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답사기: 응봉산

산이라 하면 아무리 못해도 해발 200~300미터 이상은 돼야 등산의 대상이 되고 동네 뒷산 대접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서울 시내엔 100미터 남짓에 불과해 그냥 어지간한 고층 건물 높이밖에 안 되는 언덕도 있다. 낮을 뿐만 아니라 딱히 산맥이 길게 이어져 있지 않아서 능선 산책로도 별로 없다. 강서구에 있는 우장산, 동부에 있는 천장산, 봉화산 같은 산이 그 예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이 상일동과 마천 방면으로 찢어지는 지점에는 일자산이라는 낮은 산이 있어서 전방을 가로막고 있다. 일산선의 정발산 역에는 근처에 호수 공원과 더불어 말 그대로 정발산이 있는데, 얘 역시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감이 있는 그냥 언덕(hill)이다.

이번에 본인이 답사하여 소개하고자 하는 산은 응봉산이다. 얘 역시 '등산'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좀 낮은 산이다. 그래도 산까지 가는 데 자동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청계천과 중랑천 공원을 거쳐서 자전거만으로 이동해서 추가적인 운동을 했다.
응봉 역의 출구로 나가니 '응봉산 팔각정'을 가리키는 이정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파른 주택가 골목길을 한참을 올라가자 드디어 흙으로 된 산길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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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로 진입하기 전에도 잠시 이런 공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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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은 대략 이러했다. 나름 꽃도 예쁘게 피어서 풍경이 아니라 식물들 사진을 찍는 사람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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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펼쳐진 하천은 중랑천이다. 강 건너편을 좌에서 우로 훑으면 웬 공장이 있고, 그 다음에 서울숲과 성수대교(저 멀리 한강을 건너는 빨간 다리)가 순서대로 보인다. 그렇잖아도 여기는 중랑천이 한강과 합류하고, 동시에 동부 간선 도로가 강변북로와 합류하기 직전 지점이다.

중랑천을 횡단하여 내가 있는 쪽으로 가까이 오는 저 다리는 응봉교가 아니라 용비교이다.
생각 같아서는 여기서 별로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서울숲까지도 자전거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저 다리는 자동차로만 건널 수 있으니 무효다. 저기는 나중에 따로 가 보게 될 듯.
응봉과 서울숲 모두 전철로는 왕십리 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이다. (각각 중앙선과 분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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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을 오르면 이렇게 중앙선(수도권 전철 노선명)/경원선(원래의 노선명) 선로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응봉산의 가장 매력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응봉산 전체와 그 아래를 지나는 중앙선 전동차를 같이 찍은 사진도 있다. 마치 일본에서 후지산을 배경으로 달리는 신칸센 사진을 찍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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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도달하면 넓은 공터에 이런 전망대와 팔각정이 있다. 낮고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으니, 여름엔 여기에 돗자리 깔고 누워서 잠도 자고 싶을 것 같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공원과 하천, 언덕에다 철길까지 있는 곳은 그야말로 천혜의 요지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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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도 응봉산 만만찮은 고지대 같은데, 실제로 그러하다. 상왕십리-신금호-행당 사이는 '대현산'이라고 응봉산과 비슷한 높이의 산이 있다. 하지만 저기는 꼭대기까지 온통 건물들이 지어져 있다.
이런 식으로 궁극적으로는 서울 시내 지도를 뒤져서 해발 100미터대의 고지대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 찾아보는 것도 가능할 듯하다. 특히 대학교 위주로 말이다. 서울 시립대 근처에는 배봉산이 있고, 고려대 근처에는 개운산, 경희대 근처에는 천장산이 있다.

서울 현충원의 터가 있는 산은 '서달산'이라고 불리는 야산이다. 한강 근처에 나름 굉장히 입지가 좋은 곳인데 이 승만 시절부터 여기는 국군 묘지로 조성되었다.
끝으로, 일반인은 접근할 수가 없겠지만 용산의 주한 미군 부지도 일명 '둔지산'이라고 불리는 나지막한 언덕 고지대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6/06/12 19:33 2016/06/1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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