가던 중이었다.
아이는 신이 났는지 부모보다 먼저 밖으로 쪼르르 달려 나갔는데.. 저 자살자는 하필 그 타이밍 때 아이 위로 떨어져 버렸다.

자기 눈앞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생판 모르는 사람이 투신 자살을 하고 자기 애가 그 사람 몸과 부딪혀서 치명상을 입고 죽었다니.. 부모가 얼마나 쇼크 받고 멘붕에 빠졌을지 차마 상상이 가능하겠는가? 쓰레기 봉투가 아니라 사람이 떨어졌고 그 가해자는 죽고 없으며 가해자의 유족은 최소한 가해자의 자살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니, 이건 뭐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그러니 답답할 뿐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4.
끝으로.. 우리나라에서야 멀쩡한 엘리베이터를 놔 두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밖으로 떨어뜨린 노파의 파렴치· 몰상식한 행동이 지탄의 대상이지만, 북한에서는 이게 그저 웃거나 비아냥거릴 일이 절대로 아니다.
남조선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몰래 투척한 노파의 소식을 들으니, 오래 전에 봤던 본 주 성하 기자의 증언도 덩달아 연관 검색 결과로 떠올랐다.

인평양의 고층 아파트에서 살 정도이면 그야말로 1% 안에 드는 최상류층일 텐데.. 그런 동네에서도 전력이 부족해서 엘리베이터는 그야말로 오전과 저녁 러시아워 때만 운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층에서 사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진짜 자기 집 밖으로 나오지를 못하고 사실상 높은 탑 안에 감금된다.

물도 당연히 특정 시간대에만 제한급수다. 더운물이 안 나오고 난방이 안 되는 건 차라리 양반이다. 추위 정도는 집안에 또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이불과 옷을 겹겹이 감싸면 극복 가능하며 실제로 평양 시민들은 그렇게 지낸다고 한다. 허나 밥 지을 물, 마실 물, 씻을 물, 심지어 변기 내릴 물이 제때에 충분히 안 나오니...;;

종이에 ‘변’을 받았다가 밤에 슬그머니 버리는 집들이 많았다. 몇십 층 높이에서 버리는 바람에 가로등도 없는 밤거리를 걸어가다 오물 벼락을 맞는 사람들도 있어 이런 경우 “번개 맞았다”고 했다. 밖에다 버리지 말라고 아무리 감시를 해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선 소용없었다. (☞ 원문 링크)

탈북자 김철주(가명)씨는 평양에 살 때 아파트가 밀집한 광복거리를 지나다니기 꺼려했다. 이곳에선 무심코 지나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똥 벼락을 맞을 수 있다. 겉은 번드르르한 광복거리 아파트촌 여기저기 함부로 버려진 똥도 흔히 볼 수 있다. 아침마다 ‘도로보수대원’들이 욕을 퍼부으며 똥을 치우는 장면도 연출된다. 김씨는 “아파트에 물이 부족하다 보니 변기에 물이 많이 필요한 대변은 베란다에서 대충 처리하고 밖에 그냥 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 원문 링크)


이건 음식물 쓰레기 투척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지 않은가? =_=;;;
시가지에 인분이 굴러다니는 건 중세 유럽이나 구한말 조선 시대가 미개하다고 깔 때에나 등장하는 레퍼토리인데 저 동네는 시골 촌구석도 아니고 평양이 저 지경이고 이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이 서로 일치하니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참 여러가지 일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5/01/30 08:28 2015/01/3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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