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관악산 기슭에 있고 국민대는 북악산 기슭에 있는데, 난 정작 내가 적을 둔 학교 근처에 있는 산을 올라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하루 날을 잡아서 곧장 달려갔다.
3호선 독립문 역은 서대문 형무소를 관람하기 위해 예전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등산을 위해 한 번 더 방문했다.
독립문 역 주변의 공원 풍경은 대략 이렇다.
이것은 서대문 형무소의 뒤에서 인왕산 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안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이쪽으로 가야 한다. 형무소 뒤에는 "이 진아 기념 도서관"이 있다.
이 건물은 미국에 어학연수를 갔는데 거기서 교통사고로 죽은 딸을 기리기 위해, 유족이 재정을 후원하여 설립한 구립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을 지나면 등산로 계단이 나오는데 그 옆에는... 군부대가 있다.
이른 아침 7시 무렵에 여기를 지나니 군인들이 연병장에서 아침 점호를 하는 게 내려다 보였다. 우와..;;
안산은 능선만 도는 둘레길, 그리고 정상으로 향하는 암벽 등산로 등이 잘 닦여 있었다. 예전에 올랐던 인왕산이 저 멀리 저렇게 보인다. 아래에는 아파트와 한성 과학 고등학교가 있다.
높이 올라갈수록 아래에 내려다 보이는 것은 더욱 많아진다. 위의 사진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여기서도 저 멀리 내부순환로를 볼 수 있다.
안산의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다. 물론 조선 시대의 오리지널은 아니고, 나중에 레플리카를 만든 것이다.
봉수대란 통신 수단으로서 불 내지 연기를 피우던 곳이다. 물과는 아무 관계 없으니 '수'라는 음에 낚이지 말 것. 水 가 아니라 燧라는 아주 생소한 한자이다.
나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하산은 서쪽의 연세 대학교 방면으로 했다.
하산하는 길엔 '무악정'이라는 정자와 마주쳤다. 북악산에 팔각정이 있는 것처럼 이 산도 중턱에 이런 정자가 있더라.
이 외에도 안산에는 약수터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수질은 대부분 음용 부적합 판정이 떨어져 있었다.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말이다.
안산은 정상까지 오르는 일부 암반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길이 잘 닦여 있었다. 단, 일부 등산로는 군사 작전 지대라고 민간 등산객의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연세 대학교 쪽으로 계속 내려가다 보니 연대 신촌 캠퍼스의 최북단에 있는 강의동인 대우관(상경대학 건물) 주차장에 잘 착륙했다. 하산이 결과적으로 등교가 됐다. 본인은 학교에 들른 김에 오랜만에 연구실에서 볼일을 좀 보고 귀가했다.
북악산과 안산은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인터넷 지도에 등산로가 바로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지금까지 선뜻 갈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근처의 지하철역에만 가면 등산로 안내는 곳곳에 아주 잘 돼 있다. 더구나 안산보다 더 낮은 산에도 등산/산책로가 표시되어 있기도 하다.
북악산이야 청와대와 너무 가까워 표시를 숨긴 것이겠지만 안산은.. 그 군부대 때문에 생략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튼, 안산 탐방도 재미있었다.
Posted by 사무엘